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시대’가 증권가의 새로운 기준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2026년 코스피 하단을 3500~3900선, 상단을 4900~5000선으로 제시하며 중장기 증시 흐름을 점검했다. 일부 증권사는 기업 이익 성장과 밸류에이션 평가 가치 정상화 가능성을 근거로 5850선까지도 열어둔 전망을 내놨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실적 회복이 지수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경로와 물가 흐름, 미국 정치 일정과 정책 변수는 상단을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는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12개사의 전망을 토대로 2026년 코스피 상·하단 예상치를 정리했다. 센터장들은 상반기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이익 모멘텀과 정책 효과가 지수 상승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연준의 금리 인하 종료 시점 ▲물가 재상승 가능성 ▲미국 중간선거 등 정책·정치 이벤트가 집중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국면 전환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5500·5850은 조건부 시나리오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제시한 2026년 코스피 전망을 종합하면, 지수 하단은 3500~3900선에서 비교적 단단하게 형성된 반면 상단은4900~5000선을 중심으로 일부 증권사가 5500선까지 열어둔 구조로 요약된다. 단기 유동성 기대보다는 기업 이익 성장과 밸류에이션 정상화 가능성이 중장기 증시 방향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하단 전망과 관련해서는 증권사 간 큰 이견이 없었다. 키움증권(3500선), 하나증권(3750선), 한국투자증권(3900선) 등 비교적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한 증권사들 역시 “국내 증시의 이익 체력이 과거 대비 개선됐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 ▲AI 투자 확대 ▲주주환원 강화 기조 등이 하방을 지지하는 완충 역할을 할 것이란 평가다.상단 전망에서는 증권사별 온도 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코스피 밴드를 4600~5089선으로 제시하며 실적 개선을 전제로 한 점진적 우상향 국면을 예상했다. 삼성증권은 4000~4900선을 제시하며 이익 성장은 이어지겠지만 밸류에이션 확장에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올투자증권도 3840~4930선으로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반면 NH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은 보다 공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NH투자증권은 기본 상단을 5500선까지 제시하며 AI 투자 확대가 단순한 테마를 넘어 기업 이익의 구조적 레벨업으로 이어질 경우 코스피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증권 역시 3900~5500선을 제시하며 반도체와 AI를 중심으로 한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확인될 경우 지수 레벨이 한 단계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신한투자증권은 기본 상단을 5000선으로 제시하면서도, 낙관 시나리오로는 5850선까지 언급했다. 정책 환경과 글로벌 유동성 흐름이 동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경우 코스피의 구조적 상단이 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KB증권 역시 3800~5000선을 제시하며 상단 도전 가능성을 열어뒀다.이 같은 전망 차이는 2026년 증시를 바라보는 연중 흐름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다수 증권사들은 2026년을 단선적인 강세장보다는 상반기와 하반기의 환경이 달라지는 해로 인식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반도체와 AI를 중심으로 한 이익 개선이 비교적 명확한 반면, 하반기로 갈수록 거시·정책 변수들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상반기는 실적·정책, 하반기는 금리·정치 변수상반기 낙관론의 배경에는 이익 가시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과 AI 투자 확대 효과가 실적에 본격 반영되는 시점이 연초에 집중돼 있고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및 기업 밸류업 정책 역시 상반기에 체감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구간에서는 밸류에이션 정상화 논리가 작동할 여지가 있으며, 일부 증권사가 5000선 돌파 가능성을 열어둔 배경도 여기에 있다.반면 하반기 국면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시각이 우세하다.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시점이 가시화될 경우 통화 완화 기대가 약화될 수 있고, 물가 재상승 가능성 역시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미국 중간선거를 전후한 정책 불확실성이 겹칠 경우, 증시는 방향성보다는 변동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삼성증권과 하나증권, 키움증권 등이 상단을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제시한 배경도 이러한 하반기 리스크 인식과 맞닿아 있다.이 때문에 증권사들이 언급하는 ‘상고하저’ 흐름은 급격한 하락을 전제하기보다는 상반기 빠른 반응 이후 하반기 상승 탄력 둔화 또는 조정 가능성에 가깝다. 상단을 5000선 이상으로 제시한 증권사들 역시 하반기 이후 전망에서는 조건부 시나리오임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이 제시한 5500선 시나리오 역시 이익 성장의 지속성과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동시에 충족될 경우에 한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2026년 국내 증시의 핵심 쟁점은 상반기 형성될 수 있는 고점 레벨이 하반기 변수에도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로 압축된다. 코스피 5000선은 단순한 숫자라기보다, 국내 기업 이익의 구조적 개선과 정책 환경이 어느 수준까지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에 가깝다는 평가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6년 한국 증시는 이익 모멘텀이 강한 만큼 상반기에는 실적 개선과 유동성 환경이 맞물려 비교적 우호적인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연준의 금리 인하 종료 시점이 가시화되는 구간과 미국 중간선거, 미중 관세 유예 만료 등 주요 이벤트가 하반기에 집중돼 있어 연중 후반으로 갈수록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 효과와 외국인 수급, 이익 성장 모멘텀이 지수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하반기에는 미국 중간선거를 전후한 정치·대외 변수로 시장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며 “2026년 증시는 상반기 강세 이후 하반기에는 변동성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