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먹는 알부민’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최근 배우 한가인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먹는 알부민'을 영양제인 듯 추천한 발언을 두고 사과한 게 불씨가 됐다. 이 제품은 기능성이 입증되지 않은 '일반식품'이다.제약사가 일반식품을 제조·판매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진짜 문제는 의학적 기능성이 입증되지 않은 일반식품에 제약사 특유의 브랜드 신뢰도를 얹어, 마치 '영양제'인 것처럼 소비자를 눈속임하는 제품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배경에는 허술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제도가 자리한다. 성분의 기능성 검증과 임상시험, 엄격한 광고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하는 건기식과 달리 기타가공품·혼합음료 등 일반식품은 지자체 신고만으로 즉시 시판이 가능하다. 이에 제약사들은 까다로운 규제를 넘고 비용을 투입하는 대신 일반식품 형태를 선택한 뒤 간판을 붙여 마치 '건기식' 같은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런 제품들을 '부당광고'로 적발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 제재하기엔 규제의 구멍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제약사 간판이 만든 '착시'식약처의 단속 내역을 보면 보령컨슈머헬스케어, 대웅생명과학, 부광약품, 대원제약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내 주요 제약사와 그 자회사들의 상표를 단 '알부민' 제품들이 시중에 대거 유통됐다.이 같은 영업 방식이 시장에서 제대로 통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은 제약사가 가진 브랜드 신뢰도다. 대부분은 제약사 상표가 적힌 제품을 보고, 검증된 건강기능식품으로 착각한다. 40대 직장인 민지혜씨는 "올리브영 같은 곳에 가서 일반식품인지 건기식인지 확인하고 구매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글루타치온도 당연히 피부에 좋다니 사먹는 건데, 건기식인지 일반식품인지 보고 사본적도 없다"고 말했다.의료계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먹는 알부민'을 의약품과 유사한 효능이 있는 것처럼 홍보한 의료인을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한 바 있다.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알부민' 식품과 주사제의 성분과 역할은 다르다"며 "달걀흰자에서 유래한 난백 알부민은 식품 단백질이고, 병원에서 사용하는 사람 혈청 알부민은 정맥으로 투여하는 전문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마다 원료와 구성도 다양해, 주사제와 같은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식약처가 1차부터 3차 점검에 걸쳐 적발한 부당광고 알부민 제품의 총판매액만 약 23억2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먹는 알부민'은 온라인을 통해 문제 없이 판매되고 있다. 적발되더라도 유통업체가 챙기는 부당 이익에 비해 과징금이나 처벌 수위가 턱없이 낮다 보니, 업체들은 제품명과 판매 사이트만 살짝 바꿔가며 부당광고를 이어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6조 건기식 시장…닮은꼴 사태 반복 중일반식품을 건기식이나 의약품처럼 오인하게 만들어 판매하는 사례는 왕왕 발생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이너뷰티 시장을 타고 인기를 끈 ‘글루타치온’이다. 과거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셀트리온스킨큐어·종근당건강·휴온스·녹십자웰빙 등 내로라하는 제약·바이오 기반 기업들의 글루타치온 식품이 ‘피로회복제’,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오인할 수 있는 부당광고를 하다가 대거 적발됐다. 지자체에 단순 신고만으로 시판되는 일반식품(기타가공품 등)으로 출시한 뒤, 제약사 상표를 달고 온라인에서 건기식인 양 판매하는 영업 방식이 글루타치온에 이어 알부민으로 성분만 바꿔가며 재현된 셈이다.문제는 현행 법제도상 식약처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시정권고나 판매 사이트 차단, 사후 부당광고 적발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사전 검증 절차가 없는 일반식품 특성상 제품이 이미 수십억~수백억 원가량 유통되고 난 뒤에야 사후 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KHSA)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지난해 약 6조4000억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했다. 2028년에는 7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커지는 시장 규모만큼이나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무엇보다 제약사 브랜드 상표를 사용하는 일반식품에 대한 사전 표시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약사의 상표·로고·자회사 명칭을 사용하는 일반식품의 경우, 제품 포장 전면과 온라인 상세 페이지 상단에 '본 제품은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기타가공품)'이라는 경고 문구를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제약사 이름이나 상표는 의약품에 대한 신뢰를 떠올리게 한다"며 "그 상표가 붙은 일반식품도 치료 효과를 검증받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포장에 일반식품인지, 건강기능식품인지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표시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일반식품’이라는 안내를 작게 넣어두고 나머지 광고에서 간 기능 회복이나 부종 개선을 강조한다면, 소비자가 받는 인상은 치료제에 가까울 수 있다"며 "특정 원료의 연구 결과를 가져와 판매하는 식품에도 같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 방식과, 검증되지 않은 효과를 내세워 식품을 치료제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판매하는 관행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