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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오 남궁견 체제 공민정, 한계 없는 콘셉트 소화…팔색조 새 프로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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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스타일 담은 신규 프로필 공개…맑은 분위기부터 도회적 매력까지- SBS 새 드라마 '풀카운트' 캐스팅…연기 활동 이어가 배우 공민정이 새로운 프로필을 공개하며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다.1일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판타지오는 공민정의 새 프로필 사진을 공개했다고 밝혔다.공개된 프로필에는 청초하고 단정한 분위기부터 세련되고 도회적인 이미지까지 다양한 콘셉트를 소화한 공민정의 모습이 담겼다.화이트 셔츠를 착용한 사진에서는 자연스러운 미소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블랙 슈트 스타일링에서는 여유로운 포즈와 깊이 있는 눈빛으로 차분한 이미지를 표현했다.블랙 터틀넥 니트 착장에서는 한층 성숙한 분위기를, 다크 브라운 톤의 슬리브리스 의상을 활용한 컷에서는 깔끔하게 넘긴 헤어스타일과 함께 또렷한 이목구비를 강조하며 색다른 매력을 드러냈다.이번 프로필은 의상과 스타일링 변화에 따라 서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공민정의 폭넓은 이미지와 표현력을 담아냈다. 촬영 현장에서는 다양한 콘셉트를 자연스럽게 소화한 모습이 스태프들의 호응을 얻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공민정은 최근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8과 '스마일 클리닉', 유튜브 콘텐츠 '조선의 청요리사' 등에 출연하며 연기와 예능을 오가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지난 6월에는 영화 '메소드연기'로 황금촬영상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한편 공민정은 SBS 새 드라마 '풀카운트'에서 베테랑 야구기자 '정선애'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2026.07.02 10:41

1분 소요
13명 로펌 지평에 베팅한 공채 1세대 변호사…韓 IPO 법률 자문 시장 이끈다 [이코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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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상장 주관사뿐 아니라 법무법인의 역할도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파두 사태 이후 투자자 보호와 상장기업 책임성 강화 요구가 커지면서 상장 전 검증 체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IPO 법률자문 시장을 선도해온 법무법인 지평은 법률실사(LDD) 활성화와 상장 생태계 책임 강화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회계·재무 중심의 실사만으로는 지배구조와 소송, 규제 리스크 등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법무법인의 법률 자문과 실사 기능도 IPO 시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주관사 책임 강화 ▲코스닥 구조개혁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IPO 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는 IPO 법률자문의 역할 변화와 상장 생태계의 진화, 그리고 한국 IPO 시장이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2007년 뉴욕 맨해튼에 있는 글로벌 로펌 화이트 앤 케이스(White & Case)의 사무실. 한국에서 온 변호사의 눈과 귀는 함께 사무실을 사용하는 인도 출신의 변호사에게 쏠려 있었다. 동료의 높은 목소리와 과도한 액션은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을 알게 했다. 한국에서 온 변호사에게 자랑이라도 하는 듯했다. 한국인 변호사는 “대체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라고 질문했고, 동료 변호사는 “비자(VISA) 기업공개(IPO) 준비 중이다”라고 대답했다. 전 세계 사무소에서 150여명이 투입되어 그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용 투자설명서 작성을 위한 실사를 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SEC에 제출할 서류를 로펌이 진두지휘하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IPO 시장이 로펌의 중요한 먹거리가 될 수 있음을 느꼈다. 그는 “선진 자본시장에서 로펌이 어떻게 신뢰를 얻고 있는지 알게 됐다. 한국의 자본시장도 이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회상했다.그 순간이 그의 20년을 결정했다. 귀국 후 그는 국내 IPO 법률자문 시장을 개척했고, 20여년 동안 140여건의 IPO 법률자문을 했다. 한국의 IPO 법률 자문을 이야기할 때 그의 이름이 나오는 이유다. 그리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2025년 1월 1일, ‘법무법인 지평’의 공동 대표변호사에 올랐다. 주인공은 이행규 지평 대표변호사다. 이 대표는 “글로벌 로펌에서 눈으로 IPO의 법률자문 시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목격하면서 변호사로서의 항로를 결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웃었다.해외 연수 통해 IPO 시장 가능성 느껴그가 IPO 시장에 뛰어든 것은 운명이기도 하고, 운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왜 운명이라고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 대표의 고향은 경상남도 하동. 서울대 법대 합격 소식이 전해지자 마을이 술렁였다. 경찰서장까지 찾아왔고 플래카드가 걸렸다. 부모는 당연히 판사를 원했다. 하지만 그는 변호사를 골랐다. 이유는 자율성이었다. 이 대표는 “변호사가 가진 자율성을 기반으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전문성을 쌓고 싶었다”고 했다. 거기에 ‘국제 변호사’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판사나 검사보다 변호사가 더 맞는다고 결정했다. 1997년 사법연수원(28기) 수료 후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 시보를 했다. 그곳에서 그의 과 선배이자 그가 몸담고 있는 지평을 설립한 양영태, 임성택 변호사 등을 만났다. 이른바 386세대였다. 선배들은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로펌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야기했고 선배들의 뜻에 동참하고 싶었다. 2000년 4월, 양영태, 임성택 변호사 등 선배 10여 명은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대표로 영입해 세종을 나와 지평을 창립했다. 이행규 대표는 당시 군 법무관으로 복무 중이었다. 2002년 4월, 전역과 동시에 지평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변호사 50여 명 규모의 로펌 순위 2위였던 세종 대신 조그마한 로펌을 택했다. “당시 도박을 한 것이다”라며 웃지만 선배들을 믿은 것이다. 그는 현재 지평을 같이 이끌고 있는 김지홍 대표와 함께 지평에 첫 번째로 입사한 세대, 즉 ‘공채 1세대’ 변호사였다. 창립 후 지평은 순탄하지 않았다. 2006년, 강금실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지면서 지평 전체가 흔들렸다. 경쟁 로펌으로 간 선후배도 있었지만 그는 지평을 지켰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평은 소속 변호사들의 해외 연수에 적극 투자했다. 이 대표는 “지평이 설립 초기부터 해외 연수를 적극적으로 실시한 것은 인재 유치를 위해서였는데, 조그마한 로펌에서 그런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평은 소속 변호사들의 학비와 생활비 등 해외 연수 비용을 부담했다. 이 대표가 IPO 시장을 리딩하는 변호사가 된 것도 바로 해외 연수 덕분이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 로스쿨 법학석사(LLM)을 마친 뒤 White & Case 뉴욕 사무소의 인터내셔널 로이어스 프로그램(International Lawyers Program)에 합류할 수 있었다. 뉴욕 사무실은 오피스 비용 때문에 2인 1실이었다. 그 방에서 그가 비자 IPO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IPO 법률자문 시장을 만들다그가 한국에 돌아와서 IPO 업무에 집중하던 당시 한국 IPO 과정에서 법률실사와 법률의견서 제출은 의무 사항이 아니었다. 하지만 국내 로펌업계에 IPO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는 계기가 생겼다. 2010년대 초반 한국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중국 고섬 사태’다. 한국 코스피에 상장한 중국 기업 고섬이 상장 몇 개월 만에 계좌에 자금이 없다며 거래를 중단했다. 피해 규모만 1000억원을 넘었다. IPO 주관사였던 대우증권을 비롯해 금융감독원·거래소·회계법인 등이 소송 대상이 됐다. 이 대표는 대우증권과 함께 국내 IPO 절차에 법률실사 구조를 최초로 설계했다. 그는 “이후 이 구조가 다양한 증권사에 보급됐다”면서 “지금은 국내 주요 주관사들이 이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IPO 법률자문 시장에서 지평이 1위라는 기록을 오랫동안 쓸 수 있던 것은 이런 발빠른 대응력 덕분이다. 이 대표는 IPO 법률자문 시장에 뛰어든 이후 줄곧 ‘법률 실사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다. Q. IPO 과정에서 법률 실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도 국내 IPO에서 법률실사와 법률의견 첨부가 재량 사항이다. 의무화가 안 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White & Case 150명이 비자 IPO 하나에 투입됐는데, 한국에서는 그게 법적 의무조차 아닌 상황인 것이다. 20년 넘게 이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Q 법률 실사 의무화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현재 한국에서 법률 실사를 요구하는 경우는 외국 기업 상장이나 조각 투자 등의 경우뿐이다. 법률 실사는 기업의 내부 통제와 공시 투명성을 강화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국내 IPO에도 법률 전문가의 개입이 제도화돼야 한다.”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은 그가 한국의 주요 IPO 140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지평과 그의 이름을 알린 주요 딜로는 2005년 하이트의 진로 인수 합병 이후 한국거래소 재상장이 있다. 하이트·진로 딜은 국내외를 통틀어 아시아 최대 규모 인수합병(M&A) 중 하나였다.코로나 팬데믹 기간 SK바이오팜 상장도 이 대표의 작품이다. 심사부터 로드쇼까지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2025년에는 쿠쿠인터내셔널의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 메인마켓 상장을 자문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 자문이다. 싱가포르 법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국내 증시에 1차 상장한 건도 지평이 자문했고, 2010년 미국 기업 뉴프라이드 코퍼레이션의 코스닥 상장은 외국 기업 국내 상장 승인 1호였다. 그가 지평에서 오랫동안 진두지휘한 IPO팀이 성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Q 지평 IPO팀의 구조가 독특하다고 하는데. “지난해 자문한 IPO 13건 중 11건에서 발행사와 주관사를 동시에 대리했다. 통상 이해충돌 우려로 양측 대리를 회피하는 구조지만, 국내 IPO 시장에서는 지평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Q 지난해부터 지평에는 경쟁 로펌에 없는 조직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상장유지지원센터’를 출범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전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출신 채남기 고문을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 따라 좀비기업 퇴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상장 이후 유지 단계 자문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2024년 말 특허법인 지평이 출범했고, 지난해에는 ‘지평기술센터’도 설립했다. 지평기술센터는 법무법인과 특허법인의 경계를 허문 조직이다. 폐쇄형 법률 AI 툴도 자체 개발 중이다. 이 센터에서는 ▲문서 번역 ▲판례 검색 ▲법률 보조 기능 등을 한다.” ‘종합 자문 역량’ 갖춘 변호사만 살아남을 것인공지능(AI) 시대는 한국의 로펌에 위기이다. 변호사의 역할을 AI가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이고, 신입 변호사 채용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 대표도 이를 알고 있고 AI 시대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평기술센터가 그 중 하나인 셈이다. 이 대표는 “로펌도 AI 시대에 적극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이미 지평은 폐쇄형 법률 AI 툴을 개발해 법률 문 번역이나 판례 검색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연차가 낮은 변호사가 했던 뉴스 클리핑 업무도 챗봇으로 대체했다. 다만 그가 꼭 지키고 있는 게 있다. AI의 결과물을 변호사가 직접 검증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AI가 내놓은 결과는 변호사가 반드시 검증하는 체계를 만들었다”면서 “로펌은 이제 단순 업무 효율화를 넘어 AI 기반 지식 관리와 데이터 축적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AI가 리서치나 계약서 검토 등의 반복적인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면서 법조인에게는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비즈니스 감각을 갖춘 ‘종합 자문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평이 경쟁 로펌이 가지지 못한 또 다른 경쟁력은 광범위한 해외 거점을 구축한 것이다. 2007년 상해와 베트남 호찌민을 시작으로 현재 8개국 9개 사무소를 운영한다. 중국·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인도네시아·미얀마·헝가리·러시아가 거점이다.2024년 10월에는 한국 로펌 중 처음으로 지평이 중동부유럽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사무소를 열었다. 이 대표는 이게 가능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19년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 때 한국인 유가족 소송을 현지 로펌 오펜하임(Oppenheim)과 함께 대리했다. 그 인연으로 MOU를 맺고 사무소를 개소했다. 폴란드·체코 등 중동부유럽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 지원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이 대표는 지평이 글로벌 진출을 하는 이유에 대해 "법률산업이 국내 산업 중 글로벌화 수준이 낮은 편이다. 세계에서 가장 글로벌화된 한국 기업들이 해외 비즈니스를 할 때 최선의 법률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이 해외 진출을 할 때 외국계 로펌이 아닌 한국 로펌의 법률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게 국내 기업은 물론 국익 차원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평 창립 이후 첫 공채 변호사 출신 대표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대표에 오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2016년부터 4년간 경영위원회 금융 파트장을 맡았다. 이후 IPO 부문으로 복귀했고, 약 2021년부터 4년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역임했다. 법률 업무와 경영을 모두 거친 셈이다.현재는 공정거래·소송 분야 전문인 김지홍 대표변호사와 함께 공동 대표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형 로펌 대부분이 1인 업무집행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것과 다르다. 업계 7위를 기록하고 있는 지평에는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가 450여 명, 직원 250여 명 등 7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지평의 매출은 1500억원 정도다. 올해 지평 설립 25주년을 맞은 이 대표는 공채 1기 변호사로서 지평의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지평은 ‘당신이 주인이다’라는 것이다. Q. 지평이 다른 대형 로펌과 다른 조직 문화가 무엇인가. “지평은 어소시에이트(Associate)를 ‘예비구성원’이라고 부른다. 설립 때부터 그랬다. 예비 동업자로 키운다는 철학이다. 나와 김 대표가 젊은 파트너들한테 ‘형’이라고 불리는 게 어색하지 않은데, 그게 지평의 조직문화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이 주인이다’라는 인식을 후배들에게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지평이 자랑하는 복지 혜택은 무엇인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그랩앤고’(Grab & Go)를 소개하고 싶다. 아침 식사를 1000원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주먹밥, 샌드위치 등이 나오는데 하루에 150명 정도가 이용한다. 아침 식사를 픽업하는 장소가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서로 인사를 하게 되고, 얼굴을 알게 되니까 상호 신뢰가 높아지고 업무 효율이 좋아진다.”Q 지평의 이직률이 경쟁 로펌보다 낮다고 하던데. “파트너 보상에서 차별점이 있기 때문이다. 재무적인 성과 이외에 도전과 협력, 그룹 KPI 평가 등 비재무적 성과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적이 좋은 젊은 파트너는 규모가 큰 로펌보다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짰다.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배경이다. IMF 이후 조직에 헌신해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학습 효과가 있다. 역으로 조직 내에서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면 조직이 안정화되고 상호 협력에서 시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그런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지평은 ‘Legal & Beyond’라는 구호를 쓰고 있다. 법률 서비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대표가 “우리의 목표는 경쟁 로펌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되고 미래지향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로펌을 지향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업계 7위 지평이 공채 1세대 변호사와 함께 어떤 문화와 성과를 만들어갈지 궁금해진다.

2026.06.22 06:00

9분 소요
방민규 UST 대표 “삼성 반도체 협력사가 화장품을 만든 이유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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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품에 조금이라도 하자가 있으면 고객사는 더 큰 타격을 받습니다. 품질에 타협은 없습니다.”경기도 화성시 UST(Universal Solution Technology) 본사에서 만난 방민규 대표는 와의 인터뷰 내내 ‘품질’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UST는 삼성전자 반도체 ETCH 장비에 들어가는 EMI 가스켓(EMI Spiral Shield Gasket)과 TIM(Thermal Interface Material)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다. 반도체 장비를 고객사 환경에 맞게 개조·개선하고, 전자파 차단용 EMI 가스켓을 국산화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왔다.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반도체 산업은 미세한 오차조차 허용하지 않는 초정밀 산업으로 꼽힌다. 작은 결함 하나가 생산 라인 전체의 수율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협력사의 품질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0년 넘게 반도체 업계에 몸담아온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에게 품질은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없는 가치였다.그런데 UST가 최근 성분주의 스킨케어 브랜드 ‘트루스오브뷰티’(Truth Of Beauty)를 론칭해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와 뷰티는 얼핏 접점을 찾기 어려운 산업이다. 방 대표는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두 산업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베트남 직원들의 곪아 터진 얼굴“10~20대 베트남 법인 직원들의 얼굴에 여드름 진물이 올라온 걸 봤어요. 아직 어린 친구들인데 그대로 두면 훗날 자신감을 잃을 것 같았습니다.”트루스오브뷰티의 시작점을 묻자 방 대표의 눈매에 안타까운 기색이 스쳤다. 2022년 베트남 다낭 현지 법인을 둘러보던 그는 젊은 직원들의 피부 상태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고 했다. 다낭 특유의 습한 기후와 환경 탓에 얼굴과 목 주변에 여드름성 피부 트러블을 겪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한창 빛나야 할 시기인데 피부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여드름이 흉터로 남으면 평생 자신감에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친구들에게도 한국 여성들처럼 깨끗하고 건강한 피부를 갖게 해주고 싶었습니다.”방 대표는 이미 출시된 한국산 화장품을 단순 유통하는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트러블이 생긴 피부를 근본부터 건강하게 가꿀 수 있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해야 더 많은 젊은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그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성분주의 스킨케어 브랜드 토트루스오브뷰티다. 브랜드명은 ‘뷰티의 진실은 성분에 있다’는 철학을 담아 지었다. 방 대표는 화장품 역시 반도체처럼 정교한 ‘배합의 산업’으로 보고 있다. 화장품도 성분의 함량과 비율에 따라 효능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좋은 원료를 아끼지 않고 최적의 비율로 배합하면 소비자 역시 제품력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트루스오브뷰티는 ▲시카 ▲뮤신 등 고가의 고기능성 성분을 제품에 듬뿍 담는다.문제는 가격이다. 원재료 가격이 올라가면 제품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트루스오브뷰티 제품의 평균 가격은 1만원에서 3만원 미만에 형성돼 있다. 그는 “언제나 좋은 성분이 기준입니다. 피부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성분 단가가 높아지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선택합니다”고 말했다. 삼성의 파란피가 흐른다확고한 품질 철학은 삼성전자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방 대표는 199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약 13년간 반도체 ETCH 설비 유지보수 현장에서 생산 기술을 익히며 삼성식 제조 문화를 몸에 익혔다. “아침에 출근하면 직원들이 다 함께 삼성 체조를 하고 삼성 뉴스를 시청했어요. 이건희 전 회장님도 오셔서 함께 체조도 하고, 직원들에게 ‘지금이 진짜 위기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초일류 기업은 위기의식에서 나온다는 삼성의 문화와 경영 철학을 항상 마음에 새겼던 시기였죠.”2007년 퇴사 후인 이듬해 UST를 창업했다. 이후 2012년 IMK를 통해 삼성에 납품을 시작했고, 2014년 삼성 정식 등록 업체가 되면서 반도체 부품 공급과 장비 개조·개선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왔다.UST의 주력 제품인 EMI 가스켓은 반도체 장비 내부의 전자파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외부 전자파가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양방향으로 차단해 장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 핵심 부품이다. 이 밖에도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사 설비를 고객사 환경에 맞게 개조·개선하는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작은 결함 하나가 생산성과 수율을 좌우하는 초정밀 산업이다. 방 대표는 지금도 품질 관리에 직접 관여한다. 국내 EMI 가스켓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은 UST의 경쟁 상대는 이제 일부 해외 글로벌 기업에 불과하다.“우리 부품에 결함이 있으면 자칫 삼성에 더 큰 문제와 손실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단 하나의 결함도 허용할 수 없기에 전수검사도 직접 제가 합니다. 삼성은 제게 고향이자 친정입니다.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품질 경쟁력의 원천은 기술력이다. UST는 매출의 15% 이상을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R&D에 10% 이상 투자하듯 기술 격차를 2~3년 앞서가야 차세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UST가 추구하는 경영 철학 ‘자리이타’(自利利他)는 2008년 창업 초기부터 함께한 직원들이 지금까지 회사를 지키고 있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남을 이롭게 함으로써 자신도 이롭게 된다는 뜻입니다. 직원이 행복해야 좋은 제품이 나오고, 그 성과가 다시 구성원에게 돌아가는 선순환이 기업 경쟁력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자리이타의 마음으로 두 산업을 키워나가겠습니다.”

2026.06.22 06:00

4분 소요
“정답 없는 문제를 푸는 법”…페이히어 대표가 꼽은 책[CEO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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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항상 전시 상황에 가깝습니다.”최근 중요한 경영 판단을 앞둔 박준기 페이히어 대표는 다시 한 권의 책을 꺼내 들었다. 벤 호로위츠의 ‘하드씽’이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이 책은 정답 없는 문제와 불확실성 속에서 리더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다룬다.박 대표는 “최근 회사 운영과 관련해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며 “교과서적인 답이 없는 문제였는데 그럴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 바로 ‘하드씽’이었다”고 말했다.답 없는 문제와 마주하는 법저자인 벤 호로위츠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창업가이자 투자자로 꼽힌다. 그는 이 책에서 창업과 파산 위기·기업 매각과 재기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직원 해고·투자 유치·조직 갈등·매각 결정 등 경영자가 피할 수 없는 난제들을 다루며 ‘정답 없는 문제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박 대표가 이 책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경영서가 성공 사례와 해법을 제시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하드씽’은 스타트업 경영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그는 “스타트업을 하면서 마주치는 어려움이 정말 많은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위로하거나 좋게 포장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런 상황 자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인데, 책은 그런 현실을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고 덧붙였다.스타트업의 숙명…‘불확실성’이 책은 박 대표가 스타트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정적인 환경을 추구하지만 창업가에게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설명이다.박 대표는 “스타트업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게 일상”이라며 “책을 통해 그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고, 오히려 그 안에서 위로와 공감을 느꼈다”고 말했다.특히 그는 전문경영인이 쓴 책과 창업가가 쓴 책의 차이를 강조했다. 전문경영인이 완성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면, 창업가는 답이 없는 상황에서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그는 “창업가의 책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며 “그래서 고민만 하기보다 일단 실행하고 부딪히는 방식으로 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꽁무니를 빼지 마라”박 대표가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꽁무니를 빼지 마라(Don’t punk out and don’t quit)”다. 스타트업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기보다 받아들이고, 정답을 찾기보다 직접 답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다.박 대표는 “CEO를 하다 보면 어려운 결정 앞에서 뒤로 물러서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며 “하지만 도망간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직접 부딪히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데, 이 문장이 그 사실을 가장 짧고 명확하게 표현해 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26.06.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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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햄리 “트럼프, 동맹을 하청업체 취급...韓, 외교 역량 더 키워야”

CEO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명예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과 다른 것을 원하는 나라들을 상대해본 적이 없다”며 “잘 짜인 계획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훌륭한 협상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동맹국을 하청업체처럼 여기는 것 같다”고도 했다. 한국에 대해선 글로벌 외교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햄리 명예회장은 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반기문 보다나은미래를위한 반기문재단 이사장(전 유엔(UN) 사무총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가로서의 자질과 한계 ▲북한의 비핵화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미국의 유엔(UN) 이탈 문제 등을 주요 의제로 특별대담을 진행했다.트럼프, 세계를 사업가 관점으로 봐…전작권 전환에는 준비됐느냐가 중요반 :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하다. 개입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햄리 :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좋은 대응 방식이 반응하지 않고 시진핑의 마음속에 불확실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훌륭한 협상가라고 생각하는데, 그는 항상 자신과 같은 것을 원하는 사람들하고만 협상해왔다. 더 좋은 호텔을 원했고, 더 나은 거래를 얻으려 했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것을 원하는 나라들을 상대해본 적이 없다. 반 :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합의 서명을 발표한 뒤 갑자기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햄리 : 내 가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려 했던 것 같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 외교를 무시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동맹국들을 하청업체처럼 여기는 것 같다. 사업을 할 때 하청업체들을 매우 무례하게 대했다. 그는 세계를 사업가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하지만 이런 접근 방식이 실패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미국 이후의 G7’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이 될 수도있다.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반 :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한국 정부,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충분히 협의할지 아니면 자기 방식대로 할지 걱정이다.햄리 :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 짜인 계획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란 문제도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임했고 결국 얻은 것이 거의 없다. 이번 합의는 전쟁 직전으로 돌아가서 핵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왜 김정은 사진을 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 이란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새로운 걱정거리를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다. 반 : (북한의) 비핵화는 이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됐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당연한 권리로 여기고 있어 안타깝다.햄리 : 북한은 절대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다. 반 : 한국 정부는 2027년까지 전작권을 한국군 장성에게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조건이 충족될 때 이양하자는 입장이다.햄리 : 미국이 한국군의 지휘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전작권 이양은 한국 입장에서 매우 적절한 일이지만, 그에 걸맞은 투자가 필요하다.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였다. 당시 에드 풀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노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 한국군이 이 책임을 맡을 준비를 하기 위해 국방부 예산을 얼마나 늘릴 계획인지 물었다. 노 대통령은 그 부분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방비를 대폭 늘리고 있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한국 군 관계자들과 얘기해보면 아직 통합 작전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효과적인 전작권 행사를 위해서는 정보(J2)·작전(J3)·전략기획(J5)이 통합돼야 하는데 한국군은 아직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 반 : 미국이 반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햄리 : 조건이 갖춰졌느냐가 문제다. 한국이 2027년까지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위적인 시한을 설정하기보다는 실제 준비 상태를 함께 평가하는 과정에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북한이 매우 도발적이고 영구적인 긴장 상태를 원하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를 약화시키면 안 된다. 전작권 이양은 찬성한다. 다만 한국이 준비가 됐을 때, 그리고 그것은 동맹으로서 함께 결정해야 할 문제다. 미국의 UN탈퇴, 트럼프의 일방주의 반발 거세져반 : CSIS나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기구 탈퇴 문제를 공론화할 방법이 없나. 현재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 도덕적 책임감을 느낀다. 햄리 : CSIS에서 초청하고 싶다. 워싱턴에 오셔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이야기 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대한 반발도 생겨나고 있다. 유엔이 운영을 개혁해야 한다는 미국 내 목소리도 있다. 반 : 사무총장 시절 UN 개혁을 추진했다. 항상 “오늘 UN이 해산되면 내일 또 다른 UN을 만들 것”이라고 대답해왔다. 어떤 조직도 완벽하지 않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국내 문제보다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모두가 미국을 바라보고 있는데 미국이 등을 돌리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햄리 : 한국이 글로벌 외교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 헌데 한국 외교부의 규모는 너무 작은 편이다. 네덜란드 인구와 경제 규모가 한국의 30% 수준인데도 외교부는 두 배나 크다. 또 한국 외교부는 오랫동안 미국·중국·러시아·일본과 유엔만 상대해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글로벌 국가다. 글로벌 강국이 되려면 외교부를 강화해야 한다.

2026.06.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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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시대의 귀환’…韓, ‘자강’으로 신세계 설계하라

국제 경제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이 생존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외부 도움에 의존하지 않는 ‘자강(自强)’과 역량에 기반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곽재선 KG·이데일리 회장은 1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힘의 시대, 문명의 재편 : 누가 신세계를 설계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개회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곽재선 회장은 현재의 국제 정세를 어릴 적 골목대장의 세계에 비유하며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가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최근 국제 정세를 지켜보고 기업 경영에 직접 영향을 받으면서 어릴 적 골목대장을 떠올렸다”며 “조그만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힘이 세계의 질서였듯, 세상이 바뀌고 시간이 흘렀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힘의 논리”라고 진단했다.곽 회장은 힘이 지배하는 시대가 결코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힘의 시대가 곧 위기는 아니다”라며 “힘을 내세운 세계질서를 지극히 당연하고 정상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세계 지도자가 바뀐다고 해서 평등한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더 날을 세운 리더가 나타날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곽재선 회장은 “우리는 당면한 시간을 힘의 시대보다 ‘자강의 시대’라고 부르고 싶다”며 “외부 도움을 바라지 않고 스스로 강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라고 덧붙였다.정부 역시 이 같은 국제 질서의 거대한 변화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익 극대화를 위한 총력 대응을 다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포럼에 보낸 축사를 통해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펼쳐 글로벌 복합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축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으로 인해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대독했다.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거대한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며 “지정학적 위기, 공급망 재편과 함께 기술 패권 경쟁이 동시에 몰려오는 복합위기 가운데 인공지능(AI) 혁명은 경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새롭게 재편되는 국제질서에 대한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대국의 취약성 확대…“중견국 시대 온다”포럼의 주요 연사로 나선 외교·안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존 햄리(John Hamre)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전 회장 역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에 한국이 역량에 기반한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존 햄리 전 회장은 ‘제2차 대분기: 패권의 격돌과 글로벌 질서의 재편’을 주제로 강연하며 곽재선 회장이 언급한 ‘자강’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햄리 전 회장은 현재의 세계 질서를 다극체제로 진단하며, 구약성경 다니엘서에 등장하는 거대한 조각상의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머리는 금, 몸과 팔은 동, 다리는 철로 되어 있지만 가장 중요한 발이 토기(점토)로 되어 있어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현재 지구상의 모든 강대국이 이처럼 ‘점토로 된 발’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약화하고 중국은 부동산 버블 붕괴와 내수 약화, 인구 감소라는 인구구조적 한계, 부패 가능성에 발목을 잡혔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강력한 국가이지만 내부적으로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대통령이 존재하며 국가적 신념이 상실됐다고 평가했다. 또 유럽연합(EU)은 관료주의적 규제로 혁신을 하기에 취약하고 인도는 오염과 부패에 발목이 잡혀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저출생·주거문제…한국에 남겨진 과제햄리 전 회장은 “이처럼 모든 강대국이 취약한 상태지만, 이들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기 위한 의지나 에너지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며 앞으로의 시대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중견·중진국들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들 중견국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니즈와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질서나 관료주의에 발목이 묶여 있지 않아 새로운 협력 관계를 창출할 수 있는 주체라는 분석이다.그는 “한국이 이러한 새로운 질서에서 수혜를 보기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면서도 해결해야 할 치명적인 과제도 존재한다고 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모든 사람이 서울에 살기를 원하면서 발생하는 높은 주거 비용 문제 역시 인구학적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인프라 구축도 시급한 과제다. 햄리 전 회장은 “한국은 전 세계 9~10위권의 경제 대국임에도 대외적으로 그만큼의 위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외교부의 규모를 보면 네덜란드보다 2.5배 큰 경제 규모를 가졌음에도 외교 인프라의 크기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인접국 및 전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외교적·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해야만, 새롭게 재편되는 문명의 시대에 신세계를 설계하는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26.06.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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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코스포 의장 “AI 생태계 조성, 대기업-中企 원하청 구조 혁신부터”

CEO

‘글로벌 빅테크’ 엔비디아·AMD·애플 등을 거친 실무형 인재가 인공지능(AI) 생태계 혁신을 꿈꾸며 국내 스타트업 단체의 수장을 맡았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수수하고 정돈된 겉모습과 달리 ‘도전’을 선호하는 저돌형으로 성공적인 창업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기존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타파하는 혁신을 통한 ‘디지털 기술의 민주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AI 생태계, ‘원하청 구조’ 벗어나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10주년 해에 중책을 맡은 김 의장은 AI 업계의 ‘브레인’으로 통한다. 그가 창업한 엘리스그룹은 지난 6월 8일 네이버클라우드·삼성SDS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정부가 우선 지원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으로 선정됐다. 정부가 확보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B300 모델 2560장을 엘리스그룹이 확보·구축하게 됐다. 엘리스그룹이 민간·공공의 AI 혁신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지원받는 기업으로 선정됐듯, 김 의장도 스타트업계의 AI 생태계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로 낙점받았다. 그는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초거대 AI 인프라 사업)는 오픈AI·오라클 등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것로 보여지는데 거기에는 10년도 안 된 창업 기업들이 다 포함됐다. 미국도 풀스택이라고 했을 때 영역별로 소·중·대기업이 다 참여하고 있다”며 “한국만 유독 대기업에 맡기고 대기업이 알아서 선택하는 구조다. 하청 구조에서 벗어나는 게 목표다. 풀스택 프로젝트가 하청이 되는 순간 문제가 많기 때문에 각각의 영역에서 잘하는 기업을 선발해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AI 생태계 혁신은 이런 원하청 구조와 개념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믿고 있다. 김 의장은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도와줘야 한다는 관점보다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솔루션이 합쳐져야 한다. 스타트업들의 기술력이 실제 대기업보다 더 좋은 상황인데 구조적으로 그걸 잘 알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자본·안정성과 스타트업 기술력의 결합이 진정한 협업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스타트업이 특정 산업에서 버티컬한 솔루션을 만들 수 있고, 대기업은 자본이 풍부해 이를 끌고 나갈 수 있는 역량이 있다. 기술력의 깊이가 대기업이 보유한 안정성과 결합했을 때 고객 입장에서도 신뢰가 생길 것”이라며 협업의 방향성을 밝혔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원활한 협업을 위해 세밀한 협의체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5월 국방 분야의 AI·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협의체인 ‘방위산업협의회’를 공식 출범했다. 정부의 방산 4대 강국 전략 과정에서 민·관을 연결하는 공식 창구의 필요성이 커지면서다. 김 의장은 “협의체들이 ‘버티컬 AI’라고 볼 수 있고 스타트업이 강점을 낼 수 있는 부분이다. 방산 분야의 협의체는 이미 국방부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기후테크 협의체도 여러 가지 재생 에너지의 버티컬한 솔루션을 만드는 기업들이 뭉쳤다. 이런 협의체들이 출범해 대기업과 협업하는 게 목표”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좋은 솔루션을 발굴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 기업을 더 많이 발굴할 수 있게끔 논의를 많이 하고 평가 구성도 다양화해야 한다”며 “‘AI 기술 쿼터제’로 여러 기업을 포함시킨 후 실증 기관을 만드는 단계를 거친다면 더 안정적으로 사업들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고 제안했다. 가령 처음에는 10개의 혁신 대표자를 포함시키고, 각 단계별로 조건을 마련해 통과시키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새로운 평가 방식이다. 무산된 ‘AI 교과서’, 새로운 전환점 계기 AI 시대를 맞아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 기회가 과거보다 확대되는 추세다. 김 의장은 “국가별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많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 보통 자신들의 기준에 맞추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들 사이에 낀 3국”이라며 “한국의 제3지대 솔루션은 특히 중동에서 많이들 찾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선구적인 기술 트렌드를 주목했다. 그는 “한국은 선구자적인 기업들이 많고 빠르게 앞선 솔루션들을 개발한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국가 맞춤형으로 좀 더 빠르게 혁신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국가에서 먼저 실증 사업을 따낸 뒤 역수출한 스타트업 사례도 있다. 자율주행 선박회사 씨드로닉스는 싱가포르 해군에서 인정받은 뒤 한국 국방부의 벽을 뚫었다. 그는 “씨드로닉스의 경우 처음에는 국방부에 들어갈 수 없었는데 싱가포르 해군의 실증 사례를 통해 오히려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한국에 납품하고 있다”며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타 국가에서 요구하는 솔루션을 맞춤형을 빨리 만들어줘 성공한 사례”라고 평했다. 김 의장이 이끌고 있는 엘리스그룹도 싱가포르 정부 사업을 수주했다. 엘리스그룹은 싱가포르 교육부와 AI 교과서 구축 사업을 함께하며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AI 교과서’가 정쟁 이슈로 한순간에 폐지됐다. 그는 “정부의 요구대로 GPU 구매부터 플랫폼 개발과 모델 개발까지 ‘AI 교과서’를 거의 다 완성했는데 계엄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단숨에 폐지돼 정말 충격이 컸다”며 “그러면서 AI 풀스택 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교육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할의 클라우드 사업을 확대하면서 점점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리스그룹은 지난해 매출 395억원을 올렸다. 사업 비중이 2024년 교육 90%, 클라우드 10%에서 2025년에 클라우드가 40%까지 확대됐다. 현재 5000여곳 이상의 스타트업·대학·연구기관에 AI 특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는 “AI라는 도구가 핵심인데 좀 더 넓게 보면 디지털 기술이다. AI로 인한 정보의 격차가 기존 10배에서 1만배 이상의 양극화가 생길 수 있는 흐름”이라며 “기술 혁신을 통해 AI 도구를 모두가 나눌 수 있는 그런 디지털 기술의 보편화와 민주화가 목표”라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엘리스그룹이 인프라라는 기술력으로 씨앗을 뿌리고 기반을 만들면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그 위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AI 생태계 조성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2026.06.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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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사로잡은 인도계 CEO들-‘주가드’에 답 있었다 [CEO 110인 긴급진단]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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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유튜버들 사이에서 인도는 이른바 ‘조회수 보장 성지'다. 화면 속 유튜버는 어김없이 고생한다. 오염된 물 한 모금에 시작되는 설사와 식중독, 길거리에서 날아드는 노골적인 인종차별과 성희롱, 예고 없이 끊기는 전기와 에어컨 없는 침대칸 야간열차. 이 고생담이 편집본에 담기는 순간 조회수는 폭발한다. 시청자들은 영상을 보며 "나는 절대 안 간다"를 다짐하고, 유튜버는 다음 인도 여행을 예약한다.비즈니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도를 다녀온 한국인들의 반응은 더 직설적이다. 귀국편 비행기에 몸을 싣는 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뭄바이든 델리든 방갈로르든, '대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물 조심, 음식 조심, 사람 조심의 3계명은 기본이다. 길에서는 쓰레기와 오물이 뒤섞인 악취가 코를 찌르고, 왕복 6차선 도로가 오토릭샤와 소떼와 보행자로 뒤엉키는 광경이 펼쳐진다. 14억명 인구를 보유한 국가의 미비한 하수도 시설에 대한 의문은 귀국길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그런데 수치상으로 인도는 강대국이다. 2024년 기준 인구수 14억4000만명(2023년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등극), 국내총생산(GDP)은 2024년 기준 3조9000억달러로 미국·중국·독일 등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인당 GDP는 2500달러 수준으로 여전히 중하위권이다. 세계 강대국 인도의 이면은 이와 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가난과 부족한 사회 인프라라는 민낯이 숨어 있다. 그런데 바로 그 나라 출신들이 지금 실리콘밸리를 지배하고 있다. 결핍 환경이 조성한 실용적 유연성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IBM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어도비의 샨타누 나라옌, 세계은행 총재 아자이 방가 등 글로벌 대형 기업의 수장 명단에 인도 출신 인사가 줄줄이 이름을 올리는 현상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미국 전체 인구 대비 1.4%에 불과한 인도계가 최고 경영 자리를 이렇게까지 차지하는 이유를 인도의 교육 열풍과 언어 능력 그리고 인도공과대(IIT) 출신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먼저 거론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이들이 왜 유독 위기 국면에서 그토록 강한가를 설명하지 못한다. 나델라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2014년의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클라우드 전환에 뒤처져 있던 성장 정체기에 직면해 있었다. IBM 역시 크리슈나가 CEO에 부임한 2020년에 매출 감소가 8년째 계속되고 있었다. 이 두 회사의 반전 서사에는 스펙 이면에 자리 잡은 강한 생존 본능, 힌디어로 ‘주가드’(Jugaad)가 있다.주가드는 ‘제한된 자원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즉흥적이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뜻한다. 경영학자 나비 라주와 자이딥 프라부가 ‘주가드 이노베이션’(2012년)에서 이 개념을 체계화했다. 서구식 R&D가 막대한 자본과 구조화된 연구실을 떠올리게 하지만, 주가드는 처음부터 결핍 상태를 조건으로 설정한다. ‘싸게 실패하고·빨리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는 설명은 현대 소프트웨어 산업의 애자일(Agile) 방법론과 일치한다.과거 기자와 인터뷰했던 인도 스타트업 전문가 라슈미 반살은 “주가드는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체화된 방식”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쏠리드 그룹 최초의 외국인 최고경영자라는 기록을 남긴 인도 출신의 므린모이 차크라보티 쏠리드 인스파이어 대표 역시 “AI 기술 하나로 BCG·맥킨지 등의 글로벌 컨설팅기업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한 것도 주가드 정신 때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22년 근속과 내부 구조 혁신 전략인도 출신 CEO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긴 내부 경력이다. 나델라는 1992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해 클라우드·엔터프라이즈 부문을 거쳐 22년 만에 CEO 자리에 올랐다. 피차이는 2004년 구글에 합류해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키워낸 뒤 11년 만인 2015년 최고경영자가 됐다. 외부에서 영입한 파괴적 창업자형 인물이 아니라, 내부의 이해관계와 구조를 속속들이 파악한 관리자들이다.이들이 이사회에 매력적으로 보이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수만 명 규모의 다국적 인력을 거느린 빅테크 기업은 조직 내 파벌 갈등을 중재하고 외부 규제 기관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리더를 필요로 한다. 나델라 취임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폐쇄적인 윈도우 중심 구조에서 개방형 클라우드 파트너십(Azure)으로 전환한 과정은 한정된 내부 자원과 한계 상황을 타개한 전형적 주가드식 경영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시가총액은 3000억달러에서 3조달러 이상으로 10배 뛰었다.인구통계학적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인도 헌법이 인정하는 지역 공식 언어만 22개다. 힌두교·이슬람교·시크교·불교가 공존하고, 카스트 제도의 잔재가 섞인 다문화 사회에서 성장한 인도인들은 이질적인 집단 간 합의를 도출하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거쳤다. 이들의 포용적 소통 방식은 개인적 성향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환경이 빚어낸 산물이다.IIT 중심의 수리·공학 엘리트 교육과 스탠퍼드·와튼 스쿨 MBA의 결합도 결정적이다.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주주 자본주의의 재무적 언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은 이사회 신임을 얻는 가장 확실한 경로다.글로벌 기업 내 인도 출신 CEO의 부상은 우연도, 일시적 유행도 아니다. 결핍을 기회로 바꾸고 한계 상황에서 최적의 해답을 뽑아내는 주가드의 필연적 승리다. 한국 기업인이 배워야 할 리더십일 것이다.

2026.05.25 10:00

4분 소요
해외 진출 14개 안방 기업 성공 방정식은 [CEO 110인 긴급진단]⑥

정책이슈

우리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족한 자본과 인프라, 경험의 부재, 불확실성 등 여러 한계를 마주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건 성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안정된 국내 시장에 안주하기보다 실패를 감수하고 해외 다른 나라에서 사업에 도전하면서 시장을 개척하는 게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 도전에 힘입어 수출액도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50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하지만 반도체 의존도 심화는 우리 경제의 쏠림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 4월 수출액 가운데 반도체 비중이 36.3%를 차지했다. 1년 전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9% 수준이었다. 반도체 수출액은 183억 달러로 1년 만에 18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은 끊임없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의 ‘2025 내수기업 수출기업화 성공사례집’을 통해 해외 진출에 성공한 14개 기업을 들여다보고 이들의 성공 방정식을 분석했다.코트라가 소개한 기업은 ▲아이피테크 ▲세진기전 ▲비케이에너지 ▲캠프티 ▲삼오씨엔에스 ▲이음인터네셔널 ▲리얼화이트 ▲이지템 ▲아미스트리 ▲지베누어 ▲소노온코리아 ▲마린테크노 ▲세림바이오테크 ▲보라메디코스. 총 14곳이다. 주로 국내 사업에 집중했던 산업재‧서비스‧소비재 기업이었다. KOTRA, 맞춤형 멘토링으로 무역 장벽 허물어이들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트라의 ‘수출기업화 사업’ 지원이 자리한다. 해당 사업은 수출 경험이 없는 내수기업이 수출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거나 수출을 막 시작한 초보기업이 더 많은 수출을 하려고 할 때 돕는 코트라의 대표 사업 중 하나다. 코트라은 바이어 찾는 방법이나 계약 조건 협상 방법 등 무역실무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수출전문위원을 매칭해주기도 한다. 전문가가 직접 기업 맞춤형 무역실무를 안내하는 등 1년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수출 멘토링도 지원한다. 법률‧금융‧관세‧물류‧지재권 보호 등 수출 유관기관에서 제공하는 수출 관련 전문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이런 서비스를 토대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한걸음 내딛기에 성공했다. 그렇다고 수출이 손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규제 및 인증 장벽의 선제적 극복 ▲실무 지식 습득을 통한 수출 역량 강화 ▲현지 시장 맞춤형 전략 수립 등 기업 스스로 수출을 위한 체질 개선에 돌입하고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는 과정이 필요했다.아이피테크는 조선과 해양, 육상 플랜트 현장에서 사용되는 스틸그레이팅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회사다. 스틸그레이팅은 강철을 활용한 배수 덮개‧통로용 구조물을 말한다. 주로 산업 현장, 공공장소, 상업 건물 등에서 널리 사용된다. 배 위의 발판, 해양 플랜트의 작업통로, 석유화학 단지와 발전소의 워크웨이 등이 있다. 눈이나 비가 와도 그대로 쌓이지 않고 물이 빠져나가도록 설계한 격자형 구조물이 아이피테크의 주력 제품이다.생소한 무역 실무와 글로벌 규제, ‘현장 밀착형 대응’으로 돌파2012년 경남 함양에서 문을 연 아이피테크는 10년이 넘는 동안 국내 시장에서 검증을 거쳤다. 국내 대기업 계열 조선소에 관련 제품을 납품하고 여수 화학단지와 울산 등 대형 육상 플랜트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그럼에도 수출을 모색한 것은 국내 시장이 정체돼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과 플랜트 산업은 경기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국내 매출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었다. 김판수 아이피테크 대표이사는 수출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2024년 기회가 찾아왔다. 미국의 한 글로벌 정유·에너지 기업이 한국 업체를 찾는다는 소식에 견적과 기술 검토 논의를 거쳐 계약 단계까지 넘어갔다.문제는 영문으로 된 구매약관과 계약 조건이었다.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문서와 생소한 무역 조건에 익숙하지 않았다. ‘인코텀즈’(Incoterms)라는 단어가 반복되는데 내수 중심 기업이었던 아이피테크에게는 생소한 말이었다. 인코텀즈는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ICC)가 제정한 국제 무역 거래 조건이다. 무역 거래 시 수출자와 수입자 사이의 비용, 위험, 책임의 한계를 규정한다. 운송 비용을 누가 어디까지 책임지는지,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어떻게 부담하는지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EXW(공장 인도)라고 계약하면 수출자가 자신의 공장이나 창고에서 물품을 넘기면 모든 의무가 끝난다. 이후부터는 수입자가 운송과 위험을 모두 부담한다. 만약 DDP(관세 지급 인도)로 계약하면 수출자가 수입국 내 지정된 목적지까지 물품을 운송하며 통관 절차와 관세까지 모두 부담해야 한다. EXW와 DDP 사이 ▲FOB(본선 인도) ▲CIF(운임·보험료 포함 인도) 등 수출자와 수입자 사이에 책임을 분담하는 계약도 있다. 수출기업 입장에서 인코텀즈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곧 기회이자 리스크가 된다. 코트라의 수출전문위원이 계약협의 시작부터 완료까지 임원회의에 참석하며 계약 과정의 실무를 지원했다. 수출 관련 직원을 대상으로 직접 수출에 대한 실무 교육도 진행했다. 계약과 별도로 바이어 측에서 요구한 이산화탄소 발생 데이터 및 저감 대책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글로벌 무역에서는 생산 공정과 물류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내수 기업은 고민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수출전문위원으로부터 소개받은 탄소 저감 대책 관련 전문 컨설턴트는 바이어와의 화상 미팅에 직접 참여하여 전기 사용량, 물류 이동 과정까지 하나씩 점검하며 대응 방안을 정리했다.이런 과정을 거쳐 2025년 계약이 최종 확정됐다. 지난해 수출액은 246만1742달러(약 34억5000만원)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국내 매출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처음으로 해외 시장에 발을 내디뎠고, 수출 실무 전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김판수 대표는 무역의 날 정부 포상 대상자로도 선정됐다.실력은 기본…외국 기업과 합작 구조로 해외서 승부세진기전은 엘리베이터와 관련 부품을 만드는 곳이다. 2025년 3월에 문을 연 신생 기업이지만, 관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수출을 염두에 두고 설립한 회사다. 박광석 대표이사를 포함해 핵심 인력 대부분이 엘리베이터 분야의 대기업과 동종 업계에서 30년 이상 경험을 쌓았다.회사 설립 당시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사업 경험이 거의 없는 신규 기업이 진입하기는 쉽지 않은 시장이었다. 기술이 있어도 일감을 따내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요구 조건이 다양하고, 구조만 제대로 잡히면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그래도 쉽지 않은 해외 진출을 위해 세진기전은 중국 현지에서 대규모 매출을 기록 중인 중국 파트너사와 합작 구조를 선택했다. 중국에서 부품을 소싱하고, 한국에서 가공·조립·시험을 거쳐 해외로 다시 수출하는 모델이었다.문제는 수출 복합 구조라는 복잡한 방식이었다. 중국에서 가공한 일부 부품을 국내로 들여와 완제품을 만든 뒤 제3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인데, 완제품이 탄생해 목표한 나라로 보내기까지 국경을 두 번 넘어야 했다. 중국 회사는 물론 세진기전 역시 수입이나 수출, 물류, 관세 등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았다. 코트라는 설립 초기부터 복합 구조 수출 모델을 통한 수출을 뒤에서 도왔다.이를 통해 베트남에서 첫 수출 실적을 올렸다. 현재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동남아 시장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3만9512달러(약 2억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위기를 ‘수익 다변화’ 기회로… 확실한 기술력이 성공 뒷받침삼오씨엔에스는 보안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는 기업이다. 김현철 대표가 2013년 2월 설립했다. 주요 수출국은 카자흐스탄으로 지난해 수출액은 11만8826달러(약 1억6700만원) 수준이다.김 대표는 정보 보안 문제의 상당수가 외부 해킹보다 내부자의 오남용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보면서 2015년 개인정보 접속 기록 관리 솔루션 ‘파르고스(PARGOS)’를 개발했다. 파르고스는 개인정보 접속 로그를 저장한 후, 빅데이터 기반 저장 구조와 AI 분석 기술을 결합해 이상 행위와 징후를 상시적으로 탐지·감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파르고스는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정보보호제품,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 혁신제품, 2024년 조달청 지정 우수제품으로 선정되면서 기관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했다. 대학, 금융기관, 민간 기업에서도 파르고스를 사용한다.하지만 국내 시장은 좁았다. 내수에만 의존해서는 성장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규모의 경제를 위해선 수출이 필요했다. 그 첫발은 교육부에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대학교에 진행한 국제개발협력(ODA) 사업이었다. 2024년부터 2031년까지 해당 대학에 AI 및 빅데이터 단과대학을 설립하는 사업이었는데 삼오씨엔에스가 AI 빅데이터 실습실 구축 분야 기업으로 선정됐다.카자흐스탄 수출이 가시화됐지만, 수출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이때 도움을 준 곳이 코트라다. 코트라의 수출전문위원은 통관을 위해 필요한 고유부호 신청부터 수출 비용 절감을 위한 방법까지 세세하게 조언했다. 통관 절차와 각종 서류 작성은 수출을 해본 적 없는 기업에게는 낯선 일이었다.첫 수출을 마친 뒤 삼오씨엔에스에게 ‘수출은 더 이상 막연한 목표가 아니라, 실제로 실행 가능한 전략’이 됐다. 국내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개인정보 보호 제도가 유사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게 됐다. 수출이 플러스알파의 수익을 주는 황금알이 된 셈이다. 국내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의 해외 지사를 통한 간접 수출 모델도 검토 중이다.이들 기업의 성공 이면에는 ‘수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는 절박함이 자리한다. 국내 시장의 정체를 ‘위기’로 직시하고 수익원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성공의 무대로 밀어 올린 셈이다. 글로벌 표준을 학습하는 유연한 적응력도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내수 시장에만 익숙했던 기업들이 무역 언어를 배우고, 글로벌 화두인 탄소 배출 규제에 즉각 대응한 점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기술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한 ‘틈새시장 공략’ 전략도 주효했다.산업계 관계자는 “수출 경험이 없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에게 첫 수출 계약부터 과정 전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 기업과 경영자의 의지가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무엇보다 대기업 납품이나 국가 지정 혁신 제품 선정 등을 통해 기술력을 충분히 검증받는 등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지녔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2026.05.25 08:30

7분 소요
차세대 ‘콘텐츠 놀이터’ 도전장… 줄라이하우스 정의석 ‘AI 영화 시장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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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마케팅업에 종사하다 영화 투자배급사 대표로 영화계에 발을 내디딘 후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콘텐츠사의 수장으로 변신했다. 이처럼 정의석 줄라이하우스 대표이사의 행보는 드라마틱하다. 투자배급사와 엔터테인먼트사 창업 등으로 쉼 없이 달려온 그가 15년 만에 대중 앞에 섰다. AI 도입으로 급변하고 있는 영화산업 환경 속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플랫폼을 구축하면서다. AI 영상, 보완재 아닌 대체재로 패러다임 전환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영화·드라마 등 K-콘텐츠 시장의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줄라이하우스 사옥에서 만난 정 대표는 “하나의 산업에서 손익분기점을 넘는 작품이 10%가 안 된다는 건 뭔가 잘못됐다. 참 불편한 이야기지만 산업이 그렇게 되면 제일 먼저 돈이 떠나고 악순환이 된다”며 현재의 영화산업을 냉정하게 진단했다.이 같은 악순환을 타파하기 위해 정 대표는 AI라는 도구로 자신이 몸담았던 레거시 영역에 도전장을 던졌다. 콘텐츠산업에서 AI 도입은 ‘산업혁명 이상의 전환’이라고 분석하면서다.그는 “처음에 AI를 영상 제작의 보완재로 여겼는데 지금의 속도라면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의 물결 속에 새로운 뭔가를 만드는 것도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AI 콘텐츠사 설립 배경을 털어놓았다. 영화 ‘추격자’와 ‘범죄의 도시’ 등의 제작투자에 참여했던 정 대표는 그간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줄라이하우스가 겨냥하고 있는 시장은 AI 지식재산권(IP) 엔터테인먼트 생태계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딥페이크’라는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자 줄라이하우스는 합법적인 IP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특수효과(VFX) 회사를 운영하는 정성진 엠83 대표와 어느 날 디지털 초상권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에 딥페이크와 같은 이런저런 논란들이 많았던 때였다”며 “결국 AI 영상들에 활용되고 있는 초상권들이 ‘어느 시점에는 굉장히 합법적인 룰로 셋업되고 디지털 초상권의 의미가 굉장히 중요해지겠구나’라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고 설명했다. 연예인들의 IP 활용을 위해 회사 사옥 지하 1층에 고가의 ‘디지털 스캐닝 장비’도 마련했다. 미국 할리우드의 SF 영화 제작 현장에서나 있을 법한 장비였다. 디지털 초상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3억원 이상의 고가 장비를 망설임 없이 들였다. 그는 “지금까지 디지털 스캐닝을 통해 데이터 작업을 마친 연예인이 50명 정도다. 스타들이 디지털 스캐닝을 통해서 수천 컷에서 수만 컷을 360도 모습으로 찍는데 연말까지 200명 정도와 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예인들의 디지털 초상권 활성화가 멀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그는 “디지털 초상권이 광고에 쓰인다든지 영화·드라마에 활용된다든지 그런 모델의 케이스가 한번 나오면 시장에서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면 대형 매니지먼트사 소속 배우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반응을 들었다”며 “결국은 그런 시장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 어느 시점에 그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콘텐츠 놀이터’ AI 풀스택 에코시스템 구축 딥페이크에 따른 초상권 무단 도용 논란에 맞서 ‘딥리얼’(DeepReal)을 추구하고 있다. 딥리얼 개념은 실존 인물의 얼굴·목소리·표정·제스처와 같은 고유 정보를 사전 동의와 계약을 통해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줄라이하우스 산하의 한국디지털디앤에이센터(KDDC)는 이런 디지털 초상권을 수집·관리하고 있다. 정 대표는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디지털 초상권의 쓰임새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돈을 주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 법제화가 진행되면서 ‘딥리얼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딥리얼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존 영화·드라마 제작 방식과 비교해 비용과 제작 기간을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과 제작 기간을 각각 20분의 1, 4분의 1로 줄인다는 설명이다. 그는 “AI 영화 제작의 경우 편당 제작비를 4~5억 정도 선이라고 보면 기존보다 비용이 20배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일반적인 영화의 경우 시나리오 탈고 기준으로 약 1년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AI 영화 제작은 4~5개월 정도면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줄라이하우스는 정 대표를 포함해 20년 이상 레거시 드라마와 영화 현장에서 직접 뛴 전문가들이 모여 출범했다. 산하 AI 콘텐츠 자회사로 ▲아캐인(플랫폼) ▲에스트릭스(콘텐츠제작) ▲KDDC(디지털초상권)가 있다. 줄라이하우스는 풀 AI 제작 좀비물 영화 ‘더 나이트’를 올해 연말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 대표는 “‘더 나이트’의 경우 기존 방식으로 따지면 100~150억 비용이 투입되는 ‘미들 버짓(예산)’ 작품이다. 손익분기점 200~250만명 정도의 영화인데 이런 롱폼 영화를 AI 기술로만 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연간 20~30편의 숏폼 드라마와 1~2편의 롱폼 영화를 AI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세대 ‘콘텐츠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그 출발을 일간스포츠와 이코노미스트가 주최하는 ‘2026 K포럼’에서 알릴 예정이다. 아캐인은 ‘AI 시대 K스타 IP의 새로운 문법’이라는 주제로 AI 광고 영상 공모전을 자사의 ‘비비드’ 플랫폼을 통해 진행한다. 2PM 출신 황찬성의 IP를 활용한 AI 광고 영상을 제작하는 공모전이다. 정 대표는 “비비드는 등록된 IP를 활용해 사용자들이 재창작하며 놀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다. IP가 게임처럼 놀 수 있는 도구가 되면서 하나의 IP가 반복 재생산될 것”이라며 “AI 광고 영상 공모전을 통해 비비드 플랫폼을 사용자들이 어떻게 보고 평가할 것인지 궁금하다. 의견을 반영해 연말까지 베타 버전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털어놓았다. 줄라이하우스는 ‘AI 엔터테인먼트 IP 풀스택 에코 시스템’(Full-Stack Eco System) 구축을 지향하고 있다. 그는 “첫 번째 상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IP를 지향하고, 두 번째 생산에서부터 유통까지를 풀스택으로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들이 다시 순환되는 구조라 에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며 “AI 콘텐츠 생태계가 초창기지만 기술 진화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적어도 2년 내 AI 영화가 관객 100만명을 넘기는 시대가 올 것이다. AI IP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며 새로운 시장에서 힘껏 겨뤄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2026.05.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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