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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감세' 위한 세제 개편과 경제부총리의 거짓말 [전성인 퍼스펙티브]

    윤석열 정부가 지난 7월 21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 ‘부자 감세’ 논쟁에 휩싸였다. 어느 정도 그러리라고 예상했었다. 문제는 정부가 부자 감세를 부자 감세라고 부르지 않고 꾸역꾸역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거짓말의 실상을 살펴보자.   세제 개편과 거짓말의 역사는 대개 그 궤를 같이 한다. 세금을 올릴 때는 올리지 않았다고 거짓말하고, 세금을 내릴 때는 특정 계층이 이익을 독식한 것이 아니라고 거짓말한다. 예를 들어 보자.   박근혜 정부 초기에 소득세 개편이 한 번 있었다. 거위의 가슴에서 깃털인지 솜털인지 뽑겠는다는 조원동 당시 경제수석의 말이 회자되던 2013년의 그 개편이다. 이 때의 소득세 개편은 나름 철학이 있었다. 소득 공제 대신 세액 공제를 위주로 하고 중산층 이상에서 세금을 더 거두어 취약 계층에 대한 복지 혜택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정책 방향은 제대로 된 것이었으나 정치적 레토릭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증세 없는 복지’였는데, ‘증세 있는 복지’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개정 소득세법에 따른 연말 정산이 있었던 2015년 1월에 문제가 터졌다. 13월의 보너스가 사라져 버린 월급쟁이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최경환 당시 부총리는 2015년 2월 4일 국회 기재위 현안보고에서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이 아니면 증세가 아니다”라는 희대의 코미디를 연출하고 말았다. 국가에 바치는 돈의 액수가 늘어나면 증세지 무슨 헛소리인가? 급하면 거짓말하는 공무원의 모습이 여실히 보이는 대목이다.   이제 이번 세제 개편안을 살펴 보자. 이번 개편안은 크게 세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   다주택자에게 혜택 주는 종부세 개편    첫째, 법인세의 최고 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한 것이다. 최경환 전 부총리의 주장에 따르면 이것은 감세다. ‘세율 인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하된 세율이 최고 세율이었으므로 이것은 일반적으로 이익 규모가 큰 대기업을 위한 감세다. 물론 대기업 감세가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정책의 타당성을 논외로 할 때 아무튼 팩트는 부자 감세라는 것이다. 기재부 공무원들도 감히 이것을 부자 감세가 아니라고는 못한다.   둘째, 종부세 산정시 주택수를 감안하지 않고 오로지 부동산의 가액을 기준으로 하고 세율도 21년 이후 시행 예정인 일반 세율보다 인하하였다. 필자는 주택수에 따른 누진을 버리고 부동산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점은 찬성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위 ‘똘똘한 한 채’ 형태의 투기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율이 19년에서 20년 기간 중에 적용되던 일반 세율로 내려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20억 2주택자 세금은 수천만원에서 5백만원대로 내려갔다. 깎아주는 세금이 수천만원인 것이다. 이런 혜택은 주택 가액이 높은 다주택자일수록 현저하다. 세금 절대액도 깎아 주고, 세율도 인하했으므로 감세가 맞다. 그것도 부자 감세다. 기재부는 겉으로는 ‘부동산 세제의 정상화’라고 하지만 뭔가 켕기는 것이 있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체로 쉬쉬한다.   셋째,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소득세 개편 부분을 살펴보자. 언필칭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바로 그 개편이다. 여기서는 표면적인 세율 변동은 없고 다만 소득세 누진율이 적용되는 과세 표준 구간만이 약간씩 변동되었다. 다시 말해 최경환 부총리 식 정의에 따르면 감세 자체가 아예 없었다. 세목이 폐지되거나 세율이 인하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경환 식 기준에 따른다면 기재부와 윤 대통령은 신나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최 부총리의 말 자체가 억지였으므로 여기에 모든 판단을 기대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럼 과연 국가에 바치는 돈은 각 계층별로 얼마나 줄어들었을까?   먼저 과세표준이 1200만원 초과 1400만원 이하 계층은 과표 조정에 따라 세율이 15%에서 6%로 인하되었다. 이에 따라 이 계층의 한계 세율도 동일하게 인하되었다. 이 계층은 과세표준에 따라 최소 0원에서 최대 18만원의 감세 혜택을 누리게 된다. 다음으로 과세표준이 4600만원 초과 5000만원까지의 계층을 보면 이 계층은 일단 18만원의 감세 혜택은 무조건 받는다. 그에 더해서 한계 세율이 24%에서 15%로 인하된 데 따른 추가적 혜택을 받게 된다. 그 추가적 혜택은 최소 0원에서 최대 36만원이 된다. 이를 18만원과 합칠 경우 최종적으로 이 구간대의 계층은 최소 18만원에서 최대 54만원의 혜택을 받는다.   5000만원 초과 계층은 무조건 54만원의 혜택을 받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추가 혜택이 없다. 한계 세율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편의상 각종 비과세나 공제는 일단 무시하자)   그럼 이 소득세제 개편은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첫째, 과세표준이 0원 초과 1200만원 (이를 총 급여수준으로 환산하면 대략 2700만원까지다) 사이의 최빈 계층에 대해서는 땡전 한 푼 깎아주지 않는다. 도대체 이들이 무슨 역적질을 했길래, 절대적 빈곤선을 넘나드는 사람들에게 한 푼도 깍아 주지 않나? 둘째, 5000만원 초과 계층은 54만원의 정액 감세 이외에 한계세율의 인하가 없다. 만일 감세 정책의 취지가 더 일해서 소득을 추가로 늘릴 때 국가가 이를 호시탐탐 노리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이들 중위 소득 계층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그런 유인책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 그럼 소득세 개편과 관련해서는 무엇이 거짓말인가? 급여수준 기준으로 2700만원까지의 계층에 대해 단 한 푼도 깎아주지 않으면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감세라고 우기는 것이 거짓말이다. 이건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럼 추경호 부총리는 거짓말을 안 했나? 했다. 추 부총리는 이런 감세안이 부자감세라고 논란이 되자 지난 7월 25일 기자실을 직접 방문해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추 부총리는 이번 감세가 감세액 기준으로는 고소득층에 유리하지만 소득 대비 세금 부담, 즉 평균 세율 기준으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이번 세제 개편은 고소득층에 혜택이 더 큰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중하위층의 혜택이 더 크다”고 말했다. 평균 세율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럼 무엇이 거짓말인가? 소득세 감세를 다른 세목의 감세와 비교할 때 거짓말이 된다. 이번 감세 정책을 각 세목당 작년 세수 실적 대비 감세 규모로 평가해 보자. 종부세는 작년 세수 6.1조원 대비 1.7조원을 깎아줬다. 감면율이 무려 27.9%다. 소득세는 작년 세수가 총 114.1조원이었는데 겨우 2.5조원 깎아준다. 감면율이 2.2%다. 쥐꼬리도 이런 쥐꼬리가 없다.   28% 대 2%. 거기다가 최빈 계층에 대한 감세 혜택 0. 다주택자 부자에 대해 수천만원 감세. 이것이 추 부총리가 애써 감춘 거짓말의 실상이다.          * 필자는 현재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를 지내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미국 MIT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텍사스 오스틴 대학에서 강의하다 귀국한 후에는 한국금융소비자학회 회장, 한국금융정보학회 회장, 한국금융학회 회장, 한국금융연구센터 소장 등을 역임해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하는 지식인으로 꼽힌다. 저서로는 [화폐와 신용의 경제학] 등이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퍼스펙티브 경제부총리 부자 감세 소득세 개편 세제 개편안 1646호(20220801)

202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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