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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박스피, 지금이 배당주 투자 적기 [이종우 증시 맥짚기]

      금리가 시장의 관심권 내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다. 우리는 실제 금리 인상이 이뤄졌다. 한국은행이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0.75%에서 1.0%로 인상했다. 1년 8개월 만에 0%대 금리가 끝난 건데, 앞으로 계획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내년 1분기에 또 한 번의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도 금리 인상이 공론화됐다. 계기는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제도이사회(Fed, 연준)가 금리 인상을 언급해서다. 연준 의장이 지난 22일 연임이 확정된 후 가졌던 기자회견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굳어지지 않도록 쓸 수 있는 수단을 모두 쓸 거라고 얘기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기에 연준 내에서 매파로 알려진 브레이너드 이사가 차기 부의장으로 지명된 사실까지 겹쳐 금리 인상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또 하나는 11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다. 인플레가 일시적이라는 평가를 유지했지만 이전보다 지속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언급도 있었다. 공급 병목현상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높아져 높은 인플레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인플레를 막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을 가속화하는 건 물론 금리 인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언급도 있었다. 금리 인상이 정식으로 거론된 것이다.     그 영향으로 연방선물기금으로 추정한 내년도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예상 횟수가 2.8회로 올라왔다. 올 상반기만 해도 예상 횟수가 1회를 넘지 않았다. 내년에 금리를 세 번 인상하면 미국 기준금리가 0%대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가 되는데 시장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   오미크론 우려감에 세계 주식시장과 원자재시장 급락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2% 상승했다. 에너지와 식품처럼 변동성이 큰 부분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4% 넘게 올랐다. 모두 지난 1990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반면 주간 실업수당청구 건수 등 고용지표는 개선됐다. 그동안 연준은 평균 물가상승률이 2%를 넘고, 고용이 안정될 경우 금리 인상을 생각해 보겠다고 얘기해 왔다. 수치만 보면 두 개 조건 모두가 충족된 셈이므로 금리 인상을 얘기해도 이상할 게 없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0.5%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시각이 있지만 그렇게 볼 게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은 낮은 금리와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 공급이다. 금리를 내린 폭이나 돈을 푼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대단히 빠른 주가 상승이 이루어졌다. 금리 인상은 상승 동력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된다. 지금처럼 높은 주가에서는 상승 동력이 조금만 약해져도 시장이 요동을 칠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에 대한 우려로 세계 주식시장과 원자재시장이 급락했다. 사안이 본격화된 첫날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식시장이 4% 넘게 하락했고, 미국도 2% 이상 떨어진 걸 보면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시장이 단기에 크게 하락하는 걸 봤기 때문에 시장이 이렇게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도 하나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코로나19로 크게 떨어진 주가는 빠르게 회복돼 몇 달 후에 질병 발생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 됐다. 투자자들은 경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질병의 공포가 사라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굉장한 반응이 일어난 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외에 다른 부분이 작동한 결과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높은 가격이 공포를 키웠다. 주가가 높아 불안한 상태에서 악재가 발생하자 격한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델타 바이러스가 처음 유행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델타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 인도에서부터다. 델타바이러스가 직전에 유행했던 알파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64%나 높아 조만간 우세종이 될 거란 전망이 많았으므로 지금과 유사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주가가 별달리 반응하지 않았었다. 코로나19로 하락했던 주식시장이 1차 반등한 후 숨 고르기를 하고 있을 때여서 주가가 높지 않았던 게 바이러스 공포를 이겨내는 역할을 했다. 실제로 당시 코스피는 델타바이러스 유행에도 불구하고 11월에 상승을 시작해 두 달 만에 1000포인트가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다. 상황의 심각성은 바이러스에 있지 않다. 유동성의 힘으로 주식을 비롯해 암호화폐, 부동산, 원자재까지 모든 가격이 다 올랐다. 이 상황이 정리되지 않으면 변이 바이러스가 아니어도 시장을 괴롭힐 요인은 언제나 나올 수 있다.       ━   지난해 상장기업 현금배당금 처음으로 41조원 넘어    코스피200 지수에 속한 200개 종목 중 2014년부터 지금까지 지수에 포함된 기업 수는 183개다. 지난해 이들 기업의 순이익을 합친 숫자가 79조20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181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이들 기업은 순이익의 27%를 배당에 썼다. 이 숫자를 올해 발생할 거로 예상되는 이익에 곱하면 코스피200 종목의 배당금이 50조 원으로 늘어난다. 코스피가 두 달간 상하 100포인트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좁은 폭 내에 갇혀 있음을 감안할 때 12월은 배당 투자를 하기 좋은 기간이 될 수 있다. 한 달 사이에 배당투자의 결실을 얻을 수 있고, 올해 많은 배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코스피가 60% 넘게 상승하는 동안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은 30%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 배당주의 수익률은 더 낮아 10%대 중반이었다. 이렇게 성적이 좋지 않았던 건 배당을 많이 주는 전통주식의 주가가 오르지 못했고, 시장 주도권이 성장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성장주는 현재 이익보다 미래 이익을 바탕으로 주가가 움직이므로 배당이 주가를 움직이는 역할을 하기 힘들다.   앞으로는 다른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배당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장기업의 현금배당금이 처음으로 41조원을 넘었다. 2014년에 15조원 정도였던 배당금이 짧은 시간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건데 올해는 그 추세가 더 강해질 전망이다. 코스피200 기업만 순이익이 18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국내 상장 기업의 배당 성향이 과거보다 안정됐다는 점도 배당의 매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국내 기업의 이익 처분 성향을 보면 당기 순이익의 1/3은 유보, 1/3은 투자, 1/3은 배당의 형태로 쓰이고 있다.   주식을 사서 평생 팔지 않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배당밖에 없다. 주식시장이 이익에 목을 매는 것도 배당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익이 많이 난 회사가 배당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배당투자를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실적이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야만 배당을 많이 줄 수 있어서인데, 연말에 배당투자를 하기 전에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실적을 알 수 있으므로 이를 참고해 투자 종목을 선발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배당투자 코스피 세계 주식시장 유럽 주식시장 금리 인상

2021-11-30

제한된 자금 앞당겨 써버린 개인투자자, '쉼표'도 전략이다 [이종우 증시 맥짚기]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6개 주요국 통화(유로, 엔, 파운드, 달러, 크로네, 프랑)대비 달러화 위상을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가 96을 넘었다. 지난 6월 90 밑으로 떨어져 달러가 기조적으로 약세가 되는 게 아닌가 우려했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5개월 사이에 달러가 7% 넘게 절상된 건데, 현재 달러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달러가 이렇게 강해진 건 다른 통화가 약해져서다. 특히 유로화 약세가 심한데,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유행하면서 경기 회복이 미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점이 유로화의 발목을 잡았다.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은 것도 달러를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경제는 올해 6%대, 내년에도 4%대 중반의 성장을 할 걸로 전망되고 있다. 빠르면 내년에 한두 번 금리 인상이 있을 건데 일본, 유럽 등이 금리 인상을 생각도 못 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달러가 강해지는 게 이해가 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선순환하고 있는 점도 달러를 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미국이 전 세계 경제와 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게 되면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으로 몰리게 되므로 달러는 자연적으로 강해지게 된다.     환율은 한번 방향이 정해지면 일정 기간 유지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번 추세적인 절상이나 절하가 시작되면 최소 10% 정도는 그 방향으로 움직였는데, 이 사례를 지금 달러에 적용해 보면 달러인덱스가 100을 넘을 때까지 강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   달러 강세에도 외국인이 매도를 늘리진 않아   달러가 강해질 때마다 시장에서는 두 가지 걱정이 제기된다. 하나는 신흥국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 미국으로 들어가지 않겠냐는 우려다. 요즘처럼 신흥국들이 높은 물가로 고통을 받고 있는 때에는 그 경향이 더 심해진다. 인플레이션과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 신흥국이 금리를 계속 올릴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경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타당성 있는 생각이지만 아직 그 단계까지 발전하지는 않았다.     최근 달러가 강해졌지만 그래도 팬데믹 직후보다는 덜하다. 당시는 달러와 함께 엔화 등 상당수 선진국 통화가 강세가 됐는데, 질병으로 세상이 어렵다 보니 안전 자산을 더 많이 가지고 있겠다는 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지금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촉발할 정도가 아니다. 엔화가 이를 잘 보여주는데 엔·달러 환율이 114엔까지 올라왔다.    엔화는 반대로 약해졌는데, 지금 환율 강세는 달러만의 문제이지 다른 선진국 통화에는 적용되지 않는 사안이다. 환율이 자산선택을 바꾸는 역할을 하려면 달러가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지금은 지난해의 ‘경기위축 속 안전자산 선호’와 달리 ‘경기 호조 속에 통화정책 차별화’가 국제 환율을 움직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달러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자금 이동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우려는 외국인 매도다. 달러가 강해지면 원화는 반대로 약해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내다 판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잘못된 인식일 뿐 현실이 된 경우가 거의 없다. 과거 원화가 약세일 때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 판 경우가 있지만, 이는 원화 약세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통화가 약세가 된다는 건 해당 국가의 경제가 좋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경제가 좋지 않으면 주식시장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피하려는 것이다.     외국인이 우리 시장에 들어올 때 가장 관심을 두는 건 주가다. 앞으로 주식시장이 좋을 것으로 판단되면 주식을 사들이지만 전망이 좋지 않으면 반대로 내다 판다. 주가는 하루에 최대 30% 움직일 수 있는 반면 원화는 아무리 크게 변해도 1%를 넘지 않는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변동 폭이 더 큰 주가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환율은 외국인이 들고 나는데 부차적인 근거일 수밖에 없다.       ━   3분기 기업 이익 전망치 예상보다 12조원 줄어     코스피가 100포인트 사이에 갇혀버렸다. 2900 부근에 도달하면 강하게 반등하고, 반대로 3000을 넘으면 갑자기 힘이 빠져 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주가가 너무 좁은 폭 내에서 움직이다 보니 현재 박스권만으로는 시장 변동성을 담기 힘들다. 조만간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고 나올 걸로 보이는데, 이는 박스권의 폭을 넓히는 작업일 뿐 주가의 방향을 바꾸는 일은 아니다.   만약 박스권을 뚫고 나온다면 방향은 위가 될 것이다. 2900에서 하락이 여러 차례 막히면서 지지선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 이제는 어지간한 악재를 견딜 수 있을 만큼 힘이 쌓인 상태여서 주가의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가는 떨어지지 않으면 오르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3000을 뚫고 올라가도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3000을 뚫고 올라가면 3100에서 또 걸리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이 힘을 내지 못하면서 수급의 역할이 커졌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조금만 사거나 팔면 코스피가 크게 상승하거나 떨어지는 벌어지고 있다. 매수 편에 서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인데 시장의 방향이 정해질 때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루 2조원 가까운 매물을 거뜬히 소화해 내던 1년 전의 개인투자자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떤 주식도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주가가 단기에 크게 떨어진 종목을 중심으로 반등을 노리는 매수 이외에는 대응 방안이 없는 상태다. 그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내년에 이익이 좋아지는 업종을 고르는 것이다. 올해는 시장 전체적으로 이익이 좋았다. 2018년을 넘어 연간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릴 걸로 전망되는데, 이익 증가율이 높은 만큼 특정 업종이 실적이 좋아도 주목받지 못했다.    내년은 다르다. 영업이익이 9%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 숫자의 신빙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3분기 이익 발표와 함께 이익 전망치가 12조 정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이익이 괜찮은 업종이 상대적으로 각광 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업종으로 정보통신(IT), 자동차, 건설, 은행 등을 꼽고 있다.     지금 당장 투자에 나서는 것보다 시장의 방향이 잡히고 난 후에 대응하는 게 좋다. 시장의 방향이 모호한 상태에서 투자를 늘리다 보면 정작 주식을 살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개인투자자는 제한된 자금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데 이를 앞당겨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면 시장을 주도하는 종목이 아닌 부수적인 종목을 들고 쳐다만 봐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지금은 ‘쉬는 것도 투자’라는 생각이 필요한 시간이다. 1년 사이에 주식시장이 크게 변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글로벌 금융시장 달러화 강세 외국인 매도 1612호(20211129)

2021-11-23

코스피 지지선 2900 무너지나? 가능성은 적어 [이종우 증시 맥짚기]

      테슬라 주가는 테슬라 한 종목만의 일이 아니다. 주가 흐름이 다른 주식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으로 따지면 삼성전자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해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힘든 수준이 되면 투자자들은 가격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된다. 주식을 샀다가 고점에서 물리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데, 그럴수록 믿을 수 있는 주식으로 더 몰리게 된다. 지금 미국 시장에서는 애플, 구글, 아마존이 그에 해당한다. 탄탄한 사업 기반을 가지고 있어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투자자들이 믿기 때문이다.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성장성이 높은 기업도 매수 대상이 된다. 앞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고주가 부담이 빠르게 해소될 거라 믿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두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이미 탄탄한 기반을 구축했고, 여기에 성장성까지 구비해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나스닥도 테슬라 같은 성장주가 시장 이끌어   10월 13일 이후 지난 12일까지 나스닥 주가는 이런 기대의 반영 과정이었다. 거래일수 2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나스닥 주가 상승률은 8%를 넘는다. 애플, 구글도 동참했지만, 테슬라는 이 기간에 28%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마땅히 선택할 주식이 없으면 성장주로 간다는 과거 사례가 이번에도 적용된 것이다.     테슬라는 여러 각도의 해석이 가능한 주식이다. 좋게 보는 입장에서는 앞으로 전기차로 이동수단이 바뀌는 건 피할 수 없는 대세인데, 테슬라가 선도기업인 만큼 주가가 올라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에는 주가가 높아도 앞으로 이익이 늘어날 걸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반대로 나쁘게 보는 입장에서는 아직 전기차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지켜보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이 더 커질 경우 자동차 기업들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 포드, 도요타 등 기존 자동차 회사는 길게는 150년, 짧아도 50년 넘게 자동차를 생산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면 테슬라 우위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작게는 테슬라, 크게는 나스닥 시장이 큰 변동성을 가지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 국내 시장도 그 영향에서 떨어져 있을 수 없다.        나스닥의 향배와 관련해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유동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일 때 나스닥지수는 6500 정도였다. 현재는 1만5000을 넘었으니 저점 대비 150%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선진국 주식시장 중 이보다 상승률이 더 높은 곳이 없다. 나스닥이 크게 오르는 데에는 유동성이 역할을 했다. 성장기업이 모여있는 시장이란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기업의 주가는 높은 위험과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그래서 금리가 낮거나 유동성 공급이 늘어나면 주가가 급등하고 반대의 경우 주가가 하락하게 된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9년 말에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통화(M2) 비율이 70.6%였다. 지난해 8월 해당 비율이 94.4%로 상승했다. 8개월 사이에 해당 비율이 무려 23.8%포인트나 급등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2008년 초 51%였던 해당 비율이 2009년 말에 58%로 7%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기보다 코로나19 때에 3배 넘는 돈이 공급된 것이다. 비슷한 지표가 또 있다. 2000년 1월 총통화 수준을 100으로 환산한 미국의 유동성 지수가 2019년 말 328.5에서 2020년 8월에 393.9로 올라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2008년 초 160.8에서 2009년 말 182로 21.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렇게 공급된 돈이 위험자산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금리가 낮으면 돈을 빌려서 투자할 때 치러야 하는 비용이 줄어든다. 그만큼 자금이 고위험군 자산으로 돈이 몰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데 그 대상에 나스닥이 들어가 있었다. 나스닥이 추가로 상승하려면 기업이익 같은 실물요인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이런 뒷받침이 없는 상태에서 저금리와 유동성의 힘이 약해지면 그 힘으로 올라왔던 시장이 가장 먼저 하락하게 되는데 그게 나스닥이다.       ━   매수세 약해 코스피 혼란 상태 당분간 이어져    다행히 코스피는 2900을 밀고 내려가려는 압력을 이겨냈다. 밀어도 밀리지 않으면 반대로 움직인다는 주식시장의 속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2900에 도달할 때마다 주가가 크게 반등했다. 2900의 지지선이 증명된 만큼 코스피가 이 선을 밀려 내려가려면 나스닥이 하락이 먼저 있어야 한다.     코스피가 지지선을 확보했지만, 시장 내부의 혼란은 사라진 건 아니다. 어떤 종목도 꾸준한 상승을 기록하지 못한 채 상승과 하락만 반복하고 있다. 호재 하나가 나오면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단기간에 다시 내려오는 등 투기적인 매매 형태까지 나오고 있다. 대형주가 많이 떨어졌지만 투자자들이 자신감이 부족해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중·소형주에서도 상승 주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의 힘이 약한 만큼 이런 혼란 상태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수급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5000억 정도를 매수하면 주가가 1% 이상 오르고, 반대로 매도하면 1% 이상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매수층이 얇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으로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를 개인투자자가 해결했지만, 지금은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본 데다, 자금 유입도 없어 큰 역할을 하기 힘든 상태다. 한 매매 주체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매매가 쏠릴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 지난해 개인투자자가 하루 2조원 가까운 매물을 해결하던 일이 실제 있었나 의심이 들 정도로 매매가 소강상태가 됐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나스닥 시장 선진국 주식시장 테슬라 주가 1611호(20211115)

2021-11-16

지금은 글로벌 소비재, 게임 등 소비 가치주가 유망 [이종우 증시 맥짚기]

      한국과 미국시장이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미국증시가 크게 오르면 국내 증시도 1% 정도 상승하지만, 미국시장이 소폭 상승에 그치면 우리 시장은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두 시장이 다른 모습이 된 건 시장을 구성하는 핵심 종목이 달라서다. 미국 증시에는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상장돼 있다. 이들은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전체 지수가 상승한다. 우리나라도 네이버, 카카오와 2차 전지, 바이오 기업 등이 있지만,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구체적인 성과 면에서 미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금은 성장을 찾기 힘든 시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발생 직후 각종 정책에 힘입어 높아졌던 성장률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약해지기 시작해 이제는 평년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 성장을 찾기 힘들어질수록 시장은 강한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에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지난해까지 우리나라도 성장 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코로나 19 관련 산업이 높은 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비대면 활성화로 인터넷과 전자 상거래, 바이오, 게임 등이 주목을 받았던 게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이 업종의 상당수가 자기 실력보다 특수의 영향을 봤다는 사실이다. 자체 동력이 약해 질병의 영향력이 줄고, 주가가 올라간 후에 더는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로 변했다.       ━   국내 성장주는 미국보다 불리한 상태   2000년 IT 버블이 터지기 직전 몇 개월도 지금과 비슷한 형태였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20% 넘게 오르는 동안 코스피는 뒤로 후퇴했는데, 당시에는 코스닥이 빈 곳을 메웠다. 지금은 과거와 구도가 다르다. 미국에서 주가가 오르는 종목은 세계적인 지배력과 수익력 검증이 끝난 기업들이다.    코스닥은 정반대다. 아직 기업이 일천해 경쟁력 비교가 어렵다. 지금은 코스닥보다 업종 대표주가 빈 곳을 메우는 게 맞는 상태인데, 국내시장에서는 이들을 성장보다 가치가 좋은 주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국내 시장은 성장이 드문 상태로 바뀌었다. 코로나 19가 발생하고 일시적으로 상황이 역전돼 성장이 흔해졌지만 이제 다시 과거 형태로 돌아갔다. 이런 변화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주가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가가 강세일 때와 약세일 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식이 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가치주와 성장주다. 강세장에서는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잘 올라간다. 반대로 약세장일 때에는 가치주가 강해진다. 지금 미국이 그런 경우다. 주가가 오르면서 애플, 구글 등 성장주를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국내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진정한 성장주를 찾기 힘든 상태다. 2018년과 2020년을 제외하고 코스피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지만, 기업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도 성장주 대두를 가로막은 요인이 됐다. 성장산업이라도 수출 관련 기업의 비중이 높다. 이들의 성장성은 자체적인 능력보다 글로벌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성장주는 지속적인 성장형보다 순환형 성장주에 가깝다. 경기가 좋으면 성장주가 됐다가 경기가 나빠지면 성장주에서 탈락하는 형태다. 기업의 성격이 경기에 의존하다 보니 지금처럼 성장이 둔화되는 시기에는 다수의 탈락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시장도 지난 10년간 성장으로만 일관해 오지 않았다. 처음에 성장주로 시작해 중간에 가치주 우세로 바뀌었다가 다시 성장주로 모이기를 반복하고 있다. 주가가 오를수록 미래에 대한 얘기를 만들 수 있는 종목에 관심이 집중되는데 지금 미국 시장이 그 단계에 들어섰다. 다른 측면에서는 이 사실이 미국시장의 약점이 될 수 있다. 성장주가 꺾일 경우 시장 전체의 상승이 끝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은 세계 최고의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주가도 그만큼 비싸다. 주식시장에서 상승이 막바지에 도달하면 핵심주에 대한 의존도가 강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정책 변화도 한국과 미국의 성장주를 가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성장주는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기업이 본궤도에 진입하지 않아 비용 증가를 견디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부터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을 시행하기로 했다. 금리 인상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이미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11월 중 금리를 한 번 더 올릴 예정이다. 가뜩이나 취약한 국내 성장주의 기반이 더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   가치주 중심의 방어적 투자가 필요     다행히 그동안 성장주보다 일방적으로 밀렸던 국내 가치주가 최근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2018년 이후 3년 만에 반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8년 바이오, 2019년 2차 전지, 2020년 인터넷, 게임, 바이오 등 성장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움직여왔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성장주에 대한 가치주의 상대적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몇 년간 시장이 성장주를 중심으로 움직인 영향으로 성장주와 가치주의 차이가 크게 벌어져 이를 수정하는 작업 역시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투자는 소비 관련 가치주를 중심으로 했으면 한다. 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조만간 정상화된 환경에서 경제활동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만큼 소비가 중요해졌는데, 정상적인 상황에서 어느 정도 수요가 있는지 확인해야만 생산 활동이 정상적으로 재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 활동이 정상화를 되찾으면 IT, 자동차 같은 글로벌 소비재와 게임, 콘텐트, 여행·레저 같은 국내 소비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대형 가치주보다 중소형 가치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기 확장이 끝날 때는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강해진다. 투자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등 시장의 힘이 약해지기 때문인데, 이번은 경기 둔화의 영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작년에 갑자기 큰 폭의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주가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가치주는 회사의 역사가 오래되고 일정 규모의 이익을 내는 종목들이다. 의류, 음식료, 화장품 등 여러 전통기업이 그 부류에 속해있다. 익히 들어온 기업인 만큼 투자 종목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해당 업종 중에서 코스피보다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피해야 한다. 가치주는 성장주처럼 미래에 이익이 급증할 가능성이 없다. 주가가 일정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므로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더 상승하기 힘들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국내 성장주 성장주 대두 우리 시장 1610호(20211108)

2021-11-11

안갯속 증시, 투자 서두르지 말고 상황 지켜봐라 [이종우 증시 맥짚기]

      코스피지수가 3000선 밑으로 떨어졌다. 10월 초 2908까지 떨어진 코스피는 3000선을 회복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다시 하락했다. 이번 하락은 10월보다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내시장이 주요국 주식시장과 다른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런 모양은 주가 상승이 끝나는 시점에 많이 볼 수 있다.    자신의 실력이 모자라 외부의 긍정적 요인도 주가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IT 버블 막바지에도 비슷한 모양이 나타났었다. 당시는 나스닥지수가 4000에서 5050까지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는 1050에서 900으로 떨어진 후 소폭의 등락만을 계속하고 있었다. 국내시장이 경기와 기업실적 둔화에 몰려 미국의 주가 상승을 담을 그릇이 못 됐다.     두 번째 하락은 첫 번째 하락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첫 번째 하락은 시장의 공포심이 커진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가가 실력보다 더 내려가기도 한다. 반면 두 번째 하락을 이전에 한 번 하락을 경험했기 때문에 반응이 약한 경우가 많다. 그런 사실을 무시하고 첫 번째 하락 후 한 달 만에 주가가 다시 떨어졌기 때문에 현재 주식시장이 약하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   4분기 이후 기업실적 우려감에 주가 내려    국내 시장의 힘이 왜 이렇게 약해졌을까. 실적 둔화의 영향이 크다. 코스피, 코스닥 합쳐 200개 넘는 기업이 3분기 실적발표를 마쳤는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0.1%와 67.7% 늘었다. 아직 실적 발표를 마치지 않은 기업까지 포함하면 3분기 상장기업 영업이익 전망치는 67조원으로, 지난 2분기(66조원)보다 조금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는 이익 증가 전망에도 불구하고 하락했다. 3분기 실적이 주가에 반영된 만큼 앞으로는 4분기 이익이 중요한데 이를 확신할 수 없어서다. 시장에서는 3분기 영업이익 67조2000억원을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4분기에 60조4000억원, 내년 1분기는 49조7000억원으로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 수치가 맞는다면 내년 상반기 이익 감소율이 20%를 넘는 건데 이 숫자로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연초 이후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말보다 31% 높아졌다. 지난해 말에 올해 코스피 전체로 100조원의 이익이 날 거로 기대했다면 지금은 해당 수치가 131조원이 됐다는 얘기다. 증가분 31% 중 30%는 상반기에 이익이 늘어난 부분이고, 하반기 증가분은 1%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나라도 상반기가 하반기보다 이익 전망치가 높지만, 우리나라처럼 차이가 심하지 않다. 주요국은 하반기에 5~10% 정도 이익이 늘어날 거로 전망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숫자가 1%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최근 국내시장 약세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기업이익 둔화 가능성은 경제 지표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경기동행지수와 후행지수는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동행지수는 산업생산이나 수출액, 건설기성액, 소매판매액 등 기업 매출과 관련된 지표로 구성돼 있다. 반면 경기후행지수는 고용이나 소비자물가, 금리 등 비용과 관련된 지표의 비중이 높다. 따라서 두 지표의 차이를 보면 앞으로 기업이익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다. 후행지수가 올라가지 않는 상태에서 동행지수가 높아지면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올라가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 반면 동행지수가 내려오고 후행지수가 올라가면 매출이 줄어드는 데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현재는 동행지수 변동치가 하락 반전했지만 후행지수 변동치는 계속 상승하고 있는 상태다.     시장에서는 기업 이익이 나빠지고 있는 이유로 공급 병목현상을 많이 꼽는다. 수요를 충분히 채울 만큼 공급이 늘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이익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이는 이익이 더 날 수 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유보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앞으로 이익이 나빠진다면 매출 감소와 비용 증가 모두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막혀있는 공급요인이 풀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매출을 결정하는 경기 방향까지 바뀌어야 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런 데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기 전망은 계속 둔화되고 있다. 당분간 경제 전망 하락 추세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하락 추세가 경제 심리를 압박해 수출 같은 실물지표를 위축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   하반기 경제성장률 따라 주가 향방 달라질 듯    많은 나라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2분기에 비해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출이 2분기보다 늘었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감소해 성장률이 소폭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이 소비에 주로 나타난 것이다. 그나마 순수출이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올렸지만, 3분기부터 해외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수출증가가 힘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을 거로 보인다. 내년에도 국내경제는 하방 리스크(주가가 떨어짐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우세한 상태다.     미국도 3분기에 2.0%(전기대비연율) 성장하는 데 그쳤다. 시장 예상치 2.6%보다 낮다. 3분기는 1분기 6.3%, 2분기 6.7% 성장 이후 정체된 형국으로 상반기 재정 지원 효과 감소와 델타 변이 코로나 19 확산, 물류 대란을 포함한 공급망 교란을 감안하면 예상됐던 성장이다. 중국도 3분기에 4.9% 성장하는데 그쳤다. 1분기 18.3%, 2분기 7.9%에서 성장률이 급락했다.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이 5% 밑으로 떨어진 건 코로나 19가 한창이던 지난해 2~3분기가 유일하다.     이익 증가율은 경제 성장률을 기업 단위로 나눈 것이다. 개념이 그런 만큼 경기가 나빠질 경우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주가와 경기, 기업실적 사이에는 선후 관계가 존재한다. 주가가 제일 먼저 움직이고, 경제 변수가 변한 후 기업실적이 마지막에 움직이는 게 보통의 경우다. 이 관계에 현재 주식시장을 대입해 보면 주가가 하락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먼저 하락했고, 3분기에 경제 변수가 둔화된 걸 감안하면 4분기부터 기업이익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좋은 상황이 아니다.   지금 주식시장은 기업실적이 끌고 가고 있다. 실적 장세 한복판에 있다는 의미가 되는데, 과거 비슷한 시기의 주가 움직임을 보면 실적 장세가 중반을 지난 후부터 이익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기존에 발생한 이익보다 앞으로 나올 이익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동한 것이다. 3분기 성장률 둔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고 내년에 다시 강하게 성장한다면 모를까, 경기 둔화가 계속된다면 주식시장에서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서둘러 투자할 이유가 없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상장기업 영업이익 기업실적 둔화 주요국 주식시장 1609호(20211108)

2021-11-02

불안한 장세일수록 섣부른 투자는 금물 [이종우 증시 맥짚기]

      지난 6일 2908까지 밀렸던 코스피 지수가 반등에 나선 이후 한가지 현상이 눈에 띈다. 미국시장과 국내시장이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해당 기간 코스피가 2900에서 100포인트 정도 상승하는데 그치는 동안, 미국의 다우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 결과 미국, 유럽, 아시아 시장을 비교하면 미국이 가장 강하고, 유럽이 그 뒤를 이었다. 아시아를 포함한 신흥국 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하는 형태가 됐다. 이러한 가능성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7월 이후 이미 드러나고 있었다. 코스피가 고점을 찍고 두 달간 7.1% 하락하는 동안 미국 S&P500지수는 3.3% 상승했기 때문이다. 현재 모습만 보면 미국 주식시장은 상승 추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이라는 일시적 악재를 만나 주가가 주춤했지만, 국내시장은 시장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    금융정책 변화도 양국의 주가를 다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린 후, 11월에 또 한 번의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금리 인상은 고사하고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조차 언제 시작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다. 중앙은행의 태도가 주가를 다른 모양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주식시장을 끌고 온 최고 동력은 유동성이다. 이 부분을 건드리는 강도가 다른 만큼 두 나라 주가가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       ━   중국 경기 둔화도 코스피지수 끌어내려    아시아 시장만의 약세 요인도 있다. 3분기에 중국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 성장했다.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하회한 수치다. 분기 성장률 4.9%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부진한 성장을 기록했던 지난해 2~3분기를 제외하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성장률이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더 심각하다. 2분기에 비해 0.2% 성장했는데 1분기와 동일하다. 1분기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3.2%여서 기저효과 때문에 낮을 수밖에 없었지만, 3분기는 얘기가 다르다. 자체적인 성장 역량이 0%대 초반에 그쳤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이 분기성장률을 발표한 2011년 이후 전 분기 대비 성장률 평균이 1.74%였음을 감안하면, 3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얼마나 낮았는지 알 수 있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투자, 생산, 소비 모두 부진했는데 물가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와 전력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 헝다 사태 등 각종 정책 불확실성이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그나마 수출이 괜찮아 3분기에 성장률이 4%대를 유지할 수 있었지 수출마저 부진했다면 성장 둔화가 더 심했을 것이다.     중국 경기 둔화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선 중국 경제가 아시아 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그 여파가 아시아 시장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팬데믹 이후 급등했던 세계 경제가 순차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코로나 19가 중국에서 처음 시작된 영향으로 중국 경제가 제일 먼저 둔화했지만, 강력한 봉쇄 조치 덕분에 다른 나라보다 코로나 19 영향에서 빨리 빠져나왔다.    코로나 19 이전 수준의 경제를 가장 먼저 회복한 것도 중국이다. 그 사이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은 질병 통제에 실패해 큰 폭의 경기 둔화와 느린 회복을 경험했다. 가장 먼저 회복한 중국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건 다른 나라도 순차적으로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코로나 19 발생 이후 시행됐던 각종 부양책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내수 둔화에도 불구하고 30% 가까운 수출을 유지한 건 글로벌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의미가 된다. 팬데믹 이후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투입했던 여러 부양책이 아직 힘을 발휘하고 있는 건데, 이 힘이 약화되는 시점에 세계 경기 둔화가 시작될 것이다.     앞으로 코스피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미국시장에 달려있다.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 상승을 이어간다면 국내시장도 일정 폭 상승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 오래전부터 세계 주식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시장에 계속 얹혀갈 수는 없다. 이런 상승은 자기 실력보다 미국시장이라는 심리적 요인에 편승하는 것인 만큼 상승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 계속 상승하더라도 처음만 방향이 같을 뿐 시간이 지나면 다른 모양이 될 것이다. 2012~2017년이 그랬다. 미국 시장이 계속 상승하는 동안 우리 시장은 1900~2200 사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양국의 기업실적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미국 주가 상승은 코스피 하락을 막는 역할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미국 시장이 상승을 멈추고 10월 기록했던 저점 밑으로 내려갈 경우 코스피는 2900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국내시장 입장에서 하락을 저지하는 동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비슷한 모습이 2000년에도 나타났었다. 연초 1470이었던 미국의 S&P500지수가 4월에 1550까지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가 950선을 유지했지만, 미국 시장이 본격적으로 하락하자 국내시장도 같이 떨어졌다.       ━   많은 대형주 주가 고점 대비 25~30% 하락     국내시장의 내부 동력이 약한 만큼 대형주 상승을 기대하긴 힘들다. 지금 국내시장의 체력이 덩치가 큰 종목을 움직일 정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그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올렸지만, 주가가 하락했다. 코스피가 2900에서 3000까지 반등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다른 대형주보다 작은 상승에 그쳤다.    시장의 힘이 삼성전자를 끌어올릴 정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다. 이 사실은 다른 대형주에도 적용된다. 많은 대형주 주가가 고점에서 25~30% 가까이 떨어졌다. 주식시장이 탄탄하다면 좀처럼 보기 힘든 숫자인데, 대세 상승이 유효한지 의심해봐야 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대형주가 부진하기 때문에 중·소형주에서 대안을 찾아야 할지도 분명하지 않다. 중·소형주 상승은 안정된 시장이란 기반에서 이루어진다. 만약 주가가 약해 코스피가 2900 밑으로 내려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중·소형주도 하락에서 제외될 수 없다. 중·소형주 상승은 시장의 하락이 한번 정리된 후에 가능한데 그 시기가 언제인지 아직 알 수 없다.     지금은 섣불리 시장에서 들어가기도 그렇다고 과감하게 빠져나오기도 힘든 상황이다. 안심하고 있기에는 주식시장에 장애물이 너무 많다. 장애물을 극복하겠다고 나서기보다 어떤 장애물인지, 어디에 놓였는지 관찰했으면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이후 주식시장 반면 우리시장 아시아 시장 1608호(20211101)

2021-10-26

연말까지 코스피 2900 밑으로 떨어질 확률 낮아 [이종우 증시 맥짚기]

      최근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단어가 언론을 장식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경기가 둔화되는 속에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이 단어가 등장한 건 국내외 경제의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 양쪽 현상을 모두 지니고 있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내렸다. 세계 경제 전망치를 6%에서 5.9%로, 미국의 성장 전망치도 7%에서 6%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나라만 4.3%를 그대로 유지했다. 하향 조정 폭보다 관심을 끈 건 시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7월까지 전망치를 내놓을 때마다 이전보다 높은 수치를 제시했지만 이번은 거꾸로 낮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더믹 이후 처음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3분기를 정점으로 경기가 꺾인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듯    IMF만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게 아니다. 예측기관들도 7월 이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반면 물가는 연초보다 2.3%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5.4%, 중국의 생산자물가상승률은 9.5% 등 수년간 보지 못했던 숫자들이 나오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원자재 가격이 더 올라가지 않더라도 연말에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 내외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얘기했던 연준으로서는 겸연쩍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고 성장 전망이 떨어졌지만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강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단어가 만들어졌던 1970년대 같은 모양이 아니라,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약하게 진행된 2011년 같은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1년에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 직후 고성장을 마무리하고 둔화되기 시작했다. 물가는 반대로 빠르게 상승했다. 2010년 하반기 1% 내외에 머물던 물가 상승률이 다음 해 4월 3% 넘게 상승했다. 연준의 물가 관리 범위 1.5~2%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심지어 미국의 수입물가는 10%를 넘기까지 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높은 물가를 만드는 역할을 했지만, 자동차 등 내구소비재 수요 증가도 한몫을 했다. 물가 상승은 9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경제 구조가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약해 물가가 오르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물가가 오르는 이유로 공급 차질을 꼽는다. 수요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해 물가가 오른다는 것이다. 맞는 얘기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공급 차질이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경우 기업은 생산시설을 늘려 수요에 대응한다. 지금은 공급이 부족해도 생산시설을 늘리지 않고 있는데, 기업들이 현재 수요 증가가 일시적이라 판단한 때문이다.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지원이 수요를 늘리는 역할을 하는데, 그 영향이 일회성인 만큼 여기에 맞춰 시설을 늘렸다가는 특수가 사라진 후에 낭패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물가 상승은 구조적 요인보다 지원금의 영향이 언제 끝나느냐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 시기는 빨라질 수도 늦춰질 수도 있어 판단이 불가능하다.     물가 상승을 기업 입장에서 해석하면 제품 가격이 오른다는 의미가 된다. 이익이 늘어나는 게 맞지만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원자재에서 인건비까지 비용도 따라 늘어나는데, 이를 제품 가격에 떠넘길 수 있으면 이익이 늘어나지만 반대 경우는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지난 1년간은 제품가격 상승률이 비용 증가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 덕분에 이익이 늘어났다.     비슷한 형태를 수출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수출입 물가를 통해서인데 수출 물가를 매출의 대용치로, 수입 물가를 비용의 대용치로 보고 둘 사이의 차를 이용해 수출기업 이익의 방향성을 판단할 수 있다. 지난 3개월간 수출물가 상승률 평균은 16.3%였다. 수입물가는 18.5%이다. 기간을 좀 더 넓혀 연초 이후를 보더라도 수입물가 상승률이 수출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률이 우리 기업이 만들어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 상승률보다 높았지만 그동안은 이익을 줄이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원자재 이외 비용의 상승이 크지 않아 수입물가 상승의 영향이 상쇄됐기 때문이다.     ━   올해, 내년 기업 이익 전망치 너무 높아   국내기업의 실적 전망을 보면 아직 스태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우려만 난무했을 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 이 상태가 앞으로 상당 기간 계속될 거로 보인다. 물가가 기업 이익에 영향을 줄 때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당분간 주가는 물가와 상관없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기업실적 관련해서는 스태그플레이션보다 기존 이익 전망이 높은 부분을 먼저 걱정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이 230조원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도 256조원으로 올해보다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숫자가 맞는지 확신할 수 없다. 지난 1년간 실제 발표된 이익이 예상치보다 크다 보니 전망을 하는 시점에 수치를 높게 잡자는 심리가 발동한 결과일 수 있다. 지금 시장이 하는 이익 전망이 맞는다면 코스피지수는 2900이 바닥이다. 반면 내년에 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주가 바닥은 좀 더 있어야 한다. 2016년부터 2년간 이익이 늘어난 영향으로 2018년에 높은 이익 증가를 전망했지만, 전망이 틀리면서 1년 사이 코스피가 22% 가까이 떨어진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2900에서 하락이 두 번이나 저지됐다. 최고점에서 400포인트 넘게 떨어졌고, 3100에서 하락이 빠르게 이루어진 만큼 주가가 2900 밑으로 계속 내려오기 쉽지 않다. 바닥이 확인된 만큼 연말까지 코스피가 2900을 뚫고 내려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큰 폭의 상승도 힘들다.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좋지 않고, 유동성 축소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데다, 9월 이후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여전히 높은 점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종목별로는 현대차와 삼성전자에 주목해야 한다. 현대차는 종목별 반등이 어디까지 이루어질지 대표해 보여주는 종목이다. 현대차는 10월에 주가가 가장 많이 내려가 바닥을 빨리 만들었다. 반등 시점과 반등 폭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다른 대형주를 끌고 가는 종목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코스피 반등 폭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종목이다. 지금 시장에서 주가가 가장 더디게 움직이는 종목이 삼성전자다. 다른 대형주의 반등이 이루어진 후 삼성전자가 마지막에 올라가는 형태가 될 텐데 삼성전자 반등이 끝나는 지점이 코스피 반등이 끝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세계경제 전망치 내년 이익 최근 물가 1607호(20211018)

2021-10-20

최고의 상황이 끝나고 있다.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 [이종우 증시 맥짚기]

       중국 2위 부동산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위기에 빠졌다. 이번에 위기를 넘겨도 추가로 돌아오는 채권의 원리금 상환을 제대로 할지 알 수 없다. 기업이 한번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정부가 채권에 대한 보증을 해주지 않는 한 살아나기 힘들었던 게 과거 사례다. 헝다가 그런 수렁에 빠졌지만 중국정부는 개별 기업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헝다 문제는 기업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중국 금융정책 변화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세계 부채 구조가 바뀌었다. 위기 전에는 세계에서 100의 부채가 만들어질 경우 선진국에 80, 신흥국에 20의 부채가 제공됐었다. 선진국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나온 당연한 결과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부채 제공 비율이 5:5가 됐다.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발생했고, 이후 유럽도 재정위기를 겪는 등 선진국이 위기의 중심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빚을 줄려는 쪽에서 문제 지역을 피하려다 보니 나온 반응이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가 빠르게 커진 것도 해당 지역의 부채 비중이 늘어난 요인이었다.     그 결과 2008년 4조200억 달러, 3조5550억 달러였던 중국과 신흥국(중국 제외)의 부채 총액이 2014년에 각각 12조1600억 달러, 6조730억 달러로 커졌다. 연평균으로 보면 중국이 20.2%, 신흥국도 9.3%씩 부채가 는 것이다. 같은 기간 선진국은 금융위기 여파로 부채가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신흥국 부채 증가의 주역은 기업이었다. 그 영향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중이 1999년 38%에서 2014년에 90%로 52%포인트나 높아졌다.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조사한 수치인데, 같은 기간 선진국은 77%에서 87%로 10%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달러화 부채도 덩달아 증가했다. 신흥국 비은행 부문이 달러로 차입한 금액이 2008년 6조 달러에서 2014년말 9조4600억 달러로 57.6% 늘었다.   이렇게 늘어난 신흥국 부채의 상당 부분이 원유를 비롯한 자원 개발과 제조업에 투자됐다. 일부는 부동산 관련 기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 영향으로 금융위기 직후 100%였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2020년에 163%가 됐다. 중국 정부로서는 기업부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게 급선무가 된 건데 그 영향으로 헝다 문제가 터졌다.     앞으로 중국정부는 자금이 자산투자에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자산버블을 해결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헝다가 계속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   미국도 유동성 공급 축소 정책을 시작할 듯   미국에서도 정책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그것이다. FOMC회의 직후 11월에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는 테이퍼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리 인상도 예상보다 이른 2022년에 시작될 걸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보다 긴축 가능성이 높아진 것인데, 주식시장은 반대로 상승했다. 발표 내용이 우려했던 것보다 강하지 않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경제전망 수치가 회의결과 발표 이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0%에서 5.9%로 하향 조정했다. 실업률은 반대로 4.5%에서 4.8%로 올렸다. 그동안 연준이 얘기했던 대로라면 테이퍼링을 늦추고, 금리 인상도 2023년으로 미루는 게 맞는데 반대 정책을 취한 것이다.     연준이 상황과 다르게 긴축을 강화하고 나선 건 자산가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8월 미국의 주택가격이 지난해 8월에 비해 18.6% 올랐다. 역사상 주택가격이 가장 높았던 2006년보다 현재가격이 40% 이상 높다. 14년 전에 부동산 버블 붕괴로 금융위기를 겪었던 미국 정부로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연준은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물가, 실업률과 함께 자산가격 특히 부동산 가격을 주목할 것이다. 현재 시장에선 부동산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긴축정책을 미루다 집값이 통제되지 않는 상태에 몰린 후에 금리를 마구 올리고, 유동성을 대폭 줄이는 결과를 가장 두려워한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연준은 긴축 강도를 계속 높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유동성 증가를 막고,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가 완화정책을 끝낸다는 건 금융시장 입장에서 최고 상황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   주가가 높은 반면 주변 여건은 나빠져   국내외 경제는 내년이 올해보다 좋지 않다. 우리나라도, 다른 많은 나라도 마찬가지다. 연준이 올해 미국 성장률을 낮춘 바람에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당초 3.3%에서 3.8%로 올라갔지만 이는 착시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내년 경제가 올해만큼 강한 상승력을 유지하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다.     금융정책도 내년이 올해보다 나쁘다. 올해는 많은 나라가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데 힘을 쏟았다. 내년은 유동성 공급을 기대하기 힘들다. 금리를 올리는 나라도 올해보다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신흥국에서 시작된 금리 인상이 선진국으로 번지는 형태가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동성 흡수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적용된다. 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규제하는 정책이 내년에 더 강해질 것이다. 정책 방향은 두 가지가 될 텐데 대출 비용을 높여 꼭 필요한 사람만 대출을 받도록 유도하거나, 대출 프로세스 강화를 통해 대출 억제에 나서는 형태가 될 것이다. 그동안 저금리 정책과 비대면 대출 활성화로 대출 접근성을 높여왔지만, 그 정책이 투기 수요와 불필요한 대출을 늘리는 원인이 된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작업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주변 여건은 최고점을 지나 약해지고 있는 반면 주가는 여전히 높다. 미국은 상승 기간이 이미 1년6개월이 넘었다. 과거 평균 상승기간과 비교하면 지금 당장 조정에 들어가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코스피는 9개월에 걸쳐 옆걸음을 하고 있지만 가격 부담이 여전히 높다.     지금 전세계 주식시장에서는 높은 가격과 불리한 상황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가격이 높은 만큼 사소한 악재에도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지금까지는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시장이 유동성 공급 축소나 경기 둔화 우려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고의 상황이 끝나고 있는 만큼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 주가가 바닥에서 배 이상 오르고, 1년 넘게 상승을 이어왔으니 충분한 상승이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해 주식시장은 박스권 내에서 마무리되겠지만 내년이 걱정이다. 박스권을 위로 뚫기보다 아래로 뚫고 내려올 가능성이 더 큰데 그 시점이 내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2021-09-27

신선식품·음식료·전자상거래업종 고성장 예상 [이종우 증시 맥짚기]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 조짐이 주가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3분기에 미국경제는 6.8% 성장을 할 걸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3.4%로 떨어졌다. 시간을 좀 더 넓혀 올해와 내년 전망을 보면 우리나라는 각각 4%와 3%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6.5%, 내년 4% 성장을 기대하고 있고, 유럽도 4.6%와 4.2%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올해 6.8%와 4% 성장할 거란 전망은 수긍이 된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해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성장률 기대치가 합리적인지 의문이다. 많은 기관이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2%중반 정도로 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평균 성장률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사실을 무시하고 내년에 미국이 과거 평균의 두 배 가까이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럽도 비슷하다. 내년에 4.2%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지난 20년간 성장률이 평균 1%대였던 걸 감안하면 어떤 힘이 성장을 더 올리는 요인이 되는 건지 궁금하다.      ━   전 세계적으로 1년간 4경1000억원 이상 부채 늘어     똑같은 경우가 기업에도 적용된다. 지금은 기업의 체감 경기가 대단히 좋은 상태다. 상반기에 가지고 있던 재고의 많은 부분을 털어낸 상태에서 신규 주문이 늘어 매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급병목현상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제품 가격이 올라간 상태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만 있으면 큰 이익을 볼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익 전망도 따라 올라갔다.     현재 나오고 있는 제조업 관련지표를 볼 때 앞으로 수요는 조금씩 줄어들 가능성이 더 높다. 지난 1년간 국내외 경제를 끌고 온 동력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지원금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발생 직후부터 1년간 전세계적에서 36조달러(약4경1384억원)의 부채가 늘었는데, 그게 상승 동력을 만들어 낸 것이다.    기존에 나온 정책은 집행이 끝나가고 있다. 새로운 정책은 당분간 나오기 힘들다. 너무 많은 지출이 이루어진 상태여서 또 다른 정책을 내놓기 보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지켜봐야 한다. 당분간 경제를 끌고 가는 동력이 보강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년간 주식시장은 국내외 경제 모두가 높은 성장을 할 거란 가정 아래 움직여왔다. 그래서 기대가 현실이 되어도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렇게 가정해왔기 때문이다.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가 문제다. 실망매물이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데 주식시장이 그 분기점에 서있다.   경제 동력 약화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유동성이다. 전세계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의 M2(총통화) 증가율이 올 초 20%에서 15%로 낮아졌다. 과거 해당 지표의 평균이 5%였던 걸 감안하면 앞으로 10%포인트 정도 더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유동성이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었음을 감안할 때 유동성 공급 축소는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또 하나는 정책 부재다. 많은 나라가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 보다 기존 정책을 정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올 초 미국 정부가 내놓았던 경기 부양대책의 집행률이 70%를 넘었다. 개인 지원금 지급이 마무리단계에 들어가 더 이상 경제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기 힘들다. 주식시장이 강한 정책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정책 부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언하기 힘든 상태다.     여기에 서비스업 경기 회복에 대한 의문이 더해졌다. 상반기에 제조업 경기가 좋았기 때문에 시장은 강한 제조업에 서비스업 경기 회복이 더해지는 그림을 기대하고 있었다. 실제 상황은 기대와 달리 서비스업 회복이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서비스업 경기를 보여주는 공급관리자(ISM) 비제조업지수가 코로나 19 발생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서비스업 경기는 한번 회복됐다가 다시 낮아지고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경기가 나빴다면 모를까 이미 회복이 이루어진 상태여서 서비스업 회복이 더해지더라도 힘을 발휘하기는 힘들다.    비슷한 관계가 기업이익에도 적용된다. 이익 전망치가 연초보다 35% 높아졌다. 1년 넘게 뛰어난 실적을 올렸기 때문에 전망치가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앞으로 전망은 다르다. 이익은 경제를 기업 단위로 잘라 놓은 것이기 때문에 경제는 이익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8월에 국내외 경제 지표가 기대치를 밑돌기 시작했으니까 빠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부터는 기업이익이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가 진폭이 줄어들고 있다. 하루하루 주가는 상당한 변동성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를 모은 한 주나 한 달 주가는 시작 가격과 끝나는 가격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추석 이후에도 이런 답답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아직 위든 아래든 시장을 움직일 동력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   경기 민감주보다 방어주가 유리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경기 민감주보다 경기 방어주에 집중했으면 한다. 유통 관련주, 특히 신선식품과 전자상거래 관련주식이 괜찮아 보인다. 지난 2018년부터 신선식품과 전자상거래업체가 국내 유통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둘 다 두 자리 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데, 다른 유통산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성장률이다. 코로나 19로 배달산업과 전자상거래의 편리성을 맛보았기 때문에 당분간 고성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음식료업종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연 평균 3% 정도 성장하고 있는데, 음식료가 생활필수업종인 걸 감안하면 갑자기 성장이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성장주에서 시작해 경기 민감주로 확대되던 주가 상승기간에는 상승 대열에 끼지 못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하반기에 경기가 조금씩 약해지면서 방어적인 주식이 눈길을 끌 것이다. 음식료는 다른 업종이 오르는 동안 소외됐기 때문에 주가도 높지 않다.    주식시장의 초점이 성장에 맞춰져 있을 때 주가는 빠르게 상승한다. 경제 성장으로 이익이 크게 늘어날 거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성장이 약할 때에는 주가 움직임이 느려진다. 상승보다 하락하는 종목이 늘어나기도 한다. 지금은 성장에서 방어로 넘어오는 국면이다. 투자자들은 성장에 기대를 맞추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런 괴리를 무시하고 투자를 하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수익만큼 위험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2021-09-24

네이버·카카오 주가상승 당분간 기대마라 [이종우 증시 맥짚기]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플랫폼 규제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기업, 미국의 국익에 큰 도움을 주는 회사를 과연 손보겠느냐는 판단 때문이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 플랫폼 규제에 대해 행정명령을 내리고, 의회에 관련 입법이 제출되자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바이든 행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 세부사항은 ‘경쟁 촉진과 독점적 관행 단속’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명령은 플랫폼 기업이 인수합병(M&A)을 할 때 심사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은 플랫폼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시장지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꼼꼼히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 조치가 나온 건 플랫폼 기업들이 신생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 후 막강한 경쟁력으로 시장을 지배함으로써 공정경쟁을 차단한 예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의 인수합병은 미국 정부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과거 반독점법에 걸렸던 기업은 인수합병을 독점적 이윤을 얻는 매개물로 사용해 문제가 됐지만, 플랫폼 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최저가 경쟁을 유발해 소비자 효용을 증가시켜 규제보다 오히려 장려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가 플랫폼 기업의 인수합병에 주목하고 나선 건 경제력 집중이 가져올 파장 때문이다. 인수합병으로 소수 기업의 지배력이 높아질 경우 장기적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   미국 의회 ‘플랫폼 독점 종결법’ 법안 제출    미국 의회도 플랫폼 규제에 나섰다. 지난 6월 말 제출한 ‘플랫폼 독점 종결법(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법안은 거대 사업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이해 충돌을 일으키지 않도록 규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크게 다섯 가지 내용으로 나뉘는데 아마존 같은 플랫폼 기업이 자체 브랜드 상품을 만들어 자기 플랫폼에서 싸게 파는 행위를 금지했다. 또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이 검색 알고리즘의 일부를 변경해 경쟁사보다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미국이 경제의 구조가 바뀔 때마다 핵심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왔음을 고려할 때 앞으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경제력 집중을 막고, 공정경쟁을 확보하는 것 외에 체제 안정까지 염두에 두고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요 데이터가 민간 영역에 통제되지 않는 상태로 방치될 경우 체제 안정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온라인 경제 비중이 다른 주요국보다 높은 나라다. 그만큼 플랫폼 기업을 통해 중국의 중요한 데이터가 외부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확실히 단속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해당 조치의 하나로 중국 플랫폼 기업의 해외 시장 상장을 막았다. 차량공유서비스 대표업체인 디디추싱이 그 사례에 해당했다. 규제 이유로 국내 고객 데이터와 중국의 안보 관련 정보가 미국으로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적시했다. 대신 기업들이 홍콩이나 상하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지만,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해 시장을 통해 돈을 조달해야 하는 플랫폼 기업에게 통로를 열어주는 대신 자국 시장에 남아 있도록 유도해 체제 안정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국내에서도 플랫폼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 역시 플랫폼 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문제가 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검색 서비스를 바탕으로 쇼핑과 핀테크, 컨텐트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카카오는 네이버보다 더 심하다. 국내 시장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메신저 부문을 바탕으로 카카오페이 등 신사업 부문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가 특히 눈길을 끄는 건 공격적인 사업확장 때문이다.    우리나라 30대 대기업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SK그룹으로 14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다음이 카카오로 계열사가 118개나 된다. 이렇게 계열사가 늘어난 건 카카오톡 사용자가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대리, 카카오 헤어숍을 이용하고, 결제 매개체로 카카오페이를 쓰기 때문이다. 하나의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 해당 이용자를 통해 다른 서비스로 진출하는 구조다. 카카오의 진출 범위가 중소상공업자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플랫폼 규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입법은 두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서인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만들어 매출액 100억원 이상이거나 중개 거래액이 1000억원을 넘는 플랫폼을 규제하려 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대형 인터넷 상거래 사이트가 입점 업체에 물건 구매를 강제할 수 없고, 손해를 전가하는 행위도 하지 못하게 된다.     또 하나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서다.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이란 규제 법안을 준비 중인데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사 서비스에서 검색 결과를 조정하거나 수수료를 강요하지 못 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플랫폼 규제는 인수합병 감독보다 자사제품 우대를 방지해 공정 경쟁을 확보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   시간 지날수록 규제 강도 강해질 가능성 커     앞으로 국내외 모두에서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 계속 나올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규제의 강도가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플랫폼 기업의 경제력 집중현상이 심해지고 있어서다. 구글이 미국 검색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아마존은 미국 전자상거래시장의 50% 이상을 지배하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알리바바가 중국 전자상거래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정부 입장에서는 몇몇 기업이 산업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플랫폼 규제의 영향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현재 플랫폼 기업 주가는 아무 규제 없이, 최대 이익을 낸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수치다. 그 기대 덕분에 카카오 주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한 직후보다 5배 이상 높아졌다. 주가가 이렇게 높은 상태에서 규제 방안이 나왔기 때문에 주가가 요동을 쳤다.     플랫폼 주가 하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단기에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그동안 플랫폼 기업에 대해 긍정적 얘기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하락이 멈췄지만, 또 다른 하락이 없을 거라고 자신할 수는 없다. 주가가 상승할 때에는 모든 성공 가능성이 다 주가를 올리는 데 이용된다. 이번에 플랫폼도 그런 형태였다. 반응이 강했던 만큼 걸림돌이 하나라도 나오면 주가가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충격은 주가가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내려올 때까지 계속 영향을 발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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