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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갈라져도, 주택공급에는 한마음[김현아의 시티라이프]

전문가 칼럼

얼마전 한 여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아이디어 하나가 정치권 전체를 뒤흔들었다. 폐기되는 시내버스를 개조해 대학가 청년들의 임시 주거공간으로 쓰자는 일명 ‘폐버스 하우스’ 제안이었다. 청년들은 분노했고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기괴하다’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세금으로 수요를 누르면서 공급을 늘리겠다는 두 개의 페달을 동시에 밟는 정부 앞에서, 정치권의 상상력은 '버스 개조'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초당적 합의라는 낯선 사건주택공급이 시급한 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도 집값 폭등으로 정치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0년 이후 미국 집값은 54% 뛰었고 세입자 가구의 절반 가까운 2270만 가구가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쓰고 있다(하버드대 JCHS 기준). 집값과 임대료에 대출금리와 보험료까지 한꺼번에 오르는 상황은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를 가리지 않았다. 이 위기의식이 정치적 앙숙을 한 테이블에 앉혔다. 공화당 팀 스콧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장과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간사가 공동 초안을 짰고, 발의된 법안 60여 개를 하나로 묶어 상원에서는 85 대 5, 하원에서는 358 대 32의 압도적 지지 속에 이 법을 통과시켰다. 하원이 독자 수정안을 얹어 상원과 이견이 생기자 백악관이 직접 나서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했을 만큼, 진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400쪽에 달하는 이 법은 1990년 이후 최대 규모의 연방 주택입법으로 평가받는 '21세기 로드 투 하우징법(21st Century ROAD to Housing Act, 2026년 7월 11일 시행)'이다. ROAD는 '아메리칸 드림의 기회를 되살린다(Renewing Opportunity in the American Dream)'는 뜻의 약자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법이 예산을 한 푼도 늘리지 않고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이 재정적자를 늘리지 않는다는 공식 비용추계를 내놓았다. 새 예산 없이 기존 제도와 절차를 손보는 데 초점을 맞춰 규제 완화 중심으로 60여 개 조항을 완성했다는 뜻이다.규제를 걷어내는 것이 공급이다이 법의 핵심은 ‘규제 완화’다. 대표적인 것이 ‘포인트 액세스 블록’(point-access block), 단일계단형 아파트를 허용한 것이다. 한국은 화재 안전을 이유로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이면 반드시 계단을 두 개 이상 두도록 하는데, 이 법은 HUD(연방주택도시개발부)로 하여금 단일계단 6층 건물의 표준 설계기준을 마련하고 안전성을 검증하는 시범사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계단을 줄인 만큼 건축면적이 늘어난다. 표준화된 사전설계도면(패턴북) 제공해 지자체가 매번 새로 도면을 검토하지 않고 사전 승인된 안을 그대로 쓸 수 있다. 건축허가 기간이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토지이용 규제도 손을 댔다. HUD가 지자체 조닝·용도지역의 모범사례 기준을 마련하고, 인허가 간소화를 추진하는 주·지방정부에 재정을 지원하는 인센티브 방식을 도입했다. 소규모·도심 재개발은 환경영향평가(NEPA) 절차를 대폭 줄여 역시 공급의 속도를 높였다. 공장 조립형 모듈러 주택 규제도 영구 섀시(바퀴 달린 하부 골조) 부착 의무를 없애고, 모듈러 사업자의 금융 장벽 완화와 표준 건축기준 연구까지 HUD에 지시했다.규제완화 다음은 돈이다. 미국의 대도시와 카운티에 내려보내는 포괄보조금 CDBG(Community Development Block Grant)는 한국의 보통교부세처럼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쓰는 예산이다. 2029년부터는 배분액을 주택 증가율과 연동시켜 규제완화에 소극적인 곳은 덜 받게 하고, 앞장선 곳은 매년 2억 달러 ‘혁신기금’이라는 당근을 받게 된다. 다세대주택(5호 이상의 아파트) 건설 대출의 보증한도도 현실화했다. 낡은 공공주택을 민간자본으로 고칠 수 있게 임대지원(RAD) 전환 프로그램의 상한을 10만호 늘리고 제도 시한도 없앴다. 대형 기관투자자의 단독주택 매집 제한도 350호 이상 보유한 투자자의 기존 매입만 금지하고 신축 임대사업과 상장리츠는 제외해, 시장 기능은 살리면서 왜곡만 손봤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세금과 대출 규제로 수요를 틀어막은 채 공급정책 역시 민간이나 규제완화보다는 공공중심의 추가택지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로드 투 하우징법을 관통하는 원칙과 정확히 반대편에 있다.민간이 앞장서고 공공은 조력자이 법에서 연방정부의 역할은 시행자가 아니라 규칙을 다시 쓰고 돈줄로 유도하는 조력자다. 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민간이 짓는다. 물론 민간이 한다고 다 잘되는 건 아니다. 속도가 당장 빨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공공 혼자보다 민간과 손잡을 때 시너지가 더 클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시행, 건설사들은 단순 시공을 맡는 ‘민간참여사업’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다. 이때 민간은 사업 주도자가 아니라 공공이 짠 판 안에서 브랜드와 시공력을 대는 협력사에 불과하다. 그런데 공공주택사업의 주역이 될 LH는 정작 부채 문제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조직 개편을 검토 중이다. 주택공급의 역할이 공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사이, 그 무게를 감당할 주체의 조직과 재무구조부터 손봐야 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이번 미국의 입법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계단 하나 자재 하나 예산 한 줄까지 촘촘히 엮어 규제를 걷어내는 일을 여야가 함께 해냈다는 사실이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은 순간의 기발한 발상이 아니라 정부와 여야의 지루한 합의의 결과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부도 국회도 이런 합의를 위한 시간은 보이지 않고, 말로만 비판하고 변명하는 ‘요란한 정치의 시간’만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택공급 정책이 제대로 수립되고 시행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의 성공·실패 사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규제완화와 협치를 배웠다면 영국은 다소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 (다음 편에 계속)

2026.08.15 10:00

4분 소요
홈플러스·고려아연 사태가 던진 경고…‘사모펀드 경영’의 위험성 [스페셜리스트뷰]

전문가 칼럼

1988년 뉴욕 자본시장은 거세게 요동쳤다. 거대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당시로서는 사상 최고액인 250억달러를 투자해 담배·식품 공룡 기업인 RJR 나비스코를 삼켰기 때문이다. 인수 자금의 대부분은 고위험 채권인 정크본드(Junk Bond)와 차입금으로 충당됐다. 이 거래를 생생하게 다룬 논픽션(실화) ‘문 앞의 야만인들’(Barbarians at the Gate)은 이후 40년 가까이 차입매수(LBO)의 원형이자 약탈적 금융공학이 가져올 위험에 대한 대표적 경고문으로 인용돼 왔다. 기업의 미래 현금 흐름과 자산을 담보로 오늘의 승부를 건 뒤 청구서는 피인수 기업과 노동자에게 넘기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38년이 흐른 2026년 현재 서울 자본시장에서도 똑같은 파국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한국의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는 파산 및 청산 위기(회생절차 폐지 위기)에 놓였다가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조달하며 극적으로 회생절차를 재개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연대보증을 서는 조건이 붙었다. 사모펀드가 과도한 부채로 기업을 인수한 뒤 알짜 자산을 처분해 단기 이익을 챙기고 부실의 짐은 채권자와 노동자, 협력사에 넘긴다는 사회적 비판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약 1만2000명의 직원과 4600여개 협력업체의 생계가 담보로 잡힌 현 상황은 사모펀드에 의한 기업 경영이 왜 위험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모펀드가 지닌 경영의 득과 실을 명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미국 자본시장에서 사모펀드가 태동한 역사적 맥락과 구조적 결함 ▲한국 사모펀드의 성장 과정 및 폐단 ▲홈플러스와 고려아연 등 최근 사례가 시사하는 경고를 다각도로 분석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를 방치할 경우 발생할 시스템적 위험을 막기 위한 뼈아픈 규제 정책 개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가치 제고’ 목적…경영 전문성 부족 문제 1960~1970년대 미국의 주요 대기업은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 추진으로 극심한 효율성 저하를 겪었다. 당시 전문경영인들은 주주가치 제고보다는 자신의 세력 확장과 권력 유지에 몰두했고, 주주와 경영진 간의 대리인 문제는 심화했다. 기업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과감한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 경영진 인센티브 정렬 등을 거쳐 기업가치를 올린 뒤 매각한다”는 명목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사모펀드다. 1976년 잭 콜버그와 헨리 크라비스, 조지 로버츠가 설립한 KKR이 대표적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한국의 부실기업과 은행이 대거 매물로 나왔으나 국내 자본력이 부족해 ▲칼라일 ▲뉴브리지캐피탈 ▲론스타 등 해외 사모펀드가 유수의 국부 자산을 헐값에 인수했다. 지난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대규모 시세 차익 유출, 먹튀 논란, 조세 회피 등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해외 먹튀 자본에 맞설 토종 자본을 육성하고, 국내 기업 구조조정을 자율적으로 해결하자”는 명분을 내세우게 됐다. 지난 2004년 12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개정되면서 2005년부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제도가 공식 시행됐다. 의결권 있는 지분 10% 이상을 취득해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한 후 회수하라는 취지였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개정·시행된 이후 등장한 국내 사모펀드 중 하나가 2005년 설립된 MBK다. 이후 ▲VIG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 등 토종 대형 PEF가 대거 등장하며 시장이 급성장했다. MBK는 운용자산 45조원 규모의 동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로 거듭났다. 코웨이, ING생명 등의 매각에 성공하며 ‘인수합병(M&A)의 귀재’라는 평판을 얻기도 했다. ‘토종 자본 육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는 명분 뒤에는 미국식 사모펀드의 가장 약탈적인 금융공학 폐단이 그대로 이식돼 있었다. 사모펀드는 본질적으로 기업의 장기적 영속성보다는 펀드 만기 내 매각(Exit)을 통한 수익률(IRR) 달성이 최우선 목표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경영 전문 기관이 아니다. 인수한 업종이나 산업 분야의 전문성은 더더욱 결여됐다. 사모펀드가 기업의 경영권을 잡고 직접 경영에 나설 때 위험한 이유는 홈플러스 사태와 고려아연 사태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MBK가 지난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한 방식은 전형적인 LBO이자 부동산 갭투자 구조다. 총인수 금액 7조2000억원 가운데 자기자본은 3조2000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4조원은 인수금융 등 온전히 홈플러스가 떠안아야 할 빚이었다. 인수 후 MBK의 경영 전략은 철저히 재무적 현금 추출에 맞춰졌다. 지난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알짜 점포와 물류센터 등 4조1130억원 규모의 유형자산을 매각했다. 같은 기간 신규 재투자는 매각액의 6분의 1 수준인 7081억원에 그쳤다. 점포를 판 뒤 다시 빌려 쓰는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매각 후 재임대) 방식은 단기 현금을 확보해 빚을 갚는 데 쓰였다. 홈플러스는 매년 수천억원대의 고정 임차료 부담을 떠안게 됐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중심의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할 신규 설비투자(CAPEX) 투자가 블라인드 처리된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만 늘어나자 부채 비율은 2955% 수준까지 치솟았다. 금융 천재의 완벽한 재무 계산기가 도리어 기업의 기초 체력을 완전히 고갈시킨 셈이다. 홈플러스 사태의 가장 심각한 지점은 비대칭적 리스크 구조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 측 지적에 따르면 MBK의 홈플러스 투자 펀드(3호 펀드)는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 및 파산 위기 속에서도 1조2000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렸고, 별도의 관리·성과 보수를 수취했다. MBK 측은 지분 가치 소멸과 투자금 손실을 주장하지만, 피인수 기업이 빚더미에 앉아 청산 위기에 내몰리는 와중에도 펀드 단계에서 거액의 보수와 수익을 먼저 챙길 수 있는 제도적 빈틈은 사모펀드 경영의 지독한 도덕적 해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MBK 인수 기업, 평균 ROE 3년 새 2.3%p ↓ MBK와 영풍이 벌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홈플러스 사태의 판박이이자 위험도가 훨씬 높은 사건이다.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도 2조원 이상을 LBO 방식으로 빌려 투입했다. 업종에 대한 이해나 장기적 산업 비전 없이 오직 금융 자본의 힘과 부채 레버리지를 활용해 한국의 대표적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한 것이다. MBK와 영풍은 경영권도 이사회도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 현지에서 고려아연의 핵심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 관련 투자 리셉션을 열고 사업 주체를 자처하는 등 파행적 행보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노조 면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해외에서는 경영권 장악을 전제로 행동하는 모습은 사모펀드가 얼마나 경영 정당성과 절차적 타당성을 무시하는지 보여준다. 고려아연은 단순 유통업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이자 미래 첨단 산업(배터리 소재·제련 기술)의 핵심 생태계다. 유통 기업인 홈플러스마저 자산 파편화와 임차료 폭탄으로 무너뜨린 사모펀드가 대규모 연구개발(R&D)과 장기 설비투자가 필수적인 국가 기간산업을 인수할 경우 홈플러스보다 훨씬 심각한 국가적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5대 사모펀드 인수 기업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MBK가 인수한 기업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인수 첫해 7.0%에서 3년 후 4.8%로 2.3%포인트(p) 떨어졌다. 국내 주요 PEF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IMM인베스트먼트 인수 기업의 평균 ROE가 40%p 넘게 상승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학술 연구(김&박, 2018 등)에서도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은 전략적 투자자(SI)가 인수한 기업에 비해 CAPEX 및 R&D 투자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영화엔지니어링 ▲딜라이브 ▲네파 등 MBK의 주요 실패 사례에서도 인수 대금의 절반 이상을 차입으로 조달하고, 상환 부담이 장기 투자 여력을 잠식해 기업을 고사시키는 동일한 패턴이 반복된다. 사모펀드는 본질적으로 경영 전문성이 부족하다. 유통부터 제련, 바이오까지 넘나드는 문어발식 인수는 전문성 없이 단지 금융공학적 차익만을 노린 행태다. 등기임원을 PEF 인사로 채운 채 알짜 자산 매각에만 골몰하는 사모펀드 경영은 기업의 영속성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MBK에 직무 정지를 포함한 중징계안을 의결했다. 기관 전용 사모펀드 운용사(GP)를 겨냥한 국내 첫 중징계로서 의미가 있으나, 여전히 특정 불건전 영업 행위에 국한된 단발성 처방에 불과하다. 사모펀드가 차입금 상환 부담을 피인수 기업에 전가하는 LBO 구조 자체를 제어할 법제적 안전장치는 공백 상태다. ‘LBO 부채 상한제’ 도입 등 제도 정비 필요미국은 토이저러스 파산 등을 계기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발의한 ‘월가 약탈 방지법’(Stop Wall Street Looting Act)을 통해 PEF 운용사의 인수 부채 연대책임과 채권자·노동자 보호 등의 제도화를 시도했다. 한국 금융당국도 즉각적인 규제 정책 개혁에 나서야 한다. 먼저 인수 자금 중 차입금(인수 금융)의 비율을 30~40% 이하 등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LBO 부채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 인수 주체가 아닌 피인수 기업의 자산과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차입금 상환 의무를 피인수 기업에 전가하는 행위를 법률로 금지해야 한다. 사모펀드가 ▲국가 기간산업 ▲핵심 기술 보유 기업 ▲대규모 고용 창출 기업 등을 인수할 경우 해당 사모펀드 운용사의 산업 전문성 및 장기 경영 계획에 대한 엄격한 사전 적격성 심사를 의무화해야 한다. 단지 자금 조달력만 갖춘 투기적 자본이 국가 핵심 생태계를 위협하는 행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인수 후 추가 대출을 통해 운용사(GP)가 과도한 특별배당을 수취하는 행위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피인수 기업이 유동성 위기나 파산에 직면할 경우 GP가 이전에 수취한 관리 및 성과 보수를 환수(Claw back)하거나 GP에게 연대책임을 묻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도덕적 해이를 근절해야 한다. 사모펀드의 최소 보유 기간을 5~8년 이상으로 유도하고, 장기 보유 및 R&D·인프라 재투자 비율에 맞춰 세제 혜택 및 규제를 차등화해야 한다. 연기금 등 출자자(LP)가 위탁 운용사를 선정할 때 단순 과거 내부수익률(IRR) 수치뿐 아니라 ▲고용 유지 ▲R&D 투자 ▲노사 관계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비재무 지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모범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한국 자본시장은 오랫동안 단기적인 ‘자본 효율성’만을 최고의 가치로 신봉해 왔다. 기업의 영속성을 결정짓는 요소는 단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수치가 아니라 ▲브랜드 가치 ▲기술력 ▲숙련된 인력 등 비재무적 자산이다. 사모펀드가 이를 무시한 채 금융공학으로 껍데기만 남기는 경영을 계속한다면 홈플러스의 파국은 고려아연을 넘어 한국 산업 전반으로 번져 나갈 것이다.사모펀드는 본래 시장의 불합리한 가치를 바로잡고 혁신을 자극하는 ‘메기’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의 사모펀드는 분쟁 현장을 배회하며 차익만 노리는 ‘하이에나’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의 태생적 호흡 차이를 인지하고, 과도한 레버리지 차단과 산업 전문성 심사 등 한국 산업 구조에 맞는 엄격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세워야 할 시점이다. 이제 자본은 “얼마나 빨리 투자금을 회수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키울 것인가”에 답해야 한다. 금융당국과 자본시장이 뼈를 깎는 제도 혁신에 나서지 않는다면, 38년 전 뉴욕의 ‘야만인들’이 남긴 경고는 2026년 한국 경제 전체의 비극으로 현실화할 것이다. 필자는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대표이사다. LG이노텍과 CEO스코어를 거쳐 인사 데이터 분석에 특화한 리더스인덱스를 설립했다. 미래포럼 30%클럽 기획위원과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을 지냈으며, 2019년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2026.08.09 09:00

8분 소요
회의실 자리만 바꿔왔다…이사회 개혁이 놓친 것들 [대신경제연구소 ESG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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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대규모기업집단 지배구조 분석은 한 가지 불편한 숫자를 담고 있었다.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의 99% 이상이 원안 그대로 통과됐고,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의 비율은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낮은 0.38%였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그 뒤에 있다. 사외이사 비율이 높을수록 원안 가결률이 조금은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지만,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4분의 3을 넘는 회사조차 원안 가결률이 95%를 웃돌았다. 독립적인 이사를 아무리 많이 앉혀도, 회의실에서 반대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이 숫자를 이사들의 나태나 무능으로 읽는 것은 손쉽지만 정확하지 않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이사가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쥐고 있어야 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회의에서 입을 열 수 있어야 하며, 그 발언이 흩어지지 않고 살아 있는 토론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보가 있는가, 발언할 수 있는가, 그리고 토론이 되는가. 셋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이사회는 아무리 독립적인 인물로 채워도 침묵하는 방이 된다. 앞의 99%라는 숫자는 바로 그 침묵의 크기다.문제는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가 이사회 제도 개선에 쏟은 에너지가 이 조건들 중 어느 것도 겨냥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사외이사의 비율과 이사의 독립성 요건, 감사위원을 뽑는 방식. 논의는 온통 ‘누가 회의실에 앉는가’에 집중됐다. 지배구조라는 집의 하드웨어, 곧 이사회의 구성은 부지런히 손봤다. 하지만 그 집을 실제로 돌아가게 하는 소프트웨어, 곧 회의의 진행 방식과 이사에게 정보가 흘러드는 통로는 논의의 바깥에 남겨졌다. 좌석은 다 채웠는데 그 자리에서 오가야 할 말은 오가지 않는 것이다.이사들은 왜 회의실에서 입을 닫는가최근 나온 연구들은 바로 이 방 안의 풍경을 파고든다. 네덜란드 학자 마릴리케 엥버스가 2026년 발표한 논문 ‘Behind Closed Doors’는 실제 이사회 회의를 녹음하고, 참석 이사 전원을 따로 인터뷰해 회의실의 실상을 추적했다. 겉보기에 아무 갈등 없이 매끄럽게 끝난 회의를 두고, 이사들은 저마다 “사실 그때 이런 점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문제의식은 있었으나, 아무도 그 자리에서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엥버스는 이 침묵이 소심한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고 말한다. 침묵은 ‘지금 말할 자리가 아니다’ ‘문제를 제기하면 관계가 상한다’ ‘말해도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 등의 계산에 따라 작동하는 학습된 관행이었다. 더 뼈아픈 지적은 그 다음이다. 회의를 효율적으로 만들겠다며 짜 놓은 절차, 곧 촘촘한 안건과 빠듯한 시간과 위원회 분업이야말로 무엇을 말할 수 있고 없는지를 규정한다는 것이다. 효율을 위한 장치가 도리어 침묵을 조장하는 셈이다.이사회 현장을 직접 촬영해 관찰한 연구도 같은 곳을 가리킨다. 이탈리아와 호주 연구진이 조건이 비슷한 두 공기업의 이사회를 비교했더니, 짧고 잦은 회의를 시간에 쫓겨 진행한 쪽에서는 안건마다 이사의 34%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반면 여유 있는 회의에서 의장이 발언권을 고루 돌린 쪽에서는 침묵한 이사가 15%에 그쳤다. 두 이사회를 가른 것은 이사 개개인의 자질이 아니라 회의 시간과 의장의 진행 방식, 곧 회의의 설계였다.좌석을 채우는 개혁에서 회의를 바꾸는 개혁으로여기서 한국 기업을 위한 첫 번째 과제가 나온다. 이사들이 입을 열고 그 발언이 토론으로 이어지도록, 회의를 이끄는 사람의 역할을 다시 세워야 한다.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하는 일은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어디까지나 출발점일 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의장이 발언권을 고루 나누고, 이견이 오가는 데 주저함이 없도록 회의를 운영하는 진행자가 되는 일이다. 개별 이사의 독립성이나 전문성만이 아니라, 반대 의견이 안전하게 오가는 회의 문화를 갖추었는지를 이사회 평가의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두 번째 과제는 남은 조건, 곧 ‘정보가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발언권을 아무리 고르게 나눠줘도, 이사가 사안을 파악하지 못하면 던질 질문 자체가 없다. 미국 학자 스티븐 보이비 등은 2016년 연구에서 상시 감시가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여러 회사를 겸임하며 1년에 몇 차례 모이는 사외이사가 거대하고 복잡한 기업의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해 경영진을 실시간으로 감독하기란 애초에 무리라는 것이다. 우리 현실도 다르지 않다. 상장사가 내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는 사외이사에게 정보와 자원을 충분히 제공하는지, 이를 전담할 인력을 두었는지를 적도록 되어 있지만 그 서술의 상당수는 형식에 그친다. 이사에게 감시 의무를 무겁게 얹으면서 정작 그 의무를 수행할 정보와 시간을 주었는지는 묻지 않은 것이다. 방향은 분명하다. 안건 자료가 회의 직전에 던져지듯 배포되어서는 이사가 사안을 파고들 여지가 없다. 이사들이 내용을 검토하고 미리 질문을 벼릴 수 있도록, 자료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사전에 전달돼야 한다.결국 엥버스가 던진 물음으로 돌아온다. 이사들은 하나같이 “우리 이사회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논의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회의실을 지배하는 것은 그 말이 아니라 침묵이다. 우리가 표방하는 이사회와 실제로 작동하는 이사회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지난 수년의 개혁은 회의실의 자리를 새로 채웠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자리에 앉은 이사가 판단할 정보를 손에 쥐고 입을 열 수 있으며, 그 발언이 살아 있는 토론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이다. 누구를 앉힐지를 넘어, '그들이 어떻게 일하게 할지'를 물어야 한다. 개혁의 시선은 이제 회의실 문 안으로, 이사회의 회의 진행표와 자료 봉투 위로 옮겨가야 한다.

2026.08.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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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을 금융으로 정의하다 [허태윤의 브랜드스토리]

전문가 칼럼

지난 7월 16일, 미국 언론이 일제히 한 백악관 직원의 이름을 보도했다. 가브리엘 페레즈.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할 때 원고를 화면에 띄우는 텔레프롬프터 담당자다. 10년 가까이 대통령 곁에서 연설 원고를 누구보다 먼저 읽어온 그는 그 원고로 돈을 걸었다. 미국의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Kalshi)에는 대통령이 연설에서 특정 단어를 말할지에 베팅하는 상품이 있다. "트럼프가 오늘 연설에서 '가짜 뉴스'를 언급할까?" 같은 것이다. 페레즈는 석 달간 12건이 넘는 연설에 베팅해 10만 달러, 약 1억4000만 원을 챙겼다가 적발돼 무급 휴직 처분을 받았다. 주식시장으로 치면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법 거래인 셈이다.한국 독자에게는 사건의 부도덕성보다 대통령의 연설에 언급되는 말에 돈을 거는 시장이 있다는 사실이 더 생소할 수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돈을 거는 시장이라니. 그런데 이 시장은 불법 도박도 아니고 베팅 회사도 아니다. '칼시'라는 이름의 이 기업의 정체는 '참여형 정보 플랫폼'이다. 이용자의 관심과 판단이 축적되면 데이터가 되고, 데이터가 모이면 여론조사보다 정확한 '집단지성의 가격표'가 된다. 칼시가 스스로를 베팅 회사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뉴스의 출처"라고 정의하는 근거다. 이렇게 성장한 회사의 기업가치는 현재 220억 달러, 우리 돈 30조 원이 넘는다. 창업 8년 차의 스타트업이다.발레리나와 트레이더가 세운 거래소칼시는 2018년 MIT 동창 두 사람이 세웠다. 골드만삭스에서 파생상품을 다루던 타렉 만수르와 발레리나 출신으로 수학을 전공한 뒤 헤지펀드에서 일했던 루아나 로페스 라라. 두 사람을 묶은 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집착이었다. 세상의 모든 미래는 불확실한데 왜 그 불확실성을 사고파는 시장은 없는가.플랫폼의 구조는 단순하다. "연준이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까?",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은 이 영화가 받을까?", "이번 주말 뉴욕에 눈이 올까?" 세상의 온갖 질문이 상품으로 올라오고 이용자는 '예'와 '아니오' 계약을 사고판다. 맞히면 계약 하나가 1달러의 가치를 갖게 되고, 틀리면 휴지가 된다. 묘미는 가격에 있다. '예' 계약이 70센트에 거래된다면 시장은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을 70%로 본다는 뜻이다. 주가가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듯 이 가격은 미래에 대한 대중의 판단을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문제는 이 사업의 이름이었다. 결과에 돈을 걸고 맞히면 따고, 틀리면 잃는다. 이 행위를 부르는 오래된 이름은 도박이다.여기서 두 창업자는 실리콘밸리의 문법을 배반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증명해 온 성공 공식은 '일단 저지르고 나중에 허가받는' 것이었다. 실제로 경쟁사 폴리마켓은 그 길을 갔다. 칼시는 반대를 택했다. 제품을 하나도 내놓지 않은 채 2년 넘게 미국 금융당국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라라는 훗날 "승인을 받지 못하면 회사는 그냥 제로가 되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매출 없는 스타트업이 규제 승인 하나에 회사의 생사를 건 셈이다.무모해 보이는 이 선택의 바닥에는 업에 대한 정의가 깔려 있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사업을 베팅업이 아니라 금융업으로 규정했다. 1848년 시카고에서 곡물 선물이 탄생한 이래 금융시장은 농산물에서 원자재로, 다시 금리와 환율로 거래 대상을 넓혀 왔는데 정보화 시대의 다음 거래 대상은 '사건' 그 자체라는 논리였다. 스스로를 베팅 업체가 아닌 '거래소'로, 상품을 '이벤트 계약'으로, 이용자를 '트레이더'로 명명한 것도 그 정의의 연장이었다. 그래서 이들이 찾아간 곳도 도박 당국이 아니라 금융당국이었다.2020년 11월 CFTC는 칼시를 최초의 이벤트 계약 정식 거래소로 승인했다. 도박과 금융을 가른 것은 기술이 아니었다. 업의 본질을 무엇으로 정의하고 그 정의를 누구에게 승인받을 것인가의 문제였다. 칼시의 확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선거 베팅 승인을 거부하는 CFTC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2024년 항소법원에서 이겼다. 자신을 규제하는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회사. 그 직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예측시장은 여론조사가 놓친 흐름을 먼저 가격에 반영하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CNN은 뉴스 화면에 칼시의 실시간 확률을 띄우기 시작했고, 메타는 유사한 예측 앱 개발에 뛰어들었다. 업의 정의(定義)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물론 이 정의는 지금도 시험대에 있다. 칼시 거래의 대부분은 사실상 스포츠 베팅이고, 미국의 여러 주 정부는 이를 불법 도박이라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금융'이라는 간판과 '도박'이라는 실체 사이의 긴장은 여전히 팽팽하다.그래서 페레즈 사건이 흥미롭다. 그를 잡아낸 것은 FBI도, 백악관 감찰도 아닌 칼시 자신이었다. 자체 감시 시스템이 비정상적인 베팅을 포착했고 계좌를 추적해 규제당국에 넘겼다. 생각해 보면 도박판에는 내부자 거래라는 죄목이 없다. 내부자 거래를 적발하고 처벌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곳이 감시와 규율이 작동하는 금융시장이라는 증거다. 백악관발 스캔들이라는 최악의 뉴스 앞에서 칼시는 8년 전 스스로 내린 업의 정의를 행동으로 증명한 셈이다.업의 정의가 기업의 운명을 가른 것은 칼시가 처음이 아니다. 100년 전 미국 대륙의 지배자는 철도회사였다. 그러나 자동차와 비행기가 등장하자 이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시어도어 레빗은 1960년 발표한 논문 '마케팅 근시안'에서 몰락의 원인을 수요 감소가 아니라 정의의 실패에서 찾았다. 철도회사들은 스스로를 '철도업'으로 규정했다. 고객이 산 것은 철도가 아니라 '이동'이었는데도 말이다. 스스로를 운송업으로 정의했더라면 자동차와 항공기는 위협이 아니라 사업의 기회였을 것이다. 철도는 업을 좁게 정의해 눈앞에 다가온 시대를 놓쳤고, 칼시는 업을 새롭게 정의해 없던 산업을 만들었다.한국에서는 사행행위 규제로 인해 이런 시장이 열리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칼시가 남긴 질문은 예측시장 너머에 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파는 회사인가. 그 답을 간판이 아니라 위기의 순간 행동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도박을 금융으로 바꾼 것도, 대륙의 지배자를 무너뜨린 것도 결국 업을 정의하는 그 한 줄이었다.

2026.08.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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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시계, 최고의 기술은 우주를 향한다 [이윤정의 언베일]

전문가 칼럼

하이엔드(최고급) 시계의 가치는 장인의 손길과 복잡한 기계식 무브먼트에서 비롯된다. 수백개의 부품이 맞물려 오차를 최소화하는 정밀함은 하이엔드 워치 메이킹의 상징이었다.하이엔드 시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시절, 스위스의 한 시계 브랜드 출장에 동행한 저널리스트는 “시계는 자동차와 같아서 기계공학을 알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고 말해 필자의 기를 죽이기도 했다.설계부터 제작까지…IWC, 우주 비행용 시계 선봬기술에 기반을 둔 하이엔드 시계는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술력의 수준도 나날이 진화했다. 주요 시계 브랜드는 ▲우주 탐사 ▲항공우주 산업 ▲모터스포츠 ▲신소재 공학 등 최첨단 기술을 시계에 담아내며 무한 경쟁에 돌입한 지 오래다. 1969년 인류가 처음 달에 착륙할 당시 우주 비행사가 착용한 오메가 시계는 오메가뿐 아니라 시계 산업 전체에 놀라움을 줬다. 오메가가 지금까지도 혁신적인 기술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이유다.꿈으로만 여겼던 상업용 우주 탐사와 여행이 가시화되면서 시계 산업에서도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우주를 위한 시계는 지상용으로 제작된 것을 항공시계로 개조한 게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우주 비행에 필요한 특정 요구 사항을 위해 처음부터 설계된 시계를 내놓는 상황이다. 올해 IWC 샤프하우젠(IWC Schaffhausen, 이하 IWC)이 소개한 ‘파일럿 벤처러 버티컬 드라이브’(Pilot’s Venturer Vertical Drive)는 유인 우주 비행과 우주에서의 시간 측정이라는 목적을 위해 처음부터 설계 및 제작됐다. 파일럿 벤처러 버티컬 드라이브는 장갑을 착용한 우주비행사도 손쉽게 시계를 조작할 수 있도록 크라운 대신 혁신적인 회전 베젤 시스템을 적용했다. 가벼운 화이트 산화지르코늄 세라믹과 세라타늄 소재로 제작해 내구성과 온도 변화에 대한 저항성을 높였다. 세라타늄은 티타늄의 가벼움과 구조적 안정성에 세라믹의 높은 경도와 스크래치 저항성을 결합한 소재다.IWC의 브랜드 파트너이자 차세대 우주정거장을 개발 중인 미국 우주개발 기업 바스트(Vast)의 엄격한 테스트를 거친 파일럿 벤처러 버티컬 드라이브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정거장이 될 헤븐-1(Heaven-1)으로의 비행을 위해 바스트의 우주 비행 인증도 획득했다.파일럿 벤처러 버티컬 드라이브는 IWC의 브랜드 파트너인 미국 우주개발 기업 바스트(Vast)의 테스트를 거쳐 차세대 상업용 우주정거장 헤븐-1(Heaven-1) 비행을 위한 우주 비행 인증도 획득했다. 크리스 그레인저-헤어 IWC 최고경영자(CEO)는 “IWC의 엔지니어링 부서인 XPL이 파일럿 벤처러 버티컬 드라이브를 개발할 때 단순히 기존의 시계를 우주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니다”며 “우주비행사를 위한 툴 워치(tool watch)라면 ▲기능성 ▲조작의 용이성 ▲시간 표시 ▲소재 구현의 측면에서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백지상태부터 정의해 나온 시계”라고 강조한다. 리차드 밀, 시계에 ‘항공우주 산업·F1 기술’ 적용신소재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브랜드로 리차드 밀(Richard Mille)을 빼놓을 수 없다. ‘손목 위의 레이싱 머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리차드 밀은 항공우주 산업과 포뮬러 원(F1) 기술을 적극적으로 시계 제작에 도입한 브랜드다. 새로운 RM 55-01 매뉴얼 와인딩은 5g 미만의 초경량 칼리버 RMUL4를 탑재했다. 오토매틱 무브먼트에는 필수적인 로터가 없는 수동 와인딩 시스템을 채택해 빛이 무브먼트 사이를 자유롭게 통과하며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특기할 만한 소재는 베이스 플레이트에 사용된 5등급의 티타늄으로, 항공우주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는 신소재다. 5등급의 티타늄 소재는 리차드 밀의 시계에 전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지만, 이 소재를 가공하는 건 여전히 큰 도전이다. 소재의 경도가 높은 데다 리차드 밀의 엄격한 기준 때문에 초기 작업인 절삭부터 난제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러한 기술 경쟁이 단순히 ‘비싼 시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에서 시작된 기계식 시계는 인류가 도전하는 극한의 환경을 함께 탐험하는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브랜드가 ▲항공우주 기업 ▲자동차 제조사 ▲F1팀 ▲연구기관 등과 공동 개발을 통해 새로운 소재와 구조를 시험 중이다. 오메가는 여전히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 역사와 함께 우주 시계의 상징적 위치를 이어가고 있다. 위블로는 사파이어 크리스털과 컬러 세라믹 가공 기술을 발전시키는 중이다. 필자는 스위스의 하이엔드 시계 워크숍에 방문할 기회가 많았다. 먼지 한 점도 용납하지 않는 깔끔하고 최첨단의 설비를 자랑하는 워크숍에 가면 하얀 가운을 입은 장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많은 브랜드 워크숍 책임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의 고민이 “숙련된 장인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에 놀라곤 한다. 가장 최신의 기술을 실제로 시계로 구현하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우주로 향하는 기술력을 갖췄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으로 제한된 수량만 고집하는 하이엔드 시계. 인간과 기술의 조화를 이보다 잘 설명할 순 없다.

2026.08.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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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들의 지방분산 이전...금융허브 '역행' [순화동필]

전문가 칼럼

정부가 지난 7월 1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중 제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선도기관을 중심으로 이전하려고 한다. 기본적인 취지는 기존의 수도권에 집중된 1극 체제에서 벗어나 국가기능과 산업을 전국적으로 재배치하기 위해, 전국을 ‘5극 3특’으로 대변되는 광역권 단위로 나누어 경제, 생활 및 행정 등을 묶어 각 권역별 성장엔진을 육성하고 특화산업을 선정해 투자, 인프라 및 규제특례 등 패키지 지원으로 다극형 성장체계로의 대전환을 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반도체, 피지컬 AI 및 AI 데이터센터 분야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총 4755조원을 투입하여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 50년을 좌우할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가 추가되면서, 향후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당장 집행될 가능성이 높은 정책으로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있게 주목받고 있다. 그간 세계경제를 이끌었던 개방경제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신자유주의가 주춤하고 새로운 형태의 경제블록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인공지능(AI) 산업을 전제로 한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보이고 적시성이나 방향 측면에서 매우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지난 60~70년대 경제개발이나 2000년대 IT산업정책에 버금가는 국가적 대전환 정책으로도 평가된다. 물론 이번 정책의 혜택에서 제외된 일부 지역의 반발과 여전한 정부주도의 산업정책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국내외 산업전환기적 필요성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대의명분은 충분하다고 본다. 섣부른 지방 분산은 기존 허브 정책 역행이러한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한 공감에도 불구하고, 금융을 전공해 온 본 저자는 해당정책내 주요 국책은행들의 지방 이전이라는 세부정책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그간 산업화 과정에서 초래된 지역간 불균형 발전에 따른 수도권 인구집중을 완화하고 자립형 지방화를 위해 지난 2003년부터 2019년까지 추진되었던 제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의 공과와는 별개로, 애초의 사업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실행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여러 이해관계로 인해 지나치게 분산된 공공기관의 이전은 해당지역에 대한 경제적 혜택이나 정책적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같이 시행되었던 주요 금융기관들의 지방이전에 대한 효과 역시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단순 행정지원이 아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경우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금융은 산업특성상 전문인력간 잦은 대면접촉과 촘촘한 인적 네트워킹을 통한 정보교환이 경쟁의 핵심 요소다.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클러스터링 경향이 매우 높다. 주요 금융업무 외에도 관련된 법률서비스·회계·정보통신 및 교육기능 등이 중심이 되어 금융서비스 클러스터를 형성하므로, 세계의 주요 금융중심지는 한 나라의 경제수도에서도 유독 접근성이 가장 좋은 노른자위 도심지역에 집적되는 경향이 이를 뒷받침한다. 뉴욕의 월스트리트나 런던의 더시티가 대표적이다. 한국도 일찍이 2003년에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을 수립하여 우리나라에 금융허브 기반을 구축하려 했고, 2008년 이후 정부를 중심으로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수차례에 걸쳐 일관되게 추진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번에 또다시 제기된 국책은행들의 지방분산 이전은, 국내금융산업의 경쟁 기반을 근본적으로 저해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금융중심지 육성정책의 일관성도 훼손하는 잘못된 정책 방안으로 이해된다. 정책금융 본연 기능 지킬 혜안 필요이번에 지방이전 대상이 되는 국책은행들은 저마다 설립취지와 배경은 다르지만 정상적인 금융시장 접근이 취약한 국내산업부문에 대한 금융지원이라는 존립근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국책은행들의 지방분산 이전은, 대외적으로 그간 클로스터링을 전제로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던 정책적 일관성이 흔들리게 된다. 대내적으로 국책은행들의 정상적인 정책금융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책은행은 정책금융 담당기관으로서 금융당국과 민간 금융기관들, 그리고 관련 금융서비스를 기대하는 기업들과의 소통과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책은행의 지방분산 이전은 유관기관과의 물리적 거리로 인해 교류와 소통이 줄어들어 결국 정책금융기능의 비효율성이 초래될 수 있다. 또한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은 필수적으로 핵심인력의 유출을 동반한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으로 기금운용과 관련된 주요 핵심인력들이 유출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경쟁력의 핵심인 인력 유출과 이로 인한 금융서비스 및 경쟁력 저하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보충하기 힘든 손실임에 분명하다. 그나마 지난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대상 금융기관들은 주요 금융과정에서 일부 서비스만 담당하는 기관들이 주류였다. 이번에 거론되는 주요 국책은행들은 ▲여수신과 주요 투자은행(IB) 업무 ▲스타트업 및 기업구조조정 금융 ▲해외투자 및 수출입금융까지 금융전반을 다루는 금융기관들이다. 그 폐해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가 의도하는 주요 국책은행들의 지방이전은 앞서 소개한 지역 균형발전을 염두에 둔 ‘5극 3특’ 성장전략과 향후 막대한 투자를 동반한 메가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숙고한 정책적 고려로도 이해된다. 그러나 이는 앞서 소개한 금융과 금융산업에 대한 특성을 너무나 모르거나 알더라도 여러 이유로 이를 무시한 접근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자칫 섣부른 기대로 머리나 심장이 손발 따라 여러 곳으로 나뉘어지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겠다. 지금은 국책은행의 정책금융기능이 온전히 유지되면서도 현재 추진 중인 지역균형발전과 미래성장동력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6.08.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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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들이 조약(條約)을 맺기 시작했다[김현아의 시티라이프]

전문가 칼럼

대한민국이 시장(市長)을 뽑기 위한 선거 열기로 달아오르던 2026년 4월, 지구 반대편 마드리드에서 글로벌 주요 도시의 시장(Mayor)들은 전혀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4월 28일, 제12회 블룸버그 시티랩(Bloomberg CityLab 2026) 정상회의. 마이클 블룸버그가 ‘메이어스 AI 포럼’(Mayors AI Forum)의 출범을 알렸다. 이 포럼은 블룸버그 자선재단과 존스홉킨스대학이 함께 만든 국제 시장(市長) 연합이다. 창립 멤버는 ▲런던 ▲도쿄 ▲마드리드 ▲보고타 ▲나이로비 ▲보스턴 ▲부에노스아이레스 ▲키이우 ▲샌안토니오 ▲샌프란시스코 등 8개국의 시장들이다. 5개 대륙, 열 개 도시. 이들이 대표하는 인구만 1억명이 넘는다. AI가 어떻게 개발되고 배치될지, 도시가 직접 그 방향을 잡아가겠다는 것이다. 시장들은 AI 개발사 경영진과의 비공개 회의에 참석하고 AI가 지역 노동시장·에너지 체계·청소년의 삶에 미칠 영향을 공동 연구하며, 검증된 활용 사례를 도시에서 도시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조달(調達)이라는 조용한 규칙이 시리즈의 첫 글에서 필자는 AI가 골목의 신호등과 순찰 동선을 바꾸는 현장을 들여다봤고 지난 회에서는 데이터센터라는 ‘AI의 몸’이 특정 지역에 입지할 때 그 비용을 누가 치르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AI를 허용할 권한이 도시·중앙정부·기업 중 누구에게 있는가”를 물으며 글을 맺었다. 마드리드의 포럼은 그 질문에 도시들이 스스로 내놓은 대답처럼 보인다. 국가가 좀처럼 맺지 못하는 조약(條約)을, 도시들이 먼저 맺기 시작한 것이다.국제정치학은 도시가 국가를 거치지 않고 국제 무대에서 직접 서로와, 그리고 기업·국제기구와 관계를 맺는 활동을 ‘도시 외교’(City Diplomacy)라고 부른다. 그 대표적인 선례가 C40이다. 국가 간 기후 협상이 교착에 빠져 있던 20년 동안, 도시들이 먼저 나섰다. 메이어스 AI 포럼은 기후에서 검증된 이 문법을 이번엔 AI로 옮겨온 것이다. C40 소속 도시의 탄소 배출량이 비소속 OECD 도시보다 유의미하게 줄었다는 통계적 근거는 아직 없다. 20년간 도시들이 선언에 서명하고 사례를 공유하고 목표를 선언했지만, 구속력 없는 자발적 서약은 서명하기 쉬운 만큼 어기기도 쉬웠다. AI 포럼이 같은 한계에 빠지지 않으려면, 선언 너머의 무언가가 필요하다.서명란도 비준 절차도, 위반에 대한 강제력도 없는 시장(市長)들의 연합이 어떻게 규칙을 만든다는 것일까. 힘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뉴욕시는 2021년 자동화고용결정도구법(Local Law 144)을 제정해, 채용에 AI를 쓰는 기업에 연 1회 독립적 편향 감사(bias audit)를 의무화했다. 미국 최초의 도시 AI 규제법이다. 집행이 미진하다는 감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 법으로 말미암아 글로벌 HR 기업들이 자사의 AI 채용 도구를 '뉴욕 기준'에 맞춰 손보기 시작했다. 암스테르담과 헬싱키는 2020년 세계 최초로 AI 등록부(AI Register)를 개설해 시 행정에 쓰이는 알고리즘의 데이터셋·편향 평가·인간 감독 여부를 시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주차 단속, 불법 숙박 적발, 시민 민원 분류 등 도시가 AI를 쓰는 모든 곳에 유리벽을 세운 셈이다.도시가 AI를 구매하는 고객이자 실증 현장인 한, 도시가 내거는 조달 조건(알고리즘 투명성, 데이터 보관과 이전 기준)은 사실상의 규칙으로 굳는다. 열 개 대도시가 같은 데이터 규격과 계약 문구를 요구하면, 시장(市場)은 그 규격에 맞춰 제품을 만든다. ‘조달의 조건’이 규칙이 되는 것이다.빈 의자의 구조블룸버그 시티랩은 한국에서 아직 생소한 이름이다. 2024년 10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제11회 시티랩에 신상진 성남시장이 한국 지자체장 최초로 공식 초청돼 저출생 대응 사례를 발표한 것이 거의 유일한 접점이다. 알려지지 않은 테이블에 의자를 놓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서울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규칙의 공동 설계자로서는 국제무대에 서지는 못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라는 특수성도 있었겠지만 더 깊은 원인은 제도의 구조에 있다. 한국의 지방자치법은 지자체의 국제교류를 외국 지자체와의 교류·협력, 국제기구·행사 유치 정도로 좁게 허용한다. 독자적인 국제 규범 형성 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는 불분명하다. ‘지방외교법’ 제정 논의가 학계와 시도지사협의회에서 거듭 제기되지만, 아직 없다. 중앙정부 역시 지자체의 국제활동을 국가외교의 자산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반복된다. 1990년대 자매도시 결연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한국 도시외교의 오랜 한계가, AI라는 새 의제 앞에서 다시 드러난 셈이다.이 시리즈를 쓰는 동안 필자는 AI가 도시의 신호등을 바꾸고 감시의 경계를 흐리며, 데이터센터라는 21세기의 굴뚝을 골목에 세우는 풍경을 따라왔다. 그 모든 현장에서 되풀이된 질문은 하나였다. ‘기술이 내려앉는 곳의 사람들은 그 기술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는가’. 마드리드의 테이블은 그 말을 하는 자리였다. 표준을 지켜야 하는 처지와 표준을 정하는 자리는 다르다. 규칙은 정하는 자리에 참석한 자들이 쓴다. 이제 한국 도시들도 그 테이블에 의자를 놓아야 한다.

2026.08.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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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아야 하나 버텨야 하나…'롤러코스피' 대처법

전문가 칼럼

불과 얼마 전까지 시장은 ‘코스피 1만 시대’를 이야기했다.인공지능(AI) 혁명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업 밸류업, 외국인 자금 유입이 맞물리면 한국 증시가 만년 저평가의 굴레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가 넘쳐났다. 코스피 5000은 종착지가 아니라 1만으로 가는 중간 기착지로 여겨졌다.그러나 가파른 상승으로 누적된 가격 부담 위에 미국의 금리 불확실성과 미·중 갈등, 글로벌 기술주 조정, 반도체 고점 논란, 이란전쟁 장기화 등이 한꺼번에 덮치자 시장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정부는 증시 부양과 자본시장 선진화를 혼동해 기름을 부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 도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돌리고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변동성이 큰 종목에 일일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상품까지 얹자 시장의 진폭은 더욱 커졌다. ‘롤러코스피’에 지친 투자자들은 국내에 머무르기는커녕 오히려 해외 증시로 빠져나갔다.레버리지 상품은 주가가 오르면 기초자산을 더 사고, 내리면 더 파는 방식으로 매일 포지션을 조정한다.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충격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급락장에서는 리밸런싱 매도와 신용거래 반대매매가 같은 방향으로 겹친다. 작은 불씨가 산불로 번질 수 있는 구조다.사후 대책도 미흡하다. 예탁금 기준을 높이고 투자자 교육 시간을 늘리는 식으로 입구만 좁혀서는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어렵다.변동성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신규 매수와 설정을 자동으로 제한해야 한다.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ETF를 결합한 사실상의 ‘이중 레버리지’도 차단할 필요가 있다.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는 정치 구호와 금융 상품 몇 개로 해결되지 않는다. 기업 실적 개선과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예측 가능한 주주환원 등 증시의 기초체력부터 다져야 한다.장기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연기금과 퇴직연금이 국내 우량주를 오래 보유할 수 있도록 운용 구조를 바꾸는 일도 필요하다. 단기 거래량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장기 자금을 시장에 머물게 하는 정책이 진짜 증시 부양책이다.한국 증시의 상승 동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AI 혁명이 불러온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끝나지 않았다.SK하이닉스가 보여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쟁력과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이를 방증한다. 최근의 급락이 AI 산업의 붕괴가 아니라 과도한 기대와 수급 불안이 겹친 조정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중국의 추격은 분명 위협적이다. 막대한 내수시장과 정부 지원, 빠른 기술 흡수력을 앞세워 메모리와 AI 반도체 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다.그러나 첨단 공정의 수율과 HBM 양산 경험, 글로벌 고객사와의 신뢰, 장비·설계 생태계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미국의 첨단 장비·기술 통제로 세계 시장 확장에도 제약이 따른다. 중국이 강력한 경쟁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당장 K-반도체를 대체할 대항마가 되기에는 기술 격차와 확장성에서 한계가 뚜렷하다.결국 코스피가 다시 1만을 향할 수 있느냐는 질문의 답은 두 갈래에 있다.정부는 투기적 수요를 자극하는 부양책 대신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장기 투자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투자자는 지수의 하루 등락이 아니라 AI혁명이 계속 될 지, 한국 기업의 이익 창출력이 살아 있는지를 봐야 한다.폭락장은 누구에게나 공포스럽다. 하지만 공포에 팔고 환호에 사는 투자를 반복해서는 ‘벼락거지’가 될 뿐이다.급등과 급락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 결국 ‘존버’가 이긴다.

2026.08.0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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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아 무너지는데 '세금 0%' 금융특구 만든다는 인니 [동남아시아 투자 나침반]

전문가 칼럼

이번에는 최근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려보려 한다. 아세안 GDP의 3분의 1, 인구 2억 8000만의 시장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이 나라에서 벌어진 일은 '성장 스토리'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루피아는 지난 6월 달러당 1만8000루피아 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저권으로 밀렸다. 5월 초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1만7400선이 무너진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인도네시아 주식을 약 39억달러(5.9조원) 순매도했고, 자카르타종합지수는 한때 30% 가까이 빠졌다. 4월 외환보유액은 1462억달러(219조원)로 2년 만의 최저치다. 루피아를 방어하느라 달러를 쏟아부은 결과다. 피치는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원인은 복합적이다. ▲경상수지 적자 ▲유가 보조금 부담 ▲통화량 증가가 한꺼번에 겹쳤다. 강달러는 방아쇠였을 뿐, 총알은 안에 장전돼 있었다. 신용등급이 실제로 강등되면 조달금리가 오르고 통화가치가 더 밀리는 악순환에 들어선다.불씨는 무상급식(MBG)이었다. 학생과 영유아, 임산부 등 최대 8300만 명에게 매일 한 끼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에 정부는 올해 335조 루피아(28조원)를 배정했다. 감당이 되지 않자 5월 268조 루피아(22조원)로 줄였지만, 삭감 후에도 국가 예산의 약 7%나 차지한다. 인프라와 보건 예산을 웃도는 규모다. 여기에 무상급식이 시작된 이후 식중독으로 1만6000여 명이 피해를 봤고, 지난 6월에는 국가영양청장이 급식 예산 비리로 체포됐다. 1분기 재정적자는 전년의 두 배 가까이 늘며 법정 상한인 GDP 대비 3% 룰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자카르타 대학가에서는 “나라가 파산으로 간다”는 구호가 나왔다. 재정 규율이 흔들리자 통화가 흔들렸고, 통화가 흔들리자 자본이 움직였다.돈이 떠나는 진짜 이유는 환율이 아니다씨티그룹·스탠다드차타드·HSBC의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 2년간 6억 4000만달러 (9600억원)를 본사로 송금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을 웃도는 규모다. 번 돈을 현지에 재투자하지 않고 빼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배경에는 프라보워 정부의 국가 주도 경제가 있다. 지난해 출범한 국부펀드 다난타라는 수백 개 국영기업을 관리하며 9000억달러(1350조원) 규모 자산을 굴린다. 다난타라가 100억달러(15조원) 대출을 조달하며 10개 은행에 참여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경계심은 더 커졌다. 투자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낮은 성장률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규칙이다. 성장률이 낮으면 밸류에이션을 낮추면 되지만, 규칙이 흔들리면 계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이미 투자한 기업들의 선택도 갈린다. 배당으로 이익을 앞당겨 회수하는 곳, 증설을 미루는 곳, 지분을 현지 파트너에게 넘기고 라이선스 계약으로 돌아서는 곳이 동시에 나타난다. 철수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 뿐, 자본은 이미 조용히 짐을 싸고 있다.규제도 같은 방향이다. ▲국산부품사용비중(TKDN) ▲국가표준(SNI) ▲할랄 인증 의무화 등이 순차적으로 강화됐다. 부족한 세수 확보와 더불어 자원 수출국에서 제조업 국가로 올라서겠다는 방향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속도다. 투자를 결정한 뒤에 규칙이 바뀌면 산업정책이 아니라 리스크가 된다. 기후 변수도 얹혔다.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원(BRIN)은 ‘고질라 엘니뇨’가 4월부터 본격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바 북부 판투라 곡창지대가 타격을 받으면 쌀 수급과 물가가 흔들리고, 이는 다시 최저임금 인상 압력과 보조금 지출로 이어진다. 환율 방어에 쓸 여력을 또 한 번 갉아먹는 구조다. 농산물과 에너지 비중이 큰 업종은 하반기 가격 시나리오를 지금부터 다시 짜야 한다.인도네시아 의회는 발리를 유력 후보지로 하는 국제금융센터(IIFC) 설립 법안을 논의 중이다. ▲입주 기업 법인세 100% 감면 ▲외국 금융 전문가 소득세 사실상 0% ▲골든 비자 취득자의 비거주자 지위 ▲배당·투자수익 원천징수세 면제까지 담겼다. 혜택 기간을 최대 50년으로 하는 안도 나왔다. 목표는 60억달러(9조원) 유치, 싱가포르·홍콩·두바이를 정면으로 겨냥한 카드다.그러나 자본은 세율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싱가포르가 가진 것은 낮은 세금이 아니라 30년간 바뀌지 않은 규칙과 법원, 송금의 자유다. 한쪽에서 국가가 시장을 밀어내고 다른 쪽에서 0%를 제시하는 것은, 자물쇠를 잠그면서 열쇠를 파는 일에 가깝다. 한국 기업은 무엇을 할 것인가첫째, 환리스크는 손익이 아니라 자본구조에서 풀어야 한다. 루피아 매출에 루피아 부채를 매칭하고 현지 조달 비중을 높이는 편이 헤지보다 싸다. 둘째, 규제를 비용으로만 보지 말자. TKDN과 SNI, 할랄은 선제 대응한 기업에는 후발 경쟁자를 막는 장벽이 된다. 셋째, 다난타라와 국영기업이 경제의 관문이 된 이상 파트너십 구조 설계가 인허가보다 중요해졌다. 넷째, 발리 금융특구는 법안 통과와 시행령을 확인하기 전까지 ‘검토’의 영역에 두는 편이 낫다.인도네시아는 지금 어렵다. 그러나 위기는 늘 진입 가격을 낮추고, 2억8000만 명은 어디로 가지 않는다. 오늘도 인도네시아에서 환율표를 들여다보며 버티는 한국 기업들이 몇 년 뒤 가장 좋은 자리에 서 있기를 바란다.

2026.07.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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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지수 하단의 상승, 쉽게 볼 일 아니다 [홍춘욱의 경제프리즘]

증권 일반

흔히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시장이 앞으로 예상하는 변동성을 반영한 지표로, 주식시장에서 일종의 ‘보험료’에 비유된다. 주식 투자자들은 시장이 갑자기 폭락할 때를 대비해 풋옵션을 매수한다. 풋옵션은 증시가 약세를 보일 때 가격이 상승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주가 하락에 대비한 ‘보험’을 드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높아지면 위험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옵션 가격에 반영된 내재 변동성인 VIX도 높아진다. 반대로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 옵션을 통한 위험 회피 수요가 줄어들고 VIX도 하락한다.평온한 시장? 쌓이고 있는 리스크 첨부된 ‘그래프’는 이런 관계를 잘 보여준다. 2025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교역상대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할 때 VIX가 40을 넘기기도 했으나, 평상시에는 보통 10에서 20 사이를 오간다. VIX는 항상 등락을 반복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흐름을 보면 ‘가장 낮게 내려가는 바닥(하한선)’이 조금씩 위로 올라오고 있다.이는 ‘휴식기 심박수’가 높아진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푹 쉬고 있을 때의 심박수가 높아졌다면 몸에 어떤 변화가 생겼음을 짐작할 수 있듯,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증시가 가장 평온할 때 VIX가 10 근처에서 움직였지만, 최근에는 시장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호조를 보일 때도 VIX가 15 밑으로 잘 내려가지 않는다. 이는 시장이 가장 조용한 순간조차 밑바닥에는 잠재적 불안감이 깔려 있음을 뜻한다.VIX의 바닥이 올라간 원인은 크게 두 가지 가능성으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시장 구조의 변화다. 2022년 이후 이어진 고금리 환경과 함께 최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옵션 거래가 크게 늘면서 투자은행 등의 헤지 거래도 증가했다. 이 같은 시장 구조 변화가 옵션 가격을 구조적으로 높이며 VIX의 하단을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라면 거시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일 뿐, 시장 자체의 위기로 보기 어렵다.사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두 번째 요인, 즉 잠재적 긴장의 누적이다. 겉으로는 시장이 평온해 보여도 수면 아래에서 리스크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신호일 수 있다. 과거에도 금융위기 이전 증시가 호황을 이어가던 시기에 VIX의 하단이 점차 높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또 2021년에도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VIX의 하한선은 평소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이후 2022년 고물가·고금리 충격으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되기도 한다.출렁이는 시장, 어떻게 대응할까물론 VIX의 바닥이 상승했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폭락을 예단하고 공포에 질릴 필요는 없다. 다만 시장의 체질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다음과 같은 전략을 세워야 한다.무엇보다 ‘저변동성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는 시장이 예전보다 더 자주, 더 크게 출렁일 수 있으므로 이를 비정상적인 위기가 아닌 일상적인 환경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변동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는 과도한 부채(빚투)나 특정 자산에 대한 집중 투자는 작은 충격에도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충격을 견디고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자산의 일정 부분은 현금으로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VIX 하나만 보고 포트폴리오를 급격히 변경하는 것은 위험하다. 진정한 위기 신호는 VIX의 상승과 더불어 금리 급등이나 여타 불안 신호들이 동시에 들썩일 때 발생한다.최근 VIX의 바닥권이 높아진 현상은 시장이 호황 속에서도 긴장을 완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다시 말해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옵션시장에서는 여전히 위험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투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자산을 지키며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마련해 두는 것이다.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2026.07.24 08:00

3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