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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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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혁신’의 생태계가 절실하다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인 119조원, 2028년 9.4%인 233조원, 2030년 14.5%인 367조원…. 이 엄청난 숫자는 새롭게 등장한 신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의 성장 전망치인데요, 바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하는 토큰증권 이야기입니다. 고가의 빌딩이나 미술작품, 선박뿐 아니라 콘텐츠 지식재산권(IP) 등의 자산을 소액 단위의 디지털 조각으로 쪼개 여러 사람이 소유하고 임대료나 판매 차익을 나눌 수 있는 기존에 없던 혁신적 금융투자 방식입니다. 정부와 핀테크 업체들은 토큰증권이 자산 분산투자 및 벤처투자 활성화 등 특장점이 많다고 보고 2019년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과 함께 ‘혁신금융서비스’ 틀에서 제한적으로 운영하며 정식 사업화를 준비했는데, 최근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됐습니다. 이제 정식 사업화에 더욱 속도가 붙을 시점인데, 토큰증권 유통 시장을 운영할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유통플랫폼) 사업자 선정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2018년 창업한 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7년간 관련 서비스를 운영해 온 1세대 핀테크 업체 루센트블록이 제외되고, 기존 거래소(한국거래소·넥스트레이드) 중심의 컨소시엄 두 곳이 선정된 것으로 알려져서입니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간 축적된 성과와 선도성에 대한 보호는커녕 운영할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퇴출당할 위기에 처했다. 그 자리는 아무런 기여도 한 적 없는 금융당국 연관 기관들이 자리를 채우게 됐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토큰증권의 정식 금융상품화만을 희망하며 오랫동안 시련의 시절을 버텨온 스타트업으로서는 억울하고 분한 건 당연지사입니다. 금융 당국은 사업자를 발표하려다가 연기했는데, 이후 최종 심사결과에 따라 혁신 사업에 도전했다가 문을 닫을 수도 있어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신세입니다. 또 다른 혁신 사업에서도 핀테크 업체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은행권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입니다. 은행이 과반(51%) 지분을 보유한 컨소시엄을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로 우선 허용하는 방안이 당국에서 흘러나오자,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만들고 시장을 개척하던 핀테크 업체가 뒤로 밀리는 꼴이라며 기가 차다는 반응입니다. 금융 안정이라는 가치가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혁신을 주도한 기술 기업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어느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까요.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신사업이 아닙니다. 미래 금융 질서를 재편할 촉매제이자 대한민국 금융의 미래가 걸린 승부처입니다. 전 세계적인 대전환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한민국호’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시도한 이들이 패배자가 되는 구조를 타파해야 합니다. 지금은 실패를 용인하는 것을 넘어, ‘성공하는 혁신’이 제대로 대접받는 공정한 생태계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2026.01.25 06:00

2분 소요
외화가득률 90%…‘수출 산업’으로 진화하는 K-마이스 [E-MICE]

전문가 칼럼

아시아 최대 커피 박람회 ‘서울카페쇼’ 전시회 주최사인 엑스포럼은 최근 3년간 올린 외화 수입이 330만달러(약 48억원)에 달한다. 약 220억원인 회사 1년 전체 실적의 20%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난 2023년 40만달러(약 6억원)였던 외화 수입은 이듬해 2배 넘게 늘어난 90만달러(약 13억원)에 육박한 데 이어 지난해 200만달러(약 29억원)를 넘어섰다. 출품업체로부터 받는 전시 부스비(참가비)와 관람객이 내는 입장료(등록비)가 주 수입원인 전시·박람회 주최 회사로는 이례적인 실적이다. 엑스포럼은 그동안 올린 외화 수입이 수출 실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전시 업계 최초로 ‘200만불 수출탑’도 수상했다. 이전까지 순수 민간 전시 주최사나 컨벤션 기획사가 받은 수출탑은 100만불, 전시컨벤션센터는 코엑스가 지난 2024년 받은 500만불이 최고였다.오윤정 엑스포럼 상무는 “서울카페쇼 등 국내 행사를 비롯해 베트남 호찌민과 하노이, 프랑스 파리와 일본 오사카에서 여는 전시·박람회에 직접 참가비를 내고 출품하는 현지 기업이 늘어난 덕분”이라고 말했다. 전시·박람회 외국 출품기업 2.3배 증가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의 기능이 수출·무역 진흥의 도구에서 수출 산업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숙박·쇼핑·관광 등 전후방 산업과 수출 기업의 판로 개척을 돕는 보조 기능에 더해 직접 외화 수입을 올리는 이른바 ‘외화 취득 산업’으로 역할을 하면서다. 연간 7000억달러(약 1033조원)를 넘어선 나라 전체 수출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요원하기만 했던 마이스 산업의 국제화와 고도화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는 평가다.마이스는 그동안 높은 ‘외화가득률’(총 수입에서 외화로 벌어들이는 비율)에도 ‘번외’ 수출 산업으로 분류돼 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마이스의 외화가득률은 90%에 달한다. 외화벌이 능력만 놓고 보면 ▲자동차(71%) ▲TV(60%) ▲반도체(43%) ▲건설·플랜트(30%) 산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외화가득률은 전체 수출 금액에서 제품 생산에 들어간 수입 원자재비를 빼고 남은 외화가득액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외화가득률이 높다는 건 국산 원자재 사용 비율이 높아 그만큼 수익성이 크다는 의미다.지난 2023년 마이스 목적으로 방한한 외국인(153만명)의 총소비액 4조5000억원으로 외화가득률을 적용한 실질 수입은 약 4조원이다. 전체의 8%에 불과한 외국인(기업) 참가 비중을 싱가포르, 홍콩 등과 비슷한 수준인 40%까지 높이면 지금보다 5배 많은 20조원의 수출 효과를 얻을 수 있단 얘기다. 윤은주 한림대 교수(한국무역전시학회장)는 “제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외화가득률에도 마이스를 수출을 늘리는 보조 수단으로 바라보는 인식과 시각이 높은 건 외화 취득의 주체가 마이스 업계가 아닌 호텔·항공·쇼핑 등 전후방 연관 업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마이스의 수출 산업화 양상은 전시 산업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전시·박람회에 출품하는 외국 기업이 늘면서 행사 자체가 외화를 버는 수출품 역할을 하고 있다. 다국적의 국제 행사로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국내외 바이어 방문이 증가하는 ‘후방 연쇄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경연전람이 고양 킨텍스에서 2년마다 여는 ‘국제포장기자재전’은 전시 부스 판매로 역대 최대인 100만달러(약 14억원)가 넘는 외화 수입을 올렸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24년 행사에 참가비를 내고 출품한 외국 기업은 직전 대비 10% 넘게 늘어난 22개국 548개사다. 전체 1376개 참가기업의 40%에 가까운 규모로 4600여개 전체 전시 부스 중 1000개 이상이 외국 기업들로 채워졌다.한국전시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7150개였던 국내 전시·박람회 출품 외국 기업은 지난 2024년 1만6192개로 2.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평균 8%이던 행사당 외국 기업 비중도 14%로 1.8배 늘었다. 추세만 놓고 보면 아직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세계 시장의 성장세를 웃도는 수치다. 세계전시연맹(UFI)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전 세계에서 열린 3만2000여건의 전시·박람회에 참가한 기업은 팬데믹 이전에 비해 0.8% 줄었다. 업계 해외 진출 늘고 사업도 다양해져관련 업계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2011년 베트남에 지사를 설립한 엑스포럼은 동남아에 이어 프랑스, 일본에도 진출해 작년 약 30건의 행사 중 8건을 해외에서 개최했다. ▲IT·전자 ▲식품 ▲교육 ▲패션 ▲소비재 등 분야도 다양하다.업계 내 유일한 상장사인 메쎄이상은 지난 2024년 ‘대한민국산업전’(KoINDEX)에 이어 올해 인도 뉴델리 현지에서 뷰티 박람회 개최를 준비 중이다. 연 95건의 전시·박람회를 여는 메쎄이상은 킨텍스와 뉴델리 ‘야쇼부미’ 전시장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엔 수출 진흥에 기여한 공로로 경연전람(철탑)과 함께 산업훈장(동탑)도 수훈했다.킨텍스는 뉴델리 야쇼부미 전시장 20년 운영권에 이어 작년 말레이시아 ‘페낭 워터프론트 컨벤션센터’ 운영권을 따내며 시설 운영사업을 동남아로 확대했다. 운영 3년 차에 접어든 야쇼부미는 서남아 최대 규모로 20년간 예상 수익이 최대 2800억원에 달한다.국제회의 기획·운영이 본업인 컨벤션 기획사는 컨설팅,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며 외화 수입을 늘리고 있다. 지난 2024년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를 상대로 국제회의 기획·운영 컨설팅 사업을 시작한 인터컴은 그해 ‘1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컨벤션 기획사가 수출탑을 받은 건 인터컴이 최초다. 대구 지역 컨벤션 기획사 덱스코는 지난해 외국인 참가자의 원활한 행사 참가를 돕는 하우징뷰로 서비스로 200만달러(약 29억원)가 넘는 수입을 올리며 ‘관광진흥탑’ 수상기업에 선정됐다.업계는 수출 산업화를 위해 행사 위주 정책과 제도의 대상과 범위를 기업 육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이스 수출 산업화가 제조업 중심 수출 구조를 다각화하는 효과도 클 것으로 본다. 국내 개최 행사의 해외 수요를 늘리기 위해 ‘패스트트랙’, ‘전시 비자’와 같은 입국 편의 서비스를 전략적으로 확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이상택 메쎄이상 부사장은 “▲인포마 ▲알엑스 ▲엠씨아이 등 연간 1~3조원에 달하는 실적을 올리는 글로벌 마이스 기업이 국내에서도 나올 수 있다”며 “수출 산업화를 위해 먼저 마이스 산업은 물론 관련 기업에 대한 인식과 활용도부터 수출 산업의 관점에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6.01.25 06:00

5분 소요
보이스피싱이 모두 은행 책임?...왜 통신사와 정부는 뒤로 빠져있나 [이근면의 시사라떼]

전문가 칼럼

보이스피싱은 ‘고질적 방관 범죄’다. 수년째 범죄는 반복되고,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는데 대응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사건이 터지면 분노하고, 여론이 들끓으면 보상을 논의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잊힌다. 그 사이 범죄는 진화한다.최근 은행의 배상 책임을 강화하고 피해 보상 비율을 높이자는 논쟁이 한창이다. 어딘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전세사기 피해 보상 논란 때와 판박이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그 보상 재원은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오는가?’보이스피싱 피해 보상도 결국 국민의 돈이다. 은행의 부담은 수수료 인상으로, 공적 재원 투입은 세금으로 국민에게 전가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범죄를 막지 못한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은행인가, 통신사인가, 감독기관인가. 아니면 늘 그랬듯 아무런 권한도 없이 의무만 떠안는 ‘국민’인가.전 국민 얼굴 인증, 왜요? 제가요? 지금이요? 보이스피싱 예방책으로 거론되는 ‘전 국민 휴대전화 얼굴 인증 의무화’는 언뜻 강력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과잉 규제이자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범죄는 소수가 저지르는데, 그에 따른 불편과 사회적 비용은 전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노인, 아동,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까지 잠재적 위험 요소로 간주하는 셈이다.얼굴 정보는 가장 민감한 생체 데이터다. 이를 통신 인프라 전반에 상시 축적하는 것은 보안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키우는 일이다. “안전을 위해 자유를 조금 양보하자”는 명분은 여기서 통하지 않는다. 이것은 자유의 일부를 양보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상시 감시 체계 아래 두는 문제다. 빈대 한 마리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다. AI 시대, ‘기술적으로 못막는다’ 변명 통하지 않아더 큰 문제는 기술적 방임이다. 오늘날 AI는 ▲음성 패턴 ▲통화 빈도 ▲발신 행태 ▲위치 변화 ▲단말기 이동 경로까지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동일 번호나 유사 패턴의 반복 발신, 비상식적으로 짧은 시간 내의 번호 변경과 지역 이동 등 범죄 징후는 데이터로 남는다. 이런 신호는 ‘사후 수사’의 대상이 아니라 ‘사전 차단’의 대상이어야 한다.그런데도 통신사가 “우리는 단순 전달자”라며 책임을 회피한다면, 이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명백한 직무 유기다. 대한민국 통신 산업은 결코 낙후되지 않았다. 통신 3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와 AI 역량을 자랑한다. 그 뛰어난 기술을 광고와 요금제 수익화에만 쓰고, 정작 국민 보호에는 무력하다면 그들의 기술은 존재 가치를 잃는다.돈은 통신사가 벌고, 책임은 은행이 져라?현재 제도는 은행에 대해 “이상 거래를 탐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을 일부 지우고 있다. 그렇다면 범죄의 통로인 통신망을 관리하는 통신사는 왜 책임에서 자유로운가.보이스피싱은 전화가 연결되지 않으면 성립조차 할 수 없다. 통신망은 범죄의 필수 플랫폼이다. 플랫폼에는 권한이 있고, 권한에는 응당 책임이 따른다. 유독 보이스피싱 앞에서만 통신사가 면책 특권을 누리는 것은 책임의 비대칭이자 정책적 특혜다.전세사기와 닮은 ‘사후 약방문’ 국가이 구조는 전세사기 사태와 소름 끼치게 닮아 있다. ▲관리·감독의 실패 ▲위험 신호 방치 ▲예방 부재가 이어지다 결국 세금으로 피해를 메우는 방식이다. 보이스피싱 대응 역시 예방에는 소홀한 채, 피해 발생 후 보상 논의로만 흐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감독기관과 정부의 책임 소재는 희미해진다.보이스피싱은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재앙이 아니다. 수년간 통계가 쌓였고 수법과 대포폰 유통 경로도 드러나 있다. 그런데도 ▲통신사에 대한 사전적 기술 차단 의무 ▲금융권과의 공동 책임 구조 ▲예방 성과에 대한 정량적 평가 기준은 여전히 부재하다. 명백한 정책의 실패다.진짜 해법은 ‘국민 감시’가 아닌 ‘플랫폼 책임’ 대응 방향은 분명하다. 기술 강국답게 기술로 막아야 한다. 첫째, AI 기반 이상 통화의 실시간 차단을 의무화해야 한다. 둘째, 대포폰 개통 및 유통 관리 실패의 책임을 통신사에 명확히 귀속시켜야 한다. 셋째, 피해 발생 시 은행뿐만 아니라 통신사도 배상 책임을 분담하는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넷째, 면피성 노력이 아니라 실질적인 ‘피해 감소율’을 기준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아울러 법과 제도의 재정비가 시급하다. 통신·금융·감독 당국이 서로 선 긋기에 바쁜 지금의 구조로는 예방 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다. 범죄 예방 실패에 대한 공동 책임 체계를 법제화하고, 실질적 차단 성과를 낸 주체에게는 규제 완화나 인센티브를 주는 ‘성과 연동형 규제’가 필요하다. 그래야 기술이 현장에서 작동하고, 책임은 결과로 증명된다.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개인의 부주의나 노년층의 정보 소외 문제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는 국가적 관리 실패가 누적된 시스템 범죄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또다시 세금으로 피해를 덮으려 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다음에는 막겠다”는 공허한 약속만 반복하게 될 것이다.빈대 한 마리를 잡겠다고 집을 불태우는 나라는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진짜 안전은 편한 정책이 아니라 옳은 정책, 즉 책임져야 할 곳에 확실히 책임을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

2026.01.24 10:00

4분 소요
통영의 낮과 밤, 그리고 멈춰선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힘[김현아의 시티라이프]

전문가 칼럼

‘통영’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필자는 ▲이순신 ▲박경리 ▲윤이상이라는 세 명의 인물과 ▲나전칠기 ▲겨울 미각을 깨우는 굴 ▲옛스러운 디저트인 꿀빵이 떠오른다. 하지만 도시를 연구하는 연구자적 입장에서 내게 통영은 아름다운 관광지이기 이전에, 뼈아픈 ‘산업의 흥망성쇠’가 새겨진 현장이다. 한때 ‘말(馬)은 제주로, 돈은 통영으로’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 정도로 통영은 어업과 조선업 호황을 누렸던 경제력이 있던 도시였다. 그렇지만 지금 통영이 마주한 성적표는 서늘하다. 2010년 14만명을 웃돌던 인구는 중소 조선소들의 연쇄 부도와 함께 무너져 내려 2023년 기준 12만명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한때 전국 시·군 중 실업률 1위(2018)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고, 정부로부터 수차례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돼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듯 연명해온 것이 통영의 또다른 얼굴이기도 하다.예술과 빛으로 다시 깨어나는 통영의 낮과 밤그렇지만 최근 방문한 통영에서 필자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과거의 ‘스쳐가는 관광’에서 ‘머무르는 관광’으로 진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낡은 달동네에 벽화를 입혀 전국적인 명소가 된 동피랑과, 박경리 선생의 문학적 향취가 흐르는 서피랑, 여기에 통영의 피카소 전혁림 화백의 예술혼이 담긴 전혁림미술관(전혁림 작가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인왕실에 걸린 <통영항> 그림의 작가) 등이 통영의 낮을 채우고 있다면 남망산 조각공원의 ‘디피랑’은 통영의 밤을 새롭게 정의했다. 화려한 미디어아트로 되살아난 디피랑은 관광객을 밤까지 붙잡아둠으로써 숙박과 야간 식음료 소비를 유도한다. 이는 단순히 볼거리 하나가 늘어난 차원이 아니다. 2023년 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숙박 여행자의 1인 지출액은 당일 여행자의 약 2.5배에 달한다고 한다. 지방 소멸의 위기 속에서 도시의 시간을 밤까지 연장하여 경제적 활력을 도모하는 ‘야간 도시 기획’의 모범 답안을 통영이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멈춰선 거인 ‘신아조선소’, 환경만큼 절실한 지역 경제 회복그러나 디피랑의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옛 신아조선소 부지는 여전히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겨 있다. 통영 경제 재도약의 핵심이자 1조원 규모(민간투자 포함)의 국책사업으로 화려하게 시작했던 ‘폐조선소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토양 오염 정화 문제와 그로 인한 천문학적인 비용 상승, 행정 절차의 늪에 빠져 수년째 표류 중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방증한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다더니 흉물로 방치해 둔 지가 언제인데 펜스만 쳐놓고 있느냐”는 탄식이 주를 이룬다. 조선업이 떠난 자리를 어떠한 산업이나 기업이 메꾸어주지 못한 상황에서 주민들은 환경적 ‘무결점’보다는 경제적 ‘재도약’과 사업의 ‘속도’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관계 당국은 완벽한 오염 정화라는 명분과 법적 기준 뒤에 숨어 서로 책임을 미루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물론 시민의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하지만 그것이 사업 지연의 막연한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통영의 지방 소멸 시계는 완벽한 정화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려줄 만큼 여유롭지 않다. 그래서 지금 통영에 필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첫째, 토양 정화 과정 자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역발상의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프로세스 투어리즘’을 제안한다. 펜스로 가리고 숨길 것이 아니라, 오염된 땅이 인간의 노력으로 치유돼 가는 과정을 에코 투어리즘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안전이 확보된 구역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해, 멈춰선 골리앗 크레인 아래서 설치 미술제를 열거나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다면 ‘공사 중인 현장’조차 MZ세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힙’(Hip)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둘째, 개발의 밑그림을 원점에서 다시 그려야 한다. 현재의 주거·상업 위주 개발 계획은 수도권이나 대도시의 문법을 답습한 것으로, 통영과 같은 지방 중소도시에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우리는 프랑스 낭트(Nantes)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낭트는 1987년 마지막 조선소가 문을 닫으며 도시 전체가 실직과 우울감에 빠졌었다. 하지만 그들은 폐업한 조선소 부지를 밀어내고 그곳에 거대한 기계 코끼리와 해양 생물을 전시하는 ‘기계 섬’ 테마파크를 조성했다. 조선소의 기술력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 창의적인 공간은 쇠락해가던 공업 도시를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세계적인 문화 관광지로 탈바꿈시켰다. ‘프로세스 투어리즘’과 ‘문화 규제 프리존’으로 여는 미래통영 역시 무리한 고밀도 개발보다는, 통영만의 바다와 조선업 유산을 결합한 ‘문화 규제 프리존’을 도입해야 한다. 용도지역과 건폐율의 굴레를 과감히 벗어나 창의적인 건축과 실험적인 콘텐츠가 폐조선소를 채울 때, 비로소 민간 투자의 물꼬도 트일 것이다.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강력한 거버넌스의 구축을 촉구한다. 현재의 지지부진함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행정의 문제다. 통영 폐조선소 재생을 위한 ‘범정부 전담 추진단’을 구성해 토양 정화 기준의 합리적 적용(위해성 평가 도입 등)부터 콘텐츠 유치까지 멈춰 서 있는 이 사업의 물꼬를 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소멸해가는 지방 도시에 새로운 심장을 이식하는 국가적 과제다.이순신 장군의 바다가 풍전등화의 나라를 구했다면, 이제는 혁신적인 공간 재생이 위기의 통영을 구해야 할 때다. 남망산 디피랑에서 쏘아 올린 빛이 건너편 옛 신아조선소의 멈춰선 크레인까지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과거의 산업 유산과 현재의 기술, 그리고 미래를 향한 과감한 규제 혁신이 만날 때, 통영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글로벌 문화·예술 거점으로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멈춰선 통영의 시간은 다시 힘차게 흘러야 한다.

2026.01.18 13:00

4분 소요
‘작품은 없고 계약만 있었다’... 수천억 ‘아트테크 사기’ 뭐길래 [백세희의 컬처&로(LAW)]

전문가 칼럼

종종 아트페어 주최 측으로부터 잠재적 미술품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강연 요청을 받는다. 넓은 박람회장 한켠에 마련된 작은 무대에서 진지한 표정의 청중을 만난다. 아름다운 작품들로 가득한 축제의 공간에서, 굳이 변호사의 강의를 듣기 위해 시간을 낸 사람들이다.주최 측이 요청하는 강의 주제는 늘 비슷하다. 바로 ‘안전한 아트테크’다. 아트테크는 ‘아트’(Art)와 ‘재테크’를 합친 말로, 미술품 구매의 여러 이유 가운데 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신조어다.전통적인 미술품 거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와 이를 구매하는 콜렉터가 전부다. 당사자가 명확하기 때문에 계약 관계 역시 단순한 편이다. 그래서 필자가 강의에서 다루는 아트테크 역시, 작품을 소장하게 될 구매자 입장에서 낯설지만 중요한 계약 조항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둔다.여기에 비교적 최근 등장한 투자 방식들도 함께 다룬다. 미술품 조각투자나 NFT(대체불가능토큰) 열풍 같은 사례들이다. 그리고 강의 말미에는 늘 같은 당부를 덧붙인다.“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신중하게 판단하라. 정말 좋은 투자 정보라면, 과연 나에게까지 왔을지 한 번 더 의심해보라.”너무 흔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만큼 가장 중요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구매와 소장’을 전제로 한 이야기를 아무리 강조해도,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곳으로 돈이 흘러가고 있다. 실제로 큰돈은 작품을 사서 소유하는 단순한 구조를 벗어난 지점에서 움직이고 있다. 투자처를 찾는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파고든 이른바 ‘아트테크 사기’에 많은 이들이 현혹됐다.수법 자체는 전형적인 사기와 다르지 않다. 다만 그 포장지가 ‘예술’이라는 점에서 새롭고 그럴듯해 보였을 뿐이다. 그 결과, 피해자는 더욱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아트테크 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새로운 투자처’인가 전형적인 ‘폰지 사기’인가2024년 들어 갤러리 대표들이 구속됐다는 소식이 잇따라 보도되기 시작했다. ▲지웅아트갤러리 ▲아트컨티뉴 ▲서정아트센터 ▲갤러리K 등은 미술품 투자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이다. 이들 업체의 공통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유사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이들 갤러리는 투자자들에게 “미술작품을 구매한 뒤 일정 기간 갤러리에 맡기면 전시·광고·협찬·대여 등을 통해 연 10~16%의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홍보했다. 계약 기간이 끝난 뒤 작품이 제3자에게 팔리지 않을 경우 갤러리가 재매입해 원금을 보장하겠다는 조건도 제시됐다. 투자자들은 작품 대금을 지급했지만 실제 미술품을 인도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작품 이미지만 파일 형태로 전달받거나, 잠시 인도받았다가 다시 반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문제는 일정 기간 이어지던 수익금 지급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드러났다. 수익금은 물론 약속된 원금까지 지급되지 않자 피해자들의 고소가 잇따랐고, 수사 끝에 업체 대표들이 구속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사기 혐의를 받는 주요 네 개 업체에서 각각 약 100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확인된 피해액만 4000억원을 넘어섰고, 전체 피해 규모가 수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수사기관은 이들 업체가 치밀하게 설계된 금융 사기를 벌였다고 보고 있다. 미술품을 병원 등에 임대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설명은 형식에 불과했고 실제로는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 수법이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업체들은 투자자 보호와는 무관하게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겼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실제로 지웅아트갤러리의 경우, 지난해 3월 회장과 임원진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유사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회장은 징역 23년, 대표이사 두 명은 각각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매월 투자금의 1% 수익과 3년 후 원금 보장을 약속했지만, 투자금 대부분은 갤러리 회장이 운영하던 부동산 시행사업 등에 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정보의 불균형이 만든 투자 피해문제의 본질은 일부 아트센터들이 만들어낸 ‘투자상품’에 있다. 이 상품은 투자자의 돈으로 고가의 자산을 매입해 보관·관리·운용하고 그 수익을 나눠주며 원금까지 보장하겠다는 구조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런 방식의 자금을 모집하려면 법에 따른 인·허가를 받고 엄격한 규제를 충족해야 한다. 엄격한 규제 하에 제한적으로만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투자 거래의 특수성 때문이다. 투자상품의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게 마련인데, 그에 대한 정보는 상품을 만들어 낸 주체가 독점하곤 한다. 일반 투자자는 상품의 가치를 좌우할 수 있는 수많은 변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나아가 충동적인 투자 혹은 투기의 가능성도 상당하다. 여기에 노동 없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유혹, 원금 보장이라는 말이 더해지면 판단은 더욱 흐려지기 쉽다.아트테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업체들은 쿠사마 야요이·데미안 허스트·이우환·박서보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내세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투자자들은 형식적인 소유권만 넘겨받았을 뿐, 작품을 실제로 소장하지도 못했고 구체적인 운용 방식에 대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했다. 자신이 지불한 금액이 미술 시장에서 적정한 가격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구조였다. 미술품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치 변동이 큰 재화다. 얼마에 팔고 얼마에 살 수 있는지는 업계에 있는 사람들만이 제대로 알 수 있다. 공동구매 방식을 통해 평소라면 감히 상상할 수 없던 거액의 작품을 분할 소유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이들도 있다. 그러나 실상은 위법한 금융투자상품의 구매자에 불과했을 가능성이 크다. 수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조각투자나 NFT 투자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위법한 금융투자상품으로 판단되어 금융당국의 철퇴를 맞고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곤 했다. 업체들은 불황을 탓하며 투자의 실패를 다른 곳으로 돌렸고, 투자자는 어리석은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왜 그런 정보가 나에게 왔을까”를 묻는 자세갤러리들이 의도적으로 폰지 사기를 기획한 사실이 입증된다면, 관련자들은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가해자가 처벌받는 것과 투자자의 피해가 회복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형사재판의 목적은 처벌이지, 피해 회복이 아니기 때문이다.피해 회복은 결국 민사 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민사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설령 승소하더라도 집행할 재산이 없다면 판결문은 종이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는 수백 년간 반복되고 있는 투자 사기의 전형적인 말로이다. 그렇게 수익성이 좋은 상품 정보가 굳이 나한테까지 흘러든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하나마나 한 소리일 수 있지만 또 한 번 강조하게 되는 이야기다.백세희 법률사무소 아트앤 대표변호사

2026.01.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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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반도체 왕’, 그 권위 증명하는 길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설마 3만 전자?’ 2024년 11월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대까지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한숨을 내쉬며 내뱉은 말입니다. 당시 삼성은 AI(인공지능) 반도체 주도권의 핵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고,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도 대만의 TSMC와의 격차가 50% 이상 벌어졌습니다. 절대 우위를 점했던 D램과 낸드 분야에서도 2위권의 맹추격에 격차가 좁혀지는 등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었는데, 이런 안 좋은 흐름은 2024년 3분기 실적에서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반도체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등 숫자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여기저기에서 ‘위기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더니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부도설’까지 제기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 규모가 정부 1년 예산의 절반 수준인 300조원대로, 부도가 나면 나라 전체가 휘청이는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겁니다. ‘부도설은 말도 안 되는 괴담’이라는 것을 다들 알면서도 당시 삼성 상황이 창사 이래 최악이어서 커뮤니티에서 그 가능성을 놓고 진지하고 열띤 토론이 펼쳐지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삼성전자는 그로부터 1년 3개월 만인 이달 초 처음으로 ‘14만 전자’ 고지를 터치했습니다. 최근 2025년 4분기의 역대급 실적이 공개된 영향이 큰데, 1년 전과 비교해 매출(93조원)은 22.7%, 영업이익(20조원)은 208.2% 증가했습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호황기)이 도래했던 2018년 3분기(영업이익 17조5700억원) 이후 7년여 만에 최대 실적입니다. 그야말로 ‘반도체 왕의 귀환’인데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슈퍼사이클 국면에 접어든 데다가 메모리 가격 상승 흐름이 지속하고, 개발에 뒤처져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던 HBM에서 경쟁력을 강화한 덕분입니다.삼성전자는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은 모습입니다.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에 “삼성의 위기는 경영진에게 있다”며 이례적으로 사과까지 했던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부문장(부회장)이 연초 신년사에서는 “HBM4가 고객들에게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차별화된 성능 경쟁력을 보여줬다”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로직부터 메모리, 파운드리, 선단 패키징까지 ‘원스톱 설루션’이 가능한 세계 유일의 반도체 회사로서 AI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전문가들은 이제 삼성전자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고 진단합니다. AI 산업의 팽창은 곧 반도체 수요의 폭증을 의미하며, 준비를 마친 삼성에는 ‘꽃길’이 열린 셈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 뒤에 숨은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1여년 전의 위기론은 단순히 업황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절대 우위에 안주하며 시장의 변화를 간과했던 결과였습니다. 장밋빛 미래가 현실이 되기 위한 조건은 명확합니다. 스스로 ‘위기’를 선언하며 고뇌했던 당시의 절박함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기술 초격차’라는 본연의 경쟁력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유지할 때만이 ‘위기론’이라는 불청객의 재방문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된 ‘반도체 왕’의 시대, 삼성전자는 숫자가 아닌 압도적 기술로 그 권위를 증명해야 합니다.

2026.01.18 06:00

2분 소요
미디어 산업 ‘왕좌의 게임’ 승자는?[한세희 테크&라이프]

IT 일반

최근 넷플릭스가 미국 대표 영화제작사 중 하나인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WBD)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넷플릭스가 제시한 가격은 827억달러, 우리 돈 약 120조원에 이른다. 인수 금액은 WBD 주식 1주당 현금 23.3달러와 4.5달러 상당의 넷플릭스 주식이 결합된 형태로 지급된다. 넷플릭스는 WBD의 여러 자산 중 영화 및 TV 제작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맥스 등 핵심 자산을 인수한다. ▲CNN ▲TNT ▲디스커버리 등 방송사업 부문을 분사한 후 남는 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해리 포터·배트맨·톰과 제리가 넷플릭스에WBD가 가진 해리 포터 시리즈, 배트맨과 슈퍼맨 등 인기 캐릭터를 가진 DC코믹스, 시트콤의 고전 프렌즈, 왕좌의 게임 같은 인기 TV 시리즈 등이 모두 넷플릭스에 들어간다. ▲톰과 제리 ▲플린스톤 가족 ▲릭 앤 모티 같은 인기 애니메이션도 확보하고, 워너브라더스게임즈의 역량을 활용해 넷플릭스 인기 지식재산권(IP) 기반 게임도 만들 수 있다. 넷플릭스 라이브러리를 더욱 풍성하게 할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제작 역량을 가진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새롭게 확보한 것이다. 반면, 돈이 안 되는 케이블 방송 사업은 떠안지 않는다.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기존 헐리우드 영화 산업을 궁지에 몰아넣은 넷플릭스가 헐리우드의 아이콘이라 할 WBD를 인수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테크와 미디어가 결합된 새로운 방식의 미디어 소비가 전통적 영화 시스템에 대해 완전한 승리를 거뒀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읽힌다. 넷플릭스는 세계 3억명 이상의 구독자에서 나오는 강력한 배급 역량을 갖고 있고, 이를 노리는 세계 곳곳의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콘텐츠가 넷플릭스에 모여든다. 이는 다시 넷플릭스의 경쟁력을 높여 다른 미디어 기업이나 플랫폼과 격차를 벌리는 요인이 된다. ‘오징어 게임’이나 ‘K팝 데몬 헌터스’ 같은 개성 있는 콘텐츠가 넷플릭스 아니었으면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까. 좋은 콘텐츠를 띄우는 넷플릭스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 넷플릭스 서비스에 이제 할리우드 핵심 콘텐츠 자산과 제작 역량이 더해지는 것이다. DVD를 우편으로 받아본다는, 후엔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본다는 당시로선 기이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넷플릭스가 30년이 채 안 돼 미디어 업계의 판을 바꿔버렸다. ‘현금이 왕’…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의 적대적 인수 시도 하지만 넷플릭스의 WBD 인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당초 가장 유력한 WBD 인수 후보는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였다. 파라마운트는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의 아들 데이빗 엘리슨이 설립한 영화사 스카이댄스에 인수돼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가 됐다. ▲파라마운트픽처스 ▲미라맥스 등 영화사와 ▲니켈레디온 ▲MTV 등 케이블 채널, 스트리밍 서비스 ▲파라마운트+, 지상파 방송 ▲CBS 등을 보유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탑건’ 등이 대표작이다.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는 넷플릭스에 WBD를 가로채기(?) 당한 후 포기하지 않고 적대적 인수합병에 나섰다. 주당 30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지불하겠다며 WBD 주주들을 설득했다. 알짜 자산만 가져가는 넷플릭스와 달리 ▲CNN ▲TNT ▲디스커버리 등 방송 부문까지 포함한 회사 전체를 1084억달러(약 160조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이다. 새해 들어 WBD 이사회는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의 제안이 “심각한 비용 및 불확실성 문제가 있다”며 이를 만장일치로 거부하고, 넷플릭스와 인수합병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래리 엘리슨이 절친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넷플릭스와 WBD 합병은 시장 독점을 일으키리란 우려를 전하는 등 적극적 설득 작업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넷플릭스 CEO도 만나는 등 양측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으나, “(두 회사가) 합병 후 차지할 시장 점유율이 크다”며 개입 의사를 비추기도 했다.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가 WBD를 인수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라고 종종 비난하는 CNN에 보수 세력의 입김을 넣을 수 있다는 점도 행정부의 의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넷플릭스의 길, 엘리슨의 길 넷플릭스의 WBD 인수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CC)의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넷플릭스라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제작사를 인수하는 수직적 합병에 중점을 두면 상대적으로 쉽게 승인이 날 수 있지만, HBO맥스라는 경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인수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독점 우려가 강해질 수 있다. 시장을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니라 유튜브나 틱톡을 포함한 인터넷 콘텐츠 전반으로 규정한다면 독점 우려로 인한 불승인 가능성은 거의 사라질 전망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건, 이번 WBD 인수합병은 기술 산업이 전통적 미디어 콘텐츠 산업을 집어삼키며 사람들의 시간과 관심을 더 많이 확보하려 하는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인터넷 스트리밍의 틀 안에 콘텐츠 제작까지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는 보다 전통적인 영화 및 TV 제작과 유통 분야에서 덩치를 키우려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 역시 단지 미디어 기업의 대마불사 전략을 쫓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실질적 자금원인 래리 엘리슨은 AI와 데이터, 클라우드를 바라보고 있다. 오라클의 기업맞춤형 AI 서비스 인프라는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라더스 같은 엔터테인먼트, CNN 같은 뉴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로 더욱 정교하게 학습시킬 수 있다. 오라클은 이미 중국에서 떨어져 나온 틱톡 미국 서비스에 IT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20세기 미디어 대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제작과 유통 경로를 통합해 활로를 찾았다면, 이젠 빅테크들이 기술과 콘텐츠, 데이터와 인프라를 통합해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2026.01.17 14:00

4분 소요
스크린 찢고 나온 AI...CES가 던진 질문들 [스페셜 리스트뷰]

전문가 칼럼

2026년 1월, 미국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은 여전히 화려했다. 그러나 그 불빛 아래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지난 10년 기술 트렌드와는 질적으로 다른 '지각 변동'에 가까웠다. 지난 2024년과 2025년이 생성형 AI(인공지능)가 디지털 캔버스 위에서 텍스트를 조합하고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인간의 창의성을 모방한 '창작의 시대'였다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은 그 지능이 육체를 얻어 물리 법칙이 엄격하게 지배하는 현실 세계로 걸어 나온 '행동의 시대'를 선포했다. 우리는 이를 '피지컬 AI의 대각성'이라 부른다. 클라우드 서버의 냉방 장치 속에서만 존재하던 거대언어모델(LLM)의 신경망은 이제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는 모터 제어기와 자율주행차의 조향 장치로 전이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에서 이를 두고 “지능의 민주화를 넘어선, 자율성의 보편화이자 물리적 노동의 해방”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단지 더 똑똑한 기계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 갇혀 있던 AI가 '실체'를 갖고,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CES 2026 현장에서 목격된 거대한 변화의 파도를 ▲두뇌 ▲신체 ▲경제 ▲통제라는 4가지 핵심 차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해 봤다. 특히 AI가 물리적 실체를 갖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요소들인 인간의 개입 없이 기계 간 거래를 가능케 하는 새로운 경제 인프라(Web 3.0), 그리고 물리적 안전을 담보할 보안 체계(Zero Trust)의 부상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확률적 생성에서 결정론적 행동으로 CES 2026의 LVCC 노스 홀은 더 이상 내연기관이나 전기 모터의 성능을 자랑하는 '자동차 전시장'이 아니었다. 그 공간은 실리콘과 알고리즘이 결합한 거대한 '움직이는 데이터 센터'의 쇼케이스였고, 도로 위를 달리는 슈퍼컴퓨터들의 경연장이었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차세대 모빌리티용 AI 모델 '알파마요'는 이번 CES의 최대 화두이자 기술적 변곡점으로 부상했다. 기존 자율주행 기술이 수만 줄의 코드로 “빨간불이면 멈춰라” “사람이 있으면 서행하라” 같은 조건을 일일이 입력해야 했던 ‘규칙’ 시스템이었다면, 알파마요는 시각(Vision) 정보와 언어(Language)적 맥락을 통합해 즉각적인 행동(Action)으로 직결시키는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이다. 이는 AI가 도로 위 상황을 단순히 픽셀 단위로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문맥을 이해하고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뜻한다. 예컨대 비좁은 골목길에서 마주 오던 트럭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고 손짓으로 양보 신호를 보냈을 때, 기존 라이다나 레이더 센서는 그 사회적 제스처의 의미를 해석하지 못해 차량을 멈춰 세우기 일쑤였다. 반면 알파마요는 “상대방 운전자가 손을 흔드는 행위는 양보의 의미이며, 현재 도로 폭을 고려할 때 내가 먼저 진입해도 안전하다”는 식의 인간 수준 판단을 내린다. 텍스트 생성형 AI가 ‘확률’에 기반해 다음 단어를 예측하던 단계에서, 물리 세계의 복잡한 ‘인과관계’를 학습하고 목적 지향적 행동을 수행하는 단계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기술적 성취는 ‘경량화’와 ‘독립성’이다. 수천억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거대 모델을 전력 소모가 제한적인 자동차, 혹은 배터리로 구동되는 로봇 내부의 엣지 디바이스에서 실시간으로 구동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퀄컴과 엔비디아, 그리고 한국의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연산 장치 간 데이터 병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핌(PIM) 기술과 인간 뇌의 신경망 구조를 모방한 뉴로모픽 칩을 통해 이를 현실로 끌어왔다. 클라우드 연결이 끊겨도 로봇이 멈추거나 멍청해지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제 기계는 중앙 서버의 지시를 기다리는 단말기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생존하는 독립적 지성체로 변모했다. 이는 통신 음영 지역이나 재난 상황에서도 AI 로봇이 임무를 완벽히 수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선보인 완전 전동식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는 로보틱스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수십 년간 로봇은 특정 작업(용접·도색·무거운 물건 운반 등)에 최적화된 형태와 기능을 가진 ‘특수 목적 기계’에 가까웠다. 그러나 신형 아틀라스는 인간과 동일한 신체 비율, 혹은 인간을 초월하는 관절 자유도를 갖춘 진정한 의미의 ‘범용 로봇'이다. 과거에 무겁고 시끄러운 유압 장치를 덜어내고, 고토크 정밀 모터로 구동되는 이 로봇은 소음 없이 인간의 생활 공간·사무실·가정으로 스며들 수 있다. CES 시연에서 아틀라스는 단지 걷고 뛰는 수준을 넘어 넘어진 상태에서 손을 짚지 않고 코어 근육만을 이용해 일어나는 기예를 선보였다. 이는 로봇 도입을 위해 공장 설비를 뜯어고칠 필요 없이 인간을 위해 설계된 기존 환경에 로봇을 그대로 투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력 부족 문제의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 메타플랜트(HMGMA)를 단순한 생산 기지가 아닌, 세계 최초의 ‘AI 네이티브 팩토리’로 선언했다. 이곳에서 아틀라스는 반복 노동을 수행하는 단순한 로봇이 아니다. 공장 전체를 관장하는 중앙 AI와 5G 특화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엣지 단말기다. 기존 자동화 공장에서는 불량이 발생하면 라인을 멈추고 사람이 검수해야 했다. 그러나 HMGMA에서는 아틀라스가 부품에 내장된 RFID와 비전 센서를 통해 불량을 즉각 감지하고, 중앙 AI는 곧바로 후속 공정의 속도를 조절하거나 대체 부품을 투입하도록 명령한다. 노동은 더 이상 인간의 땀방울이 아니라, AI의 초고속 연산과 로봇의 정밀한 모터 제어가 결합한 ‘물리적 데이터 처리’ 과정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자동화’를 넘어선 완전한 ‘자율화’ 단계다. 에이전트 경제의 부상 이번 CES가 보여준 가장 흥미롭고도 파괴적인 변화는 기술 그 자체를 넘어 기술이 만들어낼 ‘새로운 경제 생태계’의 출현이다. 수십억 개의 AI 에이전트가 물리 세계에서 활동하는 순간, 그들은 인간의 개입 없이 어떻게 거래하고 가치를 교환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필연적으로 등장한다. 상상해 보자. 당신의 자율주행차가 주차장에 진입한다. 주차비는 누가 내는가. 당신이 창문을 내리고 신용카드를 꺼낼 필요는 없다. 차량은 스스로 주차장 게이트 시스템과 통신해 1분 단위로 계산된 요금을 결제한다. 이것이 바로 M2M(Machine-to-Machine) 경제다. 문제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성이다. 로봇이 1초 단위로 데이터를 사고팔거나, 0.1kWh 단위로 전기를 충전할 때마다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기존 결제망을 이용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수수료 문제와 느린 정산 속도를 감당하기 어렵다. 국경을 넘나드는 물류 드론에게 환전 수수료와 국가별 결제 규제 또한 치명적 장벽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기존 금융망을 대체할 Web 3.0 기술이 ‘필연’으로 떠오른다. 이에 핀테크의 핵심 주제는 단연 ‘AI 월렛’으로 생각된다. 미래의 모든 AI 에이전트는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 블록체인 상의 고유 주소를 갖는다. 이들은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이 아닌, 법정 화폐와 가치가 연동된 USDC나 USDT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해 실시간으로, 거의 0에 가까운 수수료로 국경의 제약 없이 거래한다. 이는 단순한 결제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로봇이 수행한 노동의 가치를 증명하고, 자율주행차가 수집한 도로 데이터의 소유권을 명확히 하는 과정에서 블록체인의 투명성은 필수적이다. 데이터 오너십이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거대 테크 기업의 서버에서 개별 에이전트(혹은 그 소유주)로 분산되는, 진정한 의미의 '프로토콜 경제'(Protocol Economy)가 시작되는 것이다. 물리적 힘을 가진 AI는 양날의 검이다. 챗봇이 편향된 발언이나 욕설을 내뱉는 문제는 ‘윤리적 문제’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100kg짜리 산업용 로봇이나 2톤 무게의 자율주행차가 해킹당해 인간을 공격하거나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다면 이는 심각한 ‘생존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보안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 요구된다. 제로 트러스트 '아무것도 믿지 마라' “경계는 사라졌다.” 네트워크 내부(사내망)는 안전하고 외부(인터넷)는 위험하다는 기존의 방화벽 중심 보안 관념은, AI 네이티브 시대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수많은 AI 에이전트가 5G·6G망을 통해 끊임없이 접속하고 데이터를 주고받기 때문이다. 해커가 단 하나의 에이전트만 장악해도 전체 네트워크가 위험해질 수 있다. 해법으로 제시된 것이 제로 트러스트 아키텍처(ZTA)다. “Never Trust, Always Verify(절대 믿지 말고, 항상 검증하라)” 원칙에 따라 로봇이 내리는 모든 명령과 자율주행차가 보내는 모든 신호는 매 순간 상호 검증돼야 한다. 이번 CES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분산신원증명(DID) 기술이 로봇의 위변조 불가능한 ‘디지털 신분증’으로 표준화되는 흐름이 감지됐다. 인증되지 않은 명령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 레벨에서 즉각 차단되는 ‘킬 스위치’가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분위기다. 규제와 기술의 합성어인 레그테크는 이제 금융권을 넘어 AI 산업의 안전장치로 자리 잡고 있다. 수십억 대의 AI 로봇을 사람이 일일이 감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사 AI’는 에이전트들이 교통 법규를 준수하는지, 로봇이 작업 안전 수칙을 지키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블록체인 원장에 기록한다. 만약 AI가 편향된 판단을 내리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려 하면, 사전 설정된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가 자동 작동해 해당 에이전트의 활동을 중지시키거나 벌금을 부과한다. 이는 기업의 자율적 윤리 선언을 넘어, ‘책임감 있는 AI’를 기술적으로 강제하고 구현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 피지컬 피벗, 준비된 자만이 살아남는다 CES 2026은 인류에게 매우 근본적이고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지능을 가진 기계와 물리적 공간을 공유할 준비가 되었는가.” 답은 기술 발전 속도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준비 수준에 달려 있다. AI 기술은 이미 실험실을 떠나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강력한 기술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용할 ‘사회적 그릇’을 만드는 일이다. 기업들은 기존의 ‘디지털 전환(DX)’을 넘어 ‘피지컬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업무에 SW를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물리 세계의 데이터를 이해하고 로봇을 통해 현실을 제어하는 능력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2026년. AI는 마침내 스크린을 찢고 밖으로 나왔다. 혁명은 이제 당신의 사무실 책상 위에서, 시끄러운 공장 바닥에서, 그리고 당신이 출근하는 도로 위에서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다. 이 거대한 ‘피지컬 AI’의 파도에 지금 당장 올라타지 못한다면, 다가오는 시대에 당신의 자리는 없을 것이다. 필자는 트러스트 커넥터(Trust Connector)의 대표이자 서강대학교 AI·SW 대학원 특임교수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전문가다. 한국오라클과 한국IBM 등 정보통신(IT) 업계 경력을 바탕으로 현재 블록체인 및 AI 분야에서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2026.01.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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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AN 금융의 변화가 한국 금융권에 던지는 의미 [동남아시아 투자 나침반]

전문가 칼럼

아세안(ASEAN) 금융시장은 오랫동안 ‘성장 잠재력이 큰 미개척지’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2025년에 이르러 그 성격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아세안은 더 이상 단순한 신흥 금융시장이 아니다. 은행 중심의 견고한 구조 위에 디지털 전환과 역내 통합이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 금융권역’으로 진화하고 있다.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이미 한국 은행들이 서 있다. 2024년 말 기준, 한국계 은행 해외 점포 206개 중 약 31.6%인 65개가 아세안에 포진해 있으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현지 법인 전환과 리테일·기업금융 확대가 본격화됐다. 이제 핵심은 ‘얼마나 더 진출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 것인가’**이다.아세안 금융의 두 얼굴 ‘따로 또 같이’아세안 금융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은행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주요 5개국의 금융자산 중 은행 자산 비중은 평균 70~80%에 달해 미국이나 한국보다 훨씬 높다. 또한, 다수 국가에서 국영 상업은행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은행 중심 구조’의 내막은 국가별로 판이하다.싱가포르는 소수의 대형 로컬은행(DBS·OCBC·UOB)이 리테일을 장악하고, 외국계 은행은 기업금융·자산관리·무역금융에 특화된 이중 구조를 형성한다. 베트남은 4대 국영 상업은행이 자산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가운데, 디지털 결제와 금융 접근성이 폭발적으로 개선되며 산업의 외연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00개가 넘는 은행이 난립해 있지만 대형 국영은행 위주의 집중도가 높고, 외국계 은행은 현지 은행 인수를 통해서만 실질적인 영업이 가능하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금융과 전통 금융이 공존하며, 디지털 은행 도입 역시 혁신보다는 안정을 우선하는 점진적 방식을 택하고 있다. 즉, 아세안은 하나의 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기 다른 규제 철학과 성장 경로를 가진 여러 시장의 결합체다.최근 아세안 은행 산업을 관통하는 변화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결제 부문을 필두로 한 디지털 금융의 확산, 둘째는 역내 금융 통합의 진전이다. 계좌 보유율이 50% 안팎에 불과한 국가가 많은 아세안에서 디지털 금융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다. 그 결과 전통 은행들은 핀테크를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인식하며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디지털 은행 라이선스, 베트남의 모바일 결제 급성장, 인도네시아 표준 QR 결제 방식인 QRIS(Quick Response Indonesian Standard)의 확산은 모두 이러한 흐름의 방증이다.동시에 아세안은 자격을 갖춘 은행이 역내 타국 진출 시 현지 은행과 유사한 혜택을 받는 ‘QAB(Qualifying ASEAN Bank)’ 제도와 국가 간 QR 결제 연동 등을 통해 금융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 자본과 결제 흐름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진출을 넘어 정착으로한국 은행들의 아세안 진출은 명확한 출발점을 갖고 있었다. 제조 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이전을 지원하기 위한 기업금융으로 시작해, 이후 리테일과 현지 기업금융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이 전략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환경은 변했다. 현지 규제는 정교해졌고, 디지털 은행과 빅테크의 진입은 경쟁 구도를 구조적으로 바꾸고 있다. 더 이상 한국 기업의 뒤를 따르는 ‘주재원 은행’ 모델로는 생존과 차별화를 담보하기 어렵다.이제 한국 은행들의 아세안 전략은 ‘확장’이 아닌 ‘재정의’ 단계에 들어서야 한다.첫째, ‘현지 중소기업·벤처 금융’으로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 아세안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격차(Funding Gap)는 여전히 막대하다. 한국 은행은 단순 대출자가 아니라, 보증·기술평가·정책금융과 연계된 종합 금융 솔루션 제공자로 진화할 여지가 크다.둘째, 디지털 금융에서 ‘플랫폼 협력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현지 핀테크 기업을 직접 이기려 하기보다 데이터, 결제, 공급망 금융(SCF) 영역에서 협력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다.셋째, RCEP 및 한-아세안 FTA 기반의 ‘통상 금융 허브’ 역할이다. 원산지 규정 통합과 역내 공급망 재편은 무역금융, 외환,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수요를 구조적으로 확대시킨다. 이는 한국 은행들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다.마지막으로, 정책금융기관 및 공공금융과의 결합이다. 기술보증, 수출금융, ODA(공적개발원조)와 연계된 금융 모델은 아세안이 요구하는 ‘개발·안정·포용 금융’과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만나는 접점이다.아세안 금융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이지만, 더 이상 단순하지 않다. 2025년은 한국 은행에게 “얼마나 커질 것인가”보다 “어떤 은행이 될 것인가”를 묻는 해가 될 것이다. 한국 은행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지점 수를 늘리는 소모적 경쟁이 아니라, 현지 금융 생태계의 일부로 기능하는 ‘신뢰 기반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이 선택이야말로 아세안 금융의 다음 국면에서 한국 은행이 지속 가능하고 의미 있는 존재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다. 필자는 삼정 KPMG∙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한국벤처투자 등 23년이상 다양한 사업경험과 더불어 벤처캐피탈∙회계법인∙인프라∙스타트업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 싱가포르의 Hanbridge의 대표로 한국 중소∙벤처기업의 해외 진출 및 해외 자금 유치를 돕는 역할과 함께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생태계를 연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26.01.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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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 대입 ‘겹겹의 변수’…통합수능 마지막 해, 판이 흔들린다 [임성호의 입시지계]

전문가 칼럼

2027학년도 대입은 ‘역대급 변동성’이란 표현이 과장이 아닐 만큼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윤곽이 드러난 변수들이 적지 않은 데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불확실성 요인까지 겹쳐 있다.수험생 규모만 놓고 보면 2027학년도는 전년도(2026학년도)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2026학년도는 이른바 ‘황금돼지띠’ 영향이 반영된 학년으로, 고3 기준 수험생이 전년 대비 3만7467명 늘어난 44만3546명이었다. 2027학년도 고3 학생 수는 43만520명으로 직전년도보다 1만3026명(2.9%) 감소했다. 단순 수치만 보면 ‘급격한 인원 변동’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통합 수능 마지막 해와 변수들그러나 숫자가 평온하다고 입시가 평온한 것은 아니다. 2027학년도는 2022학년도부터 시행된 통합 수능 체제가 적용되는 마지막 해다. 더구나 지난해 입시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확인된 ‘사탐런’(과탐에서 사탐으로 이동)이 2027학년도에는 최고치 기록을 다시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2026학년도 수능은 특히 영어가 ‘불수능’으로 출제되며 수험생 혼란이 컸는데, 2027학년도 영어 난도가 어느 수준으로 조정될지도 큰 변수가 된다. 여기에 미세하지만, 절대 작지 않은 여파도 있다. 2025학년도 연세대 논술에서 시험 시작 전 문제가 노출되며 재시험이 치러졌고, 그 결과 추가 합격자가 58명 발생했다. 이 58명은 전형 기준상 2년 뒤인 2027학년도 모집 정원에서 감축으로 반영된다. 결국 재시험의 후폭풍이 2027학년도 수험생에게 그대로 넘어온 셈이다.이처럼 변수가 이미 충분히 큰 상황에서, 2025학년도에 촉발된 ‘의대 모집 정원 확대’ 이슈가 2027학년도에 또 하나의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입시 판의 최상단을 흔드는 요인은 결국 하위권까지 연쇄적으로 파장을 만들기 마련인데, 의대 정원 문제는 그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세부 요인을 하나씩 뜯어보면 먼저 ‘통합 수능 마지막 해’라는 상징성이 크다. 대입 재도전을 염두에 둔 N수생에게 2027학년도 수능은 사실상 고교 시절 익숙했던 학습 내용과 시험 구조가 적용되는 마지막 시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N수생에겐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시 말해, 재수를 포함한 N수를 생각한다면 ‘마지막 기회’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 이런 심리가 현실화하면 2027학년도에 N수생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N수생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6월·9월 평가원 모의고사만으로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다. 통상 N수생의 약 절반이 6월·9월 모의고사에 응시하지 않고 본 수능으로 직행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년 4월 말에는 2028학년도 각 대학의 대입제도 변화에 따른 전형 방법이 발표된다. 이 발표 내용에 따라 2027학년도 N수생이 즉각 반응할 여지도 있다. 내신은 9등급에서 5등급으로 개편되고, 수능 체제도 바뀌는 국면에서 대학들이 내신과 수능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2027학년도 N수생 규모는 더 요동칠 수 있다. ‘사탐런’ 역시 이미 역대급 규모로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2026학년도에 사상 최대치로 나타난 사탐런이 2027학년도에는 한 단계 더 확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고2 학생 가운데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사탐으로 갈아탄 비율이 직전년도 대비 이미 6.4%p 높아졌다. 2026학년도 수능에서 사탐 과목을 1과목이라도 응시한 수험생 비중은 77.3%였는데, 2027학년도에는 이 비율이 더 오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탐구 과목의 점수 예측 자체가 더 어려워지고, 수시·정시 합격선에도 상당한 변동이 불가피하다. 수시모집에서는 특정 탐구 조합을 선택한 수험생들이 수능 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이탈할 수 있고, 정시에서도 탐구 변수가 합격선의 균형을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2026학년도 수능이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험생들이 큰 혼선을 겪었다는 점도 2027학년도에 영향을 준다. 특히 영어는 1등급 비율이 3.11%에 그쳐, 2018학년도 영어 절대평가 도입 이후 가장 높은 난도로 평가됐다.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1등급 비율이 4% 수준이고, 동점자 발생으로 5%대까지도 가는 점을 고려하면 절대평가인 영어에서 1등급 비율 3.11%는 수험생 체감상 ‘직격탄’에 가깝다. 수시모집에서는 영어가 어렵게 출제되며 수능 최저 충족이 더 까다로워졌고, 정시에서는 대학별 영어 반영 방식이 제각각이라 지원 가능선 예측이 흔들렸다. 그런데 영어가 이렇게 어려웠던 직후, 2027학년도에는 영어 1등급 비율을 6~10%대로 맞추겠다는 사전 예고가 있었다. 이 예고가 실제로 구현될지는 미지수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어가 매우 쉽게 출제돼 사실상 변별력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렇게 되면 국어·수학·탐구(상대평가)에서 변별력이 더 커지고, 특히 표준점수가 크게 벌어지는 과목이 입시 판세를 사실상 ‘한 과목’이 좌우하는 구도로 만들 수 있다. 국어·수학의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연세대의 2025학년도 논술 재시험은 2027학년도 모집 정원 감축으로 이어진다. 추가 합격이 발생한 만큼, 2027학년도에는 연세대 공대에서 58명이 학과별로 줄어든다. 일부 학과는 수시·정시 선발 규모 대비 감축 비중이 약 20%대까지 갈 수 있어 체감 충격이 적지 않다. 최상위권에서 발생하는 모집 정원 변동은 합격선에 직접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연쇄적으로 타 대학 지원 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여기에 2027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 ‘조정’ 변수가 더해졌다. 지역의사제 도입과 맞물려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수시·정시 모두 판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의대 정원은 최상위권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변수이기 때문에, 그 영향은 치대·한의대·약대 등 의료 계열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최상위권 이공계, 중위권 대학, 그 이하 대학까지 지원 이동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도미노’처럼 파급될 수밖에 없다. ◇2027학년도 대입 역대급 격변 예고 변수---------------------------------------------------------------------------------구분 내용---------------------------------------------------------------------------------기존 변수 1. 통합수능 마지막 시험, 역대급 N수생 될수도(마지막 기회) 2. 사상최대규모 사탐런 예상 3. 2025 연세대 논술 재시험 추가합격인원만큼 공대 정원 감축 4. 영어 쉬운 수능 예고, 중요과목 특정 어려워 5. 통합수능 선택과목 점수차 지속(문이과 유불리)----------------------------------------------------------------------------------새로운 변수 1. 지역의사제로 의대 모집정원 조정변수 - 치대, 한의대, 약대까지 연쇄적 영향 - 최상위권 이공계, 중위권 전범위로 입시 영향력 확대----------------------------------------------------------------------------------

2026.01.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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