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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반토막난 카뱅, 지금이 매수 기회 [이종우 증시 맥짚기]

    주식시장이 긴축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어느정도 예정된 이벤트였다. 때문에 시장에서 코스피엔 금리인상 악재가 선반영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금리인상 발표되자 이날 코스피는 1% 넘게 떨어졌다. 시장이 긴축의 영향에 깊이 빠지다 보니 예고돼 있던 악재까지도 힘을 발휘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주가가 하락하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의장은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고, 양적 축소 시작을 늦추겠다고 얘기했다. 기존에는 3월에 금리를 올린 후 3~6개월 내에 양적 축소를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연말쯤 시행하는 거로 계획을 바꿨다. 금융시장이 요동쳐 부담이 큰 데다, 3월부터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거란 기대가 작용한 결과다. 빠른 긴축이 작은 고비 하나는 넘은 거로 판단된다.    긴축 우려가 약해진 대신 경기 둔화 우려는 반대로 커졌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확산세가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는 연일 80만명, 유럽 주요국에서도 30만명 가까운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최고 확산 때보다 두 배 가까운 수치로 현재 코로나19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   지난해 유로스톡스50·상해종합지수 각각 21%, 31% 올라    온라인 소비 확대, 재택근무 인프라 구축의 영향으로 코로나19에 의한 경제 민감도가 낮아졌지만 그렇다고 영향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격리가 늘어나고 생산 참여 인원이 줄어 경제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중국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동제한 강도가 높아져 악영향이 서서히 나타날 걸로 보인다. 국내외 경제가 코로나 영향권 내에 다시 들어간 것이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둔화되어도 이번에는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 이미 긴축으로 선회한 상황이어서 다시 금리를 내리는 쪽으로 움직이기 힘들다. 유동성 공급도 쉽지 않다. 경제 사이클도 마찬가지인데, 국내 경제가 2020년 4분기부터 상승 추세에 들어갔음을 감안하면 조만간 순환적인 둔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 국면에 코로나 확산이 맞물릴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긴축이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된 만큼 투자의 초점은 그 영향을 피하는 쪽에 맞춰져야 한다. 유럽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난해 유로존을 대표하는 지수인 유로스톡스(Eurostoxx)50이 21% 상승했다. 미국의 대표지수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보다 상승률이 높고 나스닥과 비슷하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락다운으로 경제가 험난한 경로를 겪었지만, 하반기에 기업 이익이 빠르게 늘어난 점이 주가가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올해도 유럽시장 전망이 나쁘지 않다. 긴축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에 미국 주식시장보다 높은 상승이 기대된다. 유럽 경제가 아직 자기 궤도에 들어서지 않았고, 유럽 주요국의 장기 금리가 마이너스권에 머물고 있어 유럽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힘들다. 유동성 공급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동성을 줄일 수도 없다. 유럽이 긴축의 무풍지대가 된 것이다. 유럽의 경기 회복 속도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느려 회복 여력이 남아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유럽시장의 매력도가 더 높아진다.     중국도 관심을 가져야 할 지역이다. 최근 중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해 정책당국이 부양책을 고민하고 있다. 해외 주요 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미국, 유럽 등은 코로나 발생 전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반면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낮은 5%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국들이 긴축을 고민할 때 중국은 반대로 완화 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작업에 나섰다.     주가도 투자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낮다. 코로나 발생 후 상해종합지수 최저점은 2660이었다. 지금이 3500 정도이니 20개월 사이에 31% 오른 셈이 된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시장이 1.3배가 올랐고, 주요국 주식시장 역시 배 이상이 상승한 걸 감안하면 중국시장이 상대적으로 낮다.       ━   긴축 영향을 덜 받는 금융주에 관심을    국내시장 내에서도 긴축의 영향을 피할 수 있는 금융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긴축 우려로 코스피가 하락하고, 주요 제조기업의 주가가 내려가는 와중에 KB금융은 고점을 경신했다. 금리 상승으로 은행의 예대마진이 커져 이익이 증가할 거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올해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순이자마진이 1.85% 정도 될 거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0.05%포인트 정도 높아진 수치다. 지난해 8월과 11월 금리 인상 영향을 반영한 결과로 올해 금리 인상을 감안하면 순이자마진 확대 폭이 0.08~0.09%로 높아진다. 은행 이익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성장성에 대한 기대도 높다. 금융 활동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금융플랫폼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 과거처럼 지역에 점포를 내고 인력을 배치하는 영업형태에서 벗어나 온라인을 강화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의 접근성이 개선돼 보다 높은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금융업의 발목을 잡았던 저성장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건데 주가 재평가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주가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전통적인 금융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했다. 은행에서는 KB금융이 보험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1위 차지했고, 결제에서는 삼성카드가 선두였다. 하반기 들면서 구도가 바뀌었다. 카카오뱅크가 상장하자마자 전통 금융사를 제치고 금융업종 시가총액 1위가 됐고, 카카오페이의 시가총액도 한때 20조원을 넘었다. 새로운 금융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최근 카카오그룹 문제로 시가총액이 줄었지만 신(新)금융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다는 점과 주가가 고점에서 50% 가까이 하락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주가가 더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금융주에 투자해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금융업에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를 미리 반영하는 금융업 특성상 현재 주가는 금리 상승을 충분히 반영했을 수 있다. 과거 은행주 주가는 금리인하 사이클이 끝나고 금리인상이 시작되는 초기에 가장 많이 올랐다. 2년 전에 금리 인하가 빠르게 진행됐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는 걸 감안하면 금리 상승의 영향이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현재 국고 3년물 금리가 2.0% 정도 된다. 기준금리보다 0.75%포인트 정도 높은데, 2~3차례 추가 금리인상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금융주가 코스피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로나 발생 직후 다른 업종보다 부진했던 것과 반대다. 지금은 긴축의 영향을 피해야 할 때다. 투자를 쉬는 게 가장 좋지만 그래도 투자를 해야겠다면 금리 상승의 수혜를 보는 종목을 중심으로 선택했으면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코로나 재확산 소비자물가 상승률 코로나 확산

2022-01-18

3000 박스권에 갇혀도 오를 종목은? 2차전지‧친환경株 [이종우 증시 맥짚기]

      오는 3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유동성 공급을 끝낸다. 3월에 금리를 인상할 확률이 67%까지 올라갔고, 연준이 시장 전망과 다른 방향으로 정책을 내놓은 경우가 없다는 걸 감안하면 석 달 내에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긴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미국의 2년물 금리가 0.87%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8월 해당 금리가 0.17%였으니까 6개월 사이에 5.1배가 된 것이다. 그 영향으로 장기금리인 10년물 금리도 전고점과 비슷한 1.7%가 됐다. 지난 5년간 미국 금리는 단기든 장기든 한쪽만 움직여왔다.    지난해 초에는 장기금리가 오르는 동안 단기 금리는 조용했고, 하반기에는 반대로 단기금리가 오르는 동안 장기 금리가 하락했다. 금리가 이렇게 된 건 장단기 금리를 움직이는 요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단기 금리는 중앙은행의 정책에 따라 변하지만 장기 금리는 경제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      ━   美 기준금리 인상 가까워지면서 장·단기 채권 가격 상승    지난해 초는 연준이 금리를 올릴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기 때문에 단기금리가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장기금리는 성장률이 높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어서 오를 수 있었다. 지금은 단기금리와 장기금리가 동시에 오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가까워지면서 단기금리가 상승하자, 그 힘이 다시 장기 금리를 밀어 올린 것이다. 금리 인상이 수차례 이루어져 금리의 영향력이 약해질 때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15년 이후 6년간 미국의 기준금리가 0.5%일 때 국채 10년물 금리는 평균 1.82%였다. 2년물 금리는 0.82% 정도였다. 현재 미국의 시중금리는 연준이 금리를 한번 올리는 것까지 반영한 상태로 볼 수 있다. 기준금리가 1.0%와 2.0%일 때 10년물은 2.31%와 2.57%였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이 금리를 세 번 올려 1%로 만들고, 내년에는 2%까지 끌어올릴 거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금리 인상이 여섯 번 이상 계속되기 때문에 시장 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3월에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있고 난 뒤 국채 10년물 금리가 잠시 하락했다. 연말에 2%를 넘어갈 텐데, 주식시장은 금리가 전고점을 넘을 때 그리고 앞자리가 1에서 2로 바뀔 때 등 변곡점마다 요동칠 것이다.     금리 인상이 끝이 아니다.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유동성 축소 방안을 논의했다. 시점을 처음 금리 인상에서 머지않은 때로 못 박았다. 이 언급대로라면 3월에 테이퍼링이 끝남과 동시에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고, 빠르면 2분기 늦어도 3분기에 유동성을 줄이는 작업이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연준은 금융위기 때 인하했던 금리를 2015년 12월에 처음 올렸다. 이후 2017년 3월 세 번째 금리 인상이 있고 난 뒤 유동성 축소 논의가 시작됐고, 2017년 9월 네 번째 금리인상 후 유동성 흡수가 공식화됐다. 처음 금리를 올리고 1년 9개월 후에 유동성 축소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은 예상대로라면 첫 번째 금리인상 이후 3~6개월 후에 유동성 축소가 시작된다. 긴축으로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다.     시장은 연준이 상황이 좋을 때 아무 일도 안 하다가 벼랑 끝에 몰려서 정책을 급선회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져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계속 바뀌고 있다. 12월 FOMC회의에서 올해 3월에 테이퍼링을 끝내고 연간 3번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지만, 주식시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책이 바뀌는 시점에 영향력이 가장 크게 나오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정책 변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란 돌발 변수에 가려진 영향이 있지만, 그보다는 오랜 주가 상승으로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져 외부 악재를 눌러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금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것이다. 코로나 발생 이후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은 유동성 공급과 낮은 금리였다. 지난해 12월 이후 계속되고 긴축 강화는 이 동력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된다. 주가가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       ━   코스피 2900~3000에서 머물 가능성 커    다행히 우리는 미국보다 사정이 양호하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두 번 올렸고, 그 영향으로 이미 3년물 금리가 2.0%, 10년물이 2.4%가 됐기 때문이다. 두 금리의 이전 고점이 2.1%와 2.5%였음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의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현재 우리 시장금리는 한국은행이 앞으로 금리를 두세 번 더 인상한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숫자다.     국내 금리 상승보다 더 걱정되는 건 해외 시장이다. 미국 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그 영향으로 주식시장이 하락할 경우 코스피도 하락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난해에 이미 우리 시장은 한계를 드러냈다.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고점에서 10% 넘게 떨어졌는데, 우리 시장 내부의 악재가 많아서 벌어진 일이다. 이런 상태에서 주요국 시장이 떨어질 경우 우리 시장도 안전할 수 없다.     코스피가 3000을 넘기 힘들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당장 2900 밑으로 내려가기도 힘드니까 당분간 주식시장은 100포인트 내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오랜 시간 이렇게 좁은 공간에 있을 순 없어 조만간 위든 아래든 박스권을 넓히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다. 현재로써는 아래쪽이 될 확률이 높다.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경제지표가 계속 나오는 상태에서 긴축이 강화되면 경제 지표가 더 나빠지게 된다. 주가라도 낮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지금은 국내외 모두 주가가 대단히 높은 상태다.     가격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중순 주가가 크게 오르자 반도체 경기 확장에 대한 기대가 덩달아 높아졌다. 주가는 기대와 달리 2주 동안 5% 가까이 떨어졌다. 4분기에 삼성전자가 76조원의 매출과 13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같은 시간 LG화학, 포스코 등은 물적 분할 이슈로 떨어졌던 주식은 15% 넘게 올랐다. 주가가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간단하다.    반도체는 이미 주가가 올랐지만, 2차 전지는 가격이 크게 떨어져 가격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스피가 오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비슷한 패턴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형 주식도 동일한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 2차 전지를 끝으로 대형주는 대부분 주가가 한 번씩 올랐다. 그 사이 다시 주가가 내려오기도 했지만, 다시 상승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소형주로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 2차 전지 소재 부품주를 비롯해 친환경 관련주 등 기존에 시장에서 주목받았던 테마가 다시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코스피를 움직이지 않을 때도 오를 수 있는 종목들이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기준금리 인상 금리인상 이후 시장 금리 1619호(20220117)

2022-01-11

올해 반도체 호황 오지만…저항도 만만치 않아 [이종우 증시 맥짚기]

      지난해 상반기 미국에서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매입자산 축소)이 본격 거론됐을 때만 해도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유동성 공급 축소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해 12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 일정을 계획보다 앞당기고, 금리 인상도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주식시장이 하락하지 않고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두려워했던 건 유동성 공급을 줄이느냐 유지하느냐가 아니라, 상황이 괜찮을 때 손 놓고 있다가 한계에 부딪힌 후 허겁지겁 금리를 올리고 돈을 회수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 상황이 벌어졌지만, 시장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인 것이다.     주식시장이 왜 이렇게 반응했을까. 우선 금리 상승을 견인하는 인플레이션이 시간이 지나면 약해질 거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금리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만 장기적으로도 상황이 똑같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클리브랜드 연준 총재가 향후 10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을 2%대 초반으로 산정했다. 과거 10년간 평균보다 낮다. 5년 뒤인 2026년부터 2031년까지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2.38%로 1차 테이퍼링이 진행됐던 2014년보다 낮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존재하지만 이미 금리에 반영된 부분도 있어 계속 금리 상승 요인이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시장금리에 어느 정도 반영된 점도 감안하고 있다. 미국의 단기 금리인 2년물 국채수익률이 0.75%가 됐다. 지난해 6월에 0.14%였으니까 반년 만에 5.3배가 된 셈이다. 단기 금리가 이렇게 급등한 건 금리 인상이 멀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2년물 국채금리의 상승속도는 과거 어떤 때보다 빠르다. 2015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당시 단기금리는 테이퍼링 시작 시점부터 2년 후에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있을 때까지 1.6배 오르는 데 그쳤다. 지금은 테이퍼링을 시작한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금리가 여섯 달 만에 5.3배가 됐다. 금리를 빠르고 강하게 올릴 거란 전망이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   1분기 높은 주가 부담과 금리 인상 영향 더해질 듯     괜찮은 경제 상황이 물가상승의 영향력을 압도할 거란 기대도 미국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가는 가계가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을 때 높아진다. 가계가 여력이 없으면 제품가격 인상으로 전체 매출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계속된 정부의 지원 확대로 미국의 가계 저축률이 9.4%까지 치솟았다. 2012년부터 팬데믹 이전까지 평균 저축률 7.2%보다 2%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미국 가계가 충분한 소비 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가보다 경기 확장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면 예상보다 강한 정책 전환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가가 오른 건 시장 내부의 힘이 외부 악재를 압도한 때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주가가 지금처럼 1년 9개월째 계속 상승하면 어지간한 악재는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 주가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이 강해 주가가 내려갈 때마다 매수에 나서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가가 하락할 때다. 쌓여 있던 악재가 한꺼번에 힘을 발휘하면서 주가를 강하게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테이퍼링이 끝나고 금리 인상이 시작되는 1분기에 1.8%까지 상승했다 다시 후퇴한 후 연말에 2%를 넘어갈 거로 보인다. 1분기 금리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인플레이션이 견인한다. 3월에 테이퍼링이 끝나기 때문에 1분기는 금리 인상이 가시권 내에 들어오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 역시 만만치 않아 시장 금리가 전고점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이 국면이 지나고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면 뉴스가 현실이 된 영향으로 금리의 일시 후퇴가 예상된다. 이런 모습은 과거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관찰됐었다.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있기 전에 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금리가 올랐다가 인상이 이루어진 후에 다시 하락하는 형태였는데, 이번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보면 1분기는 금리 상승이란 외부 악재의 힘이 세지는 상황이 된다. 이 상태에 높은 주가 부담이 겹칠 경우 미국 주가 하락이 빨라지게 된다. 쌓아 놓았던 악재가 한꺼번에 힘을 발휘하기 때문인데, 그러면 우리 시장도 약해진다. 코스피가 혼자 상승할 만큼 힘이 강하지 않다는 건 이미 지난해 4분기에 입증된 사실이다.       ━   반도체 주가 반등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   시장 내부적으로는 반도체의 향방이 연초 주식시장을 결정할 거로 보인다. 지난해 말에 반도체 주가가 오르자 해당 업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아졌다. 올해 최고 유망 업종으로 꼽는 증권사가 많아졌는가 하면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고 이익을 얻을 거라 믿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동안 메모리반도체 주가는 업종 경기보다 2분기 정도 선행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불황 때 이익 전망치 하락이 멈추는 시점부터 주가가 올랐고, 주가가 높아지면 실제로 이익이 좋아지는지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이익이 늘어나는 증거가 확보된 후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르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호황이 계속되지만, 이익 전망이 더는 높아지지 않을 때부터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해 업황이 나빠지는 증거가 나오면 주가가 최저점에 도달했다.    지난해에도 이 과정이 있었다. 2분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전망치가 낮아지자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해 삼성전자 주가가 20%, SK하이닉스도 30% 넘게 떨어졌다. 그리고 3분기에 이익 전망 하락이 멈추자 메모리 반도체 주가가 반등에 들어갔다.    반도체 경기 둔화가 지난해에 끝난 만큼 올해는 새로운 호황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 첫 번째 신호는 1분기에 수요처에서 반도체 대량 주문일 텐데,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정상이 되면서 IT 공급망 차질이 개선돼 제품 생산이 늘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늘고 주가도 오르는 상황이 벌어질 거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인텔과 AMD의 신규 서버 플랫폼 출시가 겹치면 반도체 경기 회복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반도체 경기 회복 전망과 별개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말 이후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4000만주 순매수했다. 그 덕분에 주가가 15% 올랐다. 코스피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이지만 순매수 규모를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석 달 사이에 주가가 40% 넘게 상승해 어지간한 이익 증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태다. 반도체 주가가 추가 상승하려면 만만치 않은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기준금리 인상 주가 상승 금리 인상 미국 반도체 금리 상승 1617호(20220110)

2022-01-04

반도체와 2차전지…경기개선 기대감이 그리는 두 종목 주가 곡선 [이종우 증시 맥짚기]

      반도체 주식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올해에 상승을 주도하는 업종이 될 가능성이 크니 지금이라도 보유량을 늘리라는 추천이 줄을 이을 정도다. 반도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해 미국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0% 넘게 상승하는 동안 국내 반도체 주가는 하락을 면치 못했다. 지난 한달 간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아직 삼성전자가 연초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정도다. 반도체 주가가 저점을 기록했던 10월에는 두 나라 반도체 주식의 상승률 차이가 50%를 넘었다. 둘의 움직임이 이렇게 달랐던 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비메모리 반도체기업이 중심인 반면,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서버, PC 등 주요 IT제품에 두 반도체가 모두 사용되기 때문에 과거에는 실적과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비메모리는 호황이 계속된 반면 메모리는 경기 둔화를 겪었다. 비메모리 반도체가 공급 차질을 빚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범용 제품이어서 IT 경기 변동에 대한 대응력이 비메모리보다 약하다. IT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거나 줄어들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 그 한계가 작동한 것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과거 주문에서 도착까지 9~12주 정도 걸리던 게 20주까지 늘 정도로 공급 차질이 심했다. 그 영향으로 해당 반도체의 가격이 상승해 생산 기업들이 큰 수익을 올렸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반대로 타격을 입었다. IT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IT 경기 호황 전망에 맞춰 생산을 늘렸던 국내 반도체기업 입장에서는 생각지 않았던 악재를 만난 것이다. 팔리지 않은 제품이 재고로 남았고, 그 영향으로 3월에 5달러를 넘었던 메모리반도체(DDR4 8Gb) 가격이 3.5달러 밑으로 떨어져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올해 반도체 호황 전망은 이 상황이 개선될 거란 기대에서 출발한다.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개선되면 IT 제품 생산이 정상이 되고, 그 영향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해 실적이 좋아질 거라 믿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대의 배경에는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때 처음에는 비메모리를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메모리 반도체로 상승이 옮아왔다는 경험도 작용을 했다. 지난해엔 비메모리의 시대이지만 올해는 메모리반도체의 세상이 될 거라 믿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좋아지면 반도체에 대한 시각이 교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반도체 경기가 둔화된 건 공급 차질에 의한 ‘단기’ 조정 때문인데, 시장에서는 이를 추세적인 ‘장기’ 조정으로 보고 주가를 끌어 내렸으니 상황이 바뀌면 시각이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       ━   반도체 경기 개선 기대에 대한 의문점들    올해 반도체 경기 호황에 대한 기대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일까? 우선 반도체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만들어진 시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11월 22일부터 반도체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매수가 상승 동력 역할을 했는데, 11월 22~23일 이틀간 삼성전자를 1000만 주 넘게 순매수한 걸 시작으로 외국인이 지난 한 달간 4100만 주를 사들였다. 평균 가격으로 환산하면 3조2000억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 덕분에 7만원까지 내려갔던 삼성전자 주가가 15% 넘게 상승했고, 반도체 주식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반도체 경기가 좋아질 거란 전망으로 매수가 늘면서 주가가 올라간 게 아니라, 외국인 매수로 주가가 올라가자 경기 전망이 바뀐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지난 1월에도 있었다. 2020년에 주가가 급등하자 시장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장기 호황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확대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서버를 증설하고 있는데, 4차 산업으로 인한 수요 확대까지 감안할 때 호황이 오래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장기 호황이 오지 않았고, 3월에 반도체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주가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시장의 기대가 어긋나면서 주가가 반응을 한 것이다. 최근 반도체 주가가 오르면서 다시 호황에 대한 전망이 힘을 얻고 있지만 확신하기 힘들다. 시간을 갖고 좀 더 지켜보는 게 맞다.     지난 한달 반 사이 반도체 주가가 오른 건 낮은 주가의 영향이 컸다. 11월 중순에 삼성전자 주가는 7만원, SK하이닉스도 9만원 정도였다. SK하이닉스의 경우 9개월 동안 주가가 40% 가까이 떨어졌는데 가격 메리트가 대단히 큰 상태였다. 지금은 해당 기업의 주가가 13만원 정도다. 저점에서 40%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에 내년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의 상당부분이 주가에 반영된 걸로 볼 수 밖에 없다. 낮은 주가라는 강점이 사라진만큼 앞으로 반도체 주식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크지 않을 것이다.     내년에 IT 경기가 기대 만큼 좋을지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IT는 자동차와 함께 대표적인 내구소비재 산업이다. 제품 교체주기가 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정부가 가계에 지원금을 지급하자 사람들이 그 돈으로 가전제품을 샀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선진국에서 발생한 공통적으로 발생한 일이다. IT 제품은 한번 교체하면 오랜 기간 사용한다는 걸 감안할 때 내년에 또 다른 교체수요가 발생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겠다.       ━   반도체보다 2차 전지 주식에 관심을 기울여야      반도체 주가 상승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니라 낮은 주가에 대한 반응이었다면 시장이 생각하고 있는 모든 논리가 무너진다. 주가가 오를수록 반도체 주식에 대한 기대가 약해져 주가 방향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낮은 가격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반도체를 사는 게 아니라 반도체를 팔아서 가격이 떨어진 2차 전지 주식을 사는 게 더 맞는 투자전략이다.    반도체 경기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한 추가 상승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11월 22일 이후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4조3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그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73%에 달한다. 국내기관투자자까지 여기에 가담했다. 대규모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바닥에서 15% 상승하는데 그쳤다. 내년에 반도체 경기가 좋아진다고 기대하기에는 상승률이 높지 않다. 단순 반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2차 전지 대표회사인 LG화학은 주가가 최고점에서 40% 내려왔다. 2020년에 상승이 너무 과했던 영향이 크지만 단기 하락폭도 작지 않다. 다른 2차 전지 기업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금은 코스피가 크게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다. 종목별로 많이 오른 주식을 팔고 하락이 컸던 종목을 사들이는 게 유일한 매매전략일 수 밖에 없는데, 한달 전에는 그 대상이 반도체였다. 지금은 2차 전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이종우 칼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비메모리 반도체 반도체 주가

2022-01-02

내년 美 주식시장, 재미없는 장세 이어진다 [이종우 증시 맥짚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유동성 공급 중단과 금리 인상 계획을 내놨다. 내년 1월부터 월간 300억 달러씩 유동성 공급을 줄여 3월에 테이퍼링을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내년에 금리를 3차례 올릴 수 있고, 시작은 테이퍼링 종료로부터 멀지 않은 시점이 될 거란 언급도 있었다. 시장이 걱정했던 떠밀려서 빠른 속도로 정책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발표 당일 상승했고 다음 날 그만큼 떨어졌지만, 하락을 체감할 정도는 아니었다. 주가가 제자리를 유지한 건 발표 내용이 예상했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연준의 발표가 있기 전에도 시장에서는 내년 6월까지 금리를 한 번 올릴 가능성이 36%, 두 번 올릴 가능성이 33% 정도 된다고 전망하고 있었다.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직후 나온 금리 인상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연준 의장이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부분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연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9%에서 5.5%로 내렸다. 대신 내년은 4.0%로 이전보다 0.2%포인트 올렸다. 현재 미국경제가 백신 접종 확대와 경제 재개방으로 빠르게 팽창하는 중이어서 내년 성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각도 달라졌다. 예상보다 물가 상승률이 높고 시간도 오래가겠지만, 경제 재개방과 관련한 수요-공급 불균형이 원인인 만큼 내년에 공급이 풀리면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분석이 타당성이 있지만, 주식시장 움직임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미흡하다. 강한 금리 인상과 유동성 공급 축소 계획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른 건 오랜 주가 상승으로 투자심리가 매수 중심으로 형성된 영향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락했던 미국 주식시장이 지난해 4월에 상승으로 돌아선 후 1년 9개월째 오르고 있다.      ━   변동성 확대와 주가 재평가로 미국시장 하락 예상    국내 시장은 올해 1월에 상승 속도가 꺾이고 7월에 고점을 친 후 15% 가까이 하락했지만, 미국시장은 그런 조정 없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그나마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해 상승 기간 산정이 짧아진 덕분에 그 정도이지, 상승 시점을 금융위기 이후로 보면 기간이 13년으로 늘어난다.     사상 유례 없는 장기 상승이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은 발생하는 모든 사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낮은 금리가 주식시장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금리를 올리면 미국 경제가 금리를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는 논리로 주가가 오른다고 보고 있다. 주가가 항상 오른다는 얘기인데 실현 불가능한 얘기다. 이번도 논리가 비슷하다. 연준이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계획을 발표하자 예상했던 수준 정도라는 안도심리 덕분에 주가가 상승했지만 정확한 영향은 아직 알 수 없다. 주식시장이 진정된 후에나 알 수 있을 텐데, 투자자들이 너무 긍정적인 시각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어 이 부분이 빠지고 난 후에야 판단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계획이 나온 후 주가 방향보다 더 눈길을 끈 건 변동성이다. 나스닥 시장의 경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직후 하루 2% 이상 주가가 오르고 내릴 정도로 큰 변동성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나스닥에 성장기업이 모여있기 때문에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지만,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금리에 요동을 칠 정도로 취약하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에 틀림없다.    과거에도 연준이 유동성 공급을 늘릴 때 주가 변동성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돈이 순차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주가 반응도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 것이다. 유동성을 줄일 때는 반대로 변동성이 커지는데 12월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미국 시장의 변동성은 FOMC회의가 열리기 전인 11월 중순부터 확대되고 있었다.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내려올 즈음이었는데, 금리 인상이 변동성을 확대하는 역할을 했다.       다음 반응은 적정 주가에 대한 재평가가 아닐까 싶다. 연준이 돈을 풀 때와 거둬들일 때 시장이 생각하는 적정 주가 수준이 달라진다. 돈을 풀 때는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주가순이익비율(PER)이 높아지지만, 돈을 회수할 때에는 배율이 낮아진다. 유동성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지수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의 PER이 30배까지 올라왔다. 지난 20년간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지금보다 PER이 높았던 때는 IT 버블이 터지기 직전이 유일하다.     변동성 확대와 적정 주가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미국 주식시장이 약세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급락했던 주가가 상승을 시작했던 지난해 4월 이후 스탠다드앤드푸어(S&P)500지수가 5% 이상 떨어진 적이 없다. 앞으로는 조정 폭이 10% 내외로 넓어지고, 회복 기간도 길어질 걸로 보인다.       ━   코스피는 3000 크게 넘지 않은 상태로 마무리될 듯    미국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지만, 코스피는 모습이 달랐다. 미국시장이 오르는 동안 코스피가 고점에서 15% 가까이 떨어졌던 게 하락을 막는 역할을 했다. 먼저 떨어져 더는 내려갈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코스피 하락이 방어되긴 했지만, 지수의 중심이 2900~3000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추가 상승이 쉽지 않을 거로 보인다. 지금까지 움직임을 통해 유추해보면 올해 주식시장은 3000을 크게 넘지 않는 상태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수급은 나아질 것이다. 연말까지 연기금이 시장을 지켜주기 때문인데, 연기금은 매년 전체 자산 중 주식의 비중을 미리 정하고 투자에 나선다. 중간에 주가가 크게 하락해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 해가 끝나는 연말에 주식 투자를 본격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미뤄왔던 주식 투자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12월 들어 기관투자자가 2000억원 넘게 주식을 사들였는데, 연말 배당이 확정될 때까지 이 흐름이 유지될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른 선진국의 금리 인상을 불러왔다. 영국이 금리 인상에 나섰고, 신흥국 역시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변화를 감안해 금리가 오를 때 수혜를 보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은행과 보험 업종이 그에 해당한다. 은행의 예금과 대출이자 간 차이인 예대마진은 금리가 오를 때 커진다. 예금과 대출이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은행 수익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은행주가 금리 인상의 수혜주가 되는 게 당연하다. 보험회사는 고객이 맡긴 돈의 많은 부분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연금보험의 경우 가입할 때 정해진 돈을 기로 약속하는데 금리가 낮아지면 해당 금액을 채우기 힘들어 보험사가 곤란을 겪게 된다. 보험주가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금리 인상 주가 상승 시장 하락예상

2021-12-22

지루한 박스피, 지금이 배당주 투자 적기 [이종우 증시 맥짚기]

      금리가 시장의 관심권 내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다. 우리는 실제 금리 인상이 이뤄졌다. 한국은행이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0.75%에서 1.0%로 인상했다. 1년 8개월 만에 0%대 금리가 끝난 건데, 앞으로 계획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내년 1분기에 또 한 번의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도 금리 인상이 공론화됐다. 계기는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제도이사회(Fed, 연준)가 금리 인상을 언급해서다. 연준 의장이 지난 22일 연임이 확정된 후 가졌던 기자회견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굳어지지 않도록 쓸 수 있는 수단을 모두 쓸 거라고 얘기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기에 연준 내에서 매파로 알려진 브레이너드 이사가 차기 부의장으로 지명된 사실까지 겹쳐 금리 인상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또 하나는 11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다. 인플레가 일시적이라는 평가를 유지했지만 이전보다 지속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언급도 있었다. 공급 병목현상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높아져 높은 인플레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인플레를 막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을 가속화하는 건 물론 금리 인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언급도 있었다. 금리 인상이 정식으로 거론된 것이다.     그 영향으로 연방선물기금으로 추정한 내년도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예상 횟수가 2.8회로 올라왔다. 올 상반기만 해도 예상 횟수가 1회를 넘지 않았다. 내년에 금리를 세 번 인상하면 미국 기준금리가 0%대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가 되는데 시장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   오미크론 우려감에 세계 주식시장과 원자재시장 급락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2% 상승했다. 에너지와 식품처럼 변동성이 큰 부분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4% 넘게 올랐다. 모두 지난 1990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반면 주간 실업수당청구 건수 등 고용지표는 개선됐다. 그동안 연준은 평균 물가상승률이 2%를 넘고, 고용이 안정될 경우 금리 인상을 생각해 보겠다고 얘기해 왔다. 수치만 보면 두 개 조건 모두가 충족된 셈이므로 금리 인상을 얘기해도 이상할 게 없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0.5%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시각이 있지만 그렇게 볼 게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은 낮은 금리와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 공급이다. 금리를 내린 폭이나 돈을 푼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대단히 빠른 주가 상승이 이루어졌다. 금리 인상은 상승 동력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된다. 지금처럼 높은 주가에서는 상승 동력이 조금만 약해져도 시장이 요동을 칠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에 대한 우려로 세계 주식시장과 원자재시장이 급락했다. 사안이 본격화된 첫날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식시장이 4% 넘게 하락했고, 미국도 2% 이상 떨어진 걸 보면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시장이 단기에 크게 하락하는 걸 봤기 때문에 시장이 이렇게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도 하나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코로나19로 크게 떨어진 주가는 빠르게 회복돼 몇 달 후에 질병 발생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 됐다. 투자자들은 경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질병의 공포가 사라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굉장한 반응이 일어난 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외에 다른 부분이 작동한 결과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높은 가격이 공포를 키웠다. 주가가 높아 불안한 상태에서 악재가 발생하자 격한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델타 바이러스가 처음 유행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델타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 인도에서부터다. 델타바이러스가 직전에 유행했던 알파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64%나 높아 조만간 우세종이 될 거란 전망이 많았으므로 지금과 유사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주가가 별달리 반응하지 않았었다. 코로나19로 하락했던 주식시장이 1차 반등한 후 숨 고르기를 하고 있을 때여서 주가가 높지 않았던 게 바이러스 공포를 이겨내는 역할을 했다. 실제로 당시 코스피는 델타바이러스 유행에도 불구하고 11월에 상승을 시작해 두 달 만에 1000포인트가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다. 상황의 심각성은 바이러스에 있지 않다. 유동성의 힘으로 주식을 비롯해 암호화폐, 부동산, 원자재까지 모든 가격이 다 올랐다. 이 상황이 정리되지 않으면 변이 바이러스가 아니어도 시장을 괴롭힐 요인은 언제나 나올 수 있다.       ━   지난해 상장기업 현금배당금 처음으로 41조원 넘어    코스피200 지수에 속한 200개 종목 중 2014년부터 지금까지 지수에 포함된 기업 수는 183개다. 지난해 이들 기업의 순이익을 합친 숫자가 79조20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181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이들 기업은 순이익의 27%를 배당에 썼다. 이 숫자를 올해 발생할 거로 예상되는 이익에 곱하면 코스피200 종목의 배당금이 50조 원으로 늘어난다. 코스피가 두 달간 상하 100포인트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좁은 폭 내에 갇혀 있음을 감안할 때 12월은 배당 투자를 하기 좋은 기간이 될 수 있다. 한 달 사이에 배당투자의 결실을 얻을 수 있고, 올해 많은 배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코스피가 60% 넘게 상승하는 동안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은 30%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 배당주의 수익률은 더 낮아 10%대 중반이었다. 이렇게 성적이 좋지 않았던 건 배당을 많이 주는 전통주식의 주가가 오르지 못했고, 시장 주도권이 성장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성장주는 현재 이익보다 미래 이익을 바탕으로 주가가 움직이므로 배당이 주가를 움직이는 역할을 하기 힘들다.   앞으로는 다른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배당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장기업의 현금배당금이 처음으로 41조원을 넘었다. 2014년에 15조원 정도였던 배당금이 짧은 시간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건데 올해는 그 추세가 더 강해질 전망이다. 코스피200 기업만 순이익이 18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국내 상장 기업의 배당 성향이 과거보다 안정됐다는 점도 배당의 매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국내 기업의 이익 처분 성향을 보면 당기 순이익의 1/3은 유보, 1/3은 투자, 1/3은 배당의 형태로 쓰이고 있다.   주식을 사서 평생 팔지 않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배당밖에 없다. 주식시장이 이익에 목을 매는 것도 배당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익이 많이 난 회사가 배당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배당투자를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실적이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야만 배당을 많이 줄 수 있어서인데, 연말에 배당투자를 하기 전에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실적을 알 수 있으므로 이를 참고해 투자 종목을 선발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배당투자 코스피 세계 주식시장 유럽 주식시장 금리 인상 1613호(20211206)

2021-11-30

제한된 자금 앞당겨 써버린 개인투자자, '쉼표'도 전략이다 [이종우 증시 맥짚기]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6개 주요국 통화(유로, 엔, 파운드, 달러, 크로네, 프랑)대비 달러화 위상을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가 96을 넘었다. 지난 6월 90 밑으로 떨어져 달러가 기조적으로 약세가 되는 게 아닌가 우려했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5개월 사이에 달러가 7% 넘게 절상된 건데, 현재 달러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달러가 이렇게 강해진 건 다른 통화가 약해져서다. 특히 유로화 약세가 심한데,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유행하면서 경기 회복이 미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점이 유로화의 발목을 잡았다.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은 것도 달러를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경제는 올해 6%대, 내년에도 4%대 중반의 성장을 할 걸로 전망되고 있다. 빠르면 내년에 한두 번 금리 인상이 있을 건데 일본, 유럽 등이 금리 인상을 생각도 못 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달러가 강해지는 게 이해가 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선순환하고 있는 점도 달러를 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미국이 전 세계 경제와 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게 되면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으로 몰리게 되므로 달러는 자연적으로 강해지게 된다.     환율은 한번 방향이 정해지면 일정 기간 유지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번 추세적인 절상이나 절하가 시작되면 최소 10% 정도는 그 방향으로 움직였는데, 이 사례를 지금 달러에 적용해 보면 달러인덱스가 100을 넘을 때까지 강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   달러 강세에도 외국인이 매도를 늘리진 않아   달러가 강해질 때마다 시장에서는 두 가지 걱정이 제기된다. 하나는 신흥국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 미국으로 들어가지 않겠냐는 우려다. 요즘처럼 신흥국들이 높은 물가로 고통을 받고 있는 때에는 그 경향이 더 심해진다. 인플레이션과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 신흥국이 금리를 계속 올릴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경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타당성 있는 생각이지만 아직 그 단계까지 발전하지는 않았다.     최근 달러가 강해졌지만 그래도 팬데믹 직후보다는 덜하다. 당시는 달러와 함께 엔화 등 상당수 선진국 통화가 강세가 됐는데, 질병으로 세상이 어렵다 보니 안전 자산을 더 많이 가지고 있겠다는 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지금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촉발할 정도가 아니다. 엔화가 이를 잘 보여주는데 엔·달러 환율이 114엔까지 올라왔다.    엔화는 반대로 약해졌는데, 지금 환율 강세는 달러만의 문제이지 다른 선진국 통화에는 적용되지 않는 사안이다. 환율이 자산선택을 바꾸는 역할을 하려면 달러가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지금은 지난해의 ‘경기위축 속 안전자산 선호’와 달리 ‘경기 호조 속에 통화정책 차별화’가 국제 환율을 움직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달러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자금 이동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우려는 외국인 매도다. 달러가 강해지면 원화는 반대로 약해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내다 판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잘못된 인식일 뿐 현실이 된 경우가 거의 없다. 과거 원화가 약세일 때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 판 경우가 있지만, 이는 원화 약세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통화가 약세가 된다는 건 해당 국가의 경제가 좋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경제가 좋지 않으면 주식시장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피하려는 것이다.     외국인이 우리 시장에 들어올 때 가장 관심을 두는 건 주가다. 앞으로 주식시장이 좋을 것으로 판단되면 주식을 사들이지만 전망이 좋지 않으면 반대로 내다 판다. 주가는 하루에 최대 30% 움직일 수 있는 반면 원화는 아무리 크게 변해도 1%를 넘지 않는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변동 폭이 더 큰 주가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환율은 외국인이 들고 나는데 부차적인 근거일 수밖에 없다.       ━   3분기 기업 이익 전망치 예상보다 12조원 줄어     코스피가 100포인트 사이에 갇혀버렸다. 2900 부근에 도달하면 강하게 반등하고, 반대로 3000을 넘으면 갑자기 힘이 빠져 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주가가 너무 좁은 폭 내에서 움직이다 보니 현재 박스권만으로는 시장 변동성을 담기 힘들다. 조만간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고 나올 걸로 보이는데, 이는 박스권의 폭을 넓히는 작업일 뿐 주가의 방향을 바꾸는 일은 아니다.   만약 박스권을 뚫고 나온다면 방향은 위가 될 것이다. 2900에서 하락이 여러 차례 막히면서 지지선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 이제는 어지간한 악재를 견딜 수 있을 만큼 힘이 쌓인 상태여서 주가의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가는 떨어지지 않으면 오르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3000을 뚫고 올라가도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3000을 뚫고 올라가면 3100에서 또 걸리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이 힘을 내지 못하면서 수급의 역할이 커졌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조금만 사거나 팔면 코스피가 크게 상승하거나 떨어지는 벌어지고 있다. 매수 편에 서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인데 시장의 방향이 정해질 때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루 2조원 가까운 매물을 거뜬히 소화해 내던 1년 전의 개인투자자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떤 주식도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주가가 단기에 크게 떨어진 종목을 중심으로 반등을 노리는 매수 이외에는 대응 방안이 없는 상태다. 그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내년에 이익이 좋아지는 업종을 고르는 것이다. 올해는 시장 전체적으로 이익이 좋았다. 2018년을 넘어 연간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릴 걸로 전망되는데, 이익 증가율이 높은 만큼 특정 업종이 실적이 좋아도 주목받지 못했다.    내년은 다르다. 영업이익이 9%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 숫자의 신빙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3분기 이익 발표와 함께 이익 전망치가 12조 정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이익이 괜찮은 업종이 상대적으로 각광 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업종으로 정보통신(IT), 자동차, 건설, 은행 등을 꼽고 있다.     지금 당장 투자에 나서는 것보다 시장의 방향이 잡히고 난 후에 대응하는 게 좋다. 시장의 방향이 모호한 상태에서 투자를 늘리다 보면 정작 주식을 살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개인투자자는 제한된 자금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데 이를 앞당겨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면 시장을 주도하는 종목이 아닌 부수적인 종목을 들고 쳐다만 봐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지금은 ‘쉬는 것도 투자’라는 생각이 필요한 시간이다. 1년 사이에 주식시장이 크게 변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글로벌 금융시장 달러화 강세 외국인 매도 1612호(20211129)

2021-11-23

코스피 지지선 2900 무너지나? 가능성은 적어 [이종우 증시 맥짚기]

      테슬라 주가는 테슬라 한 종목만의 일이 아니다. 주가 흐름이 다른 주식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으로 따지면 삼성전자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해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힘든 수준이 되면 투자자들은 가격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된다. 주식을 샀다가 고점에서 물리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데, 그럴수록 믿을 수 있는 주식으로 더 몰리게 된다. 지금 미국 시장에서는 애플, 구글, 아마존이 그에 해당한다. 탄탄한 사업 기반을 가지고 있어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투자자들이 믿기 때문이다.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성장성이 높은 기업도 매수 대상이 된다. 앞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고주가 부담이 빠르게 해소될 거라 믿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두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이미 탄탄한 기반을 구축했고, 여기에 성장성까지 구비해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나스닥도 테슬라 같은 성장주가 시장 이끌어   10월 13일 이후 지난 12일까지 나스닥 주가는 이런 기대의 반영 과정이었다. 거래일수 2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나스닥 주가 상승률은 8%를 넘는다. 애플, 구글도 동참했지만, 테슬라는 이 기간에 28%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마땅히 선택할 주식이 없으면 성장주로 간다는 과거 사례가 이번에도 적용된 것이다.     테슬라는 여러 각도의 해석이 가능한 주식이다. 좋게 보는 입장에서는 앞으로 전기차로 이동수단이 바뀌는 건 피할 수 없는 대세인데, 테슬라가 선도기업인 만큼 주가가 올라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에는 주가가 높아도 앞으로 이익이 늘어날 걸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반대로 나쁘게 보는 입장에서는 아직 전기차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지켜보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이 더 커질 경우 자동차 기업들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 포드, 도요타 등 기존 자동차 회사는 길게는 150년, 짧아도 50년 넘게 자동차를 생산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면 테슬라 우위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작게는 테슬라, 크게는 나스닥 시장이 큰 변동성을 가지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 국내 시장도 그 영향에서 떨어져 있을 수 없다.        나스닥의 향배와 관련해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유동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일 때 나스닥지수는 6500 정도였다. 현재는 1만5000을 넘었으니 저점 대비 150%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선진국 주식시장 중 이보다 상승률이 더 높은 곳이 없다. 나스닥이 크게 오르는 데에는 유동성이 역할을 했다. 성장기업이 모여있는 시장이란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기업의 주가는 높은 위험과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그래서 금리가 낮거나 유동성 공급이 늘어나면 주가가 급등하고 반대의 경우 주가가 하락하게 된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9년 말에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통화(M2) 비율이 70.6%였다. 지난해 8월 해당 비율이 94.4%로 상승했다. 8개월 사이에 해당 비율이 무려 23.8%포인트나 급등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2008년 초 51%였던 해당 비율이 2009년 말에 58%로 7%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기보다 코로나19 때에 3배 넘는 돈이 공급된 것이다. 비슷한 지표가 또 있다. 2000년 1월 총통화 수준을 100으로 환산한 미국의 유동성 지수가 2019년 말 328.5에서 2020년 8월에 393.9로 올라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2008년 초 160.8에서 2009년 말 182로 21.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렇게 공급된 돈이 위험자산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금리가 낮으면 돈을 빌려서 투자할 때 치러야 하는 비용이 줄어든다. 그만큼 자금이 고위험군 자산으로 돈이 몰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데 그 대상에 나스닥이 들어가 있었다. 나스닥이 추가로 상승하려면 기업이익 같은 실물요인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이런 뒷받침이 없는 상태에서 저금리와 유동성의 힘이 약해지면 그 힘으로 올라왔던 시장이 가장 먼저 하락하게 되는데 그게 나스닥이다.       ━   매수세 약해 코스피 혼란 상태 당분간 이어져    다행히 코스피는 2900을 밀고 내려가려는 압력을 이겨냈다. 밀어도 밀리지 않으면 반대로 움직인다는 주식시장의 속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2900에 도달할 때마다 주가가 크게 반등했다. 2900의 지지선이 증명된 만큼 코스피가 이 선을 밀려 내려가려면 나스닥이 하락이 먼저 있어야 한다.     코스피가 지지선을 확보했지만, 시장 내부의 혼란은 사라진 건 아니다. 어떤 종목도 꾸준한 상승을 기록하지 못한 채 상승과 하락만 반복하고 있다. 호재 하나가 나오면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단기간에 다시 내려오는 등 투기적인 매매 형태까지 나오고 있다. 대형주가 많이 떨어졌지만 투자자들이 자신감이 부족해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중·소형주에서도 상승 주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의 힘이 약한 만큼 이런 혼란 상태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수급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5000억 정도를 매수하면 주가가 1% 이상 오르고, 반대로 매도하면 1% 이상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매수층이 얇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으로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를 개인투자자가 해결했지만, 지금은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본 데다, 자금 유입도 없어 큰 역할을 하기 힘든 상태다. 한 매매 주체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매매가 쏠릴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 지난해 개인투자자가 하루 2조원 가까운 매물을 해결하던 일이 실제 있었나 의심이 들 정도로 매매가 소강상태가 됐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나스닥 시장 선진국 주식시장 테슬라 주가 1611호(20211115)

2021-11-16

지금은 글로벌 소비재, 게임 등 소비 가치주가 유망 [이종우 증시 맥짚기]

      한국과 미국시장이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미국증시가 크게 오르면 국내 증시도 1% 정도 상승하지만, 미국시장이 소폭 상승에 그치면 우리 시장은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두 시장이 다른 모습이 된 건 시장을 구성하는 핵심 종목이 달라서다. 미국 증시에는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상장돼 있다. 이들은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전체 지수가 상승한다. 우리나라도 네이버, 카카오와 2차 전지, 바이오 기업 등이 있지만,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구체적인 성과 면에서 미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금은 성장을 찾기 힘든 시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발생 직후 각종 정책에 힘입어 높아졌던 성장률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약해지기 시작해 이제는 평년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 성장을 찾기 힘들어질수록 시장은 강한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에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지난해까지 우리나라도 성장 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코로나 19 관련 산업이 높은 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비대면 활성화로 인터넷과 전자 상거래, 바이오, 게임 등이 주목을 받았던 게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이 업종의 상당수가 자기 실력보다 특수의 영향을 봤다는 사실이다. 자체 동력이 약해 질병의 영향력이 줄고, 주가가 올라간 후에 더는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로 변했다.       ━   국내 성장주는 미국보다 불리한 상태   2000년 IT 버블이 터지기 직전 몇 개월도 지금과 비슷한 형태였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20% 넘게 오르는 동안 코스피는 뒤로 후퇴했는데, 당시에는 코스닥이 빈 곳을 메웠다. 지금은 과거와 구도가 다르다. 미국에서 주가가 오르는 종목은 세계적인 지배력과 수익력 검증이 끝난 기업들이다.    코스닥은 정반대다. 아직 기업이 일천해 경쟁력 비교가 어렵다. 지금은 코스닥보다 업종 대표주가 빈 곳을 메우는 게 맞는 상태인데, 국내시장에서는 이들을 성장보다 가치가 좋은 주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국내 시장은 성장이 드문 상태로 바뀌었다. 코로나 19가 발생하고 일시적으로 상황이 역전돼 성장이 흔해졌지만 이제 다시 과거 형태로 돌아갔다. 이런 변화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주가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가가 강세일 때와 약세일 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식이 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가치주와 성장주다. 강세장에서는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잘 올라간다. 반대로 약세장일 때에는 가치주가 강해진다. 지금 미국이 그런 경우다. 주가가 오르면서 애플, 구글 등 성장주를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국내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진정한 성장주를 찾기 힘든 상태다. 2018년과 2020년을 제외하고 코스피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지만, 기업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도 성장주 대두를 가로막은 요인이 됐다. 성장산업이라도 수출 관련 기업의 비중이 높다. 이들의 성장성은 자체적인 능력보다 글로벌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성장주는 지속적인 성장형보다 순환형 성장주에 가깝다. 경기가 좋으면 성장주가 됐다가 경기가 나빠지면 성장주에서 탈락하는 형태다. 기업의 성격이 경기에 의존하다 보니 지금처럼 성장이 둔화되는 시기에는 다수의 탈락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시장도 지난 10년간 성장으로만 일관해 오지 않았다. 처음에 성장주로 시작해 중간에 가치주 우세로 바뀌었다가 다시 성장주로 모이기를 반복하고 있다. 주가가 오를수록 미래에 대한 얘기를 만들 수 있는 종목에 관심이 집중되는데 지금 미국 시장이 그 단계에 들어섰다. 다른 측면에서는 이 사실이 미국시장의 약점이 될 수 있다. 성장주가 꺾일 경우 시장 전체의 상승이 끝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은 세계 최고의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주가도 그만큼 비싸다. 주식시장에서 상승이 막바지에 도달하면 핵심주에 대한 의존도가 강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정책 변화도 한국과 미국의 성장주를 가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성장주는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기업이 본궤도에 진입하지 않아 비용 증가를 견디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부터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을 시행하기로 했다. 금리 인상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이미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11월 중 금리를 한 번 더 올릴 예정이다. 가뜩이나 취약한 국내 성장주의 기반이 더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   가치주 중심의 방어적 투자가 필요     다행히 그동안 성장주보다 일방적으로 밀렸던 국내 가치주가 최근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2018년 이후 3년 만에 반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8년 바이오, 2019년 2차 전지, 2020년 인터넷, 게임, 바이오 등 성장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움직여왔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성장주에 대한 가치주의 상대적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몇 년간 시장이 성장주를 중심으로 움직인 영향으로 성장주와 가치주의 차이가 크게 벌어져 이를 수정하는 작업 역시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투자는 소비 관련 가치주를 중심으로 했으면 한다. 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조만간 정상화된 환경에서 경제활동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만큼 소비가 중요해졌는데, 정상적인 상황에서 어느 정도 수요가 있는지 확인해야만 생산 활동이 정상적으로 재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 활동이 정상화를 되찾으면 IT, 자동차 같은 글로벌 소비재와 게임, 콘텐트, 여행·레저 같은 국내 소비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대형 가치주보다 중소형 가치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기 확장이 끝날 때는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강해진다. 투자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등 시장의 힘이 약해지기 때문인데, 이번은 경기 둔화의 영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작년에 갑자기 큰 폭의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주가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가치주는 회사의 역사가 오래되고 일정 규모의 이익을 내는 종목들이다. 의류, 음식료, 화장품 등 여러 전통기업이 그 부류에 속해있다. 익히 들어온 기업인 만큼 투자 종목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해당 업종 중에서 코스피보다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피해야 한다. 가치주는 성장주처럼 미래에 이익이 급증할 가능성이 없다. 주가가 일정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므로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더 상승하기 힘들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국내 성장주 성장주 대두 우리 시장 1610호(20211108)

2021-11-11

안갯속 증시, 투자 서두르지 말고 상황 지켜봐라 [이종우 증시 맥짚기]

      코스피지수가 3000선 밑으로 떨어졌다. 10월 초 2908까지 떨어진 코스피는 3000선을 회복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다시 하락했다. 이번 하락은 10월보다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내시장이 주요국 주식시장과 다른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런 모양은 주가 상승이 끝나는 시점에 많이 볼 수 있다.    자신의 실력이 모자라 외부의 긍정적 요인도 주가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IT 버블 막바지에도 비슷한 모양이 나타났었다. 당시는 나스닥지수가 4000에서 5050까지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는 1050에서 900으로 떨어진 후 소폭의 등락만을 계속하고 있었다. 국내시장이 경기와 기업실적 둔화에 몰려 미국의 주가 상승을 담을 그릇이 못 됐다.     두 번째 하락은 첫 번째 하락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첫 번째 하락은 시장의 공포심이 커진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가가 실력보다 더 내려가기도 한다. 반면 두 번째 하락을 이전에 한 번 하락을 경험했기 때문에 반응이 약한 경우가 많다. 그런 사실을 무시하고 첫 번째 하락 후 한 달 만에 주가가 다시 떨어졌기 때문에 현재 주식시장이 약하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   4분기 이후 기업실적 우려감에 주가 내려    국내 시장의 힘이 왜 이렇게 약해졌을까. 실적 둔화의 영향이 크다. 코스피, 코스닥 합쳐 200개 넘는 기업이 3분기 실적발표를 마쳤는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0.1%와 67.7% 늘었다. 아직 실적 발표를 마치지 않은 기업까지 포함하면 3분기 상장기업 영업이익 전망치는 67조원으로, 지난 2분기(66조원)보다 조금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는 이익 증가 전망에도 불구하고 하락했다. 3분기 실적이 주가에 반영된 만큼 앞으로는 4분기 이익이 중요한데 이를 확신할 수 없어서다. 시장에서는 3분기 영업이익 67조2000억원을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4분기에 60조4000억원, 내년 1분기는 49조7000억원으로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 수치가 맞는다면 내년 상반기 이익 감소율이 20%를 넘는 건데 이 숫자로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연초 이후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말보다 31% 높아졌다. 지난해 말에 올해 코스피 전체로 100조원의 이익이 날 거로 기대했다면 지금은 해당 수치가 131조원이 됐다는 얘기다. 증가분 31% 중 30%는 상반기에 이익이 늘어난 부분이고, 하반기 증가분은 1%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나라도 상반기가 하반기보다 이익 전망치가 높지만, 우리나라처럼 차이가 심하지 않다. 주요국은 하반기에 5~10% 정도 이익이 늘어날 거로 전망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숫자가 1%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최근 국내시장 약세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기업이익 둔화 가능성은 경제 지표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경기동행지수와 후행지수는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동행지수는 산업생산이나 수출액, 건설기성액, 소매판매액 등 기업 매출과 관련된 지표로 구성돼 있다. 반면 경기후행지수는 고용이나 소비자물가, 금리 등 비용과 관련된 지표의 비중이 높다. 따라서 두 지표의 차이를 보면 앞으로 기업이익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다. 후행지수가 올라가지 않는 상태에서 동행지수가 높아지면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올라가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 반면 동행지수가 내려오고 후행지수가 올라가면 매출이 줄어드는 데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현재는 동행지수 변동치가 하락 반전했지만 후행지수 변동치는 계속 상승하고 있는 상태다.     시장에서는 기업 이익이 나빠지고 있는 이유로 공급 병목현상을 많이 꼽는다. 수요를 충분히 채울 만큼 공급이 늘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이익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이는 이익이 더 날 수 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유보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앞으로 이익이 나빠진다면 매출 감소와 비용 증가 모두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막혀있는 공급요인이 풀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매출을 결정하는 경기 방향까지 바뀌어야 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런 데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기 전망은 계속 둔화되고 있다. 당분간 경제 전망 하락 추세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하락 추세가 경제 심리를 압박해 수출 같은 실물지표를 위축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   하반기 경제성장률 따라 주가 향방 달라질 듯    많은 나라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2분기에 비해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출이 2분기보다 늘었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감소해 성장률이 소폭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이 소비에 주로 나타난 것이다. 그나마 순수출이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올렸지만, 3분기부터 해외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수출증가가 힘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을 거로 보인다. 내년에도 국내경제는 하방 리스크(주가가 떨어짐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우세한 상태다.     미국도 3분기에 2.0%(전기대비연율) 성장하는 데 그쳤다. 시장 예상치 2.6%보다 낮다. 3분기는 1분기 6.3%, 2분기 6.7% 성장 이후 정체된 형국으로 상반기 재정 지원 효과 감소와 델타 변이 코로나 19 확산, 물류 대란을 포함한 공급망 교란을 감안하면 예상됐던 성장이다. 중국도 3분기에 4.9% 성장하는데 그쳤다. 1분기 18.3%, 2분기 7.9%에서 성장률이 급락했다.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이 5% 밑으로 떨어진 건 코로나 19가 한창이던 지난해 2~3분기가 유일하다.     이익 증가율은 경제 성장률을 기업 단위로 나눈 것이다. 개념이 그런 만큼 경기가 나빠질 경우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주가와 경기, 기업실적 사이에는 선후 관계가 존재한다. 주가가 제일 먼저 움직이고, 경제 변수가 변한 후 기업실적이 마지막에 움직이는 게 보통의 경우다. 이 관계에 현재 주식시장을 대입해 보면 주가가 하락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먼저 하락했고, 3분기에 경제 변수가 둔화된 걸 감안하면 4분기부터 기업이익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좋은 상황이 아니다.   지금 주식시장은 기업실적이 끌고 가고 있다. 실적 장세 한복판에 있다는 의미가 되는데, 과거 비슷한 시기의 주가 움직임을 보면 실적 장세가 중반을 지난 후부터 이익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기존에 발생한 이익보다 앞으로 나올 이익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동한 것이다. 3분기 성장률 둔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고 내년에 다시 강하게 성장한다면 모를까, 경기 둔화가 계속된다면 주식시장에서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서둘러 투자할 이유가 없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상장기업 영업이익 기업실적 둔화 주요국 주식시장 1609호(20211108)

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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