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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선택보다 마음 다스리기가 우선 [이종우 증시 맥짚기]

    코스피지수가 2400선 아래로 추락했다. 국민주로 꼽히는 삼성전자 주가도 6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주식시장이 이렇게 어려워진 건 물가상승 때문이다.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8.6%를 기록했다. 4월을 기점으로 인플레이션이 약해져 연말에 해당 지표가 4%대로 떨어질 거란 전망이 무색해졌다.     높은 물가는 미국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을 불러왔다. 당초 0.5%포인트로 예상됐던 6월 금리 인상 폭이 물가 때문에 0.75%포인트로 바뀌었다. 7월에 예정대로 금리를 0.5%포인트를 인상하고, 나머지 기간에 0.25%포인트로 인상 폭을 낮추더라도 올해 말이 되면 기준금리가 3%를 넘게 된다. 1년 사이에 금리를 2.75% 이상 올리는 건데, 1980년을 제외하고 1년 사이에 이렇게 큰 폭으로 금리를 올렸던 예가 없다.     상승률만 따지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1980년은 금리 인상 전에 기준금리가 14%여서 금리를 6%포인트 더 올려도 인상률이 높지 않았다. 이번은 인상을 시작하는 시점에 기준금리가 0.25%였다. 예상대로 연말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3%가 되면 1년 사이에 기준 금리가 12배 오르는 셈이 된다.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시장금리도 3.8%를 넘었다. 1년 전 해당 금리가 1.3% 정도였던 걸 감안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금리가 이렇게 빠르게 오르면 저금리 때 만들어 놓은 여러 경제 구조들이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   최근 주가 하락은 경기 둔화 우려가 주요인     정부와 중앙은행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도 주가 하락에 한몫했다. 현재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단시간에 금리를 크게 올렸던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 2006~2007년에 금리를 올린 적이 있지만, 그 결과 금융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경험이 아니었다. 결국 2000년이 가장 최근 경험이 되는 셈인데, 정책 결정자가 저금리에 익숙하다 보니 제대로 된 정책을 나오기 힘들다.     경제 위기 우려를 촉발한 자산가격 하락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주식과 채권, 코인의 하락이 이미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부동산은 상황이 다르다. 여전히 사상 최고가 부근에 머물고 있어 경제에 또 한 번의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부채를 이용한 주택 매입이 성행했기 때문에 이번 부동산 가격 하락은 과거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주가를 떨어뜨린 뇌관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높은 물가보다 주가를 떨어뜨리는데 더 크게 역할을 하는 건 경기 침체 우려다. 국내외 모두에서 경제지표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주요국 대부분의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 전에 정점을 지났다. 금리인상 폭이 커지고 있는 걸 감안하면 경기 둔화 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비용증가의 영향으로 기업의 활동이 약해졌으며 소비가 줄어들 여지는 반대로 커지고 있다.     문제는 경제 전망이다. 지난해 11월에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미국 경제가 5.2%와 3.9% 성장할 거로 예상했었다. 6개월 사이에 해당 수치가 1%포인트 이상 떨어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현실과 괴리가 크다. 앞으로 하락 조정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 상황은 주가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하반기 경기 둔화가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지, 아니면 약한 순환적 경기 둔화로 끝날지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지금 예상으로는 10년 내 가장 강한 경기 둔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오랜 외부 지원으로 경제 주체들의 대응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경기 둔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13년간 세계 경제는 낮은 금리와 많은 돈에 길들어 왔다. 강한 금융완화정책이 경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기업의 자생적 회복 능력 약화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둔화를 막으려면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반복되어야 하는데, 이미 많은 정책이 사용됐기 때문에 남아있는 방안이 없다. 경기 둔화가 코로나 발생 직후처럼 짧게 마무리되지 않고 2년 이상 지속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기 둔화가 주가 하락의 원인인 만큼 주가가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경기가 저점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대안으로 가격이 경기에 맞게 조정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하락으로 주가 조정작업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지거나 세계 경제 전체가 심각한 경기 둔화에 처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경우 주가 추가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   좋은 성과 내기 위해선 감정 억누를 줄 알아야      주가가 급락할 때에는 피해야 할 게 몇 개 있다. 무엇보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주가가 하락하면 하락할수록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도 커진다. 마지막 국면에는 얼마의 손실을 보았건 상관없이 계좌에서 주식이 없애버리고 싶어진다. 매일 자산이 줄어드는 걸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때 가격을 불문하고 주식을 팔아버리는 감정적인 대응이 나오게 된다. 감정적 대응은 주가가 바닥일 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참을 만큼 참다가 견딜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한 후에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적 대응이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1년 전에 주식시장은 장밋빛이었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코스피 3300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주식을 매수했었다. 지금은 반대다. 주가가 최고점에서 10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지만 매도가 그치지 않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더 커질 정도다. 1년 사이에 긴축이 강화되고, 예상보다 경제가 나빠졌으며, 믿었던 개인투자자가 매수 대열에서 이탈한 때문이라고 이유를 댈 수 있지만, 이는 사후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그보다 1년 전은 주가가 오르는 상황이어서 세상이 밝게 보인 반면, 지금은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이어서 세상이 어둡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다.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감정을 억누를 줄 알아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에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투자방법이다. 상승이 주식시장을 구성하는 요소이듯 하락도 시장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다. 주가는 하락해 가격 수준이 낮아지면 상승하고, 가격 수준이 높아지면 반대로 하락하는 게 자연적인 흐름이다. 주가가 오를 때 너무 낙관적으로 세상을 보는 걸 피해야 하는 것처럼 주가가 하락할 때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세상을 보는 것도 피해야 한다. 지금은 투자전략이나 종목선택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 시장에 부화뇌동하면서 좋은 성과를 냈던 사례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주가 하락 경기 둔화 금리 인상 종목선택 이종우 우리나라 시장금리 1641호(20220627)

2022-06-21

2차전지 같은 특정테마 종목 투자해야 [이종우 증시 맥짚기]

    국내 주식시장은 특징적인 형태 하나를 가지고 있다. 주가가 고점을 치고 내려올 때 하락률이 20%대에서 마무리되든, 아니면 40%대까지 크게 떨어지든 둘 중 하나였지 중간은 없었다.     지난 1990년 이후 주식시장에서는 15번의 하락 조정이 있었다. 그중 20% 내외에서 하락이 마무리된 경우가 9번, 40% 넘게 떨어진 경우가 6번이었다. 주가가 가장 크게 떨어진 건 외환위기 때다. 고점에서 66.8% 하락했다. 두 번째는 2000년 IT버블 붕괴 때로 55.7% 떨어졌고,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미국 911테러와 코로나19 발생 직후에도 주가가 40% 넘게 떨어졌다. 모두 위기가 발생했거나 그에 준하는 상황이 벌어진 경우다.     1992년만 예외다. 위기도, 심각한 외부충격도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45% 넘게 떨어졌다. 당시 하락은 주가가 너무 오른 게 원인이었다. 3저(저달러·저금리·저유가) 호황으로 코스피가 1985년 하반기부터 1989년 초까지 여섯 배 올랐는데, 1990년이 큰 상승이 마무리되는 때여서 하락 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9번은 순환적인 경기 둔화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일반적인 조정이었다. 평균 하락률이 22%로 앞서 얘기한 경우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금융위기 이후 네 번의 조정도 이에 해당했는데 2018년을 제외하고 세 번 모두 20%에 미치지 못하는 하락으로 끝났다. 2018년은 기업이익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하락 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       ━   미국 경기 둔화 우려로 시장 변동성 커져      지난해 7월 이후 코스피가 23% 떨어졌다. 이미 주가가 과거 하락기 평균만큼 내려왔기 때문에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거로 보인다. 물론 위기나 강한 외부 충격이 발생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긴 하지만 말이다. 과거 하락률은 특정 상황에 대해 투자자들이 평균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코스피가 과거 평균 수준만큼 떨어졌다는 건 투자자들의 반응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가 된다.    문제는 미국시장이다. 우리 시장이 충분히 하락해도 미국시장이 계속 떨어지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5월 주식시장이 그런 형태였다. 코스피가 바닥을 만드는 와중에 미국증시가 하루에 2~3%씩 떨어지자 우리 시장도 힘을 쓰지 못했다.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착륙을 자신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믿지 않는다. 경기가 예상보다 심하게 둔화될 조짐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두 소매업체인 월마트와 타겟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이를 본 사람들은 연준이 미래 소비 축소를 통해 인플레를 잡으려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긴축은 수요를 줄이는 요인이다. 금리를 올리면 소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난다. 시중 유동성을 줄이면 소비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기 힘들어진다. 그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면서 경제 전체가 위축된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강한 나라다. 경제의 70% 이상이 소비 때문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비가 둔화되면 경제가 위축되게 된다.     미국 가계의 소비심리 위축이 시작됐다. 5월에 미국 소비자가 느끼는 경기 전망이 10년내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작은 높은 물가였지만 지금은 물가에서 경기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소비 심리 악화 이후 경기가 둔화됐던 예가 많은 만큼 하반기 이후 경기 둔화가 시장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어도 소득이 늘어나기 힘들다. 가계 소득의 핵심은 임금이다. 현재 연준은 임금이 오르면 높은 물가가 굳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임금 상승률 억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산가격이라도 좋으면 임금소득 억제를 보완할 수 있을 텐데 사정이 만만치 않다. 미국의 부동산 경기 선행지표가 4개월째 하락했다. 주가는 이미 고점에서 25% 넘게 떨어졌다. 한때 0.6%였던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지금은 2.9%를 기록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 가격이 이미 크게 떨어졌고, 부동산은 전환점을 통과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자산 소득은 소비를 늘리는 역할보다 줄이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몇 년과 다른 형태다. 경기 둔화와 연준의 긴축 강화를 감안할 때 당분간 미국 주식시장은 불안정한 흐름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 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   테마주 중심의 빠른 순환매 활발히 진행     한국과 미국 시장의 동조화가 가장 강했던 시기는 2000년이다. 외환위기 이후 해외 시장 움직임에 처음 눈을 떴고, IT가 주목받던 시기여서 미국시장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때조차도 한국과 미국 주식시장의 동조화는 중간에 끝났다. 나스닥이 5050에서 3200으로 떨어지는 동안에는 코스피가 같이 하락했지만, 이후에는 서로 다른 길을 갔다. 나스닥은 1년간 추가로 50% 하락했지만, 코스피는 480을 저점으로 박스권을 만들었다. 미국시장 움직임에 관심이 가장 컸던 때조차 일정 시점이 지나면 동조화가 약해졌다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는 미국시장이 하락해도 우리 시장이 받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우리와 미국은 시장을 주도하는 종목이 다르다. 최근 미국시장 하락은 테슬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규모가 큰 기업들이 하루에 4~5%, 크면 10% 이상 떨어지다 보니 그 충격이 주식시장 전체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시장에는 미국에서 빅테크 같은 역할을 하는 종목이 없다. 시장을 구성하는 종목이 다른 만큼 주가 움직임도 다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미국의 빅테크 기업은 둘로 나눠질 가능성이 높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모든 검증이 끝난 종목들이다. 당분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할 거란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다. 반면 테슬라, 아마존은 성장단계에 있거나 주가가 너무 높다. 테슬라는 성장성이 최고 상승 동력이지만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주가를 끌고 갈 재료가 마땅치 않은 상태다. 아마존은 주가순이익배율(PER)이 100배에 달할 정도로 주가가 높다. 이 때문에 애플과 테슬라 주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데, 한쪽의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다른 쪽이 지켜나가면 둘이 동시에 떨어질 때보다 빅테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게 된다.    앞으로 국제적인 이슈가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은 줄어들 것이다. 긴축, 인플레이션 등이 너무 오래 시장에 노출돼 재료로서 신선함을 잃었기 때문이다. 대신 종목별 재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테마주 중심의 빠른 순환매가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2차전지 관련주가 상승했다. 시장이 다시 특정 테마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데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시장이 정체되어도 수익에 대한 투자자들의 욕구는 쉬지 않는 만큼 종목 찾기가 활발히 진행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국내 주식시장 이후 주식시장 시장 변동성 1637호(20220530)

2022-05-24

투자심리 악화가 코스피 하락폭 더 키워 [이종우 증시 맥짚기]

    주가 하락은 언제 겪어도 힘이 든다. 자산이 줄어드는 걸 지켜봐야 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하락도 투자의 한 과정이다.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바닥에서 주식을 내다 파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주식투자를 처음 할 때 ‘천장에서 사서 바닥에서 파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처음 얘기를 접하면 사람이 어떻게 그런 어리석은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되씹어보면 그 말만큼 사람의 심리를 절묘하게 나타낸 것도 없는 것 같다. 주가가 오를 때에는 사람들의 자신감과 탐욕이 최대로 커지기 때문에 오늘 주가가 가장 낮은 것 같이 보이고,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때는 공포에 압도돼 오늘 주가가 가장 높은 것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시장 환경이 나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심리적인 공포다. 주가 하락이 도저히 멈출 것 같지 않고, 투자한 회사가 부도가 나서 사라질 것 같아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처분해버리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을 갖기 쉽다. 그렇지만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는 특별한 전략을 구사하기보다 참고 견디는 게 중요하다. 하락이 투자의 과정인 것처럼 상승도 자연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   앞으론 미국 긴축보단 경기둔화 여부가 중요        저점을 찾으려면 과거 주가를 참고하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발생 직전 코스피지수는 2250 정도였다. 한때 2500대 중반까지 떨어졌으니까 당시보다 250포인트밖에 높지 않다. 대략 10% 정도다. 미국 시장도 비슷하다. 코로나19 발생 전 나스닥지수가 9500 부근에 있었다. 지금 1만1000 위에 있으니까 1500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1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2017년에 코스피가 2600까지 상승했다.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경기도 좋아 주가가 올랐다. 2018년 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선진국 경기 둔화로 국내 경기가 나빠져 그해 기업 이익이 2017년의 절반으로 줄었다. 코스피는 2600에서 1900까지 27% 하락했다. 지난해 7월 고점 이후 이번 최저점까지 코스피가 23% 떨어졌다. 하락이 어지간히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 이전 주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2년 사이에 상황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미국이 긴축을 강화했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19 정책으로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의 기준 금리가 1.0%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낮지만, 방향성이 위로 잡혀있는 만큼 곧 역전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실시됐던 여러 정책의 효과와 기업 실적 증가는 무시할 수 없는 긍정적 요인이다. 시장의 스트레스가 진정되면 투자자들이 주가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경제 변수의 방향성보다 절대 수준을 중요시하게 될 텐데, 그러면 주가가 진정될 것이다.     저점에 도달한 이후 주가는 어떤 모양이 될까? 단기 주식시장을 예측해 보기 위해 2004년 5월의 흐름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코스피는 935를 정점으로 하락해 17거래일 만에 22% 떨어졌다. 중국이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해 몇몇 업종에 대한 은행 대출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게 원인이었다. 긴축을 강화한 건데 실제 긴축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다지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시장이 요동을 친 건 코스피가 530에서 930까지 상승한 영향 때문이었다. 주가가 높아지면서 상황 변화에 대한 공포가 생긴 것이다.     주가 하락이 멈추자 8일간 12%에 달하는 반등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다시 두 달 동안 천천히 전저점 부근까지 내려왔다. 2004년과 주가 움직임은 시장이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어떤 형태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 그림이다. IT 버블 붕괴가 본격화된 2000년 5~6월에도 주가가 비슷한 형태로 움직였다.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에 코스피는 2500 부근에서 하락세가 멈출 가능성이 높다. 그러고 짧은 반등이 있고 난 뒤 재차 하락해 이번 하락의 저점이나 조금 더 내려가는 지수대에서 안정을 찾을 것이다. 시간상으로는 2분기에 약세 흐름이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다음 주가는 국내외 경제에 의해 결정된다. 긴축이 주가를 끌어내린 표면적 이유였지만 내부적으로는 경기 둔화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긴축의 영향은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연말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3.0%까지 인상할 거란 전망이 나온 이상 추가 금리 인상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시장에 워낙 많은 유동성이 풀려있어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경우 언제든지 매수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저수지에 물이 넘치기 직전까지 채워져 있는 상태인데, 그 물이 주가를 끌어올리지는 못해도 하락을 막는 역할은 한다.       ━   경기둔화 크지 않으면 주가 조만간 안정될 듯      최근 경기 지표의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 강세였던 상품시장이 변했다. 경기와 연동성이 강한 구리 가격이 지난 한 달 동안 20% 가까이 떨어졌다.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공급망 우려가 커져 있는 상태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금리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우리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5%에서 3.1%로 하락했다. 미국의 10년물 금리 역시 3.2%에서 2.9%로 후퇴했다. 긴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른 모양이다. 연준 기준 금리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연방 기금 선물 금리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경기 둔화로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이 우려하는 만큼 크고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조만간 시장의 관심은 인플레이션에서 경기둔화 폭과 강도로 이동할 것이다. 지금도 경기둔화가 심할 거란 공포가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수치가 나빠서가 아니라 주가 하락으로 자신감을 상실한 게 경기를 보는 눈이 바뀐 이유였다.       현실은 조금 다르다.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지난달보다 소폭 둔화했다. 유럽이 주로 하락했고, 미국은 소폭 개선됐으며, 중국은 봉쇄조치에도 불구하고 전월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경기 확장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고, 향후 경기 둔화가 심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해주는 대목이다. 급격한 주가 하락이 진정되면 이 부분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최근 주가 하락은 펀더멘탈보다 투자심리 악화 때문이다. 하반기에 경기 둔화가 크지 않다면 주가가 조만간 안정을 찾을 것이다. 금리 인상 등 경기를 끌어내릴 요인이 많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 기왕에 주가가 내려간 걸 고려해 너무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작년 초에 급등이 주식시장의 한 단면이라면 지금의 하락도 한 단면이다. 주가는 한쪽에 머물지 않고 항상 변화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기준금리 인상 주가 하락 주가 움직임 올댓머니 코스피 이종우 증시 맥짚기 1636호(20220523)

2022-05-18

박스권이 강해질수록 중소형주가 유리 [이종우 증시 맥짚기]

    지난 4일(현지시각)에 열린 5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앞으로 긴축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내용이 발표됐다. 우선 5월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6월과 7월에 동일한 폭으로 두 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놨고, 물가가 안정화된 후에는 다시 0.25%포인트 인상으로 돌아오겠다고 예고했다.    6월 1일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자산을 줄이는 양적 긴축(QT)을 시행하는 계획도 밝혔다. 처음 3개월은 한 달에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각각 300억달러와 175억달러씩 줄이지만, 이후에는 국채 600억달러, MBS 350억달러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이루어질 경우 현재 9조달러 수준인 연준의 자산 총액이 연말에 5000억달러 가량 줄어들게 된다.     연준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자산규모로 돌아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9.4%인데 1분기 말 현재는 36.6%를 기록하고 있다. 양적 긴축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24년 말에 해당 수치가 23.0%로 낮아지고, 2025년에 20%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적어도 3년 반은 양적 긴축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금리 인상보다 더 위력적인 게 양적 긴축이다. 금리 인상은 간접 경로를 통해 영향력이 나타나지만 양적 긴축은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이번은 유동성 축소 규모가 크고, 기간도 길어 시장에 특히 부담될 수 있다. FOMC가 끝난 후 미국 주식시장이 요동을 쳤다. 발표 당일 나스닥이 3% 넘게 올랐다가 다음날은 5% 가까이 떨어져 최고의 변동성을 보였다. 투자심리가 불안정하기 때문인데, 향후 주식시장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   강한 긴축이 무질서한 버블 붕괴 가져올 수도     변동성 확대는 두 개 결과를 낳는다. 시장이 안정되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변동성 확대로 주가가 추가 하락하기도 한다. 이번 변동성 확대는 시장이 안정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5월 FOMC를 계기로 긴축에 대한 우려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우리와 미국시장의 상관관계가 과거보다 약화지긴 했지만 그래도 하루 5% 가까운 등락은 예삿일이 아니다.     FOMC회의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연준이 긴축을 강화하더라도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얘기했다. 현재 미국 경제가 매우 강한 상태여서 긴축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구인건수가 취업자 수보다 500만건 이상 많은 고용시장을 들었다. 문제는 현실이다. 1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전 분기 연율로 -1.4%를 기록했다.    고용이 양호할지 모르지만 다른 변수는 이미 나빠지고 있다. 경기를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연준의 전망이 맞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만약 주가가 추가로 하락한다면 그 원인은 긴축이 아니라 경기 둔화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연준이 자기조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향후 미국 경제와 관련해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해 금리를 올리지 않아 문제를 일으킨 연준이, 이번에는 금리를 너무 빨리 큰 폭으로 올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조직은 한번 실수를 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반대쪽으로 강하게 나가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실수를 빨리 만회하려는 조바심 때문이다. 2.5%도 높다고 얘기되던 연말 미국 기준금리 전망치가 최근에 3.0~3.25%까지 올라왔다. 연초에 미국 기준금리가 0.25%였으니까 1년 사이에 2.75~3.0%포인트를 올리는 셈이 된다.     2000년 IT버블 붕괴로 시작된 미국의 금리 인하가 2004년 6월에 끝났다. 지나치게 낮은 금리가 부동산을 자극한 데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돌아선 게 금리 정책을 바꾸게 만든 요인이었다. 그리고 1년 만에 1.0%였던 기준금리가 3.0%까지 올라왔다. 2004년 금리 인상은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됐다고 평가할 정도로 영향력이 강했지만, 1년간 인상 폭이 올해 예상되는 인상 폭보다 작았다. 그만큼 지금은 반대쪽 정책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금융위기는 자산 버블에 금리 인상이란 촉매제가 더해지면서 발생한다. 1990년 일본이 그랬고, 2008년 미국 금융위기도 동일한 과정을 겼었다. 현재는 자산 버블이 완성된 상황이다. 규모가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 이전에는 부동산이나 주식 한쪽에만 버블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주식, 부동산, 채권 심지어 원자재까지 가격이 붙어있는 것치고 오르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버블이 심하다. 지역도 특정한 한두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나라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금리를 너무 빨리 큰 폭으로 올릴 경우 무질서한 버블 붕괴라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   당분간 대형주는 시장 중심에 서기 힘들어      극심한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미국 주식시장이 추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긴축으로 인한 영향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경기가 둔화되면 주가가 더 내려가겠지만, 이는 시간이 좀 지난 후 문제다.     4월 이후 우리시장은 미국과 다른 형태로 움직여왔다. 미국 시장이 크게 오르고 내린 날에 코스피는 미국시장의 절반밖에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시장이 먼저 안정적인 국면에 들어간 건데, 미국 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 경우 우리 시장의 박스권이 더 단단해질 가능성이 있다.   박스권이 강해질수록 대형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어진다. 대형주가 오르면 코스피도 따라서 올라 가격 부담이 생기는 데다, 대형주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대형주 주가가 정체 형태로 바뀌었다. 4월에 현대차와 LG화학 주가가 짧은 반등 후 횡보에 들어갔고, 삼성전자도 5월 초에 비슷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개별적으로 호재를 가지고 있는 종목이 아닌 이상 당분간 대형주는 매매의 중심에 서기 힘들다.     대형주가 사라진 공간을 중소형 테마주가 메우고 있다. 바이오가 첫 번째 주자였고, 2차 전지 주식이 뒤를 잇고 있다. 중소형주가 시장을 주도하는 시기가 있다. 코스피가 크게 오르거나 떨어질 때는 대형주가 시장의 중심이어서 중소형주가 힘을 쓰지 못하지만, 시장이 정체 상태에 빠지면 중소형주가 부상한다.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주가 변동폭도 커 코스피 정체 시에 좋은 매매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실적도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낫다. 올해 들어 대형주의 이익추정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소형주 이익 전망치는 3월을 바닥으로 상승하고 있다. 대형주와 비교해 실적이 밀리지 않는 상황이 된 건데, 그동안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주가 하락이 컸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중소형주의 매력이 더 높아진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양적 긴축과 양적긴축 계획 향후 주식시장 올댓머니 1635호(20220516)

2022-05-10

곡물가격 오를 땐 식료품株 투자 피해야 [이종우 증시 맥짚기]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전 세계에서 27억913만t의 곡물이 생산돼, 28억96만t이 소비될 거라 전망했다. 생산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재고나 대체식품을 고려하면 문제 될 게 없는 수준이다. 이런 전망이 무색하게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했다. 지난 3월 유엔식량농업기구 식량가격지수가 2월보다 12.6% 상승했다. 해당 지수가 만들어진 1990년 이후 최대치로, 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식량 수급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년간 곡물 수요 증가는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과 바이어 연료가 담당하고 있었다. 중국의 경제 성장으로 식량 소비가 연평균 6%씩 늘었고, 바이오 에너지 사용량이 8%씩 증가한 것이 곡물 가격을 끌어올린 원인이었다. 앞으로 10년간 두 수요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다. 주요 신흥국이 식량 소비가 늘어나는 단계를 지난 데다, 인센티브가 줄면서 바이오 연료 생산 증가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작황 부진에 대한 우려로 국제 곡물 가격 급등     우선 작황 부진에 대한 우려가 작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 세계 옥수수 수출의 50%, 밀 수출의 30%를 담당하고 있는 나라다. 많은 국가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밀과 옥수수를 쓰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런 지역에서 분쟁이 터졌기 때문에 공급 차질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기후도 좋지 않다. 재작년 하반기부터 세계 평균 기온이 예년을 밑돌아 냉해로 인한 경작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수출제한 조치 우려도 곡물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석유, 철강 등 대부분 원자재는 가격이 급등하거나, 수급이 불안해지면 수출 제한 조치가 내려진다. 곡물은 그 정도가 더 심해 자국 내 소비가 조금이라도 차질을 빚을 조짐을 보이면 곧바로 수출 제한에 들어간다. 그만큼 제한이 빈번하게 내려지고 영향력도 크다. 실제로 2006년에 미국, 중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이 다양한 농산물에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한 사례가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도 비슷한 조치가 시행돼 그 영향으로 곡물 가격이 단기에 50% 이상 급등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해졌다.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를 적대시하는 국가들에 대해 식량 수출을 계속할지 말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2010년에 가뭄으로 식량 공급이 좋지 않았을 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을 제한한 적이 있다. 그해 8월 한 달 동안 국제 밀 가격이 54%, 대두와 옥수수 가격이 10%와 23% 급등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세계는 최근 러시아의 행보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식량의 무기화 시도도 부담이 된다. 식량을 무기화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2009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과 함께 ‘흑해 곡물 블록’을 만들려 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로 곡물 시장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였다. 곡물 수출을 담당하는 러시아 국영 곡물회사 설립도 계획했었다. 국영석유회사 가스프롬 같이 곡물 수출의 40~50%를 담당하는 기구를 만들어 국제 곡물 시장의 공급을 쥐락펴락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대부분 시도가 미국의 견제에 막혀 무산됐지만, 식량 무기화는 언제든지 제기될 수 있는 문제가 됐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그 가능성이 더 커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올해 흑해 지역의 밀과 옥수수 수출량이 각각 700만t과 600만t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올해 봄 작물 생산량과 하계작물 재배 면적이 각각 30%씩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내년까지 국제 밀과 옥수수 가격이 10~20%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그 추세가 더 강해질 거로 보인다.     농업은 대표적인 수요 비탄력 산업이다. 농지가 한정돼 있어서 수요가 늘어도 빠르게 대처하기 힘들다. 한번 파종하면 반년 이상이 지나야 생산물을 얻을 수 있는 점도 다른 산업이 가지고 있지 않은 약점이다. 그래서 곡물 가격이 한번 오르면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최소 2년, 길면 3년까지 높은 가격이 유지됐었다. 이를 현재 시장에 적용하면 내년이나 내후년이 돼야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   곡물 가격 상승으로 사료 관련주 급등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주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직접적인 영향은 비료와 사료 관련주, 그리고 음식료 업종에서 주로 나타난다. 국제적으로 비료가 품귀현상을 보임에 따라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다. 제품 가격 상승만큼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움직임이다. 문제는 상승 정도인데,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건 맞지 않는다.    시장이 정체에 빠질수록 호재를 가지고 있는 소수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해진다. 4월 초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는 와중에 조선주가 두드리진 상승을 기록한 게 그 사례다. 비료와 사료 관련주 상승도 비슷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남다른 호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급등한 건데 시장에서 인기가 식으면 주가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식료품은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는 업종이다. 최근에 곡물 가격 상승에 원화 약세가 겹치고 있기 때문에 피해 정도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제품가격을 올리면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의 상당 부분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있지만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회사가 많지 않다. 식료품 업종은 악재의 한복판에 처해있는 만큼 투자를 피하는 게 좋다.     간접적인 영향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발생한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식료품 가격 상승을 통해 삶에 영향을 준다. 다른 어떤 상품보다 인플레이션을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구도여서 곡물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으로 연결될 수 있다. 금융위기 직전에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가뭄으로 인한 작황 부진에 신흥국의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곡물 가격이 상승해 선진국이 3% 넘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지금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8.5%까지 상승했다. 1980년대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도 3%를 넘어 4%를 넘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곡물 가격 상승은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며, 중앙은행의 긴축을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2월 주가 하락으로 시장에서는 긴축 영향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됐다고 얘기되고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후 주가가 급락했다. 여전히 긴축은 두려운 존재인 것이다.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8개월 정도 지나면 식료품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곡물 가격 상승이 시작됐으니까 이제는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때가 됐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최근 국제곡물가격 국제 곡물가격 유엔식량농업기구 식량가격지수 올댓머니 1634호(20220509)

2022-05-03

테슬라보단 애플·알파벳A 투자가 유리 [이종우 증시 맥짚기]

    지난해 10월 29일 세계 1위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업체 넷플릭스의 주가는 690달러였다. 6개월 후가 지난 지금은 200달러를 지켜내는 것조차 버거워하고 있다. 이달 20일은 넷플릭스 주주에게 악몽 같은 날이었다. 주가가 하루에 35%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1분기 가입자가 작년 4분기에 비해 20만명이 줄었고, 앞으로 성장성도 좋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넷플릭스는 ‘구독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2억명이 넘는 가입자가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내고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 꼽힌다. 그 덕분에 주가가 한창 오를 때에 애플, 구글, 테슬라 등과 함께 나스닥을 끌고 가는 핵심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주당 700달러에 육박했던 넷플릭스 주가가 반년 만에 200달러대로 꼬꾸라지면서 시장에는 세 가지 의문점을 남겼다. 첫 번째는 미국 성장주의 상승이 끝났는지 여부다. 2020년이 시작될 때 전 세계에서 1억6000만명이 넷플릭스 가입자였다. 지난해 말 그 숫자는 2억2000만명으로 늘었다. 해당 기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발생해 특수를 누린 덕분이라고 평가절하할 수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높은 성장률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전망이 좋았던 기업이 갑자기 시장에서 외면받은 건 경쟁자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디즈니+가 새롭게 시작됐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나왔다. 세계 각지에서 경쟁자가 나오면서 성장성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런 상황은 넷플릭스만이 아니다. 많은 성장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넷플릭스가 먼저 부딪쳤을 뿐이다.      ━   미국 성장주 하락, 국내시장엔 큰 영향 없어      미국에서 긴축이 강화된 것도 성장주 퇴조에 한몫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 토론회에서 긴축을 좀 더 빨리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그 영향으로 5월 0.5%포인트 금리 인상이 당연시되고 있다. 중립 금리 수준이라도 필요하면 추가 긴축을 할 수 있다는 언급까지 해서 0.5%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상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줄이는 긴축 강화는 성장주에 나쁜 영향을 준다. 성장기업은 과거 영업을 통해 쌓아 놓은 게 많지 않은 회사들이다.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입에 의존하기도 한다. 금리가 오를 때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여서 긴축이 강화될 경우 주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의문점은 넷플릭스 하락이 다른 대형 기술주로 번질지다. 넷플릭스 주가가 35% 하락하던 날 엔비디아, 메타 같은 성장주 주가도 같이 떨어졌다. 테슬라도 5% 가까이 하락했다. 성장주 하락이 넷플릭스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넷플릭스처럼 시장을 주도하던 핵심 종목이 갑자기 떨어지면 시장에서는 이를 두 가지로 해석한다. 하나는 하락 마지막 국면에 발행한 투매로 본다. 코스피가 2600까지 떨어질 때 대형주 주가 대부분이 하락했지만, 반도체는 끝까지 지지선을 지켰다. 마지막에 삼성전자가 7만원을 뚫고 내려오자 대형주 사이에 순환매가 시작됐다. 핵심 종목의 하락을 신호로 시장이 다른 국면에 들어간 건데, 넷플릭스 하락도 비슷한 형태로 보는 것이다.   정반대 시각도 있다. 넷플릭스 하락은 대형 기술주 하락의 첫 번째 신호여서 앞으로 유사 기업의 주가가 줄줄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넷플릭스 주가가 하락하던 날 미국의 대형 기술주 주가가 동시에 떨어진 게 동반하락 우려를 보여준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에는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테슬라, 아마존 등 대형 기술주가 성장성을 매개로 크게 상승했다. 넷플릭스 주가 하락으로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만큼 유사 종목의 주가가 순차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1분기 말 현재 우리 투자자는 1016억달러의 해외 주식을 가지고 있다. 원화로 환산하면 125조원에 달하는 돈이다. 이들은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A, 마이크로소프트 순으로 투자하고 있다. 넷플릭스 주가 하락이 대형 기술주 하락의 전조라면 우리 투자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투자종목의 대다수가 미국의 대형 기술주여서 손해를 크게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주가가 70% 가까이 하락했지만 적자나 기업 내용에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다. 성장성이 약간 둔화된 게 전부인데, 이런 핑계는 다른 종목에도 언제든지 가져다 붙일 수 있다. 테슬라가 특히 위험하다. 다른 기업은 역사가 오래되고, 수익성을 충분히 증명했지만, 테슬라는 여전히 기업가치보다 성장성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반 우리 시장이 미국시장보다 부진한 영향으로 미국주식 매수가 붐을 이루었다. 이른바 ‘서학개미’의 출연인데, 이런 투자가 맞는 것인지 되돌아볼 시간이 됐다.     넷플릭스 하락의 세 번째 의문점은 우리나라 유사한 종목도 같이 하락할지 여부다. 미국 대형 기술주 주가가 맹위를 떨칠 때 우리나라에서도 ‘BBIG’라는 별칭 하에 인터넷, 2차전지, 바이오, 게임 주식이 득세했다. 개념도 비슷해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특수를 만났거나, 높은 성장성에 대한 기대로 상승한 종목들로 구성돼 있다.     미국에서 성장주가 하락하더라도 우리 시장의 유사 종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주가 수준이 달라서인데, 우리 성장주들은 이미 주가가 크게 떨어져 추가로 하락할 공간이 없는 상태다. 인터넷 포탈의 대표주자인 네이버 주가가 고점에서 30% 가까이 떨어졌다. 2차 전지의 대표주인 LG화학은 이보다 더해 하락률이 50%가 넘는다.      ━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투자 쉬어야     지난 몇 개월 사이 많은 가격 변수의 수준이 달라졌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3%를 넘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1.3%였으니까 국내 금리수준이 한 단계 상승한 셈이 된다. 이런 사례는 미국 금리와 유가에도 적용된다. 1%가 되지 않았던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를 넘보고 있다. 70달러대에 머물고 있던 국제유가가 100달러대로 치솟았다. 가격 변수의 수준이 달라진 만큼 3300까지 올라갔던 코스피가 2700으로 후퇴한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금은 여러 가격변수가 달라진 수준에 적응해가고 있다. 주가도 마찬가지여서 당분간 코스피지수는 2600~2800 사이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달라진 주가 수준을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주가가 좁은 폭 내에 갇히면서 매매가 힘들어졌다. 매수를 잘해도 얻을 수 있는 수익이 10%를 넘지 않지만 잘못 매수하면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다.   시장이 어려울 때는 투자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전략이다. ‘좋은 종목을 잘 고르면’이란 가정은 개인투자자에게는 희망 사항일 뿐이다. 코스피가 오를 때 80% 가까운 종목이 같이 상승하는 것처럼, 코스피가 떨어질 때도 80% 넘는 종목이 같이 하락한다. 상승에 끼어 있는 종목조차 그 폭이 미미한 경우가 많다. 이런 희소한 사례에 기대를 거는 건 운에 기대 투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투자는 확률의 게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기업가치 성장성 성장주 하락 성장주 주가 올댓머니 넷플릭스 애플 테슬라 구글 알파벳A 1633호(20220502)

2022-04-26

수주 호황에 순항하는 조선株에 관심을 [이종우 증시 맥짚기]

    시장의 관심이 금리로 몰렸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3%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1년 전에 해당 금리가 1.7%였고, 2년 전에는 1.3%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이 끝이 아니다. 인플레이션 여부에 따라서는 10년물 금리가 4%를 넘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시장이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이론적으로는 주가가 하락하는 게 맞다. 대부분 기업이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가 많아 금리 상승이 비용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2000년대 10년 동안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에는 미국의 시장 금리가 0.6~1.0% 오를 때마다 선진국시장이 평균 6.5%, 신흥국 시장은 8.5% 하락했다. 더 가까운 시기인 2010년대를 중심으로 분석해야 하지만 해당 기간 대부분이 금융위기로 인한 초저금리 상황이어서 앞선 기간을 택했다.     문제는 현실이다. 이론과 달리 금리와 주가가 동시에 오르거나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2004년이 대표적이다. 12월에 국채금리가 3.8%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1년 후 5.6%까지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가 895에서 1390이 됐다. 금융위기 직후에도 같은 모습이 나타났다. 2008년 말 4.2%였던 국채 수익률이 5.4%까지 오르는 동안 코스피가 1100에서 1680으로 상승했다.     이렇게 주가와 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건 경기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호황으로 금리가 오르는 동안 경기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금리가 주가를 밀어 내리는 힘보다 세 결과적으로 주가와 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   국내외 금리 상승 피할 수 없어      주가와 금리 사이에 또 다른 모습도 관찰됐다. 금리가 고점을 찍고 하락하든, 저점을 찍고 상승하든 상관없이 금리가 전환점을 지날 때마다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리가 하락할 때 주가가 상승하는 건 상식에 부합하기 때문에 더 얘기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금리가 저점을 찍고 상승할 때인데, 금리가 상승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른 건 금리와 경기가 유사한 시점에 바닥을 만들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금리 상승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힘보다 강해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주가가 금리의 영향을 받는 건 전체 금리 변동기의 중간 정도까지라는 결과도 나왔다. 이 기간을 지나면 금리가 상승하든 하락하든 관계없이 주가는 반응하지 않았다. 시장이 금리와 무관하게 움직인 건데, 금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초기에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금리가 장기 하락을 끝내고 상승하더라도 자산 버블이 터지거나, 유동성을 흡수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일이 많지 않았다. 유동성이 장기간에 걸쳐 경제 체제 내로 흡수된 결과다.       이번은 사정이 조금 다를 것 같다. 저금리일 때 주가가 크게 상승해 과거 어느 때보다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연준은 0.25% 수준의 기준금리를 84개월 동안 유지했다. 같은 기간 동안 나스닥이 3배 올랐는데, 이번은 금리가 0.25%였던 2년간 2.5배 올랐다. 주가가 짧은 시간에 크게 올랐기 때문에 과거 같은 금리와 주가 관계가 성립하기 힘들다.     금리 상승이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하반기에 인플레이션이 누그러지면 상승 압력이 줄긴 하겠지만 그래도 지난해 수준의 금리로 돌아가지는 못한다. 1~2월 주가 하락으로 금리가 주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약화됐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고 아래로 내려오는 등 주식시장이 약해질 때마다 금리 상승이 주가 하락의 핑계 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와 함께 기업실적도 주식시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올해 주요국의 기업이익은 9.2% 증가에 그칠 거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50%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신흥국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미 이익 전망치 둔화가 시작됐고, 선진국은 3월부터 이익 추정치를 낮추는 회사가 추정치를 올리는 회사보다 많아졌다.    세계 경제 둔화 가능성이 이익 전망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이익에 대한 기대치가 더 낮다. 올해 이익 증가율이 1%대에 머물 거로 전망되는데, 작년보다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가 이익 감소 우려를 첫 번째로 보여준 업종이다. 1분기에 삼성전자가 14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발표했지만, 주가가 힘을 쓰지 못했다. 발생한 이익은 괜찮지만, 앞으로 발생할 이익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   실적장세에서 역금융장세로 넘어오는 상황      주식시장에서는 금융장세→ 실적장세→ 역금융장세→ 역실적장세를 거치면서 주가의 한 사이클이 완성된다고 얘기한다. 이른바 ‘주식시장 4계절’인데, 금융장세 때에 주가가 가장 빠르고 크게 오른다. 상승은 실적장세 중반까지 이어지고 이후에는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하반기가 그런 상황이었다. 이익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지만, 코스피가 3300에서 조금씩 내려왔다.    지금은 실적장세에서 역금융장세로 넘어오고 있다. 연초부터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고, 기업실적이 주가를 끌고 가는 힘이 현저히 약해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익 감소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힘이 이익 증가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힘을 압도하는 게 일반적이다. 연초 두 달간 하락으로 코스피가 2600대로 떨어졌지만, 아직 하락이 끝나지 않았다. 기업실적 둔화로 또 한번의 주가 하락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금리가 올라 주가가 하락한 2월과 다른 형태일 것이다.    금리가 올랐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많은 유동성이 존재한다. 금리 상승의 영향이 코스피 2600에서 어느 정도 소화됐기 때문에 상반기에는 새로운 하락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주가가 소강 상태에 들어간 건데, 재료를 가지고 있는 업종이나 종목에 대한 시장의 집착이 강해질 것이다.    최근 조선주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주 코스피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현대미포조선을 비롯한 조선주들이 15% 넘는 상승을 기록했다. 올해 수주 목표치의 40%를 1분기에 달성했기 때문인데, 조선 경기가 좋아질 거란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결과다. 평소라면 동일한 규모의 수주를 해도 조선주 주가가 급하게 상승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장에 남아있는 많은 유동성이 재료를 가지고 있는 종목에 과다하게 몰린 결과로 당분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분기 실적이 좋은 기업을 중심으로 호재에 대한 집착이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재료 하나하나를 따지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여러 종목으로 매수가 옮겨 다니는 순환매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금리 상승 주가 하락 시장 금리 올댓머니 기업이익 주요국 1632호(20220425)

2022-04-19

7~8월까지 코스피 2600~2770 머물 듯 [이종우 증시 맥짚기]

      주식시장의 관심이 바뀌고 있다. 1월이 긴축이 시장을 지배하는 시간이었다면, 2월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시간이었다. 러시아 디폴트 가능성도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파생된 산물이다. 지금은 두 요인의 영향이 약해졌지만, 경기 둔화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    경기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높아진 것은 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7% 정도였다. 2년물이 0.1%여서 둘 사이에 차이가 1.6%포인트였다. 지난해 말에 10년물 금리가 1%대 중반에 머무는 사이 2년물이 빠르게 상승해 둘의 차이가 1.0%포인트 내외로 좁혀지더니, 이번 달 초에는 순서가 뒤바뀌었다. 우리나라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단기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10년물과 3년물 국채수익률 사이에 차이가 줄었다. 여기에 선행지수 둔화까지 겹쳐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기 금리는 향후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고 얘기한다. 반면 단기 금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지금처럼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경우 이를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계속 인상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한다. 주식시장에 상당히 부담되는 형태다.         ━   하반기엔 코스피 2500대 아래로 떨어질 수도    1980년 이후 미국에서 7번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있었다. 그중 한 번을 제외한 나머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있고 1년 이내에 경기가 나빠졌다.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하반기부터 국내외 경제가 강한 회복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미 과거 평균 경기 회복 기간을 채웠다. 경기 사이클상 둔화될 만한 시점이 된 건데, 이 상황에서 긴축이 강화돼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경기 불안이 커졌지만, 중앙은행의 정책은 여전히 높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쪽에 맞춰져 있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해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다. 이 때문에 주요국 중앙은행은 단기 금리가 적정하다고 보는 금리 수준보다 높아지더라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연준이 5월과 6월에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1.5%가 된다. 여기에 하반기 금리 인상이 더해지면 연말에 2.5%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불과 석달 전에 기준금리가 0.25%였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주식시장은 긴축 영향 약화와 경기둔화 영향력 강화 사이에 있다. 어떻게 보면 두 개의 영향력 사이 소강상태에 있는 건데, 그 영향으로 주가가 일정한 박스권 내에 머물고 있다. 바닥이 2600, 천정은 2770인 상태가 3~4개월간 더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음 행보는 하반기에 정해질 텐데, 경제상황이 주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만약 하반기에 국내외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면 코스피가 2500대 밑으로 떨어지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세번의 하락이 완성되는데, 지난해 하반기 첫번째 하락은 높은 주가 때문이었고, 올해 1월 두번째 하락은 긴축 때문이며 하반기에 세번째 하락은 경기 때문에 발생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주가가 박스권에 머무는 동안 공통적인 요인보다 개별적인 요인이 주가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가별로 주가 움직임이 다르고, 같은 시장에서는 업종별로 모양이 다르며, 개별 기업 간 주가 차이가 심해지는 형태가 될 것이다.     금리 상승의 혜택을 받는 금융주와 유가 상승의 긍정적 영향을 받는 정유업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긴축 우려로 코스피가 하락하고, 주요 제조기업의 주가가 내려가는 와중에 은행주는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올 초에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고점을 경신할 정도였는데, 해당 기간에 코스피가 20% 넘게 하락한 걸 감안하면 시장 대비 상당한 초과수익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은행의 예대마진이 커져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올해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순이자마진이 1.85% 정도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0.0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1월 금리 인상까지 반영한 결과로, 향후 몇 번의 추가 인상을 감안하면 순이자마진 확대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은행 이익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성장에 대한 기대도 높다. 금융 활동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금융플랫폼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 과거처럼 지역에 점포를 내고 인력을 배치하는 영업형태에서 벗어나 온라인을 강화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의 접근성도 개선돼 보다 높은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금융업의 발목을 잡았던 저성장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인데 주가 재평가가 이루어질 토대를 마련했다.       ━   전기차, 리오프닝 관련주 관심 가질만     또 하나 고려해야 할 부분이 유가다. 러시아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 유가가 한때 배럴당 120달러를 넘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석유 수요가 급증했던 200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다. 지금은 다시 90달러대로 내려왔지만 더는 하락은 없을 전망이다. 높은 유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거란 의미인데, 유가에 따른 기업 이익 재편이 예상된다.     고유가로 수혜를 보는 정유업종에 주목했으면 한다. 정유회사는 두 가지 경로로 이익을 낸다. 하나는 정제 마진으로 석유 도입가격과 이를 가공해 제품을 만든 후 받는 가격 사이의 차이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오를 때 정제 마진도 따라서 늘어난다. 두 번째는 재고이익이다. 원유를 들여올 때 유가보다 지금 유가가 더 높으면 재고로 인한 이익이 발생한다. 이 또한 유가가 오를 때 재고이익이 늘어나므로 유가 상승 시 정유 기업은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개별 종목 관련해 전기차 관련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세계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는 첫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2차전지 기업들에는 좋은 기회가 될 텐데 2차전지 소재, 부품과 장비를 만드는 회사를 특히 눈여겨봤으면 한다. 2차전지를 만드는 회사는 완성차업체가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들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지만 소재나 장비회사는 그렇지 않다. 2차전지를 생산하겠다고 나서는 회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수요가 늘어나 수혜를 보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막혔던 세상이 다시 열리는 리오프닝 관련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3월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에 들어갔다. 앞으로 여행 신규 모집과 항공 수요가 활발해질 거로 예상된다. 그동안 여행, 레저활동은 제한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질병이 잠잠해지면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막혔던 여행이 재개되면서 상당 기간 여행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형태가 될 텐데, 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이익이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미국 경기둔화 장단기금리 역전 경기둔화 영향력 하반기 금리 올댓머니 1631호(20220418)

2022-04-12

국제유가 상승, 증시에 득일까 실일까 [이종우 증시 맥짚기]

    11일(현지시각) 국제 유가가 배럴당 94달러(브렌트유)를 넘었다. 10년 만에 처음이다. 2년 전에 유가 선물가격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던 일이 실제로 있었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지난해 초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정도였으니까 1년 사이에 60%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국제 유가가 급등한 건 석유 수요와 공급 사이에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기 회복으로 석유 수요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이 6%대였고, 미국과 유럽의 성장률도 4%를 넘었다. 실물경제가 좋아진 덕분에 원자재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반면 공급은 수요만큼 늘어나지 않았다. 높은 유가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이 증산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이나 2018년 같이 증산을 단행한 후 가격이 크게 떨어져 석유 시장이 망가지는 일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은 결과다.     지난 1월 석유수출국(OPEC+) 회의가 열렸다. 증산 계획이나 눈에 띄는 발표는 없었지만, 가입국들이 현재 석유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관한 여러 힌트를 제공했다. 먼저 공급 전망이 변했다. 이전부터 OPEC+는 올해 석유시장이 공급과잉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수치가 줄었다. OPEC+를 제외한 산유국들의 공급이 예상보다 더디기 때문인데 하루 공급 초과분이 170만배럴에서 140만 배럴로 낮아졌다.    또 하나는 증산 의지와 상관없이 공급이 늘어나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이다. 당초 예상은 올해 7월에 OPEC+ 국가들의 채굴이 완전 정상화될 거로 봤지만 그 시기가 9월로 늦춰졌다. 나이지리아 등 일부 산유국의 생산시설 노후화로 증산이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11월에 생산 합의량과 생산량 사이에 하루 52만 배럴의 차이가 발생했다. 생산시설 노후화로 19개 산유국 중 12개 국가가 생산한도를 채우지 못한 결과다.      ━   지정학적 위험도 유가에 악영향을 미쳐      미국을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도록 만든 셰일 오일도 유가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이 미국의 시추 후 미완결유정(DUC)수가 4800여개 정도 된다고 발표했지만, 이 중 생산성이 낮은 곳을 제외한 실제 가용 미완결유정은 2800~3500여개에 지나지 않을 거로 추정된다.    셰일 기업이 석유생산을 늘리기 힘든 상태이어서 미국의 메이저 석유회사인 BP, Exxon 등이 셰일오일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그 또한 여의치 않다. 미국 행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셰일 오일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자금을 공급해 주는 기관이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자금 공급이 벽에 부딪히면서 셰일오일 생산을 늘리는 과정이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셰일오일이 석유 공급에 본격적인 영향을 주는 시기는 3분기 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석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탐사부터 시추, 생산까지 5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 생산시설은 5년 전 유가 수준에 의해 결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5년 전인 2017년에 유가는 배럴당 45달러 정도였다. 적극적으로 석유를 개발할 동기를 제공하기 힘든 가격대인데, 그 효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유가 상승에 한몫한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자 세계 3위 원유 수출국이다. 따라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제 유가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2014년에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했지만, 국제 유가가 오르지 않은 사례를 들어 이번에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얘기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는 비(非) OPEC국가들의 석유 생산 증가로 공급이 초과한 상태여서 러시아 에너지 기업을 제재해도 유가가 오르지 않았던 반면, 지금은 수요가 초과된 상태여서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경우 유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전례 없는 규모의 제재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독일도 가스관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미국-러시아 사이의 갈등이 에너지 가격의 추가 상승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   유가 상승기에는 정유업이 유망     높은 유가가 경제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모두 인정하지만 세계 경제가 고통을 받을 정도에 대해서는 의견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걱정하는 쪽에서는 유동성 공급의 후유증과 공급난으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 고유가가 더해졌기 때문에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대쪽에서는 2000년대 중반의 경험을 얘기하고 있다. 당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올라갔지만 세계 물가상승률이 3%를 넘지 않았다.    지금은 그때보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더 낮아졌기 때문에 유가 상승으로 인한 실제 영향이 적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유가 상승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진행돼 고유가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된 부분도 악영향을 줄이는 역할을 할거라 기대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다고 해도 상승률은 높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 유가 상승으로 기저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유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 된다는 의미다. 올해 국내외 경제가 예상보다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긴축이 강화되면 시간을 두고 경기가 나빠지는데 경기 둔화는 석유 수요 감소를 의미한다. 여기에 석유 공급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 둔화의 영향은 더 커진다.     유가 상승은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좋을 게 없다. 2000년대 중반 유가가 100달러를 넘었을 때 주가도 유가와 함께 상승한 사례를 있어 유가 상승이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신흥국의 대두라는 특수 사정이 만들어낸 예외적인 경우일 뿐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다.     유가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수혜 업종을 꼽는 정도에 국한해야 한다.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업종은 정유업이다. 정유회사는 두 가지 경로로 이익을 낸다. 하나는 정제마진으로, 석유 도입가격과 이를 가공해 제품을 만든 후 받는 가격 사이의 차이다. 유가가 오르면 정제 마진도 따라서 늘어난다.    두 번째는 재고이익이다. 원유를 도입했을 때 유가보다 현재 가격이 높으면 재고 관련 이익이 발생한다. 이 또한 유가가 오를 때 커지므로 유가가 오를 때 정유관련 기업은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른 업종은 악영향을 많이 받느냐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유가 상승을 통해 이익을 보기 힘들다. 예를 들면 자동차 등 운송관련 기업은 높은 유가의 악영향을 크게 받지만, 서비스업종은 제조업보다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형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유가 선물가격 국제 유가 석유 수요 올댓머니 국제 유가 1623호(20220221)

2022-02-15

주가 반토막난 카뱅, 지금이 매수 기회 [이종우 증시 맥짚기]

    주식시장이 긴축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어느정도 예정된 이벤트였다. 때문에 시장에서 코스피엔 금리인상 악재가 선반영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금리인상 발표되자 이날 코스피는 1% 넘게 떨어졌다. 시장이 긴축의 영향에 깊이 빠지다 보니 예고돼 있던 악재까지도 힘을 발휘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주가가 하락하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의장은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고, 양적 축소 시작을 늦추겠다고 얘기했다. 기존에는 3월에 금리를 올린 후 3~6개월 내에 양적 축소를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연말쯤 시행하는 거로 계획을 바꿨다. 금융시장이 요동쳐 부담이 큰 데다, 3월부터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거란 기대가 작용한 결과다. 빠른 긴축이 작은 고비 하나는 넘은 거로 판단된다.    긴축 우려가 약해진 대신 경기 둔화 우려는 반대로 커졌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확산세가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는 연일 80만명, 유럽 주요국에서도 30만명 가까운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최고 확산 때보다 두 배 가까운 수치로 현재 코로나19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   지난해 유로스톡스50·상해종합지수 각각 21%, 31% 올라    온라인 소비 확대, 재택근무 인프라 구축의 영향으로 코로나19에 의한 경제 민감도가 낮아졌지만 그렇다고 영향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격리가 늘어나고 생산 참여 인원이 줄어 경제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중국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동제한 강도가 높아져 악영향이 서서히 나타날 걸로 보인다. 국내외 경제가 코로나 영향권 내에 다시 들어간 것이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둔화되어도 이번에는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 이미 긴축으로 선회한 상황이어서 다시 금리를 내리는 쪽으로 움직이기 힘들다. 유동성 공급도 쉽지 않다. 경제 사이클도 마찬가지인데, 국내 경제가 2020년 4분기부터 상승 추세에 들어갔음을 감안하면 조만간 순환적인 둔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 국면에 코로나 확산이 맞물릴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긴축이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된 만큼 투자의 초점은 그 영향을 피하는 쪽에 맞춰져야 한다. 유럽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난해 유로존을 대표하는 지수인 유로스톡스(Eurostoxx)50이 21% 상승했다. 미국의 대표지수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보다 상승률이 높고 나스닥과 비슷하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락다운으로 경제가 험난한 경로를 겪었지만, 하반기에 기업 이익이 빠르게 늘어난 점이 주가가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올해도 유럽시장 전망이 나쁘지 않다. 긴축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에 미국 주식시장보다 높은 상승이 기대된다. 유럽 경제가 아직 자기 궤도에 들어서지 않았고, 유럽 주요국의 장기 금리가 마이너스권에 머물고 있어 유럽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힘들다. 유동성 공급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동성을 줄일 수도 없다. 유럽이 긴축의 무풍지대가 된 것이다. 유럽의 경기 회복 속도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느려 회복 여력이 남아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유럽시장의 매력도가 더 높아진다.     중국도 관심을 가져야 할 지역이다. 최근 중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해 정책당국이 부양책을 고민하고 있다. 해외 주요 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미국, 유럽 등은 코로나 발생 전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반면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낮은 5%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국들이 긴축을 고민할 때 중국은 반대로 완화 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작업에 나섰다.     주가도 투자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낮다. 코로나 발생 후 상해종합지수 최저점은 2660이었다. 지금이 3500 정도이니 20개월 사이에 31% 오른 셈이 된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시장이 1.3배가 올랐고, 주요국 주식시장 역시 배 이상이 상승한 걸 감안하면 중국시장이 상대적으로 낮다.       ━   긴축 영향을 덜 받는 금융주에 관심을    국내시장 내에서도 긴축의 영향을 피할 수 있는 금융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긴축 우려로 코스피가 하락하고, 주요 제조기업의 주가가 내려가는 와중에 KB금융은 고점을 경신했다. 금리 상승으로 은행의 예대마진이 커져 이익이 증가할 거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올해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순이자마진이 1.85% 정도 될 거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0.05%포인트 정도 높아진 수치다. 지난해 8월과 11월 금리 인상 영향을 반영한 결과로 올해 금리 인상을 감안하면 순이자마진 확대 폭이 0.08~0.09%로 높아진다. 은행 이익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성장성에 대한 기대도 높다. 금융 활동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금융플랫폼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 과거처럼 지역에 점포를 내고 인력을 배치하는 영업형태에서 벗어나 온라인을 강화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의 접근성이 개선돼 보다 높은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금융업의 발목을 잡았던 저성장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건데 주가 재평가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주가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전통적인 금융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했다. 은행에서는 KB금융이 보험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1위 차지했고, 결제에서는 삼성카드가 선두였다. 하반기 들면서 구도가 바뀌었다. 카카오뱅크가 상장하자마자 전통 금융사를 제치고 금융업종 시가총액 1위가 됐고, 카카오페이의 시가총액도 한때 20조원을 넘었다. 새로운 금융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최근 카카오그룹 문제로 시가총액이 줄었지만 신(新)금융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다는 점과 주가가 고점에서 50% 가까이 하락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주가가 더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금융주에 투자해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금융업에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를 미리 반영하는 금융업 특성상 현재 주가는 금리 상승을 충분히 반영했을 수 있다. 과거 은행주 주가는 금리인하 사이클이 끝나고 금리인상이 시작되는 초기에 가장 많이 올랐다. 2년 전에 금리 인하가 빠르게 진행됐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는 걸 감안하면 금리 상승의 영향이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현재 국고 3년물 금리가 2.0% 정도 된다. 기준금리보다 0.75%포인트 정도 높은데, 2~3차례 추가 금리인상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금융주가 코스피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로나 발생 직후 다른 업종보다 부진했던 것과 반대다. 지금은 긴축의 영향을 피해야 할 때다. 투자를 쉬는 게 가장 좋지만 그래도 투자를 해야겠다면 금리 상승의 수혜를 보는 종목을 중심으로 선택했으면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코로나 재확산 소비자물가 상승률 코로나 확산 1620호(20220124)

20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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