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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2025’ 터널을 지나 ‘재도약의 2026’으로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고물가’ ‘고환율’ ‘내수 부진’. 2025년 한국 경제를 짓눌렀던 그림자들입니다. 비상계엄·탄핵 정국이 끝나며 신정부가 출범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온기를 체감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렇다면 2026년 새해에는 달라질까요? 기업들은 기대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생활밀접업종(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과 제조업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8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정책과제 조사’에서 원자재비와 재료비 상승, 내수 침체 등에 따라 2026년 경영 환경이 올해와 비슷하거나(51.3%) 악화될 것(38.0%)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긍정적인 전망은 고작 10.8%였습니다. 대기업·중견기업들도 다르지 않았는데요,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기업 경영 환경 인식 조사’를 보면 응답 기업(150곳) 중 52.0%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고, ‘매우 어렵다’는 답변도 18.0%나 됐습니다. 기업들이 꼽은 경영 리스크 요인은 대내적으로 내수 부진 및 회복 지연(32.2%), 인플레이션 심화(21.6%), 금리 인하 지연 또는 인상(13.1%) 등이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26.7%), 보호무역 및 수출 장벽 확대(24.9%), 세계경제 둔화 및 회복 지연(19.8%), 에너지·원자재 등 수입 물가 불안(15.3%) 순이었습니다. 기업들은 부정적 전망에 몸을 잔뜩 움츠렸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2026년 국내 주요 500대 기업 투자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9.1%는 2026년 투자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43.6%), 투자계획이 없는(15.5%) 상태였습니다.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40.9%) 중 53.4%는 투자 규모를 2025년과 비슷하게 유지할 예정이고, 33.3%는 줄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기업의 투자 엔진이 식어 있는 한 한국 경제가 다시 활력을 되찾기는 쉽지 않습니다.기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가 발간한 ‘2026 경제大대망’에서 “새해에는 어둡고 긴 터널의 끝이 보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상저하고의 완만한 경기 회복 추세를 보일 것”이라며 “경제 지표가 평균적인 수준으로 회귀하려는 본능적인 힘을 가지기 때문에 경제 성장률이 2025년 1% 내외에서 2026년에는 잠재 성장률 수준인 1%대 후반에서 2%대 초반 사이에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마디로 2025년 워낙 나빴기 때문에 더 나빠질 것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반등의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가능하기 위해서는 재정과 통화 정책이 손발을 맞춰 내수 경기의 활력을 가속해 고용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역시 지금으로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기조로 내세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구현하느냐가 향후 성장 경로를 좌우할 겁니다. 기업의 투자 결정을 제약해 온 각종 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세제 지원을 통해 위험 부담을 감수할 유인을 부여하는 것이 정책 운용의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한국 경제가 혼돈의 2025년이라는 긴 터널을 통과한 만큼, 2026년 병오년에 다시 날아오르길 기원합니다.

2025.12.28 06:00

3분 소요
관광·마이스 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세계 최대 인구대국 ‘인도’ [E-MICE]

전문가 칼럼

세계 최대인 14억6000만 인구 대국이자 세계 5대 경제 대국 ‘인도’가 관광·마이스(MICE)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의 2배가 넘는 6~7%대 고성장을 등에 업고 해외여행은 물론 기업회의, 포상관광 등의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다. 글로벌 여행 전문 리서치회사 스키프트는 최근 “인도가 전 세계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시장의 수익성을 높이며 내수 침체로 수요와 소비가 준 중국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며 세계 제1의 ‘빅 마켓’ 중국에 버금가는 아웃바운드 수요를 갖춘 ‘이머징 마켓’으로 인도를 지목했다.인도정부관광부에 따르면 인도 국적 해외 출국자는 지난해 사상 처음 3000만명을 돌파했다. 2015년 사상 첫 2000만명 돌파 이후 정확히 10년 만이다. 지난 2023년 전년 대비 30% 급증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최대였던 2019년 기록을 4%가량 웃돈 해외 출국자는 지난해에도 11% 늘어 3089만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해외 출국자 사상 첫 3000만 돌파인도 아웃바운드 관광·마이스 수요의 가파른 증가세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고성장으로 가처분 소득이 늘어 소비 여력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은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인도 내 가처분 소득과 중산층이 늘면서 고환율과 고유가, 고물가의 악조건에서도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도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최근 3년간 평균 8%가 넘는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세계 경제 성장률 3%(세계은행 기준)보다 2.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지난 2022년 사상 최고인 9.7%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한 인도는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7.3%, 8.2%의 고성장을 이어갔다.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은 보고서에서 “비즈니스 출장과 여가의 병행, 가족 동반 수요가 늘면서 인도 국민의 단기 여행 씀씀이가 늘고 있다”면서 “오는 2034년 인도 아웃바운드 관광·마이스 시장 규모가 550억달러(8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인도가 아웃바운드 관광·마이스 시장의 이머징 마켓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앞으로 수요가 더 늘어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 인도 전체 인구 중위 연령은 28세로 중국(40세)과 미국(39세) 중 가장 낮고, 이전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2명대 출산율을 유지 중이다. 전체 인구 중 35세 미만 비중은 65%에 달한다. 미국 컨설팅 전문회사 맥킨지앤컴퍼니는 “주요 국가의 중위 연령보다 10년 이상 낮은 이들의 소득 수준이 정점에 이르는 오는 2040년 인도 아웃바운드 관광·마이스 수요는 연간 9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소비 여력을 갖춘 중산층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인도상공회의소연합(FICCI)에 따르면 현재 인도 중산층은 전체 인구의 25% 수준인 3억5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인구 7배와 맞먹는 숫자의 인도 국민이 큰 부담 없이 해외여행에 나설 정도의 경제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현재 전체 인구의 6% 수준인 8000만명에 불과한 여권 소지자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韓 기업·단체 마이스 수요부터 공략해야유엔 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인도 관광객은 항공료와 숙박비 등 포함 해외여행 시 평균 1200달러 내외를 쓰는 일본과 중국 관광객 대비 적게는 2~3배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니야 잔프레 스키프트 수석연구원은 지난 10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스키프트 글로벌 포럼’에서 “인도는 30분마다 백만장자가 탄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산가들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며 “전체 인구의 중산층 비율이 오는 2031년 38%까지 늘면서 해외여행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빠르게 느는 인도 아웃바운드 관광·마이스 수요는 비행시간 2~3시간 이내인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국가가 빨아들이고 있다. 비행시간만 11~14시간이 걸리는 미국과 영국 외에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태국이 연간 150만~170만명의 인도 관광객을 유치하며 수혜를 보는 상황이다. 최근엔 홍콩이 인도 국민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며 유치 경쟁에 가세했다.FICCI는 ‘인도 관광·여행시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 20대 사이에서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여행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동거리와 시간이 길지 않고 종교나 음식 등 문화적으로도 친숙해 젊은 세대의 첫 자유 여행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한국은 빠르게 늘어나는 인도 아웃바운드 관광·마이스 수요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0만명에 육박하던 방한 인도 방문객은 지난해 약 18만명에 그쳤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 중 인도 관광객 비중도 간신히 1%를 웃돈다. 작년 기준 인도 전체 해외 출국자 중 차지하는 비중은 단 0.2%로 일본, 중국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인도 내 아웃바운드 관광·마이스 수요를 선점하려면 ‘항공 접근성’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무비자 입국 허용보다 직항 항공편을 늘려 일정·가격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 출입국관리사무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에 나선 인도 국민의 98%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베트남은 최근 직항 항공편 운항을 월 200편으로 늘리면서 작년 인도 관광객이 30배 넘게 급증했다. 현지 물가가 비싼 두바이와 싱가포르는 항공편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인도 아웃바운드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동시간이 긴 장거리 지역인 한국은 전략적으로 비즈니스 출장 등 마이스 수요 공략에 나서는 게 효과적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의 조언이다. 전체 인도 아웃바운드 수요 중 비중이 적지 않은 데다 향후 개인 또는 가족을 동반한 휴양·레저 목적 여행으로 재방문 수요도 기대해 볼 수 있어서다. 안쿠시 니자완 FICCI 아웃바운드 관광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비즈니스 목적 해외 출국자 461만명 가운데 아웃바운드 마이스 관광객은 절반에 가까운 200만여 명에 달했다”며 “꾸준한 경제 성장에 힘입어 기업·단체의 기업회의, 포상관광 수요가 늘면서 인도 내 아웃바운드 마이스 시장 규모는 오는 2031년 130억달러(약 19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2025.12.27 08:00

5분 소요
인천관광공사, 대한민국국제합창대회 인천 개최 업무협약 체결

여행

인천관광공사는 26일 공사에서 대한민국국제합창대회 조직위원회, ㈜놀던오빠들과 ‘대한민국국제합창대회 인천 개최 및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연초부터 협약기관 간 긴밀한 협업과 논의를 통해 기획과 공동 추진을 준비해 온 결과다. 각 기관은 대회 운영과 관광 코스 연계, 해외 참가자 유치 등 역할을 사전에 조율하며 성공적인 국제 행사 개최에 뜻을 모았다.대한민국국제합창대회는 국내 개최 국제합창대회 가운데 최대 규모로, 4000명(외국인 15개국 2000명, 내국인 2000명)이 참가하며, 국제 교류와 관광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문화관광 행사로 운영될 예정이다.협약의 주요 내용은 합창대회 참가자와 관계자를 중심으로 한 특수목적 관광객(SIT)을 유치해 실질적인 관광 성과를 창출하는 데 있다. 참가자와 동반 가족들은 대회 기간 동안 인천에 머물며 공연과 경연뿐 아니라 쇼핑, 관광,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일정을 즐기게 된다.특히 대회 일정과 연계해 인천의 주요 관광자원과 지역 상권, 문화·체험 콘텐츠를 결합한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단순 방문을 넘어 숙박·외식·쇼핑·체험 등으로 이어지는 관광 소비를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이번 대회는 참가 목적이 분명하고 체류 기간이 긴 특수목적 관광객의 특성을 반영해, 대회 참가 → 인천 체류 → 관광·쇼핑·체험으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관광 흐름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일반 행사와 차별화된다.협약에 따라 인천관광공사는 숙박, 관광, 교통, 쇼핑 등 관광 인프라 연계와 홍보 마케팅을 지원하며, 조직위원회와 ㈜놀던오빠들은 대회 운영을 비롯해 관광 연계 프로그램 기획, 해외 참가자 유치, 체류 일정 관리 등을 총괄한다.대한민국국제합창대회는 향후 5년간 인천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매년 국내외 참가자들이 인천에 머물며 도시 전반을 경험함으로써, 지역 숙박업·외식업·유통·관광산업 전반에 지속적인 경제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제1회 대한민국국제합창대회는 2026년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아트센터인천과 인천대학교에서 열리며, 이후 5년간 인천에서 정례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유지상 인천관광공사 사장은 “이번 업무협약은 합창이라는 공통 목적을 가진 참가자들이 인천에 머물며 공연뿐 아니라 관광과 쇼핑, 체험까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실질적인 관광 모델”이라며 “사전 준비 단계부터 기관 간 협업을 강화한 만큼 대회가 인천에서 안정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5.12.26 13:26

2분 소요
‘공동체를 위한 경제’ 추구하는 로컬브랜드, 대전 ‘성심당’의 역설[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전문가 칼럼

단 한 개의 도시에서 4개의 매장으로 3000개가 넘는 전국 프랜차이즈 매장을 거느린 공룡기업보다 이익을 더 많이 내는 빵집이 있다. 대전의 로컬 빵집 ‘성심당’의 이야기다. ‘대전에서만 빵을 판다’ 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70년을 이어오며 단 4개매장을 운영하는 이 빵집이 올린 경영성과는 놀라움을 넘어 신비롭다. 2024년 매출 1,937억원, 영업이익 47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수천개의 대리점을 운영하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트, 뚜레쥬르의 2024년 영업이익은 각각 223억 원, 293억원이다.성심당의 ‘대전판매'는 원칙을 얼마나 철저히 지키는 가를 알 수 있는 해프닝이 있다. 성심당이 작년 서울에서 열린 ‘로컬 크리에이티브2024’라는 행사에 참석하면서, 당시 성심당 빵을 행사기간동안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SNS에서는 성심당 빵을 드디어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다는 글들이 엄청나게 올라왔다. 자신들의 기업철학을 알리고 빵을 소개할 수 있는 큰 행사였음에도 이 브랜드는 단칼에 “전시만 진행한다”는 공지를 올려 자신들의 원칙을 지켰다. 결국 서울의 성심당 마니아들은 성심당의 빵을 사기위해 KTX에 몸을 싣고 대전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1956년, 흥남철수 후 대전에 도착한 실향민 창업주가 한 신부의 도움으로 받은 밀가루 두포대로 시작 된 찐빵집은 어떻게 대한민국 베이커리 산업의 신화가 됐을까?문화 브랜딩의 교과서, 성심당옥스퍼드대 더글라스 홀트 교수의 문화 브랜딩 이론은 성심당의 성공을 설명하는 적절한 틀이다. 홀트 교수는 진정한 아이코닉 브랜드는 제품이 아닌 '문화적 아이콘'이 될 때 탄생한다고 주장한다.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문화적 갈증과 시대정신을 읽어내고,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를 형상화할 때 비로소 컬트적 충성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성심당의 임영진 대표가 강조하는 '성심당의 경영 방식은 EoC(Economy of Communion, 공동체를 위한 경제)'다. 단순히 빵을 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으로 주위를 더 이롭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가 갈구해온 '따뜻한 자본주의', '상생의 경제'라는 문화적 이념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대기업 제빵 프랜차이즈가 획일화된 맛과 효율성만을 추구할 때, 성심당은 장인정신과 지역공동체라는 문화적 코드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빵이 지역 경제와 사람의 공동체,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가치가 돼야 한다’는 성심당의 철학은 단순한 CSR을 넘어선다. 이는 브랜드의 존재 이유이자 신화가 됐다. 70년의 시간 동안 대전이라는 도시와 함께 호흡하며 쌓아온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이라는 정체성은 어떤 마케팅 캠페인도 따라올 수 없는 진정성을 담고 있다.‘문화적캐즘’을 건너오게 만들다’성심당의 가장 탁월한 브랜딩 전략은 역설적이게도 '확장하지 않음'이다. 서울 진출 제안을 수차례 거절하고 "성심당 빵! 대전에서만 판매합니다"라는 원칙을 고수한다. 보통의 기업에서라면 기회 손실로 분류될 이 결정이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홀트 교수는 는 '문화적 캐즘(Cultural Chasm)'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서브컬처와 주류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간극이다. 로컬 장인 빵집과 전국 프랜차이즈 사이, 소수의 열성팬과 대중적 인지도 사이에 놓인 이 캐즘을 대부분의 브랜드는 '건너가려' 한다. 전국 진출, 프랜차이즈 확장으로. 하지만 그 순간 로컬 브랜드의 고유한 장소성과 진정성은 희석된다.성심당은 캐즘을 건너가는 대신, 사람들이 캐즘을 건너오게 만들었다. "대전에 가야만 먹을 수 있다"는 제약이 오히려 브랜드 신화가 됐다. 튀김소보로 하나를 사기 위해 KTX를 타고 대전을 찾는 '빵지순례'는 이러한 전략의 결과물이다. 1,700원짜리 빵이 명품 핸드백처럼 '갖고 싶은' 대상이 된 것이다. 지난해 성심당을 찾은 고객의 수는 800만명이다. 그중 58%가 외지인이라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성심당은 로컬 브랜딩의 본질을 보여준다. 많은 기업들이 '로컬'을 마케팅 수사로 활용하지만, 성심당의 로컬은 다르다. 2012년부터 성심당은 자사 로고에 '大田(대전)'을 명시하기 시작했다. 이후 로고 디자인이 4차례 바뀌었지만, '대전' 표기만큼은 단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다. 60주년 앰블럼에는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이라는 슬로건이 새겨졌다. 성심당 매장 인근에는 이곳 빵을 들고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카페들이 등장하고, 주변 상권들은 '성심당 영수증 소지자 할인' 이벤트를 벌이며 성심당이 있는 중구 은행동 일대는 사실상 '성심당 타운'이 됐다. 로컬 브랜드로서 가치가 높아질수록 유통은 더욱 커져야 하는데, 성심당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유통은 더욱 커지지 않았다. 이 역설이 성심당 브랜딩의 핵심이다. 진정한 로컬 브랜딩이란 무엇인가성심당은 또한 직원에 대한 투자로도 유명하다. 판관비 비율 21%는 업계 평균 40%에 비해 현저히 낮다., 마케팅 투자가 그만큼 적다는 말이다. 대신 성심당은 이익의 상당부분을 직원들에게 투자한다. 직원들은 그에 답하며 고객과의 최일선에서, 공장에서 브랜드의 이념을 실천한다. 이들에 대한 인사평가도 다른 기업과 다르다. 동료를 돕고, 휴일의 외부 봉사을 하며, 동료와의 갈등에서 화해의 손을 먼저 내밀었는가’와 같은 ‘사랑의 실천’이 고과의 기준이다. 브랜드의 이념을 직원들 개개인이 실천하며 고객경험에 투영하는 이들이야 말로 수억원의 돈을 들이는 연예인 모델보다 더 값진 브랜드 앰버서더들인 것이다한국의 지방 도시들이 사라지고 있다. 청년들은 서울로 떠나고, 구도심 상권은 쇠락한다. 대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대전은 성심당으로 인해 ‘노잼도시’에서 꿀잼 도시’로 변모했다. 주말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 개의 빵집이 도시 전체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아 아니다.성심당의 성공은 단순한 빵집의 성공이 아니다. 이것은 로컬 브랜딩이 지역소멸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진정한 로컬 브랜딩이란 무엇인가? 성심당은 세 가지를 보여준다. 첫째, 장소성이다. 대전이라는 도시를 떠나지 않고, 오히려 대전을 브랜드의 핵심으로 삼았다. 둘째, 진정성이다. 70년간 한 자리를 지킨 역사가 한줄의 광고 카피가 아닌 실제 삶이다. 셋째, 공동체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겠다’는 철학이 대전 시민들과의 유대를 만들었다."성심당은 빵이 '모든 이를 만나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임 대표의 말처럼, 진정한 브랜딩은 상품이 아닌 문화에 초점을 맞출 때 완성된다. 성심당은 빵을 팔지 않는다. 대전이라는 도시의 자부심과 공동체의 가치, 그리고 따뜻한 자본주의의 가능성을 판다. 그것이 2025년에도 사람들이 KTX를 타고 성심당을 찾는 이유다.

2025.12.24 15:49

5분 소요
향후 가상자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김기동의 이슈&로(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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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거시경제 지표의 불안정과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의 청산이 겹치며 가상자산 시장은 큰 폭의 조정을 겪고 있다. 마침 같은 시기에 미국의 물가 안정 기조가 강화되고, 주식시장 역시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가상자산과 주가가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필자에게 “가상자산 가격이 이렇게 조정을 받는데 계속 투자해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이 부쩍 많아졌다. 가상자산 관련 업무를 취급하는 변호사인 필자에게는 쉽게 답하기 곤혹스러운 질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종종 ‘글로벌 금융 지도자 회의’라는 유튜브 영상을 한 번 참고해 보라고 권하곤 한다.위 유튜브 영상은 지난 10월 2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 인공지능(AI)·달러·디지털자산 등 산업과 금융의 미래에 대해 토론한 내용을 담고 있다. 블랙록·JP모건·골드만삭스·HSBC·KKR·블랙스톤·퀄컴·인텔 등 글로벌 금융회사와 빅테크 기업 CEO들의 발언이 생생하게 소개된다.제도권 들어온 가상자산…바뀐 게임의 규칙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다. 블랙록은 2024년 말 기준 약 11조50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을 웃도는 규모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전 세계 주요 우량 기업들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오늘날 기업 경영의 핵심 화두가 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념 역시 블랙록이 투자 기준으로 제시하며 확산된 바 있다. 그는 “자산이 토큰화되는 시대의 초입에 있다”며 주식, 채권, 부동산 등 거의 모든 실물자산(RWA, Real World Asset)이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거래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아지며, 고가 자산에 대한 접근성도 크게 개선된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두고 기술이 ‘금융의 배관(plumbing)’을 바꾸고 있다고 표현했다.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의 CEO 제이미 다이먼의 발언 역시 주목할 만하다. JP모건은 그동안 가상자산에 대해 비교적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지만, 그는 최근 “블록체인, 스테이블코인, 스마트 계약 등 기술 자체는 현실이며, 향후 더 나은 거래와 고객 서비스를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발언 이후 JP모건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미국 단기 국채 등에 투자하는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MONY’를 출시했다.가상자산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 왔던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 역시 최근 입장을 바꾸었다. 12월부터 자사 플랫폼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XRP ETF 등의 거래를 허용한 것은, 가상자산이 더 이상 주변부 자산이 아니라 전통 금융자산과 동일한 틀 안에서 평가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다. 미국 통화감독청(OCC)도 12월 은행이 가격 변동 리스크 없이 고객 주문을 중개하는 가상자산 매매 서비스를 공식 허용하면서, 은행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이처럼 미국 정부와 월가는 디지털자산을 금융 제도의 일부로 빠르게 편입시키고 있다. 특히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는 디지털자산 시대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라 할 만하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근거가 되는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는 올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입법이 완료되었고, 빠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올해 8월 미 하원을 통과해 내년 초 상원 통과가 예상되는 클래리티 액트(Clarity Act)는 가상자산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였던 규제 모호성을 해소하는 핵심 법안이다. 이 법안은 가상자산을 발행 초기부터 ‘증권’과 ‘상품’으로 구분해 규율하며, 특정 주체의 지배력이 낮아 탈중앙성이 높은 코인은 상품으로 분류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관할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써 월가의 대형 기관투자자들도 법적 불확실성 없이 가상자산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제도화와 기관 수용이 곧바로 가격 상승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은 ‘새로운 투자자산으로 인정받아 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기대와 인지도 상승이 가격을 끌어올려 왔다. 가격 아닌 생존 문제...10년 후 살아남을 디지털자산은그러나 이제는 상당 부분 제도적 지위가 확립되면서, 가상자산 역시 금리·유동성·경기 여건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정상적인 금융자산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최근의 가격 조정은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 하락이라기보다는, 미국의 물가 안정 기조와 주식시장 조정 국면 속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재평가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가상자산은 여전히 변동성이 큰 자산이며, 시장 형성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단기적인 가격 전망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본과 기술이 인간의 편익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금융 시스템을 재편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따라서 5년, 10년 뒤의 세상은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AI와 로봇이 지금 사람이 수행하는 업무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고, 완전자율주행 차량과 에어택시가 일상화될 가능성도 크다. 법조계 역시 방대한 종이 기록이 사라지고, 상당수 서면이 AI에 의해 작성되는 구조로 변화할 것이다.금융과 결제·송금 시스템 역시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을 기반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물건의 주문과 결제는 AI 에이전트가 디지털자산으로 처리하고, 카드 수수료와 같은 고비용 구조는 유지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해외 송금은 몇 초 만에 이뤄지고,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도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은 ‘막연한 기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자산과 어떤 기술이 실제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시대가 아니라, 가상자산 안에서 무엇이 살아남고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를 선별해야 하는 시점이다.따라서 10년 후 가상자산 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져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과도하지 않다. 다만 그 성장은 균등하지 않을 것이며, 변화의 방향을 읽고 준비하는 사람만이 다가올 미래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다.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2025.12.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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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창작 뮤지컬 ‘리나, 슈퍼히어로’ 프로듀서 참여

전시

스페인 출신의 화가 에바 알머슨이 한국 창작 뮤지컬 ‘리나, 슈퍼히어로’의 프로듀서로 참여한다.알머슨은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그리는 화가로 유명하다. 그간 한국에서 여러 차례 전시를 개최하며 가족·꽃·일상이라는 따뜻한 소재의 작품들로 대중과 평단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극적인 사건보다 일상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온 알머슨의 작품 세계가 음악·퍼포먼스·무대 장치가 어우러지는 뮤지컬 장르에서 어떻게 확장될 지 많은 기대가 모이고 있다. 알머슨은 지난 3월부터 한국 창작진과 지속적인 회의와 토론을 이어왔으며, 9월 한국에 내한해 워크숍에 참여하는 등 이번 작품에 각별한 애정과 열정을 쏟고 있다.뮤지컬 ‘리나, 슈퍼히어로’는 알머슨의 그림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따뜻한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평범한 소녀 리나와 동생 미노,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버려진 로봇 인형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여기에 ‘붙어붙어’, ‘먹어먹어’, ‘베어베어’ 등 환경 파괴로 인해 괴물이 되어버린 캐릭터들이 더해져 리나 일행의 흥미진진한 모험이 펼쳐진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곧 알머슨의 그림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2026년 7월 그림 속 캐릭터들이 프레임을 벗어나 무대 위에서 3차원으로 움직이고, 노래하고, 춤추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일상의 행복은 지구 환경의 보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에바 알머슨의 메시지는 ‘한 소녀가 슈퍼 파워로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로 확장돼 온 가족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가족 뮤지컬로 탄생한다. 뮤지컬의 개막에 앞서 체험형 전시가 먼저 공개된다. 전시는 알머슨이 ‘리나, 슈퍼히어로’를 위해 직접 그린 캐릭터 원화와 공연 제작 과정, 신작 원화를 비롯해 전시 공간마다 이야기와 연결된 다양한 체험 요소로 구성된다. 관객들은 환경을 주제로 한 체험을 통해 이야기를 몸으로 느끼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예정이다.뮤지컬과 전시 관련 상세 내용은 23일 오픈한 ‘리나, 슈퍼히어로’ 공식 계정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2025.12.23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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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 연내 입법화 표류…무엇이 문제인가 [정년연장의 역설]③

정책이슈

정년연장의 연내 입법화가 표류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년연장특별위원회를 가동해 방안 마련에 나섰음에도 말이다.정년연장 연내 입법화 무산되나정년연장 입법화가 표류하는 것은 ‘단계적 정년연장’의 구체적인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과 지금도 3년 차이가 나고, 오는 2033년에는 5년의 간격이 발생하는 제도적 불일치를 해결하는 단계 설정의 구체안이 문제인 것이다. 언제부터 시작해서 언제까지 끝나도록 단계를 설정할지에 따라 정년연장의 영향은 판이하다.현실적으로 노후 소득공백을 가장 빨리 줄이는 방안은 2027년부터 매년 1세씩 상향하는 방안(A안)이다. 영향권도 67년생부터 70년생으로 가장 좁다. 2028년부터 매년 1세씩 상향(B안)하면 67년생부터 71년생까지 1년씩 소득공백 축소가 늦어진다.2028년부터 2년에 1세씩 상향하는 C안(이른바 민주당 1안)의 소득공백은 67년생부터 74년생까지 발생하며, A와 B안보다 3~4년 더 길어진다.D안(유력하다는 민주당 2안)은 2029년부터 ‘3·3·2·2’ 간격으로 상향해 2039년 65세에 도달하는 방안이다. 이는 오는 2029년부터 3년에 1세씩 상향하는 E안(민주당 3안)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지금부터 14~16년 걸리고, 78년생과 80년생까지 소득공백이 발생하는 방안을 정년연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차라리 정년연장 유예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다.노후소득 크레바스(직장에서 은퇴해 국민연금 등 공적소득이 시작되기 전까지 발생하는 소득공백 기간)로 인한 연간 소득감소액(정규직 평균 월임금 389만6000원 기준)은 D, E 안에서는 1억원을 넘어 소득공백 총량이 매우 크다. 2년 재고용 방안을 혼합하면 연금과 정년의 불일치로 인한 소득 크레바스의 보완정책으로 효과적이긴 하나 역시 D, E 방안으로는 역부족이다. 물론 희망자 모두가 다 채용되는 재고용 의무화 방안은 민주당 안에서 제시되지 않았다. 의무화가 아닌 재고용으로 인한 임금손실 감소 효과는 절반 이하로 봐야 한다. 원판이 안 좋으면 헐거운 보완책으로는 어림도 없다.시간을 이미 많이 흘려보냈다. 연내 입법화를 완수하되 정년연장에 걸맞은 방안을 도입하자. 유예에 가까운 안으로는 피해가 집중될 세대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광범위한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재고용 보완책은 필수적이지만 의무화 수준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절반에 가까운 현재 기업이 이미 하니 만큼 상황을 개선하지 못한다. 정년연장 필수 불가결 올바른 길 찾아야우리가 정년연장을 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늙어서까지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나라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년층은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숙련도 경험도 건강도 갖췄지만 한계 일자리를 전전한다. 퇴직 연령인 60세가 지나도 국민연금이 지급되지 않는 국가 제도의 불합리성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나이가 들수록 더 힘들어질 것을 알면서도 감액을 감수하고 국민연금을 조기 수령하는 인구가 100만명이 넘었다. 그래서 주된 일자리에서 더 오래 머물게 해 근원적으로 노년 소득공백을 완화하는 정년연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물론 고민은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지만, 아직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고 ‘할 만한 일자리’가 청년에게는 여전히 부족하다. 공공 부문에서는 총액인건비제와 경영평가제의 재정비가 필요하고, 민간 부문에서는 세대 상생 고용모델을 촉진하는 고용공시제 적용이 필수적이다. 세대 상생형 직무 공유 모델도 이제부터라도 자리 잡게 촉진해야 한다.노동자 소득 상위 20%는 오래 근무할수록 임금이 높아지는 호봉제 적용 비율과 비슷하다.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서 법적 정년연장이 급격한 인건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다. 그 대응안으로 기업들은 고용연장 선택권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신규 입사에 준하는 재고용 방식과 기업의 선별 장치이다. 2000년대 초 이 방식을 선택한 일본은 노후 소득공백의 문제가 심각해서 재고용 의무화(희망자 모두)와 희망자의 3년 고용보장, 기존 임금 70% 권고를 채택했다.10년 안에 고령화 지수가 일본보다 높아지는 우리는 저들처럼 먼 길을 돌아올 여유가 없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예외 적용은 노동 전문가가 거론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합리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객관적 이유를 바탕으로 한 임금조정을 법에 명시하고 직무·시간·역할의 조정 기제를 촉진 및 확산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이제까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남 탓만 해온 책임을 통감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2025.12.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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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자사고보다 ‘동네 최상위 일반고’가 인기 끄는 이유는 [임성호의 입시지계]

전문가 칼럼

2028학년도부터 대입 내신과 수능 체제가 전면 개편되면서 고교 선택 지형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첫 적용 대상이었던 현 고1에 이어, 두 번째 적용 대상인 중3 학생들이 치른 2026학년도 서울 고교 입시에서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국제고의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권 15개 자사고 지원자는 전년보다 583명(8.4%) 줄어든 반면, 7개 외고·국제고 지원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15개 자사고의 2026학년도 평균 경쟁률은 1.12대 1로 집계됐다. 2024학년도 1.25대 1, 2025학년도 1.22대 1에 이어 3년 연속 하락세다. 같은 기간 지원자 수도 2024학년도 7255명에서 2026학년도 6369명으로 줄었다.꺾이는 자사고 기세내신 5등급제가 처음 적용되는 2028학년도 대입을 앞두고 치러진 지난해와 올해 고교 입시 모두 자사고 지원자는 감소 추세다. 현행 내신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의 전환에 따른 부담이 자사고 기피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권 15개 자사고 가운데 5개교가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서울 동대문구 경희고를 제외한 세화고·양정고·세화여고·휘문고 등 4개교는 모두 강남·서초·양천 등 전통적 교육특구에 있는 학교들이다. 특히 강남구 휘문고는 일반전형과 사회통합전형을 합산한 평균 경쟁률이 0.50대 1에 그쳤다. 전체 모집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셈이다.반면 서울권 7개 외고·국제고는 상황이 다르다. 2026학년도 지원자는 전년보다 152명(6.3%) 증가했다. 지원자 수는 2024학년도 2290명, 2025학년도 2402명, 2026학년도 2554명으로 매년 늘었다. 평균 경쟁률도 1.48대 1→1.55대 1→1.65대 1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7개교 모두 미달 없이 정원을 채웠다.외고·국제고는 그동안 문과 중심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주로 선택됐다. 상위권 일반고 상당수가 이과 중심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인문계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외고·국제고의 선호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8학년도부터 문·이과 완전 통합이 이뤄지면서 수능에서 사실상 계열 구분이 사라진다. 이 때문에 외고·국제고 등 기존 ‘문과’ 이미지가 강한 학교에서도 수능 성적만 받쳐준다면 의과대학 등 자연계 학과 진학이 가능해진다. 대학 진학 경로가 지금보다 넓어지는 만큼, 2028학년도 대입 이후 이과 계열 진학자도 상당폭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 자사고에 비해 외고·국제고 지원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학교별로 보면 자사고 중에서는 은평구 하나고의 경쟁률이 2.62대 1로 가장 높았다. 이화여고(중구)가 1.45대 1, 신일고(강북구)가 1.34대 1, 배재고(강동구)가 1.30대 1, 현대고(강남구)가 1.20대 1로 뒤를 이었다.반면 세화고는 0.995대 1, 양정고 0.86대 1, 세화여고 0.85대 1, 경희고 0.77대 1, 휘문고 0.50대 1로 5개교는 모두 모집 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었다.외고·국제고는 서울국제고가 2.12대 1로 가장 높았고, 명덕외고 1.79대 1, 대일외고 1.68대 1, 대원외고 1.62대 1, 이화외고 1.60대 1, 한영외고 1.51대 1, 서울외고 1.38대 1 순이었다. 7개교 정원 1550명에 2554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은 1.65대 1을 기록했고, 한 곳도 미달이 발생하지 않았다.사회통합전형에서는 자사고의 미달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서울권 하나고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자사고 모두 사회통합전형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14개교 통합 기준 사회통합전형 모집 정원은 1135명이었으나 실제 지원자는 408명에 그쳐 평균 경쟁률은 0.36대 1이었다.학교별로 보면 휘문고(강남구)는 98명 모집에 5명만 지원해 0.05대 1에 불과했다. 세화고(서초구)는 84명 모집에 6명 지원(0.07대 1), 세화여고(서초구)는 84명에 11명 지원(0.13대 1), 양정고(양천구)는 84명에 13명 지원(0.15대 1), 현대고(강남구)는 84명에 16명 지원(0.19대 1)으로 모두 강남·서초·양천 지역 학교에서 사회통합 지원자가 극히 적게 나타났다.반면 하나고는 사회통합전형에서 40명 모집에 51명이 지원해 1.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외고·국제고의 사회통합전형은 340명 모집에 303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0.89대 1을 보였다. 학교별로는 서울국제고가 1.38대 1, 대일외고가 1.08대 1로 정원을 넘겼고, 명덕외고 0.98대 1, 대원외고 0.82대 1, 이화외고 0.60대 1, 서울외고 0.60대 1, 한영외고 0.56대 1 등 5개교는 미달이었다. 학군지 쏠림은 심화종합하면 2026학년도 서울 자사고는 내신제도 개편에 따른 부담으로 지원자 수가 감소했지만 외고·국제고는 ▲문·이과 통합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기대감 ▲고교학점제 도입 효과 ▲문과 학생에게 유리하다는 기존 이미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원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이 같은 흐름은 일반고 재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반적으로 서울 일반고 가운데 지역 내 상위권 일반고의 쏠림이 심화하고, 학교 내신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 지원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목·자사고에 진학하는 것보다 해당 지역에서 ‘좋은 일반고’에 들어가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반고 선호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학군지 이동이 한층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대입 제도 변화와 고교 서열 재편 논의가 맞물리면서, 특정 학군에 대한 수요가 더 집중되는 구조적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2025.12.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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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 이제 초조해하지 마라”…50대 직장인을 위한 위로의 책 [새로나온 책]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한국의 50대 직장인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인기를 얻었다. 류승룡 배우가 열연한 김 부장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자신의 현재, 혹은 가까운 미래를 보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김 부장의 고뇌가 남 일 같지 않은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50이라는 나이가 갖는 무게감 때문이다.직장인에게 가장 잔인한 시기가 40~50대일 것이다. 실무 능력보다 조직 관리 능력이 요구되고, 임원이 되지 못하면 ‘집에 갈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은 크지만, 당장의 업무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에 치여 여유를 갖기란 요원하다.몸과 마음이 쫓기는 50대 직장인들에게 마음의 쉼표를 제안하는 책이 출간됐다. 신간 ‘오십에 읽는 명리의 지혜’는 불안한 중년들에게 명리학(命理學)을 권한다. 저자는 명리학을 단순한 점술이 아닌, 인생의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데이터 분석 도구’이자 ‘마음 경영의 기술’로 정의한다.저자는 50대가 겪는 초조함의 원인을 ‘자신의 때’를 알지 못하는 데서 찾는다.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거두듯 인생에도 흐름이 있는데, 겨울에 억지로 꽃을 피우려 하니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명리학은 자신이 현재 인생의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는지, 타고난 기질(명)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운용(리)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저자는 “명리를 알면 안개 속을 걷는 듯한 막막함이 걷히고, 비로소 나를 객관화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강조한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내 운의 흐름이 바뀌는 변곡점일 뿐이며, 이를 미리 알고 대비한다면 두려움 대신 기대감으로 인생 후반전을 맞이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이 책이 여타 명리 서적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저자의 독특한 이력에 있다. 저자 김원은 연세대 공대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소니·액센츄어·삼성경제연구소·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현재 글로벌 기업의 임원으로 재직 중인 정통 ‘기업인’이다. 30대 중반, 잦은 이직과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명리학에 입문한 그는 20년 이상 명리를 연구하며 비즈니스와 인생의 접목을 시도해왔다. 현실의 벽 앞에서 길을 잃은 이 시대의 김 부장들에게 가장 실용적이고 따뜻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저자는 “체면보다 실속, 정면 승부보다 현명한 회피, 이것이야말로 더 깊어진 인생 2막을 지혜롭게 버텨내는 힘이다”라고 50대에게 조언한다. 휴먼 코드 AI가 질주한다, 당신의 무기는 무엇인가 ‘인공지능(AI) 시대 당신의 무기는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은 AI 시대에 대응하는 방법을 조언하는 책이다. 기술이 인간을 압도하는 속도로 질주하는 지금, 단순히 도구를 쓰는 능력(리터러시)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이 책은 AI 리터러시를 넘어, 기술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가치인 ‘휴먼 코드’(Human Code)를 재설계하라고 강조한다. 싱턴대 경영대 교수 출신이자 스타트업 창업가인 저자 성소라는 글로벌 리더 55인과의 심층 대담을 통해 AI 시대의 새로운 생존법을 탐구했다. 저자는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개념을 차용해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AI 종속자’부터 기술을 놀이처럼 다루는 ‘AI 경계 파괴자’까지 4단계로 분류한다. 일, 감각, 관계, 소유, 사회 등 5가지 영역에서 ‘나’를 잃지 않고 기술의 주인이 되는 법을 제시하는 이 책은, AI 피로감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트럼피즘과 관세전쟁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Tariff)’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언은 이제 냉혹한 현실로 다가왔다. 이 책은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으로 무장한 ‘트럼피즘 2.0’의 실체와 그 파장을 정밀하게 분석한다.책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단순한 협상 카드가 아니라, 미국 제조업 패권 회복을 위한 ‘경제 전쟁’의 서막임을 경고한다. 저자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적 기본 관세 부과와 대중국 디커플링이 초래할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특히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맞닥뜨릴 위기를 진단한다. 미·중 사이에서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외교·경제적 해법을 모색한다. 불확실성의 파고 속에서 한국 기업과 투자자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생존 전략을 담고 있다. 양자컴퓨팅 혁명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릴 계산을 단 200초 만에 끝내는 세상. 공상과학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 ‘양자(Quantum) 시대’의 본질을 파헤친 책이 나왔다. 최종현학술원과 플루토가 펴낸 신간 ‘양자컴퓨팅 혁명’은 난해한 물리학 이론을 넘어, 이 거대한 기술 파도가 어떻게 세상을 뒤바꿀지 조망한다.책은 최종현학술원의 ‘과학혁신 시리즈’ 4번째 결과물이다. 김기문·정연욱·김재완 등 세계적인 석학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중첩’과 ‘얽힘’이라는 양자역학의 기묘한 원리가 어떻게 신약 개발, 금융, 암호 보안 등 산업 전반을 혁신하는지 대중의 눈높이에서 설명한다. 특히 구글, IBM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과 미·중 갈등 속 안보 전략까지 깊이 있게 다뤘다. 디지털 시대를 넘어 퀀텀 시대로 진입하는 지금, 미래의 부와 기회를 선점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필수적인 안내서다.

2025.12.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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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뽑는 순간, 리더의 책임이 시작된다 [CEO의 서재]

“채용은 인사 조직에 맡길 사안이 아니라, 리더가 직접 책임져야 할 핵심 책무라고 봅니다.”전자서명 스타트업 모두싸인(Modusign)을 창업해 10년 만에 32만개 기업·기관 고객을 확보한 이영준 대표는 최근 조직 운영의 핵심 키워드로 ‘채용’을 다시 꺼내 들었다. 모두싸인이 전자서명 서비스를 넘어 계약의 작성–협의–승인–체결–사후관리까지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AI 계약관리(CLM)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결국 경쟁력을 가르는 것은 ‘기술’보다 ‘사람’이라는 판단에서다.이 대표가 임원진과 리더들에게 추천한 책은 제프 스마트와 랜디 스트리트가 쓴 ‘누구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다. 이 책은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실제로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사람을 뽑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들은 오랜 기간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컨설팅과 교육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채용을 둘러싼 막연한 직감과 관행을 데이터로 해부한다.책의 기반이 된 자료는 방대하다. 20명의 억만장자와 300여명의 CEO를 대상으로 진행한 1300시간 이상의 인터뷰를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캐플런 박사팀이 통계적으로 분석해 하나의 채용 기법으로 정리했다. 단순한 성공담 모음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반복 검증된 질문과 평가 방식, 의사결정 구조를 체계화한 것이 특징이다.‘누구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는 이력서 검토 단계부터 인재 발굴, 구조화된 면접 질문 설계, 면접 평가표 작성, 최종 선발 이후 입사 설득까지 채용의 전 과정을 세밀하게 다룬다. 신입 사원부터 경력직,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조직에서 그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실제로 미국 식품기업 크래프트 하인즈,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 책에서 제시한 채용 방식을 도입해 성과를 냈다는 사례도 소개된다.이영준 대표가 이 책에서 가장 크게 공감한 대목은 “리더 본인의 직감과 확신이 오히려 채용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창업자는 자기 확신이 강한 존재이고, 사람을 볼 때 ‘내가 저 사람의 잠재력을 알아봤다’는 감각에 기대기 쉽다”며 “이 책은 그런 방식을 ‘맹목적 채용’이라고 명확히 규정한다”고 말했다.이 대표 역시 과거 직감에 의존해 채용을 결정했던 경험을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데이터와 질문, 레퍼런스로 검증되지 않은 확신은 단기적으로는 빠른 결정을 가능하게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비용과 리스크를 키운다는 점을 이 책이 구조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이후로는 ‘내 눈을 믿자’가 아니라,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프로세스를 만들자’는 쪽으로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또 하나 인상 깊었던 문장으로 그는 “채용은 인사팀의 일이 아니라, 리더 자신의 일이다”라는 메시지를 꼽았다. 회사가 커질수록 채용이 인적자원(HR) 조직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리더는 지원자 풀을 검토하는 역할에만 머무르기 쉽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책을 읽고 난 뒤 핵심 포지션과 핵심 인재만큼은 반드시 대표가 직접 오너십을 가져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고 설명했다.실제로 그는 핵심 직무 채용 과정에서 공고 작성, 후보 발굴, 최종 인터뷰, 오퍼 단계에서의 설득까지 직접 개입하는 비중을 크게 늘렸다. 그 결과 채용 실패가 줄었고, 문제가 생겼을 때도 ‘사람이 문제다’라는 결론 대신 ‘채용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놓쳤는가’를 먼저 점검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이 대표는 ‘누구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를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일수록 반드시 한 번은 정독해야 할 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채용은 단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회사의 미래를 반복적으로 설계하는 일”이라며 “감각이 아니라 구조로 사람을 뽑고 싶은 리더라면 이 책이 좋은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2.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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