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보험통’ 출신 인물을 전면에 배치하며 보험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양사 모두 신한금융그룹 출신 인사를 선임한 것이 특징이다. 보험사 인수·통합 경험이 풍부한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는 동양생명의 수장을, 20년 넘는 현장 영업 경력을 지닌 곽희필 전 신한금융플러스 대표는 ABL생명의 지휘봉을 잡았다.이들 생보사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통합작업에 들어가 총자산 53조원 규모의 업계 톱5 생보사 '우리라이프'(가칭)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다만 최근 두 보험사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어, 자회사 편입 직후 자본 관리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총 자산 53조원...업계 톱5 생보사 '우리라이프' 탄생 예고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성대규 내정자를 신임 대표로 공식 선임했다고 밝혔다. 성 대표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보험정책을 주도해온 정통 보험 관료 출신이다.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금융위원회에서 보험 관련 정책을 맡아왔고, 보험개발원장을 지낸 뒤 2019년 신한생명 대표에 선임됐다. 이후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진두지휘했으며, 2021년에는 통합법인인 신한라이프의 초대 대표로 취임해 조직 통합과 시너지 창출을 이끌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우리금융그룹 특별고문으로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실무를 총괄하며 새판 짜기에 핵심 역할을 해왔다.성 대표는 앞으로 동양생명의 중장기 성장 기반을 설계하고, 우리금융의 그룹 시너지 창출 전략에 따라 보험업 강화를 위한 전열을 정비할 전망이다. 그는 “보험 산업의 구조적 위기를 돌파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모든 경험과 책임을 다하겠다”며 “고객·임직원·주주 모두가 신뢰하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같은 날 ABL생명도 주주총회를 열고 곽희필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곽 대표는 1966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01년 ING생명을 시작으로 보험 영업 경력을 쌓아왔다. 설계사 출신으로 GA 대표를 거친 드문 경력을 보유한 그는 오렌지라이프와 신한라이프에서 FC채널을 총괄하며 현장 기반의 영업 전략을 이끌었다. 특히 조직 관리 능력과 성과 중심 리더십을 인정받아 최근까지 신한금융플러스 대표로 재직했다.이번 인사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보험업 강화 전략이 구체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확대를 위한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지난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했고, 이후 보험업 출신 전문가 중심의 경영진 교체를 예고해왔다. 성대규 대표는 통합과 구조혁신, 곽희필 대표는 영업력 회복과 성장 견인을 각각 책임지게 됐다.
건전성 관리·노조협상 등 과제 산적향후 과제는 뚜렷하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건전성 제고가 시급하다. 동양생명은 올해 1분기 기준 자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이 57.4%로 집계돼 전분기(79.8%)보다 2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이는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평가하는 새 기준으로, 기존 지급여력(RBC) 비율보다 손실흡수 능력이 더 강한 자본을 중심으로 측정된다. 보험사 자본은 크게 기본자본(자본금·이익잉여금 등)과 보완자본(후순위채 등)으로 구성되며, 금융당국은 실질적인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K-ICS 비율을 향후 핵심 지표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RBC 비율 역시 1분기 말 기준 128.2%로 급락, 금융당국 권고치(130%)를 하회하면서 건전성 우려가 불거졌다. 이는 전년 말 155.5% 대비 27.3%포인트 악화된 수치로, 업계의 평균 수준을 밑돈다. 이에 동양생명은 약 6000억원 규모의 해외 채권을 발행해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며 일단 급한 불은 끈 상태다. 회사 측은 2분기 말 기준으로 RBC 비율이 154%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기본자본 중심의 지급여력 비율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ABL생명 역시 올해 건전성비율 산출에 자본감소분 경과조치(TAC)를 신규 적용할 경우 건전성비율은 104.6%로 보험업법상 허용되는 최소치(100%)에 근접한 상태다. 동시에 두 회사 모두 우리금융 내 타 계열사와의 협업 체계를 어떻게 정착시키느냐가 보험 부문 시너지의 성패를 가를 핵심으로 꼽힌다. 또 새 임원진과 노동조합 간 협상도 넘어야 할 큰 장애물이다. 동양·ABL생명 노조는 현재 고용보장, 단체협약 승계, 인수 후 독립경영 보장, 매각위로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동양생명 노조가 최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조합원 95.7%가 파업 개시에 찬성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두 사람의 보완적인 전문성과 우리금융의 전략적 의도를 동시에 반영한 결과”라며 “각기 다른 강점을 지닌 두 보험통의 출범이 우리금융의 보험업 안착에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