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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영풍 vs 고려아연, 美 제련소 주도권 충돌…“막더니 숟가락 얹기”

경제일반

고려아연의 미국 핵심광물 제련소 건설 사업을 둘러싸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간 충돌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MBK·영풍은 국내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사업 자금조달 방식에 반대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 현지에서는 자신들을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그룹’으로 소개하며 프로젝트의 지원 주체를 자처해 고려아연 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려아연 측에서는 MBK·영풍이 현 경영진이 기획하고 미국 정부와 협상을 주도해 온 사업에 뒤늦게 관여해 성과에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고 비판한다.반면 MBK·영풍은 미국 제련소 건설 자체에 반대한 적은 없으며, 최 회장 측이 추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과 의사결정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그동안 최 회장은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가 핵심광물 기술과 공급망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경영권 방어의 핵심 명분으로 활용해 왔다.MBK·영풍이 테네시주에서 리셉션을 개최한 것은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에 협조하는 책임 있는 최대주주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 겨냥한 11조원 프로젝트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MBK와 영풍은 지난 9일 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호텔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 관련 리셉션을 개최했다.행사에는 윤종하 MBK 대표업무집행자 부회장과 영풍 관계자, 미국 현지 로비업체 관계자, 테네시주 지역 인사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MBK와 영풍은 행사에서 자신들을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그룹’이라고 소개하고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과 협력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프로젝트 크루서블은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일대에 비철금속·핵심광물 통합 제련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설비투자액은 약 66억달러, 운전자금과 금융비용을 포함한 총사업비는 74억달러로 한화 약 11조원 규모다.제련소는 연간 약 110만톤의 원료를 처리해 아연·납·구리와 안티모니·게르마늄 등 13종의 비철금속 및 전략광물을 최대 54만톤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부지 조성에 착수해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상업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테네시주 정부는 이 사업을 66억달러 규모의 투자와 740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프로젝트로 발표했다. 테네시주 역사상 단일 사업 기준 최대 규모의 자본 투자다. 주 정부 차원에서 4500만달러 규모의 경제개발 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다.미국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반도체와 전기차, 방위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려아연이 미국 정부 및 현지 전략적 투자자들과 손잡고 제련소를 건설하는 것은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에 한국 기업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특히 미국 정부가 단순히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합작법인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까지 확보하도록 사업 구조를 설계한 것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미국 정부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자금조달 막고 미국에서는 ‘지원 주체’ 자처논란의 출발점은 MBK·영풍이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보인 상반된 행보다.고려아연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미국 정부 주도 합작법인인 크루서블JV를 대상으로 약 2조8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다.신주 발행 규모는 약 221만주로 기존 발행주식의 12% 수준이었다. 미국 정부 및 현지 투자자가 참여하는 합작법인은 이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하는 구조였다.MBK·영풍은 해당 유상증자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지분 확보 수단이라며 법원에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대규모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고, 투자 조건과 의사결정 과정도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신주 발행의 주된 목적이 경영권 방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해당 거래가 미국 중심의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과 한미 경제안보 협력,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를 위한 목적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MBK·영풍은 법원 결정 이후에도 미국 제련소 사업 자체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들은 프로젝트의 전략적 가치가 아니라 유상증자 방식과 투자 조건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MBK는 “미 제련소 사업의 전략적 가치를 단 한 번도 부인하거나 반대한 적이 없다”며 “가처분을 제기한 것은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대주주를 배제한 채 추진한 비정상적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과 불투명한 의사결정 절차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업계에서는 프로젝트의 핵심 자금조달 방안을 저지하려 했던 MBK·영풍이 미국 현지에서는 ‘최대주주 그룹’을 앞세워 프로젝트의 지원 주체를 자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고려아연 측은 프로젝트 크루서블이 최 회장과 현 경영진, 기술진이 사업 초기부터 미국 정부 및 현지 관계자들과 협상하며 추진해 온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MBK·영풍이 고려아연과 별도 협의 없이 미국 현지에서 프로젝트 지원 의사를 강조한 것은 기존 경영진이 만든 사업 성과에 뒤늦게 편승하려는 행보라는 주장이다.◇ MBK·영풍이 ‘숟가락 얹기’에 나선 배경은MBK·영풍이 미국에서 프로젝트 크루서블 관련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무대가 국내 주주총회와 법원을 넘어 미국 정부와 정치권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프로젝트 크루서블은 미국 정부가 전략적 파트너이자 사실상 주주로 참여하는 사업이다.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미국 행정부와 테네시주 정부, 의회, 방산·첨단산업계의 이해관계가 고려아연의 지배구조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최 회장 퇴진이나 경영진 교체가 사업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미국 측의 우려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MBK·영풍의 경영권 확보 명분도 약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MBK가 미국에서 복수의 로비업체를 선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미국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소통 창구를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 등을 통해 스콰이어 패튼 보그스, 더 매키언 그룹, 체크메이트 퍼블릭 어페어스 등 현지 로비업체를 선임한 상태다.MBK·영풍로서는 고려아연 측이 제기해 온 ‘핵심광물 공급망 훼손 가능성’과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 추구’라는 비판을 희석하고, 경영권을 확보한 뒤에도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할 수 있다는 신뢰를 미국 측에 심어주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업계 관계자는 “미국 제련소는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동력인 동시에 한미 핵심광물 동맹의 중요 자산”이라며 “경영권 분쟁 당사자들이 프로젝트를 자신들의 명분으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지속성과 기술인력,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7.1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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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순도가 김민규 “막걸리, 세계 시장에서 사케처럼 대중화 꿈”

CEO

건축가에서 막걸리를 빚는 술도가의 수장으로 변신한 김민규 복순도가 대표. 이력부터 남다른 그는 복순도가의 ‘도가’를 일반적인 그릇 도(陶)가 아닌 도시 도(都)와 집 가(家)로 표현했다. 도시와 농촌 지역을 잇는 좋은 매개체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출발선부터 달랐던 그는 한국의 미(美)가 도드라지는 ‘발효건축’을 접목, 글로벌 무대에서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다양한 ‘잽’ 통해 구축한 글로벌 브랜딩 복순도가는 김 대표의 어머니 박복순 여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손으로 직접 생막걸리를 빚는 집안 대대로 전해지는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이런 집안의 신념이 김 대표의 철학과 화학적 결합으로 ‘발효’하며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전통 누룩이 발효 과정에서 생막걸리의 깊은 맛을 끌어올리듯 복순도가도 김 대표의 참신한 시도들이 쌓이면서 브랜딩의 깊이가 더해지고 있다. 7월 초 복순도가의 서울 디자인 사무소에서 만난 김 대표는 확고한 취향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인터뷰하는 것과 관련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뭔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에서 각양각색의 브랜딩으로 지금의 자리를 구축했기에 어떤 기회든 허투루 놓치고 싶지 않다는 꼼꼼함이 묻어났다. “여기 사무실이 헤드쿼터 같은 곳인데 브랜딩, 마케팅 등 모든 것들을 다 여기서 진행하고 있다. 복순도가가 작은 회사지만 그래도 기획·브랜딩·마케팅을 같이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막걸리 생산부터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또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부분까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그간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전통 제조법과 독창적인 마케팅을 무기로 막걸리의 프리미엄화를 주도하고 있다. 복순도가의 쌀막걸리는 2012년 ‘서울 핵 안보 정상회의 공식 건배주’, 2013년 ‘대통령 재외공관장회의 공식 만찬주’로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2021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식품 분야의 ‘브랜드 K’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는 “브랜딩 마케팅에는 정말 정답이 없다. 작년에 성공했다고 해서 이 마케팅이 올해 또 성공한다는 법이 없어 항상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더 창의적이어야 하고 발전을 위해서 끊임없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경험으로 체득한 브랜딩 철학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잽 날린다’고 하는데 항상 잽을 넣듯 다양한 분야에 다 밀어본다. 여기를 밀어봤는데 여기가 좀 더 밀리면 또 그때부터 새롭게 해보면서 우리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간다”며 계속 ‘잽’을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김 대표는 최근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를 다녀왔다. 복순도가는 한국관이 아닌 일본관 부스에서 색다르게 쌀막걸리 마케팅을 펼쳤다고 했다.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 자체가 단순히 그림이나 예술만 있는 게 아니다. 가서 보면 전 세계의 브랜드들·작가들·문화적인 것들이 다 모여 있다”며 “이런 공간에서 문화와 예술이 같이 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됐고, 복순도가의 포지셔닝으로 자리잡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단순히 백화점 시음처럼 그냥 하는 게 아니라 문화적인 이벤트가 됐든, 국가 간의 교류가 됐든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가려고 노력한다”며 방향성을 강조했다. 농촌과 도시 연결하는 매개체 복순도가는 전통 누룩 발효로 풍부한 천연 탄산의 손막걸리로 유명하다. 샴페인처럼 풍부한 천연 탄산은 청량감과 풍미를 한층 올려주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막걸리계의 돔페리뇽’ 수식어도 붙었다. 100% 국산 쌀 사용과 가장 전통적인 방식의 발효(효모의 향연) 그리고 오랜 기다림의 미학이 결합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는 “할머니의 제조 방식을 물려받아 어머니가 막걸리를 빚게 됐다. 저희가 가양주로 만들었던 게 기존의 제조 방식이 아니었고, 그렇기에 차별화가 자연히 이뤄졌다”며 “누룩 제조가 아닌 다른 방식들도 많은데 전통주들이 다양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시간이 될 때마다 일본이든 유럽이든 양조하는 환경을 많이 찾아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한 양조장에서 겪은 이색적인 경험을 공유하면서 무알코올 시장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기도 했다. “유럽에서 특이하게 본 것 중 하나가 무알코올 샴페인인데 기존 고급 샴페인보다 더 비싸게 브랜딩 되고 있다. 일반 샴페인처럼 만드는 과정이 동일한데 알코올 없이도 샴페인 맛이 나는 제조 노하우에 관심이 갔다. 막걸리는 유기물이 많아 상당히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술로서가 아니라 음료로서 외국인들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를 연구하고 있다.”복순도가의 특징은 천연 탄산만이 아니다. 지역 공동체와 함께 살아가는 정성도 담겨 있다. 김 대표는 일주일에 한 번은 양조장이 있는 울산 울주로 향한다. 그는 “모내기 때는 직접 논에 들어가 손길을 돕기도 한다. 농촌에 좋은 것들이 도시에 많이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지역을 연결하는 기차역 매장을 운영하는 것도 도시에서 농촌으로,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배웅하고 마중하는 반가운 마음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와 농촌 지역을 잇는 좋은 매개체가 되고 싶은 정성이 와닿아서인지 복순도가는 주류 업체로는 처음으로 KTX 기차역 입점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기차역 매장은 편의점·약국·꽃집·식음료 등 들어갈 수 있는 사업군이 정해져 있다. 수년간 열심히 제안서를 만들어서 두드린 끝에 힘들게 입점했다”며 “부산역과 서울역 기준으로 판매의 60% 이상이 다 외국인이다. 일본어와 중국어가 기본으로 되는 인력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복순도가는 일본을 비롯해 싱가포르, 홍콩 등에 손막걸리를 수출하고 있다. K-문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잡은 데다 발효문화에 대한 관심 또한 높은 상황이라 수출 확대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축구 경기에 비유하면 이제 첫 번째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수분보충 시간) 시점이다. 김 대표는 “국내 스코어가 나쁘지 않은데 해외는 지금 시작인 것 같다. 한국 문화가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예전보다 유리한 상황이기도 하다”며 “매출 비중으로 본다면 국내와 해외 비중이 현재 8대 2 수준인데, 10년 후에는 2대 8 반대가 돼 한국의 막걸리를 더 많이 알리고, 일본의 사케처럼 세계 무대에서 포지셔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6.07.13 07:00

5분 소요
MBK 책임경영, 김병주 소설에만 존재했나…‘오퍼링스’ 재조명

정책이슈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20여 년에 걸쳐 집필한 자전적 장편소설 ‘오퍼링스(Offerings)’가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소설 속에서 강조된 ‘책임 있는 금융’과 ‘리더의 역할’이 현실의 홈플러스 사태와 대비되면서다. ◇ 김병주 자전소설 홈플러스 사태 이후 재조명 ‘오퍼링스’는 한국계 미국인 투자은행가 대준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구조조정 업무에 참여하며 자본시장과 기업, 노동자, 이해관계자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마주한다. 김 회장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간 집필한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출간 당시부터 단순한 문학작품을 넘어 김 회장의 금융철학과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텍스트로 받아들여졌다.김 회장은 소설에서 구조조정을 단순한 재무적 판단의 영역으로만 보지 않는다. 기업의 존폐는 주주 수익률뿐 아니라 임직원의 고용, 협력업체의 경영 안정, 지역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금융인을 자본을 배분하는 기술자에 그치지 않고, 위기 기업을 다루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피해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책임 있는 주체로 그린다.그러나 홈플러스 사태 이후 김 회장의 금융철학과 MBK의 현실 경영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MBK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홈플러스는 점포 매각과 자산유동화 등을 이어왔다. 이후 업황 악화와 재무 부담이 겹치면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회생절차 폐지 결정까지 나오면서 임직원 고용 불안, 협력업체 납품대금 문제, 채권 투자자 손실 우려가 동시에 불거졌다. 소설 속 ‘책임 있는 금융’이 현실 경영에서 충분히 구현됐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배경이다. ◇ 김병주 주주 연례서한서 홈플러스 “작은 잡음” 논란특히 논란을 키운 것은 김 회장이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이다. 김 회장은 서한에서 홈플러스 기업회생과 관련해 언론에서 “다소 잡음(some noise)”이 일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 측은 이 표현이 홈플러스 사태 자체를 가볍게 본 것이 아니라 비판적 언론보도를 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협력업체와 노동자,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이 표현은 책임 인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서한에는 홈플러스와 관련한 이해관계자 중 일부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MBK가 투자자들에게 상당 규모의 분배금을 지급했고, 홈플러스가 포함된 펀드의 수익률도 양호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홈플러스 현장에서는 고용불안과 거래대금 미지급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자에게는 성과를 설명하는 모습이 대비되서다. ◇ 홈플러스 사태, ‘대주주 책임론’ 논쟁으로 비화 홈플러스 사태는 한 유통기업의 회생절차 문제를 넘어 MBK의 투자 방식과 대주주 책임론으로 확산하고 있다. 쟁점은 △대형 유통기업을 보유한 사모펀드의 책임 범위,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주와 채권자·근로자·협력업체 사이의 손실 분담, △경영권을 행사해 온 대주주의 역할 등으로 압축된다. 사모펀드는 투자자 수익을 목적으로 운용된다. 다만 홈플러스처럼 고용 규모가 크고 협력업체 거래망이 넓은 기업의 경우,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 논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장기간 경영권을 보유해 온 대주주라면 기업 가치 하락과 회생절차 진입 과정에서의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반면 MBK 측은 홈플러스 회생 과정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재 출연과 자금 지원 등 필요한 조치를 해왔다는 입장이다. 또 홈플러스 회생 신청은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유동성 위기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이다. 그러나 노동계와 정치권, 채권시장에서는 MBK와 김 회장이 대주주로서 보다 구체적인 책임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오퍼링스’가 글로벌 금융인의 성장담으로 읽혔다면 지금은 김병주 회장의 금융철학과 실제 경영이 일치했는지를 따져보는 텍스트가 됐다”며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의 사회적 책임과 대주주의 책임경영 기준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6.07.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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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선제 대응…함영주  회장 “국내 외환시장 선진화 위한 역할 할 것”

은행

하나은행은 6일 원·달러 외환시장 24시간 전면 개장 첫날 외환시장 구조개선에 대한 선제적 대응체계를 구축했다고 같은날 밝혔다. 기존에는 외환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시간이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였지만, 6일부터 시간 제약이 해소됐다. 글로벌 투자자들과 국내외 수출입 기업 등 국내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하루 중 필요한 시간에 서울 외환시장의 실시간 환율로 외환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권민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하나은행 딜링룸 ‘하나 인피니티 서울’을 방문했다. 구 부총리와 권 부총재보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호성 하나은행장과 외환거래 연장시간대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국내 RFI(인가 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로 등록된 하나은행 런던 지점을 화상으로 연결해 현지 분위기를 살폈다.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이후 첫 거래가 성사된 삼성전자의 원·달러 계약 체결을 참관했다.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국내 외환시장이 24시간 개장되며 대한민국 국채와 주식 등 원화 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투자가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며 “그룹의 전 세계 글로벌 네트워크와 세일즈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외환시장 선진화를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07.06 10:38

1분 소요
판타지오 남궁견 체제 공민정, 한계 없는 콘셉트 소화…팔색조 새 프로필 공개

CEO

- 다양한 스타일 담은 신규 프로필 공개…맑은 분위기부터 도회적 매력까지- SBS 새 드라마 '풀카운트' 캐스팅…연기 활동 이어가 배우 공민정이 새로운 프로필을 공개하며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다.1일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판타지오는 공민정의 새 프로필 사진을 공개했다고 밝혔다.공개된 프로필에는 청초하고 단정한 분위기부터 세련되고 도회적인 이미지까지 다양한 콘셉트를 소화한 공민정의 모습이 담겼다.화이트 셔츠를 착용한 사진에서는 자연스러운 미소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블랙 슈트 스타일링에서는 여유로운 포즈와 깊이 있는 눈빛으로 차분한 이미지를 표현했다.블랙 터틀넥 니트 착장에서는 한층 성숙한 분위기를, 다크 브라운 톤의 슬리브리스 의상을 활용한 컷에서는 깔끔하게 넘긴 헤어스타일과 함께 또렷한 이목구비를 강조하며 색다른 매력을 드러냈다.이번 프로필은 의상과 스타일링 변화에 따라 서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공민정의 폭넓은 이미지와 표현력을 담아냈다. 촬영 현장에서는 다양한 콘셉트를 자연스럽게 소화한 모습이 스태프들의 호응을 얻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공민정은 최근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8과 '스마일 클리닉', 유튜브 콘텐츠 '조선의 청요리사' 등에 출연하며 연기와 예능을 오가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지난 6월에는 영화 '메소드연기'로 황금촬영상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한편 공민정은 SBS 새 드라마 '풀카운트'에서 베테랑 야구기자 '정선애'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2026.07.02 10:41

1분 소요
13명 로펌 지평에 베팅한 공채 1세대 변호사…韓 IPO 법률 자문 시장 이끈다 [이코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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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상장 주관사뿐 아니라 법무법인의 역할도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파두 사태 이후 투자자 보호와 상장기업 책임성 강화 요구가 커지면서 상장 전 검증 체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IPO 법률자문 시장을 선도해온 법무법인 지평은 법률실사(LDD) 활성화와 상장 생태계 책임 강화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회계·재무 중심의 실사만으로는 지배구조와 소송, 규제 리스크 등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법무법인의 법률 자문과 실사 기능도 IPO 시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주관사 책임 강화 ▲코스닥 구조개혁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IPO 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는 IPO 법률자문의 역할 변화와 상장 생태계의 진화, 그리고 한국 IPO 시장이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2007년 뉴욕 맨해튼에 있는 글로벌 로펌 화이트 앤 케이스(White & Case)의 사무실. 한국에서 온 변호사의 눈과 귀는 함께 사무실을 사용하는 인도 출신의 변호사에게 쏠려 있었다. 동료의 높은 목소리와 과도한 액션은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을 알게 했다. 한국에서 온 변호사에게 자랑이라도 하는 듯했다. 한국인 변호사는 “대체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라고 질문했고, 동료 변호사는 “비자(VISA) 기업공개(IPO) 준비 중이다”라고 대답했다. 전 세계 사무소에서 150여명이 투입되어 그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용 투자설명서 작성을 위한 실사를 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SEC에 제출할 서류를 로펌이 진두지휘하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IPO 시장이 로펌의 중요한 먹거리가 될 수 있음을 느꼈다. 그는 “선진 자본시장에서 로펌이 어떻게 신뢰를 얻고 있는지 알게 됐다. 한국의 자본시장도 이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회상했다.그 순간이 그의 20년을 결정했다. 귀국 후 그는 국내 IPO 법률자문 시장을 개척했고, 20여년 동안 140여건의 IPO 법률자문을 했다. 한국의 IPO 법률 자문을 이야기할 때 그의 이름이 나오는 이유다. 그리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2025년 1월 1일, ‘법무법인 지평’의 공동 대표변호사에 올랐다. 주인공은 이행규 지평 대표변호사다. 이 대표는 “글로벌 로펌에서 눈으로 IPO의 법률자문 시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목격하면서 변호사로서의 항로를 결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웃었다.해외 연수 통해 IPO 시장 가능성 느껴그가 IPO 시장에 뛰어든 것은 운명이기도 하고, 운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왜 운명이라고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 대표의 고향은 경상남도 하동. 서울대 법대 합격 소식이 전해지자 마을이 술렁였다. 경찰서장까지 찾아왔고 플래카드가 걸렸다. 부모는 당연히 판사를 원했다. 하지만 그는 변호사를 골랐다. 이유는 자율성이었다. 이 대표는 “변호사가 가진 자율성을 기반으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전문성을 쌓고 싶었다”고 했다. 거기에 ‘국제 변호사’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판사나 검사보다 변호사가 더 맞는다고 결정했다. 1997년 사법연수원(28기) 수료 후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 시보를 했다. 그곳에서 그의 과 선배이자 그가 몸담고 있는 지평을 설립한 양영태, 임성택 변호사 등을 만났다. 이른바 386세대였다. 선배들은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로펌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야기했고 선배들의 뜻에 동참하고 싶었다. 2000년 4월, 양영태, 임성택 변호사 등 선배 10여 명은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대표로 영입해 세종을 나와 지평을 창립했다. 이행규 대표는 당시 군 법무관으로 복무 중이었다. 2002년 4월, 전역과 동시에 지평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변호사 50여 명 규모의 로펌 순위 2위였던 세종 대신 조그마한 로펌을 택했다. “당시 도박을 한 것이다”라며 웃지만 선배들을 믿은 것이다. 그는 현재 지평을 같이 이끌고 있는 김지홍 대표와 함께 지평에 첫 번째로 입사한 세대, 즉 ‘공채 1세대’ 변호사였다. 창립 후 지평은 순탄하지 않았다. 2006년, 강금실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지면서 지평 전체가 흔들렸다. 경쟁 로펌으로 간 선후배도 있었지만 그는 지평을 지켰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평은 소속 변호사들의 해외 연수에 적극 투자했다. 이 대표는 “지평이 설립 초기부터 해외 연수를 적극적으로 실시한 것은 인재 유치를 위해서였는데, 조그마한 로펌에서 그런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평은 소속 변호사들의 학비와 생활비 등 해외 연수 비용을 부담했다. 이 대표가 IPO 시장을 리딩하는 변호사가 된 것도 바로 해외 연수 덕분이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 로스쿨 법학석사(LLM)을 마친 뒤 White & Case 뉴욕 사무소의 인터내셔널 로이어스 프로그램(International Lawyers Program)에 합류할 수 있었다. 뉴욕 사무실은 오피스 비용 때문에 2인 1실이었다. 그 방에서 그가 비자 IPO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IPO 법률자문 시장을 만들다그가 한국에 돌아와서 IPO 업무에 집중하던 당시 한국 IPO 과정에서 법률실사와 법률의견서 제출은 의무 사항이 아니었다. 하지만 국내 로펌업계에 IPO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는 계기가 생겼다. 2010년대 초반 한국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중국 고섬 사태’다. 한국 코스피에 상장한 중국 기업 고섬이 상장 몇 개월 만에 계좌에 자금이 없다며 거래를 중단했다. 피해 규모만 1000억원을 넘었다. IPO 주관사였던 대우증권을 비롯해 금융감독원·거래소·회계법인 등이 소송 대상이 됐다. 이 대표는 대우증권과 함께 국내 IPO 절차에 법률실사 구조를 최초로 설계했다. 그는 “이후 이 구조가 다양한 증권사에 보급됐다”면서 “지금은 국내 주요 주관사들이 이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IPO 법률자문 시장에서 지평이 1위라는 기록을 오랫동안 쓸 수 있던 것은 이런 발빠른 대응력 덕분이다. 이 대표는 IPO 법률자문 시장에 뛰어든 이후 줄곧 ‘법률 실사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다. Q. IPO 과정에서 법률 실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도 국내 IPO에서 법률실사와 법률의견 첨부가 재량 사항이다. 의무화가 안 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White & Case 150명이 비자 IPO 하나에 투입됐는데, 한국에서는 그게 법적 의무조차 아닌 상황인 것이다. 20년 넘게 이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Q 법률 실사 의무화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현재 한국에서 법률 실사를 요구하는 경우는 외국 기업 상장이나 조각 투자 등의 경우뿐이다. 법률 실사는 기업의 내부 통제와 공시 투명성을 강화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국내 IPO에도 법률 전문가의 개입이 제도화돼야 한다.”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은 그가 한국의 주요 IPO 140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지평과 그의 이름을 알린 주요 딜로는 2005년 하이트의 진로 인수 합병 이후 한국거래소 재상장이 있다. 하이트·진로 딜은 국내외를 통틀어 아시아 최대 규모 인수합병(M&A) 중 하나였다.코로나 팬데믹 기간 SK바이오팜 상장도 이 대표의 작품이다. 심사부터 로드쇼까지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2025년에는 쿠쿠인터내셔널의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 메인마켓 상장을 자문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 자문이다. 싱가포르 법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국내 증시에 1차 상장한 건도 지평이 자문했고, 2010년 미국 기업 뉴프라이드 코퍼레이션의 코스닥 상장은 외국 기업 국내 상장 승인 1호였다. 그가 지평에서 오랫동안 진두지휘한 IPO팀이 성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Q 지평 IPO팀의 구조가 독특하다고 하는데. “지난해 자문한 IPO 13건 중 11건에서 발행사와 주관사를 동시에 대리했다. 통상 이해충돌 우려로 양측 대리를 회피하는 구조지만, 국내 IPO 시장에서는 지평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Q 지난해부터 지평에는 경쟁 로펌에 없는 조직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상장유지지원센터’를 출범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전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출신 채남기 고문을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 따라 좀비기업 퇴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상장 이후 유지 단계 자문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2024년 말 특허법인 지평이 출범했고, 지난해에는 ‘지평기술센터’도 설립했다. 지평기술센터는 법무법인과 특허법인의 경계를 허문 조직이다. 폐쇄형 법률 AI 툴도 자체 개발 중이다. 이 센터에서는 ▲문서 번역 ▲판례 검색 ▲법률 보조 기능 등을 한다.” ‘종합 자문 역량’ 갖춘 변호사만 살아남을 것인공지능(AI) 시대는 한국의 로펌에 위기이다. 변호사의 역할을 AI가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이고, 신입 변호사 채용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 대표도 이를 알고 있고 AI 시대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평기술센터가 그 중 하나인 셈이다. 이 대표는 “로펌도 AI 시대에 적극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이미 지평은 폐쇄형 법률 AI 툴을 개발해 법률 문 번역이나 판례 검색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연차가 낮은 변호사가 했던 뉴스 클리핑 업무도 챗봇으로 대체했다. 다만 그가 꼭 지키고 있는 게 있다. AI의 결과물을 변호사가 직접 검증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AI가 내놓은 결과는 변호사가 반드시 검증하는 체계를 만들었다”면서 “로펌은 이제 단순 업무 효율화를 넘어 AI 기반 지식 관리와 데이터 축적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AI가 리서치나 계약서 검토 등의 반복적인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면서 법조인에게는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비즈니스 감각을 갖춘 ‘종합 자문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평이 경쟁 로펌이 가지지 못한 또 다른 경쟁력은 광범위한 해외 거점을 구축한 것이다. 2007년 상해와 베트남 호찌민을 시작으로 현재 8개국 9개 사무소를 운영한다. 중국·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인도네시아·미얀마·헝가리·러시아가 거점이다.2024년 10월에는 한국 로펌 중 처음으로 지평이 중동부유럽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사무소를 열었다. 이 대표는 이게 가능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19년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 때 한국인 유가족 소송을 현지 로펌 오펜하임(Oppenheim)과 함께 대리했다. 그 인연으로 MOU를 맺고 사무소를 개소했다. 폴란드·체코 등 중동부유럽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 지원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이 대표는 지평이 글로벌 진출을 하는 이유에 대해 "법률산업이 국내 산업 중 글로벌화 수준이 낮은 편이다. 세계에서 가장 글로벌화된 한국 기업들이 해외 비즈니스를 할 때 최선의 법률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이 해외 진출을 할 때 외국계 로펌이 아닌 한국 로펌의 법률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게 국내 기업은 물론 국익 차원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평 창립 이후 첫 공채 변호사 출신 대표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대표에 오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2016년부터 4년간 경영위원회 금융 파트장을 맡았다. 이후 IPO 부문으로 복귀했고, 약 2021년부터 4년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역임했다. 법률 업무와 경영을 모두 거친 셈이다.현재는 공정거래·소송 분야 전문인 김지홍 대표변호사와 함께 공동 대표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형 로펌 대부분이 1인 업무집행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것과 다르다. 업계 7위를 기록하고 있는 지평에는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가 450여 명, 직원 250여 명 등 7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지평의 매출은 1500억원 정도다. 올해 지평 설립 25주년을 맞은 이 대표는 공채 1기 변호사로서 지평의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지평은 ‘당신이 주인이다’라는 것이다. Q. 지평이 다른 대형 로펌과 다른 조직 문화가 무엇인가. “지평은 어소시에이트(Associate)를 ‘예비구성원’이라고 부른다. 설립 때부터 그랬다. 예비 동업자로 키운다는 철학이다. 나와 김 대표가 젊은 파트너들한테 ‘형’이라고 불리는 게 어색하지 않은데, 그게 지평의 조직문화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이 주인이다’라는 인식을 후배들에게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지평이 자랑하는 복지 혜택은 무엇인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그랩앤고’(Grab & Go)를 소개하고 싶다. 아침 식사를 1000원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주먹밥, 샌드위치 등이 나오는데 하루에 150명 정도가 이용한다. 아침 식사를 픽업하는 장소가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서로 인사를 하게 되고, 얼굴을 알게 되니까 상호 신뢰가 높아지고 업무 효율이 좋아진다.”Q 지평의 이직률이 경쟁 로펌보다 낮다고 하던데. “파트너 보상에서 차별점이 있기 때문이다. 재무적인 성과 이외에 도전과 협력, 그룹 KPI 평가 등 비재무적 성과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적이 좋은 젊은 파트너는 규모가 큰 로펌보다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짰다.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배경이다. IMF 이후 조직에 헌신해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학습 효과가 있다. 역으로 조직 내에서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면 조직이 안정화되고 상호 협력에서 시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그런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지평은 ‘Legal & Beyond’라는 구호를 쓰고 있다. 법률 서비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대표가 “우리의 목표는 경쟁 로펌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되고 미래지향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로펌을 지향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업계 7위 지평이 공채 1세대 변호사와 함께 어떤 문화와 성과를 만들어갈지 궁금해진다.

2026.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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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규 UST 대표 “삼성 반도체 협력사가 화장품을 만든 이유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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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품에 조금이라도 하자가 있으면 고객사는 더 큰 타격을 받습니다. 품질에 타협은 없습니다.”경기도 화성시 UST(Universal Solution Technology) 본사에서 만난 방민규 대표는 와의 인터뷰 내내 ‘품질’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UST는 삼성전자 반도체 ETCH 장비에 들어가는 EMI 가스켓(EMI Spiral Shield Gasket)과 TIM(Thermal Interface Material)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다. 반도체 장비를 고객사 환경에 맞게 개조·개선하고, 전자파 차단용 EMI 가스켓을 국산화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왔다.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반도체 산업은 미세한 오차조차 허용하지 않는 초정밀 산업으로 꼽힌다. 작은 결함 하나가 생산 라인 전체의 수율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협력사의 품질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0년 넘게 반도체 업계에 몸담아온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에게 품질은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없는 가치였다.그런데 UST가 최근 성분주의 스킨케어 브랜드 ‘트루스오브뷰티’(Truth Of Beauty)를 론칭해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와 뷰티는 얼핏 접점을 찾기 어려운 산업이다. 방 대표는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두 산업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베트남 직원들의 곪아 터진 얼굴“10~20대 베트남 법인 직원들의 얼굴에 여드름 진물이 올라온 걸 봤어요. 아직 어린 친구들인데 그대로 두면 훗날 자신감을 잃을 것 같았습니다.”트루스오브뷰티의 시작점을 묻자 방 대표의 눈매에 안타까운 기색이 스쳤다. 2022년 베트남 다낭 현지 법인을 둘러보던 그는 젊은 직원들의 피부 상태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고 했다. 다낭 특유의 습한 기후와 환경 탓에 얼굴과 목 주변에 여드름성 피부 트러블을 겪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한창 빛나야 할 시기인데 피부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여드름이 흉터로 남으면 평생 자신감에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친구들에게도 한국 여성들처럼 깨끗하고 건강한 피부를 갖게 해주고 싶었습니다.”방 대표는 이미 출시된 한국산 화장품을 단순 유통하는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트러블이 생긴 피부를 근본부터 건강하게 가꿀 수 있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해야 더 많은 젊은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그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성분주의 스킨케어 브랜드 토트루스오브뷰티다. 브랜드명은 ‘뷰티의 진실은 성분에 있다’는 철학을 담아 지었다. 방 대표는 화장품 역시 반도체처럼 정교한 ‘배합의 산업’으로 보고 있다. 화장품도 성분의 함량과 비율에 따라 효능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좋은 원료를 아끼지 않고 최적의 비율로 배합하면 소비자 역시 제품력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트루스오브뷰티는 ▲시카 ▲뮤신 등 고가의 고기능성 성분을 제품에 듬뿍 담는다.문제는 가격이다. 원재료 가격이 올라가면 제품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트루스오브뷰티 제품의 평균 가격은 1만원에서 3만원 미만에 형성돼 있다. 그는 “언제나 좋은 성분이 기준입니다. 피부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성분 단가가 높아지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선택합니다”고 말했다. 삼성의 파란피가 흐른다확고한 품질 철학은 삼성전자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방 대표는 199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약 13년간 반도체 ETCH 설비 유지보수 현장에서 생산 기술을 익히며 삼성식 제조 문화를 몸에 익혔다. “아침에 출근하면 직원들이 다 함께 삼성 체조를 하고 삼성 뉴스를 시청했어요. 이건희 전 회장님도 오셔서 함께 체조도 하고, 직원들에게 ‘지금이 진짜 위기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초일류 기업은 위기의식에서 나온다는 삼성의 문화와 경영 철학을 항상 마음에 새겼던 시기였죠.”2007년 퇴사 후인 이듬해 UST를 창업했다. 이후 2012년 IMK를 통해 삼성에 납품을 시작했고, 2014년 삼성 정식 등록 업체가 되면서 반도체 부품 공급과 장비 개조·개선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왔다.UST의 주력 제품인 EMI 가스켓은 반도체 장비 내부의 전자파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외부 전자파가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양방향으로 차단해 장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 핵심 부품이다. 이 밖에도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사 설비를 고객사 환경에 맞게 개조·개선하는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작은 결함 하나가 생산성과 수율을 좌우하는 초정밀 산업이다. 방 대표는 지금도 품질 관리에 직접 관여한다. 국내 EMI 가스켓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은 UST의 경쟁 상대는 이제 일부 해외 글로벌 기업에 불과하다.“우리 부품에 결함이 있으면 자칫 삼성에 더 큰 문제와 손실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단 하나의 결함도 허용할 수 없기에 전수검사도 직접 제가 합니다. 삼성은 제게 고향이자 친정입니다.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품질 경쟁력의 원천은 기술력이다. UST는 매출의 15% 이상을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R&D에 10% 이상 투자하듯 기술 격차를 2~3년 앞서가야 차세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UST가 추구하는 경영 철학 ‘자리이타’(自利利他)는 2008년 창업 초기부터 함께한 직원들이 지금까지 회사를 지키고 있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남을 이롭게 함으로써 자신도 이롭게 된다는 뜻입니다. 직원이 행복해야 좋은 제품이 나오고, 그 성과가 다시 구성원에게 돌아가는 선순환이 기업 경쟁력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자리이타의 마음으로 두 산업을 키워나가겠습니다.”

2026.06.22 06:00

4분 소요
“정답 없는 문제를 푸는 법”…페이히어 대표가 꼽은 책[CEO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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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항상 전시 상황에 가깝습니다.”최근 중요한 경영 판단을 앞둔 박준기 페이히어 대표는 다시 한 권의 책을 꺼내 들었다. 벤 호로위츠의 ‘하드씽’이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이 책은 정답 없는 문제와 불확실성 속에서 리더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다룬다.박 대표는 “최근 회사 운영과 관련해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며 “교과서적인 답이 없는 문제였는데 그럴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 바로 ‘하드씽’이었다”고 말했다.답 없는 문제와 마주하는 법저자인 벤 호로위츠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창업가이자 투자자로 꼽힌다. 그는 이 책에서 창업과 파산 위기·기업 매각과 재기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직원 해고·투자 유치·조직 갈등·매각 결정 등 경영자가 피할 수 없는 난제들을 다루며 ‘정답 없는 문제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박 대표가 이 책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경영서가 성공 사례와 해법을 제시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하드씽’은 스타트업 경영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그는 “스타트업을 하면서 마주치는 어려움이 정말 많은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위로하거나 좋게 포장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런 상황 자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인데, 책은 그런 현실을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고 덧붙였다.스타트업의 숙명…‘불확실성’이 책은 박 대표가 스타트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정적인 환경을 추구하지만 창업가에게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설명이다.박 대표는 “스타트업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게 일상”이라며 “책을 통해 그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고, 오히려 그 안에서 위로와 공감을 느꼈다”고 말했다.특히 그는 전문경영인이 쓴 책과 창업가가 쓴 책의 차이를 강조했다. 전문경영인이 완성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면, 창업가는 답이 없는 상황에서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그는 “창업가의 책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며 “그래서 고민만 하기보다 일단 실행하고 부딪히는 방식으로 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꽁무니를 빼지 마라”박 대표가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꽁무니를 빼지 마라(Don’t punk out and don’t quit)”다. 스타트업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기보다 받아들이고, 정답을 찾기보다 직접 답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다.박 대표는 “CEO를 하다 보면 어려운 결정 앞에서 뒤로 물러서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며 “하지만 도망간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직접 부딪히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데, 이 문장이 그 사실을 가장 짧고 명확하게 표현해 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26.06.21 08:00

3분 소요
존 햄리 “트럼프, 동맹을 하청업체 취급...韓, 외교 역량 더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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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명예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과 다른 것을 원하는 나라들을 상대해본 적이 없다”며 “잘 짜인 계획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훌륭한 협상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동맹국을 하청업체처럼 여기는 것 같다”고도 했다. 한국에 대해선 글로벌 외교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햄리 명예회장은 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반기문 보다나은미래를위한 반기문재단 이사장(전 유엔(UN) 사무총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가로서의 자질과 한계 ▲북한의 비핵화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미국의 유엔(UN) 이탈 문제 등을 주요 의제로 특별대담을 진행했다.트럼프, 세계를 사업가 관점으로 봐…전작권 전환에는 준비됐느냐가 중요반 :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하다. 개입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햄리 :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좋은 대응 방식이 반응하지 않고 시진핑의 마음속에 불확실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훌륭한 협상가라고 생각하는데, 그는 항상 자신과 같은 것을 원하는 사람들하고만 협상해왔다. 더 좋은 호텔을 원했고, 더 나은 거래를 얻으려 했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것을 원하는 나라들을 상대해본 적이 없다. 반 :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합의 서명을 발표한 뒤 갑자기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햄리 : 내 가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려 했던 것 같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 외교를 무시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동맹국들을 하청업체처럼 여기는 것 같다. 사업을 할 때 하청업체들을 매우 무례하게 대했다. 그는 세계를 사업가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하지만 이런 접근 방식이 실패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미국 이후의 G7’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이 될 수도있다.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반 :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한국 정부,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충분히 협의할지 아니면 자기 방식대로 할지 걱정이다.햄리 :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 짜인 계획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란 문제도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임했고 결국 얻은 것이 거의 없다. 이번 합의는 전쟁 직전으로 돌아가서 핵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왜 김정은 사진을 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 이란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새로운 걱정거리를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다. 반 : (북한의) 비핵화는 이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됐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당연한 권리로 여기고 있어 안타깝다.햄리 : 북한은 절대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다. 반 : 한국 정부는 2027년까지 전작권을 한국군 장성에게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조건이 충족될 때 이양하자는 입장이다.햄리 : 미국이 한국군의 지휘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전작권 이양은 한국 입장에서 매우 적절한 일이지만, 그에 걸맞은 투자가 필요하다.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였다. 당시 에드 풀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노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 한국군이 이 책임을 맡을 준비를 하기 위해 국방부 예산을 얼마나 늘릴 계획인지 물었다. 노 대통령은 그 부분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방비를 대폭 늘리고 있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한국 군 관계자들과 얘기해보면 아직 통합 작전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효과적인 전작권 행사를 위해서는 정보(J2)·작전(J3)·전략기획(J5)이 통합돼야 하는데 한국군은 아직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 반 : 미국이 반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햄리 : 조건이 갖춰졌느냐가 문제다. 한국이 2027년까지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위적인 시한을 설정하기보다는 실제 준비 상태를 함께 평가하는 과정에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북한이 매우 도발적이고 영구적인 긴장 상태를 원하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를 약화시키면 안 된다. 전작권 이양은 찬성한다. 다만 한국이 준비가 됐을 때, 그리고 그것은 동맹으로서 함께 결정해야 할 문제다. 미국의 UN탈퇴, 트럼프의 일방주의 반발 거세져반 : CSIS나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기구 탈퇴 문제를 공론화할 방법이 없나. 현재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 도덕적 책임감을 느낀다. 햄리 : CSIS에서 초청하고 싶다. 워싱턴에 오셔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이야기 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대한 반발도 생겨나고 있다. 유엔이 운영을 개혁해야 한다는 미국 내 목소리도 있다. 반 : 사무총장 시절 UN 개혁을 추진했다. 항상 “오늘 UN이 해산되면 내일 또 다른 UN을 만들 것”이라고 대답해왔다. 어떤 조직도 완벽하지 않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국내 문제보다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모두가 미국을 바라보고 있는데 미국이 등을 돌리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햄리 : 한국이 글로벌 외교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 헌데 한국 외교부의 규모는 너무 작은 편이다. 네덜란드 인구와 경제 규모가 한국의 30% 수준인데도 외교부는 두 배나 크다. 또 한국 외교부는 오랫동안 미국·중국·러시아·일본과 유엔만 상대해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글로벌 국가다. 글로벌 강국이 되려면 외교부를 강화해야 한다.

2026.06.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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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시대의 귀환’…韓, ‘자강’으로 신세계 설계하라

국제 경제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이 생존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외부 도움에 의존하지 않는 ‘자강(自强)’과 역량에 기반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곽재선 KG·이데일리 회장은 1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힘의 시대, 문명의 재편 : 누가 신세계를 설계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개회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곽재선 회장은 현재의 국제 정세를 어릴 적 골목대장의 세계에 비유하며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가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최근 국제 정세를 지켜보고 기업 경영에 직접 영향을 받으면서 어릴 적 골목대장을 떠올렸다”며 “조그만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힘이 세계의 질서였듯, 세상이 바뀌고 시간이 흘렀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힘의 논리”라고 진단했다.곽 회장은 힘이 지배하는 시대가 결코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힘의 시대가 곧 위기는 아니다”라며 “힘을 내세운 세계질서를 지극히 당연하고 정상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세계 지도자가 바뀐다고 해서 평등한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더 날을 세운 리더가 나타날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곽재선 회장은 “우리는 당면한 시간을 힘의 시대보다 ‘자강의 시대’라고 부르고 싶다”며 “외부 도움을 바라지 않고 스스로 강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라고 덧붙였다.정부 역시 이 같은 국제 질서의 거대한 변화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익 극대화를 위한 총력 대응을 다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포럼에 보낸 축사를 통해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펼쳐 글로벌 복합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축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으로 인해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대독했다.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거대한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며 “지정학적 위기, 공급망 재편과 함께 기술 패권 경쟁이 동시에 몰려오는 복합위기 가운데 인공지능(AI) 혁명은 경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새롭게 재편되는 국제질서에 대한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대국의 취약성 확대…“중견국 시대 온다”포럼의 주요 연사로 나선 외교·안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존 햄리(John Hamre)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전 회장 역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에 한국이 역량에 기반한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존 햄리 전 회장은 ‘제2차 대분기: 패권의 격돌과 글로벌 질서의 재편’을 주제로 강연하며 곽재선 회장이 언급한 ‘자강’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햄리 전 회장은 현재의 세계 질서를 다극체제로 진단하며, 구약성경 다니엘서에 등장하는 거대한 조각상의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머리는 금, 몸과 팔은 동, 다리는 철로 되어 있지만 가장 중요한 발이 토기(점토)로 되어 있어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현재 지구상의 모든 강대국이 이처럼 ‘점토로 된 발’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약화하고 중국은 부동산 버블 붕괴와 내수 약화, 인구 감소라는 인구구조적 한계, 부패 가능성에 발목을 잡혔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강력한 국가이지만 내부적으로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대통령이 존재하며 국가적 신념이 상실됐다고 평가했다. 또 유럽연합(EU)은 관료주의적 규제로 혁신을 하기에 취약하고 인도는 오염과 부패에 발목이 잡혀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저출생·주거문제…한국에 남겨진 과제햄리 전 회장은 “이처럼 모든 강대국이 취약한 상태지만, 이들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기 위한 의지나 에너지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며 앞으로의 시대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중견·중진국들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들 중견국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니즈와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질서나 관료주의에 발목이 묶여 있지 않아 새로운 협력 관계를 창출할 수 있는 주체라는 분석이다.그는 “한국이 이러한 새로운 질서에서 수혜를 보기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면서도 해결해야 할 치명적인 과제도 존재한다고 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모든 사람이 서울에 살기를 원하면서 발생하는 높은 주거 비용 문제 역시 인구학적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인프라 구축도 시급한 과제다. 햄리 전 회장은 “한국은 전 세계 9~10위권의 경제 대국임에도 대외적으로 그만큼의 위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외교부의 규모를 보면 네덜란드보다 2.5배 큰 경제 규모를 가졌음에도 외교 인프라의 크기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인접국 및 전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외교적·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해야만, 새롭게 재편되는 문명의 시대에 신세계를 설계하는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26.06.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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