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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군 두들마을, 조선 최초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 뿌리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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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군 석보면의 깊은 산자락을 따라가다 보면, 고즈넉한 기와지붕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선 중기의 여중군자(女中君子) 장계향 선생의 숨결이 배어 있는 두들마을이다.언덕 위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의 두들마을은 석계 이시명 선생이 개척한 이후 재령 이씨들이 집성촌을 이루며 살고 있다. 마을 중심에는 최초의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저술한 장계향 선생을 기리는 안동 장씨 유적비가 있다. 또 석계 선생의 아들 이승일이 새긴 유묵 낙기대, 세심대 등이 옛 정취를 전한다.석계고택과 석천서당 같은 전통가옥들을 지나면, 장계향 선생이 생전에 빈민을 위해 도토리죽을 나눴다는 도토리 숲이 있다. 그 끝에 자리한 장계향 문화체험 교육원에 가면 선생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공간과 함께, 전통음식과 주류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이 가능하다.두들마을에 가면 조선 여인의 지혜와 손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석류탕, 섭산삼, 수증계, 어만두 등 조선시대 레시피를 재현한 음식들과 다도체험을 통해 심신을 채울 수 있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한옥마을을 거닐고, 하룻밤 묵을 수도 있다.오도창 영양군수는 "새소리를 배경 삼아, 자연과 어우러지는 한옥을 요기 삼아 즐기는 음식디미방은 몸과 마음을 비우고 그 허기를 채워 준다."라며 "잠시나마 두들마을에서 스트레스를 비우고 마음의 여유를 채워가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8.0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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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올해 소상공인 특례보증 1,320억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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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북 구미시가 역대 최대 규모의 소상공인 특례보증 금융지원을 단행한다. 구미시는 경북신용보증재단, 지역 6개 금융기관과 함께 하반기 특례보증 출연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는 iM뱅크,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이 참여했다. 시는 추가경정예산으로 25억 원을, 금융기관들은 총 25억 원을 각각 출연해 총 50억 원의 재원을 조성했다. 이를 통해 보증규모는 12배수인 600억원이 된다. 앞서 상반기에도 총 55억 원을 출연해 720억 원의 금융보증을 지원했다. 하반기와 합산하면 총 보증 규모는 1,320억 원이다. 이는 민선 8기 이전 연평균 지원금의 9배에 달한다.구미시 소상공인 새희망 특례보증 사업은 지난 2022년부터 본격 도입된 사업이다. 지금까지 누적 7,200여 개 업체에 약 1,800억 원 규모의 보증을 지원했다. 올해는 보증 한도와 이차보전 혜택을 강화했다.보증신청은 경북신용보증재단을 통해 하면 된다. 일반 소상공인은 최대 5천만 원, 청년 창업자나 착한가격업소, 다자녀 사업주는 최대 7천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구미시는 대출금의 이자 3%를 2년간 지원하며, 이는 최대 420만 원 수준의 이자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김장호 시장은 "지역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지속 발굴하고 있다"며 "새희망 특례보증의 대폭 확대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지역 상권의 회복과 경제 활력 회복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8.07 15:14

1분 소요
포항 호미반도, 1조원 규모 관광개발사업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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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항 호미곶 골프&리조트 조성사업과 코스타밸리 관광휴양지구 개발사업이 잇따라 도시관리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며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포항시는 지난달 10일과 24일 열린 위원회에서 두 사업 모두 토지적성평가를 최종 통과했다고 4일 밝혔다. 이로써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입안을 위한 사전 절차가 마무리돼 향후 인허가 등 후속 행정절차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총사업비 1조 원 규모에 달하는 이 두 사업으로 시는 체류형 관광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 해양관광특구 지정 등 호미반도권 광역 관광개발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먼저 남구 장기면 두원리 일원 약 165만㎡ 부지에 조성되는 코스타밸리 관광휴양지구는 2028년까지 총 8,677억 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복합관광단지다. 약 500객실 규모의 호텔·콘도 숙박시설, 골프장, 펫파크, 스마트 레이싱, 딥다이브, 푸드테크 관광센터 등을 갖춘 대형 복합레저시설이 들어선다. 세계 장수마을 '블루존' 콘셉트를 도입한 웰니스센터와 온천시설을 결합해 아시아 최고 수준의 장기체류형 리조트로 개발된다.또한 남구 호미곶면 구만리 127만㎡ 부지에 추진되는 호미곶 골프&리조트 조성사업은 총 1,745억원 규모로, 2007년 9홀 골프장 계획이 고시된 이후 지연돼 온 지역 숙원사업이다. 2021년 민간사업자 승계 후 18홀 골프장과 고급 리조트를 포함하는 관광휴양단지로 재편됐다. 현재 부지의 99%를 확보했으며, 2027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한다.포항시는 두 사업 모두 오는 2026년 초 착공을 목표로 행정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호미반도를 동해안 대표 해양레저·관광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8.04 16:25

2분 소요
“연봉 2800억원?”...저커버그가 일으킨 AI 인재 영입 ‘돈의 전쟁’ [한세희 테크&라이프]

산업 일반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큰 연봉을 받은 스포츠 스타는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알나스르에서 뛰는 그는 2024년 2억6000만 달러를 받았다. 우리 돈 약 3500억원 정도다. 대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 외에 천문학적으로 큰 돈을 버는 사람은 주로 글로벌 스포츠 스타나 인기 연예인들이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팬들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과학자와 엔지니어 중에서 이런 슈퍼스타 부럽지 않은 돈을 버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 분야다. 수년에 걸쳐 10억 달러(약 1조4000억)를 받는 조건으로 영입 제안을 받은 인공지는(AI) 연구자가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슈퍼 인재에 대한 보상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는 장본인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이다. 그는 얼마 전 회사에 초지능연구소(Meta Superintelligence Lab) 조직을 신설하고,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테슬라 ▲애플 등 경쟁사 초특급 AI 인재들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영입 시도를 하고 있다.2억 달러로 영입한 루오밍팡 수석 엔지니어 메타는 연봉과 계약 보너스, 주식 등을 합쳐 2억 달러(약 2800억원)를 제시해 애플에서 초거대언어모델 개발을 주도한 루오밍 팡 수석 엔지니어를 영입했다. 이어 애플에서 멀티 모달 AI를 연구하던 핵심 연구원도 메타로 옮겼다. 이런 식으로 애플에서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던 팀에서 4명이 메타로 이동했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구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시장 불신이 쌓여가는 애플로선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생성형 AI 시장을 개척한 오픈AI 인력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10명 이상의 오픈AI 연구진이 메타 초지능연구소로 적을 옮긴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초지능연구소 40여 명 인원 중 오픈AI 출신이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메타가 1억 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보상을 제시하며 인재를 빼내려 한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낼 정도다. 메타 초지능 연구소는 28살의 알렉산더 왕이 이끈다. 그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를 다니던 중 AI 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정제해 AI 개발사에 제공하는 스케일AI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10만여 명의 계약 직원을 두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주요 AI 개발사와 협력한다. 일반적 의미의 연구자는 아니지만, AI 업계 정보와 인맥의 허브라는 평을 듣는다. 메타는 왕을 영입하기 위해 지난 6월 스케일AI에 140억 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스케일AI의 지분 49%를 취득했다. 스케일AI는 독립된 회사로 운영되고, 왕은 스케일AI 이사 자리도 유지한다. 140억 달러는 왕을 메타 초지능 연구소로 데려오는 값인 셈이다. 이사회가 알트먼 CEO를 몰아내려 했던 ‘오픈AI의 난’ 때 알트먼과 갈등을 겪은 미라 무라티 당시 최고기술관리자(CTO)가 창업한 AI 스타트업 싱킹머머신랩(Thinking Machines Lab) 인력들도 대거 메타 헤드헌터의 목표가 됐다. 보통 4년 간 2억~5억 달러 수준의 보상을 제안받았고, 최고 10억 달러까지 몸값이 책정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인력이 대략 호날두만큼 번다는 이야기다.초지능 구현 핵심은 슈퍼 인재이는 호날두나 메시가 마케팅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이들 슈퍼 인재가 AI 분야에서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 일은 바로 초지능 개발이다. 메타는 초지능 개발에 진심임을 가장 눈에 잘 띄는 지표, 즉 돈으로 증명하려 하고 있다. 초지능은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수준의 인공지능을 말한다. 오픈AI 설립 목적이기도 한 일반인공지능(AGI)과 비슷하지만, AGI가 사람처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범용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초지능은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의 성취에 방점이 있다. 초지능이 실현된다면 세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초지능에 가장 먼저 도달한 기업이나 국가는 다른 누구도 갖지 못한 강한 힘을 갖게 된다. 그것이 자산이 될지, 무기가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메타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로선 AI 학습과 운영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발전 시설 등 인프라 측면에서 경쟁자가 따라오기 힘든 해자를 쌓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혁신적 돌파구를 뚫어낼 인재들이다. 최근 선보인 오픈소스 방식 초거대 언어모델 '라마'(LLaMA) 최신 버전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 등 AI 경쟁에서 밀리는 듯한 메타로서는 구글이나 오픈AI 같은 선도 주자를 따라잡기 위해서 인력을 공격적으로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 메타가 일으킨 AI 인재 영입 전쟁을 바라보는 후발 주자들은 마음이 복잡하다. 빅테크들이 GPU를 쓸어가 버려 우리나라는 추경 예산을 편성해 가며 따로 구매해야 했다. 이들에 맞먹는 인프라를 만들기도 어려운 판에, 인력에 대한 처우까지 상상 못할 수준으로 차이가 나면 인재 유출을 피하기 어렵다. 이를 극복할 한 가지 방법은 중국 딥시크가 했듯, 환경의 제약을 뚫고 혁신을 만들어낼 창의적 접근을 가능케 할 환경을 만드는 일일 터다. 또는 연구자를 가슴 뛰게 할 비전을 제시하는 방법도 있다. 자체 AI 개발과 외부 협력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길을 잃은 애플은 핵심 인력을 메타에 빼앗겼지만, 오픈AI 경험을 토대로 AI 기술 개발 방식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려 한 싱킹머신랩에선 아무도 이탈하지 않았다. 심지어 저커버그 역시 회사 블로그에 “초지능을 통해 각 개인 역량에 날개를 달고, 스마트 안경 같은 새로운 컴퓨팅 기기로 초지능을 생활화한다”는 글을 올리며 자신들의 작업을 비전으로 포장하고 있다. 우수 인재가 공대를 안 가고 의대만 간다며 꾸짖기 전에, 사람들이 환경의 제약을 뚫고 성취할 수 있도록, 가슴 뛰는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보상 등 시스템을 개선하고 과학적 상상력을 북돋는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이건 인프라와 돈이 있다고 자동으로 이뤄질 일은 아니다.

2025.08.03 10:30

4분 소요
보이지 않는 유대감으로 연결...와인 한 잔에 담긴 의미 [와인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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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와 그래프가 난무하고 심각한 토의가 이어졌던 비즈니스 미팅이 끝나고 테이블 위로 어둠처럼 짙은 붉은 액체가 채워진 잔이 놓인다. 호스트는 이 와인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와 라벨의 의미, 와인의 특징을 나지막이 설명한다. 딱딱했던 분위기가 녹아내리고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유대감으로 연결된다. 한 잔의 와인에는 도대체 무엇이 담겨 있기에 이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일까.와인에는 수천 년을 이어온 신화와 역사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황홀한 이야기가 흐른다. 우리가 와인을 마시는 행위는 고대 신을 기리던 제의(祭儀)의 현대적 변주이며, 오늘날의 와인 마케팅은 그 오래된 신화의 구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에는 풍요·광기·황홀경의 신 디오니소스가 있다.피와 눈물로 빚은 최초의 브랜드 스토리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인간 여성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났다. 헤라의 질투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다시 태어나 '두 번 태어난 자'라는 의미가 있는 디오니소스는 탄생 서사부터가 이미 비극과 기적을 품고 있다. 박해를 피해 세상을 떠돌던 디오니소스는 가장 아끼던 동료 암펠로스의 죽음을 슬퍼했는데 그의 피가 흐른 자리에서 최초의 포도나무가 자라났다고 전해진다. 사랑하는 이의 피와 눈물로 태어난 열매로 만든 와인은 죽음과 부활, 슬픔과 구원의 서사를 지닌 신의 선물이라는 강력한 '최초의 브랜드 스토리'를 구축했다.와인의 붉은빛은 생명의 피를, 그 취기는 신과의 합일을 통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상징했다. 그의 추종자들이 벌였던 축제 ‘바카날리아’(Bacchanalia)는 사회적 규범과 체면을 벗어던지고 춤과 음악, 와인에 취해 신과 하나가 되는 일종의 종교 의식이었다. 와인은 태생부터 인간의 가장 깊은 심리, 즉 억압된 자아를 해방하고 싶은 욕망을 건드리는 신성한 매개체였다.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와인의 위상은 절대적이었다. 철학자들이 진리를 논하던 ‘심포지움’(Symposium)의 중심에는 항상 와인이 있었다. ‘함께’(Sym)와 ‘마신다'(posium)의 합성어인 심포지움은 원래 ‘밤새도록 마시는 와인 파티’였던 것이다. 연회의 주최자인 ‘심포시아르크’(Symposiarch)가 와인과 물의 희석 비율을 결정했는데 그는 그날의 분위기와 대화의 주제에 맞춰 취기의 강도를 조절하며 모임 전체를 지휘했다. 원액 그대로를 마시는 것은 ‘야만인’의 행위로 치부됐기에, 와인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문명인의 세련된 교양과 절제를 증명하는 사회적 장치였던 셈이다.로마의 거대한 와인 소비량은 로마 시내에 있는 ‘몬테 테스타치오’ 언덕이 증명한다. 이 언덕은 깨진 와인 항아리 ‘암포라’ 조각 수천만 개가 쌓여 만들어진 인공 언덕이다. 제국 전역에서 로마로 흘러 들어온 와인의 양을 보여주는 고고학적 증거다. 암포라 손잡이에는 생산지와 연도, 등급을 증명하는 인장이 찍혔다. 이는 품질과 브랜드를 식별하는 ‘레이블’ 역할을 했다. 이렇듯 고대 사회에서 와인은 종교적 성물이자 사교의 촉매제였다. 경제를 움직이는 화폐이기도 했다. 현대 와인 마케팅, 디오니소스의 후예가 되다시간이 흘러 신들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디오니소스가 와인에 불어넣은 신화적 유산은 현대 마케팅 전략 속에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다. 현대의 와인 마케터들은 영리하게도 고대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재현한다.첫째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강화’다. 칠레 와인 ‘1865’가 골프 애호가들 사이에서 ‘18홀을 65타에 친다’는 행운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이나 호주의 ‘19 크라임스’(19 Crimes)가 범죄자들의 이미지를 증강현실(AR) 레이블에 담아 와인에 반항적인 서사를 입힌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디오니소스 신화가 와인에 극적인 탄생과 구원의 스토리를 부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는 와인에 담긴 ‘이야기’를 구매하고 싶어 한다.둘째 ‘럭셔리 이미지와 신비주의의 구축’이다. VIP 고객을 대상으로 와인 시음회를 열고 귀한 와인을 선보이는 전략은 고대 심포지움의 현대적 재현이다. 와이너리들은 한정된 생산량, 어려운 접근성 그리고 제임스 서클링과 같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가 부여한 높은 점수를 통해 신비주의를 구축한다. 보르도의 ‘앙 프리뫼르’(En Primeur)처럼 병에 담기기도 전에 선물(先物)로 거래되는 와인 시장은 이런 신비주의의 절정이다.셋째 ‘떼루아(Terroir)라는 이름의 현대적 신화 창조’다. 토양 및 기후 등 포도밭의 자연환경을 의미하는 떼루아는 이제 과학적 용어를 넘어 마케팅의 핵심 신화가 됐다. 특정 지역의 흙과 햇빛이 포도에 특별한 영혼을 불어넣는다는 믿음은 고대인들이 특정 영토를 신성시하며 그곳에서 난 산물을 특별하게 여겼던 것과 같다. ‘나파 밸리’나 ‘몽라쉐’라는 지명 자체가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가 되는 현상은 떼루아가 와인의 품질을 넘어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감을 채우는 신화로 기능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소비자가 고가의 와인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유는 무엇일까. 와인은 구매해서 마셔 보기 전에는 맛과 풍미를 알 수 없는 대표적인 ‘경험재’다. 따라서 소비자는 레이블의 디자인·브랜드 스토리·원산지의 명성·가격표와 같은 외부적 단서인 ‘사회적 신호’에 크게 의존한다.특별한 와인을 오픈하는 행위는 단순한 음주가 아니라 나의 안목과 사회적 지위를 증명하고 일상에서 벗어나는 작은 의식이 된다. 브랜드 스토리에 감화되고 떼루아의 신화를 음미하며 한 모금의 와인에서 역사를 느끼는 것. 이는 과거 디오니소스 추종자들이 광란의 축제를 통해 황홀경에 빠져들었던 것과 본질적으로 같다. 와인의 가격표는 그 황홀경을 경험하는 데 필요한 입장료인 셈이다.오늘날 비즈니스 테이블에 오른 한 병의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그것은 고대의 신화를 품고 현대의 기술로 빚어낸 욕망의 결정체다. 와인 마케터들은 디오니소스의 후예들처럼 오늘도 우리에게 취기를 넘어선 황홀한 ‘경험’을 팔고 있다. 우리가 마실 다음 와인잔에는 과연 어떤 신화가 담겨 있을지 한 번쯤 음미해 볼 일이다.

2025.08.03 09:00

4분 소요
“인공지능의 도래는 인간 생존의 문제다”[새로 나온 책]

새로운 질서“AI를 인간답게 만들 것인가, 우리가 AI를 닮아갈 것인가?” 인공지능이 물처럼 퍼진 세상에서, 세 거인이 근본적인 화두를 던지는 책이 나왔다. 초인적인 기계 지능에 적응하고 진화하거나, 수동적인 소비자·방관자로 전락하거나, 새로운 질서는 기로에 선 인류에게 펼쳐질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를 생생하게 그려낸 전략서다. 이 책은 이념보다 현실을 중시하는 레알폴리티크의 신봉자이자 20세기 ‘외교의 역사’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의 유작이다. 키신저 박사는 2023년 11월 29일, 100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AI의 위력과 위협에 관해 논의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정치가이자 이제는 세상사를 내려두고 휴식해도 이상하지 않을 고령이었지만, AI에 대한 입체적 대응을 인류 차원의 중요한 문제로 끝까지 인식했다. 또한 구글 전 CEO이자 미국 싱크탱크 특별경쟁연구프로젝트(SCSP)의 설립자 에릭 슈밋, 마이크로소프트 전 연구 책임자이자 시스템생물학연구소(IBS) 소장 크레이그 먼디가 공저자로 참여해 최신 AI의 기술적 성과와 가능성을 풀어냈다.저자들은 인간의 뇌와 현실 인식, 정치와 안보는 물론 과학의 지평과 전략까지 AI가 여덟 가지 사유와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고찰한다. 과연 어떤 세상이 펼처질까? 책에서 예견하는 여러 가지 미래는 인류의 입장에서 무엇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를테면 단 하나의 완벽한 지능에 도달하려는 경쟁 속에서 전통적인 견제가 통하지 않는 승자가 절대적인 패권을 휘두른다. 어쩌면 특정 AI 기업이 경제를 넘어 사회적·군사적·정치적 위력을 전부 축적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위기를 극복하고 AI가 가져올 편익과 위협의 균형을 잡아줄 구체적인 전략들을 이 책에서 살펴보자. 조종당하는 인간‘조종당하는 인간’은 뇌의 자동반응과 자기통제의 한계를 과학적·심리학적으로 밝힌 책이다. 반복되는 충동, 끊임없는 후회, 멈출 수 없는 습관 속에서 “왜 나는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할까?” “왜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라는 질문에 실체적 답을 준다.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자극적인 음식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를 정면으로 설명하는 책이며 그 밖에,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또 반복하고 마는 거의 모든 행동의 근본적 원인을 담았다. 저자는 오랜 시간 뇌를 연구하며 60편 이상의 SCI 국제학술지 논문을 발표한 뇌과학 분야의 권위자다. 이 책은 저자의 최신 뇌과학 연구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득의 글로 뇌와 행동의 연관성을 풀어냈다. 또한 의지로만 해결할 수 없는 자기통제의 한계를 드러내며, 일상의 자동반응을 끊고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호모레퍼런스이 책은 인류는 모두 ‘호모레퍼런스’, 즉 참조하는 인간이라고 말한다. 인류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문명의 발전을 ‘참조’(reference)라는 키워드로 해석했다. 인류사를 풀어낸 책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장대한 인류사에 더해, 명확한 키워드와 균형 있는 시선으로 근본적인 해답을 제시해 색다르다. 인류의 힘은 특별히 뛰어난 개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지식의 축적과 참조에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35년간 역사의 현장 속에서 세상과 자기 자신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해석하고, 답하면서 이 책의 뼈대를 세웠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참조’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개별 문명의 세부 사항보다는 인류 역사의 거시적 흐름을 담고 있다. 인류의 시작과 상호작용, 분절된 지식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해설한다. 보수 본능‘전 세계적인 보수화, 2030 남성의 우경화는 왜 일어나는 것인가.’ 미국, 유럽, 캐나다 등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1980년대 이후로 젊은 세대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보수 성향을 띤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인간유전체학을 연구하는 최정균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쓴 보수 본능은 최신 학술 연구로 보수를 해부한 책이다.

2025.08.03 07:30

3분 소요
제빵왕과 대통령, 그리고 혁신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SPC그룹은 국내 최고이자 최대 제빵 전문기업입니다. 1945년 창업자 故 허창성 명예회장이 황해도 웅진에 문을 연 ‘상미당’(賞美堂)이라는 작은 빵집에서 시작해 1959년 서울 용산에 ‘삼립제과공사’를 설립하면서 기업 형태를 갖췄습니다. 지금은 ▲삼립식품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다수의 브랜드를 갖추고 전국 6500여개 매장에서 하루 770만여개의 빵을 생산하고 있는데요, 이 정도 규모의 제빵 회사는 국내에서 SPC그룹이 유일합니다. SPC그룹은 지난 2004년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현재 11개국에서 65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한데요, K-베이커리 인기를 타고 글로벌 영토를 꾸준히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SPC그룹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제빵왕’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만, 내부에서는 노동자의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K-제빵왕’의 자부심을 무색하게 합니다. 실제로 2022~2025년 사이 SPC 계열 공장에서의 산재 사망자는 기계 끼임 등의 사고사 3명, 과로로 인한 질병 사망자 3명 등 총 6명이나 됩니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산재 사고가 있었는데요, 최근 5년간 발생한 산재 신청 건수가 약 1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PC그룹은 대형 산재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고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조사 및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사고 방지 대책도 내놓았지만 산재 사고가 사라지지 않고 관행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생산 현장의 구조적 위험성 ▲장시간 노동 ▲안전관리 미흡 ▲야근 및 교대근무 환경 등 빵 생산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내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한 관계자는 “빵 생산 공정 전체가 자동화돼 있지 않아 중간중간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일도 있는데, 여기서 사고가 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문제점과 해법은 다 알고 있지만 실제로 이뤄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SPC그룹이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전격 결정하고 오는 10월 1일부터 전면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회사 측은 “8시간 초과 야근 폐지를 위해 인력 확충, 생산 품목과 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 전반적인 생산 구조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반가운 소식인 것은 분명합니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시흥 SPC삼립 시화 공장을 방문해 가혹한 업무환경 문제를 질타하자마자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것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서나 볼뻔한 모습이 연출된 것인데요, SPC그룹이 산재 사고를 꼭 해결하겠다고 생각했다면 대통령이 얘기하기 전에 얼마든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착한 제빵왕’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았을 겁니다.지금처럼 국내외가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을 때 기업이 생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고들 합니다. 그 혁신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내부에 직면한 문제를 구성원과 함께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해결한다면 그것이 바로 혁신입니다.

2025.08.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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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AI 시대를 대비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은?[CEO의 서재]

장현국 넥써쓰 대표가 추천한 책은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Nexus)다. 장 대표는 “넥서스는 우리가 다가올 인공지능(AI) 시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동시에 그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며 “인류의 역사와 미래, 그리고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를 깊이 성찰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고 밝혔다.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는 인류의 역사를 ‘정보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며, AI라는 전례 없는 정보 네트워크의 출현이 인류 사회에 가져올 거대한 변화를 예리하게 짚어낸다. 그는 인류가 석기 시대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정보를 공유하고 조직하며 협력해 왔는지 역사적 흐름을 되짚고, AI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정보 네트워크의 성격이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라리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정보 행위자로 규정하며, 이 새로운 존재가 인간의 의사결정과 권력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을 경고한다.그의 통찰은 미래가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흐름임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이러한 변화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부족하며, 지금과는 전혀 다른 접근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집단적 판단을 좌우하거나 심지어 조작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사회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윤리적 장치를 갖추어야 하는지 깊이 있는 제언을 내놓는다.‘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교훈’ 등을 통해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통찰해 온 하라리는 이번 책에서 그동안의 지혜를 집대성해 인류가 현재 직면한 가장 큰 기회와 위험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 그는 정보가 단순한 사실의 집합이 아니라 신화와 허구, 집단적 믿음을 형성해 권력과 통제의 수단이 돼 왔음을 설명한다. 또한 AI 시대에는 이 정보 네트워크가 더욱 자율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사례와 역사적 맥락을 들어 경고한다. 예를 들어, 알고리즘이 특정 사회적 갈등이나 폭력을 증폭시킨 실제 사례를 통해 기술이 인간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하지만 그는 완전한 비관론자가 아니다. 오히려 AI 시대에도 인간이 주체성을 지키고 민주주의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 할 원칙을 제안한다. 개인정보와 데이터는 투명하고 분권화된 방식으로 관리돼야 하며, AI의 결정 과정은 설명 가능하고 책임 있는 형태로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통찰은 단순한 경고를 넘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사회적·정치적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장 대표는 “책을 읽으며 ‘넥서스’는 ‘연결’을 뜻하고, 나아가 인류의 진화를 가능하게 한 정보 네트워크의 핵심 정신을 담은 단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며 “그런 의미에서, 넥서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비롯해 오늘날 우리가 만들어가는 디지털 생태계를 관통하는 핵심 언어인 듯 싶다. 이런 깨달음은 새로 시작하는 벤처의 이름을 ‘넥써쓰’(세종대왕의 의도된 발음을 따라)로 정하게 한 결정적인 영감이 됐다”고 밝혔다.

2025.08.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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