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정도의 파급력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거래시간 확대가 과연 시장에서 통할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시장과 투자자들의 역동성을 고려했을 때 진작에 도입됐어야 할 서비스였다고 확신합니다.”김진국 넥스트레이드 전무의 목소리에는 자신감과 함께 시장의 뜨거운 반응에 대한 감회가 서려 있었다. 지난 3월 국내 자본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최초의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는 예상을 뛰어넘는 돌풍을 일으키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현재 넥스트레이드의 일평균 거래액은 ▲프리마켓 약 1조원 ▲메인마켓 4조원 ▲애프터마켓 7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단순한 시장 보완 기능을 넘어, 유동성 분산과투자자 선택지 확대라는 측면에서 실거래 기반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넥스트레이드 신드롬의 중심에는 단연 ‘거래시간 확대’라는 혁신이 있다. 김 전무는 “프리마켓은 글로벌 변동성을 적극활용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었고, 애프터마켓은 퇴근 후 여유롭게 기업 공시를 분석하고 투자 판단을 내리는 ‘올빼미 투자자’들에게 최적의 거래 환경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규장 마감 후 쏟아지는 기업 공시들이 애프터마켓에서 즉각적으로 가격에 반영되면서, 정보에 기반한 투자자들의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이에 당초 목표로 삼았던 시장 점유율 15%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이 됐다. 김 전무는 “일본이나 호주의 ATS가 10년 이상 걸려 15% 점유율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현재 성과는 매우 고무적”이라며 “일본의 PTS(사설거래시스템)가 각종 규제 환경에 발목이 잡혔던 것과 달리 넥스트레이드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에서 출발한 점도 초기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물론 모든 시작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시스템 안정화는 출범 초기 가장 큰 숙제였다. 김 전무는 “넥스트레이드 오픈이 이제 3달째에 접어들었고 본격적인 거래가 이루어진 지는 두 달, 수수료를 받기 시작한 지는 한 달 남짓 됐다”며 “초기에는 모든 증권사 시스템이 두 개의 거래 플랫폼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도 발생했고, 솔직히 밤잠을 설칠 정도로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출범 초기의 불안정한 상황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김 전무는 “최근에는 전산 오류 관련 이슈가 거의 사라졌다”며 “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에는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전사적인 대응을 거치며 지금은 시스템이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고 덧붙였다.외국인·기관 투자자 유치 ‘청신호’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딘 넥스트레이드의 시선은 이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확대로 향하고 있다. 외국인 비중은 아직 10%에 미치지 못하고 연기금이나 공모펀드 등 국내 주요 기관의 거래도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시장 안팎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김 전무는 “이미 복수의 외국계 대형 증권사들이 10월 2차 오픈에 맞춰 실거래 참여 의향을 전달해 왔고, 이들 대부분이 시장 영향력이 큰 곳들”이라며 “시장의 움직임이 커지면서 이들의 진입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기관 투자자 유치 전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김 전무는 “기관들은 단순한 수수료 절감 효과보다는, 대량 주문 시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거래를 체결할 수 있는지를 고려한다”며 “한 번의 주문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인 ‘시세 관여율’이 가장 중요한데, 넥스트레이드도 이 부분에서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5% 룰’ 둘러싼 고민과 해법 찾기넥스트레이드의 빠른 성장세와 함께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15% 룰’로 향하고 있다. 현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개별 종목의 6개월 거래량이 한국거래소(KRX) 대비 전체 거래량의 15%, 개별 거래량의 30%를 초과할 경우 해당 종목의 넥스트레이드 거래가 익일 정지된다. 시장 과열을 방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지만, 성장 가도를 달리는 넥스트레이드에게는 잠재적인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김 전무는 이 규정에 대해 “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인 만큼 출범할 때부터 당연히 준수하기로 하고 시작한 것”이라며 원칙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규정의 타당성과는 별개로, 현재로서는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다만 투자자들의 거래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드러냈다. 김 전무는 “개별 종목별로는 거래가 정지될 수 있고, 이는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금융당국과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투자자 중심 혁신 플랫폼 목표…자본시장 새 지평”향후 운영 전략에 대해 김진국 전무는 “현재 약 800개 수준인 거래 대상 종목 수를 당분간 급격히 늘리기보다는, 기존 종목들의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다만 시장의 변화와 투자자의 요구에 맞춰 적시에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항상 깨어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김 전무는 “단순히 또 하나의 거래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에 경쟁력 있는 대체거래 플랫폼을 처음 선보였고 그것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가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지금보다 훨씬 저렴하고, 쉽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는 혁신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넥스트레이드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