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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뉴노멀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최근 국내 대표 포털기업 네이버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용사인 두나무가 합병을 공식화했습니다. 네이버는 검색·쇼핑·콘텐츠 결제를 아우르는 국내 1위 포털 플랫폼이고, 두나무는 국내 최대이자 글로벌 3위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사라는 점에서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 초대형 디지털 금융 생태계가 탄생할 전망입니다. 주목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제도화 바람이 불고 있는 디지털 자산 시장과 관련한 행보인데요, 양 사는 이미 지난 7월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달러 등 특정 자산에 1 대 1로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화폐입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올해 연간 글로벌 거래량이 약 35조~40조 달러로 예상되는데, 2024년 27조~28조 달러보다 1.3~1.5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폭발적인 성장세에 각국의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닌데요, 특히 정치권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여당은 작년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1단계) 시행 이후 정부 당국의 2단계 법안(핵심 내용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마련이 지지부진하자 이번 주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며 연내 입법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업계는 늦어질수록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며 속도전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고환율 문제를 고려하면 빠른 도입이 능사가 아니라는 신중론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역대 최고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를 넘어 1500원대를 뚫을 기세인데요,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고물가·고비용·내수 침체라는 삼중고에 빠지게 돼 실물경제에 큰 타격이 우려됩니다. 문제는 최근 환율을 끌어올리는 힘이 구조적이라는 점입니다. 개인 해외투자(서학개미),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 확대, 수출기업의 달러 환전 유보 등이 달러 수요를 상시적으로 높이며 원화 약세를 고착화하고 있습니다.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여기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게 신중론자들의 주장입니다. 지금은 원화를 달러로 바꾸려면 은행 계좌 개설·환전 절차·규제 등 일정한 ‘마찰 비용’이 있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디지털 화폐 형태의 원화로 즉시 달러·비트코인·해외 자산 매수가 가능해지며, 원화 매도·달러 매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금융시장 불안 시에는 ‘탈원화 러시’를 돕는 통로로 기능해 환율 안정성이 더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또 원화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관리 부실·발생사 부도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 한국 금융시스템 자체가 흔들린다거나 통화당국의 자본통제·환율안정 수단이 무력화된다는 등의 우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신중론자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단계적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그냥 도입할 경우 외환시장의 환율 변동성과 자본 유출이 굉장히 걱정된다. 은행 중심으로 먼저 해보고, 외환 나가는 게 잘 통제되면 그다음 순차 확산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1500원대 고환율 뉴노멀에 직면한 상황이어서 속도전보다 신중론이 더 크게 와닿습니다.

2025.1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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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이후 3년…AI 분야 업&다운, 주목받는 것과 잊혀진 것[한세희 테크&라이프]

전문가 칼럼

필자는 2020년 8월, 이코노미스트 지면에 당시 처음 공개된 오픈AI의 인공지능(AI) 모델 GPT-3를 소개하는 글을 썼다. “신은 어디에 있지?”라는 질문에 AI는 “신은 어디에나 있죠. 우리가 사는 이 시뮬레이션 속에도 물론 있고요”라 답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GPT-3는 바둑으로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와는 또 다른 충격을 줬다. GPT-3 공개는 초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의 잠재력을 세상에 알렸다. 다만, 소수의 사람들에게 제한적으로 공개돼 모든 사람들이 직접 써 볼 수는 없었다. 2년이 지난 2022년 11월 30일, 오픈AI는 챗GPT를 세상에 선보였다. GPT-3를 개선한 GPT-3.5 모델에 대화 인터페이스를 입혀 누구나 채팅 형식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한 AI 서비스다. 드디어 생성형 AI가 모든 사람의 손끝에 닿은 것이다. 챗GPT, 세상을 바꾼 3년놀라움과 열광 속에 챗GPT는 한달 만에 사용자 1억명을 돌파, 틱톡을 제치고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확산된 온라인 서비스가 됐다. 이제 챗GPT 출시 후 딱 3년이 지났다. GPT-3 이후 챗GPT가 나오기까지 2년과 챗GPT가 나온 후 3년의 시간을 비교해 보면, 1년 차이가 아니라 약 10년은 차이나는 시간이 흐른 것 같다. GPT-3가 나왔을 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5년 안에 AI가 인간보다 더 똑똑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 예언은 거의 사실이 된 듯하다. 지난 3년 간 AI는 과거 PC나 인터넷, 스마트폰의 등장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 세상을 바꿀 원동력으로 주목받았다. AI 버블이 온 세상을 뒤덮었지만, 정작 이 거품 속에서 누가 진짜 세상을 바꿀 진정한 가치를 주어 시장의 승자가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PC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인터넷의 구글, 스마트폰의 애플 같은 존재가 될 주인공은 아직 안개 속이다. 처음에 이 질문의 답은 명백해 보였다. 바로 오픈AI다. 더 큰 모델, 멀티 모달, 추론 기능 등을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선보이며 AI 발전 방향을 앞장서 제시했다. 반면, 구글이나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헛발질을 거듭했다. 챗GPT 충격 이후 구글이 내놓은 대화형 AI 모델 ‘바드’는 이제 너무나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대화형 AI의 대명사였던 애플 시리는 챗GPT 등장 이후 갑자기 ‘골동품’처럼 느껴지게 됐고, 아직도 나아질 조짐이 안 보인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AI 경쟁 구도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구글은 바드를 ‘제미나이’로 리브랜딩하고 꾸준히 개선 노력을 해 왔고, 이 같은 노력은 지난 11월 선보인 새 모델 ‘제미나이 3’로 결실을 맺었다. 앞서 구글이 내놓은 이미지 생성 모델, 일명 ‘나노 바나나’가 탁월한 성능으로 입소문을 타더니, 나노 바나나 기능까지 결합한 제미나이 3는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오픈AI의 GPT-5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였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가 “3년 간 매일 챗GPT를 썼지만, 제미나이 3를 2시간 사용해 보니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것도 화제가 됐다. 구글, 오픈AI를 넘어설까?세계 최대 검색 서비스 구글이 가진 막대한 데이터와 노하우, 인프라와 컴퓨팅 역량 등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구글은 고가의 엔비디아 칩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텐서처리장치(TPU) 반도체를 이용해 제미나이 3를 맞춤형으로 훈련시켰다. 검색과 클라우드 인프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등 모든 서비스와 단말에 가진 사용자 접점을 통해 수십 억명의 사용자에게 자사 AI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메일, 캘린더, 워크스페이스 등과 연동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물론, 챗GPT의 우위는 아직 뚜렷하다. 챗GPT 주간 사용자 수는 8억명 이상이며, 연말까지 10억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웹 데이터 조사 회사 시밀러웹에 따르면, 챗GPT 웹 버전 월간 방문 횟수는 약 11억회로 1억 500만건을 약간 웃도는 제미나이에 비해 훨씬 크다. 하지만 지속적 AI 개발과 운영, 서비스 확장을 위한 공격적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검색 광고 수익을 뒷배로 둔 구글과 달리 오픈AI는 개인 및 기업 구독자를 늘려 매출을 일으키면서 이 같은 투자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오픈AI는 소프트뱅크 등과 손잡고 향후 8년 간 컴퓨팅 역량 확대에 1조40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매출은 여전히 불확실한데 투자를 끌어오기 위한 비전은 더욱 담대해지는 느낌이다. 오픈AI가 최근 성인에 한해 AI와 에로틱한 대화를 허용하기로 한 것도 수익화 압박을 반증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엔 오픈AI가 구글 제미나이 3의 선전에 위기감을 느껴, 전사적으로 비상 근무에 들어가는 ‘코드 레드’를 발동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주식 시장 편중 심해지고, 탄소중립 관심 가라앉아챗GPT 출시 후 3년, 오픈AI가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수혜를 본 기업은 따로 있다. 엔비디아다. 챗GPT가 불러온 AI 개발 열풍에 힘입어 AI 학습에 쓰이는 엔비디아 GPU 수요는 끝없이 폭증했다. 챗GPT 출시 후 엔비디아 주가는 979% 상승했고, 연 매출은 270억달러 수준에서 2000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골드 러시 때엔 곡괭이와 청바지 기업이 돈을 번다는 지혜가 AI 러시 때도 현실화된 셈이다. 최근 3년 간 S&P 500 지수 역시 AI 기술 투자에 힘입어 64% 상승했고,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7개 남짓 AI 핵심 기업들이 S&P 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서 35%로 늘었다. AI 열풍은 빅테크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도 바꿨다. 빅테크 기업들은 업무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보다 줄이거나 없애는 탄소가 더 많은 ‘넷 제로’를 구현하겠다고 앞다퉈 약속했으나, 챗GPT 등장 이후 이 같은 말은 쑥 들어갔다. 탄소 배출이 많은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축을 확대하고, 에너지를 대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2025.12.06 14:00

4분 소요
韓 커피 산업 구조적 전환 확인한 2025 서울카페쇼 [심재범의 커피이야기]

전문가 칼럼

지난 11월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제24회 서울카페쇼'(카페쇼)가 열렸다. 지난 2002년 1회를 시작해 ▲베트남 ▲중국 ▲태국 등으로 확장해 온 카페쇼는 올해 서울 행사에서 36개국 681개 업체, 3891개 브랜드가 참여하며 ‘아시아 최대 커피 전시회’로 성장했다. 관람객 수는 지난해 달성한 15만명을 넘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생두 ▲장비 ▲로스팅 ▲음료 ▲디저트 ▲프랜차이즈 등 커피 산업 전반을 다루는 업체가 한자리에 모여 시장의 흐름을 확인했다. 전시 기간 ▲스페셜티 시장의 확대 ▲저가 시장의 압박 ▲자동화 기술의 확산 ▲해외 브랜드의 적극적인 참여 ▲창업 생태계의 변화 등의 새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 커피 산업이 단순 성장기를 지나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25년 카페쇼를 통해 나타난 한국 커피 산업의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프리미엄 vs 저가 중심 ‘양극화’ 뚜렷최근 커피 산업의 특징은 고품질과 저비용이 뚜렷하게 갈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후반부터 아라비카 생두 가격이 급등하며 ▲공급 불안정 ▲기후 문제 ▲투기적 매입이 겹쳐 원가 부담이 빠르게 커졌다. 저가 커피 브랜드와 프랜차이즈는 대량 매입과 낮은 가격 구조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가 심각했고, 원가를 낮추기 위한 방식이 절실했다. 스페셜티 커피 업체는 ▲파나마 게이샤 ▲COE(Cup of Excellence) ▲나노 로트 등 고가 생두를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차별화 전략을 강화했다. 파나마 스페셜티커피 협회는 이번 카페쇼에서 세계 최고가 게이샤 커피를 무료로 시음해 관람객의 관심을 모았다. 중간 가격대 브랜드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산업 전반적으로 ‘프리미엄과 저가’ 중심의 양극화가 더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비자의 선택 기준 역시 분명해지고 있으며, 브랜드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이번 카페쇼는 자동화 기술이 한국 커피 산업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추출 과정을 자동화하는 기계 ▲로스팅 프로파일을 자동으로 보정하는 시스템 ▲인공지능(AI) 기반 기능을 갖춘 장비가 대거 등장했다. 한국의 스트롱홀드와 리오나이는 AI 기반 로스팅 기능을 선보였고,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세계 챔피언의 뉴클리어스는 계측 장비와 빅데이터 기반 솔루션으로 바리스타와 홈 카페 사용자에게 인기를 얻었다. ▲WMF ▲에버시스 ▲프랑케 등의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은 ▲라마르조코 ▲시네소 ▲슬레이어 등 기존 수동 머신 중심의 구조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최저 임금 상승 ▲인력난 ▲유지비 증가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며 자동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점주와 바리스타가 품질과 효율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환경에 놓인 상황에서 자동화 장비는 더욱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다. 해외 참여 늘고…韓 스페셜티 업체 활약올해 카페쇼는 해외 로스터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덴마크, 뉴욕 기반의 라카브라와 미국 스페셜티 커피를 상징하는 오닉스는 대형 부스를 운영했다. 호주의 ▲프라우드메리 ▲디기두 ▲아처 ▲필로커피와 중국의 캡틴조지, 한국과 인연이 깊은 홈바디 유니언 같은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도 독립 부스로 참가해 방문객이 몰렸다. 해외 로스터가 한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한국 소비자의 높은 취향 수준과 한국 시장 자체가 글로벌 테스트 베드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일부 해외 업체가 한국 시장을 가볍게 본 사례와 달리 올해는 한국 소비자에 대한 존중과 철저한 준비가 돋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 시장을 통해 브랜드의 경쟁력을 검증하려는 움직임도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카페쇼는 스페셜티 업체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 커피리브레는 ‘공전미래’라는 제목으로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서적을 선보이며 다양한 커피를 아낌없이 제공했다. 모모스 커피는 하이엔드 스페셜티 라인을 공개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나무사이로는 인스턴트 스페셜티 제품으로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 커피 앨리에서는 ▲매뉴팩트 ▲기미사 ▲로쾃 ▲스테레오스코프 ▲고로 ▲파이오니어 ▲베르크 ▲칼라스 ▲프로토콜 등 신진 로스터가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다양성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소비자는 특정 브랜드보다는 개별 로스터의 개성과 스토리를 찾기 시작했고, 시장의 방향성을 바꾸는 중요한 움직임이 되고 있다.‘취향 플랫폼’ 된 카페쇼…유튜버·홈바리스타 부스 인기카페쇼는 기존의 대형 기계 중심 박람회에서 벗어나 관람객이 자신의 취향을 직접 확인하고 넓히는 ‘취향 플랫폼’으로 변하는 중이다. 이번 카페쇼에서는 유튜브 기반 커피 채널과 홈바리스타 브랜드의 부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 커피 유튜버 안스타의 언스페셜티 부스는 D홀에서 가장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블랙로드, 오멜라스 같은 유튜브 기반 로스터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전통적인 대형 장비업체의 활약은 줄었지만, 국산 머신 비다스가 바리스타 김사홍과 선보인 협업 시연은 모든 회차가 마감됐다. 이제 관람객은 단순한 정보 수집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확인하고 확장하기 위해 카페쇼를 찾는다. 커피는 기능성 음료를 넘어 정체성을 표현하는 소비재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런 변화는 앞으로의 산업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2020년대 초반까지 강세였던 창업 컨설팅과 프랜차이즈 부스는 최근 카페쇼에서 크게 존재감을 잃고 있다. ▲생두 가격 상승 ▲인건비 부담 ▲임대료 상승 등이 겹치면서 카페 창업은 더 이상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 표준화된 운영 방식을 내세워온 기존 프랜차이즈 모델도 고품질 커피 흐름과 맞지 않게 됐다. 창업 인큐베이팅 모델 역시 경쟁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커피 산업은 소상공인 중심 구조에서 브랜드·기술 기반의 전문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카페쇼는 한국 커피 산업의 저변 확대와 전문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의 시장은 더욱 정교한 운영 방식과 차별화된 콘셉트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창업 생태계도 이에 맞춰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2025.12.06 11:00

4분 소요
'제2의 중동 붐'을 넘어…한-UAE 경제동맹 기회와 과제 [새로운 중동붐]⑤

산업 일반

이재명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은 한국 경제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단순한 자원 외교나 건설 수주를 넘어 ▲인공지능(AI) ▲원전 ▲방산 ▲바이오헬스 등 미래 먹거리를 포괄하는 1000억달러(약 130조원) 규모의 '경제동맹'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1970년대 '제1의 중동 붐'이 노동 집약적 건설업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첨단 기술과 소프트파워가 결합한 '제2의 중동 붐'으로 진화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중심으로 다시 불고 있는 중동의 메가 프로젝트 바람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마주한 기회와 리스크를 냉철하게 분석해 본다.'형제국'의 신뢰 자산: 바라카에서 아크부대까지한국 기업이 중동, 특히 UAE에서 가지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오랜 신뢰의 역사'다. 1970년대 사막의 열기 속에서 한국 건설인들이 보여준 근면함은 중동 국가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신뢰는 2009년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수출인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로 결실을 보았고, 군사 협력의 상징인 '아크부대' 파병을 통해 혈맹에 준하는 '형제국' 관계로 격상되었다.이러한 역사적 맥락은 이번 1000억달러 투자 유치의 핵심 기반이다. UAE는 포스트 오일(Post-Oil) 시대를 대비하며 단순한 시공사가 아닌, 국가의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원했다. 한국은 약속을 지키는 나라라는 무형의 자산이 AI와 방산이라는 안보 및 첨단 기술 분야의 협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중국이나 유럽 경쟁국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한국만의 경쟁우위다.사막에 심는 'K-의료', 바이오헬스의 블루오션이번 순방 성과 중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바이오헬스 업무협약(MOU)이다. UAE는 막대한 자본력을 갖췄지만, 기후적 특성과 생활 습관으로 인한 당뇨,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다. 반면, 이에 대응할 자체적인 의료 인프라와 전문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동안 UAE 부유층이 치료를 위해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한국으로 '의료 관광'을 떠나야 했던 이유다.이제 한국 기업들에 열린 기회는 환자를 데려오는 것을 넘어,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현지에 이식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 능력을 갖춘 한국의 대학병원들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할 경우, 병원 운영 시스템부터 원격 진료, AI 진단 솔루션까지 패키지형 수출이 가능하다. 한국 의료는 높은 기술력 대비 합리적인 비용, 그리고 신속한 서비스로 이미 현지에서 평판이 높다. 이번 MOU는 한국 의료가 UAE의 부족한 공공보건 인프라를 채워주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는 병원 건설부터 의료기기, 제약 등 연관 산업의 동반 진출을 이끄는 거대한 파이프라인이 될 것이다. 에너지 대전환, 친환경과 스마트 인프라의 결합중동의 '탈석유' 기조는 한국의 친환경 에너지 기업에 막대한 기회를 제공한다. UAE와 사우디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수소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막의 풍부한 일조량을 활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저장·운송하는 밸류체인 구축에 있어 한국의 수소 기술력은 매력적인 대안이다.또한 재개되는 인프라 메가 프로젝트들은 단순한 토목 공사가 아니다. 사우디의 네옴시티나 UAE의 마스다르 시티 등은 친환경 에너지와 AI, 정보통신기술(ICT)가 결합한 '스마트 시티'를 지향한다. 세계적인 시공 능력을 갖춘 한국 건설사들이 ▲삼성 ▲LG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기업들과 '팀 코리아'를 이뤄 진출한다면, 도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수출하는 고부가가치 수주가 가능하다. 원전 수출로 입증된 프로젝트 관리 능력과 기술력은 탄소 중립을 지향하는 중동의 미래 도시 건설에 있어 가장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다.'현지화'와 '기술 이전'의 딜레마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동 시장은 과거와 달리 매우 까다로워졌다. 가장 큰 리스크는 '자국민 의무 고용' 정책과 높은 수준의 '기술 이전' 요구다. UAE와 사우디는 더 이상 단순한 소비 시장에 머물지 않고, 자국 내에 제조업 기반을 닦기를 원한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합작 법인(JV) 설립 ▲생산 시설 현지화 ▲기술 전수 등을 강하게 요구받을 것이다. 이는 초기 투자 비용 상승과 기술 유출 우려라는 리스크를 동반한다.또한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중동의 지정학적 줄타기 역시 변수다. 방산이나 원전, AI 분야 협력 과정에서 미국의 견제나 수출 통제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중동 특유의 '톱다운'(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최고위층의 결정으로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다가도, 유가 변동이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프로젝트가 하루아침에 중단되거나 대금 지급이 지연되는 '오너 리스크'가 상존한다. '준비된 우연'을 위한 전략적 동맹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 성과는 한국 기업들에 '준비된 우연'(Omnia coincidentia, parantur coincidentia : 모든 우연은 준비된 우연이다)을 만들 수 있는 거대한 판을 깔아주었다는 점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우연처럼 찾아온다. 1000억달러라는 숫자에 취하기보다, 그 이면에 담긴 UAE의 국가 발전 전략을 정교하게 독해해야 한다.한국 기업들은 과거의 '건설 파트너'를 넘어 '미래 기술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굳혀야 한다. 의료와 친환경 에너지 등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에서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되, 현지화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정교한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금융 지원과 외교적 보호막을 제공하고, 민간은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호 이익이 되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중동의 사막은 한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할 기회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 기회를 잡는 것은 이제 기업들의 몫이다.

2025.12.06 10:00

4분 소요
오피스 빌딩의 건강수명, 검진이 먼저다… ‘빌딩 재생 의학’ 시대 열릴 것[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서울의 오피스 빌딩은 한때 ‘불패의 자산’이라 불렸다. 경기가 흔들려도 굳건히 버텨내고, 설령 공실이 생겨도 곧바로 새로운 임차인을 맞이하며 그 가치를 입증하는 시대를 살아왔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서울의 오피스 시장에서는 그 불패의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경고음이 울려 퍼진다.숫자로만 보면 시장은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인다.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이 그 증거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전혀 다르다. 어떤 건물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따라 그 생존력이 달라지고 체감하는 시장 온도가 극명하게 갈린다. 이지스 자산운용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서울 주요 권역에서 초대형과 소형 오피스 간의 순운영비(NOC) 격차는 도심권(CBD) 기준 1.9배에서 2.5배로 확대됐다. 공급 또한 초대형 자산에 집중되며, 최근 10년간 신규 공급의 57%가 초대형 빌딩에서 발생한 반면 중대형 이하 규모는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요와 자본이 대형 자산으로 쏠리면서, 중소형 오피스는 상대적으로 투자와 관리 여력이 부족해지고 임차 경쟁력도 약화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 시장 지표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규모 중심의 이중 시장’이 굳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투자와 관리가 부족한 건물들은 노후화되기 마련인데, 건물의 노화는 단순히 외관이 낡는 물리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과거의 설계 기준으로 지어진 공간은 새로운 근무 환경과 급변하는 기술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 비효율적인 냉난방 및 조명 시스템, 비좁거나 동선이 막힌 공용부, 시대에 뒤떨어진 공간 구성은 건물을 빠르게 도태시키는 주된 요인이 된다. 그러나 모든 건물이 재건축의 대상으로만 남을 수는 없다. 여기서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운영을 통한 체질 개선’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인간의 몸도 꾸준하고 근본적인 개선으로 지속 가능한 건강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오피스 빌딩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일시적으로 임대료를 낮추거나 외벽을 새로 칠하는 식의 급한 처방은 단기적인 효과에 그치며,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경쟁력은 건물의 꾸준한 진단과 그에 따른 적절한 처방, 그리고 체계적인 관리에서 비롯된다. 즉, ‘이 빌딩에 전문 주치의가 있느냐’가 시장에서 건물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판가름하는 핵심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내 건물의 건강 진단, 객관적 지표 기반 분석 필수 건물의 건강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인 판단을 넘어선 객관적인 지표에 기반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건물의 생체 활력과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시작된다.첫째, 공간의 순환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가? 건물의 활력은 곧 공간의 흐름에서 비롯된다. 마치 건강한 신체가 혈액 순환을 통해 각 기관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듯, 상업용 부동산의 공간 또한 일정한 흐름과 리듬 속에서 순환되어야 한다. 하지만 라운지·회의실·휴게 공간과 같은 공용부의 예약률과 실제 체류 시간이 50% 미만이라면, 이는 공간 이용 동선이 원활하지 않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 이용률은 건물의 신진대사율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이며, 비활성화된 공간은 곧 죽은 공간이나 다름없다.둘째, 임차 구조는 얼마나 안정적인가? 평균 임대 기간이 2년 미만이고 재계약률이 절반 이하에 머무른다면, 해당 건물은 면역력이 심각하게 약화된 상태로 진단된다. 잦은 임차인 교체는 공실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증대시킬 뿐 아니라, 반복적인 관리비 및 중개비 발생으로 인해 건물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꾸준한 재계약과 장기 입주는 그 자체로 자산 가치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임차 구조의 건강도는 곧 건물의 수익 구조와 직결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셋째, 관리 데이터는 체계적으로 누적되고 있는가? 건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후화되며, 이를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은 데이터의 축적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건물이 설비 점검 이력이나 운영 일지를 단순 보고용으로만 관리하고 있다. 이는 건물의 ‘병력’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데이터의 부재는 정확한 진단을 불가능하게 하고, 미래 예측 및 선제적 대응 역량을 심각하게 저하시킨다. 의사가 과거 진료기록 없이 진단하는 병원과 같다.넷째, 관리 체계는 일관성과 전문성을 유지하는가? 건물은 기술과 사람이 함께 운영하는 유기체다. 그러나 관리 담당자 교체 시마다 서비스 품질이 들쭉날쭉하고 표준화된 프로세스가 부재하다면, 이는 건물 운영 전반에 걸쳐 피로도가 누적된 상태를 초래한다. 일시적인 관리 효율보다는 시스템적 일관성이 중요하다. ▲운영 매뉴얼 ▲긴급 대응 프로세스 ▲고객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정립되어야만 예기치 못한 문제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예방 중심의 점검 체계가 자리 잡지 못한 건물은 결국 예상치 못한 고비용의 유지보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전문적이고 일관된 관리 체계는 장기적인 자산 보존의 핵심 인프라다.이처럼 건물의 상태는 단순히 외부적인 요인이나 건축물의 물리적 노후도보다는 운영 루틴과 그 체계성에서 결정된다. 최근 도심 오피스 시장에서는 외벽을 새로 칠하거나 로비를 교체하는 식의 표면적인 개선을 넘어,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공용부의 활용도를 높이고,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간 배치와 임대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식이다. 이는 단순한 리모델링을 넘어, 건물의 비가시적인 운영 구조, 다시 말해 ‘순환계’를 재설계하는 과정이다. 운영 중심 체질 개선…건물의 장기적 가치 높이는 대안으로 부상 실제 현장에서는 ‘운영 중심의 체질 개선’이 가져오는 변화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도심권 중형 빌딩들을 중심으로 전문 운영사와 협업해 공실을 유연한 임대공간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히 공간을 재임대하는 수준을 넘어, 운영사가 기획·리모델링·입주사 유치·커뮤니티 관리까지 전담하며 빌딩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이러한 변화는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건물의 장기적 가치를 높이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일부 빌딩은 공용부와 유휴 공간을 공유오피스나 커뮤니티 시설로 재배치하고, 건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리 효율을 높인 결과 공실률이 빠르게 개선되고 임대료 상승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대규모 공사 없이도 ‘운영’만으로 건물의 체질을 바꾸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위탁운영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다.대표적으로 패스트파이브는 자사의 공유오피스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노후화된 중소형 빌딩을 경쟁력 있는 오피스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빌딩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공간 기획부터 인테리어, 입주사 유치, 입주 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며 빌딩 전체를 브랜드화하고 이용자 경험 중심으로 재편한다. 이를 통해 단순히 공실을 채우는 것을 넘어 공간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낸다.특히 빌딩의 규모와 입지, 공실 현황 등에 따라 다양한 파트너십 옵션을 제시해 건물주의 상황에 맞춘 유연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실제 패스트파이브와 협업한 빌딩의 상주 인구는 평균 2.2배 증가했고, 임대료는 최대 70%, 자산가치는 230% 상승한 사례도 있다. 현재 120여 개 빌딩, 누적 6만 평 이상의 공간을 관리하고 있으며, 2만 6천 개 이상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특히 임대료 연체나 미납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을 만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며,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에게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이는 패스트파이브와 같은 전문 운영사의 위탁 모델이 단순한 자산 관리 효율화를 넘어 도심 노후 자산의 체질을 개선하고, 나아가 도시 전반의 순환 구조를 변화시키는 핵심적인 해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인테리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보여주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정체성을 물리적 공간에 구현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아름다운 공간을 넘어, 기업의 비전과 핵심 가치를 공간에 담아내는 것이다. 이는 내부 직원들에게는 소속감과 자부심을 고취하고, 외부 고객이나 파트너에게는 기업의 신뢰도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 매력적이고 독창적인 업무 환경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곧 기업 문화를 대변하며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는 강력한 인센티브이자 핵심 요소가 된다. 최근 하이엔드 빌딩일수록 운영 친화형 디자인과 더불어 ‘브랜드 친화형 디자인’을 인테리어의 기본 원칙으로 도입하고 있는 추세는, 건물이 제공하는 건강한 경험의 한 축이 기업의 정체성을 담는 데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더 나아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도 밀접하게 맞물리며, 그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에너지 효율화 ▲폐기물 절감 ▲탄소 배출 모니터링 등 ESG 요소들은 이제 건물의 신용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필수적인 평가 항목이 된다. 관리의 투명성과 운영 데이터화 수준이 높을수록 금융기관의 신용 평가 또한 더욱 우호적으로 변한다. 잘 관리되고 운영되는 빌딩은 더 낮은 조달 비용을 적용받고, 이는 곧 자산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제 건물의 ‘운영’은 단순한 관리를 넘어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시장에서의 신뢰를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이다.궁극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개별 빌딩을 넘어 도심 전체의 순환과 활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래된 빌딩이 새로운 운영 전략을 통해 새 생명을 얻으면, 그 주변 상권과 거리의 활력 또한 함께 되살아난다. 새로운 기업들이 입주하고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 교통, 상점, 서비스 산업 전반이 다시금 활기를 되찾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반대로 노후 빌딩들이 방치되고 경쟁력을 잃어간다면, 그 주변 지역 경제는 빠르게 침체되고 활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개별 빌딩의 체질 개선은 도시 전체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열쇠가 되는 것이다. 도시를 살리는 ‘빌딩 재생 의학’이제 건물의 경쟁력은 단순한 입지나 규모를 넘어, ‘운영의 지능’에서 판가름 난다.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며, 지속적으로 공간을 혁신하고 변화시키는 건물만이 미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사람의 건강이 매일의 작은 습관과 꾸준한 관리에서 시작되듯이, 빌딩의 건강 또한 정교하고 체계적인 일상적 관리 루틴에서 출발한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유지를 넘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창조적인 과정이다.도시는 살아 숨 쉬는 유기체와 같다. 도로 위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차량들, 밤을 밝히는 거리의 불빛, 창 너머로 흐르는 공기의 미세한 떨림까지 모두 도시의 생생한 맥박을 이룬다. 그리고 그 도시의 심장부에는 바로 오피스 빌딩들이 자리 잡는다. 이제 도시는 건물 하나하나의 건강과 활력에 따라 그 숨결을 조절한다. 2026년, 서울은 ‘빌딩 재생 의학’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각 건물이 스스로에게 청진기를 대고 면밀히 진단하며,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순간, 도시는 다시 활기찬 호흡을 시작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필자는 포항공과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Booz & Company 컨설턴트와 스톤브릿지캐피탈 심사역으로 일하며 스타트업 투자와 경영전략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직접 혁신을 만들고자 창업의 길을 선택해 2015년 공유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를 공동 창업해 현재 대표를 맡고 있다. 공유오피스를 넘어 공간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2025.12.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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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가 된 욕망, MZ·잘파세대의 '보여주기' 심리학[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전문가 칼럼

지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책이 아니었다. 밈 키링이었다. “아직 읽는 중”,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생존” 같은 문구가 새겨진 작은 굿즈들이 책보다 빠르게 팔려나갔다. 아이러니한 풍경이지만, 이는 출판업계만의 고민이 아니다. 콘텐츠 소비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국립중앙박물관의 '케데헌' 굿즈는 출시 직후 완판됐고, 재입고 때마다 품절을 반복하며 화제를 모았다. 중국에서 시작된 라부부 인형 열풍은 한국 MZ세대·잘파세대( Z세대와 알파세대를 아우르는10~20대) 세대를 사로잡으며 거리 곳곳에서 가방에 매달린 인형들을 볼 수 있게 했다. 카페 음료 하나를 사도 키링이 따라오고, 전시회에 가면 굿즈 매장이 본관보다 붐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최근 한국방문 잘파세대 외국인에게 올이브영, 다이소, 무신사에 이어 아트박스가 필수 방문지로 뜨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곳에 가면 각종 굿즈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이 작은 굿즈들을 가방과 파우치에 주렁주렁 다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굿즈에 열광하는 걸까?소유가 아닌 자기표현의 신호체계굿즈 마케팅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MZ·잘파세대의 심리를 들여다 봐야 한다. 이들에게 굿즈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이자, 정체성을 드러내는 신호체계다. 밈 키링을 가방에 다는 순간, 그것은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의 증거가 된다. 케데헌을 모으는 행위는 “나는 문화적 감수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라부부 인형을 매달고 다니는 것은 “나는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임을 보여준다.흥미로운 점은 이 '보여주기'가 과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명품 소비가 경제적 지위를 드러내는 방식이었다면, 굿즈 소비는 문화적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 몇천 원짜리 키링이든, 한정판 피규어든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나'를 얼마나 잘 대변하느냐다.사회학자들은 이를 '정체성 소비’라고 부른다. 소비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규정하고,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의 발현이다. SNS 시대에 태어난 MZ·잘파세대에게 이런 욕구는 더욱 강하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이 일상이 된 이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관리하고, 큐레이션하며, 업데이트한다. 굿즈는 그 과정에서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도구다.출판·문화계가 주목하는 이유출판업계는 이 현상을 단순한 유행이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바라보고 있다.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 콘텐츠-IP-체험소비의 결합이라는 관점에서 굿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출판사들은 책 출간과 동시에 관련 굿즈를 기획한다. 소설 속 명대사를 담은 엽서, 주인공의 상징물을 형상화한 키링, 작가의 손글씨가 들어간 스티커 등이다. 독자들은 책을 읽는 경험을 넘어, 그 세계관을 소유하고 싶어한다. 굿즈는 그 욕망을 충족시키는 매개체다.국립중앙박물관의 케데헌 사례는 더욱 전략적이다. 전통 문화유산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은 SNS에서 자연스럽게 확산됐고, '인증샷'을 찍기 위해 박물관을 찾는 2030세대가 늘었다. 굿즈가 박물관 관람의 동기가 된 것이다. 문화 소비의 순서가 바뀌었다. 콘텐츠를 경험하고 굿즈를 사는 것이 아니라, 굿즈가 탐나서 콘텐츠를 경험하게 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 셈이다.남들과 같되 다르게, 다르되 같게굿즈 소비의 또 다른 특징은 '같음'과 '다름'의 미묘한 균형이다. MZ·잘파세대는 트렌드에 동참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라부부 인형 열풍을 보면 알 수 있다. 모두가 같은 인형을 매달지만, 어떤 색상을, 어떤 조합으로 다느냐에 따라 개성이 드러난다.이는 마케터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굿즈는 표준화와 개인화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모두가 갖고 싶어하는 보편성과,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특수성이 공존해야 한다는 의미다.케데헌이 성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헤어핀이라는 아이템 자체는 누구나 사용하지만, 조선시대 유물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은 차별화된다. "나도 가지고 있어"라는 소속감과 "이건 나만의 스타일"이라는 차별감이 동시에 충족되는 것이다.기업들이 굿즈 마케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굿즈는 브랜드 경험을 물리적으로 확장하고, 팬덤을 형성하는 강력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시즌 MD, 무신사의 한정판 굿즈,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기반 상품들은 모두 같은 전략을 따른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콘텐츠를 넘어, 그 브랜드의 세계관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굿즈의 질과 디자인이다. 값싸고 조악한 기념품은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해친다. MZ·잘파세대는 굿즈도 엄연한 '제품'으로 평가한다. 디자인이 세련되지 않거나, 실용성이 없거나, SNS에 올릴 만하지 않으면 외면받는다. 반대로, 잘 만들어진 굿즈는 브랜드의 자산이 된다. 굿즈를 매달고 다니는 사람들은 걸어다니는 광고판이 되고, SNS에 인증샷을 올리며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한다. 이것이 진정한 팬덤 마케팅이다.결국 굿즈 열풍의 본질은 '보여주고 싶은 욕구'다. 남들과 같아도, 달라도 그것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인정받고, 소속되고 싶은 심리가 작동한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기업들은 종종 방향을 잃는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사람들의 근본적인 욕망이다. 인정받고 싶고, 특별해지고 싶으며, 동시에 고립되고 싶지 않은 마음. 굿즈는 그 욕망을 가장 가볍고, 가장 트렌디하게 충족시키는 방법이다. 키링 하나에 담긴 것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다. 그것은 한 세대의 욕망이고, 새로운 시대의 마케팅 언어다.

2025.11.30 09:00

4분 소요
비상계엄 1년, 그리고 K경제에 드리운 그늘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5분께 시민들의 일상을 뒤흔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습니다. 명분은 북한 공산 세력·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겠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TV와 인터넷, SNS,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삽시간에 국내외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리고 12월 4일 새벽 4시 30분 국무회의에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에 따라 해제를 의결하면서 신군부의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 이후 44년 만에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는 약 6시간 만에 종료됐습니다. 하지만 후폭풍은 ‘메가 쓰나미급’이었는데, 금융시장의 충격이 컸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르고, 코스피의 시가총액은 약 100조원 가량 사라졌습니다. 외국인 자금도 대거 이탈하고 투기적 매도세가 확산하면서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소비 및 투자 심리도 급격히 얼어붙어 내수 경기의 둔화로 이어졌는데, 기업들이 사실상 채용 문도 닫으면서 취업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비상계엄 이후에는 ‘탄핵 정국’이라는 불확실의 먹구름이 온 나라를 뒤덮으며 모든 경제 활동이 현상 유지되거나 후퇴했습니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2024년 12월 14일)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2025년 4월 4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2025년 6월 4일)까지 6개월간 한국 경제는 사실상 멈춰 선 것인데, 이에 따른 피해는 국가 신인도 하락, 후진국으로 이미지 추락 등 무형의 손해까지 포함해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비상계엄의 후유증은 1년을 맞은 지금도 한국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새 정부와 정치권은 후퇴한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아 총력전을 펼쳐도 모자란 판에 ‘내란 청산’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며 정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정당 해산’을 외치고,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야당 탄압’을 주장하는 등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국내외 격변기 속 경제 살리기의 골든타임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 앞에는 내외부의 복합적 위험이 동시에 놓여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인구 절벽 및 초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투자·혁신 역동성 감소 ▲AI·로봇 등 산업 구조 전환 대응력 저하 ▲제조업 경쟁력 하락 등 구조적 어려움이 쌓여 있습니다. 외부적으로는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 ▲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촉발된 통상 질서 변화 ▲친환경·탄소 규범 강화 등 글로벌 리스크가 더해지며 경제 환경은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기업과 개인의 해외투자 확대는 외환시장의 수급 구조를 바꾸며 고환율을 구조적 문제로 부상시켰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네탓 공방에 매몰돼 있습니다.한국 경제에 허비할 시간은 없습니다. 이제는 비상계엄의 그늘에서 벗어나 대전환의 시대를 돌파할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그 출발점은 분열된 국론을 수습하고 정치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서 내란 관련 재판이 엄정하되 신속하게 마무리돼야 합니다. 적대를 거두고 한국 경제의 재도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목소리를 모아갈 때 K-경제호가 힘 있게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2025.11.30 06:00

2분 소요
3조원을 건 베팅…강원랜드가 다시 쓰는 ‘10년 전략’ [길에서 만난 사람들]

전문가 칼럼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 강원랜드의 정체성은 이 한 문장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 장점은 시간이 지나며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돌아왔다. ▲규제로 묶인 영업 구조 ▲폐광지역이라는 태생적 한계 ▲해외 복합리조트와의 비대칭 경쟁은 확장성을 제한해왔다. 매출은 1조4000억원 선에서 정체됐고, 오사카·싱가포르·마카오가 이끄는 글로벌 복합리조트(IR) 시장은 빠르게 외연을 넓혔다. 여기에 최대 10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불법도박 시장의 확산은 ‘단일 모델’에 의존하는 강원랜드의 구조적 취약점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이런 환경 속에서 강원랜드가 선택한 해법이 ‘K-HIT 마스터플랜’이다. 2035년까지 3조원을 투입해 카지노 중심 구조를 복합 리조트 기반으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강원랜드 설립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변화 프로젝트다. 최철규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만나 이 전략의 전제와 위험요인을 물었다.왜 3조인가“지금의 구조를 유지한다면 10년 뒤에도 강원랜드는 제자리일 것이다. 변동성 높은 산업에서 지속 가능한 기반을 만들려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강원랜드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의 매출 구조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는 일시에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다. '축을 세우고, 확장하고, 안정화하는' 순서로 설계됐다. 우선 리조트의 핵심이 될 그랜드코어존과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이후 호텔·레포츠·편의시설 등 체류형 소비 공간을 단계적으로 확장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운영 안정화와 수익 모델 점검이 이루어진다. 이는 재무 부담을 연도별로 분산하기 위한 계획이다.최 대행은 “초기 투자 부담은 크지만 감가상각비와 차입 계획까지 고려해 장기적으로 무리가 없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배당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배당만 유지하고 구조를 바꾸지 않는 방식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더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K-HIT는 향후 10년간 두 가지 성과 지표를 제시한다. 연 방문객 1300만명, 매출 3조5000억원이다. 현재 대비 두 배 수준이다. 최 대행은 “이 목표는 장부상 계산이 아니라 구조 전환을 전제로 도출된 것”이라며 “핵심은 비카지노 부문의 확장”이라고 강조했다.3조원 중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입되는 그랜드코어존은 전환 전략의 중심이다. ▲K-컬처 공연장 ▲미디어돔 ▲가족형 콘텐츠 ▲쇼핑·다이닝 시설이 하나의 축으로 묶여 소비 중심이 ‘입장-게임-퇴장’이 아닌 ‘머무르는 구조’로 전환된다. 호텔과 웰니스·레포츠 시설이 연결되면 객실 단가(ADR)와 체류일수도 함께 상승한다.지금은 강원랜드가 단순히 방문해 게임하고 떠나는 구조라면, 체류형 리조트로 전환 될 경우 영업현금흐름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강원랜드는 비카지노 매출 비중을 현재 약 20%에서 2035년 4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강원랜드의 진짜 경쟁 상대글로벌 시장에서는 오사카 IR, 싱가포르 MBS, 마카오가 초대형 복합시설을 앞세워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해외 IR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것처럼 보이지만, 최 대행의 관점은 다르다.폐광지역이라는 입지적 제약을 넘기 위해 강원랜드는 ‘대체형 체류 리조트’ 모델을 지향한다. 케이블카, 레포츠 파크, 펫 빌리지 등 접근성과 경험 품질을 높이는 콘텐츠는 그 전략의 기반이다.문제는 규제다. 카지노 시간총량제, 베팅 한도, 영업시간 제한 등 제도는 사업성과 직결된다. 최 대행은 규제 완화를 “수익 확대 요구가 아니라 투자 회수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전제”라고 설명했다.강원랜드가 경쟁해야 하는 시장은 해외 IR이 아니라, 국내 레저 소비 시장이다. 해외로 나가는 소비의 일부라도 국내로 돌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는 그다. 이런 최 대행도 정책 지원에 대한 입장은 신중했다. 사회적 비용에 대한 질문에도 피하지 않았다.최 대행은 “지원이 늦어지면 사업 속도는 조정될 수 있지만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며 “규모가 커질수록 안전장치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 또 중독 예방센터와 감시 시스템은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이지만 프로젝트 규모에 맞춰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강원랜드의 출발점은 폐광지역이다. 그래서 K-HIT는 기업의 미래이자 지역의 미래다. 최 대행은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될 경우 가장 먼저 달라지는 건 사람이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새로운 시설이 들어오면 건설·운영 인력이 필요하고, 호텔·레스토랑·레저 서비스 분야에서도 일자리가 생긴다. 선순환이다. 특히 가장 큰 변화로 청년이 떠나지 않고 지역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구조를 꼽았다.지역 기업 참여 방식도 기존과 다르다. 최 대행은 외부기업이 와서 수익만 가져가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설계·시공·운영 과정에 지역기업이 자연스럽게 참여해야 진짜 지역과 함께 가는 프로젝트가 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3조원 투자에서 가장 큰 시장 우려는 ‘배당여력’이다. 그러나 최 대행은 방향성을 바꾸지 않았다. 최 대행은 “장기 구조를 바꾸지 않고 단기 배당만 유지하는 건 주주에게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전했다.그는 비카지노 사업 확대, 체류형 소비 구조 전환, 투명한 지배구조를 강원랜드의 리포지셔닝 핵심으로 제시했다. K-HIT는 순차적 실행 구조다. 접근성을 바꾸는 케이블카가 완성되면 리조트 동선이 바뀌고, 그랜드코어존이 열리면 소비 중심이 카지노에서 외부로 확장된다. 호텔군 확장은 체류형 소비를 만들고, 레포츠 파크와 펫 빌리지가 들어서면 다층형 수익 구조가 완성된다.강원랜드의 3조 원 투자는 단순한 시설 확장이 아니다. 폐광지역이라는 한계를 넘어 기업과 지역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하려는 10년짜리 체질 변화다. 정책·규제·시장이라는 삼중 변수 속에서 강원랜드의 선택은 이제 한국 레저·관광산업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최 대행은 “이 프로젝트는 강원랜드의 미래라기보다 지역의 미래”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11.2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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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마약사범만 연 2만명...‘공조 수사 체제’ 복원 시급한 이유 [김기동의 이슈&로(LAW)]

전문가 칼럼

현직 경찰 간부가 세관 직원들의 마약밀수 연루 의혹을 제기하여 그 진위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언론도 수사 진행 상황을 보도하는 등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필자는 부산지검과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에서 마약 수사 검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 경험에 비추어, 수사의 장기화가 관세청과의 마약 수사 공조 체제에 허점을 발생시키지 않을지 걱정된다. 마약류 공급조직에 대한 수사는 국가 간 공조는 물론 국내 수사기관 간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이다. 마약은 생산국과 소비국이 다르고, 여러 단계를 거쳐 유통되기 때문에 한 국가나 한 기관의 힘만으로는 단속이 어렵다. 韓 ‘공작 수사’ 진행할 제도 미흡국가 간 협력은 UNODC(유엔마약범죄사무국)도 강조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다. 우리나라 검찰은 1989년 ADLOMICO(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를 창설해 약 35년 간 운영해 왔다. 세계 26개국 수사기관, 6개 국제기구 등이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마약국제협력회의다. 우리나라가 ‘마약류 퇴치에 성공한 국가’로 평가받았던 데는 ADLOMICO를 통한 국제공조가 큰 역할을 했다. 필자가 마약 수사 검사로 근무할 당시에는 관세청·경찰·국가정보원·지방자치단체 등 다른 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수사를 진행했다. 밀수 정보가 있으면 관세청·출입국관리국 등 타 기관과 공유했다.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허용되고 있는 ‘통제배달’(controlled delivery)은 출입국관리국, 관세청 등과의 치밀한 공조하에 진행된다. 기관 상호 간의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통제배달’은 마약류 밀수 사범으로 의심되는 사람이나 마약류가 들어 있는 화물이라 해도, 유통조직망 적발 등 수사상 필요가 있는 경우 입국과 통관을 허용하는 수사 기법을 말한다. 마약류 확산이나 입국자의 도주를 방지하기 위한 감시체제를 마련해 놓고 진행한다. 전 과정은 검사의 사법적 통제하에 이뤄진다. 마약 수사는 ‘공작 수사’(sting operation)가 허용되는 특수한 영역이다. 하선(下線, 마약을 공급받은 사람)의 협조를 받아 상선(上線, 마약을 공급한 사람)을 검거하기도 한다. 마약조직 내부자의 협조를 받아 공급조직에 대한 수사를 장기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공작 수사는 타 기관의 이해와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마약 조직원의 협조를 받아 장기간 공급망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는데, 다른 기관이 그 협조자를 마약 투약자라는 이유로 잡아가 버리면 그동안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이후 기관과의 입장이 충돌할 경우 이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마땅히 없다.우리나라는 이제 ‘마약류 퇴치에 성공한 국가’나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마약류 사범은 2022년 1만8395명에서 2023년 2만7611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2만3022명을 기록하는 등 마약류 사범 연간 2만명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마약 범죄는 그 속성상 수사기관에 적발되지 않은 암수범죄(暗數犯罪)가 많고, 특히 10∼20대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계보다 훨씬 더 마약류 확산이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우리도 ‘마약수사청’이 필요한 시기 마약류 확산 억제를 위해서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공조 수사체제를 복원해야 한다. 특히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더욱 중요한 과제로 다뤄야 한다. 이에 관련 기관들의 공조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이를 조정할 ‘컨트롤 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공작 수사는 검사나 법관의 사법적 통제하에 이뤄지도록 규범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법원은 “마약 범죄의 특수성 상 공작 수사(위장 수사·잠입 수사)는 불가피한 수단으로 허용되지만, 그 합법성은 피의자의 자발적 범행 의사와 수사의 비례성·통제성을 전제로 할 때만 인정된다”라는 원칙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마약 공급조직에 대한 수사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는 전문적인 수사 영역이다. 따라서 일반 민생사범 수사를 담당하는 일선 경찰서에서 이를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약류 확산의 심각성에 비추어, 이제 우리나라도 미국 마약수사청(DEA)과 같은 전문적인 조직의 신설을 검토할 단계가 됐다. DEA는 1973년 닉슨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법무부 산하에 설립한 연방 수사기관이다. 해외에도 지부를 두고 있는 글로벌 조직으로 국내외 마약 카르텔 소탕에 큰 성과를 거뒀다. 마약사범을 소재로 한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는 DEA 수사관들이 늘 등장한다.관세청은 마약 밀반입을 막는 중요한 보루다. 관세청의 헌신과 협조 없이는 마약사범 적발이 어렵다. 따라서 관세청에 대한 수사의 장기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강력한 공조 수사 체제를 복원해 다시 한 번 우리나라가 ‘마약류 퇴치에 성공한 국가’라는 국제적인 명성을 되찾길 염원해 본다.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2025.11.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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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공공 주최 행사’ [E-M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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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국민주권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 중인 가운데 공공 주최 행사의 ‘지역 개최 의무화’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153개에 달하는 중앙행정기관,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본거지를 옮겼지만, 정례적으로 여는 행사는 여전히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서다. 전국 각지에 전문시설인 전시컨벤션센터, 특급호텔이 들어섰는데도 관행처럼 수도권에서 행사를 개최해 공공기관 지방 이전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이스 업계와 학계에선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앞서 수도권에 집중된 정부·공공주최 행사부터 지역으로 분산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공공 주최 행사가 되레 지역 균형 발전 저해‘공공 주최 행사의 수도권 쏠림’은 정부가 오래 전부터 추진해온 지역 균형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20개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정기 개최되는 정부·공공기관 주최 전시·박람회는 연간 129건이다. 이 가운데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열리는 행사는 89건에 달한다. 공공 주최 전시·박람회만 집계한 것으로 포럼이나 세미나, 발표회 등 컨벤션 행사는 제외한 수치다. 본거지를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하기 전부터 열던 것이지만, 지방 이전 이후 새롭게 론칭한 행사도 상당수로 나타났다.전시 전문 회사 메쎄이상 조원표 대표는 “한때 80% 가까이 수도권에 몰린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비수도권 소재 비중이 54%까지 올라갔지만, 이들 기관이 여는 행사의 70%는 아직도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상황이 이렇다보니 공공 주최 행사가 되레 지역 산업과 균형 발전을 저해하고 수십조원이 투입된 지방 이전 정책 효과까지 반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스 3대 학회(한국마이스관광학회·한국무역전시학회·한국비지니스이벤트컨벤션학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13건) ▲대전(10건) ▲대구(7건) 등 지방 대도시에서 열리는 공공 주최 행사는 서울(58건)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모두 웬만한 수도권 내 전시컨벤션센터보다 큰 규모의 행사 시설을 갖춘 곳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업단지를 보유한 경남 지역은 공공 주최 전시·박람회가 연간 단 3건(2.3%)에 그쳤다.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함께 ▲전북(농생명) ▲경북(첨단 모빌리티) ▲경남(항공우주) ▲부산(해양·금융) ▲대구(헬스케어) 등 11개 광역 시·도에 들어선 산업 특구와 클러스터는 총 87개에 달한다. 전국 단위로 조성된 산업단지와 특구, 클러스터와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 대표는 “전시·박람회는 단기간, 특정 장소에서 열리지만, 그 효과나 영향은 지역의 산업 구조, 지식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공공 주최 전시·박람회의 수도권 쏠림을 일 년 중 단 며칠만 해당하는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문제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전시장 꿰찬 공공 행사로 민간 설 자리 줄어 공공 주최 행사가 코엑스, 킨텍스 등 수도권 주요 전시장을 선점해 민간 주최의 신규 행사가 설 자리가 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시컨벤션센터는 통상 유사 품목 행사의 신규 배정을 제한하거나 최소 한 달 이상 간격을 두게 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시 주최사 대표는 “공공 주최 행사가 수도권 전시장을 죄다 꿰차고 있어 웬만한 신규 행사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전혀 없다”면서 “결국 수도권에서 밀려난 작은 규모의 인지도 낮은 신규 행사만 지역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공공 주최 행사의 지나친 수도권 쏠림을 해소하기 위해선 제도적으로 지역 개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게 학계와 업계의 주장이다. 지방 전시장의 안정적인 운영 기반 확보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풍부한 자금력에 월등한 기업·바이어 동원 능력을 갖춘 공공 주최 행사의 지역 개최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 주최 행사가 지역으로 빠져나가면서 매년 포화 상태인 수도권 전시장의 임대 상황에도 숨통이 트여 신규 행사 개발도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조 대표는 “지역 마이스 활성화 측면에서도 신규 행사를 기업·바이어 동원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수도권 전시장에서 인큐베이팅한 후 지역으로 확대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선 정부 부처 등 중앙행정기관 주최 행사는 공모를 통해 전국 순회 행사로 전환하고, 공공기관 행사는 관련 산업 특구와 단지가 있는 곳에서 개최해 지역특화 행사로 업그레이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박스) 한전 BIXPO, 지역 개최로 3600억 경제효과…“지역 내 마이스 인프라 확충은 풀어야할 과제”지난 5일부터 7일까지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빛가람 국제 전력기술 엑스포’(BIXPO)는 공공기관 주최 지역 행사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지난 2014년 전남 나주로 이전한 한국전력공사가 이듬해인 2015년 혁신도시 일대 전력·에너지 관련 산업 집적단지와 연계 개최해 호남 지역을 대표하는 국제 행사로 자리 잡았다.10주년인 올해 행사엔 전국 10개 광역지자체 등 국내외에서 166개 기관과 기업이 참여해 사흘간 2만 2000여 명이 방문했다. 올해까지 행사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과 기업, 바이어는 65개국 약 2000개, 40만 여 명이다. 주최 측은 행사 개최로 광주전남 지역이 누린 경제적 파급효과는 3600억원 이상이라고 본다.지역에서 열리는 중앙행정기관 주최 행사로는 ▲국토교통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 ▲행정안전부의 ‘대한민국 안전산업 박람회’ 등이 있다. 지난해까지 경기도 고양(킨텍스)에서 열리던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는 올해 처음 전국 공모를 통해 부산(벡스코)에서 열렸다. 대한민국 안전산업 박람회도 지난 2022년 대구(엑스코) 개최를 시작으로 홀수 해는 수도권인 경기도 고양(킨텍스), 짝수 해는 비수도권에서 열리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한국전력공사 BIXPO 기획단 관계자는 “공공 주최 행사의 지역 개최가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아직 한계도 있다”며 “더 많은 공공 주최 행사가 지역에서 열리려면 수도권에 비해 부족한 직항 항공노선 등 교통편 외에 행사장, 숙박시설 등 인프라가 더 확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5.11.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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