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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초 시대’ 열렸다…초연결·초저지연·초지능·초실감 눈앞에 [유웅환 반도체 열전]

    반도체 산업은 정보통신기기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우리는 개인용 데스크톱 컴퓨터(PC)에서 모바일로 정보통신기기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보아왔다. 이제는 모바일 다음의 ‘에지’로 넘어가는 흐름이 보인다. ‘가장자리’란 뜻을 갖고 있는 에지는 컴퓨터·자동차·통신 등에 정보가 처음 들어오는 접속점을 뜻하는 말이다. 그리고 에지는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기하급수적으로 그 숫자가 늘어날 것이다.    이들이 연결되면서 ‘초연결 사회’가 구현된다. ‘초연결’은 네트워크를 이용해 사람-사람, 사람-사물, 사물-사물끼리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상태다.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환경적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기 때문에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새로운 성장 기회와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초연결 시대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초연결 시대 시초는 윈텔 시대   초연결 시대는 PC와 PC를 연결하는 ‘윈텔 시대’부터 시작됐다. ‘윈텔’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와 인텔의 합성어로 컴퓨터가 윈도우라는 운영체제를 만나 본격적으로 상호 간 연결이 가능해졌다. 윈텔 시대가 열리면서 ‘PC to PC’로 연결이 늘어 관련 기기들은 매년 수천만대 증가하는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다음은 모바일 시대가 도래했다. 한때 수천만대 수준이었던 모바일 기기는 올해 판매 분만 15억대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10대 기업 가운데 7개 기업이 이동통신 및 클라우드 기반의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다. TSMC·페이스북·애플·아마존·구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모바일 시대에는 ‘PC to PC’를 넘어 ‘사람 대 사람’으로 연결이 확대되면서 연간 수십억대의 시장이 형성됐고, 노드(node)의 확장도 본격화됐다.    초연결 시대는 ‘사람 대 사람’의 노드가 점차 늘어나는 ‘하이퍼 커넥티드’(Hyperconnected) 시대로 이어졌다. 하이퍼 커넥티드란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2008년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상황을 뜻한다. 하이퍼 커넥티드 시대에 오면서 노드는 수십억에서 수십조 단위로 급격하게 늘어났으며 모든 디바이스들의 연결이 가능해졌다. 특히 하이퍼 커넥티드 시대에는 노드간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노드의 급격한 증가가 일어났다.   ‘초연결 시대’는 초기에는 주로 사람과 사람 사이 상호소통이 가능한 시대로만 정의됐지만, 최근에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초월한 범위까지를 일컫는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 소통은 스마트 기기 및 SNS 등의 등장과 활용으로 이미 활발해졌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과 사람을 넘어 사물인터넷(IoT)과 사물지능통신(M2M) 등 IT 기술 발전에 따라 인간과 사물 그리고 사물과 사물 등으로 연결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초연결 시대에는 방대한 양의 정보와 지식 등이 생산되고 교환되면서 수많은 사업적 기회가 창출된다. 전문가들은 빈부의 격차가 해소되고 효율적인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등 여러 사회적 문제를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다양한 경제 주체와 산업 영역·구조, 학문, 사회문화, 계층·세대, 국가 등으로 연결 범위가 넓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부를 창출할 기반과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 미래는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보다 다양한 방법들로 수많은 대상을 연결하게 된다.    초연결 시대에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는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로 대표된다. 이들 네트워크로 데이터의 수집, 저장, 분석, 활용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시대다. 모든 사물에 컴퓨터를 내재하고 그 데이터를 융합하는 초연결사회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등과 함께 초지능사회로 발전한다. 이제 사물과 사물끼리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다는 의미다. 이제는 사물이 스스로 판단하고 통제하고 학습해 개선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게 됐다.   초연결 기술은 와이파이·블루투스·GPS·4G·LTE-A 등을 거쳐 5세대 이동통신(5G)와 사물인터넷까지 진화한 다양한 네트워크 기술로 다양한 기기(Device) 간에 인터넷 연결성을 제공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기술적 개념이다. 이미 정보통신기술(ICT)이 제공하는 ‘언제든지(anytime)’ 그리고 ‘어디든지(anyplace)’의 연결 범위에서 ‘무엇이든지(anything)’라는 요소까지 추가된 ‘만물 연결’ 시대가 열렸다.    초연결 네트워크는 ‘상시 접속(always-on)’,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사람과 사물, 자연, 사이버세계 등을 밀접하게 연결한다. 특히 모바일 네트워크의 가속화는 전체 미래 기술에서 가장 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ICT 분야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   아이폰 등장으로 ICT 분야 전반에 영향   현재의 모바일 기기는 스마트폰·태블릿에서 스마트 안경, 스마트 시계 등 웨어러블 컴퓨터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각종 모바일 기기와 해당 기기에 내장된 스마트 센서의 증가로 초연결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물인터넷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개념이 ‘4초 시대’다. 여기서의 ‘4초’는 숫자 초(秒)가 아니다. 바로 초연결·초저지연·초지능·초실감의 시대를 뜻한다. 이로 인해 이제까지 시장에 없던 새롭고 다양한 ICT 소재·부품이 필요해졌다. 전문가들은 AI와 빅데이터, IoT를 구현하는데 1000억개의 스마트 디바이스와 100조개의 스마트 센서가 필요하다고 예측한다.    관련 기업들은 디스플레이, 지능형반도체, 에너지 전력반도체, 센서, 신기능 소재·공정, 광소자·부품, RF(Radio Frequency) 소자·부품, 테라헤르츠 소자·부품, 양자소자·시스템 등의 첨단 소재·부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현황과 함께 AI 반도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는 27년 경력의 반도체 열사(烈士)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후 인텔에서 수석매니저를 지냈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 스카웃돼 최연소 상무로 재직했다. 현대자동차 연구소 이사, SKT 부사장(ESG그룹장) 등을 거쳐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활동하며 반도체 정책 보고서 등을 작성했다. 반도체 분야 90여 편의 국제 논문과 Prentice Hall과 고속반도체 설계에 관한 저서를 출간했다      유웅환 전 SK텔레콤 부사장반도체 열전 전세계적 반도체 반도체 산업 연결 소통 1640호(20220620)

2022-06-19

반도체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반도체 투자로 살아남는 방법'

  아파트를 짓고, 라면과 콜라를 원하는 만큼 사먹고, 자동차를 운전하고, 무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반도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일 중이기 때문이다. 정보화 시대의 확장과 인공지능 시장의 성장은 ‘반도체 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러한 면에서 ‘반도체 산업’이란 선택지는 더 큰 성장성과 높은 투자 가능성을 가진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투자는 늘 실패로 끝나며 반도체 산업은 ‘끝물’이란 오명을 벗지 못한다.     투자하기 전 투자 대상을 파악하는 것은 필수다. 반도체 산업은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바야흐로 반도체 아닌 게 없는 세상이라지만 나노미터 크기의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아서 내 주변이 얼마나 많은 반도체로 이루어져 있는지조차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신간 [현명한 반도체 투자]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의 이론적인 디테일을 반도체 소재·설계·장비 투자와 연결했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반도체 종류와 소재에 따른 특성을 구별하고, 각각의 칩이 어떤 장비를 이용하여 어떻게 설계되는지를 알아본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만들어진 상품이 우리 실생활에서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알려준다.     기업이 어떤 사업을 영위하여 돈을 벌고, 각각 어떤 이해관계로 얽혀있는지 등을 통해 독자는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새로운 변화가 투자자에게 ‘기회’인지 ‘리스크’인지 분별할 안목을 길러줄 것이다.     반도체에 투자할 때 다양한 기업별 특징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결과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책은 반도체 기술의 방향과 산업의 흐름을 알기 쉽게, 그러면서도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세세하게 짚어본다.     ━   실리콘 테크놀로지를 넘어, 새로운 반도체를 찾아라!   신간 [현명한 반도체 투자]는 크게 다섯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 반도체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두 번째,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의 차이를 알아본다.     세 번째, 팹리스, 파운드리, IDM, 디자인하우스 업체의 특징과 해당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간의 관계를 통해 투자 기회를 찾아본다.     네 번째, 반도체 전공정-웨이퍼 공정, 산화 공정, 포토 공정, 증착 공정, 식각 공정, 금속 배선, 웨이퍼 레벨 테스트-에서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각 사업 분야를 차지한 기업의 소개로까지 범위를 확장하여 투자자의 시선으로 산업을 볼 수 있도록 도왔다.     다섯 번째,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정, 테스트 공정-에서는 후공정 분야의 최근 흐름까지 제시하며 산업을 전망한다.     부록에서는 소재·설계·장비 분야 기업에 대한 저자의 인사이트를 담아, 독자가 다가온 기회 앞에서 차곡차곡 쌓은 지식과 흔들리지 않은 근거에 기반해 반도체 투자에 관한 알맞을 답을 골라낼 수 있도록 돕는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반도체 투자 반도체 투자 반도체 전공정 반도체 산업 1637호(20220530)

2022-05-28

일본,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완전히 밀려날까 '전전긍긍'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칼을 갈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일본이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18일 일본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이 완전히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일본의 전·현직 관료들은 미·중 무역 전쟁과 안보 우려로 인해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생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일본이 글로벌 공급망의 전방위적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2030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의 점유율이 ‘제로(0)’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   1980년대 세계 호령하던 '일본 반도체', 왜 추락했나   일본 정부는 ‘반도체 제국’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설계와 제조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반도체 생산 기지를 유치해 공급망을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협력해 일본 내 연구개발센터를 만들겠다고도 밝히기도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2021년 통상백서'에서도 반도체 산업 부활을 경제 안보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백서는 “코로나19 감염 확대와 미·중 갈등을 계기로 기존 공급망의 취약함이 드러나면서 각국이 경제안전보장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물자 확보를 위해 생산거점을 다양화하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과의 신뢰를 축으로 공급망을 새로 재편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을 경제안보의 핵심으로 보고 반도체 산업 전성기 시절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1980년대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전성기였다. 1970년대 미국 기업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액의 60%를 차지했으나 1980년대는 일본 기업이 이를 추월했다. 1988년 기준 전 세계 반도체 매출액 절반 이상이 일본 기업에서 나왔고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TOP3를 포함한 6개 기업이 일본 기업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1980년대 전성기의 절반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일본의 반도체 수입 의존도는 64.2%에 달한다.       ━   부활의 핵심인 '투자 규모' 경쟁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      일본 정부가 반도체 부활을 꿈꾸고 있지만 일본이 빠른 시일 내 반도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회의적 분석이 나온다. 일본 히타치 제작소 연구원 출신인 유노가미 다카시는 자신의 저서 〈일본반도체 패전〉에서 “일본 기업은 ‘과잉기술·과잉품질’이란 병에 걸려 세계 시장의 빠른 흐름에 대처하지 못하고 D램 생산시장을 한국 등에 내주고 몰락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들어 구축된 세계적 공급망에 뛰어드는 대신 고품질 D램 생산에만 몰두하다 글로벌 분업체제에 적극 가담한 한국 등에 밀렸다는 것이다.     CNBC에 따르면 일본 관료들은 반도체 칩 생산 뿐 아니라 일본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실리콘 웨이퍼, 화학 필름 등 반도체 소재와 반도체 장비 관련 기업들의 미래도 걱정하고 있다. 특히 각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에 구축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규모의 지원책을 펼치고 있지만 일본의 투자 규모가 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CNBC는 "일본이 5000억엔(5조3000억원)을 투자해 기업들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반도체 및 기타 부품의 부족 문제를 극복하고 5G로의 전환을 촉진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는 다른 나라들이 제안한 지출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상원은 지난 6월 반도체에만 540억 달러(63조5000억원)을 포함해 신기술 분야에 5년간 2500억달러(약 280조원)를 지원하는 법을 승인했다. 유럽연합(EU)은 1350억유로(185조원)를 디지털 경제 육성에 사용할 방침이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2021-08-19

[반도체 ESG 만들자①] “반도체 산업에 맞는 평가지표 필요해”

      글로벌 경영 트렌드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부각되면서 산업별로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 대변화에 흥망성쇠가 달려 있어서다. ESG 경영 중에서 특히 ‘환경’이 화두다.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면서 각국이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반도체업계는 변화에 발맞춰 저전력 반도체 개발, 공정가스 감축, 신규 공정 투자, 화학물질 관리 강화, 신재생 에너지 사용 등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지만 그 노력이 ESG 평가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ESG 환경경영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편집자주]   지난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세계적인 ESG 확산 추세가 국내 산업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국제 ESG 확산으로 국제 투자유치와 수출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산업으로 석유제품(28.9%)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다음으로 석유화학(26.7%)과 철강(26.7%)을 뽑았다. 반면 ESG 확산으로 전망이 가장 밝은 산업에 대해서는 반도체(28.9%)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만큼 반도체업계가 ESG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방증이다.      ━   대체 가스 개발해 반도체 제작시 온실가스 배출 줄여   실예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은 오래전부터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탄소) 감축부터 저전력 반도체 생산까지 환경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다량의 용수를 사용해 환경오염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석유화학·철강 등 다른 산업보다 상대적으로 적을 뿐 생산량 증가에 비례해 환경오염물질 배출량도 늘어나게 돼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온실가스다. 지난 4월, 미국 블룸버그가 “보다 높은 효율로 작동하면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반도체가 (제작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더 많은 전기와 온실가스를 사용한다”고 지적한 것처럼 반도체 제작에서 온실가스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업계도 이를 인지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공정가스를 줄이기 위해 공정시간·공정단계·공정법(Clean Recipe) 등을 최적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약 9만 톤을 감축했다.   여기에 공정가스 처리 시설의 효율을 향상하기 위해 설비에 투입되는 RCS(Regenerative Catalytic System) 촉매에 금속을 첨가해 공정가스 처리율을 87%에서 90%로 높이기도 했다.    아울러 지구온난화지수가 낮은 공정가스를 개발했다. 반도체 제작 공정 중 불필요한 부분을 깎는 식각 공정(Etching), 불순물을 주입하는 확산 공정(Diffusion), 기판에 박막을 증착하는 공정(Chemical Vapor Deposition), 전기신호를 연결하는 금속 공정(Metalization) 등 4대 주요 공정에 적용하는 과불화탄소의 대체 가스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삼성전자 사업장의 온실가스 감축량은 2018년 293만톤CO2e에서 2019년에 509만톤CO2e로, 2020년엔 709만톤CO2e까지 해마다 늘고 있다. CO2e(이산화탄소환산톤)는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값이다.       ━   탄소·물·폐기물 저감 인증 ‘트리플스탠다드’ 라벨 획득    삼성전자는 수자원 저감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초순수를 정제하고 남은 물을 옥상 습식 세정 시설, 냉각탑 등에 재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절감한 용수 사용량만 104만톤(2017년·2018년 평균 대비 2019년 사용량)이다. 멤브레인(필터) 기술을 활용한 폐수 정화를 통해 물 재활용량을 높이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인근 오산천에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수달이 포착되면서 삼성전자의 물 관리 기술이 주목받았을 정도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 6월, 반도체 제조 기업으로는 세계 최초로 영국 카본트러스트의 탄소·물·폐기물 저감 인증을 받으면서 ‘트리플스탠다드(Triple Standard)’ 라벨을 획득했다. 카본트러스트(Carbon Trust)는 영국 정부가 2001년 기후 변화 대응과 탄소 감축을 위해 설립한 친환경 인증 기관이다.    트리플스탠다드는 3년간 사업장의 탄소 배출량 3.7%, 물 사용량 2.2%, 폐기물 배출량 2.1%를 줄이고 각 분야의 경영 체제에 대한 종합 평가 기준을 만족한 기업에 수여한다. 삼성전자는 2018~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탄소·물·폐기물을 각각 9.6%, 7.8%, 4.1% 줄였다.      지난달 28일,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과 삼정KPMG가 연 ‘반도체 산업 환경경영 전문가포럼’에 참석한 김경아 삼성전자 DS부문 기후전략그룹장은 “현재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공정가스 처리, 설비운전 효율화 등으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사업장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직접 공급받는 것을 진행 중이고, 국내 사업장에서도 올해 2월부터 녹색 요금제로 구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저전력 반도체로 소비전력을 절감하고 있고, 폐기물도 최대한 재활용률을 높여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해 현재 재활용률이 96%에 이른다”며 “이를 2025년까지 99%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새 냉각 방식 개발해 24만명 하루 사용량 준하는 용수 절약    SK하이닉스의 경우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반도체 제조 중 나오는 온실가스 중 90%를 열산화 방식으로 처리하고, 나머지를 폐수처리장에서 처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년의 시간을 들여 개발한 ‘워터 프리 스크러버’를 이용해 폐수를 처리하고 있다. 기존 방식은 처리된 가스를 냉각하기 위해 물을 직접 분사하는 방식이었다면, 워터 프리 스크러버는 냉각수를 활용해 간접 처리하는 방식이다. 워터 프리 스크러버는 가스가 직접 물에 닿지 않아 폐수가 발생하지 않고 그 냉각수는 계속 재사용할 수 있다.     성과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금속 튜브 안에서 흐르는 물은 재사용이 가능해 현재 하루 물 사용량 7만9000여 톤을 줄일 수 있다. 이 물은 인구 24만명의 도시에서 온종일 사용하는 양과 같다.   이처럼 SK하이닉스는 공급에서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ESG 경영 전개, RE100(Renewable Energy 100) 가입 선언, 업사이클(upcycling·새로운 재활용)을 통한 순환체계 구축으로 실질 재활용률 99% 달성을 추진 중이다. 이런 투자는 ESG 경영, 그 가운데서도 환경 부분에 있어 반도체업계가 오래전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   해외 ESG 기관도 반도체 기업 평가 기준 제각각    그럼에도 고충은 있다. 현재 국내외 ESG 평가지표는 600개 이상 운용되고 있다. 평가 대상인 기업 입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평가 기관의 난립이 모든 기업의 고충이라면 반도체업계의 애로사항은 따로 있다. 반도체 산업 특성에 부합하는 지표가 없다 보니 반도체 기업의 ESG 환경 경영 활동이 종합적·객관적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기업이 ESG 평가에 가장 많이 참조하는 해외 기관의 지표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 CDP)와 다우존스 지속가능성지수(DJSI)는 반도체 산업 관련 주요 환경 요소인 용수·온실가스·폐기물 중 온실가스와 용수를 평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용수만 지표에 반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ESG 지표에 반도체 산업 특성을 고려한 항목들이 추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산업 환경경영 전문가포럼’에 참석한 김정남 삼정KPMG 전략컨설팅 그룹 상무는 “산업 특성을 반영한다면 시장에서도 기업의 위험요소를 제대로 평가하면서 투자에 반영할 수 있고 이해관계자들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그러면서 “반도체 경우 용수에 가중치를 많이 주는 것처럼 반도체 업계에 적합한 평가 지표를 연구할 때”라고 밝혔다.      ━   “친환경 경영 유도 위해 세제감면, 인센티브 필요”   신창환 성균관대 교수(전자전기공학부)는 반도체 산업의 ESG 평가지표에 대해 예시를 제시했다. 신 교수는 “ESG 관점에서 공정 기술을 얼마나 잘 개발하는지, 전력 면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탄소 중립보다 더 광범위한 ‘넷제로(Net Zero·탄소 순 배출 제로)’ 실행 여부 등의 항목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반도체 기업의 ESG 경영 노력을 단순히 기업에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친환경 반도체 공정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기업에 정부는 세제 감면, 연구개발 지원 등의 혜택을 줬으면 한다”며 “(친환경 경영과 관련된) 특정 시설·장비에 대한 세제 감면 등 적극적인 혜택이 있으면 기업들이 더 역동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와 함께 “RE100 등 전력 사용 관련 에너지 조달 믹스에서도 정부 차원의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도체는 이른바 산업의 ‘쌀’이라고 부른다. 실생활에 밀접한 전자기기 대부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앞으로 반도체의 역할과 범위는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제조업 총생산의 약 1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ESG 경영이란 날개를 달고 더 높게 비상하기 위해선 “기업뿐 아니라 NGO·정부·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반도체 산업에 맞는 ESG 평가 지표와 가중치 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07-08

‘한국의 워런 버핏’ 강방천 “삼성전자 대신 카카오·현대모비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국내에선 유일하게 워런 버핏, 피터 린치와 함께 ‘세계의 위대한 투자가 99인’에 이름을 올린 투자고수다. 외환위기 당시 1억원의 종잣돈을 2년 만에 156억원으로 불린 일화는 지금도 업계에서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지난 3일 [이코노미스트]와 만난 강 회장은 좋은 투자 기업을 찾는 방법으로 ‘고객이 쉽게 떠나지 못하는지, 고객의 삶을 지탱하는지, 고객이 계속 늘면서 누적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짚었다. 이런 방법을 바탕으로 투자 유망한 기업으로 카카오와 현대모비스를 지목했다.     강 회장은 향후 반도체 산업 재편으로 인해 삼성전자가 투자시장에서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재투자 비용 규모가 크고, 반도체 산업 재편으로 인해 다품종·소량생산 시대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 소품종을 다루는 삼성전자는 위축될 것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   투자하기 좋은 기업이란 무엇일까      주식 매수·매도 타이밍은 언제 잡아야 할까요. 성공적 투자를 위한 4대 원칙이 있습니다. ▲좋은 기업·좋은 펀드를 ▲이왕이면 쌀 때 ▲여러 번 나누어서 매수한 후 ▲오래 가지고 있어라 입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 낮을 때 사라’는 겁니다. 굳이 주가가 폭락할 때를 기다렸다가 매수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주가가 급하게 오를 때는 사지 말라는 거예요. 남들이 흥분할 때 냉정해야 하고 남들이 두려워 할 때 다가서야 합니다.     좋은 기업은 보통 주가가 꾸준히 상승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엔 '저점 매수'가 어렵지 않나요.  저는 주식을 가치적 관점에서 3가지로 분류합니다. 오랫동안 오르는 가치, 등락을 반복하는 가치, 사라지는 가치인데요. 이것을 각각 A형·B형·C형 기업으로 정했습니다. 보통의 좋은 기업은 A형 기업에 속하는데, 이 경우엔 끊임없이 사는 것을 추천합니다. A형 기업들의 주가는 잘 떨어지지 않아서 저점 매수 타이밍을 잡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A형 기업의 경우엔 주가의 저점을 예측하지 말고 일단 사 모으는 것이 좋습니다. B형 기업은 앞서 제가 말한 대로 남들이 얘기하지 않을 때, 관심이 없을 때 산 후 인기를 끌기 시작할 땐 결별하는 것이 좋고요. C형 기업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합니다.       A형 기업이나 좋은 기업을 찾는 방법은 뭘까요. 기업가치가 꾸준히 상승세여야 하겠죠. 그러려면 이익의 질이 높아야 합니다. 따라서 이익이 지속가능한지, 이익이 예측 가능한지, 이익의 변동성이 낮은지, 이익이 확장 가능한지 등 이 4가지를 따졌을 때 높은 값을 만들어 내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자 A형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업의 예시를 들자면 어떤 곳이 있을까요. 솔직히 해외 주식시장 대비 한국에는 A형 기업이 많진 않습니다만, 그 중에서 꼽는 기업으로는 카카오와 현대모비스가 있습니다. 카카오는 ‘고객이 쉽게 떠나지 못하는 기업이자 고객의 삶을 지탱하고, 고객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업으로 보입니다. 고객이 떠나지 못하는 기업은 사업 모델을 마음껏 해볼 수 있어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춰 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전이 좋죠. 또 현대모비스는 ‘고객이 누적된다’는 점에서 좋은 기업으로 꼽습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를 비교해서 얘기해볼게요. 예컨대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1000만대를 팔았다가 올해 경기가 안 좋아서 500만대밖에 팔지 못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고요. 그럼 경영성과가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000만 고객과 올해 500만 고객을 모두 더한 1500만 고객을 대상으로 부품을 팔게 됩니다. 부품은 소모품이니 현대차를 산 고객 모두가 누적되는 셈이란 거죠. 현대자동차는 차를 팔아야만 실적이 좋아지는 것이지만 현대모비스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이처럼 현대모비스는 누적 수요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유망한 기업으로 꼽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   “반도체 산업 재편 가능성, 삼성전자 비전 밝지 않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내 펀드 상품에서는 삼성전자를 다루지 않는데요.  물론 삼성전자는 참 좋은 기업이고 앞으로도 좋은 기업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다만 우리는 회사 정체성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회사 펀드에 삼성전자를 넣지 않았습니다. 우리 회사의 정체성은 ‘미래 성장의 꿈을 담아내는 액티브 펀드의 명가’입니다. 평균 지수 이상의 좋은 펀드를 찾아내기 위함이 정체성인데요. 삼성전자는 이미 한국 주식시장 평균값의 4분의 1을 만들어 내는 힘이 있어서 결국 삼성전자를 사는 것은 종합주가지수를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고객들이 우리 회사에 자금을 맡긴 이유는 지수 평균 이상에서 성과를 보답해달라는 의미로 여기기 때문에 삼성전자보다 더 큰 수익을 줄 수 있는 기업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반도체와 삼성전자를 보는 개인적 견해 때문도 있습니다. 먼저 저는 반도체 산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서 변동성이 커서 그리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반도체 산업은 회사 이익을 계속 내기 위한 재투자 규모가 비교적 큽니다. 기술적 경쟁이 심한 산업인 만큼 재투자 규모가 상당히 큰데요, 보통 이익의 50~70% 정도를 재투자 비용으로 씁니다. 예컨대 증권회사는 그냥 앉아서 돈을 버는 것과 대조적이죠. 게임기업은 대략 10% 정도, 플랫폼기업은 15~20% 정도가 재투자 비용입니다.     반도체 산업에서의 삼성전자의 비전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반도체 산업 내에서 삼성전자가 잘하는 분야의 비전이 썩 밝진 않아 보입니다. 과거 반도체 역사에서 1세대는 컴퓨터와 노트북의 시대였고, 이땐 ‘인텔’의 역사였습니다. 이후 2세대 스마트폰 시대엔 아주 작은 저전력 초소형의 미세공정 반도체가 필요했습니다. 이때가 ‘삼성전자’의 시대가 도래한 시기죠. 그런데 향후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앞으로는 사물인터넷(IoT)과 함께 데이터센터·5G·인공지능·자율주행 등의 산업이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오히려 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로 접어들어야 할 겁니다. 30나노·40나노·100나노 등 아주 다양한 크기의 반도체가 필요하게 될 거에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작은 반도체만 필요하진 않을 것이라는 거죠.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소품종을 생산하는 기업이라서 조금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견해이고요. 앞으로의 반도체 산업은 팹리스·파운드리 등으로 힘의 추가 이동하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   “자율주행 OS 선점하면 브랜드 넘어 국내외 생태계 거머쥘 것”     최근 눈여겨보는 국내외 섹터나 종목이 있으신가요. ‘모바일·디지털·네트워크’를 아우르는 해외 기업들의 행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2008년에 모바일·디지털·네트워크 업계가 떠오르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의 흐름이 많이 바뀌었어요. 시가총액 1000조원 이상 기업들도 등장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은 50년에서 길게는 100년까지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애플·아마존·알리바바 등의 기업은 앞으로도 매우 유망하게 보고 있습니다. 추가로 IoT 시장과 자율주행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새로운 역사는 ‘스마트 모빌리티’로 표현되는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시작될 것 같아요. 추후 자율주행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OS를 점하는 곳은 브랜드가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를 거머쥐는 거대한 기업으로 떠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IoT나 자율주행과 관련한 국내 주식 시장 전망은 어떤가요. 앞으로는 데이터 싸움이 시장을 좌우할 텐데요. 일단 한국은 데이터의 양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가 5000만명분의 데이터 활용이 가능하다면 미국(영어권)과 중국은 수십억명 이상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데이터 양도 적지만 규제도 심하다는 것입니다. 국내 유망 기업들을 성장시켜 시장에서 부상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불리한 데이터 양과 규제까지 더해지니 참 갑갑한 현실입니다. 다만 하드웨어를 만드는 산업 분야에서는 여전히 한국은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기에너지가 구동에너지로 작동하려면 전자적 장치가 필요한데, 특히 LG전자가 이것을 개발해내는 강한 DNA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2021-06-07

미중 패권 경쟁의 급소, 반도체

지난 4월 12일 미국 백악관은 세계 주요 반도체와 IT 기업 대표들을 초대해 화상회의를 열었다.   대통령이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바뀌었지만, 중국의 첨단 산업, 특히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트럼프처럼 거칠게 표현하지 않을 뿐, 바이든 역시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각) 삼성전자, TSMC 등 19개 세계 주요 반도체와 자동차, IT 기업 대표들을 초대해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웨이퍼를 손에 들고 “이 반도체 칩 웨이퍼, 배터리와 광대역망이 모두 인프라”라며 “우리는 어제의 인프라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한 기업인들에게는 “우리의 경쟁력이 여러분의 투자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반도체, 희토류, 의료장비,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부품소재 공급망을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반도체 칩을 들어 보이는 장면을 연출했다.     미국이 지속해서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다. 말뿐이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4월 1일 발표한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에는 반도체에 대한 500억 달러 투자가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는다.       ━   놓은 적 없는 반도체 주도권 되찾겠다는 미국     미국이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은 사실 좀 어색하다. 미국은 반도체의 주도권을 놓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서버의 핵심인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은 인텔이 지배하고, AMD가 쫓아간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애플과 퀄컴이 주도한다. AI나 자율주행을 위한 첨단 반도체를 설계하는 인재도 미국에 몰려 있다. 반도체 제조 장비 역시 고부가 제품은 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소프트웨어 역시 미국 제품이 시장 표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점한 메모리와, 대만 TSMC가 선도하는 반도체 위탁생산, 즉 파운드리 정도가 미국이 주도하지 못하는 분야다. 그런데 따져 보면 삼성전자가 메모리 분야 지배력을 앞세워 세계 1~2위를 다투는 반도체 기업이 되었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30% 정도이다. TSMC는 미국 기업들이 번거로운 생산을 외주하고 핵심 경쟁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기본적으로 미국이 비용이나 수익성 등의 이유로 하지 않으려는 분야에서 한국과 대만 기업이 기회를 잡은 것으로 봐야 한다.     이 같은 구도를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분업 체계를 유지해 왔다. 설계와 디자인은 미국이, 장비와 부품소재는 미국과 일본, 유럽이 주도하고 생산은 한국과 대만에서 주로 이뤄진다. 시스템반도체는 미국과 유럽이,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이 주로 담당한다. 이렇게 생산된 반도체는 중국의 제조 공장으로 가 전자 제품의 일부가 되어 다시 세계 시장에 퍼진다.     굳건해 보이던 글로벌 반도체 분업 체계는 요즘 흔들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정책은 결국 현재 반도체 산업의 구조를 바꾸어 미국 안에서 더 많은 생산이 일어나게 하겠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   분업의 효율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일까?       삼성전자나 TSMC가 업계 수요에 부응해 생산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공정 기술력의 격차가 추격하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졌다. 이들 기업이 5나노 공정을 돌리는 동안, 미국 반도체 기술력의 상징이던 인텔의 공정은 10나노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반도체 생산 능력의 70%가 대만, 한국 등 동아시아에 집중되면서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관리에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코로나19는 이런 불안을 현실화했다. 평시에는 큰 힘을 발휘한 반도체 산업의 효율적 분업 체계는 팬데믹으로 교역과 이동에 문제가 생기자 곧 삐걱거렸다.     지난 4월 13일 반도체 수급난에 가동이 멈춘 현대차 아산공장 모습 최근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품귀 현상이 대표 사례다. 코로나19로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줄였다. 그러다 작년 하반기 자동차 수요가 예상외로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반도체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이나 PC 등 이미 들어온 다른 분야 주문을 처리하느라 차량용 제품으로 라인을 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지는 않는 분야인데도 품귀 사태에 속수무책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유행 초기 마스크조차 제대로 만들기 어려워하던 선진국의 민낯에 스스로도 놀라던 참이었다. 현대 산업의 기초 반도체를 어느 정도는 자국에서 생산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더 큰 문제는 중국     물론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대통령 재임 때 이뤄진 화웨이나 ZTE,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에 대한 교역 금지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방국가의 반도체 기업에 미국 투자를 권유하며 미국 중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참여하라고 옆구리를 찌르고 있다. 반도체 생산 능력이 중국의 영향이 강한 아시아에 몰린 현재 상태가 불안해서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인텔은 최근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나아가 중국이 인공지능, 5G, 모바일 서비스, 전기차 등의 분야에서 ‘굴기’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현대의 패권 국가가 지켜야 할 영역이 자유 무역을 위한 국제 질서와 안보뿐 아니라 디지털 세계의 질서로까지 확장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5G 망과 인공지능 등의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기면 미국, 나아가 자유 세계는 심각한 사이버 안보 위협에 직면하고, 미래 경제의 핵심 경쟁력을 잃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5G 통신망과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위챗이나 틱톡 등 성공적 모바일 서비스를 앞세워 거침없이 확장하는 중국을 견제할 가장 좋은 방법이 반도체다. 반도체 없이는 이들 기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더구나 아낌없는 투자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아직 세계 수준에 많이 못 미친다. 바이든 대통령은 2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의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공급망을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반도체 산업이 미중〮 양국이 만들어내는 국제 정세의 격랑 속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 변화는 앞으로 상당 기간 세계의 흐름을 좌우할 중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올 수도 있다. 단지 미국 현지에 반도체 라인 건축 투자를 할 것이냐의 문제를 넘어서는 결정을 해야 할 수도 있다.    

20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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