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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보다 중요한 것…의결권 행사를 설명하는 힘 [대신경제연구소 ESG인사이트]

ESG

최근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자주 제기된다.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자체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일부는 외부 자문사의 의존을 줄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이러한 인식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의결권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단순히 ‘영향력이 줄었다’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이 약화된 것이 아니라 그 영향력이 행사되는 방식과 정당화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변화하는 의결권 자문사의 역할과 책임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2026년 1월 일본 자본시장을 대상으로 발표된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의 ‘일본 스튜어드십 코드 성명서’(Japan Stewardship Code Statement)다. 의결권 자문사가 특정 국가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에도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비교적 간략한 형태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그러나 이번 일본 성명서는 단순한 코드 준수 의지 표명을 넘어, 의결권 자문사의 판단 과정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분명한 차별성을 가진다. 특히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서비스 제공 대상인 일본 시장의 감독 당국이 권고하는 표현과 구조에 맞춰 상세한 공시를 진행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글로벌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최근 흐름과 비교해 보면 이번 성명의 문제의식이 어디에 있는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ISS 역시 시장 변화에 대응해 ▲고객 맞춤 리서치 강화 ▲분석 범위 확장 ▲소통 방식의 구체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ISS의 변화가 주로 기존 글로벌 정책 체계의 정교화와 서비스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번 글래스 루이스의 성명서는 의결권 권고가 형성되는 과정 자체를 일본 감독 당국의 문제의식과 언어에 맞춰 외부에 구조적으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즉 ISS의 변화가 정책과 서비스의 진화에 가깝다면, 글래스 루이스의 성명서 발표는 의결권 자문사의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설명하고 정당화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응답에 가깝다. 따라서 이는 특정 국가에 국한된 대응이라기보다, 의결권 자문사를 둘러싼 글로벌 환경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는 더 이상 ‘자사 의결권 행사 기준에 따라 반대했다’는 설명만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적용된 정책이 해당 기업과 안건, 시장 환경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설명이 투자자의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외부 자문사의 권고를 그대로 따르던 방식은 점차 설득력을 잃고, 의결권 행사에 대한 근거와 판단 과정에 대한 맥락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최근 대형 기관투자자인 JP모건이 의결권 판단을 내부화하고,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한 자체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투자자는 ‘왜 이 같은 의결권 행사를 했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한국 자본시장에 주는 함의한국 자본시장 역시 변화의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 강화 ▲기관투자자의 설명 책임 확대 ▲주주총회 안건의 복잡화는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의결권 행사는 기업의 합리적 소명과 의결권 자문사의 정합성 있는 분석, 그리고 기관투자자의 책임 있는 자문 활용이 맞물려 돌아가는 고도의 설득 메커니즘으로 진화하고 있다.의결권 자문사와 기관투자자의 입장 변화를 보면 기업들은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이 약해졌다고 오해할 만하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반대일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별 판단 기준이 세분화되고 정책 적용 방식이 다양해질수록, 기업은 ▲이사회 구조의 필요성 ▲보상 체계의 합리성 ▲특정 안건이 장기적 기업 가치에 부합하는 이유를 데이터와 맥락을 갖춘 설명으로 제시하라는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이 변화는 기업에 부담임과 동시에 기회다. 단순한 정책 준수 여부를 넘어, 자사의 거버넌스 구조와 의사결정이 왜 합리적인지 설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기업은 보다 복잡해진 의결권 환경에서도 상대적인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다각적인 이해관계자의 시각을 사전에 조망하고, 시장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정교한 대응 논리와 전략적 분석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동시에 의결권 자문사 역시 단순한 체크리스트식 분석이나 추상적인 정책 문구만으로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투자자의 설명 책임을 지원하기 어렵다. ▲각 국가의 제도 환경 ▲기업지배구조 관행 ▲시장 센티멘트까지 폭넓게 고려한 세분화된 분석과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이제 시장에 대한 신뢰는 ▲기업 경영 판단의 타당성 ▲기관투자자의 책임 있는 투자와 의결권 행사 ▲합리적인 분석에 근거한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2026.02.08 09:00

3분 소요
ICGN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환영”…자본시장법 개정안 힘 싣기

ESG

국제기업거버넌스네트워크(International Corporate Governance Network·ICGN)가 한국의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공식 지지의사를 밝혔다. ICGN은 5일 국회ESG포럼에서 발의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법안’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국회ESG포럼 ▲금융위원회 ▲한국회계기준원에 송부했다.ICGN은 1995년에 설립된 글로벌 투자자 주도의 거버넌스 단체다. 약 90조 달러(약 12.5경원) 규모의 자산을 운영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 40여 개국·300개 이상의 자산 소유자와 자산운용사·자문기관이 회원으로 활동하며, 기업 거버넌스와 투자자 스튜어드십 활동에 대한 국제 기준을 제시해온 권위 있는 기관이다.ICGN은 공개서한을 통해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명문화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한편, 개정안과 연계된 금융위원회의 ‘ESG 공시 로드맵’이 조속히 발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제 지속가능성 공시 표준과의 정합성을 달성하기 위해 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 Board·ISSB) 표준을 채택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ICGN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포함한 지속가능성 정보를 재무제표와 동시에 ‘단일 보고서’에 담아 공개하는 체계가 투자자들에게 시의적절하고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젠 시슨 ICGN 대표는 “ICGN은 ‘자본시장법’에 근거한 지속가능 공시 의무화는 ‘법적 명확성’을 제공하고 ‘국제 표준과의 정합성’를 보장하는 측면에서 매우 환영할 만한 조치”라며 “금융위원회가 ESG 공시 로드맵의 조속한 발표를 통해 기업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투자자들이 비교가능하고 신뢰성 높은 정보에 기반한 투자의사결정을 내리는데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02.05 10:08

2분 소요
2026년 ESG 규제 대전환…韓 기업 대응 전략은 [대신경제연구소 ESG인사이트]

ESG

중국 초(楚)나라의 충신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에는 여세추이(與世推移)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적응해 나간다는 의미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60년 만에 돌아온 붉은 말의 해를 맞이하며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이를 되새겨야 한다. 말은 빠른 속도와 강한 추진력을 상징하지만, 고삐를 단단히 잡지 못하면 방향을 잃는다. 왜 ‘지금’ 주목해야 하는가2026년은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의 분기점이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전환기간을 마감하고 확정기간에 돌입하며, 미국 캘리포니아는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한다. 한국 역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으로, 각종 규제가 기업의 비용에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다. 능동적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유럽, 간소화 속 본격 시행EU는 2025년 12월 ‘Omnibus I 패키지’를 최종 승인하며 ESG 규제의 방향을 재조정했다. 적용 범위는 축소하되, 적용 대상 기업에 대한 의무는 유지하는 것이다.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으로 기존 대비 약 80%의 기업이 제외되지만 대상 기업은 여전히 이중중대성 평가를 실시해야 하며,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ESRS)의 핵심 요소 역시 유지된다. 2026년 1월 1일 시작된 CBAM 확정기간은 우리 기업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증서 구매 시작 시점이 2027년 2월로 연기되고 연간 50톤 이하 수입업체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철강·알루미늄 등 주력 수출 품목을 다루는 기업들은 2026년부터 탄소배출량 산정과 검증 체계를 갖춰야 한다. 향후 EU는 세탁기·가스레인지·자동차 부품 등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므로 현재 대상이 아닌 기업도 준비가 필요하다. 에코디자인 규정(ESPR)에 따라 오는 7월 19일부터 미판매 의류와 신발 폐기가 금지되며, 섬유·가구·타이어·매트리스 등 제품군별 요구사항이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설계 단계부터 ▲제품의 내구성 ▲재활용성 ▲에너지 효율 ▲유해물질 제한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은 8월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일정 농도를 초과하는 과불화화합물(PFAS)을 함유한 식품접촉 포장의 EU 시장 출시 금지를 시작으로, ▲재활용 가능 포장 설계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확대 ▲재활용 등급 ▲포장 최소화 등 다양한 조치가 순차 시행된다. 기업들은 포장재의 적합성 선언서(DoC)와 기술문서(TD)를 준비해야 하며, 포장재료 선택부터 생산·유통 전 과정에서 순환경제 원칙을 준수하는 기업만이 EU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의 경우 대폭 완화되어 국내 기업들은 급박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다년간 공급망 실사를 실시해온 기업이라 해도, 직접 협력사를 대상으로 일괄 수행하던 공급망 실사를 위험 기반(risk-based) 접근 방식에 따라 실제적·잠재적인 부정적 영향 발생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선별하고 심각성이 높은 영역에 실시할 심화(in-depth) 평가를 준비하는 등 실사 체계를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 주(州) 단위 규제미국은 연방 차원의 ESG 공시 의무화가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주가 선도적으로 기후 공시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상원법 253호(SB 253)는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영위하며 연 매출 10억 달러를 초과하는 기업에 Scope 1, 2 배출량 공시를 2026년부터 의무화한다. 상원법 261호(SB 261)는 기후 관련 재무 위험 공시를 의무화하려 했으나, 작년 11월 미국 항소법원이 일시 중단 결정을 내렸다. 미국의 규제 환경은 정치적 변동성이 크지만, 주 단위 규제는 연방 정부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캘리포니아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은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한국, 로드맵 구체화와 제도 정비한국은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최종 로드맵 확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제도 정비가 먼저 이뤄지고 있다. 작년 10월 ‘탄소중립기본법’을 비롯한 12개 환경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온실가스 감축의 실효성을 높이고 자연보전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11월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발표됐고, 올해부터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 시작으로 발전부문 유상할당 비율이 2026년 15%에서 2030년 50%까지 상향된다. 이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에는 ▲수소환원철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 녹색 기술 투자를 본격화하는 한국형 녹색산업 전환(K-GX) 전략이 구체화될 전망이다.개정 상법 역시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이미 2025년 7월 시행되었으며, 올해 7월에는 ▲독립이사 명칭 변경 및 구성비율 상향 ▲감사위원 선임·해임 관련 3%룰 확대 ▲9월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상향과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도 배제 금지가 시행된다. 이는 주주권을 보호하고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는 조치로, 거버넌스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강불식의 자세로작년 말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6년 경영환경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자강불식’(自强不息)이 선정됐다고 한다. ‘스스로 강하게 하며 쉬지 않고 노력한다’는 뜻으로, 이제 중소기업들도 스스로 힘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2026년 병오년, 변화의 속도는 붉은 말처럼 빠르다. 하지만 여세추이의 지혜로 변화를 읽고 자강불식의 자세로 역량을 키운다면 변화는 기회가 된다. 고삐를 단단히 쥐고 변화의 말에 올라탄 기업만이 2026년 이후의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2026.01.11 10:00

4분 소요
기업 지배구조 변화 단초 ‘이사회’…기업의 의지 보여주는 ‘거울’ [스페셜리스트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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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거버넌스 리서치 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DMI)에 따르면 국내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 대상 기업 수는 2020년 10개에서 2024년 66개로 대폭 증가했다. 주주 행동주의는 더 이상 일부 기업에만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이는 기업 지배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며, 이제 시장은 기업을 평가할 때 ‘회사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는가’를 먼저 본다. 그리고 그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사회로 향한다.이사회가 다시 중요해진 이유이사회는 회사의 방향을 점검하고, 경영진의 판단이 위험하지 않은지 감시하는 곳이다. 이사회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그럴듯한 중장기 전략도 말에 그칠 수밖에 없다. 최근 투자자들이 이사회 구성에 유독 민감해진 이유다.실제로 주주제안의 흐름을 보면 변화는 분명하다. 최근 3년간 이사·감사 선임과 관련된 안건이 전체 주주제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이 ‘회사를 감독할 수 있는 구조부터 바꾸자’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주주총회에서 이사·감사 선임 안건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회가 형식적인 승인 기구에 머문다면 시장은 그 기업을 ‘문제를 미리 막을 수 없는 회사’로 인식할 것이다. 이제 이사회에는 독립성뿐 아니라, 위험을 이해하고 토론을 통해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복잡해진 환경, 따라가지 못하는 이사회문제는 이사회가 다뤄야 할 사안이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공급망 불안 ▲국제 정세 변화 ▲기후 이슈에 더해 ▲인공지능(AI) ▲데이터 활용 ▲사이버 보안 등은 이제 기업의 존속과 직결된 사안이 됐다. 이들 대부분은 재무제표에 즉각 드러나지 않지만, 한 번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가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특히 사이버 보안은 단기적 재무손실을 넘어 중장기적 평판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영역이다.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경우, 그동안 상당히 많은 정보보안 비용을 투입해온 회사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는 인프라 구축과 솔루션 도입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조직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관리는 미흡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등 보안조직이 얼마나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위험 제어 역할을 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국내 많은 기업의 이사회 구성은 여전히 재무·법률 중심에 머물러 있다. 학계나 공공부문 출신 비중은 높은 반면, 실제 사업을 이끌어본 경험이나 기술 분야에 대한 이해를 갖춘 인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현장에서 어떤 위험이 커지고 있는지 놓치기 쉬운 구조다. “이사회가 회사의 전략과 리스크를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가.” 글로벌 지배구조 원칙과 의결권 자문사들도 이같은 질문을 던진다. 국내에서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이사회 구성뿐 아니라, 어떤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그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까지 설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사회 역량 관리는 더 이상 ‘하면 좋은 일’이 아니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비용과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사안’이 됐다.BSM의 함정, 표를 채우는 데서 멈추는 순간이런 환경에서 많은 기업이 이사회 역량표(Board Skill Matrix·BSM)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사들의 경력을 키워드로 나열한 ‘현황표’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BSM의 본래 목적은 분명하다. 회사가 향후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현재 이사회에 부족한 부분을 점검해 이를 이사 선임 계획에 연결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12월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통해 은행(지주)에 BSM 작성을 권고하고, 이를 이사 후보군 관리와 신규 이사 선임에 활용토록 했다. 또한 이사회 전문성 목표비율 설정 및 그와 연계된 ▲이사회 구조 설계 ▲사외이사 후보군 추천 경로의 다변화 ▲자격 검증 강화 역시 강조했다. 명확한 목표 없이 작성된 BSM은 의사결정 도구가 아니라 단순 체크리스트에 그치기 쉽다.또 다른 함정은 이른바 ‘스타 이사’ 중심의 접근이다. 복잡한 리스크는 한 명의 전문가로 관리되지 않는다. AI나 디지털 전환 문제만 보더라도 기술·보안·규제·윤리가 얽힌 복합 이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이사회 전체가 이해하고 토론할 수 있는 구조다. 이사회가 이해하지 못하는 위험은 관리할 수 없으며, 위기 상황에서 서로 다른 시각이 유입되지 않으면 이사회 논의는 쉽게 한 방향으로 쏠린다. 결국 시장은 ‘이 이사회는 정말로 회사를 감독할 수 있는가’를 묻게 된다.이사회가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이사회의 감독 기능은 이름뿐인 기능에 그친다. 이사회 구성 자체를 위험관리 수단으로 인식, 다양한 영역에서의 경험 및 네트워크 등을 보유한 이사들을 선임하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해외 규제와 소송 리스크가 큰 산업일수록 글로벌 경험을 갖춘 이사는 필수적이다. 지금 필요한 ‘세 가지’ 실행해법은 이사회 관리방안을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다. 첫째, 회사에 정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부터 정리해야 한다. 사업 구조와 핵심 위험을 기준으로 목표 역량을 정하고, 현재 이사회와의 차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라는 단어를 적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사회가 어떤 문제를 감독하고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까지 구체화해야 한다. 둘째, 이사 선임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기업 내부 추천에만 의존하지 말고 외부 네트워크와 다양한 추천 경로를 활용해 후보군을 상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선임으로 무엇을 보완할 것인가’를 명확한 기준으로 삼는 동시에 이력에 대한 적합성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평가와 개선이 실제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사회 평가 결과가 ▲재선임 여부 ▲위원회 배치 ▲교육 계획으로 연결될 때 역량 관리는 작동한다. 외부 평가를 주기적으로 병행하고, 행동 중심의 지표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아가 ‘2년 내 OO분야 사내이사 1인 발탁’과 같은 구체적인 ‘이사 교체 및 보강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그 진행 상황을 공개하는 기업일수록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다. 공시는 성과를 자랑하는 문서가 아니라, 개선 로드맵을 약속하는 계약서에 가깝다.이사회는 ‘간판’이 아니라 ‘조타실’특히 간과되기 쉬운 점은 전문성은 직함과 이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재무 전문가나 법률 전문가, 혹은 행동주의 투자 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기업에 적합한 이사가 될 수는 없다. 산업 구조와 사업 모델, 현장 리스크를 이해하지 못한 전문성은 피상적인 조언에 머물기 쉽다. 이사회에 필요한 것은 ‘유명한 전문가’가 아니라, 해당 기업의 맥락 속에서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이다.내부 인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기업의 전략과 리스크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이 외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회사 안에서 사업을 이끌며 성과를 만들어온 인재, 위기 국면에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본 경험이 있는 인물은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내부에서 이러한 인재를 발굴하고 준비시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환경에서 이사회는 거버넌스를 장식하는 간판이 아니라, 기업의 항로를 정하는 조타실이다. 계기판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수치를 읽고 해석하며, 상황에 맞는 판단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산업 이해와 경험이 함께해야 한다.투자자는 완벽한 이사회를 기대하지 않는다. 무엇이 부족하며 이를 어떻게 보완해 나갈 것인지를 투명하게 설명하는 기업이 신뢰를 얻는다. 기업과 산업을 깊이 이해하는 이사회는 위기 앞에서 문제를 조기에 인식하고 방향을 수정하는 반면 외형적 전문성에만 의존한 이사회는 신호를 뒤늦게 읽거나, 판단을 경영진에게 미루기 쉽다. 시장이 두 이사회를 구분하는 기준은 ‘의사결정의 질’이다.결국 이사회는 기업의 의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리스크를 그때그때 감당하는 조직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학습하고 성장설계하는 조직으로 나아갈 것인지는 이사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준비되는지에 달려 있다. 조타실의 계기판과 선원 구성을 점검하지 않은 채 항해에 나서는 기업은, 성패를 전략이 아니라 운에 맡기는 셈이다. 시장은 이제 그 차이를 분명히 보고 있다.

2026.01.10 10:00

6분 소요
백종원 '더본코리아' 무혐의… 검찰, 원산지표시법 위반 혐의 종결

정책이슈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의 원산지표시법 위반 의혹 사건이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최종 마무리됐다. 담당 직원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법인과 직원 모두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다.5일 법조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29일 원산지표시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던 더본코리아 법인과 직원 1명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앞서 더본코리아는 '백종원의 백석된장'과 '한신포차 낙지볶음' 등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일부 제품의 재료가 외국산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산으로 표기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특별사법경찰은 지난해 6월 해당 사안에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검찰은 송치 이후 보완 수사를 지휘했으며, 농산물품질관리원 특사경은 보완 조사 끝에 지난달 24일 혐의가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다시 넘겼다. 검찰은 최종 수사 결과, 담당 직원이 원산지를 잘못 기재하는 과정에서 속이려는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형사 책임을 묻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이로써 지난해부터 백종원 대표와 더본코리아를 둘러싸고 제기되었던 원산지 표시 관련 사법 리스크는 일단락되었다. 앞서 경찰 단계에서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등 관련 혐의에 대해 백 대표 개인은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2026.01.05 08:55

1분 소요
우리금융,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역량 입증…CDP 평가 리더십 등급

은행

우리금융그룹은 글로벌 비영리기관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가 주관하는 ‘기후변화 대응(Climate Change)’ 부문 평가에 올해 처음 참여해, 총 4개 등급 중 최상위에 해당하는 ‘리더십(Leadership)’ 등급을 획득했다고 16일 밝혔다.CDP는 전 세계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 관련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이를 토대로 환경성과를 평가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해당 결과는 글로벌 금융 투자기관의 투자 및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환경 성과 지표로서 높은 공신력을 갖추고 있다.우리금융그룹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매년 그룹 탄소배출량을 측정·공시하고 있으며, 제3자 검증을 통해 데이터의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또한 TCFD 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와 관련된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공개하는 등 정보 투명성 제고에도 앞장서고 있다. TCFD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기업의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투자자 관점에서 공시하도록 만든 권고안이다.아울러 녹색여신관리지침 제정에 맞춰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내부 심사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금융권 최초로 ‘K-택소노미 AI 상담서비스’를 도입해 녹색여신 심사의 효율성을 대폭 높였다. 더불어 ESG 경영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ESG 컨설팅’을 제공해, 저탄소 전환 과정에서 거래 기업의 ESG 역량 강화까지 적극 지원하고 있다.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번 CDP 리더십 등급 획득은 우리금융그룹의 기후위기 대응 역량이 글로벌 수준에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며 “앞으로도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위한 금융 지원을 지속 확대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 체계를 더욱 견고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한편, 우리금융그룹은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ESG 평가에서 3년 연속 ‘AAA’ 최고 등급을 획득하고, S&P글로벌의 다우존스 지속가능성지수(DJSI) 평가에서도 ‘World 지수’에 편입되는 등 주요 글로벌 ESG 평가기관으로부터 우수한 성과를 잇달아 인정받으며 ESG 선도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25.12.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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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뱅크, ESG경영대상·최고경영자상 동시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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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뱅크는 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2025 한국의경영대상’에서 ESG경영 부문 대상 및 황병우 은행장이 최고경영자상을 동시 수상했다고 밝혔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하는 ‘한국의 경영대상’은 1988년 시작해 올해 38번째를 맞이 했으며, 국내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종합 경영 시상 제도다.iM뱅크는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ESG경영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탁월한 리더십으로 혁신 활동을 이끌어온 최고경영자에게 주어지는 ‘최고경영자상’을 올해 동시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최고경영자상’ 선정의 배경으로는 지난 2023년 황병우 은행장 취임 이후 ESG 최고의사결정기구인 ESG위원회를 이사회 소위원회로 설립하고 ESG전담조직을 꾸려 지속 가능한 경영 체계를 구성한 것이 주요 성과로 꼽힌다. ESG거버넌스 확립을 위해 ESG업무운용규정을 제∙개정해 각 사업별 산재해 있던 ESG경영·금융 실적 및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틀도 완성했다. 이후 전직원 접근이 가능한 경영정보시스템 내 ESG통합시스템을 자체구축하고 성과의 투명성과 신뢰도강화를 위해 시각화 프로그램을 도입해 관리체계 강화하여 운영한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iM뱅크는 다양한 사업과 의사 결정에 있어 ESG 가치를 우선시해 전방위적인 부분에서 성과를 증명했다. 환경 부문에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심사 시스템 도입, ESG 성과평가(KPI) 운영, 폐전자전기제품 수거 및 재활용 활성화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또한 사회 부문에서는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 유공 국무총리상 수상, 자체 인권경영선언문 제정, 블라인드 공정 채용, 건강친화기업 등 인증 획득의 성과를 이뤘다. 지배구조 부문에서 윤리 실천 다짐의 날 실시, 서스틴베스트 2025 종합평가 AA등급 획득 등의 다양한 활동을 인정받았다.황 행장은 “이번 수상은 iM뱅크가 지속 가능한 금융 성과 창출과 사회적 책임을 경영의 핵심으로 삼고 임직원 모두가 노력으로 이루어 낸 결과로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iM뱅크는 더욱 ESG경영을 강화하고 환경과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5.12.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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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보상의 함정…형식적 도입은 ‘그린워싱’ 일 뿐 [대신경제연구소 ESG인사이트]

ESG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선진국 기업들은 이미 임원 보상에 ESG 지표 한두 개를 반영하는 단계를 넘어섰다. 유럽 주요 기업의 40% 가량이 ESG 평가·보상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애플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도 임원 성과급에 환경·사회 목표를 연계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이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ESG 투자가 영업 및 재무 성과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실제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들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이 자신의 산업에서 중요한 ESG 이슈에 집중할 때 장기 주가 성과가 유의미하게 개선된다. 유니레버가 2010년대 신흥국 시장에서 경쟁자들보다 월등히 높은 매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사적으로 추진됐던 지속가능성 제고 전략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한국은 어떠한가. 국내 시가총액 상위 250개 기업 중 ESG 지표를 임원 보수에 반영하는 기업은 겨우 27곳, 10.8%에 불과하다. 일부 선도 기업들이 2019년부터 최고경영자(CEO) 평가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시도가 있지만, 이는 소수의 예외에 가깝다. 한국 기업들은 ESG 보상 체계 도입에서 선진국 대비 최소 5~10년은 뒤처져 있다.선진국의 형식적 도입, 그 실패의 교훈그렇다면 뒤늦게 출발하는 한국 기업들은 서둘러 선진국을 따라가기만 하면 될까? 흥미롭게도 먼저 출발한 유럽과 북미 기업들의 경험은 정반대의 교훈을 전한다. ‘빠르게 도입’하는 것보다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독일 튀빙겐대학 연구진이 유럽 대형 상장기업 73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ESG 지표를 도입한 기업은 많지만 그 지표가 임원 보수 총액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명확히 규정된 ESG 지표의 평균 가중치는 5%에 불과했고, ESG 지표 달성 여부는 전체 임원 보수 총액 변화의 1%밖에 설명하지 못했다. ESG 보상이 진정한 인센티브가 아닌 ‘그린워싱’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결국 문제의 핵심은 ‘형식적 도입’에 있다. 많은 기업들이 ESG 목표를 설정했지만, 그 목표는 처음부터 쉽게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설정됐다. 연구에 따르면 ESG 지표의 수나 가중치가 높을수록 오히려 목표 달성률의 변동성이 낮아지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경영진이 항상 거의 100%에 가까운 목표 달성률을 보장받도록 설계됐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북미에서는 ESG 성과급 지급률이 재무 성과급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ESG 목표가 훨씬 느슨하게 설정됐기 때문이다.또 다른 문제는 재량적 평가의 남용이다. 많은 기업이 ESG 목표 달성 여부를 이사회나 보상위원회가 연말에 재량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재량적 평가는 측정이 어려운 ESG 성과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그 재량권이 한쪽으로만 작동한다는 점이다. 재무 실적이 좋을 때는 재량적 ESG 보상이 추가로 지급되지만, 환경 사고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 보상을 삭감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임원에게는 ‘추가 혜택’만 있고 ‘책임’은 없는 비대칭적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이러한 선진국의 시행착오는 한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ESG 보상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처음부터 다르게 설계해야 하는가?韓 기업이 달리 출발해야 하는 지점늦게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기회다. 한국 기업들은 선진국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처음부터 실질적인 ESG 보상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것은 ‘의미 있는 가중치’다. 5% 미만의 가중치로는 임원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없다. ESG가 진정한 인센티브로 작동하려면 최소 10~15% 이상, 환경 리스크가 높은 제조업이나 화학·에너지 업종의 경우 20% 이상의 가중치를 부여해야 한다. 둘째, 목표의 엄격성이다. ‘지속가능경영 강화’ 같은 모호한 목표는 무용지물이다. ▲탄소 배출량 전년 대비 12% 감축 ▲중대재해 제로 달성 ▲여성 임원 비율 30% 달성처럼 명확하고 측정 가능한 지표를 사용해야 한다. 목표 수준도 재무 목표만큼 도전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달성률이 항상 90% 이상이라면, 그것은 목표가 아니라 ‘확정 지급’에 가깝다.세 번째는 책임의 대칭성이다. 재량적 평가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투명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평가 기준과 결과를 공개하고, 무엇보다도 부정적 ESG 사건 발생 시 확실한 페널티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환경 사고·중대재해·인권 침해 등이 발생했을 때 이미 지급된 보상을 환수하거나 향후 보상을 삭감하는 메커니즘을 명문화해야 한다. 보상은 양방향이어야 한다.넷째,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다. 임원의 책임 범위에 맞춰 생산 부문 책임자에게는 탄소 배출과 안전 지표를, 인사 책임자에게는 다양성 지표를, 구매 책임자에게는 공급망 ESG 지표를 연계하는 식이다. 모든 임원에게 동일한 지표를 부여하는 것은 책임 소재를 흐리고 효과를 반감시킨다.한국 기업들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선진국처럼 형식적으로 ESG 보상을 도입해 10년 뒤 다시 재설계하는 우회로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제도를 구축하는 지름길을 택할 것인가. ESG 보상은 ‘녹색 페인트칠’이 아닌 ‘경영 엔진의 핵심 부품’이 돼야 한다. 늦게 시작하는 만큼, 더 제대로 시작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2025.12.0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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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한국ESG기준원 ESG평가’서 전 부문 ‘A+’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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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이 19일 한국ESG기준원(KCGS·Korea Institute of Corporate Governance and Sustainability)의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 공표’에서 국내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ESG 통합등급 및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전 부문에서 A+ 등급을 획득했다고 밝혔다.한국ESG기준원은 국내 대표적인 ESG 평가기관으로 2011년부터 국내 기업의 ESG 수준을 평가하고 ESG 등급을 공개하고 있다.KB금융은 이번 평가에서 ‘포용적 금융 실천’, ‘친환경 금융’, ‘인적자본 관리’,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등 주요 항목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국내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모든 부문 ‘A+’ 등급을 획득함으로써, 국내외 최고 수준의 ESG 경영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KB금융은 ‘KCGS ESG 평가’뿐 아니라 ‘MSCI ESG 평가’에서 국내 금융회사 최초로 4회 연속 최상위 등급인 ‘AAA’ 등급을 획득했으며,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 ESG 리스크 평가’에서 국내 금융회사 중 최고 등급인 ‘Low Risk 등급’으로 평가받았다.국내외 ESG 평가기관들이 KB금융을 지속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KB금융이 포용적 금융 실천, 친환경 금융 확대, 기후 리스크 대응 강화 등 ESG 핵심 분야에서 전 계열사와 함께 ESG 경영 실천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온 결과다.특히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하고, 지역사회와 사회적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으며, 기후위기 대응을 강화하고 자연자본 공시를 추가하는 등 ESG 모든 부문에서의 고도화된 경영 전략과 실천이 평가기관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KB금융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KB금융의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아 환경·사회·지배구조 모든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온 ESG 경영 실천의 노력이 평가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KB금융은 지속적으로 ESG 경영을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금융그룹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것”이라고 말했다.

2025.11.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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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기부금 1위는 삼성전자·3위는 현대차…2위는 어디?

산업 일반

올해 1∼3분기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한 기업은 삼성전자로 나타났다. 뒤이어 한국전력, 현대차가 차지했다. 증가폭이 가장 큰 곳은 SK하이닉스였다.19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매출 기준 500대 기업 중 3분기 보고서에 기부금 내역을 공시한 기업 218곳을 조사한 결과,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부금은 전년 동기(1조1244억원)보다 3.6% 증가한 1조1652억원으로 집계됐다.같은 기간 이들 기업의 누적 영업이익은 125조8429억원에서 142조2897억원으로 13.1%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성장했지만, 기부금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CEO스코어는 "시간이 갈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주요 기업들이 기부금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올해 3분기 누적 기부금이 가장 많은 기업은 1104억원을 기부한 삼성전자였다. 다만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1412억원)보다 기부금을 줄였다.2위는 한국전력공사(1092억원), 3위는 현대차(1069억원)로 나타났다.이어 SK하이닉스(590억원), 기아(561억원), 포스코(478억원), LG생활건강(345억원), HD현대중공업(321억원), 한국수력원자력(307억원), 강원랜드(225억원) 등 순으로 기부금이 많았다.기부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SK하이닉스였다. 작년 410억원에서 올해 590억원으로 180억원(43.7%)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면서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또 한국수력원자력(156억원), 포스코(136억원), HD현대삼호(123억원), 포스코홀딩스(110억원), 한국가스공사(92억원), LG생활건강(75억원), GS리테일(69억원), 한화오션(68억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68억원)가 기부금을 늘렸다.기부금 감소액이 가장 큰 기업은 한국전력공사(452억원)였다. 삼성전자(308억원), LG화학(143억원), 한일시멘트(82억원), HD현대중공업(70억원), HD현대오일뱅크(68억원), 대한항공(55억원), LG에너지솔루션(55억원), 현대엔지니어링(42억원), 포스코이앤씨(33억원) 등도 기부금을 줄였다.업황에 따라 업종별로도 기부금 증감이 엇갈렸다.조선·기계·설비 업종은 업황 호조로 영업이익이 71.1% 급증한 데 힘입어 기부금도 21.8%(233억원) 늘었고, 철강 업종 역시 영업이익이 13.5% 증가하며 기부금을 40.3%(180억원) 늘렸다.반면 불황을 겪는 석유화학 업종은 기부금을 39.4%(209억원) 줄여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또한 건설·건자재 업종도 기부금을 26.0%(165억원)나 줄였다.

2025.11.1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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