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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보다 사람이 중심인 도시로 혁신이 필요하다 [CEO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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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가 쓴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은 도시계획과 도시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흔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책이다. 김형산 더스윙 대표는 “서울을 사람을 위한 도시로 만들어야겠다는 비전을 구체화해 준 책”이라고 이 책을 추천했다. 서울은 자동차 중심 미국의 도시를 닮아있는데, 차가 아닌 사람을 위한 도시로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은 도시가 ‘살아 있고 건강해지려면’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혼합용도(Mixed primary uses)다. 같은 구역 안에 주거와 상업, 오락 기능이 공존해야 낮과 밤 모두 활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두 가지 성격만 갖춘 도시는 그만큼 생기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두 번째는 짧은 블록(Short blocks)이다. 다양한 경로를 만들어 사람들의 이동과 우연한 만남을 촉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골목 문화로 이해할 수 있다. 건물의 다양성도 필요하다. 신도시처럼 새로 지은 아파트만 있는 도시보다는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건물이 공존해야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다. 어느 정도 이상의 밀도를 유지하는 인구도 필요하다. 상업과 공공서비스를 유지하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인구는 필수적인 요소다. 반대로 ‘죽은 도시’를 만드는 계획도 있다. 제이콥스 당시 주목받았던 교통 편의성과 주거 분리를 중시하는 도시 정책이 오히려 도시의 파괴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대규모 공공주택 ▲고층 아파트 ▲쇼핑몰 등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상호작용을 단절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단일 용도 지역은 낮에는 활기 있고 밤에는 텅 빈 도시를 만들어 범죄와 슬럼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 중심의 도로망 확장은 보행자 문화의 붕괴를 불러오고, 도시의 ‘거리’를 잃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김형산 대표가 말한 ‘서울과 미국 도시의 공통점’ 가운데 자동차가 중심이 되고 있다는 부분이다. 제이콥스는 관료와 도시계획가들이 ‘위에서 아래로’ 도시를 설계하면서 실제 거주자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이는 실제 생활 방식과 맞지 않는 ‘비인간적인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시민의 권리와 경험이 배제되고, 공동체가 해체되는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지역 주민의 참여와 경험이 계획의 핵심이 돼야 하는 이유인 셈이다. 이 책은 당시 도시계획 이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저작으로 평가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도시 연구의 ‘고전’처럼 받아들여졌고 많은 도시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도시는 물론 전 세계 도시에서 제이콥스의 철학이 반영된 도시재생이 시도됐다. 그의 비판은 현대 도시계획에서 ‘보행자 중심 도시’ ‘다기능 복합 공간’ ‘시민 참여’라는 키워드로 녹아들었다.

2025.08.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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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간다

산업 일반

국내 4대그룹을 포함한 주요 기업 총수들이 오는 25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예정이다.이들은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조선 등 국내 주력 산업을 대표해 한미 양국 경제 협력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14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4~26일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동행할 경제사절단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으로 꾸려질 것으로 알려졌다.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도 사절단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이재용 회장은 최근 미국 방문을 전후로 테슬라, 애플과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연이은 이번 방미를 계기로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의 증설 계획을 밝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차세대 HBM 생산을 위한 반도체 후공정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정의선 회장은 지난 3월 미국 자동차, 부품 및 물류, 철강, 미래 산업 분야에 2028년까지 총 210억달러(29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구광모 회장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이 미시간 홀랜드와 오하이오, 테네시에 북미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또 미시간주 랜싱과 애리조나에 단독 공장을 건설 중이며, 조지아에서 현대차와 합작공장을, 오하이오에서 혼다와 합작공장을 각각 짓고 있다.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최근 한미 통상 협상 타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주인공 격이다.마스가 프로젝트는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 중 1500억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김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마스가 프로젝트의 차질 없는 추진 의지와 함께 구체적 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이번 경제사절단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FKI)이 실무를 주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08.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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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돌’ 맞은 윤호영號 카카오뱅크…승부수는 ‘글로벌·AI’

은행

2017년 여름, 금융권에 ‘메기’로 등장한 카카오뱅크가 창립 8주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기로 유년기를 지나 본격적인 성장을 준비하는 시점이다. 그간 카카오뱅크는 비대면 금융 플랫폼으로 빠르게 입지를 다지며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8주년을 맞은 지금,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장수 CEO’의 힘…금융권 메기로 떠올라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7월 27일 창립 8주년을 맞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8년간 ‘종합금융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목표로 금융의 일상화를 이끌어왔다. 카카오뱅크는 그간 모임통장·비대면 전월세대출 등 혁신 상품을 내놓으며 2500만 명 넘는 고객을 확보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먼저 분기 흑자에도 성공하며 수익성과도 내고 있다.카카오뱅크의 성장을 이끌어온 인물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다. 2017년 출범 당시부터 카카오뱅크를 진두지휘한 그는 9년차 CEO다.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낯선 영역을 금융권에 정착시키고,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은 주역으로 평가받는다.윤 대표는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분야 전문가다. 1971년생인 윤 대표는 안양 신성고와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한화재를 거쳐 에르고다음다이렉트 경영기획팀장, 다음 경영지원부문장을 지냈다. 이후 카카오 모바일뱅크 태스크포스팀 부사장으로 카카오뱅크 설립을 주도한 뒤, 현재까지 카카오뱅크를 이끌고 있다. 윤 대표는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해 오는 2027년 3월까지 임기를 부여 받았다. 이에 카카오뱅크를 이끄는 장수 CEO가 됐다. 그간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 내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해 왔다.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를 강조해,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모두 사내에서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 윤 대표 또한 영어 이름 ‘대니얼(Daniel)’을 사용하고 있다. 글로벌 공략 본격화…‘태국’ 진출 시동윤 대표 체제 속에서 써내려 갈 성장 스토리의 중점 과제는 ‘글로벌 사업’이다. 카카오뱅크는 초기 글로벌 전략으로 인도네시아 슈퍼뱅크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카카오뱅크는 동남아 대표 플랫폼 ‘그랩’(Grab)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2023년 9월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 ‘슈퍼뱅크’에 약 10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했다. 슈퍼뱅크는 2024년 6월 공식 출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최근 첫 분기 기준 흑자전환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또한 카카오뱅크는 지난 6월 태국 정부로부터 가상은행(Virtual Bank) 인가를 획득하며, 25년 만에 한국계 은행의 태국 시장 재진출에 성공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3년 6월 SCBX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태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협력했다. SCBX는 태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시암상업은행(SCB)을 포함해 20여 개의 금융·비금융 계열사를 두고 있는 태국의 대표 금융지주사다.가상은행 출범을 위한 준비법인은 올해 3분기 중 설립된다. 약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상품·서비스 기획과 모바일 앱 등 IT 시스템 구축을 주도하며 앞으로 설립할 가상은행의 2대 주주로 참여한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태국 진출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K-금융의 세계화에도 앞장선다는 방침이다.윤 대표는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발판이자, 대한민국 디지털 금융 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소중한 기회”라며 “한국계 은행과 기업의 태국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AI 네이티브 뱅크로”…기술 내재화 속도카카오뱅크는 글로벌 사업 확장과 더불어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고객 서비스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25년 경영목표로 ‘인공지능 네이티브 뱅크’(AI Native Bank)를 내걸고 금융 서비스와 상품 전반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이에 지난 5월 카카오뱅크는 금융권 최초로 생성형 AI를 탑재한 ‘AI 검색’을 출시했다. 카카오뱅크 서비스나 금융 전반에 대한 궁금증을 일상 언어로 질문하면 AI가 상세한 답을 제공하는 대화형 검색 서비스다. ‘AI 검색’은 출시 2주 만에 13만 명의 고객이 이용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고객 10명 중 3명은 AI의 추천 상품 및 서비스를 직접 클릭해 서비스 페이지에 접근하는 등 실제 서비스 이용에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6월에는 ‘AI 금융 계산기’를 선보였다. ‘AI 금융 계산기’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마치 친구와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질문만 하면 필요한 조건을 자동으로 채워 계산 결과를 내주는 서비스다. 카카오뱅크는 ‘AI 검색’과 ‘AI 금융 계산기’를 시작으로 AI 기반 서비스를 연말까지 지속 선보일 계획이다.윤 대표 또한 AI 활용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태국에서 열린 글로벌 핀테크 컨퍼런스 ‘머니 2020 아시아’에 유일한 한국인 연사로 참여했다. 당시 윤 대표는 “AI에 최적화된 UI·UX와 데이터를 갖추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금융업은 AI 기술만으로 혁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면서 “금융기업만의 고유한 데이터와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 중심적 사고’까지 갖춘 금융사만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08.08 08:00

4분 소요
비주류 테크노크라트가 꿈꾸는 인도네시아의 미래…”세계 무대에 알리는 게 내 역할” [특별 인터뷰]

CEO

“사기인 줄 알았다.”지난해 10월 제8대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 취임한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가 새 내각을 구성했을 때 주목받는 인사가 있었다. 대통령실의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그는 “사기인 줄 알았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정치권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민간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2억8000만 인구의 미래를 책임지는 창조경제부 차관에 임명됐다. 아이린 우마르(Irene Umar) 차관이 주인공이다.그는 1984년생으로, 평생 정치와는 무관하게 살아온 ‘테크노크라트’(technocrat·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전문가)다.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 활동을 해본 경험이 전무하다. 모든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는 프레지던트대(President University)에서 경제학을 전공해 수석으로 졸업했고,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금융인으로서 경력을 시작했다. 아랍에미리트·인도·싱가포르 등에서 포트폴리오 관리 및 신용 리스크 부문을 담당해 파트너급 이사까지 역임했다. 이후 아시아·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 DNC를 공동 창립하며 투자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 게이밍 플랫폼 W3GG의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 창립자였고, 비영리 교육 운동 단체 ‘One Indonesia’를 설립한 사회 운동가였다. 강연을 잘하기로 소문난 연사로 국제 콘퍼런스와 기술 포럼 등에서 그가 강연한 영상이 널리 퍼져 있을 정도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40대 초반의 여성이 인도네시아의 미래와 혁신을 선도하는 중요 부처의 차관에 임명된 것이다. 그가 ‘차세대 리더’로 평가받는 이유다. 그의 임명은 프라보워 대통령의 '홍백(紅白) 내각’(Red and White Cabinet)이 추구하는 가치를 명확히 보여준다. 홍백은 인도네시아 국기를 상징하며, 각 색은 ‘용기’와 ‘순수성’을 뜻한다. 프라보워 행정부 내각의 특징은 ‘통합’이다. 그는 이를 “정치적 배경이나 인맥이 아니라 국가 비전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기준으로 인재를 등용한다는 철학”이라며 “나는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 내가 차관에 오른 것은 정치적 연출 없이도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진정한 사례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프라보워 행정부의 상징인 그를 본지가 지난 7월 9일 단독으로 만났다. 아이린 우마르 차관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관한 제14회 정보보호의 날 기념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차관 임명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차관 자격으로는 한국을 처음 방문했지만, 이전에 개인적인 용무와 업무 때문에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면서 “과거에도 한국 스타트업 행사에 심사위원 및 연사로 초청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를 만나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한국과의 협력 계획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창조경제부 차관 통합 내각의 상징으로 떠올라 Q 스스로를 '비주류 테크노크라트'라고 소개해 왔다. 정치 경험이 없는데 차관으로 임명된 배경은 무엇인가? A. “과거에는 창조경제와 관광이 통합되어 있었는데 프라보워 대통령 행정부는 창조경제부를 독립 부처로 신설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창조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Q 창조경제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A “창조경제부는 부(ministry)와 청(agency)의 역할을 모두 가지고 있다. 부의 역할은 정책을 만드는 것이고, 청은 실행을 하는 곳이다. 창조경제부는 17개 하위 분야를 다룬다. 패션부터 요리·공예·건축·공연 예술 등의 전통 분야부터 게임·애플리케이션·디지털 콘텐츠·영화·미디어 등 디지털 분야까지 포함한다. 그래서 잠을 못 자고 있다.(웃음) 창조경제부는 제품이 준비됐을 때 개입해 포장이나 브랜딩을 개선하고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Q ‘창조경제’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나. A “현 내각은 모든 국민이 굶주리지 않고 집을 갖는 등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국민이 국가를 위해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부의 핵심은 인도네시아만의 고유한 ‘문화’를 활용해 음식·의류·게임 등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들어 인도네시아를 세계 무대에 알리는 것이다.”Q 금융계를 시작으로 투자사 대표, 스타트업 창업 등 민간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그런데 행정부 각료로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솔직히 공직은 내 인생 계획에 전혀 없던 일이다.(웃음) 민간 분야에서 매우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었지만, 이 일을 제안 받았을 때 일이라기보다는 소명처럼 느껴졌다. 대통령의 공도 크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리더들을 발탁한 대통령의 결단도 크다. 이는 국가를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Q 입각 전의 다양한 경험이 창조경제부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A “내가 민간 분야에서 쌓은 경험은 인도네시아 창조 생태계의 핵심 요구사항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인도네시아에 창조경제를 뿌리내리려면 내가 민간에서 경험했던 금융·투자·경영 분야의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창업가로서 나는 기업가가 겪는 어려움을 몸소 알고 있다. 투자자로서 자본을 유치하고 운용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도 안다. 이제 내 역할은 현장에서 얻은 지식과 노하우를 효과적인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 배울 것이 많기에 끊임없이 협력해 나갈 것이다.”Q 창조경제부 차관으로서 현재 중점을 두는 정책은 무엇인가. A “가장 중요한 첫 과제는 17개 하위 부문에 대한 생태계 전체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정책은 단절된 상태에서 만들면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창작부터 유통, 수익화에 이르는 가치 사슬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엔드투엔드’(end-to-end)로드맵을 구축하고 있다. 게임과 블록체인 같은 고성장 부문에서는 국제 파트너와 교두보를 마련하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규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17개 하위 부문 모두가 중요하지만, 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들을 하나로 묶는 ‘통합자(unifier)’가 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놀라운 인재와 기업, 커뮤니티 같은 강력한 구성 요소들을 하나로 모아 함께 전진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돕겠다.” 프라보워 정부가 내세운 ‘홍백 내각’(Red and White Cabinet)은 아이린 우마르 차관의 입각을 가능하게 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다양한 정당 출신 지도자와 민간 부문 전문가, 기술 관료를 모았다. 이렇게 실용적인 내각을 구성한 목표는 새 정부의 비전인 ‘황금 인도네시아 2045’(Indonesia Emas 2045)를 만들기 위함이라는 게 아이린 우마르 차관의 설명이다. 그는 “나만 비정치권 출신 차관이 아니다. 나 외에도 몇몇 분들이 있고 이는 진정으로 국가를 위한 실무 중심의 인사를 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면서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내 복장이나 사용하는 언어가 완전히 다를 텐데 괜찮냐’고 물었다. 그들은 ‘전문가로서 참여하는 것이니 괜찮다’고 존중해줬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관료 사회와 거리가 먼 '비주류' 테크노크라트의 등장은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창조경제'에 모든 것을 걸었음을 의미한다. 내수 시장 넘어 글로벌 향하는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아이린 우마르 차관 덕분에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생태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베쿱’(BEKUP·Bekraf for Startup)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관광창조경제부 시절부터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인도네시아 전역의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핵심 정책이다. 이를 통해 5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했고, 참여 스타트업의 42.5%가 매출 증가를 경험했다. 또한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 '게임시드’(GAMESEED)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인도네시아 게임협회와 손잡고 인재를 양성하고 초기 단계 스튜디오를 지원한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투자 유치용 프로토타입 제작까지 전 과정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2억8000만명의 거대한 내수 시장은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에 축복이자 기회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 거대한 ‘자국 내 실험실‘에서 사업 모델을 연마하고 규모를 키운다. 하지만 최근 창조경제 분야에서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본 글로벌’(Born Global), 즉 태생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린 우마르 차관은 “조용히 세계 무대를 점령하고 있는 겸손하고 창의적인 회사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도네시아 스튜디오가 100% 제작한 게임 '커피 토크’(Coffee Talk)와 '코랄 아일랜드’(Coral Island)를 꼽을 수 있다. 이 게임들은 스팀(Steam)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수백만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수도 자카르타가 아닌 반둥에 기반을 둔 패션 브랜드 ‘머신56’(Machine56)은 매출의 90%를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인다. 아이린 우마르 차관은 “이들은 몇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투자사 대표를 지내기도 했던 아이린 우마르 차관은 현재 투자 환경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cautious optimism)이 지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묻지 마 성장 시대는 끝났다. 투자자들은 이제 확실한 수익 모델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거대한 인구와 젊고 디지털에 친숙한 소비층 덕분에 초기 단계 투자는 여전히 활발하다.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불고 있는 투자 트렌드로는 기존 플랫폼에 금융 서비스를 녹여내는 '임베디드 핀테크(Embedded Fintech)', 소셜 커머스, 그리고 세계 최대 니켈 보유국이라는 강점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 생태계를 꼽았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투자 유치에 가장 유망한 분야로 AI가 꼽힌다. 인도네시아 투자업계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린 우마르 차관은 “일부 투자자들은 AI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투자하기도 한다”며 “투자자로서 투자를 결정할 때는 ‘이 기술이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시장이 있는가?’와 같은 기본적인 기준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린 우마르 차관은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는 '모바일 네이티브’(Mobile-Native)라는 단어로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PC 시대를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 시대로 직행한 것을 말한다. 수천만 명에게 스마트폰은 유일한 컴퓨터이자, 은행 계좌를 건너뛰고 처음 만난 금융 도구다. 그는 “이러한 독특한 DNA는 거대한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자랑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의 진화를 '세 차례의 물결'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고젝(Gojek) 같은 유니콘으로 대표되는 ‘사람의 이동’이다. 두 번째는 '상품의 이동'이다. 수천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 국가에서 토코피디아(Tokopedia)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세 번째는 ‘돈의 이동’으로, 핀테크와 통합 결제 시스템의 붐으로 이어졌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국가 QR코드 표준인 ‘QRIS’다. 길거리 노점상부터 대형 소매점까지 모두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는 망 구축을 가능하게 했다.아이린 우마르 차관은 “지금 네 번째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바로 ‘창작자 경제’(Creator Economy)”라면서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소셜 미디어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창작자들이 급증하며 새로운 경제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그에게 인도네시아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협업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협업은 단순한 기회가 아니라 필연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류를 통해 콘텐츠 강국이 된 한국의 노하우와 인도네시아의 무궁무진한 스토리, 창의적인 인재가 결합하면 새로운 '하이브리드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도 인도네시아 진출에 대한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한국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KOSME)이 자카르타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설립한 것이다. 그는 이 센터 설립에 대해 “두 팔 벌려 환영한다”며 웃었다. 그는 “KOSME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것은 단순히 인도네시아가 큰 시장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의 기술 공동 개발과 글로벌 시장 공동 진출이라는 협력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한국과의 협력은 필연”Q. 인도네시아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스타트업이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A.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찾는 것이다. 그들이 당신의 ‘문화 번역가’이자 현지 생태계로 가는 ‘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네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 번째는 ‘초현지화’(Hyper-Localization) 전략이다. 단순한 언어 번역을 넘어 현지 결제 수단·물류·문화적 민감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로 ‘커뮤니티 우선 접근법’을 실행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매우 공동체적인 사회이므로, 고객 목록이 아닌 팬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전해야 한다. 신뢰를 쌓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마지막으로, '실제 인도네시아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가져와야 한다.”Q 한국과 구체적으로 협력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 A “우리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싶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두 나라의 음식을 융합하는 ‘미식 외교’다. 둘째는 인도네시아를 영화나 드라마 ‘촬영 장소’로 제공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식재산권(IP) 협업을 희망한다. 예를 들어, 한 인도네시아 브랜드는 일본의 유명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 협업해 한정판 제품을 출시한 적이 있다. 한국의 IP나 영화가 우리와 협업한다면 기차역이나 공항 같은 국가 소유의 플랫폼도 활용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협업을 3주 만에 성사한 경험도 있을 정도로 관료주의적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을 ‘이단아’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불교도·중국계 출신이라는 ‘트리플 소수자’(Triple Minority)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인도네시아 행정부에 입성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는 역할과 성과로 평가받기를 원했다. 이는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 국가가 세계를 향해 보내는 가장 강력한 관용과 통합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아이린 우마르 차관의 도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2025.08.04 10:00

10분 소요
재계 총수들 '美관세협상' 총력…정의선도 미국 간다

산업 일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힘을 보태기 위해 미국으로 갈 예정이다. 30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오후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할 예정이다.정 회장은 현재 막판 논의가 진행 중인 관세협상을 돕고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이에 세 번째 재계인사로 미국행에 합류한다.앞서 김동관 부회장은 한국이 미국 측에 제안한 조선 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구체화 등을 위해 지난 28일 워싱턴으로 떠났고, 다음날인 29일에는 재계 1위 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이 이를 따랐다.이 회장은 우리측 협상 카드로서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 및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기술 협력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여기에다 글로벌 3위 완성차그룹 수장이자 앞서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대규모 현지 투자를 발표한 정 회장이 이에 합류하면서 우리나라 관세협상단 행보에는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정의선 회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 조지아주의 차량 생산 확대와 루이지애나주의 새로운 철강 공장 건설 등을 포함한 21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정 회장은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찬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각 그룹 회장으로부터 대미 투자와 글로벌 통상, 지방 활성화 방안, R&D(연구개발) 투자 및 미래 사회 대응 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의견과 애로사항을 청취했다"고 설명했다.

2025.07.30 15:15

2분 소요
머스크 "삼성전자 회장과 통화…그들은 뭘 하는지 안다"

산업 일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소통하며 양사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머스크는 2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향후 반도체 생산 계획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한 이용자의 지적에 답글을 달았다.이 엑스 이용자는 머스크가 지난 27일 올린 "삼성은 테슬라가 제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합의했다"는 글을 공유하면서 "삼성은 그들이 무엇에 사인했는지 전혀 모른다"(Samsung has no idea what they signed up for)라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머스크는 답글에서 "그들은 안다"(They do)라고 한 뒤 "나는 실제 파트너십이 어떤 것일지 논의하기 위해 삼성의 회장 및 고위 경영진과 화상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머스크는 그러면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양사의 강점을 이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테슬라와 165억 달러(22조7647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머스크도 삼성전자의 대규모 파운드리 계약 발표가 나온 뒤 엑스에 올린 글을 통해 삼성전자의 계약 상대가 테슬라임을 공개한 바 있다.머스크는 당시 "삼성의 텍사스 대형 신공장은 테슬라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며 "이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밝혔다.또 "165억달러 수치는 단지 최소액"이라며 "실제 생산량은 몇 배 더 높을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2025.07.30 14:19

1분 소요
하버드 석학 놀라게 한 맞춤 안경 스타트업…”안경 너머 스마트글라스 시대 준비” [이코노 인터뷰]

스타트업

“사장님 안경 맞추러 왔어요.” 안경을 맞추러 온 고객은 뿔테와 금속테 등이 전시되어 있는 곳에서 테를 둘러보고 가격과 디자인을 결정한다. 이후에는 렌즈 종류를 고르게 된다. 렌즈 종류도 기능성 렌즈냐 해외 브랜드냐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안경테와 안경렌즈 가격은 고객의 선택에 따라 10만원 이하일 수도 있고 40만~50만원 혹은 이 보다 훨씬 비쌀 수도 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시력 검사를 한다. 시력 검사를 마치고 10~20분 정도 기다리면 고객이 주문한 안경을 바로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안경테가 기성품이기 때문에 자신의 얼굴에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안경테의 힌지·다리·코 받침 지지대 등을 조절해서 맞추게 된다. 얼굴 형태에 안경을 맞추지만 한계가 있다. 안경이 개인 맞춤형이 아니라 기성품이기에 생기는 불편함이다.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까지 안경을 낀 사람들은 ‘그런가보다’하고 살아왔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반기를 든 이가 있다. 그는 ‘사람 얼굴에 안경을 맞춰야지, 왜 안경에 사람 얼굴을 맞추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2017년 5월 콥틱을 창업하고, 이듬해 개인 맞춤 안경 브랜드 ‘브리즘’을 출시했다. 주인공은 박형진 콥틱 공동대표다. 박 대표는 “안경을 만드는게 쉬워 보여도, 전통적인 안경 제작 방식으로는 20가지 정도의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이 된다” 면서 “개인 맞춤 안경을 만들려면 이 20가지 공정을 모두 한사람만을 위해서 돌려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접근 불가능하게 비쌀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3D 스캐너·AI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안경 만들어무엇보다 안경 쓰는 사람의 얼굴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를 세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박 대표는 “초기에는 안경 모양의 자를 3D 프린터로 만들어 고객 얼굴에 씌워가며 수치를 재는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면서 웃었다. 브리즘은 이를 3D 스캐닝 기술을 도입해 해결했다. 브리즘 매장에 가면 얼굴을 스캐닝하는 기기가 있다. 이를 통해 얼굴을 스캔하면 얼굴 너비부터 눈동자 사이 너비·코끝 너비·콧등 높이 등 20여 가지의 데이터가 생성된다. 박 대표는 “이 데이터를 가지고 통계학과 출신인 성우석 공동대표가 인공지능(AI) 추천 알고리즘의 뼈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금 브리즘은 3D 스캐너로 1221개의 얼굴 좌표를 측정하게 된다. AI는 고객과 가장 유사한 얼굴형의 사람들이 구매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스타일을 추천한다. 고객은 80여 가지 디자인과 10가지 색상을 가상으로 착용해볼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특허로 보호받는다.또한 이 데이터를 기초로 안경테 제작의 공정도 4~5단계로 줄였다. 흔히 말하는 뿔테 안경은 3D 프린터로 제작한다. 브리즘이 제공하는 티타늄 안경은 3D 프린팅 대신 티타늄 판재를 레이저로 잘라서 접고 나사 없이 조립하는 힌지로 연결한다. 이 기술도 특허로 보호받고 있다. 이렇게 3D 프린터와 3D 스캐너 등의 기술력을 통해 안경의 공정을 줄이면서 맞춤형 안경의 제작 비용도 낮출 수 있었다. 백만원을 훌쩍 넘는 맞춤 안경의 가격을 20만원대로 낮추면서 고객의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기준 지금까지 8만여 명의 고객이 브리즘의 맞춤 안경을 선택했다. 누적 판매액은 3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지난해에만 2만5000여 개의 안경을 판매했고, 10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서울 역삼점을 시작으로 서울 을지로·마곡·잠실·판교·동탄·부산센텀 등 13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뉴욕에도 브리즘 매장이 들어섰다. 창업 6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최근에는 8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박 대표는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지만 안경은 대부분 백인의 얼굴 형태를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불만이 많다”면서 “한 인종의 얼굴 형태에 맞추다 보니 안경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이들이 많고, 브리즘에 대한 평가도 좋다”고 강조했다. “얼굴 비대칭까지 잡아냈다”…하버드 석학도 감탄이러한 문제의식은 세계 최고 경영대학원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브리즘은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HBS)의 혁신 연구 사례로 채택됐고, 가을 학기 교재로 사용된다. 후안 알카세르 HBS 석좌교수가 직접 브리즘을 찾아 인터뷰를 한 후 제안해 성사됐다. 알카세르 석좌교수도 안경을 오랫동안 착용해 왔는데, 한쪽 눈의 심한 약시와 얼굴의 비대칭으로 인해 안경 착용에 불편이 많이 느끼고 있었다. 브리즘은 그를 위한 맞춤형 안경을 제작해줬고, 알카세르 석좌교수는 매우 만족했다는 후문이다.알카세르 석좌교수가 브리즘을 혁신 사례로 선정한 이유는 브리즘이 불투명한 가격 정책 등 공급자 중심의 안경 산업에 ▲3D 얼굴 스캐닝 ▲AI 개인 스타일 추천 ▲가상 시착 ▲3D 프린터로 안경테 제작 등 혁신 기술을 도입해 소비자 맞춤형 안경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전공할 때 HBS가 다루는 혁신 사례에 꼽히는 기업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면서 “알카세르 석좌교수가 직접 한국까지 찾아와 인터뷰를 하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우리에겐 큰 행운이고 다음 학기 강연이 시작되면 직접 참여해 발표도 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HBS의 첫 케이스는 브리즘이 어떻게 시장에 진입했는지를 다루게 되고 이후에는 미국 시장 공략과 같은 과제를 후속으로 다룰 예정이다. 박 대표의 이력을 보면 안경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인다.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P&G Korea 마케팅 본부를 거쳐 월트 디즈니에서 한국 디즈니랜드 프로젝트의 사업성 분석을 담당했다. 전력을 다해 뛰었지만 이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머리를 식히기 위해 떠났던 일본 여행에서 안경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2006년 알로(ALO)라는 ‘패션 안경’ 사업에 뛰어들었고 성공도 맛봤다. “젊을 때 안경은 패션이라고 믿었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엑시트에도 성공했지만 밝히기 어려운 문제로 그는 돈과 성공 대신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었다. 그 상처를 ‘루프탑 바’ 사업인 ‘어반딜라이트’로 달랬지만 그는 결국 다시 안경 사업에 돌아왔다. 그는 “제품과 구매 경험 모두 혁신할 수 있는 여지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라고 재도전의 이유를 밝혔다. 박 대표는 이제 ‘안경 너머’를 계획하고 있다. 스마트글라스 시대의 핵심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다. “스마트글라스는 50g이 넘어가는데, 착용감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면서 “브리즘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07.28 10:00

5분 소요
잘 나가는 4대 은행 CEO의 경영 철학은 “신뢰·혁신·고객·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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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식시장에서 국내 은행들이 질주하고 있다. 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하반기 일부 타격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있지만, 고배당과 매력과 실적 개선 등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면서 상승세를 타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국내 대표 은행을 이끄는 수장들은 어떤 부분에 방점을 찍고 경영에 집중했을까. 올해 신년사를 보면 4대 은행장들은 효율‧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비슷비슷한 서비스와 상품만으로는 특별한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 본연의 역할과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부분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KB “신뢰”‧ 신한 “연결과 확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지난 1월 KB국민은행의 제9대 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신뢰를 강조했다. 이 행장은 “단순히 금융상품을 파는 은행을 넘어 고객과 사회에 신뢰를 파는 은행이 돼야 한다”며 “엄격한 윤리의식에 기반한 정도 영업으로 ‘KB국민은행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고객이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시선을 밖으로 돌려 ‘새로고침’의 방식으로 오늘의 국민은행을 직시하고 혁신해야 한다”고도 했다. “리테일‧기업금융‧WM‧CIB‧자본시장‧디지털 등 각 비즈니스가 지향하는 목적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본질적인 측면에서 통찰하며 재정의하고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처럼 대부분의 경쟁자들과 전략 방향이 대동소이한 상황에서는 ‘작은 차이’가 모여 큰 차이를 만들고, 작은 차이를 만들어 내는 실행력이 경쟁에서의 승부를 가르게 된다”고 말했다.KB국민은행은 지난 6월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300억원을 특별 출연해 약 4600억원 규모의 수출입기업을 위한 금융지원에 나섰다. 중소·중견 수출입기업 지원 강화를 통한 차별화로 해석된다. 4월에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와 최대 1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골자로 하는 상생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국가 주력사업인 항공우주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등 두 기관의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밸류업 투게더(Value-up together)! 본업의 혁신으로 미래를 향해 성장하는 견고한 은행’을 올해 전략목표로 잡았다. 정 행장은 특히 틀을 깨는 ‘본업(本業)의 가치 혁신’을 강조했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기존 성장 방식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잘해왔던 자산 성장 중심의 영업 전략에 더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질적 성장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찾는 일에도 전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업의 경계를 넘어 고객과 금융이 있는 모든 곳에서 ‘연결과 확장’의 기회를 찾자”고 했다. 다른 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래 준비’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디지털 혁신이 금융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상황에서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금융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내실 있는 성장을 뒷받침할 ‘견고한 체질’을 갖출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를 볼 때 내부통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 행장은 빈틈없는 내부통제가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최근 신한은행은 행정안전부 공공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각종 증명서류를 직접 발급받거나 출력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영업점에서 바로 확인·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시작하며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객이 개인대출 신청에 필요한 ▲소득금액증명 ▲주민등록표 등·초본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를 일부러 미리 발급받아 은행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올해 연말까지 여신·수신·카드 등 다양한 금융 업무에 필요한 서류까지 20종 이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하나 “고객 중심”‧ 우리 “혁신”이호성 하나은행장은 1월 취임사를 통해 “‘하나’만의 손님 중심 영업 문화 DNA를 회복하고 리딩뱅크 ‘하나’를 위한 위대한 여정에 우리 모두 함께 하자”고 말했다. 이 행장은 하나은행이 선도 금융회사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3대 핵심 전략으로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손님 기반 확대 ▲안정적 수익 기반 구축을 위한 사업모델 혁신 ▲손님 중심의 기업문화 재정립을 제시했다. 그는 “말단 행원부터 행장까지 ‘고객 중심’ 마인드를 갖추고 영업 현장을 선호하는 영업 중심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야한다”며 “강점에 집중하는 사업모델을 정립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 내야한다”고 말했다. 본인의 좌우명인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산과 물이 가로막아 길을 막아도 길을 만들고 다리를 만들면 얼마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를 소개하며, 어떤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하나답게’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성공의 지표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책임 경영을 강조한 그는 취임식에 맞춰 하나금융지주 주식 3000주를 장내 매입하기도 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식에서 핵심 경영 방침 세 가지를 언급했다. ▲지켜야 하는 것으로 ‘신뢰’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는 ‘고객 중심’을 ▲바꿔야 하는 것으로는 ‘혁신’을 말했다. 정 행장은 “고객과의 상생이야말로 은행의 존재 이유”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고객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과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고,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 시스템과 업무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2025.07.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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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본사, 압수수색 당해…방시혁 1900억 '부정거래' 경찰 수사

산업 일반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하이브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서울 용산구 하이브 본사 등지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앞서 지난 16일 금융당국은 방 의장을 상장 과정에서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이브 전 임원 A씨 등 3명에게도 같은 조처를 내렸다.이에 검찰은 지난 18일 금융당국으로부터 방 의장 고발장을 접수했으며 사건을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에 배당했다.경찰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같은 사건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과의 중복수사 문제가 없도록 사건의 이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방 의장은 하이브 상장 전인 2019년 벤처캐피털(VC) 등 기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속인 뒤, 하이브 임원들이 출자·설립한 사모펀드(PEF)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팔게 한 혐의를 받는다.방 의장의 말에 투자자들은 보유 지분을 SPC에 매각했지만, 하이브는 이 시기에 IPO 사전 절차인 지정감사 신청 등 기업공개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하이브 상장 후 SPC는 보유 주식을 매각했고, 방 의장은 사전에 맺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SPC 매각 차익의 30%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부당 이득금은 19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방 의장이 보호예수(대주주나 임직원 등이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 수 없도록 한 것)를 우회하기 위해 사모펀드를 동원했다는 의심이 나온다.

2025.07.2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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