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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자금 지원 성공사례3]“필요한 만큼만 지원받아 기술개발에 투입”

[정책자금 지원 성공사례3]“필요한 만큼만 지원받아 기술개발에 투입”

정통부 지원자금 덕에 탄탄한 보안업체로 자란 하우리의 권석철 사장.
지난 1999년 악명높던 CIH 바이러스를 퇴치한 이후 고속 성장을 구가해 온 하우리. 지금은 안철수연구소와 함께 국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업계를 양분하고 있다. 그러나 98년 3월을 생각하면 권석철 하우리 사장은 눈앞이 캄캄해진다. 당시 권사장은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로 3명의 동료들과 의기투합, 5천만원을 들고 하우리를 설립했다. 최고의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꿈으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백신 개발을 위한 자금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IMF 위기 때여서 암울하기도 했지만, 신생 벤처기업 하우리는 투자자를 끌어들일 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아무것도 없었다. 막 설립한 처지라 제품도 없었고, 권사장을 포함한 백신 전문 인력 4명은 아무리 실력이 빼어났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 전문대나 지방대 출신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울한 심정으로 신문을 뒤적이던 권사장은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를 발견했다. 정보통신부가 벤처기업들에게 정보화촉진기금을 빌려준다는 내용이었다. 권사장은 당장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기술진흥원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고 자금지원신청서를 썼다. 하우리는 설립 두 달 만인 98년 5월 정통부 정보화촉진기금 지원업체로 선정됐다. 그러나 곧 그 돈이 ‘그림의 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담보를 제시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었던 것이다. 5평도 안 되는 양재동 반지하 사무실에 세든 처지에 담보가 있을 리 없었다. 권사장은 낙담했다. “하늘이 하우리를 버리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뜻밖에 구원의 손길이 나타났다. 하우리의 백신개발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기술 보증을 서준 것이다. 덕분에 하우리는 5년간 5%대 이자로 분할 상환할 수 있는 좋은 조건으로 담보 없이 6천7백만원의 자금을 신용대출받았다. 그 돈으로 개발한 것이 바로 하우리의 첫번째 백신 프로그램 ‘바이로봇’이다. 하우리는 같은 해 정통부 우수신기술지정사업 때도 자금지원을 신청했다. 9천만원의 출연 자금을 받아 데이터 복구 프로그램인 ‘데이터 메딕’을 개발했다. 이듬해 99년 1월에는 정통부 선도기반기술개발사업에도 선정돼 2년간 3억원을 융자받았다. 백신 엔진 안에 사용하는 모듈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썼다. 하우리는 이처럼 정통부 자금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백신전문업체의 모습을 갖춰나갔다. 98년 설립 첫해 매출은 1억1천8백만원으로 시작, 이듬해인 99년에는 매출 20억2백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해가 바로 하우리의 이름을 널리 알린 그 유명한 CIH 바이러스 사건이 있던 해다. 같은 해 8월 처음으로 외부투자를 유치할 때까지 정부자금은 하우리에 유일한 자금원이었다. 이후 하우리의 2000년 매출은 39억6천2백만원, 2001년 매출은 61억7천4백만원으로 해마다 늘었다. 2002년에는 60억4백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에는 코스닥시장에 등록도 했다. 하우리는 2000년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다. 현재 미국·일본·중국·싱가포르 등에 해외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이제 하우리의 목표는 백신 전문기업으로서 5년 내 세계 3위에 오르는 것이다. 정책자금 때문에 큰 권사장인지라 “한창 돈 구하기 힘들던 시절에 지원받은 정부자금들은 정말 요긴했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정책자금을 신청할 기업에게 꼭 한 가지를 조언해 준다. “꼭 필요한 만큼만 신청하라”는 것이다. 장기간 낮은 이자로 얻을 수 있는 돈이라고 욕심대로 신청하면 상환기간이 돌아왔을 때 자칫 회사 능력으로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권사장은 또한 금융기관에서 지원자금을 받기 위한 서류를 제출할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무조건 가까운 금융기관으로 가지 말고 기업체가 비교적 적은 지역에서 신청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그는 “테헤란 밸리처럼 벤처들이 많은 지역의 금융기관 지점은 신청하는 다른 벤처들도 많기 때문에 업무 처리가 늦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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