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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까지 반도체 공장 29개 지어진다...장비 투자만 160조원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공장 증설을 발표하고 나섰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내년까지 새로 착공할 반도체 팹(생산시설)만 29곳이다.    공장에 투입되는 반도체 장비 투자 금액이 1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반도체 장비 시장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23일 SEMI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통신과 컴퓨팅,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높은 수요에 따라 올해 말까지 19개 반도체 신규 팹이 착공하고 내년 10곳이 추가로 착공한다.   신규 팹 중 절반 이상인 15개 팹이 반도체 위탁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 공장이다. 메모리 반도체 신규 팹은 4개 규모가 될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지어지면 이에 투입될 장비 수요도 많이 늘어난다. SEMI는 신설되는 29개 팹에 대한 반도체 장비 투자액이 1400억달러(약 159조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지역별로는 중국·대만이 1위·미국 2위     지역별로는 중국과 대만에 반도체 팹이 각각 8개 지어지고 북미 6개, 유럽·중동 3개, 일본과 한국에 각각 2개의 공장이 신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팹 착공 후 반도체 장비 설치까지는 보통 2년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도체 장비 설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생산 시설 확대는 급증하는 반도체 수요와 시장 성장세에서 비롯됐다. 올 초부터 자동차 반도체로 시작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스마트폰과 PC, 가전 등 다른 산업계로 이어지며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각국 정부까지 나서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에 나서자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잇따라 대규모 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하자,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반도체 시장 성장 전망치를 24%로 높였다.     세계 반도체 1위인 미국 인텔뿐 아니라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 2위인 삼성전자 역시 생산 시설 확대를 발표한 상태다.    인텔은 지난 3월 200억 달러(약 22조6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 2곳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난 6월 17일에는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연내 미국, 유럽에서 추가로 ‘메가팹(초대형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TSMC는 지난달 120억달러(약 13조4000억원)가 투입되는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 생산라인 착공을 시작했다. TSMC는 애리조나에 5나노 생산라인을 포함해 최대 6개의 라인을 지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입해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할 계획을 내놨다. 현재 반도체 공장이 있는 텍사스 오스틴을 비롯한 애리조나, 뉴욕 등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 파운드리도 이날 싱가포르에 4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신규 반도체 공장을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2021-06-23

[재계 ‘아메리칸 드림’①]'45조' 한·미 경제동맹 중심에 선 반도체

    ‘400억 달러(45조원) 투자’. 한국 4대 그룹이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내놓은 결과물이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0조원이 반도체에 투입된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패권전쟁에 나서며 반도체 공급망 자립화에 속도를 내자, 반도체가 한·미 경제동맹의 주축이 됐다.     미국 정부 역시 반도체가 경제동맹의 핵심임을 표명했다.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21일 미국 상무부 커머스 리서치 라이브러리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말미에 “모든 산업 분야의 핵심 근간은 반도체이며, 반도체 공급망의 취약성 극복이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특히 삼성전자의 투자에 환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반도체 투자액만 20조원       2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확정 지은 투자액은 20조원 규모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19조원)를 투입해 미국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정부의 K반도체 전략에 맞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내 파운드리 신규 공장 투자 계획 역시 확정했다. 170억 달러(약 19조원)는 삼성전자의 해외 단일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양국 경제에 기여하고,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통해 미국 기업과 동반성장하며 혁신에 활로를 찾겠다”고 말했다.    신규 파운드리 후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텍사스주 오스틴시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파운드리 후보지로 오스틴시 외에 뉴욕주 제니시 카운티와 애리조나 피닉스 등 총 3곳을 검토해왔다.    연초 삼성전자가 오스틴시에 1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 증설 투자 조건으로 25년 동안 8억547만 달러(9000억원) 규모의 세금을 감면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알려지면서 오스틴지는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존 공장이 있고 부지도 갖춰진 만큼 1순위로 꼽혀왔다.   삼성전자의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는 5㎚(나노) 극자외선(EUV) 기반 첨단공정 라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해외에 5나노 공정의 초미세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오스틴 공장은 현재 1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이번 투자로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등 다양한 이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투자가 이뤄지면 최소 1800개가 넘는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경제적 효과가 8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삼성, 5나노 첨단공정 파운드리로 미국 시장 정조준      정상회담에서 ‘반도체’가 경제동맹의 중심에 선 이유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자립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올해 초 ‘반도체 굴기’를 공식화하며 중국 견제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12일 ‘반도체 대응 CEO 화상 정상회의’를 개최해 "미국이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2조3000억 달러(약 2589조원)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반도체를 미국의 기반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공식화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 증설까지 2~3년이 걸리는 만큼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몇 해 전부터 미국 내 투자를 계획해왔다"며 "미국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기업의 투자 확정을 이끌어 낸 것은 반도체 및 기술 분야에서의 '反 중국 동맹 강화' 차원"이라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생산은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 점유율만 낮을 뿐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장비 등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15대 반도체 업체 중 8개가 미국 회사다. 하지만 대부분이 반도체 설계를 중심으로 하는 ‘팹리스’ 회사라 반도체 생산에서는 뒤쳐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에는 약 30개 기업들이 반도체를 생산했으나 반도체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기술이 고도화 되면서 TSMC(대만), 삼성(한국), 인텔(미국) 등 3개 기업만 살아남았다. 하지만 인텔은 삼성전자와 TSMC에 비해 생산 공정기술이 떨어진다. 최근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유다.    TSMC 역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다. TSMC는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짓기로 한 공장을 기존 1곳(약 11조~13조 원)에서 6곳(40조5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최근엔 투자금을 늘려 3나노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외신의 보도도 나왔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로 미국 내 파운드리 수요를 확보해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미세공정 파운드리로 시스템 반도체 중심인 미국 반도체 기업과 글로벌 IT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를 확보할 기회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인 SK하이닉스는 10억 달러(1조1100억원)를 들여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낸드플래시 연구개발(R&D) 거점을 신설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인텔 낸드 사업부문 인수를 확정 하며 메모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아직 미국 내 생산 시설이 없는 SK하이닉스는 이번 R&D 센터 건립을 계기로 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에 합류했다. 미국 기업들도 우리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소부장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화학기업 듀폰은 EUV용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원 천기술 개발을 위한 R&D센터를 한국에 설립해 반도체 공급망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2021-05-25

[증시 이슈] 삼성전자, 정상 회담 앞두고 '8만 전자' 재등극

    최근 고전하던 삼성전자 주가가 21일 상승세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10시 17분 기준 전일보다 2.39%(1900원) 올라 8만1300원으로 ‘8만전자’를 되찾았다. 뉴욕 증시 반등과 미국 반도체 회동으로 인한 투자 기대감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공급망 안전화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주재했다. 이번 회의에는 삼성전자, 대만 TSMC, 인텔, 구글 아마존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전후해 약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외신은 현재 오스틴 공장 증설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르면 올해 3분기 착공에 들어가 2024년 완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전망치가 밝다는 점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업종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이날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전체 매출액이 내년 204조원(1804억 달러)로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쓸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2018년 반도체 호황 당시 매출 약 185조원(1633억달러)을 넘는 수치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주가도 상승세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오전 전일보다 1.63%(2000원) 오른 12만4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홍다원 인턴기자 hong.dawon@joongang.co.kr  

2021-05-21

미중 패권 경쟁의 급소, 반도체

지난 4월 12일 미국 백악관은 세계 주요 반도체와 IT 기업 대표들을 초대해 화상회의를 열었다.   대통령이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바뀌었지만, 중국의 첨단 산업, 특히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트럼프처럼 거칠게 표현하지 않을 뿐, 바이든 역시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각) 삼성전자, TSMC 등 19개 세계 주요 반도체와 자동차, IT 기업 대표들을 초대해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웨이퍼를 손에 들고 “이 반도체 칩 웨이퍼, 배터리와 광대역망이 모두 인프라”라며 “우리는 어제의 인프라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한 기업인들에게는 “우리의 경쟁력이 여러분의 투자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반도체, 희토류, 의료장비,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부품소재 공급망을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반도체 칩을 들어 보이는 장면을 연출했다.     미국이 지속해서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다. 말뿐이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4월 1일 발표한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에는 반도체에 대한 500억 달러 투자가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는다.       ━   놓은 적 없는 반도체 주도권 되찾겠다는 미국     미국이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은 사실 좀 어색하다. 미국은 반도체의 주도권을 놓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서버의 핵심인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은 인텔이 지배하고, AMD가 쫓아간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애플과 퀄컴이 주도한다. AI나 자율주행을 위한 첨단 반도체를 설계하는 인재도 미국에 몰려 있다. 반도체 제조 장비 역시 고부가 제품은 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소프트웨어 역시 미국 제품이 시장 표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점한 메모리와, 대만 TSMC가 선도하는 반도체 위탁생산, 즉 파운드리 정도가 미국이 주도하지 못하는 분야다. 그런데 따져 보면 삼성전자가 메모리 분야 지배력을 앞세워 세계 1~2위를 다투는 반도체 기업이 되었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30% 정도이다. TSMC는 미국 기업들이 번거로운 생산을 외주하고 핵심 경쟁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기본적으로 미국이 비용이나 수익성 등의 이유로 하지 않으려는 분야에서 한국과 대만 기업이 기회를 잡은 것으로 봐야 한다.     이 같은 구도를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분업 체계를 유지해 왔다. 설계와 디자인은 미국이, 장비와 부품소재는 미국과 일본, 유럽이 주도하고 생산은 한국과 대만에서 주로 이뤄진다. 시스템반도체는 미국과 유럽이,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이 주로 담당한다. 이렇게 생산된 반도체는 중국의 제조 공장으로 가 전자 제품의 일부가 되어 다시 세계 시장에 퍼진다.     굳건해 보이던 글로벌 반도체 분업 체계는 요즘 흔들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정책은 결국 현재 반도체 산업의 구조를 바꾸어 미국 안에서 더 많은 생산이 일어나게 하겠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   분업의 효율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일까?       삼성전자나 TSMC가 업계 수요에 부응해 생산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공정 기술력의 격차가 추격하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졌다. 이들 기업이 5나노 공정을 돌리는 동안, 미국 반도체 기술력의 상징이던 인텔의 공정은 10나노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반도체 생산 능력의 70%가 대만, 한국 등 동아시아에 집중되면서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관리에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코로나19는 이런 불안을 현실화했다. 평시에는 큰 힘을 발휘한 반도체 산업의 효율적 분업 체계는 팬데믹으로 교역과 이동에 문제가 생기자 곧 삐걱거렸다.     지난 4월 13일 반도체 수급난에 가동이 멈춘 현대차 아산공장 모습 최근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품귀 현상이 대표 사례다. 코로나19로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줄였다. 그러다 작년 하반기 자동차 수요가 예상외로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반도체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이나 PC 등 이미 들어온 다른 분야 주문을 처리하느라 차량용 제품으로 라인을 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지는 않는 분야인데도 품귀 사태에 속수무책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유행 초기 마스크조차 제대로 만들기 어려워하던 선진국의 민낯에 스스로도 놀라던 참이었다. 현대 산업의 기초 반도체를 어느 정도는 자국에서 생산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더 큰 문제는 중국     물론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대통령 재임 때 이뤄진 화웨이나 ZTE,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에 대한 교역 금지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방국가의 반도체 기업에 미국 투자를 권유하며 미국 중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참여하라고 옆구리를 찌르고 있다. 반도체 생산 능력이 중국의 영향이 강한 아시아에 몰린 현재 상태가 불안해서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인텔은 최근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나아가 중국이 인공지능, 5G, 모바일 서비스, 전기차 등의 분야에서 ‘굴기’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현대의 패권 국가가 지켜야 할 영역이 자유 무역을 위한 국제 질서와 안보뿐 아니라 디지털 세계의 질서로까지 확장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5G 망과 인공지능 등의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기면 미국, 나아가 자유 세계는 심각한 사이버 안보 위협에 직면하고, 미래 경제의 핵심 경쟁력을 잃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5G 통신망과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위챗이나 틱톡 등 성공적 모바일 서비스를 앞세워 거침없이 확장하는 중국을 견제할 가장 좋은 방법이 반도체다. 반도체 없이는 이들 기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더구나 아낌없는 투자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아직 세계 수준에 많이 못 미친다. 바이든 대통령은 2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의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공급망을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반도체 산업이 미중〮 양국이 만들어내는 국제 정세의 격랑 속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 변화는 앞으로 상당 기간 세계의 흐름을 좌우할 중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올 수도 있다. 단지 미국 현지에 반도체 라인 건축 투자를 할 것이냐의 문제를 넘어서는 결정을 해야 할 수도 있다.    

20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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