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첫 한미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적 의례를 넘어선 정치적·경제적 분수령이었다. 취임 82일 만에 성사된 이 회담은 국내적으로는 국정 동력 확보의 시험대였고, 국제적으로는 동맹의 미래를 가늠하는 자리가 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회담을 두고 성과와 부담이 교차하는 만남이라며, 미국 내 산업보호 압력 속에서 한국이 상당한 양보를 요구받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는 동맹의 미래를 시험하는 자리라 규정하며, 한미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진화할지, 아니면 협상형 거래관계로 후퇴할지를 관전 포인트로 제시했다.한국 주요 언론은 회담을 '운명의 회담'이라 규정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 시험대로 해석했다. 극심한 국내 정치 양극화와 지지율 하락세 속에서, 외교 무대에서의 가시적 성과는 곧 국정 주도력 회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산업계 또한 이번 회담이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핵심 수출 산업에 미칠 영향을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켜보았다.
긴장 속 진행된 첫 정상회담…협력의 메시지로 마무리트럼프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돌발 발언으로 긴장 속에 시작된 첫 한미정상회담은 협력의 메시지로 마무리됐다.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난 것 같다는 언급은 AFP·로이터 등 외신들로부터 동맹에 긴장이 감돌았다는 평가를 낳았지만, 회담장에서 트럼프는 이를 오해로 정리하며 동맹을 치켜세웠다. 뉴욕타임스는 한 시간 동안 동맹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 대통령의 설득이 성과를 거둬 트럼프가 입장을 바꿨다고 평가했고, AP는 남북 협력·북한 개발 구상이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며 북미·남북 대화 중재 가능성까지 열어두었다. 경제 의제에서도 조선업 협력이 거론되며 양국 첨단산업 연계의 단초가 마련됐다.그러나 불씨도 남았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감축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기지 소유권 문제를 언급해 논란을 예고했다. 워싱턴포스트와 AP는 각각 미국이 한국 기지를 임대 대신 소유 원한다며, 오산 기지 계약 파기 발언을 보도했다. 외신들의 공통된 평가는 위기를 관리하며 협력의 메시지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식 동맹관은 언제든 거래로 전환될 수 있다. 한국은 이번 회담을 단순 이벤트로 소비하지 말고, 방위비·관세·주한미군 문제 등 구조적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단기적 합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국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중 전략에서 벗어나, 기술·산업·안보가 얽힌 새로운 동맹 질서 속에서 주도권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출발점이었다. 이재명 정부가 얻어낼 성과와 감내해야 할 비용이 앞으로 한미관계의 방향뿐 아니라 한국 경제와 정치 지형에도 중대한 변곡점을 만들 것이다.
MASGA와 조선업 협력, 공격형 협상 카드로 부상한 조선산업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조선업 협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국은 훌륭한 선박 건조 능력을 갖고 있다”며, 한국과 함께 미국 조선업을 되살리자는 제안을 꺼내 들었다. 그는 자신의 정치 구호를 변형한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를 새로운 회담 의제로 올리며, 러스트벨트 유권자와 군수 산업계에 동시에 메시지를 던졌다. 한국은 세계 1위의 조선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사실상 사라진 조선업 부흥이라는 정치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간극을 정확히 읽은 이재명 대통령은 맞춤형 협력안을 제시하며 외교 무대에서 공세적 주도권을 행사했다. 조선업 협력은 단순한 산업 협력이 아니다. 미국 내부에서는 러스트벨트 제조업 부흥이라는 정치적 서사가 걸려 있고, 한국 입장에서는 자동차·철강·반도체에서 불가피하게 방어적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협상 구도를 전환시킬 공격 카드가 된다. 특히 자동차·철강은 미국의 관세·보호무역 압력이 집중되는 분야이지만, 조선업은 양국의 이해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협상 테이블에서 드문 윈-윈 카드였다.산업적 파급효과도 크다. 이번 협력은 한국 기업들에 군함 수주, 민간 선박 건조, 수리·개조 사업, 미국 내 합작 조선소 투자 등 다층적 기회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미국 해군의 함정 현대화 프로젝트와 연계될 경우, 수십조 원 규모의 안정적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이는 철강, 엔진, 해양플랜트 등 연관 산업에도 파급되며 산업생태계 전반의 부흥을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MASGA는 단순한 정치 구호를 넘어, 한미 양국이 이익과 상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보기 드문 협력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번 조선업 협력은 방어적 외교에 머물던 한국이 처음으로 공격형 협상 성과를 이끌어낸 사례가 될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 700조원 대미 투자 러시의 명암이번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은 외교 무대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정부 차원의 동맹 강화와 함께, 우리 기업들이 줄줄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사실상 투자 외교의 장이 펼쳐진 것이다. 발표된 규모만 1500억달러, 앞서 합의된 3500억달러 금융 패키지까지 합치면 총 5000억달러, 우리 돈 700조원에 달한다.항공·자동차·조선·원자력 등 주요 산업 전반에 걸쳐 협력안이 구체화됐다. 대한항공은 70조원 규모로 보잉 항공기 103대를 구매하며 국내 항공사 역사상 최대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로봇 공장 설립과 전기차·배터리 라인 확충에 36조원을 투입한다. 조선 분야에서는 HD현대가 미국 사모펀드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동펀드를 조성해 조선소 현대화에 나서고, 삼성중공업은 미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 사업에 참여한다. 원자력 부문에서도 차세대 SMR 개발과 원전 시공 등 4건의 협약이 체결됐다. 반도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슈퍼컴퓨터용 첨단 칩 공급을 논의하며 AI 반도체 시장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문제는 이 막대한 투자가 한국 경제로 얼마나 환류되느냐는 점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확실한 이득을 얻지만, 한국은 자본과 고용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관세 인하 시점이 여전히 미정이다. 대미 투자가 확대되더라도 무역 장벽이 그대로라면, 기업 부담은 줄지 않는다. 700조원이라는 거대한 투자 러시가 단순한 해외 이전에 머물지 않으려면, 정부와 기업의 전략적 설계가 필요하다. 해외 투자와 국내 연구개발(R&D)의 연계, 중소 협력업체의 글로벌 공급망 진입 지원, 국내 인재 양성과 투자 조건의 연결 등이 필수적이다. 대미 투자가 불가피한 선택이라 하더라도, 그 성과가 한국 산업 생태계와 고용으로 환류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외형적 성과, 내실 없는 성장이 될 수 있다.대한항공의 보잉 항공기 구매는 단일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일본과 카타르도 최근 관세 협상 과정에서 대규모 항공기 구매를 약속했는데, 이번 대한항공의 행보 역시 미국의 전략적 요구에 부응한 성격이 강하다. 현대차는 로봇 공장을 비롯해 전기차·배터리 생산망을 강화하며 미국 내 제조 생태계에 깊숙이 들어간다. 이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지만, 국내 고용 기반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조선업은 MASGA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조선소 현대화와 해양 물류 협력을 추진한다. HD현대는 미 사모펀드와 수십억 달러 규모 공동투자 펀드를 조성했고, 삼성중공업은 미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 사업 참여를 확정했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차세대 SMR 개발과 원전 시공 관련 협약 4건이 체결되며, 한국 원전 기술의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성과인가, 포에버 협상의 덫인가지난달 말 양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으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25%가 부과되고 있다. 적용 시점조차 불투명하며, 일본·EU도 유사한 합의를 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행정명령이 없다는 이유로 실효되지 않았다. 오직 영국만 예외적으로 인하 적용을 받았는데, 이는 영국의 대미 수출 규모가 작아 미국 산업에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간 140만 대 이상을 수출하는 한국은 그만큼 정치적·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워싱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무역 협상이 끝났다고 못 박았다. 지난달 양국이 원칙적으로 합의했던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1,500억 달러 상당의 한국기업의 미국투자, 그리고 관세율 인하(25%→15%)를 공식화한 것이다. 회담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는 합의 불만족을 언급하며 한국의 세부 이행을 압박했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으로 최소한 불확실성은 해소되었다고 평가된다. 대통령실은 이를 합의 이행과 신뢰 회복의 신호로 강조했다. 약속을 지키는 파트너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안정적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백악관의 시각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반드시 합의를 지킬 것이라며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더 나아가 이번 협정을 한국과의 역대 최대 무역 합의로 치켜세우며 정치적 성과를 미국 내 유권자에게 어필했다.산업계에서는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 대한 미국 내 투자가 장기적으로 한국의 기술력 강화와 시장 확대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동시에 재정적·운영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관세 인하 혜택이 투자·구매 부담을 상쇄할 만큼 효과적일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 언론은 이를 트럼프의 협상 승리로 포장한다. SNS와 언론 플레이로 압박을 가하다가 최종적으로 합의를 관철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이행 가능성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대규모 투자와 구매 약속이 단기간에 실현되기는 어렵고, 한국 내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결국 이번 무역 합의는 성과와 부담이 교차하는 이중적 성격을 갖는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동맹 신뢰를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성과지만, 구조적 부담은 한국 경제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이재명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트럼프식 거래외교의 불확실성을 관리하면서, 대규모 투자와 구매를 어떻게 한국 산업의 체질 강화와 신시장 개척으로 연결할 것인가다. 성과를 국내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이번 합의는 기회보다 짐이 될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외교적 봉합을 넘어, 경제적 실행 전략이다.반도체·의약품 문제 역시 상황은 유사하다. 미국은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지만 이를 입증할 공식문서를 제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가 이를 포에버 협상(Forever Negotiations)이라 명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합의가 언제든 뒤집힐 수 있고, 정책적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 내 부처 간 경쟁 구도다. 통상 관료들이 각자의 성과를 부각하기 위해 협상을 계속 끌고 가는 방식이 고착화되어 있어, 합의는 완결되지 못한 채 늘 미완 상태로 남는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 항상 불확실성을 떠안게 하는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한다.자동차는 한국 수출의 핵심축이다. 관세 인하 합의가 실효되지 않는다면 산업 전반은 불확실성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적용 시점을 명시한 문서화, 구속력 있는 강제 장치 확보, 미국의 추가 요구에 대응하는 국내 지원 패키지 마련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과는 오히려 정치적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이번 회담은 성과 있는 합의가 아닌 불안정한 약속으로 기록될 위험이 크다.
국익 중심 실용동맹, 한미동맹 3.0의 출발점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국방비 인상이 논의된 것은 한국 정부에 중대한 시험이다. 이는 곧 한국 재정에 직접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국내 여론의 강한 반발을 촉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단순히 비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투자형 지출로 전환할 수 있다면, 오히려 산업적 기회로 승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증액분을 무기 공동개발, 방산 협력, 첨단 무기 도입에 연계해, 국내 방위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그것이다.문제는 국방비를 넘어선 전략적 유연성 확대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주한미군을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려 한다. 이는 대중 견제에는 유리하지만, 한국으로서는 한반도 방위 공백이라는 구조적 불안을 초래한다. 따라서 한국은 정보 공유 확대, 첨단 무기 체계 배치, 미사일 방어 강화 같은 보완 장치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단순한 동맹 기여 확대가 아니라, 실질적 안보 공백을 막는 균형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이번 회담에서는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미국이 요구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이는 한미동맹 역사상 전례가 없는 요구로, 국내에서 강력한 논란을 불러올 소지가 크다. 방위비 증액과 전략적 유연성, 그리고 기지 소유권 문제까지 결합될 경우, 동맹의 비대칭성이 심화되고 한국이 사실상 종속적 위치로 밀려날 위험이 있다.따라서 이재명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방위비 증액을 산업적 기회로 재구성하는 투자형 접근. 둘째, 전략적 유연성 요구에 대한 보완적 안보 장치 확보. 셋째, 기지 소유권 문제와 같은 전례 없는 요구에 대해서는 원칙적 대응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부담만 늘고 실익은 적은 동맹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결국 방위비와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단순한 금전적 논쟁이 아니다. 동맹의 대칭성과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시험대이며, 이재명 정부가 동맹의 비용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지 여부가 향후 한미관계의 질적 변화를 결정할 것이다.워싱턴 CSIS 연단에 선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원칙은 남북관계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북한 도발에는 강력히 대응하되, 대화와 협력의 통로를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이는 억지와 관리, 대화를 병행하는 3중 전략으로, 안보·경제·외교를 동시에 포괄하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준수하고 비핵화 공약을 지켜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화해와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이야말로 남북 모두와 한미 양국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역설했다. “비핵·평화·공존의 길이 열릴 때 한미동맹은 글로벌 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발언은, 동맹을 단순한 군사적 장치가 아닌 미래 전략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안보 차원에서는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 두드러졌다. 국방비 증액을 공식화하며, 스마트 강군으로의 전환과 첨단 방산 협력을 미국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국의 국방역량 강화와 한미 방산 협력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한미가 단순한 군사동맹에서 첨단 기술과 방산 산업을 매개로 한 첨단기술 동맹으로 진화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성과와 부담의 교차, 공격형 외교와 비대칭 동맹의 동시 현실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성과와 부담이 교차하는 자리였다. 조선업 협력이라는 성과는 한국 외교가 더 이상 수세적 방어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세적으로 협상 주도권을 쥘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였다. 자동차·철강·반도체 같은 전통 수출산업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압박에 직면한 상황에서, 조선업은 양국의 이해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드문 기회였다. 한국이 공격형 외교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순간이었다.그러나 그 이면에는 무거운 짐이 여전히 남았다. 관세 협상은 합의의 실체가 모호하고 적용 시점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국내 산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한데, 정치적 성과로 포장하기에는 근거가 약했다. 더구나 방위비 분담 증액과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 문제는 한국 사회에 직접적인 재정적·안보적 부담을 안겼다. 나아가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 발언은 동맹의 비대칭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전례 없는 요구였다. 결국 이번 회담은 한미 관계가 성과와 압박을 동시에 수반하는 구조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미국 언론들이 지적했듯, 끝없는 협상과 압박이 동맹의 뉴노멀이 된 것이다. 향후 과제는 분명하다. 통상 분야에서는 합의의 실효성을 담보할 구속력 있는 문서화가 시급하다. 자동차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제 지원, 보조금, 연구개발 투자 확대 같은 산업 보호 장치도 병행해야 한다. 안보 분야에서는 방위비 증액을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무기 공동개발, 방산 협력, 첨단 무기 도입으로 연결해 산업적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해서는 정보 공유 확대, 첨단 자산 배치, 미사일 방어 강화 같은 실질적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정치적으로는 국민 설득이 핵심이다. 외교적 성과는 성과대로 강조하되, 부담은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국민적 고통 분담 없이는 외교적 성과를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을 공유할 때만 국정 동력이 유지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본질적 메시지는 결국 방패와 창의 균형이었다. 피해 산업에는 방패를, 기회 산업에는 창을 드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이 균형을 얼마나 능숙하게 운용하느냐가, 앞으로 한국 외교와 경제, 그리고 동맹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필자는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인적자원개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자동차 기획실과 인사부문에서 9년 간 근무한 경력이 있고, 대한경영학회 회장, 한국제품안전학회 회장,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제40대 한국생산성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