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데이터를 모아 보여주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사용자에게 의미 있는 솔루션까지 제시해야 합니다.”올해 6월, 마이데이터 2.0 서비스가 전면 시행되면서 금융업계에 다시 한 번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022년 마이데이터 1.0 도입 당시만 해도, 사용자들은 금융 데이터를 모아주는 것만으로 편리하다 느꼈다. 하지만 서비스가 고도화되는 지금, 사용자들은 그 이상을 요구한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뱅크샐러드는 또 한 번의 실험을 시작했다. 지난 7월 28일 뱅크샐러드의 마이데이터 사업을 총괄하는 서지원 테크 리드 매니저(Tech Lead Manager·TLM)를 만나 회사의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기술과 협업을 잇는 구심점”뱅크샐러드는 2017년 국내 최초로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해 금융 데이터를 자산관리 서비스에 구현했다. 이후 2022년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기반 마이데이터 시장이 열리면서, 스크래핑 기술 없이도 개인의 금융 데이터를 사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서지원 리드 매니저는 뱅크샐러드가 마이데이터 시장 개화에 대응하던 2020년부터 관련 사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제품 개발·보안·법무 등 다양한 조직과의 커뮤니케이션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기술 기반 기획과 운영은 물론, 마이데이터 개발팀의 중장기 로드맵과 기술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그는 창업자 출신 개발자에서, 이제는 기술과 조직을 연결하는 프로그램 리드 매니저로 변신해왔다. 그는 뱅크샐러드 입사 전, 가계부 앱 ‘벤토이(VENTOY)’를 창업했던 경험이 마이데이터 프로젝트를 풀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한다. 실제 뱅크샐러드의 마이데이터 2.0 프로젝트는 내부의 70명 직원, 외부의 수십 개 금융기관 및 정부기관과 협업이 필요한 고난도 미션이었다. 그는 “창업은 답이 없는 상황에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의 연속이었지만, 그때 익힌 도전 정신이 지금의 마이데이터 프로젝트에도 큰 도움이 됐다”며 “마이데이터 프로젝트는 도전적이었지만, 팀원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임했던 재미있는 프로젝트였다”고 회상했다.“모아주는 것에서 끝나지 말아야”마이데이터 1.0이 단순한 데이터 조회 중심이었다면, 2.0은 사용자 편의성과 데이터 활용성에 방점이 찍혔다. 간편한 동의 절차로 기관 연결이 가능해졌고, 어카운트인포 연계를 통해 휴면계좌 해지와 이전까지 가능해졌다. 뱅크샐러드는 마이데이터 2.0을 준비하면서, 기술적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 정확도를 넓히고 범위를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서 리드 매니저는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광범위한 데이터가 필요하고, 이번 프로젝트는 그 기반을 다진 작업이었다”고 강조했다.뱅크샐러드는 ‘초개인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다. 단순히 개인의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는 것이 아닌, 건강 데이터와 금융 데이터를 융합한 맞춤형 솔루션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건강검진 기록과 발병 예측 데이터를 보험 설계에 활용하거나, 헬스케어 솔루션을 맞춤형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서 매니저는 “마이데이터 시대 이전에는 데이터를 모아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발생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것만으로는 가치가 발생하기 어렵다”면서 “단순히 ‘20대 남성이 좋아할 상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최적 시점에 최대의 혜택과 가치를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미래, 키워드는 ‘헬스케어·소상공인·AI’뱅크샐러드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다음 목표는 건강과 소상공인 영역이다. 건강 마이데이터가 본격화되면 이용자의 병원 진료 이력, 처방 내역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헬스케어가 가능해진다. 뱅크샐러드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 등으로 건강 분야에 오랜 기간 투자해 왔다.또한 뱅크샐러드는 개인사업자 대상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추후 진출 분야로 눈여겨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사업체의 정보·매출 변동성 등을 분석해 운영 비용까지 관리하는 사업장 재무 관리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다. 서 리드 매니저는 “사업장 운영에서 운영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중요한데, 현재 소상공인 신용평가로는 사업장 데이터 반영이 어렵다 보니 제대로 된 금융 건전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마이데이터로 고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도입하면 대출 같은 금융 활동에 필요한 체계적인 사업장 신용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I’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서 리드 매니저는 마이데이터 2.0을 ‘AI 에이전트로 가는 마중물’이라 표현한다. AI가 사용자의 요청을 수행하기 위해선 사용자에 대한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데, 마이데이터 2.0을 통해 데이터의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뱅크샐러드는 ‘My AI’라는 이름의 개인 맞춤형 AI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줘’라고 요청하면, AI 에이전트는 주기적으로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대출상품을 찾고, 대환까지 실행해주는 식이다.그는 “지금까지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본인의 데이터를 간편하게 연결하고 한곳에 모아서 확인하며 그 속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해 의사결정을 도왔다”며 “다음 단계는 AI 에이전트가 그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실행 레벨까지 가는 서비스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마이데이터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서 리드 매니저는 “지금은 데이터 활용과 목적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라며 “포지티브 한 규제 방식에서 네거티브 한 규제 방식으로 혁신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술 변화 속도에 맞춰 유연한 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서비스도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