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숫자는 10년 넘게 79곳 그대로지만, 주인은 꾸준히 바뀌었다. 최근 10년간 저축은행 15곳이 한 차례 이상 새 주인을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두 차례 이상 손바뀜한 곳도 있는 데다, 최근 새로운 인수전까지 잇따르면서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10년 넘게 79곳인데…주인은 바뀌어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저축은행은 총 79곳이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100곳을 웃돌던 저축은행 수는 빠르게 줄었고 2014년 말 79곳까지 감소했다. 이후 10년 넘게 79곳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저축은행 숫자는 그대로지만 주인은 달라졌다. 최근 10년간 저축은행 M&A 사례를 살펴보면 현재 영업 중인 저축은행 가운데 15곳이 2016년 이후 한 차례 이상 새 주인을 맞은 것으로 파악된다. 직접적인 지분 인수뿐 아니라 모회사 인수 등을 통한 실질적인 경영권 변경까지 포함한 수치다.저축은행 M&A는 최근 들어 갑자기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저축은행업권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이후 M&A를 분석한 결과 2016~2017년 2년 동안에만 8개 저축은행의 대주주가 변경됐다. 당시 인수된 저축은행은 자산 규모와 영업구역, 대주주의 성격도 다양했다.2016년에는 공평저축은행을 비롯해 한신·삼일·HK·TS저축은행 등이 새 주인을 맞았다. 이후 각각 상상인·유안타·머스트삼일·애큐온·키움예스저축은행 등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2017년에도 현대·강원·아주저축은행 등의 경영권이 바뀌었다.저축은행 M&A는 시기별로 온도 차를 보였다. 2016~2017년 8곳의 대주주가 바뀐 이후에도 2019년 대한저축은행, 2020년 스마트저축은행, 2021년 MS·유진저축은행 등에서 손바뀜이 이어졌다. 그러나 2022년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연체율 상승, 수익성 악화가 업권 전반의 부담으로 떠오르면서 M&A 시장도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다. 매물은 꾸준히 나왔지만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매각 가격을 둘러싼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높이 차이까지 겹치면서 실제 거래 성사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았다.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최근이다. 지난해 KBI국인산업이 지방 저축은행인 라온저축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교보생명은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지방 중소형사부터 업계 최대 저축은행까지 M&A 대상이 넓어진 셈이다.한번 팔리고 끝 아냐…두 번 새 주인 맞기도한 번 새 주인을 맞은 저축은행이 다시 M&A 시장에 등장하기도 했다. 같은 회사가 여러 차례 거래된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 경영권 거래 횟수는 15번보다 많다.실제로 애큐온저축은행은 최근 10년 사이 두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전신인 HK저축은행은 2016년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플라워에 인수됐다. 이후 애큐온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2019년 다시 베어링PEA에 매각됐다. 불과 3년여 만에 두 번째 손바뀜이 이뤄진 것이다.다올저축은행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전신인 현대저축은행은 2017년 유진그룹에 인수돼 유진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4년 뒤인 2021년에는 KTB투자증권에 다시 매각됐다. 이후 KTB투자증권이 다올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유진저축은행도 현재의 다올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꿨다.
저축은행 ‘주인 찾기’는 현재진행형저축은행 M&A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KBI그룹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2016년 공평저축은행 시절 한 차례 주인이 바뀐 곳으로,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약 10년 만에 다시 새 주인을 맞게 된다.애큐온저축은행은 세 번째 손바뀜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한화생명은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애큐온저축은행은 2016년과 2019년에 이어 최근 10년 사이 주인이 세 번 바뀌게 된다.핀테크 업체 핀다도 대원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대구·경북·강원권을 영업구역으로 하는 대원저축은행까지 거래 대상으로 등장하면서 최근 M&A는 대형사뿐 아니라 지방 중소형사까지 폭넓게 진행되는 모습이다.M&A의 성격도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부실 저축은행을 정리하는 구조조정 수단의 성격이 강했다면,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정상 영업 중인 저축은행도 거래 대상으로 등장했다. 부실 회사를 정리하는 차원을 넘어 저축은행의 경영권 자체가 M&A 시장에서 거래되는 흐름이 자리 잡은 것이다.저축은행업계에서도 M&A를 통한 새로운 대주주의 진입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손바뀜 자체를 업권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다양한 대주주가 진입하고 이후 경영을 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향후에는 부실 저축은행 정리와 함께 건전한 회사 간 자율적인 M&A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전환점에 선 저축은행, 재편과 혁신의 방향은?’ 보고서에서 “부실정리형 M&A와 함께 건전한 기관 간 선별적·조건부 자율 M&A를 병행하는 이중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M&A가 자산건전성 회복과 사업구조 재편, 미래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