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통합 작업을 본격화하며 자산 53조원 규모의 대형 생명보험사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통합 생명보험사는 ‘우리라이프’(가칭)이라는 신규 브랜드로 출범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번 합병을 통해 국내 5위권 생보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는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우리금융이 비은행 부문에서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완성과 함께 향후 보험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핵심 국면으로 분석된다. 특히 ▲자본건전성 ▲노사협상 ▲계열사 간 융합 전략 등의 다양한 과제가 동시에 놓여있는 만큼, 향후 통합 추진 전략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7월 1일부로 우리금융의 자회사로 공식 편입되며, 인수 절차가 최종 마무리됐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생명 지분 75.34%를 1조2840억원에, ABL생명 지분 100%를 2654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올해 1월 15일 금융당국에 인수 승인 심사를 신청하며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한 바 있다.2024년 말 기준, 동양생명의 자산은 34조5776억원, ABL생명은 18조6651억원으로, 합병 시 총자산은 53조2427억원에 달한다. 이는 NH농협생명(53조2536억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통합 법인인 ‘우리라이프’(가칭)가 출범할 경우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자산 기준 5위권에 안착할 전망이다.생보업계 자산 기준 상위사는 ▲삼성생명(275조3211억원) ▲교보생명(122조4090억원) ▲한화생명(122조1350억원) ▲신한라이프(59조5178억원) 순이다. 우리라이프는 이들 ‘빅4’에 이어 업계 5위 생보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자본 건전성 ‘빨간불’ 해소 시급…K-ICS 비율 안정화 ‘핵심 과제’다만 합병 이후에도 해결해야 할 내부 과제는 산적해 있다. 가장 먼저 K-ICS(신지급여력제도) 기준의 자본건전성 지표 안정화가 핵심 과제다.동양생명의 K-ICS 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127.2%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30%를 소폭 하회하며 자본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K-ICS는 보험사가 보유한 자본 대비 리스크 감내 능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수치가 낮다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보험금 지급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통상 150% 이상을 양호하게 보며, 130% 미만일 경우 주의를 요구한다. 동양생명은 향후 ▲자본 확충 ▲리스크 조정 ▲자산운용 구조 재편 등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추가적인 재무 건전성 악화 시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나 경영개선 요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양생명은 약 6000억원 규모의 해외 채권 발행으로 단기 유동성을 확보했으며, 3분기 말 K-ICS 비율은 일정 수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ABL생명 역시 같은 기간 K-ICS 비율이 104.6%로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100%)에 근접했던 만큼 자본 건전성 개선은 여전히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남아있다. 앞서 금융당국의 수시 재평가 제도에 따라 2월 28일 자로 경과조치 신청을 완료하고, 3월 말 기준 재 산출된 자본감소분을 가용자본에 포함함으로써 K-ICS 비율을 167.96%까지 상승시켰지만, 이는 합병 이후 초기 재무 안정성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응일 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 보강과 리스크 조정, 수익구조 개선 등 전방위적인 대응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며 “두 보험사 모두 자본 확충과 함께 그룹 내 계열사와의 융합 체계를 조기에 정착시키는 것이 시너지 창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노조 협상 ‘뇌관’…고용 안정·조직 안착 ‘관건’노조와의 협상 또한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양사 노조는 ▲고용 안정 ▲단체 협약 승계 ▲독립 경영 보장 ▲매각 위로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동양생명 노조는 파업 찬반 투표에서 95.7%의 찬성률을 기록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노사 갈등이 심화될 경우 통합 일정 차질은 물론 내부 조직 안정성 저하, 직원 사기 하락 등 복합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고용 보장과 조직 통합 방향성에 대한 노조와의 접점을 조기에 형성하는 것이 조직 안착의 속도와 안정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영업 채널과 주력 상품 통합 역시 향후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꼽힌다. 동양생명은 전속 설계사 중심의 대면 채널과 사망·질병 중심의 전통적인 보장성 포트폴리오를 고수해왔다. 반면 ABL생명은 GA(독립법인대리점) 채널 확대와 변액·저축성 보험 강화, 비대면·디지털 영업에 주력해왔다.우리금융은 향후 이처럼 상이한 두 회사의 채널 전략을 융합해 영업 협업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보험 청약부터 언더라이팅, 보험금 지급까지 전 과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은행 채널을 활용한 보험상품 판매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점포를 활용한 요양·헬스케어 신사업 진출 등 디지털 기반의 전략 전환을 병행해 통합 생보사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업계 안팎에선 통합 초기 1~2년이 조직 안착과 영업 정상화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시기로 내부 갈등 최소화와 리더십 안정적 확보가 실질적인 통합 효과를 위한 전제 조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보험사 통합은 우리금융이 비은행 부문에서 존재감을 본격적으로 키울 수 있는 전환점”이라며 “자본 건전성 회복, 노사 통합, 계열사 간 융합 등 구조적 과제를 얼마나 치밀하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우리라이프’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