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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애 보는데?”…부부간 육아분담 동상이몽 [그래픽뉴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부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육아 분담 비율과 상대방이 인정하는 육아 분담 비율에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육아정책연구소는 지난해 5월 전국 영유아·초등부모 12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가정에서의 육아문화 진단 및 긍정적 육아문화 조성' 보고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양육 전체를 100으로 볼 때 평일의 자녀양육 분담 정도는 아내 70.9%, 남편 29.1%로 나타났다. 주말에는 남편의 분담 비율이 높아져 아내 57.8%, 남편 42.2%로 조사됐지만 여전히 여성의 역할이 더 컸다.   흥미로운 점으로는 아내들은 남편의 육아 분담 비율이 24.1%라고 응답했지만, 남편들이 스스로 평가한 비율은 34.0%로 훨씬 높아 10%포인트가량 차이가 났다. 남편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육아 분담 정도는 아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10% 가까이 높았다.   설문조사 응답자는 맞벌이가정이 52.3%, 맞벌이가 아닌 가정이 47.7%로 비슷한 비율이었다.   반면 부부간 역할 인식과 관련된 조사에서는 '아내와 남편은 집안의 모든 일에서 똑같은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문항에 5점 만점에 4.1점으로 동의 수준이 높았고, '가사일과 육아에는 남자가 할 일과 여자가 할 일이 따로 있다'는 문항에는 2.2점으로 낮은 동의를 보여 대체로 성평등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 활동별 남편의 참여도(5점 만점)를 보면 등하원(3.0), 학습지원(3.3), 식사준비·빨래·청소 등 돌봄을 위한 가사활동(3.5) 등에 비해 자녀와의 놀이(4.0) 참여도가 가장 높았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육아정책연구소 육아분담 1640호(20220620)

2022-06-20

셀시우스 사태는 분산금융 시험대 [김형중 분산금융 톺아보기]

    테라·루나 사태로 스테이블코인이 시험대에 올랐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거의 없어야 한다. 법정화폐와 동일한 가치를 지니도록 설계된 게 이 코인이다.   테라는 스테이블코인이다. 달러(USD)에 연동된 테라를 UST라 부른다. 원화(KRW)와 유로(EUR)에 연동된 것을 각각 KRT와 EUT 등으로 부른다. 1 UST는 1 달러에 연동되어 있다. 전문적인 용어로 UST가 달러에 페깅(pegging)되었다고 말한다. 둘의 가치가 같아야 한다는 의미다.   루나는 테라의 가치 변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는 거버넌스 코인이다. UST의 가격이 1 달러보다 높거나 낮아지면 테라의 수량을 조절해야 하고 이때 루나를 사용한다. UST의 수량이 넘치면 1 UST가 1달러보다 싸진다. 이때 넘치는 UST를 회수하여 그 가격을 1달러로 만들어야 한다. 시장에서 UST를 회수하고 대신 루나를 발행하면 된다.   1 UST가 1달러보다 비싼 것은 시장에 UST의 수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때 시장에 UST를 공급하고 대신 루나를 회수하여 가격을 내린다. 이게 공개시장조작(open market operation)인데 중앙은행이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하거나 매각하면서 통화량을 조절할 때 이걸 쓴다. 이 방법은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되었다.   그런데 UST의 가격이 1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스테이블코인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권도형이 보여 주었다. 불과 한두 달 전 그는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영웅 대접을 누렸으나 지금은 수사의 대상이 돼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권도형의 테라·루나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테라와 루나 가격이 동반하락하면서 루나가 테라의 가격을 방어하기가 불가능해졌다. 둘의 가격이 함께 추락할 때의 대비책이 없었다. 일종의 ‘풍차 돌리기’가 시작되면서 ‘백약이 무효’인 상황으로 치달았다. 게다가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불량 저축은행 같은 테라 코인 예금 시스템이 밑 빠진 독처럼 손실을 양산했다.     ━   셀시우스의 실험   테라·루나 사태가 정리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암호화폐를 담보로 잡고 암호화폐를 대출해주는 셀시우스(Celsius)에 빨간 불이 켜졌다.   셀시우스도 은행이라면 은행이다. 셀시우스에 코인을 예치하는 고객에게 이 은행이 최대 18.6%의 이자를 지급했다. 높은 이자율 때문에 셀시우스에도 코인이 물밀듯이 몰렸다. 지난해 10월 셀시우스의 대표인 알렉스 마신스키는 예치자산이 250억 달러라고 밝혔다.   최근 셀시우스는 고객의 코인 인출, 전송, 교환을 중지시켰다. 쉽게 말하면 은행에서 기한도 정하지 않고 현금 인출을 막아버린 것과 같다. 이런 비상조치는 ‘뱅크런’ 예방을 위한 것 말고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 내 돈 돌려달라며 은행에 고객이 감당할 수 없이 쇄도하면 뱅크런이 발생한다.   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하면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한국에서는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을 받는다. 그 이상의 예금은 허공으로 날아갈 가능성이 높다.   셀시우스에서 뱅크런이 발생하면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상 같은 것이 없다. 뱅크런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아무도 모른다. 올해 들어 암호화폐 가격이 내려갔고, 그로 인해 고객들이 코인을 대량으로 셀시우스에서 뺐다.   5월에는 셀시우스의 예치자산 규모가 120억 달러 수준으로 반토막났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규제기관들이 셀시우스의 예치자산이 증권에 해당한다고 밝혀 곤혹스러워 하던 참이었다.   이더리움 2.0이 출시될 때 받게 될 ETH2를 위해 셀시우스는 고객의 자산 중 29%를 예치했다. 따라서 이 29%는 ETH2가 나와야 유동성이 생긴다. 즉, 당장 유동성이 없다.   셀시우스 자산의 45%는 이더가 아닌 stETH로 보유하고 있다. 이더(ETH)를 리도(Lido)에 예치하면 이더와 동가인 stETH를 받을 수 있고 덤으로 예치 이자도 생긴다. 예치한 이더 대신 발행된 stETH는 자유로이 쓸 수 있어서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다만, 이더와 stETH가 이론상 등가여야 하는데 최근 그 비율이 1대 1이 아닌 1대 0.95로 변했다.   셀시우스의 나머지 27%의 자산인 이더는 언제든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 27%만 셀시우스가 고객의 인출 요청에 따라 당장 돌려줄 수 있는 자산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객이 예치했던 코인을 돌려달라고 일시에 몰려오면 셀시우스는 꼼짝없이 뱅크런 상황에 몰린다. 한국에서 현금인출중지 조치가 취해졌다면 시위대가 돌을 던지며 저축은행에 돌진했을 것이고, 금융당국은 틀림없이 시위대 편에 섰을 것이다.   그런데 셀시우스의 코인 인출 중지 조치에 대해 사람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실험에 동참했던 고객들은 조용히 걱정스럽게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   미래를 위한 예방주사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게는 미안한 말이나 일련의 실험들은 미래 분산금융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예방주사 성격이 짙다.   전통금융에서도 과거에 무수한 사고가 터졌고 파산한 기관은 셀 수 없이 많다. 예금자보호법은 물론이고, 바젤 규약이 만들어졌지만 지금도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문제는 유동성이다. 유동성이 풍부하면 뱅크런은 없다. 풍부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운용을 멈추면 금융기관은 수익을 내지 못해 파산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적절한 접점을 찾는 실험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눈물과 한숨, 그리고 누군가의 환희와 희열을 가져올 실험을 망설인다면 금융의 역사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한다.   ※ 필자는 국내 대표적인 암호학 전문가로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겸 한국핀테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학계에서는 블록체인 및 디파이(DeFi) 분야의 권위자로 손꼽힌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분산금융 셀시우스 이더리움 테라 루나 권도형 1640호(20220620)

2022-06-19

‘4초 시대’ 열렸다…초연결·초저지연·초지능·초실감 눈앞에 [유웅환 반도체 열전]

    반도체 산업은 정보통신기기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우리는 개인용 데스크톱 컴퓨터(PC)에서 모바일로 정보통신기기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보아왔다. 이제는 모바일 다음의 ‘에지’로 넘어가는 흐름이 보인다. ‘가장자리’란 뜻을 갖고 있는 에지는 컴퓨터·자동차·통신 등에 정보가 처음 들어오는 접속점을 뜻하는 말이다. 그리고 에지는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기하급수적으로 그 숫자가 늘어날 것이다.    이들이 연결되면서 ‘초연결 사회’가 구현된다. ‘초연결’은 네트워크를 이용해 사람-사람, 사람-사물, 사물-사물끼리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상태다.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환경적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기 때문에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새로운 성장 기회와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초연결 시대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초연결 시대 시초는 윈텔 시대   초연결 시대는 PC와 PC를 연결하는 ‘윈텔 시대’부터 시작됐다. ‘윈텔’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와 인텔의 합성어로 컴퓨터가 윈도우라는 운영체제를 만나 본격적으로 상호 간 연결이 가능해졌다. 윈텔 시대가 열리면서 ‘PC to PC’로 연결이 늘어 관련 기기들은 매년 수천만대 증가하는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다음은 모바일 시대가 도래했다. 한때 수천만대 수준이었던 모바일 기기는 올해 판매 분만 15억대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10대 기업 가운데 7개 기업이 이동통신 및 클라우드 기반의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다. TSMC·페이스북·애플·아마존·구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모바일 시대에는 ‘PC to PC’를 넘어 ‘사람 대 사람’으로 연결이 확대되면서 연간 수십억대의 시장이 형성됐고, 노드(node)의 확장도 본격화됐다.    초연결 시대는 ‘사람 대 사람’의 노드가 점차 늘어나는 ‘하이퍼 커넥티드’(Hyperconnected) 시대로 이어졌다. 하이퍼 커넥티드란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2008년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상황을 뜻한다. 하이퍼 커넥티드 시대에 오면서 노드는 수십억에서 수십조 단위로 급격하게 늘어났으며 모든 디바이스들의 연결이 가능해졌다. 특히 하이퍼 커넥티드 시대에는 노드간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노드의 급격한 증가가 일어났다.   ‘초연결 시대’는 초기에는 주로 사람과 사람 사이 상호소통이 가능한 시대로만 정의됐지만, 최근에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초월한 범위까지를 일컫는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 소통은 스마트 기기 및 SNS 등의 등장과 활용으로 이미 활발해졌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과 사람을 넘어 사물인터넷(IoT)과 사물지능통신(M2M) 등 IT 기술 발전에 따라 인간과 사물 그리고 사물과 사물 등으로 연결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초연결 시대에는 방대한 양의 정보와 지식 등이 생산되고 교환되면서 수많은 사업적 기회가 창출된다. 전문가들은 빈부의 격차가 해소되고 효율적인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등 여러 사회적 문제를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다양한 경제 주체와 산업 영역·구조, 학문, 사회문화, 계층·세대, 국가 등으로 연결 범위가 넓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부를 창출할 기반과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 미래는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보다 다양한 방법들로 수많은 대상을 연결하게 된다.    초연결 시대에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는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로 대표된다. 이들 네트워크로 데이터의 수집, 저장, 분석, 활용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시대다. 모든 사물에 컴퓨터를 내재하고 그 데이터를 융합하는 초연결사회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등과 함께 초지능사회로 발전한다. 이제 사물과 사물끼리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다는 의미다. 이제는 사물이 스스로 판단하고 통제하고 학습해 개선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게 됐다.   초연결 기술은 와이파이·블루투스·GPS·4G·LTE-A 등을 거쳐 5세대 이동통신(5G)와 사물인터넷까지 진화한 다양한 네트워크 기술로 다양한 기기(Device) 간에 인터넷 연결성을 제공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기술적 개념이다. 이미 정보통신기술(ICT)이 제공하는 ‘언제든지(anytime)’ 그리고 ‘어디든지(anyplace)’의 연결 범위에서 ‘무엇이든지(anything)’라는 요소까지 추가된 ‘만물 연결’ 시대가 열렸다.    초연결 네트워크는 ‘상시 접속(always-on)’,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사람과 사물, 자연, 사이버세계 등을 밀접하게 연결한다. 특히 모바일 네트워크의 가속화는 전체 미래 기술에서 가장 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ICT 분야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   아이폰 등장으로 ICT 분야 전반에 영향   현재의 모바일 기기는 스마트폰·태블릿에서 스마트 안경, 스마트 시계 등 웨어러블 컴퓨터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각종 모바일 기기와 해당 기기에 내장된 스마트 센서의 증가로 초연결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물인터넷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개념이 ‘4초 시대’다. 여기서의 ‘4초’는 숫자 초(秒)가 아니다. 바로 초연결·초저지연·초지능·초실감의 시대를 뜻한다. 이로 인해 이제까지 시장에 없던 새롭고 다양한 ICT 소재·부품이 필요해졌다. 전문가들은 AI와 빅데이터, IoT를 구현하는데 1000억개의 스마트 디바이스와 100조개의 스마트 센서가 필요하다고 예측한다.    관련 기업들은 디스플레이, 지능형반도체, 에너지 전력반도체, 센서, 신기능 소재·공정, 광소자·부품, RF(Radio Frequency) 소자·부품, 테라헤르츠 소자·부품, 양자소자·시스템 등의 첨단 소재·부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현황과 함께 AI 반도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는 27년 경력의 반도체 열사(烈士)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후 인텔에서 수석매니저를 지냈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 스카웃돼 최연소 상무로 재직했다. 현대자동차 연구소 이사, SKT 부사장(ESG그룹장) 등을 거쳐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활동하며 반도체 정책 보고서 등을 작성했다. 반도체 분야 90여 편의 국제 논문과 Prentice Hall과 고속반도체 설계에 관한 저서를 출간했다      유웅환 전 SK텔레콤 부사장반도체 열전 전세계적 반도체 반도체 산업 연결 소통 1640호(20220620)

2022-06-19

팬데믹 끝에 경제대란 … 세계 공존의 길은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물가가 날개를 달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를 정도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인플레와 실업률 같은 경제 지표가 정치 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 특히 생활물가는 각국 지도자의 정치 생명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국제사회를 뒤흔드는 막강한 강대국의 지도자도 이를 피해갈 수 없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미국 민주당 빌 클린턴의 1992년 선거구호가 21세기에 가장 절실한 정치 모토가 되고 있다.     글로벌 물가 상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형국이다. 식료품부터 기름까지 거의 모든 생활필수품 가격이 높이뛰기 경주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되면서 생긴 글로벌 수요 급증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와 곡물 교역 동맥경화, 거기에 중국 대도시에서 잇따르는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교란까지 겹쳤다. 여러 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작동한 '퍼펙트 스톰'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기업은 물론 개인까지 일상생활 속에서 그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몇 가지 데이터를 살펴보자. 핵심은 기름값이다. 전 세계 196개 국가에서 나오는 2000만 종의 경제 정보를 수집해 제공하는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6월 15일을 기준으로 평균 원유 가격은 배럴당 118.370달러로 1년 전보다 64.60%가 올랐다. 천연가스는 MMBtu당 7.4470달러로 1년 새 124.95%가 뛰었다. 인상 폭이 원유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소비자의 피부에 직접 와 닿는 가솔린 값은 갤런 당 3.958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4.16%가 뛰었다. 주유소 앞에 서면 한숨부터 나는 상황이다. 어느 나라든 집권 세력 지도자는 간담이 서늘해 질 수밖에 없다.     난방유는 갤런당 4.4121달러로 한 해 전보다 108.32%가 인상됐다. 석유와 가스가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어지자 그동안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원흉으로 지목돼 조만간 생산·소비가 종말에 올 것으로 예상했던 석탄이 주목받고 있다. 석탄은 톤당 383.00달러로 1년 새 206.40달러가 올랐다.     농산물 가격도 천정부지다. 밀은 부셸(36.36872리터)당 10.4750달러로 1년 새 58.02%가 올랐으며, 쌀은 33.62%, 귀리는 75.68%, 콩은 16.98%, 옥수수는 13.60%, 감자는 10.87%가 각각 뛰었다. 야자유는 톤당 5657.00말레이시아링깃으로 66.19%가 올랐다. 지난 1년 새 해바라기유는 51.52%가, 채종유는 51.98%, 버터는 78.18%가 각각 인상됐다. 우유는 40.70%, 오렌지 주스는 52.66%, 커피는 46.20%, 캐놀라는 33.37%가 각각 올랐다.     1년 전보다 가격이 내린 농산물은 목재(-46.73%)와 기호품인 차(茶·-15.36%)·코코아(-1.58%) 정도다. 농산물 중 산업 원료인 고무(3.43%)와 양모(3.23%)로 보합세다.     특히 쌀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기본 곡물인 밀은 15일 부셸당 10.5200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7.5800달러로 시작해 평균 종가가 9.9253달러에 이른다. 올해 최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월 24일) 12일째인 3월 7일에 기록한 12.9400달러였다. 최저가는 1월 14일의 7.4150달러였다. 올해만 따져도 최저와 최저 가격이 1.75배 차이다.       ━   세계 각국, 국가 경제 성적표가 정권 흔들어   집단으로 상승하는 물가 때문에 각국 정부는 몸살을 앓고 있다. 경제 성적표도 좋지 않다.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10대 경제 대국의 인플레율을 살펴보면 영국(9.0%)·미국(8.60%)·독일(7.90%)·인도·(7.04%)·이탈리아(6.90%)·캐나다(6.80%)·프랑스(5.20%)·한국(5.40%)·일본(2.50%)·중국(2.10%)의 순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평균은 8.10%였다.     실업률은 이탈리아(8.40)·인도(7.80%)·프랑스(7.30%)·캐나다(6.80%)·중국(6.10%)·캐나다(5.10%)·독일(5.00%)·미국(3.60%)·한국(2.80%)·일본(2.50%)의 순이었다. 유로존 평균은 6.80%로 나타났다.     경제 성적이 낮은 정치 지도자는 가차 없이 여론의 심판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정치적인 불투명성과 혼란 속에 정쟁이 가열하는 나라를 보면 경제 성적표와 연관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영국에선 보리스 존슨 총리가 2020·2021년 벌어졌다가 올해 1월 말 드러난 파티 게이트로 집권 보수당에서 불신임투표에 회부됐다.     6월 6일 진행된 투표에서 소속 의원 59%의 지지로 간신히 자리를 지켰지만, 당내 불신임 투표까지 간 배경에는 이처럼 저조한 경제성적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가 좋아 집권당과 총리의 인기가 높고 정치적 기반이 탄탄 했다면 아무리 도덕주의자로 이뤄진 정당이라도 파티 게이트를 이유로 총리 불신임투표를 치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 성적이 그나마 주요국에서 중간을 유지한 프랑스에선 현직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4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프랑스에서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이다. 4월 10일의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 4월 24일 결선투표에서 58.54%의 지지율로 당선했다. 마크롱은 6월 12일 총선 1차 투표에선 득표율 1위를 하지 못했다. 19일의 결선투표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순항이 그리 쉽진 않을 전망이다. 높은 실업률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정년연장 반대를 외치는 좌파연합을 대거 지원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미국은 문제가 심각하다. 11월 8일 연방하원의원 전체와 연방상원의원 3분의 1, 상당수 주지사를 새로 뽑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도 경제성적표가 정치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율 8.60%는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매일 같이 인상된 금액으로 교체되는 주유소 기름값 표지판은 유권자를 놀라게 하면서 동시에 현직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5월 24일 36%로 취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부지지율이 59%에 이르렀다. 6월 14일에는 지지율이 39%, 부지지율이 56%로 약간 개선됐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원 중에서는 지지율이 74%, 부지지율이 23%였으나, 공화당원들은 부지지율이 88%에 이르렀으며 불과 11%만 지지했다. 백인은 62%가 부지지, 35%가 지지를 나타냈으며, 비백인은 지지가 45%, 부지지가 44%로 나타났다.       ━   바이든 정권, 지지율 저조로 중간 선거 고심   여론조사 전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지난 3일로 취임 500일을 맞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40.8%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같은 시기 기록인 41.6%보다도 낮다. 1977년 민주당 소속 지미 카터 대통령 이후 최하다. 파이브서티에이트의 6월 14일 조사 결과, 바이든의 국정 수행을 지지하는 사람의 비율은 39.5%, 부지지하는 비율은 53.9%로 나타났다.     미국의 중간선거에선 통상적으로 대통령이 소속한 정당이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1910년 이후 지난 2018년까지 108년 동안 28차례 치른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상원 의석을 늘린 경우는 단 7차례밖에 없다. 우드로 윌슨의 첫 집권 때인 1914년(50→53석),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첫 집권 때인 1934년(60→69석), 존 F 케네디의 1962년(64→68석), 린든 존슨의 1966년(67→64석), 리처드 닉슨의 1970년(43→45석), 조지 W 부시의 2002년(49→51석)과 트럼프의 2018년 중간선거가 여기에 들어간다.     2016년 대선과 연방의회 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던 트럼프의 공화당은 2018년 중간선거에서 상원에서 기존보다 3석을 더 차지해 54석을 확보했지만, 하원에선 241석에서 35석을 잃고 206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과반을 상실했다. 여당인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양분하는 형국이 됐다.   미국인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 순위의 최상위에 늘 올리는 로널드 레이건도 1982년 첫 중간선거에선 기존 연방상원 54석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1986년 두 번째 중간선거에선 53석에서 45석으로 8석이나 줄어들면서 과반도 잃었다.   뉴딜 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전으로 이끌었다는 4선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도 임기 중 여섯 차례의 중간선거를 치르면서 상·하원 모두에서 의석이 줄었다.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의석을 늘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루스벨트는 임기 중 소속 정당인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의석은 줄었어도 과반은 차지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었다.   루스벨트 외에 임기 중 소속 정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대통령은 단선으로 끝난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린든 존슨, 지미 카터, 그리고 공화당의 워렌 하딩, 캘빈 쿨리지 정도다. 소속 정당의 의회 장악이 대통령의 재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미 국민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중간 선거에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야당에 힘을 실어준다는 해석도 있다.     이처럼 미국 중간선거는 대통령에게 유쾌한 결과를 안겨주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처럼 중간 선거를 앞두고 총체적인 난국 속에서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지지율이 가라앉는 경우는 흔치 않다. 비교적 낮은 실업률(3.60%)을 앞세워 경제성과를 내세워보려고 하지만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   코로나19 충격에 약소국들 경제 기반 무너져   그래도 이는 그나마 전 세계에서 가장 경제력이 튼튼한 10개 국가의 이야기다. 경제력이 훨씬 떨어지는 국가들의 국민은 더욱 큰 고통을 견뎌야 한다. 1970년대 석유 파동에 식량 부족이 겹친 거대한 경제 쓰나미가 몰려온 것이나 진배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생력을 잃어가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스리랑카는 6월 14일 공무원들이 집에서 텃밭을 가꾸거나 가축을 키워 먹을 것을 확보할 수 있도록 월~목의 주 4일제 근무를 하도록 했다고 BBC방송이 6월 15일 보도했다. 필수 부문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은 앞으로 석 달 동안 임금 삭감 없이 매주 금요일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인구 2200만 명의 스리랑카는 국제통화기금(IMF) 2022년 명목 금액 기준 1인당 국내 총생산(GDP)이 3699달러로 전 세계 214개 국가·자치지역 중 148위에 머물고 있다. 팬데믹으로 관광객이 끊기는 등 어려움 속에 외화가 바닥이 나면서 국가 부도 직전의 상황에 부닥쳤다. 이 나라는 지난달 18일 이후 국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디폴트 상태가 됐다.     파키스탄에선 펜데믹으로 인한 경제난으로 외화 보유고가 바닥이 나면서 국민이 하루 한두 잔씩 즐기던 국민 음료인 차도 제대로 마시지 못할 처지가 됐다고 BBC방송이 15일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외화 보유고는 지난 2월 160억 달러에서 6월 첫째 주 100억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BBC는 두 달 치 수입액을 간신히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은 연간 6억 달러 정도의 차를 수입하는데 외화 부족으로 물량 확보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게 BBC의 지적이다. 파키스탄은 인구가 2억4200만 명이나 되는 큰 나라지만 경제는 1인당 GDP가 1562달러로 전 세계 214개 국가·자치지역 중 178위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의 경고는 울림이 크다. 유엔은 6월 9일 발간한 글로벌 위기 대응 보고서에서 올해 94개국에서 16억 명이 먹고 사는 데 위협을 느낄 것으로 전망했다. 차 수입 정도가 아니라 당장 매일 끓여 먹을 곡물을 수입할 돈이 없는 나라가 부지기수라는 지적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다양한 기상재해에 분쟁과 정변, 그리고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인도주의적인 위기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싱크탱크인 평화기금회가 취약국가(Fragile States)로 지정한 남수단·소말리아·중앙아프리카공화국·예멘·수단·시리아·콩고민주공화국(DRC)·차드·아프가니스탄·이라크·아이티·기니·나이지리아·짐바브웨·에티오피아 등은 식수·식량·주건·보건의료·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팬데믹이 끝나가는 지금 글로벌 사회는 가난한 나라에 더욱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인사이트 채인택 글로벌 경제 글로벌 물가 글로벌 공급망 경제대란 세계 각국 경제 지표 1640호(20220620)

2022-06-18

“달려보니 알겠더라”…‘현역 러너’가 만드는 ‘아식스다움’ [인터뷰]

    “기록, 순위, 겉모습 등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모두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히 완주해가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본인을 작가이자 ‘러너(달리는 사람)’라고 정의한 무라카미 작가처럼 아식스코리아에서 마케팅부를 총괄하고 있는 김정 상무도 일 만큼이나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의 인생에서 ‘달리는 일’은 마케팅만큼이나 핵심적인 행위다. 틈나는 대로 러닝을 즐긴다는 그는 “장소와 시간에 대한 제약이 적으면서 스트레스와 고민을 잊게 하고, 뛰고 났을 때 해냈다는 성취감도 크다”는 것이 달리기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러너’인 그와 대표 러닝화 브랜드인 ‘아식스’의 만남은 어찌보면 운명이다. 그는 한 명의 고객이기도 하고 마케터다. 10년 넘게 아식스코리아의 마케팅팀을 이끌어 오면서 현재는 마케팅부 총괄 상무로 재임 중이다. 주업무는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포지셔닝 강화. 누구보다 고객의 입장에 서서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는 것 뿐 아니라 색다른 경험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게 그가 가진 강점이다.     아식스 마케팅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카테고리를 통한 타겟팅을 명확하게 하는 거다. 아식스 안에 러닝 브랜드만 있는 게 아니라 러닝, CPS, 스포츠 등 카테고리가 나눠져 있는데 각 카테고리의 가치를 올리면서 고객들에게 로열티를 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예를들면 러닝에선 아식스만의 기술력을 강화하고 CPS 부문에선 엠버서더 활동을 통해 테니스와 배구 등과 같은 종목들의 위상을 함께 올려주는 식이다.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어떤 것들이 있나.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아식스의 창업철학이다. 핵심은 성능이 좋은 신발에 고객중심 서비스를 더하면서 그들이 운동하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운동을 통해 몸도 좋아지지만 무엇보다 정신이 건강해진다고 생각한다. 아식스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에게도 러닝, 운동의 매력을 전파하고 싶다.     마케팅 관점에서 아식스 제품의 뛰어난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혁신을 통한 기술력이다. 본사에 있는 스포츠공학 연구소는 1985년 설립돼 아식스의 모든 기술력이 집약된 곳이다. 이곳에서 선수들이 육상대회, 올림픽 등에 나갈 때 자신의 발에 맞게 선수화를 맞춘다. 선수들 관련 데이터가 40년 가까이 쭉 쌓여있다. 제품에 대한 개발과 소재 개발도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게 아식스만의 큰 차별점이다.      기억에 남는 마케팅 성공 사례와 소비자 반응이 있다면.   지난해 1차로 진행하고 최근 2차 콜라보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앤더슨벨과의 만남이다. 아식스가 타 브랜드와 협업을 한다는 것 자체도 신선했는데 더현대서울에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고 모두가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아식스가 이런것도 해?”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모르는 것을 알게되는 것이 새 고객들을 얻는 원동력인 것 같다. 3차는 10월에 계획하고 있다.         김설아 기자 seolah@edaily.co.kr아식스 러너 아식스 마케팅 아식스 제품 마케팅부 총괄 1640호(20220620)

2022-06-18

로펌에서 환경 변호사가 무슨 일을 하느냐고? [이윤정 에코앤로]

내가 로펌에서 환경 변호사로 일을 시작하던 20여 년 전, 지인들은 종종 신기하다는 듯이 ‘기업 자문 업무를 하는 로펌에서 환경 변호사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느냐?’라고 물어보곤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로펌 변호사의 이미지는 서류를 잔뜩 쌓아놓고 밤새 검토하거나, 외국인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영어로 열띤 공방을 벌이거나, 멋진 수트를 입고 재판정에서 좌중을 압도하는 변론을 하는 모습일 터. ‘환경’을 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로펌 변호사와 환경은 좀 안 맞아 보였던 것 같다.   당시 새내기 환경 변호사였던 나는 사무실이나 재판정이 아니라 공장, 폐수처리장, 폐기물매립장 등을 주된 일터로 삼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장 가방을 싸서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전국 각지의 공장 현장으로 향했고, 거기서 2~3일에서 일주일씩 머물렀다. 공장에서 제품 원료로 쓰는 화학물질을 법에서 정한 기준에 맞추어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하는지,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 폐수, 폐기물은 법에서 정한 대로 처리하는지, 공장 부지 토양에 화학물질이나 기름이 누출·유출된 적은 없는지, 법 위반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더 개선해야 하는 시설이나 운영상 미비점은 없는지를 살폈다. 낮에는 공장 곳곳을 돌아보고 현장 담당자들과 면담을 했고, 밤에는 숙소에서 보고서를 작성했다.     ━   환경 변호사가 환경 보전에 도움?    잦은 출장, 고된 현장 업무 때문인지 함께 일했던 동료·선후배들이 전공 분야를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환경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어느 덧 25년차 환경 변호사가 되었다. 이제 누구나 기후위기와 환경 오염을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인지, 로펌의 환경 변호사가 더 이상 드문 존재는 아닌 것 같다. 아무도 나에게 ‘로펌에서 도대체 무슨 환경 일을 하느냐?’라고 묻지 않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 그 대신, 나는 요즘 ‘환경 변호사로서 기업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추측하건대, 로펌은 기업을 위해서 일하는 곳이고, 주로 기업에서 환경 문제가 발생하는데, 환경 변호사가 기업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과연 환경을 보전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인 것 같다.   사람의 모든 활동은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사업 활동은 개인의 활동보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개인의 활동에 비해 환경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기업을 경영할 때 환경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체크하고, 만에 하나 환경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너무나 필요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 변호사가 기업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은 환경보전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환경보전기본법 제3조 제6호에 따르면, 환경보전이란 “환경 오염 및 환경 훼손으로부터 환경을 보호하고 오염되거나 훼손된 환경을 개선함과 동시에 쾌적한 환경 상태를 유지·조성하기 위한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되어 있다. 이 정의를 언뜻 보면 기업의 사업 활동을 가능한 억제하고 개발을 안 하면 환경보전에 유리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 대입하면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는 이미 환경이 오염되고 훼손된 시대를 살고 있다. 때문에 오염되고 훼손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돈과 기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사업 기회를 보고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바다에 버려져서 해양 생물을 위협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생각해보자. 현재까지 제시된 방안을 모아보면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서 해양 쓰레기 양을 줄이는 방안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에 버려지지 않도록 수거 후 재활용하여 옷 등 다른 제품을 만드는 방안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에 버려지지 않도록 수거 후 소각하거나 매립하여 처리하는 방안 등이 있다.   위 3가지 방안 중에 2가지 방안(2안과 3안)이 실제로 기업들이 현재 사업 활동으로 하고 있는 일이다.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방안(1안)도 개인이 하는 것보다 기업들이 1회 용품 생산을 줄이거나 포장을 과도하게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사업에 적용한다면 상당히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결국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쓰레기 수거, 처리(소각·매립), 재활용 사업을 하는 기업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1회 용품과 포장재 사용을 줄이는 이슈가 기업 주도의 사업 기회가 될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마이클 셸렌버거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저자는 “해당 국가에 강력한 쓰레기 수거 및 관리 체계가 갖추어져 있느냐에 따라 쓰레기가 결국 바다로 흘러 들어갈지 여부가 결정된다”라고 주장하면서, 저개발 국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해양에 버리지 않고 적절하게 처리(소각·매립) 할 수 있는 시설과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혹자는 소각·매립도 대기오염, 토양오염 등 환경 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좋은 해결 방안이 아니라고 비판할 수 있겠으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거나 재활용하는 방안만으로 넘쳐나는 해양 쓰레기를 처리할 수 없다면(저개발 국가의 경우 더욱 그럴 것이다), 적절한 오염 방지 시설을 갖춘 소각·매립 기업이 플라스틱을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해양 생물을 보다 신속하게 구하는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 환경 오염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은 사람들이 창조한 시대의 흐름이다. 블랙 록 등 세계 유수의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 회사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구하고, 애플과 나이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회사를 평가할 때 해당 기업이 환경 문제에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ESG 시대에 생존하고 번성하기 위해서 기업 경영진은 기업의 사업 활동에 따른 환경 문제가 없는지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무실보다 공장, 폐수처리장, 폐기물매립장과 같은 현장을 더 자주 방문해야 할지도 모른다. 현장에서 환경 법령 위반, 환경 오염 또는 환경 훼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하게 체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경영진에 보고해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    오래 전 내가 면담했던 기업의 현장 담당자들 중에는 환경 문제가 생겨도 경영진에게 보고하지 못하고 끙끙 앓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이나 부서 직원의 운영상 잘못인 경우에는 바로 보고를 하는데, 시설 투자가 필요한 경우에는 보고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라고 월급 받고 회사 다니는데 해결 하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달라고 해야 한다니 회사에 염치가 없어서 입이 안 떨어진다’는 설명이었다. 경영진은 현장에 이러한 분위기가 있어서 보고가 지연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고가 늦으면 문제 해결의 시기를 놓치거나 문제가 더 커져 그만큼 기업과 경영진의 책임이 무거워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기업의 주요 ESG 이슈에 관해 경영진이 적절한 보고를 받지 못한 경우, 보고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는 자체가 이사의 의무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서 식중독 사고를 일으켜서 주가가 급락한 아이스크림 제조 기업의 주주가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기업이 관련 법 규제를 모두 준수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사회 수준에서 직접 식품 안전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사의 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필자는 환경법 전문가로, 현재 김앤장법률사무소의 변호사이다. 환경부 고문 변호사이자 중앙환경분쟁조정회 위원이다.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법제처 법령해석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2022년 환경의 날 대통령 표창 포상을 수상했다.         이윤정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이윤정 변호사 환경 변호사 환경 문제 로펌 변호사 1640호(20220620)

2022-06-18

‘13만9000원→100만원’ 앤더슨벨 2차도 완판…‘아식스’가 달라졌다

    #. 지난 5월28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서울의 ‘앤더슨벨 팝업스토어’. 전날 오후부터 1000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면서 오픈런 대란을 일으켰다. 아식스와 하이컨템포러리 브랜드 앤더슨벨의 두 번째 협업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3월 첫 협업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던 1차에 이어 이날 열린 2차 한정판매도 순식간에 완판됐다. 대리구매 업자·단순 리셀러들을 거르기 위해 ‘앤더슨벨 제품 착용’이라는 드레스코드 조건을 달았음에도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하루 전날 열린 온라인 라플 응모에는 무려 12만명이 몰려들었다. 현재 1차 협업 상품인 ‘젤1090 스니커즈’의 리셀 플랫폼 가격은 100만원대. 발매가 13만9000원의 약 10배 가격으로 치솟았다.     아식스가 ‘핫’해지고 있다. 한때 기능성에만 집중한 특정 분야의 전문가, 혹은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은 소비자들이 신는 브랜드로 여겨졌다면 최근 이미지는 180도 달라졌다는 평가다. 기존 소비층을 넘어 운동화를 패션 아이템으로 구매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에게도 인기를 얻는 이른바 ‘잇 아이템’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   기리보이, 키르시와 협업…브랜드 가치에 디자인 접목     업계에 따르면 아식스는 최근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 한정판 마케팅 등을 통해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독특한 점은 아식스가 수십 년간 이어온 브랜드 역사와 가치를 함께 유지하면서 새롭고 트렌디한 미적 감각과 발전된 기술력을 접목했다는 것이다.     변화의 초석은 2년 전부터 시작됐다. 2020년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를 스포츠 스타일 부문의 디렉터로 영입하면서다. 이후 유명 스트리트 브랜드 대가 ‘어웨이크 뉴욕’ 디자이너인 안젤로 바크와 협업을 진행하는 등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기 위한 노력이 잇따랐다. 국내 힙합 또는 스트리트 패션 레이블과 협업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 포인트를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힙합 아티스트 기리보이와 협업해 ‘젤-1130’ 신제품 캠페인을 진행하고 패션 브랜드 키르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베스트셀링 트레일 런닝화 젤-벤쳐를 내놓기도 했다. 젤-벤쳐는 출시 3일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   ‘디지털‧개인화‧지속가능성’…3개 테마와 만드는 미래     아식스의 이 같은 변화는 2020년 선포한 비전 2030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 당시 아식스는 ▲디지털 ▲개인화 ▲지속가능성이라는 세 개 테마를 모든 사업 영역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개인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디지털 중심의 체질 개선은 그 첫 번째다. 아식스는 세계적인 변화 흐름에 발맞춰 변화를 이끌 타깃층으로 ‘모바일’과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에 주목했다. 온라인에서의 경험이 중요한 이들과의 만남 창구를 확대하기 위해 온라인과 모바일 커머스 문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자사 공식 웹사이트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은 물론 회원 등급별 혜택, 포인트 제도, 세일 쿠폰 등 국내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맞춰 멤버십 프로그램 강화에 나섰다.     판매 채널 역시 젊은 층을 겨냥했다. MZ세대가 즐겨 찾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국내 편집숍 ‘슬로우스테디클럽’ 등에 입점하면서 MZ세대와의 접근성을 개선했다. 그 결과 회계연도 기준 2020년 5%에 불과했던 이커머스 판매 비율이 2021년 12%로 2.4배 증가했다.     지속가능성은 아식스가 만들어갈 중요한 미래 자산이다. 패션 산업의 글로벌 협약체인 ‘패션 팩트’에 동참 중인 아식스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위해 2030년까지 자사와 공급망 전체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3%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제품의 제조 과정에서 새로운 소재 활용을 줄이는 순환 구조를 통해서다. 또한 2030년까지 전 의류와 신발에 100% 재활용이 가능한 폴리에스테르 사용과 전반적인 사업 시설에 재생 전기 사용 등 다양한 친환경 프로젝트를 실행할 예정이다.     아식스 관계자는 “스포츠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노력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써 제공할 수 있는 소비자 경험과 사회 기여도를 넓혀가면서 브랜드 가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아식스코리아는 이 같은 전략을 이어나가 소비자에게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가고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eolah@edaily.co.kr아식스 스니커즈 브랜드 앤더슨벨 브랜드 가치 패션 라이프스타일 1640호(20220620)

2022-06-18

부동산 중개수수료 외 컨설팅 비용, 내야 할까?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저는 서울에 건물을 한 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건물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갚지 못해 경매절차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일단 경매절차를 최대한 미루고 좋은 가격에 건물을 처분하기 위해 부동산 컨설팅 업체와 중개수수료 1억원, 컨설팅 비용 2억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후 컨설팅 업체의 중개를 통해 건물을 15억원에 매도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컨설팅 업체로부터 중개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받지 않은 것 같습니다. 컨설팅 업체에 중개수수료와 컨설팅 비용 전액을 지급해야만 할까요?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설정된 한도를 초과할 수 없고, 공인중개사가 이러한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을 받는다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공인중개사법 제49조 제1항 10호, 제33조 제1항 3호). 반면 부동산 컨설팅 수수료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는데, 그렇다 보니 수수료를 많이 받기 위해 부동산 컨설팅 계약을 맺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 같은 컨설팅이 공인중개사법상 중개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중개업자의 주관적 의사가 아닌 중개업자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중개를위한 행위라고 인정되는지에 따라 판단하게 되는데요(대법원 2014. 7.10. 선고 2012다42154 판결). 법원은 부동산 중개행위가 부동산 컨설팅 행위에 부수해 이루어졌다고 해서 이를 공인중개사법 소정의 중개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도7594 판결)라면서 법정 한도를 초과하는 수수료를 받은 공인중개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행위가 공인중개사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하고 위법에서 정한 규제와 처벌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어 그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죠.     질문자와 유사하게 경매절차를 피하기 위해 계약을 맺은 사례에서도 대법원은 “컨설팅 업체가 매수인과 매각가액을 조율한 것은 전형적인 부동산 중개행위에 해당하고, 컨설팅 업체가 매도인의 채무를 대납하고 경매를 정지시킨 행위 등도 부동산 중개의 부수적인 행위로 볼 수 있으며, 임대수익을 분석해주고 세무상담을 해 준 내용도 부동산의 일반적인 현황이나 간단한 세무상식에 불과해 컨설팅 업체가 부동산 중개와 별개인 권리분석이나 세무상담에 관한 컨설팅 용역을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매도인이 법정 중개수수료 상한을 초과하여 컨설팅 업체에 지급한 수수료는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6다206505 판결).   법정 한도를 초과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받지 못하도록 한 공인중개사법 규정들은 중개수수료 약정 중 소정의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사법상의 효력을 제한하는 이른바 강행법규에 해당한다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부동산중개업법 관련 법령에서 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약정은 그 한도를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무효인데요(대법원 2007. 12. 20. 선고2005다32159 전원합의체 판결). 질문자께서 중개 이외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다면 법정 중개수수료만 지급하시면 되기 때문에 그 한도를 초과하는 수수료에 관해서는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이미 지급하였다면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해볼 수 있겠습니다.   ※필자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로 일했다.  임상영 변호사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중개수수료 부동산 부동산 중개수수료 부동산 컨설팅 법정 중개수수료 1640호(20220620)

2022-06-18

“120만원 ‘구찌 링’으로 심박수 체크”…웨어러블 기기로 손뻗는 명품업계

      삼성전자와 애플이 출시하는 스마트기기 제품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냈던 명품업체들이 최근 웨어러블 기기를 직접 출시하며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 사용이 익숙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사업으로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반지 센서가 체온, 심박수 안내…패션 아이템으로도 ‘인기’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5월 26일 스마트 헬스케어 기업 ‘오우라’와 손잡고 ‘스마트 링’을 출시했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으며 가격은 950달러(약 118만원)이다. 외국에서는 판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해당 제품이 정식 론칭되지 않았다.   스마트링을 손가락에 착용하면 제품에 탑재된 센서가 체온, 심박 수, 수면 습관, 스트레스 지수 등을 알려준다. 기존에 여러 브랜드가 선보여온 스마트워치와 기능은 비슷하지만, 손가락에 끼는 반지 모양으로 출시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구찌에서 판매하고 있는 일반 반지와도 디자인이 흡사해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구찌 스마트링을 제작한 오우라는 핀란드에 본사를 둔 헬스케어 관련 IT기기 회사로 스마트 반지인 ‘오우라 링’으로 유명하다. 구찌가 오우라와 협업해 선보인 스마트링은 오우라의 ‘스마트링 3세대’를 기반으로 한 제품이다. 외형은 18K 금 테두리에 구찌 로고가 새겨져 있고, 구찌의 ‘2020 크루즈 컬렉션 옐로우 골드 인터로킹 G 아이콘 반지’와 디자인이 비슷하다.   반지 안쪽에는 생체 데이터를 측정하는 온도 센서 7개와 LED 센서 3개가 탑재돼 있어 실시간으로 신체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7일 동안 사용할 수 있으며 수심 100m까지 방수가 가능하다. 오우라의 스마트링은 매달 6달러(약 7500원) 수준의 구독료를 내야 하지만 구찌 스마트링 제품은 등록만 하면 평생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루이비통도 스마트워치 출시…삼성·애플 명품 에디션은 리셀시장서 웃돈거래도       앞서 루이비통은 2019년부터 일찌감치 스마트워치를 선보여왔다. 지난 2002년 출시된 ‘땅부르 호라이즌’ 시계 라인을 바탕으로 구글, 퀄컴과 제휴를 통해 제작됐다. 가장 기본 옵션의 가격이 약 397만원이고 옵션에 따라 가격이 올라간다. 이 제품은 가수 송민호가 지난 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당 제품 사진을 게재하면서 ‘송민호 시계’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이외에도 여러 명품 브랜드가 스마트워치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는 인기 게임 캐릭터 ‘슈퍼마리오’ 디자인을 넣은 ‘커넥티드 스마트워치’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다. 가격은 2150달러(약 247만원)로 알려졌다. 몽블랑도 지난해 1월 ‘서밋 라이트’ 스마트워치를 내놨고, 페라가모도 한정판 스마트워치를 출시했던 바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전자기기 업체들은 톰브라운,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들과 협업해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갤럭시Z폴드3·플립3에 이어 ‘갤럭시워치 톰브라운 에디션’을 출시했다. 응모를 통해 당첨된 사람만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응모 당일에만 46만명의 응모자가 몰리며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애플은 지난 2015년부터 애플워치 에르메스 에디션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애플워치7 에르메스 에디션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150만~17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갤럭시워치와 애플워치 스페셜 에디션은 리셀 시장에서 웃돈이 더 붙어 19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명품 브랜드와 협업해 출시하는 워치 상품은 모두 한정판 제품으로 그 가치가 높게 매겨져 리셀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   패션 아이템된 웨어러블 기기…2025년 국내 1515만대 규모 전망     명품업계가 스마트워치 등을 출시하고, IT기기 업체가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웨어러블 기기가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 규모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어 신사업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IT 시장분석 기관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3.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고 2025년에는 총 1515만대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웨어러블 기기는 운동할 때만 착용하는 기능성 기기의 역할뿐 아니라 이젠 일반 반지나 시계와 똑같이 착용하는 아이템의 개념이 됐다”며 “스포티한 이미지가 아닌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명품업계와의 협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 규모가 큰 폭으로 성장하며 정통 시계 업체들도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변화하는 소비자들 취향에 맞춰 IT기술이 접목된 스마트기기를 출시해 사용자가 다른 제조사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락인효과’를 노린 전략으로도 보인다”고 밝혔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명품업계 웨어러블 구찌 스마트링 최근 웨어러블 웨어러블 기기 1640호(20220620)

2022-06-18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도 신었다…DNA부터 다른 ‘아식스’

    ‘맨발의 마라토너’로 알려진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비킬라 선수. 그리고 한국이 배출한 ‘마라톤 영웅’ 이자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황영조, 이봉주 선수. 세계적인 러너인 이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경기 도중 착용한 신발 브랜드가 모두 같다는 것. 바로 ‘러닝화 부문’에서 독보적 위치를 자랑하고 있는 아식스다.     아식스는 뉴욕 마라톤 참가자의 30%가 착용할 정도로 러너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다. 최근엔 20~30대를 중심으로 ‘러닝 크루’(달리기 팀) 문화가 확산하면서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유수의 신발 브랜드에서 너도나도 ‘러닝화’를 내놓았지만 소위 좀 뛴다 하는 러너들에게 ‘러닝화=아식스’를 마치 불문율과도 같은 공식으로 여겼기 때문. 이유는 간단하다. 70년 넘도록 이어져 온 아식스만의 기술력, 그리고 진심을 담아낸 마케팅이다.       ━   뼛속 깊은 ‘기술 개발’ 본성…러닝 크루들의 선택으로    아식스의 출발은 1949년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니츠카 기하치로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신발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시작은 본인의 이름을 딴 ‘오니츠카 타이거’라는 브랜드였다. 이후 1977년 GTO, 제랭크와의 합병을 통해 아식스로 브랜드명을 바꾸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초석을 다졌다.     아식스는 건강에 집중한 브랜드 철학을 사명에 그대로 담아낸 이름이다.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서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Anima Sana in Corpore Sano’의 앞글자에서 따왔다. 이름처럼 전 세계적으로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라이프 스타일을 촉진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식스의 목표다.     이를 위해 고집스럽게 지켜온 것은 ‘기술력’이다. 아식스는 설립 당시부터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기술 도입을 위한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다. 197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술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부서를 만들었다. 1985년에는 아식스 스포츠 과학 연구소를 설립해 운동과 행동에 대한 분석과 새로운 소재 개발을 이어가면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아식스만의 기술력이 녹아든 제품들은 해를 거듭하면서 발전을 이뤄왔다. 지난해 4월 출시된 ‘메타스피드’는 그중에서도 가장 최신 기술이 집약된 시그니처 제품이다. 이 제품은 스포츠 브랜드 최초로 엘리트 선수들이 구사하는 주법에 맞춰 러너들이 최상의 기록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등 세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탄생됐다. 실제 아식스 스포츠 공학 연구소의 초기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메타스피드 기술은 러너가 마라톤 완주까지 딛는 걸음 수를 1.2%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프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력을 보다 넓은 소비자층으로 확대하면서 최적화된 제품 구매를 돕고 있다는 평가다.       ━   “일반 러너부터 선수단까지”…진심은 통한다   아식스의 또 다른 노력은 진심 마케팅이다. 브랜드 가치인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기 위해 러닝 브랜드로서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러닝 클래스’와 행사들을 진행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클래스로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료 러닝 프로그램 ‘아식스 러닝 클럽’이 있다. 이 클래스의 차별점은 코치진이 국가대표 육상선수로 구성된 전문적인 클래스라는 것. 전문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일반 러너들에게 선보이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러닝 클래스 외에도 마라톤 대회를 앞둔 참가자들이 훈련을 통해 목표 기록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키야노 아카데미 역시 러너들이 자신의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일반 러너 지원을 통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 후원 사각지대에 있던 중고등부 및 실업연맹 등 육상 단체를 약 20년 전부터 후원해 오면서 국내 스포츠 인재 육성에 힘을 보태왔다.     아식스가 오래전부터 후원 선수들을 본사 스포츠 공학 연구소로 초대해 3D 발 계측기를 이용한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발에 딱 맞는 수제 경기화를 제공해 온 일화는 유명하다. 마라톤, 러닝 및 경보 등 육상 종목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가 바로 러닝화인 만큼 아식스의 후원은 더 의미 있다고 평가 받는다.    후원 활동만 놓고 봐도 아식스의 기업 가치가 드러난다. 많은 스포츠 브랜드가 유망한 팀과 선수를 발굴해 지원하고 있지만, 아식스는 종목 특성상 대중적이지 않은 육상과 테니스, 배구 등의 종목을 오랜 기간 지원하면서 비인기 종목 활성화와 스포츠 종목 다양화를 이끌어왔다.     업계에선 아식스가 걸어온 70년 행보가 스포츠 선진화를 이끄는 것은 물론 국내 스포츠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하고 있다. 단순히 스포츠용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일반 러너들이 러닝에 흥미를 느끼고 더 건강하게 달릴 수 있도록 돕는 것. 오랜 기간 소외된 선수들을 후원하면서 건강한 스포츠 문화 발전에 브랜드 철학을 녹여내온 점이 그것이다. 러닝화의 대표 주자를 넘어 세계 러너들의 발이 되어 준 스포츠사의 새로운 해석이 바로 지금의 아식스다.    김설아 기자 seolah@edaily.co.kr마라토너 아식스 아식스 스포츠 스포츠 브랜드 러닝화 부문 1640호(20220620)

202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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