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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구매의 사회적 이유’까지 고민해야 한다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생산해 내는 제품 중 똑같은 디자인이 하나도 없는 가방 브랜드가 있다. 트럭의 화물을 덮는 폐비닐 방수천을 업사이클링해 가방으로 만든 스위스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의 이야기다. 트럭을 덮었던 방수천을 재활용해 튼튼하고 질긴 가방을 만들다 보니 방수천의 컬러와 패턴, 인쇄된 문구의 위치가 하나도 같은 것이 없어 같은 디자인을 만들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이 브랜드가 전 세계 미닝아웃 소비자들의 열렬한 팬덤을 형성한 데는 단순히 디자인 때문이 아니다. 트럭의 방수천을 재활용하고 폐자동차의 안전벨트와 폐자전거 타이어를 이용해, 비가 와도 절대로 젖지 않고 오래 써도 헤지지 않는 질기고 튼튼한 세상에서 하나뿐인 가방으로 재탄생 시킨 ‘프라이탁’은 단순한 가방 이상의, 메고 다니는 사람의 소비 취향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명품 브랜드의 반열에 오른 것으로 유명하다.   마르쿠스 프라이탁과 다니엘 프라이탁 디자이너 형제에 의해 탄생한 ‘프라이탁’은 자동차 면허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형제들의 ‘필요’에 의해 태어났다. 비가 자주 오는 스위스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니 스케치한 그림이 비에 젖는 일이 많았다. 비가 많이 와도 가방 안의 내용물이 젖을 걱정 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가방을 구상하던 이들 형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창으로 늘 보던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의 방수 천이었다.     이들은 인근 공장에서 트럭용 방수 덮개 천과 자동차 안전벨트, 자전거 타이어를 가득 실어 집안 목욕탕에서 일일이 세탁을 해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태어난 가방이 프라이탁의 유명한 ‘메신저 백이다. 이제는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메신저 백을 넘어 다양한 가방을 만들고 있는데 모두 날개돋인 듯 팔리고 있다. 제품은 튼튼하고 질긴 데다, 완벽한 방수 기능을 더해 세상에서 하나뿐이라는 희소성은 물론, 지속 가능한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의 ‘미닝아웃’을 보여준다. 가격은 20만~70만원이라는 비교적 고가임에도 전 세계 400여개 매장에서 연간 700억원 이상 팔리고 있다. 제품 소재는 5년 이상 사용된 방수천만을 이용하는 원칙을 지금까지 지키면서 수작업으로만 생산하는 프라이탁은 이제 유럽을 넘어 세계 가치 소비자들의 상징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부합하는 소비   미닝아웃은 소비자가 소비할 때 자신의 신념(meaning)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coming out) 행동을 의미하는 데, 이를 줄여 미닝아웃(meaning out)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소비를 할 때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부합하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구매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불매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가 소비 시장의 주역이 되면서 환경, 윤리, 젠더, 사회적 책임 등과 같은 이슈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의 태도와 결합하며 ‘미닝아웃’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한 것이다.     일부 진보적 브랜드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변화에 주목해 환경, 윤리, 젠더, 사회적 책임과 같은 가치의 바탕 위에 브랜드의 이념을 강화하고 그 이념에 맞는 행동을 보여 주는 것으로 팬덤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바로 ‘브랜드 액티비즘’라고이해할 수 있다. 2021년부터 경영의 기본 덕목이 된 ESG도 이러한 소비 추세의 거대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정리하면 브랜드 차원의 ‘브랜드 액티비즘’과 기업차원의 ‘ESG경영’의 기저에는 ‘미닝 아웃’ 소비라는 도도한 흐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구가 기후변화로 멸망해가고 있는데 학교는 가서 뭐하냐는 이른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을 주도해 세계 수십만 10대 학생들의 등교 거부를 끌어낸 것으로 유명한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10대 환경운동가 툰베리는 해외 환경행사에 참여할 때 비행기를 타지 않고 철도나 선박을 이용한다. 비행기가 철도보다 20배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이유다. 스웨덴어로 프뤼그스캄(flygskam) 운동을 이끄는 것이다. 영어로 해석하면 ‘flight-shame’이고 우리말로 해석하면‘ 수치스러운 비행기 여행’정도가 될 것이다.   이러한 운동이 스웨덴에서 퍼져 유럽 전역으로 번지면서 여행 시 비행기를 타지 않고 철도나 선박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고 한다. 항공업계는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해 IATA(국제 항공운송협회) 등관련 단체 총회에서 ‘플뤼그스캄’을 주요 의제로 다루면서 ‘대응하지 않으면 더 폭발적으로 퍼질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항공유를 도입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미닝아웃’ 소비자들을 달래고 있다.    환경적인 측면의 미닝아웃은 화장품, 패션, 식품업계에서 ‘비거니즘’ 소비의 형태로 나타난다. 채식은 기본이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을 사용하고 동물성 재료나 환경공해를 일으키는 재료를 이용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등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려 깊게 행동하는 소비자들을 일컫는 ‘비건’은 이제 화장품은 물론, 패션, 식품 산업에서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MZ세대의 미닝아웃 소비 트렌드는 여러 분야에서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지난 2021년 7월 성장관리 앱 ‘그로우’가 MZ세대 92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중 자신이 가치 소비자라고 답한 응답자는 무려 79%에 이른다. MZ세대의 80%에 이르는 대다수가 자신이 소비할 때 제품의 가격, 품질뿐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부합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답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사례에 나타나고 있다. 우선 지난해 SNS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용기내’ 챌린지다. 이 캠페인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는 용기를 내자는 캠페인으로 환경 단체 그린피스의 모델이면서 후원자인 배우 류준열을 비롯한 많은 연예인들, 인플루언서들이 SNS로 참여해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 캠페인은 이슈화에 성공하면서 현대 자동차 그랜저 등의 브랜드 광고 스토리로 채용되기도 했다.       ━   ‘돈쭐낸다’의 바닥에는 미닝아웃소비     최근 유행하는 신조어 ‘돈쭐’ 의 바닥에도 ‘미닝 아웃’ 소비정신이깔렸다. ‘돈’과 ‘혼쭐’이 합쳐진 말로 공정과 정의로운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의 귀감이 된 가게, 기업의 제품을 구입해 돈으로 혼쭐을 내준다는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결식아동들이 눈치 보지 않고 ‘결식아동 꿈나무카드’ 결제도 필요 없이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할 수 있도록 음식을 내어준 홍대앞 ‘진짜 파스타’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그냥 삼촌, 이모가 밥 한 끼 차려준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와서 밥 먹자”라는 글을 세심하게 쓴 SNS상의 메시지가 공유되며 폭풍 바이럴이 일었다. 이러한 선한 주인의 행동은 ‘돈쭐 내주자’는 먹방 유튜버와 많은 손님의 발걸음으로 진짜 ‘돈쭐’이 났다.    이 돈쭐은 강원도 화천군 애호박 농가에도 났다. 지난해 7월 생산량 급증과 코로나19로 인한 소비감소로 애호박을 산지 폐기하기로 결정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자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 전국 MZ소비자들로부터 주문이 쇄도해 하루 만에 112톤의 애호박이 팔려나갔다. 이 물량은 8kg 기준 1만4000개 상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화천군 전체에서 가락시장에 일주일 동안 출하하는 물량과 맘먹는 수준이었다. 화천군의 ‘돈쭐’은 이어져 지난 8월에도 애호박 16톤과 토마토 3000개 상자를 카카오커머스에서각 각 2시간, 30분 만에 완판해 미닝아웃 소비현상을 실감케 했다.   미닝아웃은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부합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부합하지 않는 제품을 불매하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정도의 8등신 미녀들을 내세워 외모 지상주의를부각하는 마케팅을 해오던 세계 최고의 여성 언더웨어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추락이 그것이고 쿠팡의 물류 창고 화재 때 노동자를 생각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비윤리적인 기업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일어났던 불매운동도 미닝아웃 소비와 무관하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사례에서 보듯 ‘미닝아웃’은 이제 전 세계적인 소비 트렌드가 되었다. 미닝아웃 소비는 자신들의 취향과 가치관을 표출하며 인증, 챌린지 등의 SNS 활동의 일상화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거침이 없는 MZ세대들의 등장 이후 가속화 되면서 전 세대로 확산하고 있다. 이제 브랜드는 품질과 가격은 물론이고 브랜드를 구매해야 하는 사회적 이유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최근엔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IT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미닝아웃 허태윤 칼럼니스트 돈쭐내다 1619호(20220117)

2022-01-11

비거니즘, 일시적 유행인가? 새로운 문화인가?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랄프’라는 이름의 화장품 실험용 토끼가 주인공인 영상이 SNS를 통해 총 1억5000만건 이상의 조회 수와 7억4000만개의 틱톡 태그를 기록하며 세계인들의 마음을 울렸다. 심지어 멕시코에서는 ‘랄프’ 영상이 나온 지 5개월만인 지난 9월에 130만 명의 청원이 이어진 끝에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보건법개정이 상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일이 벌어졌다.      영화 ‘랄프 구하기(Save Ralph)’는 화장품 실험에 이용되는 토끼가 주인공인 스톱모션(물체를 조금씩 움직이면서 연속 동작을 연출하는 기법) 방식으로 제작된 단편영화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이 할리우드 감독, 배우와 함께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를 위해 만든 불과 3분 54초짜리 이 숏폼 영화는 지난 4월 7일 유튜브를 비롯한 SNS에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비건’들의 지지를 받은 것은 물론이고 세계인들에게 동물실험 반대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에 대해 전 세계에서 5백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청원에 서명하는 행동을 보여준 것이 그 증거다.       화장품과 각종 욕실용품 독성 실험에 이용되는 토끼 ‘랄프’는 영화 속에서 이미 실험으로 인해 한쪽 눈이 멀고,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 영상 속 토끼는 “저는 실험실의 토끼죠. 저희 아버지도 그랬고 어머니와 제 형제자매들 모두 실험용이죠. 다들 일하다가 죽고, 저도 그럴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쪽 눈이 멀고, 한쪽 귀는 들리지 않고 척추는 심하게 화상을 입었지만, 인간이 아름다움의 환상을 가질 수 있게 했다”라고 능청스럽게 말하는 음성이 나온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런 메시지로 끝을 맺는다. “어떤 동물도 (인간의)아름다움이라는 이름으로 죽거나 고통받지 않아야 한다.”     ━   채식주의를 넘어 동물복지,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로 확장   SNS에서만 공개된 이 영상에 수많은 사람이 공감을 표하는 현상에는 비거니즘(Veganism)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가 있다. 1944년 영국의 도널드 왓슨(Donald Watson)에 의해 제안된 비건(Vegan)은 원래 달걀과 우유도 먹지 않는 완전한 채식주의를 뜻하지만, 최근의 확장된 의미는 먹는 방식 그 이상의 생태적 라이프 스타일이나 생태적 철학을 의미한다.     채식은 기본이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을 사용하고, 동물성 재료나 환경공해를 일으키는 재료를 이용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등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려 깊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포괄한다. 확장된 비건의 가치는 채식과 동물복지, 친환경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비거니즘이 마케팅과 브랜딩의 새로운 화두가 된 것은 코로나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 19의 등장은 많은 부분에서 인류에게 생태적 재앙의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실제 광고회사 대홍기획이 발표한 ‘데이터로 읽는 비거니즘의 맥락’ 보고서를 보면, 비거니즘에 대한 소셜 언급량은 2019년 말 이후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과 안전, 행복에 대한 근본적 욕구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환경과 생태적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자기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환경과 동물복지의 윤리적 차원에서 비건에 동참하는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비거니즘은 이제 더는 소수의 하위문화가 아닌, 시대의 거스를 수 없는 주류 문화가 되고 있다.       ━   식품, 화장품, 패션 등 전 산업으로 퍼지는 비건 열풍     비건에 대한 구애는 우선 식품 분야에서 눈에 띄게 나타난다. 콩과 버섯, 호박 등의 채소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효모, 섬유질 등과 함께 배양해서 고기의 식감과 풍미를 그대로 재현한 대체육 시장이 비거니즘의 확산에 힘입어 많이 증가 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 조사 전문기관인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2019년 45억 달러(약 5조3300억원)였던 대체육 시장이 매년 7% 이상씩 성장하며 2027년까지는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비욘드미트(Beyond Meat)’라는 회사는 2013년부터 식물성 재료로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현존하는 대체육 회사 중 가장 육고기와 유사한 대체육 가공기술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며 이 시장의 ‘테슬라’로 인정받고 있다. 또 세계적인 햄버거 체인인 맥도널드가 미국 주요 도시에서 식물성 고기로 만든 버거를 출시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비건 상품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최대의 편의점인 GS25는 3종이었던 비건 상품을 올해 안으로 30종으로 늘릴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경쟁사인 CU 역시도 최근 관련 상품의 매출이 15배 이상 증가하면서 관련 제품 수를 3배 이상 늘린 바 있다.     비건은 식품뿐 아니라 패션, 화장품 분야는 물론, 관광, 테크 등 거의 모든 산업영역에서 분명한 새로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잘 알려진 명품 브랜드 구찌(Gucci)는 자체 연구 개발을 통해 목재 펄프와 비스코스 등 식물성 원료 기반의 비건 레더 ‘데메트라’를 개발, 신제품 스니커스에 접목해 출시했다. 가죽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해 그냥 보면 가죽과 다를 바가 없고 기능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보니 가죽이 아님에도 가격은 가죽 제품과 별 차이가 없다. 모피 사용제품의 명가였던 구찌는 래더프리(leather-free)를 선언하면서 생태적 비건의 가치를 브랜드 이념에 더해 MZ세대의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에르메스도 버섯 균사체를 이용해 진짜 가죽과 비슷한 촉감과 내구성을 가진 비건래더를 자사의 핸드백에 적용해 비거니즘에 동참했다. 우리나라에는 아예 비건을 브랜드 전면에 내건 패션 브랜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비건 타이거’ 가 그 주인공이다. 이 브랜드는 소재는 물론이고 심지어 패션 부자재인 단추와 실까지도 비건 소재로 제작하고 동물을 모티브로 한 강렬한 프린트로 패션계의 비건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생명을 착취해 생산한 모든 소재를 사용하지 않음을 브랜드 이념으로 출발한 이 브랜드는 수년째 비건 페스티벌을 기획해 국내의 비건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일을 해왔으며 판매수익의 10%를 동물관광산업 반대 운동 비용으로 기부하기도 한다.     비거니즘의 이념이 활발하게 퍼지고 있는 곳이 화장품 산업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러쉬’나 ‘더 바디샵’ 같은 브랜드들이 친환경, 동물복지를 브랜드 이념으로 마케팅을 펼쳐온 이 시장은 비교적 비거니즘의 수용성이 높은 분야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 기반’ 화장품이라는 개념으로 등장한 ‘톤28’이라는 브랜드가 눈에 띈다. 소비자와 상담 후 계절과 날씨. 피부의 특성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매월 계약 고객에게 최적화된 맞춤 화장품을 구독 방식으로 제공하는 이 회사는 유엔의 ‘SDGs(지속 가능 개발목표) 협회가 선정한 글로벌 지속 가능 30대 브랜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브랜드는 용기와 포장을 최소화하는 고체 화장품의 개척자로 ‘제로 웨이스트’ 와 ‘제로 플라스틱’을 실천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바디바’ ‘샴푸바’ ‘고체 치약’ 등 고체 형태의 화장품은 천연 성분의 함량이 높고 무방부제로 자연분해가 쉬워 사람과 환경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졌다. ‘톤28’은 환경에 해가 없는 종이 용기 개발에도 성공해 타 화장품 용기 대비 플라스틱 비율을 98%까지 줄여 환경공단의 인증을 받기도 했을 뿐 아니라, 용기 비용 90%, 성분비용 10%가 화장품 마케팅의 기본인 시대에 성분비용 90%, 용기 비용 10%라는 원칙을 지키며 바른 ‘바를 거리’ 문화를 만들어 가는 대표적 비건 화장품으로 비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 브랜드는 국내에 판매되는 30개 이상의 비건 화장품 브랜드를 대상으로 빅데이터를 이용한 평판 조사에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달바’ ‘러쉬’를 제치고 지속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   비거니즘, 단순한 유행이 아닌 문화의 조짐   미니멀리즘은 1960년대 팝아트의 현대적 사실주의에 저항하며 절제된 미학과 본질을 추구하는 예술 사조에서 출발했다. 이후 음악, 패션, 건축, 문학, 심지어 IT산업의 UI, UX 등 여러 분야에서 간결성, 단순성, 질서 같은 개념으로 확장되고, 검소함, 비움, 무소유 같은 삶의 태도와 연결되면서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이른바 ‘의미의 포용성’을 갖추었다. 또한 수많은 정보와 부가적인 기능이 본질을 흔드는 제품이 범람하는 시대가 되자 피로를 느끼는 소비자들의 ‘본질에 집중하고자 하는 ‘욕구’가 미니멀리즘에 연결이 되면서 미니멀리즘은 대안적 삶의 방식이자 문화로 자리 잡았다. ‘욕구의 연결성’이 존재했던 것이다.     비거니즘 또한 ‘의미의 포용성’과 ‘욕구의 연결성’이란 차원에서 보면, 오늘날 하나의 문화가 된 미니멀리즘과 유사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유와 달걀조차 입에 대지 않는 극단적 채식주의를 의미하는 초기의 의미를 넘어, 다른 존재를 돕는 동물복지의 개념과 눈앞에 다가온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으로부터 자신과 사회를 지키고자 하는 친환경의 태도를 포용하는 개념으로 진화한 것이 그것이다. 또 채식이 채워주는 건강에 대한 욕구와 동물을 포함한 다른 존재를 도와주면서 얻는 행복의 욕구, 그리고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로부터 사회를 지켜 내고자 하는 친환경의 노력은 안전이라는 욕구와 연결됨을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 서면 비거니즘은 결코 잠시 나타나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문화로서의 조짐이 뚜렷하다. 또 브랜드가 ‘비거니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최근엔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IT콘텐츠학과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허태윤 브랜드 화장품 동물실험 동물복지 친환경 비거니즘 비건

2021-12-26

MZ 세대를 향한 새로운 구애 방식 ‘밈(meme)브랜딩’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날, 초대를 받은 세계적인 저명인사들 가운데 주인공인 조 바이든보다 더 시선은 끈 인물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 중의 하나인 버몬트 출신 무소속 상원의원으로 진보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정치이념으로 두 번에 걸쳐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뛰어들어 젊은 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끈 바 있었지만, 여전히 미국의 마이너리티 정치인인 그가 대통령 취임식장의 ‘신 스틸러’(scene-stealer)가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밈(meme) 현상이다.   출발은 대통령 취임식에 걸맞은 성장을 한 권위적 유명 인사들 사이에 낡은 등산용 점퍼에 손 모아 털장갑을 끼고, 마치 미국 시골 촌로(村老)의 모습으로 다리를 꼰 채 추운 듯 웅크리고 앉아 있는 버니 샌더스의 사진 한장이다. 권위에 저항하는 이 인간적인 사진 한장이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의 정치이념이자 브랜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인터넷과 SNS 통해 전 세계인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다. 지지자가 직접 손으로 떠서 선물한 털장갑을 끼고 손을 모으고 있는 것 역시 화제가 됐다. 이 장갑이 지지자가 낡은 스웨터를 업사이클링한 털실로 이 장갑을 만들어 그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지자, 진보적 이념의 실천가 이미지를 상징하게 됐다. 이후 이사진은 SNS상에 10만개가 넘는 의 밈(meme)으로 재창조되고 각각의 이미지는 수억 개의 ‘좋아요’로 인터넷을 달구었다.     텍사스의 토비킹이란 여성은 그의 취임식 패션을 형상화한 털실 인형을 만들어 이베이 경매사이트에 올렸는데, 7시간 동안 뜨개질로 만든 이 인형이 2만300 달러에 팔리는 일도 벌어졌다. 심지어 샌더스의 이 사진 한장은 티셔츠 등 각종 굿즈로 만들어져 5일 만에 20억원이 팔리는 진기록이 만들어졌다(물론 수익금은 모두 버몬트주 노인을 지원하는 자선단체에 기부가 되었다). 샌더스의 밈은 한국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불렀다. 강남스타일의 싸이가 그와 함께 말춤을 추는 사진으로 MZ세대들의 박수를 받았고 모 대학의 본관 앞에 앉아 있는 그의 합성사진을 대학입학원서를 기다리는 상황으로 묘사하며 신입생들의 눈길을 끌었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김장 행사에도 함께하며, 소탈한 샌더스는 한국의 불우 이웃을 돕는 미국인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   진화생물학적 용어인 ‘밈’의 변화     밈(meme)이란 말은 원래 진화생물학에서 유래한 말이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문화의 진화를 설명하면서 처음으로 사용한 학술용어다. 모방을 뜻하는 그리스어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gene)의 합성어다. 이 책에서 도킨스는 밈을 ‘인간의 유전자처럼 자기 복제적 특징을 지니며 번식해 대를 이어 전해져 오는 사상이나 종교, 이념 같은 정신적 사유’로 정의했다. 다시 말해 밈은 사람들 사이에서 구전을 통해 재생산되는 모든 문화적 현상을 총칭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밈은 새로운 소통방식을 설명하는 용어로 재정의되었다. ‘재미와 보람을 중요하게 여기고, 느슨한 연대를 즐기는 세대와 기술의 발달이 만나 형성된 일종의 인터넷상 놀이 문화 혹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밈을 단순히 재미있는 영상 혹은 유행어로 생각할 수도 있어 한국어 표현으로 ‘짤’ 혹은 ‘짤방’으로 혼용되기도 하는데 동영상을 포함한 사회현상을 통틀어 말하는 ‘밈’과 다르게 ‘짤’은 단순히 재미있는 사진이나 GIF 파일, 혹은 동영상만을 통칭한다.     즉, 밈은 특정 사진이나 영상보다는 누군가가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 만든 특정 결과물을 함께 향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재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 문화 요소를 모방 혹은 재가공한 콘텐트로 유행, 챌린지, 짤, 패러디 등이 밈의 범주에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밈 현상은 이제 하나의 놀이 문화를 넘어 브랜딩과 마케팅을 좌우하는 하나의 트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   ‘오징어게임’ ‘똥 밟았네’ 등 밈 인기 얻어     2022년을 통틀어 밈의 가장 큰 소재가 된 문화 현상은 역시 ‘오징어 게임’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전 지구적인 반향에 힘입어 수백만 개의 ‘짤’과 패러디 영상, 심지어 오징어 게임 로고의 핑크빛 글자체를 모방하는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광고물이 등장했다. 패션 이커머스 브랜드인 무신사는 가장 먼저 넷플릭스와 공식 협업을 통해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초록색 체육복 456개를 추첨을 통해 한정 판매했는데 5일간 무려 18만8000여 명이 응모해 414대1의 경쟁률을 보이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또 이 회사는 극 중 새벽 역을 맡은 정호연을 출연시킨 ‘셀럽도 다무신사랑’ 켐페인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고 정호연을 브랜드를 대표하는 뮤즈로 전격 발탁하며 무신사스토어 입점 브랜드와 함께 화보를 선보였다. 이탈리아 커피 ‘일리’도 발 빠르게 밈을 이용했다. 오징어 게임 속에 ‘달고나’가 등장하면서 세계인들의 관심이 들끓자, 메뉴에도 없던 신제품 ‘달고나 커피’를 출시했다. 이커머스 브랜드 ‘위메프’도 밈 마케팅을 통해 온라인 서바이벌 ‘위메프 게임’을 개최해 퀴즈 정답 맞히기, 달고나 뽑기, 구슬 홀짝 맞히기 게임을 진행한 뒤 최종 승자에게 2000만원 상당의 쇼핑 포인트를 지급했다.     오징어 게임이 성인용 드라마인데 반해 아동용 애니메이션이 SNS의 밈 현상을 만든 사례도 있다. EBS ‘포텐독’의 ‘똥 밟았네’라는 2분짜리 영상이 그 주인공이다. 올 6월 말 처음 공개된 이래 불과 1개월도 안 돼 600만명이 보더니 지금은 1150만 명의 조회 수(21년 12월 8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포텐독’은 뮤지컬 장르를 가미한 슈퍼히어로물로 인간과 특별한 능력을 지닌 ‘개’들의 이야기를 그린 3D 애니메이션이다. 그런데 이 아동용 애니메이션이 어른과 청소년들이 더욱 열광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주목을 받은 것이다. ‘똥 밟았네’는 극 중 악당들이 마을에 개똥 테러를 범하고 이로 인해 주민들이 개똥을 밟는 순간의 당혹스러움을 뮤지컬 형식의 노래와 춤에 담았다. 반복되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리듬에다 보는 사람들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게 만드는 안무를 더 해 묘한 조화를 이루며 넷티즌들을 열광하게 했다.     노래와 함께 네 명의 등장인물들이 어딘가 본듯한 댄스를 보여주는데 자세히 보면 모두 케이팝의 군무들을 자연스럽게 가사에 맞도록 배합한 것이다.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댄스 동아리 출신 제작사 대표의 가족이 직접 안무를 제작하고, 노래는 제작사의 직원들이 직접 불렀는데 유튜브와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각종 커버 영상이 쏟아졌다. 초통령인 팽수, ‘미스트롯2’의 가수 황우림, 아이돌 그룹 동키즈, 트와이스 등의 연예인들은 물론, 선생님과 학생, 친남매, 현직 댄서들, 장안의 춤깨나 춘다는 청춘들은 앞다투어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춘 댄스와의 싱크로 율 경쟁에 나서는 밈현상이 생겨났다. ‘똥 밟았네’는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이 들으면 중독성으로 공부에 지장을 준다는 이른바 ‘수능 금지곡’ 대열에 올라서며 ‘1일 1똥’ 이란 유행어를 만들 정도로 열풍을 만들었다.       ━   브랜딩에 밈을 활용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세 가지     모든 밈을 이용한 브랜딩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밈은 네티즌들이 참여해 인터넷상의 새로운 문화 코드를 패러디하거나 모방을 해서 만들어지는 ‘짤’의 형태가 많다 보니 브랜드들도 패러디의 형태를 빌려 B급 감성을 집어넣는 브랜딩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그것이 네티즌에 의한 것이 아닌 기업이나 브랜드가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아는 순간 불공정의 잣대로 그 브랜드를 평가한다.     지난해 가수 비가 2017년 발표한 ‘깡(Gang)’이란 그의 댄스곡이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의해 다시 역주행하는 현상이 일어나자 2020년 그의 댄스를 패러디하는밈현상이유행한 적이 있다. ‘깡’자가 들어간 수많은 제품이 밈의 유행에 편승해 마케팅으로 활용하려 했지만, 일부 브랜드가 가수 비의 엄청난 모델료를 감당할 수 없어 유사한 이미지의 다른 모델로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었다가 네티즌들의 엄청난 비난을 들으며 사과를 해야 했다.     비슷한 사례로 개그우먼 박미선이 10여 년 전 출연한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의 엄마로 등장해 유행어로 만든바 있는 “ ~는 내가 할게, ~는 누가 할래”의 표현으로 최근 다양한 밈이 만들어진 적이 있다. 이것을 이용해 몇몇 브랜드들이 누가 봐도 박미선을 연상케 하는 캐리커처와 더불어 유행어를 활용해 광고로 만든 적이 있다. 이 역시도 공정의 가치에 어긋난다는 비난을 받고 광고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 두 가지 사례에서 보듯 인터넷상에서의 밈이라 할지라도 공정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MZ 세대들에게는 기업이 남의 자산을 돈을 내지도 않고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불공정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절대로 피해야 한다.     그렇다면 밈(meme) 현상을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브랜딩에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직접 참여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그곳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밈코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밈은 단순 복제가 아닌 자신의 방식대로 콘텐트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메시지를 담아 콘텐트에 자신만의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공유가 가능한 형태여야 한다. MZ세대는 재미있고 유익한 것을 정보로 보기보단 공유할 만한 콘텐트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밈을 공유할 만한 가치를 가진 콘텐트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밈은 짧은 유행주기를 가지기 때문에 브랜드의 단기적 성과를 목표로 해야 한다. 장기적 브랜드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절하지 않은 수단임을 인식해야 한다.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최근엔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IT콘텐츠학과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브랜드 브랜딩 문화적 현상 밈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허태윤교수

2021-12-11

빙그레부터 BTS까지 나선 '세계관 마케팅'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빙그레 왕국의 후계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라는 왕자를 알고 있는가? 빙그레가 창립 53주년을 맞아 기획한 브랜드 마케팅의 주인공이다. 순정 만화 주인공 같은 캐릭터를 2020년 2월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빙그레우스 왕자는 빙그레가 생산하는 각종 제품으로 온몸을 치장했다. 빙그레 로고 모양의 귀걸이와 빨간 머리에 바나나맛 우유 패키지를 닮은 왕관을 썼다. 빵또아(아이스크림) 바지에 꽃게랑(스낵)과 메로나(아이스바)를 붙인 봉을 들고 있다. 자신을 빙그레 왕국의 왕위계승자라고 밝히며 “아버지로부터 인스타그램 채널 운영과 팔로워 수 목표치라는 미션을 부여받았다”라고 소개한다.     단순히 캐릭터를 하나 만든 것이 아니다. 빙그레 왕국이라는 세계관을 만들고 각각의 서사를 지닌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물론 모두는 빙그레의 제품과 관련이 있다. 왕국의 가장 오래된 비서 빙그레의 스테디셀러 아이스크림 ‘투게더’를 연상케 하는 ‘투게더리고리 경’, 농사일을 하는 비비빅(아이스바), 귀여운 캐릭터 ‘꽃게랑’(스낵), 엘프를 떠올리게 하는 옹테 메로나 부르쟝(멜론맛 바), 왕국의 호위무사 ‘더위사냥’(얼음과자), 열쇠공 끌레도르(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등이 그들이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는 빙그레우스 왕자는 미션을 완수 하기 위해 일주일에 3번의 게시물을 올리는데 구독자가 식품업계 타 브랜드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지난여름에 올린 ‘빙그레 메이커를 위하여’라는 애니메이션 영상은 3주 만에 브랜디드콘텐트로는 예외적으로 3주간 640만 뷰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바 있다. 스스로 ‘도른자(돌은자, 미친놈 같은 아이디어를 내는 자를 빗댄 표현)마케팅이라고 말하며 최근 제과산업은 물론 MZ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마케팅의 전범(典範)으로 인정받고 있다.     빙그레의 아이디어는 현실의 낡은 브랜드에 새로운 서사나 스토리를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 신선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게임이나 메타버스 공간에서 가성과 현실을 오가는 데 익숙한 MZ세대와의 새로운 관계 형성을 만들고 싶은 오래된 장수 브랜드들이 세계관 마케팅에 주목하는 이유다.       ━   세계관 마케팅의 원조 ‘마블’   세계관 마케팅은 브랜드가 현실이 아닌 상상 속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 속에서 캐릭터와 서사를 통해 브랜드 소비자와 소통하며 브랜드 이념과 철학을 공유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세계관 마케팅의 선수는 ‘마블 코믹스’다. 소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velCinematic Universe)라는 세계관을 통해 마블 코믹스 케릭터의 상상 속 서사는 촘촘히 연결 되어 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러 스토리라인이 있고 그것을 끌어가는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한다.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세계관 안에 겹겹이 쌓여 있고, 얽혀 있기도 하다. 그 실타래를 따라가 보면 영원한 주인공도, 영원한 조연도 없다. 관객이 특정 등장인물의 케릭터 보다 그 상의 스토리가 끝도 없이 만들어 가는 세계관에 빠져들어 가는 이유다. 사실 마블의 시네마틱 세계관은 소개된 지 오래되었지만, 그 서사의 스케일이나 투자 규모를 마케팅 차원에서 흉내 내기는 어려운 면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세계관 마케팅 붐은 ‘부캐‘ 열풍과 관련이 있다. 본래의 캐릭터가 아닌 ’부 캐릭터‘의 줄임말인 ‘부캐’는 현실 생활에서의 평소 내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로 행동할 때는 일컫는 새로운 개념이다. 예능프로그램에서는 개그맨 유재석이 ‘유산슬’이란 부캐로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 주며 가수로 데뷔, 큰 인기를 끈 것이 대표적 현상이다. SNS 시대의 세계관은 꼭 마블처럼 큰 스케일의 방대한 서사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   병맛코드의 가상세계 ‘피식대학’     이런 현상의 또 다른 사례가 ‘피식대학’이다. KBS와 SBS 출신 공채 개그맨 3명이 결성한 유튜브 채널로 ‘한사랑 산악회’ ‘05학번이즈백’ 그리고 B대면 데이트 등 다양한 상황극을 보여 주어 무려 120만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공중파 TV에서 설자리가 없어진 개그맨들이 생존을 위해 만든 유튜브 밈(meme)이 대박을 친 것이다.     처음에는 내놓는 상황극마다 별개의 세계관인 것으로 보였으나 각 콘텐츠의 주인공들이 혈연 및 친분인 것으로 설정된 하나의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하나 마다 독특하고 디테일한 케릭터와 서사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채널의 ‘김갑생할머니김’ 전략기획실 본부장 이호창이란 인물은 ‘김’회사의 젊은 후계자로 자산 규모 500조원, 코스피 1위 기업의 본부장이다. 신년이 되면 신세계 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의 신년사를 패러디한 신년사를 발표하고 양념으로 얼룩진 흰쌀밥을 감싸는 것은 김 한장뿐이고, 환경오염으로 얼룩진 지구를 감싸는 건 김갑생할머니김이 해야 한다며 ESG 경영을발표한다. 상점에 난입한 강도를 맨손으로 때려잡을 정도로 무술에도 뛰어나다. 이런 식이다.     그런데 ‘김갑생할머니김’은 유튜브 밈의 등장인물의 직업 설정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생산이 되고 팔리는 일이 일어났다. 전자 상거래 업체 11번가에서 성경식품과 협업, 판매에 들어간 것이다.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세계관을 즐기는 MZ세대들에게 이 ‘병맛 코드’는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 5월 한국 정부가 최초로 개최했던 기후환경 분야 정상회의인 ‘2021 P4G 서울 정상회의’에서 이호창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 본부장이 스티브 잡스와 견줄만한 PT를 한 것이다. 기업이 자사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데 벗어나 환경과 사회적 가치, 투명하고 윤리적인 지배구조를 갖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것이 ESG경영이며 이를 위해 ‘김갑생할머니김’은 업사이클링을 실천한다고 발표했다.     금빛 김 포장지를 업사이클링해 ‘금딱지’를 만들어 그 옛날 골목을 가득 채웠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되찾겠다고 밝힌다. 물론 유튜브 ‘피식대학’에 올라온 영상이지만 서울시가 이 행사의 홍보를 위해 피식대학 개그맨들에게 의뢰한 것이다. ESG 경영을 일반인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어필하며 하루 만에 50만명이 이 영상을 보는 진기록이 만들어졌다. ‘피식대학’은 가상의 인물과 가상의 설정임에도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어 세계관의 몰입도를 높이고 현실로 세계관을 확장한다.       ━   또 다른 세계관 마케팅 ‘K팝’     세계관 마케팅을 비교적 일찍 도입한 곳이 K팝이다. 아이돌 그룹이 만들어질 때는 그룹의 탄생 서사와 멤버 간 캐릭터설정, 앨범에 영향을 준 문화 영화 등 문화 예술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세계관을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그룹 액소가 데뷔할 때 그들은 엑소 플래닛이란 미지의 행성을 도입했던 것을 알만한 사람은 안다. 이들의 탄생 스토리에는‘ 생명의 나무’와 멤버마다 부여된 빛, 불, 바람, 힘, 치유 등의 능력은 안무나 노래가사, 뮤직비데오등에 충실히 반영되었다. BTS의 세계관 역시 유명하다. 발표되는 곡마다 청춘의 다양한 감성과 경험을 노래에 담되,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세계관 속에 팬덤을 몰입시켰다. BTS의 ‘화양연화’ 3부작, ‘청춘’ 2부작, ‘러브유어셀프’ 시리즈 등이 그 대표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에스파’라는 그룹은 현실 세계에서 활동하는 멤버 4인과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이들의 아바타 4인을 조합해 만든 8인조 그룹으로 초월적 SF세계관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오가며 인간과 아바타가 중간세계인 디지털 세계를 통해 소통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세계관에 펼쳐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K팝에서의 세계관 마케팅은 곡과 화려한 퍼포먼스에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기본이고 긴 호흡의 서사가 주는 재미와 몰입을 더 해주어 팬덤이 아이돌 그룹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를 만들어 낸다.     브랜드 스스로가 세계관을 만들 수 없다면 메타버스를 이용한 협업도 가능하다. 이미 만들어진 세계관에 브랜드가 들어가는 것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편의점 CU가 만든 가상 편의점이 그것이다. CU의 한강 시민 공원점은 가상의 편의점이다. 여기서 CU는 오픈기념으로 ‘삼각김밥’ 찾기 이벤트를 열고 당첨자에게 실제로 제품을 보내기도 한다.     세계관 마케팅은 SNS가 등장하며 날개를 달았다. 마블의 세계관처럼 웅장하고 거대한 서사를 가지지 않아도 SNS의 등장으로 작은 세계관을 가능케 한 것이다. 그리고 SNS를 통해 가상과 현실의 세계를 오가면서 소비자가 동참하는 구조를 만들어 냈다. 심리학에서 인간은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서양 고전에서 설득력을 얻은 바 있다. 게임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혼재하는 MZ세대의 등장과 SNS 시대가 도래하며 브랜딩도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최근엔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세계관 마케팅 시네마틱 세계관 브랜드 마케팅 1608호(20211101)

2021-10-30

경험 내세우는 ‘젠틀몬스터’ 공간 브랜딩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로봇연구소를 운영하는 패션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50년 된 대중목욕탕을 매장으로 만들더니 인형의 집, 세탁소를 콘셉트로 이색 매장을 선보이고, 쇼룸을 복합문화 공간형태인 만화 가게로 나타내기도 한다.     2011년에 만들어진 이 브랜드는 10년 만에 세계적인 팝스타이자 패션 아이콘인 마돈나와 최고모델 지지하디드 등 글로벌 셀럽들이 먼저 찾는 브랜드가 됐다. 그뿐만 아니다. 루이비통을 보유한 세계적인 명품 그룹인 LVMH의 계열사 엘 카터 톤(L CHATTERTON)이 700억원을 투자하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독창적인 브랜드로 인정받았다.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팬디’, 미국의 ‘알렉산더 왕’, 밀라노의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 ‘10 꼬르소꼬모’등이 먼저 러브콜을 보내며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을 만들어 냈다. 이들이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하면 마치 새로운 전시의 개막을 기다리듯 업계와 명품 브랜드들 그리고 럭셔리 소비자들이 기대한다.     외형적으로도 현재 아이웨어 브랜드로는 드물게 중국, 뉴욕, 런던을 포함한 주요 도시에 50여 개의 직영 매장을 운영 중이며, 30개국 400여 매장에서 3000억원(2019년 기준) 매출과 더불어 30%에 가까운 놀라운 영업 수익을 올리고 있는 ‘몬스터’로 성장했다. (2020년은 코로나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유지를 하고 있다)     이는 유럽의 신흥 럭셔리 브랜드 이야기가 아니다.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 그리고 공간마케팅을 통해 브랜드의 독특한 자기다움을 만들고 있는 이 브랜드는 토종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이야기다.       ━   홍보 예산 대신 디자인에 투자       젠틀몬스터는 영어캠프를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던, 디자인과는 전혀 인연이 없던 김한국 대표가 회사 대표를 설득해 만든 안경테 회사가 그 출발이다. 규제가 심한 사교육 시장을 극복할만한 새로운 사업을 물색하다가 어떠한 상황에도 규제를 받지 않는 동시에 대기업과도 경쟁이 없는 안경테 사업에 주목했다.    사업 초기, 유명 타투이스트와 협업 작업을 진행하며 내심 그를 설득하면 유명 연예인이 젠틀몬스터 제품을 착용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 타투이스트는 연예인에게 끝내 제품을 주지 않았다. 이유는 충격적이게도 “제품이 예쁘지 않기 때문”이란 이유였다. 여기서 김 대표는 안경테도 예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선택되지 않는다는 디자인에 대한 본질적 니즈를 절실히 깨우쳤다고 한다. 이후 수개월 동안, 주요 타깃층인 ‘패션피플’이 원하는 차별화된 디자인 개발에 몰입한 끝에 시장에서 서서히 반응을 얻게 된다.    젠틀몬스터는 이후부터 모든 마케팅과 홍보 예산을 디자인에 쏟아 붓는다. 대표 스스로가 디자인 공부를 미친 듯이 한다. 직원이 몇 안 되는 회사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디자이너들을 선발하고, 외부 전문가들과 협업을 진행하는 등 기존 아이웨어 업체들과는 현격한 차이를 만들며 디자인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던 중 젠틀몬스터는 또 다른 반전의 기회를 맞게 된다. 2014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천송이가 젠틀몬스터 선글라스를 쓰고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많은 돈을 들인 PPL이 아니었다.     당시 전지현이 선글라스를 쓰는 장면이 있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의 종류가 200가지가 넘었다. 브랜드의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젠틀몬스터’도 전지현 스타일리스트에게 전달됐지만, 선택의 여부는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결국 뛰어난 디자인을 가진 제품력이 브랜드의 운명을 갈라놓은 셈이다. 이것이 젠틀몬스터가 ‘천송이 선글라스’로 알려지면서 국내는 물론 중화권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시발점이 된다.     그런데 또 여기서 타 브랜드와 다른 행보를 걷는 ‘젠틀몬스터’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히트한 드라마 PPL은 단기간에 소비자에게 관심과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효과를 가지지만 지속성을 가지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관심의 효과를 지속시키는 것이 브랜드의 진정한 실력이라 할 수 있다.   젠틀몬스터는 이렇게 만들어진 인지도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의 브랜드 경험으로 연결해 팬덤을 만들어 나간다. 공간을 활용한 브랜딩이다. 논현동에서 시작한 쇼룸을 청담동, 홍대로 확장하면서 매장 자체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보통의 안경가게가 아닌 ‘젠틀몬스터’의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초현실 예술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초현실 예술 작품으로 가득 채운 갤러리 공간 같은 매장에서 ‘젠몬다움’을 경험하는 브랜드 공간이다. 서울 북촌에서는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해 ‘BATH HOUSE’라는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시켰고, 홍대 매장은 25일마다 매장 디스플레이 콘셉트를 바꾸는 ‘퀀텀 프로젝트’를 3년 동안 지속했다.       ━   예술 공간 선보이며 ‘젠몬다움’ 경험 제공   대구 매장은 세탁소를 콘셉트로 세상을 놀라게 했으며, 압구정동에 매장에는 폭탄을 맞은 듯한 건물의 잔해 속에 자체 로봇연구팀이 만든 6족 보행 로봇이 어슬렁거리며 신기하고 낯선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당연히 고객들은 자발적인 SNS 활동을 통해 확산에 일조했다.     젠틀몬스터는 돈을 내는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이 대중적인 브랜드를 지향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브랜드 차별화는 고객의 브랜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패션처럼 소수의 오피니언 리더가 반응해야 대중이 움직이는 시장에서는 오피니언 리더들에 대한 브랜드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젠틀몬스터’란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김한국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3개월 동안 칼을 옆에 두고 100권의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다. (칼을 옆에 둔 이유는 자신의 결심이 흐트러지거나 책에 집중하지 않으면 손을 잘라 버리겠다는 비장한 결심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당시 특히 뇌과학과 심리학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으면서 인간의 소비 심리와 관련된 인사이트를 얻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지금과 다르게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도 그랬다. 그것이 몬스터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한다. 그래서 ‘젠틀몬스터’는 젠틀하게 삶을 살아가되 내면에 감춰진 몬스터적인 욕망을 표출하고자 하는 인간의 속성을 반영한 심리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아이웨어로 시작했지만 젠틀몬스터는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이다. 이들이 만드는 브랜드 경험은 비단 공간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향을 만드는 조향사, 미디어아트 전문가, 로봇 전문가, 바리스타, 파티시에, 소믈리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창의성을 가진 직원들에 의해 공감각(共感覺)적으로 만들어진다.     하나의 감각이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공감각적 경험은 그렇기에 입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젠틀몬스터 브랜드 DNA를 물려받은 스킨케어 브랜드 ‘템버린즈’ 와 새로운 디저트 판타지를 그리는 ‘누데이크’의 성공적인 출시를 보면 그 말에 수긍이 간다.   최근에는 젠틀몬스터가 중국 베이징 최고의 럭셔리 백화점 SKP-S의 요청으로 백화점 공간 디자인에 참여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켜 그들의 미래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젠틀몬스터 브랜드 이념이자 가이드 라인은 ‘세상을 놀라게 하라’이다.   이런 이념 아래에 세상을 놀라게 하기 위한 독특하고 기발한 디자인과 그 브랜드를 독창적이고 빛나게 하려는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통한 브랜드 경험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오면서 짧은 기간에 브랜드 위상을 높여왔다.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계속 놀라게 하며 진화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2021-08-08

쿠팡 화재는 소비자의 마음에도 불을 질렀다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쿠팡이 이번 물류 센터 화재 사고로 태워버린 것이 단지 덕평의 4만평 규모 건물과 1600만개의 상품뿐일까.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며 수조원의 돈을 쏟아 투자한 ‘로켓배송’의 값진 고객 경험이 만든 브랜드 자산도 하루아침에 그 연기 속에 불타 사라져 버렸다.     더불어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고객의 신뢰는 '고객의 분노'라는 불길 속에 좀처럼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고객의 불매운동은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고 그 피해 규모는 짐작할 수조차 없다.     쿠팡은 과거에도 코로나19 감염자 사태로 브랜드 위기가 있었고, 근로자가 과로로 숨지는 사태가 있었지만 유사한 사건이 다른 경쟁기업이나 다른 산업에도 있었기에 쿠팡에 국한한 특수한 문제로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었다. 당시에도 미숙한 대응이 문제가 됐지만 이번 사건처럼 쿠팡의 기업 문화가 고객들에게 분노를 산적은 없었다.       ━   리스크만 예측하고, 대처는 미흡한 쿠팡     기업 운영에 있어 리스크는 항상 상존한다. 특히 생산시설과 유통시설을 보유하고 있거나 혹은 고객의 접점이 넓은 기업들에 있어 사고의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전국에 100개가 넘는 대형 물류시설을 가지고 있고 그 규모가 축구장 400개 규모인 쿠팡은 화재는 물론 모든 천재지변(天災地變)이나 인재(人災)의 대상이 된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존에도 없는 안전담당 부사장이 주요경영진에 포함돼 있다)     쿠팡이 아니라 어떤 기업에도 이런 리스크는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무엇이 이 물류창고의 불길을 소비자의 마음으로 번지게 했을까? 이번 쿠팡의 사례를 통해 ‘브랜드 차원에서의 위기관리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살펴보자.   최근 쿠팡의 물류센터 화재 사고와 관련한 쿠팡 대응 방식은 참으로 안타깝다. 한마디로 영양 과잉으로 덩치는 어른이지만 사고 수준은 어린아이인 피터팬 신드롬이 말하는 ‘어른 아이’를 보는 기분이다.      뉴욕증권시장에 상장해 60조원에 가까운 시가총액을 평가 받는(한국시장기준 3위 규모) 기업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아마추어 같은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불이 난 지 5시간 후 국민이 마주한 첫 번째 쿠팡 관련 뉴스는 진정성을 담은 사과가 아니라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김범석 의장이 모든 한국에서의 직책을 그만두고 글로벌 사업을 위해 책임을 새로운 CEO에게 넘긴다’는 뉴스였다. 쿠팡의 CEO가 사고에 대한 한마디 사과나 수습책을 내놓기보다 화재 책임을 면하기 위해 모든 직책을 그만둔다는 뉴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메시지였다.     물론 이 결정은 이미 예정돼 있었고 공교롭게도 불이 난 시점에 발표된 것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쿠팡 측은 이번 결정이 화재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백보 양보해 그 말이 옳다고 해도 전 국민이 지켜보는 대형화재 사고를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성숙한 태도라면 당연히 사임 발표를 사고 수습 뒤로 미루고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을 것이다.   쿠팡의 최초 사과문은 새로운 CEO 강한승 대표 명의로 사건 발생 38시간 지난 후에 나왔다. 불과 서너 달 전까지 쿠팡을 뉴욕시장에 상장하면서 한국의 아마존으로 만들었다고 언론을 통해 신화적 인물로 떠받들던 주인공 김범석 의장은 슬그머니 빠진 것이다. 더구나 이때는 현장에서 화재진압을 진두지휘하던 소방대장이 실종되어 생사확인이 불투명한 상황이었고, 화재는 역대급 규모로 번져가고 있었다.     쿠팡이 이번 사건을 얼마나 안일하게 보았는가에 대한 방증이자, 책임지지 않는 기업 문화의 민낯을 보는 순간이었다. 30시간 전에 한국에서의 모든 법적 지위를 내려놓았다고 발표했으니, 새로운 대표이사가 사과해야 하는 것은 합법적이라는 무언의 주장이 보인다.     소비자들은 생각이 달랐다. 즉각적인 불매운동으로 반응했다. SNS에는 ‘쿠팡 없이 살 수 있을까?’라는 쿠팡의 슬로건을 뒤집은 ‘쿠팡 없이도 살 수 있다’라는 글과 ‘쿠팡 탈퇴’를 인증하거나 탈퇴방법을 공유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6월 19일 하루에 ‘쿠팡 탈퇴’ 글만 2만 건, 트위터에서 해시태그를 단 글은 17만 건이 올라왔다.     쿠팡은 2020년 5월 부천 물류센터에서 시작해 코로나 확진자 111명이나 나왔을 때도 그랬다.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하기보다, 해명하고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기 급급했다. 또 지난 1년간 9명의 쿠팡맨과 작업자들이 숨진 사건이 날 때마다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겨울에 핫팩 한장에 의존해 난방도 없는 작업장에서 일하다가 근로자가 숨지자 ‘핫팩 한장이 아니라 두 장 지급했다’라고 주장하거나 ‘사망한 노동자가 근무했던 사업장은 업무 강도가 낮은 곳이다’라며 공감과 사죄가 아니라 주장과 변명을 늘어놓은 것이다.       이른바 가치소비 시대다. 요즘과 같이 최고 의사 결정권자의 퍼스널 브랜딩이 기업의 평판과 직접 연결되는 시대에는 CEO나 오너의 행동과 가치가 고객을 움직인다. 그래서 미국 어떤 플랫폼 기업의 CEO도 기업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뒤로 숨지 않는다.     기회의 순간에 자신이 빛나는 만큼 위기의 순간에도 최전방에 서서 때로는 온몸으로 비난의 화살을 받으며 위기를 관리한다. 진정, 쿠팡이 김범석 의장의 경영능력과 퍼스널 브랜딩으로 여기까지 왔다면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피하지 않고 당당히 직접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CEO가 브랜드인 플랫폼 시대의 위기관리에서 필요한 첫 번째 덕목일 것이다.      ━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CEO의 가치관      그런 측면에서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유니콘기업의 반열에 오른 ‘컬리’의 김슬아 대표가 지난해에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은 비교될 만하다.     물류센터에 확진자가 발생하자 마켓컬리는 다음날 곧바로 김 대표 명의의 홈페이지 게시문과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확진자가 발생한 사업장을 폐쇄했음을 알리고 방역이 불가능한 제품은 전량 폐기할 것’을 발표했다. 더불어 CEO가 나서 사고 경위를 설명하고 조치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고, 사과와 더불어 소비자의 우려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후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지속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투명하게 사태를 관리한 바 있다.     미국의 마텔이라는 세계 최대의 장난감 회사가 보여준 위기상황에서의 브랜드 관리도 참고할 만하다. 2007년 마텔은 중국에서 생산된 장난감에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 검출과 장난감에 붙어 있는 자석을 아이들이 삼킬 가능성이 제기돼 세 차례에 걸친 리콜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2000만개 제품을 리콜하는 초유의 위기를 맞은 바 있다.   60년이 넘은 이 회사는 브랜드 이미지에 결정적 타격을 받을 위기에 처했고 경쟁사는 ‘우리 제품에는 납 성분이 없다’라는 비방 광고로 마텔을 흔들었다. 그러나 그해 말 엄청난 규모의 리콜과 새로운 점검시스템의 도입으로 비용과 투자는 발생했지만, 성공적인 리스크 메니지먼트로 매출은 오히려 전년 대비 15%가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한마디로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태도와 진정성 있는 사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이다. 우선 즉각적으로 각종 매체와 온라인 미디어에 사과 동영상을 게재하고 모든 포털 사이트에 링크를 걸어 고객이 리콜 관련 웹페이지에 쉽게 접근하도록 유도했다. 사과 동영상에는 자사의 로고를 크게 부각하여 적극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과 메시지에도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 소비자가 기대하는 바와 그 맥락을 충분히 반영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CEO가 직접 했다.     당시 CEO인 밥 에 커트는 사과와 더불어 장난감에서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3단계 안전진단시스템 강화를 약속하고 실천했다. 우선 장난감에 사용되는 모든 종류의 페인트를 전수 조사하고, 전 생산라인의 기습점검 강도를 강화함은 물론 임의로 하던 완제품 검수도 전 제품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메시지는 소비자들에게 전달돼 이 사건 이후 고객의 구매의향은 71%에서 76%로 늘어났으며, 신뢰도 역시 75%에서 84%로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 왔다. 이뿐이 아니다. 이 사건의 여파가 커지자 미 의회는 청문회를 열어 CEO를 소환했으나 오히려 신속한 위기대응에 대한 칭찬을 한 것으로 이 회사는 더 유명해졌다.   기업은 이제 소비자에게 물건을 어떻게 팔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소비자와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다른 이커머스업체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자본과 속도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며 화려하게 고객과의 ‘인게이지먼트(engagement)’에 성공했다. 규모로는 이 나라 어떤 유통기업보다도 크고 위대하다.    그러나 쿠팡은 이번 화재 사건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고객들은 이 기업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극복하는가를 지켜볼 것이다. 디지털 자본이 영양을 과잉 공급한 몸뚱이만 크고 머리는 미성숙한 ‘어른 아이’에게 지속적 애정을 보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허태윤

2021-06-26

69살 ‘곰표’의 여우같은 아이디어[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곰표 맥주’라는, 이름도 생소하면서 촌스럽기까지 한 브랜드가 지난 5월말 기준, 우리나라 편의점 맥주 시장에서 테라·카스·하이네켄 등 국내외 쟁쟁한 브랜드를 제치고 월 매출 1위에 올랐다. 하루 판매량이 17만개를 넘어서자 생산물량을 감당할 수 없이 ‘품절템’이 될 정도다.    뿐만 아니다. 2018년 겨울에 출시, 판매되고 있는 흰색 패딩은 ‘곰표’ 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박혔다. 이 패딩은 이 나라 MZ세대의 ‘인싸템’이 되었다. 입으면 마치 밀가루 포대를 두른 듯한 흰색의 큼지막한 패딩에 촌스러울 만큼의 큰 글씨가 붙어 있다.    밀가루 포대를 연상시키는 포장에 팝콘을 담아 ‘곰표 팝콘’ 내놓는가 하면, 여성의 얼굴을 밀가루처럼 하얗게 만들어 준다는 ‘곰표 밀가루 쿠션’도 출시했다. 이를 하얗게 만들어 준다는 ‘곰표 치약’을 넘어 그릇까지 깨끗하게 닦아주는 ‘곰표 주방세제’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곰표’는 맥주 브랜드도, 패션 브랜드도 아닌, 밀가루 회사의 브랜드다. 올해로 69년이 된 이 회사는 밀가루 말고 다른 것은 만들어 본 적이 없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대한제분은 지난 60여 년간 밀가루만 만들어 온 제분 기업이다. 제과·제빵 기업이나 베이커리, 혹은 밀가루를 이용한 면류를 취급하는 식당들을 대상으로 기업 간 거래(B2B, Business to Business)를 주로 해오던 기업이다 보니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브랜딩은 주된 관심의 영역이 아니었다.    한때 대한민국 밀가루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대한제분이 위기의식을 갖게 된 것은 내부에 브랜드 마케팅을 전담하는 팀을 만들면서부터다. 이 팀이 생기며 ‘곰표밀가루’의 브랜드 인지도 조사를 해본 결과, 미래의 주고객인 20~30대의 인지도는 충격적이었다.    환갑을 넘어 칠순을 바라보는 이 브랜드는 20~30대 소비자 5명 중 1명 정도에게만 기억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앞으로의 B2B 시장에서 밀가루 선택은 제과·제빵 업체의 이익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위기로 받아들여졌다.    이른바 리브랜딩(re-branding)을 통한 ‘인텔 인사이드’식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인텔 인사이드’ 전략은 산업재인 컴퓨터 CPU를 생산하는 인텔이 인텔 프로세서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이면서 컴퓨터 제조사들이 인텔칩을 장착하도록 유도한 B2B시장에서 풀링(pulling) 전략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   캐릭터 무단 사용한 회사에 협업 제안    젊은 세대에 대한 ‘곰표’ 브랜드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고민의 나날 속에 기회는 우연처럼 찾아 왔다. 2018년 어느 날, 한 직원이 곰표 상표와 더불어 대한제분의 캐릭터인 백곰 캐릭터를 무단으로 사용해 패딩을 파는 4XR이라는 회사를 발견한다.      상표권의 무단도용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그 아이디어가 너무 신선했기에 곰표의 이미지를 새롭게 할 기회로 여기고, 이 회사와 건설적인 브랜드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제안한다. 약간의 브랜드 로얄티를 받고 곰표 굿즈 제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되 브랜드의 이미지와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브랜드 인지와 호감을 강화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했다.    이것이 곰표가 콜라보 굿즈 브랜딩을 통해 젊은 층에 인지도를 획기적으로 올리게 된 출발점이다. 이들과 같이 만든, 약간 낯설지만 맥시멀리즘의 레트로 감성을 품은 패딩은 MZ세대의 ‘인싸템’이 되었고, 이어진 곰표 티셔츠도 없어서 못 파는 옷이 되었다.    곰표의 본격적인 소비자 타깃 마케팅은 CGV와 협업으로 진행한 ‘왕곰표 팝콘’이었다. 20㎏짜리 대형 곰표 밀가루 포대에 밀가루가 아닌 팝콘을 잔뜩 담아 5000원에 판매했다. 초유의 사이즈로 팝콘을 팔자 SNS를 타고 소문이 나며 새벽부터 ‘곰표 팝콘’을 사기 위해 CGV에 줄을 서는 대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신감이 더해지자 곰표는 순백의 하얀 밀가루와 어울리는 파운데이션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천연원료 화장품을 만드는 젊은 브랜드 ‘스와니코코’를 만나 ‘곰표 밀가루쿠션’이라는 제품을 출시 한다. 이 역시 뉴트로 감성으로 어필해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   MZ세대, 곰표 굿즈 브랜딩에 열광    곰표의 굿즈 브랜딩의 대박 성공은 수제 맥주 전문회사인 ‘세븐 브로이’가 생산하고 편의점 CU가 유통을 담당한 ‘곰표 맥주’가 만들었다. 굿즈 브랜딩을 고민하던 밀가루 회사가 밀맥주를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접근이었다. 수수하지만 거부감 없는 캐릭터와 지금까지 세련된 서구식 발음의 맥주와는 전혀 다른, ‘OO표’라는 복고풍의 브랜드표기에서 나오는 뉴트로 감성의 만남이었다.    순백의 제품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우리 밀 맥주 컨셉트는 MZ세대에 제대로 어필했다. 또한 기존의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특유의 개성과 향이 강한 수제 맥주와 맛도 차별화했다. 곰표 맥주는 수제 맥주의 품질에 대중적이면서 은은한 과일향이 나는 맛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는 20~30대의 취향에 제대로 적중했다. 실제로 곰표 밀맥주의 연령대별 매출을 보면 20대(43%)와 30대(44.4%)가 전체의 8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5월 곰표 맥주가 출시되자마자 1차 생산 물량 5만 개가 3일만에 동이 났다.    수제 맥주에 대한 위탁생산 규제가 풀리자 롯데 칠성에 생산을 의뢰하면서 대량 판매의 길이 열렸다. 마침내 금년 5월에는 편의점 맥주 시장에서 국내 3대 맥주 제조사를 누르는 이변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곰표 맥주의 질주는 생산량을 감당 못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기세다.     곰표의 콜라보를 통한 굿즈 브랜딩을 다시 보게 되는 것은 보통의 굿즈 마케팅과는 달리 일회적 성공이 아니라는 데 있다. 2018년부터 시작된 곰표의 굿즈 브랜딩은 출시될 때 마다 반전으로 화제를 모으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곰표의 굿즈 브랜딩이 단순히 복고 열풍이 만든 일회적 문화적 현상이라면, 어떻게 굿즈 자체가 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을 가지며 심지어 기존 카테고리 강자들과 비교해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곰표의 전략적 브랜딩이 비록 주력 제품인 밀가루에 대한 소비자 인지와 이미지를 끌어 올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지만 그들의 흔들리지 않는 브랜딩 원칙을 보면 그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곰표는 우선 매출이 목적이 아니라 브랜드의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여 주력 제품인 밀가루의 브랜드 풀링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자연스럽게 콜라보의 원칙을 브랜드 아이덴티티 즉, ‘자기다움’을 강화시킬수 있는 제품으로 한정시켰다.      ━   ‘밀가루 회사’ 이미지에 걸맞는 브랜드만 OK     우선 곰표의 캐릭터와 잘 어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곰표의 친근하면서도 재미있는 이미지에 해를 줄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 브랜드는 사절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 밀가루 제품의 하얗고, 부드럽고, 무해한 이미지를 해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곰표 밀가루의 자기다움을 형성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형용사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재미요소(fun)가 있어야 할 것. MZ세대에게 SNS에서 입소문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전략 타겟인 MZ세대에 소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을 원칙으로 젊은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가이드 라인을 보면, 유사한 뉴트로 콘셉트로 만든 천마표 초콜릿이나 천마표 시멘트 포대 디자인을 이용한 백팩, 말표 구두약을 모티브로 만든 초콜릿, 흑맥주등과 비교해 보면 왜 곰표 콜라보를 통한 굿즈 브랜딩이 매번 완판 행진을 이어갔는지 금방 이해가 간다.       곰표의 콜라보 굿즈 브랜딩은 칠순의 B2B 브랜드, 곰표의 ‘곰 같지 않은’ 스마트한 아이디어로 평가 받을 만하다. 우선 곰표 밀가루로 요리하고, 곰표를 먹고 자란 세대에겐 잊혀졌던 브랜드를 다시 마음속에 떠올리게 했다. 그들의 자녀인 MZ세대에게는 뉴트로의 감성을 가진 재미있는 브랜드로 기억되며 새로운 ‘곰표’가 앞으로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를 기다리게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모두에게 그들이 선택한 빵과 밀 제품에는 ‘곰표 밀가루가 들어가면 더 좋겠다’는 기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B2B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잊혀지면 결국 완제품 브랜드의 선택만을 바라보게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곰표의 콜라보 굿즈 브랜딩은 이제 다음 단계로 진입한 것 같다.    최근 곰표는 본업인 밀가루와 관련된 제품을 콜라보가 아닌,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으로 제품을 생산·판매하기로 결정했다. 곰표 캐릭터 ‘표곰’의 모양으로 만든 치킨너겟을 곰표가 직접 판매하기에 나선 것이다. 한편 곰표 로고 서체를 이용한 무료 폰트를 만들어 MZ세대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이런 곰표의 리브랜딩을 통한 브랜드 확장을 의미있게 바라보는 이유는 밀가루라는 원료를 만드는 회사에서 치킨너겟이라는 완제품을 고객의 식탁에 올리는 기업으로 변신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순백의 희고, 부드럽고, 깨끗한 자기다움에 뉴트로 감성을 더해 특유의 ‘곰표 문화’를 만드는, 더 큰 시도의 출발로 보이기 때문이다.     ※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20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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