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 당신의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 이코노미스트

Home > >

‘삼성전자’ ‘현대차’ 보다 고용 증가 컸던 ‘이 기업’은? [그래픽뉴스]

    자산 5조원이 넘는 76개 대기업 집단 중 최근 1년 새 직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으로는 ‘쿠팡’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76개 그룹 대상 2020~2021년 고용 변동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76개 그룹 중 최근 1년 새 직원 수가 증가한 곳은 42곳이었고, 25곳은 감소세를 보였다. 9곳은 올해 대기업 집단으로 신규 편입돼 2020년 고용 인원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직원 수 변동이 없었다.     이중 직원 일자리가 늘어난 42곳 중에서도 고용을 가장 많이 한 그룹은 ‘쿠팡’인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 그룹은 지난 2020년 4만3402명이던 것에서 지난해에는 7만2763명으로 1년 만에 고용 인원이 2만 9361명이나 늘었다. 이는 76개 그룹에서 최근 1년 새 늘린 6만3700여 명의 46.1%에 해당하는 높은 비중이다. 지난해 한 해 대기업 그룹 고용 증가 인원 중 상당수를 쿠팡에서 책임진 셈이다.     쿠팡 다음으로는 현대자동차 그룹이 8027명(20년 16만6925명→21년 17만4962명)이나 직원을 늘렸다. 중흥건설은 2020년 기준 1500명대 수준에 불과하던 그룹 인원을 작년에는 8401명으로 1년 새 6865명이나 직원 수가 급증했다. 여기에는 대우건설을 품으면서 그룹 전체 고용 규모도 1만명에 바짝 다가섰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한국CXO연구소 쿠팡 삼성 현대자동차 고용증가 1638호(20220606)

2022-06-08

인공 모유, 엄마의 마음으로 엄마의 가슴을 재현한다? [한세희 테크&라이프]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모유 수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들쭉날쭉 바뀌곤 했다.   故 박완서 작가의 초기 에세이를 보면, 아기에게 젖을 먹였던 자신의 경험과 분유가 더 ‘과학적’이라고 생각하는 당시 젊은 엄마들을 비교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면서 과거 모유로 기른 이들은 ‘비위생적으로’ 대충 아기 키운 사람들이라 여기는 젊은 엄마들의 생각을 개탄한다.     ━   모유 수유의 모습,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   미국도 분유를 먹는 아기가 많은 나라 중 하나다. 1930년대에는 대부분의 아이가 젖을 먹었지만, 1970년대에는 모유 수유 비중이 22%로 내려앉았다. 분유가 더 과학적이고 위생적이며, 모유보다 균형 잡힌 영양을 제공한다는 분유 업계의 마케팅도 이런 흐름에 일조했다.   하지만 이후 여러 과학 연구를 통해 모유의 장점이 확인되면서 모유 수유도 다시 늘어나 2010년대 초에 이르면 신생아의 80% 가까이 엄마 젖을 먹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대로 생후 2년을 채워 젖을 먹는 아기는 거의 없다. 여러 사정으로 젖을 일찍 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럽에서는 오래 동안 유모를 두는 것이 성행했다. 유모를 필요한 가정과 연결해주고, 유모의 보건을 관리하는 정부 기관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유모 역시 처음에는 여러 이유로 젖을 먹이기 어려운 엄마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후에는 사회적 지위가 있는 집안에서는 직접 수유를 하지 않고 으레 유모를 두곤 했다.   유모는 18세기 들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과학의 발달로 식품 위생에 대한 지식이 쌓임에 따라 우유에서 수분을 덜고 농축한 연유가 등장하고, 안전하고 편리한 우유병들이 나오면서 모유를 대체할 분유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1940년대를 거치면서 분유는 모유의 안전한 대체품으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잡았다. 모유 대체품이 모유를 생산하는 사람을 대체한 셈이다.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유 대란의 원인 중에는 코로나19로 모유 수유를 하는 산모가 줄고 분유 수요가 늘었다는 점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젖을 먹이는 것은 아이에게나 산모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 젖이 돌고 아이가 젖을 빠는데 익숙해지려면 적잖게 고통스러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과정을 도와줄 가족이나 전문가의 방문이 제약을 받고, 감염 우려로 엄마와 아이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모유 수유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다.   자연의 섭리처럼 보이는 모유 수유도 이처럼 사회와 문화의 인식, 기술의 발전 속도와 그에 대한 사회적 수용 여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어쩌면 모유 수유, 엄마와 아이의 관계, 모성에 대한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이 지금 한참 연구되고 있다. 바로 인공 모유다.     ━   실험실에서 엄마 젖을 만들다   다른 동물의 젖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필요한 성분을 넣고 가공한 분유를 실제 모유에 더 가깝게 개선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엄마 젖을 인공적으로 만들려는 시도다. 실험실에서 인간 유방 조직 세포를 인공 배양해 모유를 생산하게 하는 기술이다.   동물 줄기세포를 배양해 근육세포로 분화시켜 단백질 조직을 얻는 배양육과 비슷한 접근법이다. 현재 대체육 시장은 콩 등 식물성 원료를 써서 실제 고기와 최대한 비슷한 맛과 식감을 내는 방식이 대세인 가운데, 고기 조직을 배양해 직접 고기를 ‘기르는’ 배양육 연구가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다.   분유는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육, 인공 모유는 배양육에 비유할 수 있다. 인공 모유를 만드는 스타트업 바이오밀크(Biomilq) 창업자인 라일라 스트릭랜드는 2013년 대체육 연구자인 마크 포스트 마스트리히대학 교수가 배양육 햄버거를 TV 생중계로 소개하는 모습을 보고 인공 모유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생물학 전공자이자 아이를 낳은 후 모유 수유에 어려움을 겪은 그의 경험이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설립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도 이 회사에 대한 350만 달러 규모의 벤처 투자에 동참했다. 이 회사는 3년 후에는 시장에 인공 모유를 내놓는다는 목표다.   싱가포르의 터틀트리 역시 배양 기술을 바탕으로 인공 우유와 인공 모유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3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R&D센터도 열었다. 발효 방식으로 모유 주요 구성 성분을 생산하는 기술을 가진 미국 스타트업 헬레이나는 역시 최근 2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퍼펙트데이, 윌크, 108랩스 등은 인공 우유 생산에 나섰다. 뉴컬쳐라는 회사는 인공 우유로 모짜렐라 치즈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   당신은 인공 모유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인공 모유가 상용화되면 건강 문제로 모유 수유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최대한 엄마 젖에 가까운 대안을 아기에게 줄 수 있다. 직장에 복귀해야 하는 엄마들, 직장에 안심하고 모유를 짜 보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여성에게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또 대체육과 마찬가지로 인공 모유 역시 탄소 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 세계 전체 탄소 배출량의 4%를 차지하는 목축업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이츠가 이 회사에 투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는 기후 위기를 막고 탄소중립에 기여할 기술을 가진 회사에 주로 투자한다.   물론 이들 스타트업도 인공 모유가 모유를 완전 대체할 수 있다고는 주장하지 않는다. 모유는 단지 모유 성분의 총합은 아니다. 모유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아기의 면역력을 높이는 것인데, 항체는 엄마 몸에서 만들어져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된다. 아기의 뇌 발달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은 엄마의 내분비계에서, 아기 몸 안에 유익한 장내미생물 활성화를 돕는 박테리아는 엄마의 장내미생물에서 나와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된다. 게다가 모유의 주요 성분은 아이 상태에 맞춰 수시로 바뀐다.   기업들은 모유의 성분과 기능에 더 가까운 인공 모유를 만들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뿐 아니라 사회적 수용 여부가 인공 모유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공 모유는 아직 많은 사람에게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는 것이 사실이지만, 모유 수유와 모성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변해 왔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엄마 라이프 모유 수유도 모유 대체품 과거 모유로 1638호(20220606)

2022-06-04

빠르게 오르는 가계대출 금리…8년여 만에 연 4% 돌파 [체크리포트]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연 4%를 넘어 8년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다. 올해 들어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여신과 수신금리 차이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5월 31일 발표한 ‘2022년 4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연 4.05%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금리가 4%대를 넘어선 것은 2014년 5월(4.02%) 이후 7년 11개월 만이고, 4.05%는 2014년 3월(4.09%) 이래 8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 금리는 한 달 사이 0.07%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하면 0.39%포인트 높아졌다.     4월 주택담보대출은 3.90%를 기록해 지난해 말 대비 0.27%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금리도 2013년 3월(3.97%)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기업대출은 3.45%로 0.31%포인트 높아졌다. 기업대출 중 대기업 대출금리는 4월에 3.17%,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3.67%를 기록했다.     잔액 기준으로 총 수신금리는 4월에 1.01%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보다 0.18%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총대출금리는 같은 기간 0.32%포인트 상승한 3.36%를 기록했다. 이에 예대마진 차는 지난해 말 2.21%포인트에서 2.32%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는 2018년 6월에 기록한 2.35%포인트 이후 3년 10개월 만의 최대폭이다.    비은행금융기관의 경우 상호저축은행의 일반대출 금리는 4월에 9.69%를 기록했다. 새마을금고는 4.53%, 신용협동조합은 4.48%, 상호금융은 4.01%를 나타냈다.     한은은 금융권의 대출금리 상승 등 원인에 대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등의 영향이라며 특히 신용대출 금리 상승 폭이 저신용자 대출자 비중 확대로 컸다고 분석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가계대출 체크리포트 기준금리 대출 수신 한국은행 1638호(20220606)

2022-06-04

중소기업 위한 ‘중소기업 전용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필요 [체크리포트]

  한국의 중소·벤처기업도 적극적으로 메타버스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지난 5월 17일 발표한 ‘비대면의 진화, 메타버스 시대의 중소기업과 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가 차세대 플랫폼으로 언급되고 있고, 기업이나 기관, 교육 등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 메타버스는 아바타로 소통하는 온라인 게임의 한 종류였지만, 현재는 단순히 게임의 종류가 아닌 차세대 인터넷 플랫폼의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현실세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상세계의 수요가 증가하고, 전 산업으로 메타버스 서비스가 확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0여 년 동안 ICT 기술이 발전하면서 메타버스 성장의 시대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7월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현 메타) 대표가 5년 내 메타버스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선언한 것이다.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이유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서(44.9%)로 가장 높았고, 그뒤를 새로운 고객층 확보와 투자유치 등이 뒤를 이었다.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메타버스 활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강조했다.   기술력이 없는 중소벤처기업이 메타버스 서비스에 접근하기는 아직은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영홈쇼핑’과 같은 ‘중소기업 전용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통해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플랫폼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중소기업 체크리포트 중소기업 전용 메타버스 서비스 메타버스 활용 1638호(20220606)

2022-06-04

“소부장은 잔뼈 굵은 기업만 한다고요? 스타트업도 합니다”

    “몇 년 만에 연매출 수백억 신화”, “고졸이 대박집 사장이 되기까지”, “유명 대기업에 수백억 투자받은 비결”, “스타트업, 나처럼 하면 성공한다”…. 창업 관련 기사를 수놓는 미디어의 헤드라인이다. 가시밭길을 밟아온 창업가의 역경 드라마를 소개하고,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는 식이다. 스타트업의 숱한 곡절을 생생하게 목격한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전 디캠프 센터장)는 창업 시장이 일률적으로만 묘사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창업가의 성공에 손뼉만 치고 끝낼 게 아니라, 그들의 혁신 비법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하자.” [이코노미스트]가 ‘김홍일의 혁신우혁신’을 연재하는 이유다. 창업 요람의 리더 역할을 하던 VC 대표가 스타트업 CEO를 만나 진중한 질문부터 가볍고 짓궂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릴 새 성장 동력을 찾을지도 모를 일이라서다. 열여덟 번째로 만난 창업가는 소‧부‧장 하드웨어 제조 스타트업으로 주목받는 어썸레이의 김세훈 대표였다.[편집자]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보기 드문 청년 창업가다. 소재·부품·장비를 모두 개발하고 생산하는 하드웨어 제조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어썸레이는 꿈의 신소재로 꼽히는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통해 다양한 파장의 엑스레이를 방출할 수 있는 부품을 개발해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이 부품을 응용한 완제품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바로 스마트 공기살균정화장치다.     어썸레이의 제품은 새 건물뿐만 아니라 기존의 건물에도 설치할 수 있고 미세먼지와 세균, 각종 바이러스를 정화한다. 덕분에 2020년 10월엔 환경부의 그린 뉴딜 유망기업 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코트라, 삼성물산, 디캠프 등 20여개 건물이 어썸레이 제품을 설치했고, 지금도 도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안양시 인덕원에 위치한 어썸레이의 본사에서 김세훈 대표를 만났다. 요즘 스타트업의 세련된 오피스 공간과 달리 투박한 내부였지만, 넓고 쾌적했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김홍일 대표) : 그간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십수개의 스타트업 본사 문을 두드렸는데, 안양은 처음 왔습니다.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김세훈 대표) : 아무래도 인재와 자본, 인프라가 몰려있는 강남과 판교를 선호하죠. 우리도 처음엔 서울 디캠프에서 사업 준비를 했었으니까요.     김홍일 대표 : 어쩌다가 안양에 둥지를 틀게 됐습니까.   김세훈 대표 : 제조기업이잖아요. 제품을 만들어야 하다 보니 공간이 필요했어요. 서울은 좁았죠.     김홍일 대표 : 스타트업이 몰리는 강남, 판교가 아니더라도 서울엔 신흥 업무지구가 많을 텐데요.     김세훈 대표 : 하드웨어 제조기업이 입주하는 건 쉽지 않아요. 전기도 마음대로 못 쓰고, 가스라인도 원하는 대로 못 놓거든요. 유리창에 구멍을 내는 것도 그렇고요. 여기선 우리가 원하는 게 다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이기도 해요. 강남권은 금세 닿아요. 제조 스타트업인데 사무실 찾기 어려운 창업가에게 이 지역을 추천하고 있어요. 이점이 많습니다.     김홍일 대표 : 기성세대 입장에선 어썸레이 같은 기업이 참 고맙고 대견합니다. 스타트업 업계도 상당히 편향적이거든요. 많은 지역에서 제조산업이 쇠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혁신적인 기업은 모두 서울로 옮겨가고 있죠. 지역소멸은 더 가속할 겁니다. 스타트업 생태계, 아니 우리나라 경제 생태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선 어썸레이 같은 기업이 계속 나와 줘야 하는데요.     김세훈 대표 : 생태계를 우려해서 여길 온 건 아니지만, 꼭 서울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제조업 같은 경우엔 의외로 서울과 떨어진 지역이 집적지 역할을 할 수 있거든요.     김홍일 대표 : 고용 문제도 그렇고요. 어썸레이만 해도 공동 창업자가 김 대표를 포함해 총 5명이나 되잖아요. 김 대표를 포함해서 대부분이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까지 따낸 엘리트로 알고 있습니다. 다들 잘 나가는 조직에 몸담고 있었을 텐데, 어떻게 설득했길래 이곳까지 오게 했나요.   김세훈 대표 : 회사를 만들기 직전에 공동 창업자의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갔어요. 팀원은 설득했는데, 그 주변에선 만류할 게 뻔했으니까요. 궁금하고 우려스러운 점이 있으면 툭 터놓고 저에게 묻길 바랐죠. 2박3일 동안 그 어떤 피칭보다 날카로운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김홍일 대표 : 2박3일의 일정이면 반대로 김세훈 대표 역시 다른 창업가로부터 진심을 들을 수 있었겠는데요.     김세훈 대표 : 왜 보장된 삶을 박차고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었는지 궁금했는데, 대부분 이렇게 답했습니다. ‘지금 삶도 충분히 괜찮지만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었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요.   김홍일 대표 : 정말 훌륭한 창업가들이 모였군요. 어썸레이가 그만큼 매력적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겠죠. 지금은 스마트 공기살균정화장치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기존의 전자회사가 다루는 분야 아닌가요. 왜 어썸레이가 혁신 제조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겁니까.     김세훈 대표 :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이랑은 작동방식이 아예 다르거든요. 복잡한 얘기인데, 간단히 설명해볼게요.       ━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탄소나노튜브 섬유 기술 보유   어썸레이가 가진 핵심 기술은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기반으로 만든 엑스레이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6개로 이루어진 육각형들이 서로 연결되어 관 모양을 이루는 원통 형태의 신소재다. 기존 엑스레이튜브는 엑스레이를 방출하려면 여러 장비가 필요해 부피가 컸는데, 어썸레이는 물리적 강도도 세고 전도성이 뛰어난 탄소나노튜브를 섬유형태로 생산하는 기술을 활용해 손가락만 한 엑스레이튜브를 만들었다.   초소형 엑스레이튜브는 활용 방안이 무궁무진한데, 김세훈 대표는 공기살균정화 분야에서 가능성을 엿봤다. “머리카락에 정전기가 있으면 책받침에 달라붙잖아요. 약한 수준의 엑스레이는 물질에 정전기를 부여할 수 있어요. 미세먼지든 세균이든 바이러스든 애들이 정전기를 띠게 되고, 책받침처럼 제품에 들러붙게 되는 겁니다. 헤파필터 없어도 충분한 정화 성능을 갖게 된 거죠.”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처음 어썸레이와 인연을 맺은 김홍일 대표는 “의료계에서 쓰이는 엑스레이를 두고 공기를 정화한다길래 뚱딴지같은 얘기인줄 알았는데, 효과가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고 회상했다. 어썸레이 제품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과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으로부터 미세먼지 99.9%, 부유세균 99.9%, 부유바이러스는 98.4%를 저감하는 성능을 인정받았다.     김홍일 대표 : 김세훈 대표는 인터넷 강의 일타강사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설명이 어려운데요.     김세훈 대표 : 기술적인 얘기라서요. 정화 성능은 확실하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김홍일 대표 : 창업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한때 인터넷 강의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었고, 이밖에도 굉장히 많은 명함을 파왔죠.     김세훈 대표 : 대학교 3학년 때 첫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벤처붐이었는데, 금세 실패하고 대학원에 들어갔어요. 서울대 재료공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선 연구원으로 지내다가 엑스레이 기업 브루커 AXS 코리아에서는 기술영업에 뛰어들었어요. 그러다 1인 기술컨설팅 기업 김랩을 창업했어요. 이때 학원가에서 강사로도 일했고요. 이후엔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인공지능 기반 교육 플랫폼 회사도 창업했습니다.     김홍일 대표 : 사연 있는 행보인데, 어썸레이와 깊은 연관이 보이진 않네요.     김세훈 대표: 대학원에서 전공으로 엑스레이를 다뤘거든요. 그간 딴짓을 하고 다녔던 건데, 이제 진짜 자신 있는 아이템으로 승부하고 싶었습니다.     김홍일 대표 : 숱한 역경을 딛고 지금 어썸레이는 유니콘을 목표로 내걸 정도로 고공비행 중입니다. 수많은 중소 제조업체도 휘청거리는 가운데 비결이 뭔가요.   김세훈 대표 : 기술컨설팅 기업을 운영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건데, 회사의 진짜 실력은 원천 기술에서 드러나더라고요. 우리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어썸레이가 난다 긴다하는 스타트업이 많은 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모두 다루고 있어서다. 탄소나노튜브섬유(소재), 차세대 디지털엑스레이(부품), 스마트 공기살균정화장치(장비)가 어썸레이의 포트폴리오에 담겨있다.     소부장은 국가 제조업의 근간이면서 관련 생태계에 포함된 수많은 중소·벤처기업이 관여하는 분야다. 기술 자립화를 통한 안정적 공급망 관리가 다른 어떤 산업보다 중요하다.   소부장의 가치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공급망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부각됐다. 정부는 소부장 산업 독립에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 체제를 마련했다.     김세훈 대표는 “정부에서 소부장 우수기업을 선정할 때 신청서를 받았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첫 장에 소재 부품 장비 중에 하나만 체크할 수 있었거든요. 어썸레이는 3개 다 해당하는데요.”   김홍일 대표 : 잔뼈 굵은 기업도 소부장을 외면하는 현실인데, 스타트업 입장에선 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김세훈 대표 : 난관이 적지 않았죠. 제조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큰돈이 들어가니까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 문을 두드렸는데, 융자가 어렵다는 거예요. 새로운 소재를 만드는 설비고 직접 설계하다 보니까 감정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죠.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까요.     김홍일 대표 : 제조업 기반이라 실적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았군요. 생각해보면 국내에서 그간 소재만으로 대기업까지 성장한 회사를 떠올리기가 어렵습니다.     김세훈 대표 : 어딜 가든 4년치 재무제표 시뮬레이션을 요구하거나 감정가가 확실한 설비를 갖고 오라는데, 별 수 있나요. 결국 회삿돈을 긁어모아 설비에 투자했죠.   김홍일 대표 : 너무 복잡한 기술 영역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죠. 가령 플랫폼 비즈니스만 해도 국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설명하기가 쉬운데요.     김세훈 대표 : 다행인 건 우리가 소부장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최근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앞으로 제조업을 다루는 스타트업은 우리보단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바이오 산업에서 신약 개발이 큰 성취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처럼, 소재 분야 개발도 그렇게 바뀔 거라고 봅니다. 저는 세상을 뒤집을 진짜 혁신이 소재에 있다고 믿고 있거든요.     ━   “차세대 그린 유니콘으로 도약할 것”   김홍일 대표 : 재무적으로 어렵게 어썸레이를 키워왔음에도 개인적으로 기부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들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세훈 대표 : 제가 어릴 때 외환위기를 겪었는데, 가세가 크게 기울었거든요. 그때부터 강제적으로 경제 독립을 꾀하게 됐죠. 창업전선에 비교적 일찍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어요.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많이 못했어요. 이런 배경 때문인지 지금 가진 게 적더라도 이걸 쪼개서 나누는 게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김홍일 대표 : 많은 기업가가 큰 부를 일궈내고 나눔 활동을 하는데요.   김세훈 대표 : 저는 아직 조그만 원룸에 살고 있지만, 그만큼 얻는 게 커요. 강연 같은 재능기부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저도 선배 창업가로부터 관련 메시지를 들어온 게 큰 도움이 됐거든요. 요샌 엑시트를 꾀한 기업이 많아지면서 저 말고도 많은 청년 창업가가 기부 모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성장한 창업 생태계의 긍정적인 선순환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홍일 대표 : 어썸레이가 더 커지면 김 대표의 기부 활동도 더 활발해지겠네요.   김세훈 대표 : 그간은 층 단위로 설치 문의를 받았는데, 요샌 건물 단위로 견적 신청이 들어오면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니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데에도 주력할 것 같고요. 해외 시장도 본격적으로 노크하려고 합니다. 향후 차세대 그린 유니콘으로 거듭날 어썸레이에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기자가 본 김세훈 대표   엘리트 박사 출신의 스타트업 CEO는 제조업의 리스크를 잘 알고 있었다. 기술 컨설팅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그 위험을 생생히 봤기 때문이다. “한 중소 제조기업을 컨설팅하는데 담당자가 계속 바뀌더라고요. 설비도 인력도 구하기 힘든 가운데 처우가 좋지 않다보니 경쟁기업에서 월 10만원만 더 주면 이직을 하니까요.”   특히 청년세대가 제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국가 경제 버팀목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한편에선 낡고 전망이 어두운 3D 산업이란 편견이 자리 잡았다. 특히 부품이나 소재를 만드는 회사는 대기업의 하청업체쯤으로 인식되면서 인력, 자금, 판로 면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미디어가 소재·부품·장비 자립,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등을 강조해도 마찬가지다. 그 성과가 겉으로 쉽게 드러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어 하는 회사엔 IT 플랫폼 기업이 늘 수위를 다툰다. 스타트업 업계도 플랫폼을 발판 삼아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다수다.     김세훈 대표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도 어썸레이를 창업한 건 기술의 강력한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자원을 소재로, 소재를 부품으로 가공하는 기초 공정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부가가치가 크다는 경험적 인사이트를 적용한 결단이었다. 다른 기업의 기술을 모방하지 않고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현장은 한국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처음 만든 제품을 신뢰하지 않아요. 어썸레이도 그랬어요. ‘아이디어가 좋네요, 재밌겠네요’하면서도 도입 결정을 망설이더라고요. 다행히 어썸레이가 유력매체에 기사화되고, 코트라에 시범 설치를 진행하면서 이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사세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운이 좋았죠. 어썸레이가 유니콘으로 등극하면, 후배 제조 스타트업도 더 편하게 경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묵묵히 뒤에서 혁신하겠다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벗어나 설비를 깔고, 기부를 즐기면서 정장을 입지 않은 CEO는 고정관념이 없어 보였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스페셜리포트 소부장 어썸레이 디캠프 김홍일대표 스타트업 그린테크 ESG 엑스레이 1638호(20220606)

2022-06-04

거리두기 해제에 유통업계 ‘활짝’…4월 매출 10.6% ↑ [체크리포트]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야외 활동이 늘면서 지난달 오프라인 유통업계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상품군 매출도 증가해 모두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체의 온·오프라인 전체 매출은 1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6% 늘었다. 오프라인 매출은 7조100억원으로 10.2%, 온라인 매출은 6조5900억원으로 11% 증가했다.     오프라인은 코로나19 영향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축소되면서 가전·문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에서 매출이 상승했다. 온라인은 비대면 소비 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부활동 증가로 화장품·식품·공연 서비스 등의 매출이 증가했단 분석이다.   상품군별로 살펴보면 오프라인에서는 아동·스포츠(29.6%)와 패션·잡화(16.6%) 분야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대부분 품목군에서 매출이 증가했다. 업태별로 살펴보면 백화점(19.1%), 편의점(10.9%), 대형마트(2.0%)의 매출은 증가했고, 준대규모점포(SSM)의 매출은 1.8% 감소했다.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증가했고 가전·전자, 스포츠 부문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에서 매출이 상승했다. 또 야외활동 증가에 따라 식품(18.1%), 화장품(18.6%), 서비스·기타(24.0%) 등의 판매가 큰 폭으로 늘었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유통업계 체크리포트 유통업계 매출 오프라인 매출 온라인 매출 1638호(20220606)

2022-06-03

“변협 징계 대상 변호사, 모든 수단 동원해 보호할 것”

      마지막 싸움일 것 같던 헌법소원도 끝이 아니었다. 변협은 징계 근거인 일부 조항은 합헌 판단을 받았다면서 5월 30일 로톡 가입 변호사 28명에 대해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변협·법무부 징계위원회 결정에 불복한 변호사는 이의신청을 거쳐 행정소송으로 갈 수 있지만, 적어도 1년 이상 걸린다.   하지만 로톡도 물러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와 2012년 회사를 함께 창업했던 정재성 부대표는 5월 31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제 합법적인 수단을 모두 동원해 회원 변호사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도 공세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사업이 멈추다시피 한 만큼 발걸음이 더 바쁘다. 지난해 23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받고, 사무실도 서울 강남역 인근으로 옮겼다. 정 부대표는 “개발자 구인난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무실 규모도 기존 413㎡(125평)에서 893㎡(270평)로 두 배 이상 키웠다. 이날 만난 정 부대표는 이사 채비로 바빴다.   어떤 보호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나? 징계가 부당하단 점을 증명하고 알리는 게 저희 역할이다. 위원회에서 징계를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이 밖에 회원 변호사에게 필요한 도움이 뭔지 확인하고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변협 징계는 힘이 세다.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는 제명까지도 가능하다. 이밖에 3년 이하 정직, 3000만원 이하 과태료, 견책 징계를 할 수 있다. 헌재 결정에도 일선 변호사는 징계권을 쥔 변협 입장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정부부처·국회에도 제도 개선 설득할 것”   그러나 회사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걱정과 달랐다. 정 부대표는 “(변협이 광고 규정을 바꾸고 로톡 회원 변호사를 징계하겠다고 밝혔던) 지난해 5월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가입 변호사 수는 헌재 결정이 난 26일 이후 2000명대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결정 이후 달라진 분위기가 있나? 경찰과 검찰,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에 이어 헌재까지 로톡이 합법 서비스라는 결론을 내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헌재 결정에 대한 변협 측 주장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단 말씀을 많이 하신다. 로톡에 돌아오는 변호사도 늘고 있다. 저희 생각이 틀리지 않았단 걸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증가세가 이어질까? 변협에선 징계절차를 강행하고 있다. 저희는 이번 헌재 결정이 ‘광고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판단했다. 외부 전문가와 회원 변호사에게 물었을 때도 ‘변협의 광고 규정이 위헌이고, 로톡 광고엔 문제가 없다’라는 판단을 받았다. 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광고 서비스는 계속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스타트업에 가장 부족한 건 시간이다.   걱정되는 것도 맞다. 해외에선 법률시장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선 사업 존폐를 둘러싼 갈등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고 있어 안타깝다. 다만 지금으로선 문제를 해결하고 봉합하는 데 힘쓰고, 정부 부처와 국회 등에 제도 개선 필요성을 알리는 일도 함께하려고 한다.     그간 사업적으로 힘들었다. 사무실 확장 이전은 의외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임직원은 물론, 투자사에서도 ‘로앤컴퍼니가 가는 방향이 옳다’고 믿고 지지해주고 있다. 당장 맞닥뜨린 문제에 좌절하기보단 하나씩 해결하면서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또 어느 정도 인지도도 확보하고 있고, 서비스 규모도 커지고 있어 확장할 때라고 봤다.   돈은 냉정하다. 가치에 공감했다고 해서 투자를 결정하진 않는다. 법률 서비스 시장은 디지털 전환이 더디다. 그래서 시장 잠재력을 크게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어려운 시장이지만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성장해온 회사란 점을 좋게 본 것 같다. 사실 지난해 5월 광고 규정 개정 전까진 매출액과 회원 변호사 수가 한 번도 꺾이지 않고 성장해왔다.        ━   “공공 가치 만든다는 확신…숫자가 증명해”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나? 2020년엔 기업 법무 플랫폼 서비스인 로톡비즈를, 지난 1월엔 판결문 검색 서비스인 빅케이스를 선보였다. 이 밖에 변호사가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사건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IT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판결문 검색은 포털 검색 서비스와 다른가? 그간 변호사가 4~5개 유사 판결문을 찾아서 분석하는 수준이었다. 판결문 검색 서비스는 수백, 수천만 건의 판결문을 데이터화해서 유사 사건과 법령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준다. 또 수십장 판결문에서 요점을 뽑아내 분석할 수 있도록 해준다. 빅케이스는 국내 서비스 중 가장 많은 판례를 갖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로스쿨은 리걸테크 영역을 크게 9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로톡처럼 변호사를 쉽게 찾도록 돕는 법률 플랫폼을 비롯, 법률문서 작성과 법률업무 관리 솔루션 등이 있다. 이중 법률정보 검색·분석 서비스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함께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해외 시장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 6월 리걸줌(LegalZoom)이란 업체가 미국 나스닥에 굉장히 높은 가치(상장 첫날 시총 약 70억 달러)로 상장해 주목받았다. 법률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서비스와 법률정보 검색 서비스로 시작했다. 일본에선 로톡과 유사한 플랫폼으로 벤고시닷컴이 있는데, 전체 변호사의 절반 이상이 쓴다.   규제가 강한 국내 법률시장에서 버틴 원동력이 뭔가. 7월 30일이면 창업한 지 10년이 된다. 창업을 해보신 분이라면, 10년의 무게를 잘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만류하는 사람이 왜 없었겠는가. 정말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저희가 세상에 필요한 가치를 만드는 일을 한다는 확신으로 견뎌왔다. 이런 확신은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변호사 보호 회원 변호사들 가입 변호사 변호사 자격 1638호(20220606)

2022-06-03

로톡 ‘4승 1무’ 판정승에도…끝나지 않는 전쟁

      “기득권에 맞서 혁신기업의 손을 들어준 역사적인 결정.”   지난달 26일 경제단체가 헌법재판소 결정에 논평하는 진풍경이 나왔다. 헌재가 로톡 등 온라인 법률 플랫폼에 변호사가 가입해 광고하는 것을 막은 대한변호사협회의 광고 규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린 직후였다.   로톡은 의뢰인과 변호사를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다. 고액 수수료와 정보 부족 등 기존 법률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낮춰 호응을 얻었다. 변호사로서도 영업 부담을 덜 수 있어 환영받았다.     그러나 변협은 로톡이 수수료를 받고 의뢰인을 특정 변호사에게 소개·알선하고 있다며 불법이라고 주장해왔다. 의뢰인과 변호사가 만날 수 있는 공간 이상의 역할을 하며 수익을 내고 있단 것이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중개 영업을 못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 직역단체와 갈등을 겪는 스타트업은 로톡 말고도 많다. 단적으로 타다는 택시업계와 갈등 끝에 지난 2020년, 승합차 호출서비스인 ‘타다 베이직’ 영업을 종료해야 했다. 이 밖에도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와, 세무 플랫폼 삼쩜삼은 한국세무사회와 다투고 있다. 스타트업계에선 “성장하려면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할 만큼 숙명으로 여기기도 한다.       ━   청구 1년 만에 나온 헌법소원 선고   그런데도 유독 이번 헌재 결정을 ‘역사적’이라고 추켜세우는 덴 이유가 있다. 그만큼 싸움이 처절했단 뜻이다. 로톡은 지난 1년 동안에만 경찰과 검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련법 위반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법무부에서도 마찬가지로 합법 서비스라고 인정했다.     변협은 내부 규정을 바꿔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는 방법으로 수위를 높였다. 변협은 내부 징계위원회를 거쳐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는 제명 조치까지 내릴 수 있다. 결국 규정 개정 직전 3966명이었던 가입 변호사 수는 연말까지 1706명으로 줄었다. 로톡의 헌법소원 청구는 이런 한계상황에서 꺼내 든 궁여지책이었다.     로톡이 헌법소원을 낸 지 꼭 1년 만인 5월 26일 헌재가 결론을 내면서 변협과의 갈등 국면은 물론, 로톡의 사업도 전기를 맞게 됐다. 지난해 5월 변협의 광고 규정 개정으로 시작된 로톡과 변협의 ‘1년 전쟁’을 되짚었다.   변협의 공세는 지난해 초부터 예고됐다. 그해 2월 이종엽 협회장을 필두로 한 새 집행부는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법률 플랫폼과 법률 AI는 기술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변호사의 업무영역을 잠식하고 있다”며 ‘플랫폼 등에 의한 직역침해 문제 해결’을 가장 시급한 실천과제로 내세웠다.     지난해 5월 초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전면 개정하면서 변협은 행동에 나섰다. 이름도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으로 고쳤다. 변호사 이외의 자가 상호를 노출하는 등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거나 변호사를 광고·홍보·소개하는 일을 금지했다. 또 변호사나 소비자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는 것도 금했다. 로톡 등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해 8월부터는 규정에 따라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로톡 회원 변호사를 조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 위한 전 단계였다.   이에 로앤컴퍼니와 로톡 광고주 변호사 60명은 변협의 광고 규정이 변호사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등에도 어긋난다는 이유로 제기한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변호사법이 위임한 바에 따라 변협이 자체적으로 징계하는 것인 만큼, 헌번소원 외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같은 시기 고발전도 이어갔다. 변협은 지난해 8월 광고료를 받고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명칭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로톡을 표시광고법·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2개월 만에 혐의없음 판정을 내렸다.     다른 변호사 단체도 거들었다. 2020년 11월 젊은 변호사들이 주축이 된 ‘직역수호변호사단’은 로톡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로톡이 광고비를 낸 변호사만을 모바일 앱 상단에 노출해 중개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광고 사실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고발사건을 수사한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2월 무혐의 의견으로 수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로톡이 (정액 광고비 외) 사건 수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 의뢰인에게 특정한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봤다.   이 단체는 지난 2월 이의신청을 해 검찰로 송치됐지만,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에서도 같은 이유로 3개월 만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사법당국에서만 세 차례 무혐의 판단을 내렸지만, 변협 측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때문에 업계에선 광고 규정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헌법소원 결과만이 갈등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기약이 없다는 것이었다. 올 초만 해도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몇 달째 자료제출만 하고 있다”며 답답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던 중 선고기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일정이 나왔다.   지난달 26일 헌재는 청구인 측이 문제 삼은 변협 광고 규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단순히 변호사와 소비자가 연결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변호사법을 위반하는 광고 행위인)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행위로 평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로톡과 같은 플랫폼 기반 광고 서비스에 대해 허용된다는 취지를 밝혔다.     규정에서 가장 문제가 된 건 제5조 제2항이었다. 해당 조항은 변호사가 플랫폼 등 변호사가 아닌 자에게(제2항 제2호) 경제적 대가를 주고(제2항 제1호) 광고·홍보·소개를 의뢰하거나 참여, 협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변협 측은 해당 조항을 근거로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헌재 측은 제2항 제1호 내용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변호사의 표현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재판관 다수는 “변호사법에서도 비용을 지급하고 광고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며 “이런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변협 “징계 근거 조항은 합헌 판단”   다만 재판부는 제2항 제2호에 대해선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내용이 청구인 측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를 바탕으로 변협 측은 “헌재가 전체적으로 로톡 참여 변호사에 대한 징계에 대해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했다”며 “특히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청구의 핵심 근거 규정에 대해 합헌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변협은 헌재가 광고 규정에 합헌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서 “공정한 수임질서를 위한 징계 절차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변협은 지난달 30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로톡 가입 변호사 28명에 대해 징계 개시 청구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후속 절차로 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에서 6개월 이내에 징계 수위를 정하게 된다.   청구인 측 대변인인 이재희 변호사는 “변협 논리는 헌재가 모욕죄 규정에 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니 전 국민을 모욕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모욕죄 자체가 합헌이라도 모욕 행위가 없으면 처벌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단 이야기다. 이 변호사는 “(실제 징계가 이뤄지면) 행정소송까지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시간이다. 징계 당사자가 이의신청해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로 넘어가고, 또다시 행정소송까지 가려면 1년 넘게 걸린다. 변협 징계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기 전까지 일선 변호사로선 로톡 활동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로앤컴퍼니가 지난해 시리즈C 라운드에서 230억원을 투자받았지만, 이 돈을 버티는 데 소진하면 다음 스텝은 불투명해진다.   헌재 결정이 나온 날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의 표정이 어두웠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김 대표는 결정을 받아든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마냥 기뻐할 순 없다”며 “지난 1년간 회복될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갈등을 끝내진 못했지만, 지난 1년도 의미는 있었다. 변협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로톡의 대항마 격인 ‘나의 변호사’를 지난 3월 내놓은 것이 성과 중 하나다. 변협 측은 공공 플랫폼이 사용자 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변호사의 독립성을 지킬 절충안이라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플랫폼이 더 나은지 품질 경쟁을 벌일 바탕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변협회관에서 연 ‘변호사 광고규정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 대국민 설명회에 참석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판정승 전쟁 가입 변호사 변호사 자격 특정 변호사 1638호(20220606)

2022-06-03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