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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30% 할인 포기할까… 대안 원하는 기아 노조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한 기아가 노사 교섭을 이어간다. 사측이 이번 교섭을 통해 천막 농성과 특근 거부로 대응하고 있는 노조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오는 29일 오후 2시부터 오토랜드 광명(소하리 공장)에서 12차 본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올해 임단협을 끝내지 못한 곳은 기아뿐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기아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투표 참여 조합원의 약 58%가 단협안에 반대하면서 최종 부결됐다. 기아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임협과 단협안을 나눠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과반의 찬성표를 얻지 못하면 새로운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기아의 발목을 잡은 것은 ‘평생 사원증’ 제도다. 기아는 근속연수가 25년 이상인 퇴직자에게 신차 할인 혜택을 부여한다. 연령의 제한 없이 2년마다 30%의 할인을 받아 신차를 구매할 수 있다. 기아 노사 대표는 올해 첫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해당 제도의 조건을 변경하기로 했다. 퇴직자가 75세까지 3년마다 25%의 할인을 받아 신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혜택을 축소한 것이다.   이는 조합원의 거센 저항을 받았고, 노사 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됐다. 기아 노조는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2주 넘게 천막 농성을 펼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3차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특근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공급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말 특근까지 활용하고 있는 회사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   노조는 최악의 경우 파업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아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사측의 태도에 따라 노조는 파업을 불사한다”며 “현장의 요구에 맞게 사측이 변화된 모습으로 차기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원만한 노사 합의 위한 '대안' 나올까       사측이 기존 복지 혜택을 축소하려는 것은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비교해도 기아의 관련 혜택은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가 매출액, 영업이익, 판매 등 경영 실적에서 기아를 앞서지만, 퇴직자 할인 혜택은 25% 수준이다.   노조 입장에서 보면 기존 혜택을 축소하는 것에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기아의 최근 경영 실적을 보면 더욱 그렇다. 기아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3조840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0% 늘어난 수치로 역대 상반기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약 15% 늘어난 40조2332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노사가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는 사측이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기아 노조 역시 이를 원하는 분위기다. 최근 기아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원한다면 차기 교섭에서 현장이 동의할 수 있는 전향적인 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무조건적인 ‘안돼’ 입장보다 대안 제시로 해결 의지를 보여야 노사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업계나 공공기관을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과도한 복지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기아 노조도 이를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현재 단계에서 당장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결국 노조 집행부도 조합원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기아 임단협 평생 사원증 평생 할인 30% 신차 할인 노동조합

2022-09-28

평생 30% 할인 포기 못해… 기아 임단협 장기화 되나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기아만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이 사측의 퇴직자 신차 할인 혜택 축소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노조와의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공장 라인 개선 작업에 따른 휴직자 발생 등으로 교섭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추석 이후 2022년 임단협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기아 노사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단협 부문에서 높은 반대표(약 58%)를 받아 부결됐다. 기아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임협과 단협을 구분해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이 중 하나라도 과반 이상의 찬성표를 얻지 못하면 재교섭에 나서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퇴직자 신차 할인’ 제도다. 현재 기아는 25년 이상 근무 후 퇴직한 직원에게 신차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구매 주기는 2년이며 할인 폭은 30%다. 노사는 이번 잠정합의안 도출 과정에서 해당 제도를 손봤다. 노사 대표의 합의를 통해 연령을 75세로 제한하고 구매 주기를 3년으로 늘리며 할인 폭을 25%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잠정합의안 부결로 재교섭에 나서야 하는 기아 노사는 추석 이후 본격적인 대화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공장 라인 공사 등이 진행되고 있어 조기 타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기아 오토랜드 광명(소하리 공장)에서 이날(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전기차 라인 구축 관련 공사가 진행되는 탓이다. 이번 공사로 해당 라인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은 휴업에 들어갔다.   기아의 한 관계자는 “오토랜드 광명의 전기차 라인 공사로 이달은 사실상 끝났다”며 “실제 교섭은 10월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IRA 등 악재 속 홀로 노조 리스크 부담     기아를 제외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모두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같은 그룹의 현대자동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올해 임단협을 끝냈다. 위기 극복 관련 공감대가 형성된 노사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 냈다. 파업 가능성을 내비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르노코리아자동차와 한국GM 노조도 최근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르노코리아는 4년 만에 파업 없이 임답협을 종결했고 한국GM은 2년 연속 무분규로 노조 리스크를 해소했다. 쌍용차는 노사 합의에 따라 다년제 교섭으로 변경해 올해 교섭을 진행하지 않았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비해야 하는 기아 입장에서 노조 리스크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각) 현지 생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IRA에 최종 서명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완성차 업체의 막대한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해당 법안으로 대당 10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 혜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미국의 IRA 발효로 매년 10만대 이상의 전기차 수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EV6를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기아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안 점검을 위해 약 2주 간의 일정으로 미국 현지에 다녀왔다. 정부도 한미 간 장관급 채널을 가동하는 등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추석 이전 임단협 타결은 업계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며 “IRA 등으로 미래 전략의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가 지속되면 사측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기아 노조 평생 할인 30% 신차 할인 IRA 완성차 업계 오토랜드 광명

2022-09-08

유해한 법인세 인하경쟁의 종말은? [조원경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30)]

        주요 7개국(G7)이 법인세 인상 협상을 시작한 것은 8년 전인 2013년이다. 당시 어떤 문제가 세상을 괴롭히고 있었을까. 미래에 국가 힘은 약화되고 다국적 기업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디스토피아 소설에 많은 사람들이 심취하고 있어서였을까. 구글·아마존·애플·페이스북 등 미국의 대형 IT 기업들이 유럽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었다. 이들 기업은 법인세율이 다른 유럽 국가의 절반수준으로 12.5%였던 아일랜드에 본부를 두고 조세 회피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국제적 법인세 논의를 잠시 두고 법인세 인상론자와 인하론자의 견해를 살펴보자.    법인세 인하론자들은 법인세 인하가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다는 주장을 내 세운다. 기업의 국제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법인세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법인세 인상은 오히려 국내 투자를 감소시키는 반면 해외투자를 촉진시켜 일자리 감소와 청년실업문제를 야기한다고 역설한다. 법인세가 높아지면 제품가격 상승으로 그 부담의 절반이 소비자와 근로자에게 전가된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국내 주요기업 수익의 대부분이 국내 법인보다는 해외법인에서 발생하고 있고, 법인세율이 인상된다면 기업의 해외 이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인세 인상론자들은 법인세 인하 혜택을 수출 대기업이 독점했고, 대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적립한다고 주장한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공평과세,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서는 세금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에 증세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OECD 평균 수준에 가깝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세금을 내는 실효세율은 낮은 수준이고 법인세수 비중이 높은 이유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의 결과라는 근거다. 기업과 가계소득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기업의 세부담 증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법인세 논의를 별개로 하더라도 국제간에 법인세 인하 경쟁이 오랜 기간 지속됐고 조세회피처를 이용하는 기업들의 행태는 꼴불견으로 인식돼 왔다.        유해한 조세경쟁(harmful tax competition)은 세계 각국이 자국으로 국제자본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조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현상을 말한다. 1980년대 이후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세계경제는 개방과 경쟁이 규범이 됐다. 이 과정에서 세율은 인하하고 과세기반은 확대하는 것이 경쟁적으로 일어났다. 그 결과 다른 나라의 납세의무자가 본국의 조세제도 적용을 회피하고 자본을 유치한 국가의 낮은 세율을 적용해 국제적으로 자본이동이 왜곡되고 선량한 국가의 과세기반이 약화될 위험에 놓이게 됐다. OECD 재정위원회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유해조세경쟁' 포럼을 결성했다. 각국은 자국에 투자하는 해외기업에 조세감면혜택을 주면서 자국의 경제규모를 키웠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다. 상대국의 세원이 잠식되는 세원배분의 함정이 문제되는 것을 OECD가 묵과할 수 없었다.     ━   디지털 경제와 조세회피     유해조세경쟁으로 자국의 재정결손이 심해지자 많은 국가들이 국제적 연대로 자국 세원의 누수 방지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게다가 디지털 경제의 발전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약탈적 조세회피는 눈에 가시가 됐다. 디지털 경제의 확산은 다국적 기업의 경제활동을 증가시키나 새로운 국제조세 문제를 야기한다. 연구개발 같은 무형자산에 대한 높은 의존성,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치창출, 가치발생국가 결정의 어려움, 새로운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등은 기존 국제조세규정으로 해결하기에는 불충분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를 이용해 이익을 줄이고 비용은 부풀리는데 능수능란했다. 그 결과 주요 20개국(G20) 주도하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를 채택하게 된다. 이는 나라마다 다른 조세규범의 허점을 이용해 다국적 기업이 이중비과세를 받아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2015년 이전가격, 조세피난처, 과소자본계상, 조세조약 남용 등 15개의 액션플랜이 G20에서 승인됐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일반적으로 법인세는 기업의 고정사업장 소재지에서의 이윤에 부과된다. 고정사업장이 없이 네트워크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디지털 비즈니스에 고정사업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쟁점이 된다. 서버를 둔 곳을 고정사업장으로 볼 때 고정사업장 개념이 너무 좁아진다는 약점과 마주하게 된다. 그 서버를 둔 곳이 조세회피처이거나 법인세가 아주 낮은 곳이라면 불공정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온라인 거래는 물리적 사업장이 없이 거래가 가능하다. 인터넷상 거래라 어디서 거래가 일어났다고 특정하기도 어렵다. 세금을 물릴 나라가 불분명하다. 그래서 다국적 IT 기업은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이익을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 서버를 두고 몰아주려 한다. 특허권 같은 무형자산으로 기업은 비용을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처리하고 이윤은 세율이 낮은 서버가 있는 국가로 이전해 세금을 줄여 여전히 불공평 과세가 해결되지 않는다.   디지털세는 과세대상의 확정이 쉽지 않고 과세기반을 정의하기가 어렵다. 구조적으로 복잡하여 어떤 활동이 디지털 비즈니스인지 범위를 확정하고 정의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국가별 차이도 존재하고 디지털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소셜 미디어, 검색,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등 부가가치를 생산하여 과세대상이 되는 활동의 범주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세무사였던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건 수학자에게도 너무 어려워. 철학자가 있어야겠어. 소득세를 이해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야.” 그가 요즘 세상에 살았다면 더 골치 아픈 게 있다. 디지털 세상의 법인세 문제다.     ━   프랑스와 미국의 격돌     여하튼 아일랜드처럼 법인 세율이 낮은 국가에 다국적 기업이 법인을 설립하여 이윤을 몰아주는 행위로 프랑스, 영국 등 많은 국가들은 다국적 기업의 행태를 비난했다. 인터넷 다국적 기업이 독립적인 사업수행 주체인 고정사업장을 의도적으로 설치하지 않고, 파리지사처럼 최소 기능만 수행하는 대리회사를 둔다고 하자. 프랑스에서 거둬들인 이익을 아일랜드 같은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본사에 보내니 프랑스 입장에서 화가 나지 않겠는가. 이것은 명백히 조세정의에 위반된다고 프랑스, 영국 등이 이의를 제기했다. 유럽연합(EU)은 구글, 애플, 아마존 등 플랫폼 대기업들이 과세율이 낮은 EU국가가 아닌, 실제 이익을 얻는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세제개편 계획을 준비하게 된다. OECD는 과세 기준인 ‘고정사업장' 개념을 확대하는 방안에 착수하게 된다.     ━   구글세 세부사항 불합의에 못참은 프랑스를 보며     프랑스가 최근 매긴 디지털세를 살펴보자. 이는 OECD에서 디지털세에 대한 에정대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프랑스의 디지털세는 특정 국가가 다국적 IT기업에게 국가 내 디지털 서비스 매출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법인세가 이윤을 대상으로 하는데 매출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게 하니 쟁점이 남는다. 기업의 본사나 공장이 그 나라에 없더라도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익을 올렸다면 매출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디지털세는 법인세 등 기존 세금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별도로 부과된다. 거대 IT기업이 프랑스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세금을 덜 내고 있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주장이다. 프랑스는 과세대상 기업에서 창출한 디지털 서비스 수익의 3%를 세금으로 떼어 간다.   IT기업은 코로나19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부터 정당한 만큼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프랑스는 당초엔 2020년 1월부터 디지털세를 시행하려 했으나 한 차례 부과를 유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세금 제도를 도입하지 말라며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들어서였다. 프랑스 당국의 디지털세 기준에 들어가는 기업은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대부분 미국 기업이다. 당시에 이들 기업의 이름을 따서 GAFA세를 부과하여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복관세 근거로 ‘무역법 301조’를 들었다. 미국 정부가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제도나 관행에 대해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디지털세가 미국 기업을 겨냥해 미국에 차별적이라고 해석될 경우 경제 제재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프랑스가 과세를 강행할 경우 프랑스산 화장품과 가방, 치즈, 와인 등 13억달러 어치 제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했다.   미국과 프랑스는 OECD에서 합의안을 마련하자며 '일단 휴전'했다. OECD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 표준으로 통한다. 프랑스는 OECD가 2020년 안에 디지털 거래 수익 과세 체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하면 디지털세 부과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OECD는 당초엔 2020년 7월 초안을 만들고, 2020년말까지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방침이었다. OECD는 2020년 10월에 디지털세 합의 목표 시한을 2021년 중순까지로 공식 연장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관련 협의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프랑스의 이런 강경한 결정 앞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어떤 입장일까 궁금하다. 디지털세는 OECD에서 다자간 협상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니라 각국이 개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프랑스의 디지털세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세금 제도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은 그간 어떤 입장도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   최저 법인세에 합의한 G7     그런 와중에 너무 급작스러운 합의가 이루어졌다. 유럽의 그린딜과 미국의 그린 뉴딜이 합세하여 세상을 뒤흔들고 있어 국제공조의 정신이 계속이어지고 있어서일까. 세계를 흔드는 7개 국가의 국제 공조로 그 어려운 법인세 합의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다국적 대기업이 세계 어디서 활동하든 각국 정부가 최저 법인세 15%를 부과하는 방안에 G7이 전격 합의했다. G7 재무장관들은 6월5일(현지시각) 런던에서 만났다. 8년간이나 교착 상태여서 미세먼지가 수북히 쌓인 최저 법인세 협상 과제에 전격 합의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번 G7 합의가 중요한 것은 최저 세율합의에만 있지 않다.   다국적기업이 본사·공장 등 물리적 법인이 있는 곳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팔아 수익을 낸 지역에서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프랑스는 덩실 덩실 춤을 출 것 같다. 이는 ‘기업이 소재한 곳에서 과세한다’는 국제 법인세의 근간을 100년 만에 흔드는 조치다. G7 합의는 이익률이 10%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아직 예단하기에는 많은 내용이 거시적  합의에 머문 수준이라 세부 사항은 구체적으로 정하여야 한다. 이번 합의에 따라 구글 같은 IT 기업들이 조세 피난처나 세율이 낮은 국가에 본사를 두고 각국에서 거둔 막대한 이익에 대한 세금을 회피하는 관행에는 확실히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그 결과 낮은 법인세율로 다국적기업들의 본부를 유치해 경제를 지탱해온 나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번 합의는 오는 7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를 거쳐 10월쯤 OECD 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   바이든 행정부의 큰 결단과 최저 법인세 합의     시간을 거슬러 2016년 11월로 가보자. 미국 최대 제약회사 화이자는 가장 미국적인 기업이었다. 그런 기업이 미국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미국의 높은 법인세로 아일랜드 회사인 엘러건과의 합병을 발표한 것이다. 당시 미국의 명목 법인세율은 35%이고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였다. 화이자가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기면 법인세를 연간 10억~20억 달러를 줄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국가와 맞설 수 있는 힘을 지닌 글로벌 기업은 세금을 절약하는 조세 쇼핑을 하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2016년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고강도 조세회피 규제안을 내놓으며 화이자에 직격탄을 가했다. 골칫거리였던 기업들의 법인세 회피 행보에 제동을 건 것이다. 화이자와 앨러간의 합병이 발표될 당시에 오바마는 세금구멍을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 "비애국적 행위"라며 강력히 비난했고, 화이자의 합병건은 무산됐다.   유럽 재정위기 당시 상황도 돌이켜보자. 재정위기에 봉착한 유럽 국가들은 글로벌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을 감안하고 세수도 확보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강구한다. 앞서 말한  BEPS 프로젝트다. G20의 특명으로 OECD가 만든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기업만 배 불리는 ‘유해한 조세 인하 경쟁’을 더 이상 하지 말라는 OECD의 눈물 어린 호소가 담겨있다. 이번 G7 최저 법인세 합의를 보면서 우리는 그 이면에 작용하는 원리를 간파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대비 가계, 기업, 정부의 부채를 총합한 총부채의 비율이 사상 최고인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일자리와 세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넷제로 2050’ 보고서에서 2020년 대비 2030년 풍력,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는 4배로 확대되고 전기차는 18배 증가한다고 발표하고, 2030년까지 친환경 비즈니스로 세계적으로 14백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된다고 주장했다. 탄소국경세는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나 기업에 부과하는 관세다. 유럽연합은 2023년, 미국은 2025년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철강 1톤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유럽 평균보다 높으면 그 차이만큼을 탄소세로 내야 한다. 이런 제도를  도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OECD에 따르면 지난 2000년 평균 32.2%였던 글로벌 법인세는 2020년 23.2%까지 내려갈 정도로 각국이 경쟁을 벌여왔다. 미국과 유럽의 갈등 상황이 바뀐 것은 미 바이든 정부가 들어와서이다. 코로나 19에 따른 경기 불황 극복과 중산층·노동자 중심 경제를 주창하면서 법인세 증세를 밀어붙이면서부터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내 법인세만 올리면 미국 기업들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유럽 등 각국에 글로벌 최저 법인세 설정을 제안했고 마침내 합의에 이르렀다. 앞으로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2021-06-12

[다 'ㄴ H'꺼야] 공공의 적은 내부에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몇몇 직원의 개인적 일탈을 넘어 뿌리 깊은 구조적 부패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문제는 현행법으로 공직자나 공기업 직원들의 투기를 막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업무상 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이를 밝히더라도 그 이익을 강제로 환수할 방법이 없어 처벌 강도가 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공직자들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범죄를 막기 위해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이 거론되고 있지만, 국회 통과 가능성은 미지수다. 2013년 이후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이해충돌 방지에 관한 내용을 삭제했다. 공직자의 부패 문제를 막을 수 있었던 차단막이 세워지지 못한 것이다.   국회에서는 이제야 ‘LH 투기 방지법’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LH가 가진 정보 독점과 토지 강제 수용 권한을 축소하는 게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기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이를 근절할 대안은 없는지 살펴봤다.   - 이코노미스트 편집부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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