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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장 임박’ 네이버웹툰, 해외 생태계 안착…‘국경 넘은 작품’ 60% 증가 [수(數)크릿]

‘멀티웨이 크로스 보더’ 콘텐츠 수 2년 새 60% 증가…10년간 노력 ‘결실’
웹툰계 넷플릭스 역할…현지 작가 육성 생태계 구축 공들인 전략서 성과

수는 현상을 나타내는 가장 적합한 단어입니다. 유행·변화·상태·특성 등 다소 모호한 개념에도 숫자가 붙으면 명확해지곤 하죠. 의사결정권자들이 수치를 자주 들여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 역시 성과·전략 따위를 수의 단위로 얘기합니다. 수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고도화된 정보통신기술(ICT)을 만나 높은 정밀성은 물론 다양성도 갖춰가고 있습니다. 최근 나온 다양한 수치 중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꼽아 연재합니다. 수(數)에 감춰진 비밀(Secret), 매주 수요일 오전 뵙겠습니다. [편집자 주]
인도네시아 스토리·그림 작가가 한국 웹소설 ‘연애보다 결혼’을 원작으로 제작한 웹툰 ‘아워 시크릿 매리지’ 표지. 이 작품은 론칭과 동시에 요일 1위를 할 정도로 현지에서 흥행하고 있다. [제공 네이버웹툰]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2021년 대비 2023년 네이버웹툰의 ‘멀티웨이 크로스 보더’(Multi-way cross border) 콘텐츠 수 증가율 약 60%.

생소한 단어지만 알고 보면 쉽습니다. 크로스 보더는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걸 말하는데요.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를 통해 미국 시청자를 만난 게 대표적 크로스 보더의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서 무형의 지식재산권(IP)이 국가 간 장벽을 넘는 게 더욱 쉬워지고 있죠.

웹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서 발굴된 웹툰이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일본 독자를 만나는 일도 ‘오징어 게임’의 사례와 정확히 같은 구조죠. 웹툰 시장에선 넷플릭스와 같은 역할을 네이버웹툰이 하는 셈입니다.

크로스 보더는 한국에서 태동한 웹툰 시장이 급격하게 커질 수 있던 핵심 전략이기도 합니다. ‘멀티웨이 크로스 보더’는 이 전략이 조금 더 확장된 개념인데요. 해외에 진출한 네이버웹툰을 통해 현지에서 발굴·제작된 작품이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수출되는 걸 말합니다. 영어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되고, 태국어 작품이 인도네시아어로 번역되는 식인 거죠.

이런 콘텐츠 수가 2년 새 60%나 껑충 뛰었다는 건 그만큼 네이버웹툰의 해외 사업이 안정화됐다는 걸 의미합니다. 네이버웹툰의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둔 터라 이번 성과에 시장 이목이 더욱 쏠리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생태계 먼저”…고군분투 10년 ‘결실’

네이버웹툰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오랜 시간 해외 시장에 공들인 결과입니다. 네이버웹툰은 2005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꾸준히 그 외연을 확장해 왔는데요. 출판물을 통해 가로로 읽던 만화 콘텐츠를 ‘온라인 유통에 적합한 세로형’으로 바꾼 웹툰은 한국에서 탄생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이 시장 자체를 만든 기업이란 평가를 받고 있죠.

네이버웹툰은 한국이 ‘웹툰 종주국’이란 명성을 얻는 데에도 많은 공을 세운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했고, 한국에서 탄생한 웹툰을 통해 다양한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죠.

네이버웹툰은 현재 영어·중국어(간체·번체)·일본어·태국어·인도네시아어·스페인어·프랑스어·독일어 등 다양한 언어로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억8000만명 수준으로 성장했고요. 이 중 80% 이상이 해외 이용자일 정도로 각 시장에 완전히 뿌리내린 모습입니다. ‘멀티웨이 크로스 보더’ 콘텐츠 수 증가율 약 60%에는 네이버웹툰이 해외 시장에서 고군분투한 10년의 노력이 묻어있는 성과인 거죠.

네이버웹툰의 이번 성과는 60%란 수치만큼이나 놀라운 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멀티웨이’란 단어는 증가율 수치보다 어떤 의미에서 콘텐츠 업계의 시선을 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웹툰이 한국에서 발굴한 콘텐츠를 외국에 수출하는 식으로 단순하게 사업을 꾸리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웹툰은 웹툰 콘텐츠를 해외에 판매하는 일만큼이나 ‘현지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였는데요. 2006년 업계 최초로 도입한 ‘도전만화’ 시스템을 해외에 접목, 각 국가에서 자체적인 생태계를 꾸리는 식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습니다. 여기선 각 시장에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자기 작품을 선보이고 독자의 피드백을 즉각 받아볼 수 있죠. 네이버웹툰은 현재 서양·동남아 시장에선 ‘캔버스’(CANVAS)를, 일본에선 ‘인디즈’(indies)를 운영하며 아마추어 작가의 등단을 지원하는 구조입니다. 2022년 기준 네이버웹툰 창작 플랫폼(스토리테크)에서 활동 중인 프로·아마추어 작가 수는 약 9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이제는 각 시장에 맞춤형 콘텐츠가 발굴되고 있습니다.
네이버웹툰의 서양권 아마추어 작가 연재 플랫폼 ‘캔버스’ 홈페이지. [사진 캔버스 캡처]

실적도 우상향…한국 ‘성공 방정식’ 해외 적용

네이버웹툰이 이런 콘텐츠 발굴 생태계를 조성한 건 각 시장에 플랫폼이 안착하기도 전에 이뤄졌습니다. 수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많은 초기 비용을 투입해야 했다는 의미죠. 회사는 그런데도 한국 시장에 구축한 생태계의 저력을 경험한 터라 비용을 감수하고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이는 결단을 내립니다.

‘멀티웨이 크로스 보더’ 콘텐츠 수 증가한다는 건 각 국가의 생태계가 자리 잡는 걸 넘어 ‘교류’하는 단계에 들어설 정도로 성숙했다는 점도 나타냅니다. 이에 따라 회사의 실적도 뚜렷한 우상향 기조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네이버웹툰의 2023년 연간 매출은 1조503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네이버웹툰 사업의 매출이 1조5000억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죠. 네이버웹툰은 구체적으로 2023년 ▲1분기 매출 3531억원 ▲2분기 매출 3696억원 ▲3분기 매출 3798억원 ▲4분기 매출 400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웹툰 산업의 대표적 성장 지표인 거래액 역시 호조를 보였는데요. 네이버웹툰의 2023년 연간 거래액은 1조785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역시 전년 대비 약 9% 증가한 역대 최대치입니다. 2023년 분기별 거래액은 ▲1분기 4204억원 ▲2분기 4417억원 ▲3분기 4796억원 ▲4분기 444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글로벌 플랫폼이 서로 연결되고 콘텐츠를 주고받아야 웹툰 시장이 진정한 의미에서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과거에는 한국에서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보내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10년간 글로벌 창작 생태계 구축을 위해 투자한 결과, 이제는 세계 곳곳에서 웹툰 작가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되레 한국으로 해외 웹툰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버웹툰이 지난해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어메이징 페스티벌’에 참가해 웹툰 콘텐츠를 알렸다. 사진은 네이버웹툰 부스를 찾은 관람객이 웹툰 속 캐릭터로 변신할 수 있는 ‘툰필터’ 기술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 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은 멀티웨이 크로스 보더 콘텐츠를 늘리기 위해 최근 새로운 시도도 진행했습니다. 네이버웹툰 인도네시아어 서비스 ‘라인웹툰’에 네이버시리즈 웹소설 ‘연애보다 결혼’을 선보인 건데요. 인도네시아 스토리·그림 작가가 한국 웹소설을 웹툰으로 각색한 거죠. 그렇게 탄생한 웹툰 ‘아워 시크릿 매리지’는 론칭과 동시에 요일 1위를 할 정도로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한국어 웹소설을 해외 작가가 웹툰으로 각색한 것은 처음”이라며 “인도네시아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동남아 권인 태국어·중국어(번체) 연재도 확정됐다. 한국어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한국어 연재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네이버웹툰이 그간 구축한 생태계는 최근 다양한 지표를 통해 결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서서히 기업공개(IPO) 채비에도 나선 모습인데요. 네이버웹툰의 모회사인 네이버는 앞서 2023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에서 상장 계획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네이버웹툰의 미국 증시 상장 목표 시점을 2024년 내로 제시했죠. 업계에선 오는 6월이면 상장이 이뤄지리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고 있는 네이버웹툰은 미국 증시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을까요? 네이버웹툰이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10년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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