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의 2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화된 가운데, 대형사를 중심으로 두 자릿수 이익 증가율이 기대되고 있다. 코스피 반등과 거래대금 급증, 보유자산의 평가이익 확대가 실적 개선을 견인하며, 증권업계 전반의 실적 모멘텀에 불을 지피고 있는 상황이다.24일 KB증권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2165억원, 영업이익 2180억원, 당기순이익 160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5% 증가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확대 등 자산건전성 제고 노력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0.4%, 11.1% 줄었다.회사 측은 “시장 회복기에 맞춰 수익성만 추구하기보단, PF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반영해 실질적인 내구력을 높이는 전략을 취했다”고 설명했다.증권업계는 이번 KB증권의 실적을 2분기 실적 랠리의 서막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등 5대 주요 증권사의 2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약 1조3500억원으로 집계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시장 기대치(16.2%↑)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운용 부문의 회복세가 긍정적인 흐름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특히 6월 들어 코스피가 2700선을 넘나들며 활황세를 보였고, 개인 투자자 자금 유입도 빠르게 회복되면서 증권사의 수익 기반이 확대됐다.거래대금 5000조 육박…유동성 회복 본격화여기에 더해, 보유 주식 자산의 평가이익 확대도 실적 회복에 한몫했다. 대형 증권사들은 자체 운용 포트폴리오에 상장주식, ETF,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편입하고 있는데, 2분기 증시 상승 흐름에 따라 자산 재평가 차익이 대규모로 반영된 것이다.또한 투자은행(IB) 부문의 안정적인 수익 기여도 주목할 만하다.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은 다소 주춤했지만, 발행어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체투자 구조화 등 다양한 자산기반 거래에서 견고한 수익 구조를 유지하면서 증권사들의 전반적인 수익 기반을 뒷받침했다.시장 전문가들은 “거래대금 증가라는 직접적 실적 변수 외에도 증권사별 자산운용 능력, PF 리스크 관리, IB 딜 구조화 능력 등 비(非)주식시장 의존 수익원들이 탄탄하게 복원되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적 회복이 3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외 증권사 51곳의 코스피·코스닥 누적 거래대금은 약 4981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약 18% 증가한 수치로, 리테일 거래 재개와 AI·반도체 기대감에 따른 주식시장 활황이 배경으로 작용했다.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도 증권사 실적 개선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최근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증시 부양 기대가 단순 기대를 넘어 제도적 뒷받침으로 전환되고 있다. 장영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 통과로 증시 부양 정책이 실체화되고 있다”며 “정부의 후속 조치로 소액주주 권리 확대, 거래세 인하, IM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제도 보완 등이 예정돼 있어 하반기에도 증시 및 증권업종에 대한 기대는 유효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