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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주가, 순풍에 돛 달고 날아갈까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전 세계적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도 속에서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인플레이션이 하락 추세일 수 있다"고 트윗했다. 물가상승이 정점을 지난 것 같다는 말이다. 그의 말 한마디가 제롬 파월 못지않다고 하면 과장일까. 그는 이 트윗으로 많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주가상승 기대감을 주었다.     7월 미국 주식시장은 빅테크 실적 부각으로 큰 폭으로 상승 마감했다. 테슬라 주식 역시 600달러대에서 800달러대로 오른 상태로 7월을 마감했다. 그는 또 다른 트윗에서 테슬라 자동차의 원자재가격이 상승이 아닌 하락 추세라고 덧붙였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증거가 있을까. 법인세 인상 문제로 일론 머스크와 한바탕 입씨름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못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했었다. 그는 CPI가 실제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구닥다리 통계라고 치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 가격이 월간 인플레이션 상승률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CPI 수치가 휘발유 값 하락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긴 130달러하던 유가가 100달러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1갤런(약 3.78L)당 5달러(약 6500원)를 넘어섰던 휘발유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 4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밀과 같은 식품 가격도 많이 안정돼 미국 가정에 숨 쉴 여유를 주고 있는 걸까. 소비자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있으나 그의 예시가 틀린 것은 아니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41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에게 CPI 수치는 야속할 수 있다. 그와 각을 세우며 앞으로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찍겠다는 일론 머스크가 인플레이션 감소 이야기로 바이든 대통령을 위로 하고 있다. 리튬과 니켈을 포함한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는 4월 최고치 대비 약 16% 하락했다.       ━   바이든, 미국 전기차제조기업 정책적 지원 나서     물론 전년대비로는 여전히 40% 이상 오른 가격이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모든 자동차 제조사의 핵심 재료이다. 철강 가격은 올해 들어 1t당 1400달러 이상에서 출발했다. 4월에는 1t당 1500달러 이상을 기록했으나, 이제 1t당 900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 알루미늄 가격도 같은 가격 패턴을 그리고 있는데, 3월 최고점에서 약 36%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는 바이든에게 감사할 일이 생겼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변화가 발생하는 행운에 대해 감사의 트윗을 날려야 하지 않을까. 종전까지 전기차 보조금은 8만 달러 이하의 전기 자동차에 적용되었다. 전미자동차노조(United Auto Workers ‘UAW’) 회원에 의해 생산되어야 했다. 업체당 20만대까지만 적용되어 이미 2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한 GM과 테슬라는 세액공제혜택이 더는 없었다. 미국 외에도 중국·유럽(EU) 등 대부분의 국가는 보조금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은 물론 차량 가격과 성능, 제조사별 판매량을 고려해 보조금 지급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지구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기후 변화에 매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와 에너지 지출에 대한 약 3690억 달러의 기반시설 투자 입법 패키지를 추진 중이다. 특히 자국 전기차 산업 육성에 공격적으로 나서 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투자로 꼽혔다.     이러한 와중에 물가인상으로 고통 받는 소비자들을 위한 정책(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이 공화당과 민주당 합의안으로 7월 28일 공개되었다. 미국 전기차 보조금 확대 안은 기존의 전기차 판매 대수 상한선을 없애고, 대당 7500 달러 지급을 유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내용은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 통과시 즉각적인 효력이 발생한다.     그동안 20만대를 초과한 업체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을 없앴다. 지금까지 미국은 특정 자동차 제조사로 보조금이 편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뒀었다. 이를 없애게 되면 GM·테슬라 같은 전기차 제조업체에게 큰 선물이 되는 셈이다.       ━   소비구매력 커져 현대차·기아차 현지화에 긍정적 평가   소비자들이 GM이나 테슬라의 친환경 신차를 구매할 경우에 이들 회사는 소비자에게 750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다시 줄 수 있다. 물론 조건이 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북미 국가에서 추출된 광물을 사용해서 가공하고 제조해야 한다. 중고 친환경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처음으로 40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이러한 정책은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새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실현하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GM이나 포드의 경우 생산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함으로 자국 브랜드로서의 프리미엄 확대가 기대된다. 양사의 현 투자 스케줄을 감안할 때 2025년에 각각 150만대, 100만대 수준의 연간 생산능력 확보가 예상된다.     테슬라의 경우에는 현 기준으로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수혜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 이외의 진영에서는 현지생산 전기차가 본격 출하되는 2024년부터 선명한 경쟁구도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를 계기로 자동차 업체들은 그동안 밸류에이션 상승을 제한해 온 배경인 전기차 생산 적체현상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소외되어 온 미국 시장의 전기차 시장 진입 가속화가 결정되는 순간이 다가왔다. 미국 내 높은 점유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생산현지화를 준비 중인 현대차와 기아차에도 긍정적 신호가 예상된다. 미국 내 2차전지 구매량이 큰 GM·포드의 배터리 공급망에 속한 국내 업체의 수혜도 기대된다. 배터리 셀이나 소재 업체뿐만 아니라 배터리 케이스 업체처럼 2차전지 전 생태계에 걸쳐 사업 진행속도가 가속화되고 기업가치 상승이 예견된다.     연결된 세계에서 주식시장도 예외를 두기 어렵다. 미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에 있기에 미국 경제 상황이나 이슈는 국내 증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면에서 주식은 세계적으로 동조화 경향이 농후하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운을 벌고 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특별한 기술이 있다. 그는 2분기 실적을 위해 비트코인 보유량의 3/4을 팔았다. 도지코인을 보유한 그가 비트코인 재구매 시기를 저울질 할까? 여하튼 미국 시가총액 5위인 테슬라의 순위가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미국 인사이드 테슬라 자동차 전기차 보조금 전기차제조기업 정책적 1647호(20220808)

2022-08-01

소련 붕괴 작전과 러시아 제재의 닮은꼴과 차이점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생각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 세월을 거슬러 레이건 정부가 어떻게 소련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갔는지를 생각해 본다. 첨단기술의 수출 통제, 국제유가 하락 유도와 함께 ‘별들의 전쟁(Star Wars)’으로 불리는 군비경쟁 촉발이 우선 생각난다. 레이건 행정부의 대 소련 정책과 바이든 행정부의 대 러시아 정책은 닮았다. 바이든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후 석유 증산을 유도하지 못했다. 미국이 과거 소련을 어떻게 파멸로 이끌었을까?     우선, 별들의 전쟁이다. 1983년 3월 적의 전략탄도미사일이 미국 영토에 닿기 전에 우주에서 포착해 요격하는 전략방위구상 (SDI: 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인 별들의 전쟁(Star Wars)을 발표한다. 미국과 맞선 미사일 방어기술을 개발하고 배치하려면 소련의 경제력과 과학기술을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다가 국가 재정이 망가지고 다른 부문의 무기개발에 들어갈 돈까지 전용해야 했다. 미국의 당대 기술로는 완벽한 핵미사일 방어망을 만든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으나 레이건은 계획을 밀어 붙였다. 당시 레이건이 마가렛 대처 총리에게 한 말을 들어 보자.     “우리가 계획을 밀고 나간다면 소련경제에 큰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다. 소련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인민들의 생활수준을 희생시키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결국 소련은 미국의 도전에 굴복하고 말 것이다. 군비경쟁을 포기할 것이다. 결국 미국에 대한 소련의 군사적 우위를 포기하는 것이다.”     문득 이 대목에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토마스 쉘링의 조언이 생각난다. 그는 동등하지 않은 군비상황은 오히려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쉘링에 따르면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고, 그 강도는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레이건은 쉘링의 이론을 잘 간파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   과거엔 석유·가스 수출 막아 소련 자금줄 차단했는데   둘째, 기름값 폭락 작전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공산주의 경제시스템의 현상 유지 자체가 힘들어져 가는 모습이 곳곳에서 표출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소련은 뜻하지 않은 구세주를 맞이하게 된다. 이란의 회교혁명이 발발하면서 시작된 제2차 오일쇼크와 이로 인한 국제유가의 급등이었다. 크게 오른 국제유가로 소련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을 벌어들였다.     대통령이 된 레이건은 소련 힘의 원천이 고유가라는 것을 간파하였다. 서구 자유진영 국가들과 연대해 소련의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줄여 나갔다. 서방 국가들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노르웨이의 북해산 유전을 활용하는 대안도 마련했다. 친(親) 미국 성향의 사우디아라비아를 부추겨 대대적인 석유 증산에 나서게 만들었다.     미국이 중부군을 주둔시키고 우방국에도 절대 팔지 않는 최신예 F-15 C/D 기종의 전투기를 공급하면서까지 얻어낸 카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생산을 최대한 늘린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40달러하던 유가는 1980년대 중반 18달러까지 떨어졌다. 저유가로 그전까지 1·2차 오일쇼크로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였던 최대의 산유국이자 석유수출국인 소련의 돈줄을 말려버렸다.     소련 붕괴의 시작점은 1985년 9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정책을 급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6개월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량은 네 배 증가했고, 석유 가격은 4분의 1로 폭락했다. 소련은 연간 약 20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셋째,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군의 공격용 헬기를 백발백중 격추시켜 철군을 유도한다. 레이건은 아프가니스탄 게릴라들에게 스팅어 미사일을 제공, 소련군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고르바초프는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12만 명의 소련군대를 철수함으로써 소련 붕괴의 단초를 연다. 소련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 1만6000명이 전사하였고, 3만 명이 부상했다.       ━   지금은 무역지위 박탈 기술 고립에도 제재 효과 미비   넷째, 미국은 수출통제품목을 증가시켜 경제적으로 소련에 대한 차단 압력을 높이고 중립국과 동맹국들에게 압력을 가했다. 기술의 차단이 소련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힌 분야는 석유와 가스 산업이었다. 소련은 회전 드릴, 탐사 기술, 해양 석유 개발 기술 등이 필요했다. 1981년 10월에 미 관세청은 미국의 기술을 소련에 판매하는 것을 방해하는 '엑소더스 작전'을 개시했다.     올해 미국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를 SWIFT에서 배제했다.  6개 주요 러시아 은행에 대한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고, 주요 동맹국과 ‘러시아와의 항구적 정상 무역관계(PNTR, 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 지위 중단’ 절차에 착수했다. PNTR은 미국이 정상적인 무역 관계를 맺은 외국에 부여하는 법적 지위로서 국제적으로 통칭하는 ‘최혜국’(Most Favored Nation) 대우와 동일하다.     PNTR 지위 박탈로 러시아는 WTO 회원국 일반에 허용하는 관세 혜택과 비관세 장벽 등 비차별적 대우에서 제외되었다. 5월에는 미 상무부가 러시아의 ‘시장경제 지위’(Market Economy Status) 박탈에 착수했다. 비(非)시장경제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상무부는 강화된 무역규제(반덤핑·상계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높게 유지되는 상황도 지속되고 있다. EU 지역에서 수입을 줄이더라도 인도, 중국 등으로 에너지 수출을 대체할 수 있으며,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가을철로 접어들면서 EU가 에너지난으로 동요할 수 있다. 에너지 제재도 과거 같은 효과는 멀어 보인다.     EU 집행위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원유·가스 수입을 중단할 것을 발표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對러시아 수출통제를 강화해 미국과 우방국의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여 러시아를 기술적으로 고립시켜 군사적 역량을 저하시키려 했다. 2022년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월 수출통제규정을 개정하고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강화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결말을 아직까지 알기 어렵다. 과거 미국이 소련에 한 것을 러시아에도 적용하려고 하고 있으나 블록화 전략이 일사분란하지 못해 효과가 불분명하다. 언제 우리는 평화를 얻게 될까?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인사이드 글로벌 국제유가로 소련 러시아 정책 소련 정책 1646호(20220801)

2022-07-26

역사적 환율 변화가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 단군 이래 최대 호황기라는 경제적 풍요를 누릴 수 있었다. 지금의 암울한 환경을 생각하며 당시를 회상해 본다. 대외 의존적인 우리 경제는 강대국 패권경쟁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 미국이 소련에 대해 취한 저유가 정책으로 국제유가는 1980년 36불에서 1986년 13불까지 폭락한다. 지금 상황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당시 우리 경제를 호황으로 이끈 국제적 요인을 더 꼽자면 저금리 추세였다. 세계 각국 정부는 2차례의 석유 파동 이후 침체에 빠진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경쟁적으로 실시했다. 금리가 낮아지자 기업이 투자와 생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가계 부채 부담도 낮아져 더 많이 소비하고 투자할 수 있어 돈이 시장에 많이 돌았다. 소위 80년 중반 3저 호황’을 이루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연평균 10% 이상 급속히 성장하는 기회를 만든 남은 요인은‘저달러’였다.    지금은 유로에 대해서도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가 20년 만의 최고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행도 7월 13일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려 2.25%가 되었다. 1980년대 역사에서 배울 점은 없을까?    당시 저 달러의 배경에는 플라자 합의가 있었다. 서울 시청역 근처에 더 플라자 호텔이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도 플라자 호텔이 있다. 두 호텔을 바라보면, 저마다의 추억은 다를 수 있겠다. 맨해튼 플라자 호텔을 지나는 나이든 일본인은 역사적인 플라자 합의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9월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미국·프랑스·서독·일본·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가 발표한 환율에 관한 합의다.     당시 미국의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 문제가 심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70년대 말기 달러 위기의 재발을 두려워한 선진국들이 달러화 평가절하라는 합의에 이르게 된다. 1980년부터 1985년 사이 미국 달러가 일본 엔, 독일 마르크, 프랑스 프랑, 영국 파운드 대비 약 50% 평가 절상된 상황도 고려되었다.       ━   엔고 불황 저금리 정책으로 부동산·주식 가격 폭등   플라자 합의 후 미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고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가치는 상승했다. 발표 다음날 달러화 환율은 1달러 = 235엔에서 약 20엔이 하락했다. 1년 후에는 달러 가치가 거의 반이나 떨어져 120엔 대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연준)의 정책에 따른 환율 변화도 한 몫 했다. 미국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리 완화로 금리를 인하했다. 그 결과 달러화 가치가 급속히 하락했다. 결국 달러가치 하락은 플라자 합의 외에도 미 연준의 금리인하라는 정책조합의 결과물이었다.     혹자는 플라자 합의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이는 일련의 역사적 사건을 무시한 처사다. 플라자 합의로 일본에서 ‘엔고 불황’ 발생 우려가 제기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일본정부의 정책 실패였다.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5%로 동결시켰고, 무담보 콜금리는 6%미만에서 8%로 올렸다.     이후 엔고에 의한 불황의 발생 우려가 현실화되자 저금리 정책이 실시되고 부동산과 주식 가격 급상승으로 거품 경제 가열이 초래됐다. 엔고로 반값이 된 미국 자산 구입, 해외여행 붐, 자금이 싼 나라로의 공장 이전 등이 이어지고, 1990년 자산가격 버블이 터졌다. 리처드 쿠의 저서‘대침체의 교훈’을 인용하면 1990년 버블붕괴 후 날아가 버린 자산가치가 1,500조 엔으로 이는 당시 일본의 3년치 국내총생산(GDP) 규모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으로 거대한 버블과 일본정부의 잘못된 정책대응을 꼽는다. 일본정부는 거품 붕괴 징후가 보이기 시작한 이후에도 사태를 낙관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1997년 소비세 인상이나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시 금리 인상도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통화가치 상승의 영향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IMF의 지적처럼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정책대응이다.       ━   미국에 동조할까 독립 운용할까, 한국 통화정책 향방   역플라자 합의의 결과는 어떠했을까. 1995년 4월 엔-달러 환율 80엔이 무너지자 선진 7개국(G7)은 달러가치 부양에 합의했다. 계속된 달러 약세에도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줄지 않아, 경상수지 균형 목표를 포기하고, 자본수지 흑자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는 정책을 취한다. 그 후 약 달러는 강 달러로 바뀌고 후폭풍이 이어졌다. 타이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필리핀·우리나라 등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를 불러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지금 일본 엔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지속 하락하고 있다. 그렇게 경제는 돌고 도는 모양이다. 엔저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지 관심이 쏠렸지만 아직은 기존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7~8월 정책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통화가치의 향방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IMF의 지적처럼 중요한 것은 정책대응이다.     대내외 환경과 금융불안 요인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핵심이지만 합의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이제 환율은 플라자 합의처럼 인위적인 합의로 조정이 되지 않고 경제 펀더멘탈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고 있다. 혹자는 자본자유화도 중요하나 자본시장의 급격한 쏠림현상의 부작용을 국제사회가 인식해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제대로 된 정책 대응이다. 7월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기조에 맞춰 한국도 통화정책을 사상 처음 빅스텝으로 조정했다. 한국의 거시경제 여건을 우선 고려해 우리 실정에 맞게 금리를 운용한 것이리라 믿는다. 일부에서는 미국 금리에 동조하는 정책보다 국내 물가와 경기 여건에 따라 운용하는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효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물가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우선순위일 것이나 한·미 간 금리 격차만으로 금리 인상폭을 결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의 묘수를 찾는 해법은 단기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언젠가는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해결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더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논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학협력특임교수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학협력특임교수일본 인사이드 플라자 합의 환율 변화 플라자 호텔 1644호(20220718)

2022-07-13

파월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성공할까? [조원경의 글로벌 인사이드]

    2022년 우리를 지배하는 세상은 암울하다. 세계는 예상외로 높은 인플레이션, 장기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분절화와 블록화로 얼룩진 세계화 속에서의 글로벌 공급망 교란, 실질 임금 감소와 마주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은 결국 41년 만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8.6%라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둔화로 귀결되었다. 5월 연준은 2000년 이후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빅스텝(0.5bp, 1bp=0.01%포인트)으로 인상했다. 나아가 물가정점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 밝혀진 6월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이언트스텝(0.75bp)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강수를 두었다. 연준 파월 의장은 7월에도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기준금리는 연말이면 최소 3%대에 도달할 수도 있다.   원론적으로 금리 인상으로 대출 비용이 증가하면 고객은 더 높은 이자비용을 부담하게 되고, 소비자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거나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한다. 하지만 금리 인상을 뛰어넘는 경제성장과 소득향상이 있다면 다른 이야기이리라. 주식시장의 성과는 일반적으로 기업 수익의 함수이다. 기업 이익과 기대 성장이 좋을수록 증시에 유리하다. 모든 경제는 부침의 순환을 거친다. 주식시장도 상승 사이클을 탈 수 있다. 역사는 분명히 이를 말해준다. 도이치뱅크의 연구에 따르면 1955년 이후 금리 인상 시기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첫해에 평균 7.7%의 수익을 달성했다. 경제가 성장하는 국면에서 금리 인상은 당연하기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급격한 인플레이션 현상과 마주하고 이를 잡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때 발생한다. 1970년대의 ‘대(大)인플레이션’은 이러한 점에서 지금의 인플레이션과 많은 비교를 하게 한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실이 물가는 상승하고 경기는 급하강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해당할지는 아직은 분명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기대했던 것보다 성장은 낮고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인플레이션의 장기화가 목전에 있다는 점이다.     ━   70년대 인플레이션 발생 전 저물가 지속   지금과 1970년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전에 저물가가 오랜 기간 이어졌다. 이후 연방정부의 막대한 지출이 수요를 늘린 측면이 있다. 가난한 자들을 위한 복지지출을 위한 린든 존슨(Lyndon B. Johnson)의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 정책 이후 1970년대에 베트남 전비 지출이 있었다. 중동에서의 두 번에 걸친 전쟁도 인플레이션 지속에 한몫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기 침체에 대응한 경기부양책으로 풀린 돈은 5조 달러라는 천문학적 숫자이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식료품 가격 충격 역시 당시와 오늘날 물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결정적인 차이는 연준의 역할이다. 1960∼1970년대에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좌초되기도 했다. 1970년대에 연준은 아서 번스가 이끌었다. 그는 대기업과 노동조합이 무리하게 제품 가격과 임금을 올려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보았다. 그는 연준이 이에 대한 상황 대처 능력이 없다고 봐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 임금과 가격을 통제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엄청난 실패로 끝났다. 결국 1980년 폴 볼커 연준 의장이 20%까지 금리를 인상하며 인플레이션을 종식시켰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미국 주가지수는 암울했던 시기를 반영한다. 오늘날 통화당국자들은 공급 측 문제가 완화하길 기다리면서 수요 증가세를 둔화시켜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몇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 연준이 어느 정도까지 긴축 운용을 할 것인가, 이에 따라 경기 둔화를 넘어 경기 침체는 발생하지 않을까, 연준이 해결하지 못하는 공급 측 문제는 어떻게 빨리 해소될 수 있을까, 기대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한 연준의 신뢰성 확보는 성공할까.    1970년대의 ‘대(大)인플레이션’ 종식 과정에서는 미국의 잔인한 통화 긴축, 급격한 인플레이션 조정, 중남미를 중심으로 하는 개발도상국의 채무 위기가 있었다. 1970년대에 인플레이션 위험이 심화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잠재성장률의 둔화를 제때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세계은행은 2020년대 전반에 걸쳐, 잠재적인 세계 성장은 2010년대 평균보다 0.6%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는 과연 줄어든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총부채가 어느 시기보다도 높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오랜 기간 지속된다면 혼란스러운 채무위기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하겠다.    팬데믹 이후의 경기 회복세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대비 부채비율은 낮아지고 있다. 2022년 1분기에는 15%포인트 줄었다. 이는 미국과 EU 국가에서 주로 낮아진 것이다. 베트남·태국한국은 총 부채비율이 각각 9.9%포인트, 5.6%포인트, 4.5%포인트 늘었다. 그동안 양적완화(QE)란 이름으로 미국·일본·유로권·영국이 푼 돈은 2년여 만에 10조 달러가량 증가했다. 이제 인플레이션을 대하는 각국의 자세는 긴축 모드다. 연준이 사상 처음 양적긴축(QT)를 실시한 2017년에 비해 속도는 빨라지고 규모는 커졌다.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도 앞으로 2년간 2조 달러씩 자산을 줄여나간다. 영란은행도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해 13년 만의 최고 수준이 되었다. ECB는 7월에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11년 만에 금리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   파월은 경기 침체 가능성 작다고 보는 걸까?   연말 즈음 연준의 정책이 신뢰를 얻고 물가가 지금보다 낮은 수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평균적인 수준에 비해 훨씬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고, 공급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연준은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파월 의장의 속내는 뭘까? 그는 여전히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걸까. 연준의 통화긴축 강도가 더욱 커질 경우에는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안개가 자욱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금융시장은 당분간 이래저래 어려운 국면에 놓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 경제부시장외줄타기 인사이드 기준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현상 인플레이션 지속 1641호(20220627)

2022-06-22

“재테크 꿀팁부터 에세이까지”…카카오뱅크, ‘이야기’ 오픈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카카오뱅크가 제작하는 콘텐트를 모아 볼 수 있는 ‘이야기’ 메뉴를 추가했다고 9일 밝혔다.   이야기에서는 재테크 팁, 내 집 마련 가이드 등 금융정보부터 에세이, 사용자 인터뷰, 서비스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다양한 분야의 콘텐트를 만나볼 수 있다.   ‘카카오뱅크 인사이드’에서는 카카오뱅크 서비스의 탄생 비밀 등 카카오뱅크에 대한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룬다. ‘뉴스’ 코너는 매주 금요일 오전 각종 경제·금융 소식을 전한다.   ‘재테크&팁’에서는 주식 고수들의 투자법, 금융생활 팁 등 알아두면 유용한 콘텐트를 확인할 수 있다. ‘피플’ 코너에서는 카카오뱅크 고객의 생생한 인터뷰를 살펴볼 수 있으며, ‘카카오뱅크 플러스’에는 주택담보대출, 전·월세 대출 이용 고객을 위한 가이드가 준비된다.   ‘테마’에서는 작가들의 돈에 관한 솔직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에세이와 칼럼으로 만나볼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금융과 문학의 만남을 시도한 ‘돈, 에세이를 만나다’ 시리즈를 테마 코너에 공개했다. 정여울·배순탁·김혼비·방구석·김애란·장강명·남궁인·김광민 등 총 8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융이 보다 편하고 재밌게 느껴지도록 ‘이야기’ 공간을 통해 금융과 일상을 연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카카오뱅크 에세이 카카오뱅크 서비스 카카오뱅크 고객 카카오뱅크 인사이드

2022-06-09

[박세익 증시 인사이드] 미국 부채 한도와 ‘2011년 8월의 기억’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 [중앙포토]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의 긴축 발언으로 촉발된 충격이 잦아들면서 시장은 이제 7월말을 주시하고 있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2년간 미뤘던 미국의 부채한도 적용 유예시한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며 재정 지출을 확대하며 부채 한도를 훌쩍 넘겨버린 미국 정부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문제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미국 정부의 신용도에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은 미국 시사지 [더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경제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즉각 시장에 영향을 줬다. 대형성장주와 고성장주가 주로 포진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인플레이션과 조기 금리인상 우려에 즉각 영향을 받아 하락했다.     전후 사정을 모른다면,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옐런 장관의 발언은 시장이 의심하던 부분을 긁어준 꼴이 됐다. 시장에서는 올 들어 지속적으로 조기 긴축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종 경제지표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을 상회하는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연준에서는 계속해서 조기 긴축 돌입 가능성을 부인했다.     연준은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이어 4월 회의에서도 만장일치로 현행 통화정책 유지를 결정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향후 몇 달 안에 커질 수 있지만, 일시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며 “자신매입축소 등을 포함해 긴축 정책은 아직 논의하기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   시장이 의심하던 부분을 긁어준 옐런 장관     전직 연준 의장이자 현직 재무장관인 옐런 장관의 발언이 시장에 충격을 주자 하루만에 “발언이 금리 인상을 예상하거나 권고한 것은 아니며 원론적 의미였을 뿐”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이에 증시는 하루만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안정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지만, 대형기술주에서 경기순환주로 손 바뀜 기류는 여전했다. 그동안 미국 증시를 주도했던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페이스북 등은 모두 하락한 반면 인플레이션과 연동되는 금속·에너지 등 원자재 관련주가 강세를 나타낸 것이다.     연준이 어떤 언급을 내놓더라도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의심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은 이제 7월말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유예해놓았던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적용 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7월 31일까지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지 않는다면 10월경 정부의 곳간이 말라버릴 것이라 경고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사실상 선택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 부채 한도를 늘리지 않는다면 디폴트 사태가 기다리고 있다. 이를 피하려면 전례 없는 규모로 부채 한도를 늘리거나 다시 한 번 유예를 선택해야 한다.     미국 정부 부채는 1956년 이후 한번도 감소한 적이 없다는 오명을 갖고 있다. 기축 통화국의 지위를 갖고 있었기에 방만한 재정 운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의회에서는 1985년 ‘그램루드먼홀링스법’을 통과시키면서 정부의 부채 한도를 설정하게 된다. 의회의 승인을 통해 연방정부의 부채에 한도를 정하고 그 한도를 넘기면 자동적으로 재정감축(시퀘스터)을 단행해야 하는 내용이다.       시퀘스터는 지난 2011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에도 문제가 된 적이 있다. 2006년까지만 하더라도 9조 달러에 조금 미치지 못했던 미국 정부 부채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며 2010년 14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이 불가피했고 2011년 7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우여곡절 끝에 부채 한도 상향에 합의했다. 대신 예산통제법(Budget Control Act)에 따라 2021년까지 예산 상한을 지정하는 예산자동삭감(sequestration)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 소식이 발표되자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에서는 8월초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사상 처음으로 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맞은 미국 증시도 곧바로 급락하며 반응했다.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감기에 걸리는 한국 시장 역시 시장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국 시장은 2009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차·화·정’으로 대표되는 강세장이었으니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미국 정부 부채와 부채 한도 추이 [자료=블룸버그]   미국 정부의 부채 규모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늘었다. 미국 의회에서는 2013년부터 4차례 2년짜리 합의로 지출 삭감을 피했다. 마지막 합의였던 지난 2019년에는 부채 한도 적용을 2021년 7월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재정지출 한도도 2011년 예산법에서 규정한 한도에서 3200억 달러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7월말에도 미국 정부가 부채 한도를 늘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규모다. 2019년에 이미 22조 달러를 넘겨버린 미국의 부채 규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다시 한 번 급증하며 25조 달러도 넘어버렸다. 과거 명목GDP 대비 부채 한도인 104%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25조원은 넘어서는 안되는 숫자다.   더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초 1조9000억 달러의 추가 경기부양책 통과 이후에도 지난 4월 첫 의회 연설에서 4조 달러 규모의 초대형 지출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본이득세 인상을 포함한 증세안을 제시했으나 공화당의 반대 속에 인상률은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   2011년과 유사한 시장 상황     지난 2011년 미국 의회에서 부채 한도 상향 조정에 합의하던 시기와 현재의 시장 상황은 유사한 부분이 있다. 2010년 S&P500 기업의 이익증가율이 38% 를 기록하며 호실적을 보였다. 이는 최근 기업 실적 호조와 오버랩되는 장면이다. 2021년에는 S&P500지수 포함 기업 가운데 5월초까지 실적 발표를 마친 기업의 87%가 예상치를 상회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동부 연안의 자동차 부품사와 정유시설 등이 셧다운 되면서 글로벌 주요 소재 및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던 시기였다는 점도 유사하다. 최근 반도체 공급차질과 경기 회복 기대감을 반영한 철강 부족 등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7월말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조정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후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사한 이슈가 터진다면 시장의 추세를 꺽어버리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 2011년 8월의 기억 때문이라도 오는 7월 증시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   정리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202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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