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산업

산업

[단독인터뷰②] “한국의 '랄프로렌' 목표”..박화목 대표가 말하는  마르디 메크르디의 다음 10년

산업 일반

상장 앞둔 '마르디 메크르디' 박화목 대표 “가품 막으려 네이버·쿠팡 직진출”에 이어서단순한 꽃 로고 브랜드 아닌 IP 회사이달 초 불거진 타 브랜드 룩북(lookbook·화보집) 콘셉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사과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마르디 메크르디가 공개한 파리 콘셉트 화보 일부가 명품 브랜드 끌로에의 비주얼과 이미지 구도, 색감, 연출 분위기 등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확산됐다. 현재 회사는 해당 콘텐츠를 비공개 처리하고 내부 검수 체계를 재정비 중이다. 박 대표는 이번 사안에 대해 “AI 기반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내부 검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며 “AI도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움직이는데, 그 과정에서 선을 넘은 부분이 있었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털어놨다.이어 “자사몰 중심으로 운영 체계를 바꾸면서 자체 기획 콘텐츠 제작이 급격히 늘었고, 그 과정에서 작은 조직이 충분한 검수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속도를 내다 문제가 발생했다”며 “브랜드 내부적으로도 굉장히 부끄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박 대표는 “작은 조직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긴 시행착오라고 해도 책임은 결국 나에게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박 대표는 피스피스스튜디오가 키워갈 마르디 메크르디의 미래도 분명하게 그리고 있었다. 과거부터 꽃 로고 티셔츠와 맨투맨 브랜드로만 소비되는 시선을 경계해왔고, 이미 내부적으로는 다음 단계 준비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현재 마르디 메크르디는 기존 우먼 라인 외에도 ▲스포츠 ▲골프 ▲스윔웨어 등 액티브 라인 ▲키즈 ▲펫 ▲문구 카테고리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문구 상품 출시도 예정돼 있다. 박 대표는 이를 단순 라이선스 확장이 아닌 ‘마르디 세계관’을 깊고 탄탄하게 확장하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그는 “밖에서는 하나의 브랜드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각각 다른 브랜드를 운영하는 수준으로 조직과 카테고리가 움직이고 있다”며 “단순한 로고 라이선스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마르디 메크르디만의 감성과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연결되는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고 전했다.이어 “한국 패션 기업은 한 브랜드가 성공하면 새로운 브랜드를 계속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는 하나의 IP를 더 깊고 넓게 키우는 방향을 선택했다”며 “꽃 그래픽 하나로 끝나는 브랜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라이프스타일 IP 기업으로 가고 싶다”고 설명했다.최근 K-컬처가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면서 단기간에 몸값이 커진 브랜드들도 적지 않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 가치만 키운 뒤 매각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하지만 박 대표는 다른 방향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한국 패션 시장에는 감각 있는 브랜드가 정말 많다. 그런데 대부분 몇 년 잘 되다가 사라진다”며 “결국 브랜드는 오래 버텨야 문화가 되고 인정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자주 언급한 단어는 미국을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 ‘랄프로렌’이었다. 단순히 매출 규모나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정체성과 세계관 때문이라는 설명이다.박 대표는 “(랄프로렌처럼) 대중적이면서도 고유의 감도를 유지하며 의류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어 “30년, 50년 뒤에도 살아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다. 당장 유행하고 사라지는 브랜드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기억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상장 역시 지속 가능한 IP를 지켜내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박 대표는 “상장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라며 “브랜드가 커질수록 ‘이걸 우리가 끝까지 직접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 자본에 브랜드를 넘기기보다 시스템을 갖춘 회사로 오래 운영하고 싶었다”며 “전문경영인과 재무·법무 조직을 구축한 것도 결국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최근 시장에서 제기되는 밸류에이션 논란에 대해서도 비교적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박 대표는 “우리는 지금까지 스스로 1조원 밸류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당장 얼마를 인정받느냐보다 브랜드가 어떤 방향으로 오래 살아남느냐가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을 준비하다 보면 브랜드보다 숫자를 먼저 보게 되는 순간들이 분명 생긴다”며 “매출과 실적을 위해 평소 하지 않던 할인이나 기획전을 고민하게 되는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그러면서도 그는 “그럴수록 오히려 브랜드를 더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업계에서는 피스피스스튜디오의 상장 시점이 다소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직진출 효과가 극대화되는 내년에 상장했다면 흥행이 더 쉬웠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박 대표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다.그는 “상장 흥행만 생각했다면 더 좋은 실적 시점을 기다리는 선택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브랜드가 준비됐다고 판단한 시점에 상장에 나서는 방향을 택했다. 남이 아닌 마르디 메크르디만의 호흡과 준비가 중요하다”고 거듭 말했다.피스피스스튜디오는 그래픽 디자이너 박화목 대표와 아내인 한섬 명품 바이어 출신 이수현 이사가 2018년 창립했다. 이들에게 마르디 메크르디는 자식과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조금 느리더라도 오래가는 브랜드,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브랜드입니다. 상장 이후에는 더 많은 성장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2026.05.15 06:00

4분 소요
[단독인터뷰①]상장 앞둔 '마르디 메크르디' 박화목 대표  “가품 막으려 네이버·쿠팡 직진출”

산업 일반

“네이버와 쿠팡에 정품 판매처가 공식 입점해 가품과 병행수입 제품을 막고자 했습니다.”다음 달 코스닥 상장을 앞둔 K-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Mardi Mercredi)’ 운영사 피스피스스튜디오의 박화목 대표는 최근 네이버·쿠팡 입점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병행수입과 가품 문제를 정리하기 위한 전략적 직진출이었다”고 설명했다.마르디 메크르디는 마뗑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와 함께 이른바 K-패션계의 ‘3마’로 불린다. 여성스러운 꽃 그래픽과 프렌치 감성으로 급성장하며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토종 한국 브랜드로서 이정표를 세울 날도 다가오고 있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오는 14~20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26~27일 일반청약을 거쳐 6월 초 코스닥 상장에 나설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희망 공모가는 1만9000~2만1500원, 공모 주식 수는 227만2637주다. 총 공모금액은 432억~489억원 규모다.다만 상장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미성년 자녀 지분 구조와 특수관계인의 구주 매출, 최근 불거진 화보 이미지 유사성 논란 등을 둘러싼 잡음이 나오고 있다. 중국 직진출 준비 과정에서 피스피스스튜디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5% 감소하면서 이른바 ‘리스크’라는 단어를 꺼내는 곳도 있다.마르디 메크르디라는 IP를 키워낸 박화목 대표가 에 상장을 앞두고 제기된 다양한 이슈에 대한 입장을 상세히 전했다. 거대 플랫폼의 지원 없이 온전히 마르디 메크르디라는 이름으로 자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예상치 못한 실수까지 시종 진솔한 태도로 설명했다. 쿠팡·네이버 입점은 가품 대응 위한 선택한동안 자사몰 중심 경영을 펼쳐오던 마르디 메크르디는 최근 네이버와 쿠팡에 공식 입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감도 높은 브랜드인 마르디 메크르디가 대중 플랫폼에 직진출하면서 이미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박 대표는 최근 플랫폼 입점 이유에 대해 ‘가품’ 이야기부터 꺼냈다. 마르디 메크르디가 큰 인기를 끌면서 병행수입 상품과 비공식 유통 제품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고, 브랜드 통제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네이버와 쿠팡 공식 입점이 필요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그는 “일본과 중국 등에서 병행수입 업자들이 들어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품인지 아닌지 구분이 어려운 상황이 많았다”며 “정품 판매처가 네이버와 쿠팡에 공식적으로 들어가면 플랫폼 알고리즘상 소비자들이 공식 채널로 먼저 유입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마르디 메크르디의 타깃층은 3040 여성으로, 가격대가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급 원단을 사용한 세련된 카디건이 10만원대에 형성돼 직장인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박 대표는 “기존에도 쿠팡이나 네이버에서 우리 제품의 병행수입 상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진품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고, 공식 상품과 가격 차이도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차라리 우리가 플랫폼에 공식 입점해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정확히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실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공식 입점사가 상단에 노출되면서 고객들의 정품 구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피스피스스튜디오는 중국 사업 역시 라이선스 방식에서 직진출 구조로 전환했다. 이어 알리바바에 공식몰을 열고 오는 6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상하이에는 약 300평 규모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도 준비 중이다.박 대표는 “라이선스 방식을 택했을 때는 브랜드가 보여주고 싶은 방향과 실제 유통 상품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며 “직접 운영해야 브랜드 정체성을 더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그는 중국 사업 재편 과정에서 발생한 재고 소진 영향이 지난 1분기 실적 둔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중국 라이선스 종료 이후 현지 재고가 대량 할인 판매됐고, 이 상품들이 병행수입 형태로 한국과 일본 시장까지 유입되면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박 대표는 “직진출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매출 공백과 재고 정리 이슈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통제력과 수익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중국·일본을 하나의 핵심 시장으로 보고 운영 체계를 다시 세우고 있다”며 “상장 이후에는 피스피스스튜디오의 실적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예상 못했던 IPO…지분 구조와 구주 매출 논란도 해명이번 상장을 앞두고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미성년 자녀 지분과 친족 중심 지분 구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박 대표의 2017년생 자녀는 상장 전 기준 8%대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배우자인 이수현 이사와 처제인 이수인 씨 등 친족 지분까지 포함하면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0%를 웃돈다. 일부에서는 상장 이후 지분 매각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이에 대해 박 대표는 “2020년 법인 전환 당시만 해도 연매출이 10억원 수준이었다”며 “그때는 IPO는커녕 회사가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그는 “개인사업자를 가족 법인 형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실무 조언에 따라 자녀에게 일부 지분을 증여했던 것”이라며 “당시에는 브랜드를 수십 년 운영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단계였다”고 설명했다.이어 “지금 시장에서 왜 문제 제기가 나오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예비심사 과정에서도 관련 지적을 많이 받았다”며 “돌이켜보면 훨씬 신중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특히 시장에서 민감하게 바라보는 구주 매출 논란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입장을 밝혔다. 이번 공모 과정에서 처제인 이수인 씨가 일부 구주 매출에 참여하면서 시장에서는 ‘가족 현금화’라는 해석도 나왔다. 박 대표는 “실제 구주 매출은 처제와 일부 경영진 수준에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시장에 알려진 것처럼 가족 전체가 상장을 통해 대규모 현금화를 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그는 “처제는 단순 친족이 아니라 초창기 스포츠·키즈·펫 라인 등을 함께 만든 공동 창업자에 가까운 인물”이라며 “당시 별도 사업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현재 지분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이어 “오히려 내부에서는 상장 이후 발생할 세금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지가 더 큰 고민”이라며 “보호예수도 장기간 설정했고, 당장 회사를 떠날 생각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시장에서는 희망 공모가가 일부 투자자와 주관사 취득 단가보다 낮게 설정된 점도 주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등 일부 투자기관의 매입 단가 대비 할인된 수준에서 공모가 밴드가 형성됐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박 대표는 “처음부터 1조원 밸류를 이야기한 적은 없다”며 “당장 높은 몸값을 인정받는 것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브랜드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이어 “상장을 준비하면서 단기 실적이나 숫자에 신경 쓰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오히려 브랜드에는 독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며 “단순히 흥행만 생각했다면 상장 시점을 늦추는 선택도 가능했겠지만, 우리가 충분히 준비됐다고 판단한 시점에 가자는 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랄프로렌' 목표”..박화목 대표가 말하는 마르디 메크르디의 다음 10년에서 이어집니다.

2026.05.15 06:00

5분 소요
니체 읽던 ‘백신 소년’, 30년 묵은 글로벌 검색 난제 풀다 [이코노 인터뷰]

CEO

1990년대 초반 한 초등학생에게 학교가 개방한 컴퓨터실은 별천지였다. 어쩌면 그의 인생을 결정한 강렬한 기억일 것이다. 그는 10살 때 카세트테이프 기록 방식의 컴퓨터로 어셈블리 언어를 독학하면서 컴퓨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내가 정한 규칙대로 세상을 하나 만드는 느낌”을 주는 신문물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컴퓨터가 가진 수학적인 논리 구조가 자신과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1996년 중학교 2학년 때 당시 ‘5대 컴퓨터 백신’으로 불린 ‘재필 백신’을 개발해 무료로 공개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정보올림피아드 대회에서 대상을 타면서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대상을 수상하면 흔히 말하는 유수 대학의 의대에도 진학할 수 있는 특권이 있었지만, 그는 일찌감치 카이스트(KAIST) 전산학과 입학을 결정했다. 고교 2, 3학년 때 그는 카이스트에서 배워야 할 전공을 선행 학습을 하는 시간으로 사용했다. 카이스트 입학 후에는 대학 전공 서적과 함께 현대 철학의 사상가라고 평가받는 니체·비트겐슈타인·소쉬르 등의 현대 철학의 대가들의 원서를 읽는 데 시간을 썼다. 그는 “전공 서적 대신 인문학과 철학 원서를 읽을 수 있던 것은 고교 시절 대학 전공 과목을 미리 공부했기 때문”이라며 웃었다.그는 학부 과정을 약 1년간 이수한 후, 병역 특례 근무를 위해 NHN에 합류하며 학업을 중단했다. 대학 졸업장을 따는 대신 개발자로 살아가기로 한 이 학생은 30년 뒤,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검색 알고리즘 ‘BB25’를 설계했다. BM25가 30여 년간 표준으로 쓰이는 동안 제기된 한계를 확률 기반으로 재정의한 접근이다. 그가 개발자들의 인스타그램으로 평가받는 ‘깃허브’(GitHub)에 공개한 논문과 코드는 전 세계 검색엔지니어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7.3점과 100점 사이, 그 모호함을 확률로 해결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정재필 코그니카 대표다. 그는 BB25 개발에 성공한 이유를 “철학을 공학에 적용해 난제를 풀 수 있었다”고 알 듯 모를 듯한 난제를 기자에게 다시 던졌다. 코그니카는 정 대표가 2023년 창업한 리서치(연구개발) 스타트업이다. 코그니카는 정 대표를 포함해 연구개발자 2명과 관리자 1명밖에 없는 스타트업이다. BB25는 1994년 발표된 검색 엔진의 기본 알고리즘인 BM25(Best Matching 25)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벤치마크이다. 정 대표가 혼자서 80만줄 이상의 코드를 짠 코그니카 DB에 탑재된 핵심 기술 중 하나이다. BM25는 공식이 단순하지만 성능이 좋고, 별도의 학습(훈련 데이터) 없이도 바로 작동한다. 또한 검색 결과에서 ‘단어가 얼마나 나오나’ ‘문서에 몇 번 나왔나’ 등의 결과물이 바로 나오기 때문에 검색 결과를 설명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30여년 동안 BM25가 대표적인 검색 알고리즘으로 사용된 이유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 등의 검색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이 알고리즘에 자신들의 기술력을 더해서 검색 결과를 높여주고 있는 셈이다. 정 대표는 BM25에 대해 “문제는 BM25의 점수가 만점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검색 결과 점수가 7.3점이 나오거나 100점이 나오거나 해도 이 검색 결과물이 어떤 게 더 좋다라는 것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성 주가’로 검색했을 때 검색 결과가 7.3점이 나오는 것과 ‘반도체 수출’로 검색했을 때 7.3점이 전혀 다른 의미라는 것이다. 심지어 검색 결과 점수가 100점이 나왔다고 해도 이게 정확도와 관련성이 완벽하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검색 결과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점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BM25 알고리즘은 1~100점처럼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7.3점이 나왔을 때 이게 관련성이 높은 것인지 낮은 것인지를 판단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가 개발한 BB25는 30년 동안의 난제를 확률로 변환시켜 해결했다. 통계를 적용해 BM25의 점수를 0~1 사이의 확률값으로 변환하면서 “이 문서가 검색어와 관련이 있을 확률이 73%다” 등의 해석이 가능해진 것이다. 비교 기준이 없던 기존 점수를 73%와 같은 확률로 변환하면서 검색 결과의 합산이나 비교, 순위 매기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정 대표는 BM25를 대체하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는 대신, BM25의 점수 체계 자체를 수학적으로 재해석했다. 수차례의 실패 끝에 특정 조건 하에서 전개된 베이즈 확률 수식이 BM25 수식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산출 점수를 0에서 1 사이의 확률값으로 변환하는 BB25를 완성했다. 확률 변환을 통해 “해당 문서가 검색어와 관련 있을 확률이 73%와 같은 직관적 해석이 가능해졌다”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또한 “사과 2개와 오렌지 3개를 더하기 위해 각각의 고유 영양소 단위로 환산하여 결합하는 원리”라고 서술했다. 쉽게 말해 단위가 확률로 통일됨에 따라 AI 벡터 검색 점수와의 결합이 임의의 가중치 없이 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게 된 셈이다. 또한 검색 결과의 품질을 사전 확률로 측정할 수 있어 정확도가 낮은 문서를 대규모언어모델(LLM)에 입력하기 전 차단할 수 있어 환각 현상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1600줄 분량 핵심 코드 깃허브에 게재…엠텝 관리자가 먼저 연락정 대표는 해당 알고리즘의 수학적 증명을 담은 논문과 1600줄 분량의 핵심 코드를 깃허브에 게재하면서 전 세계 검색엔지니어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공개한 이후 2개월 만에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나타났다. 글로벌 텍스트 임베딩 모델 성능 평가 플랫폼인 허깅페이스 엠텝(MTEB)의 관리자가 그에게 직접 연락을 했다. 수학 전공자인 엠텝의 관리자는 정 대표의 논문과 코드를 검토한 후, BB25를 엠텝의 공식 베이스라인(Baseline)에 채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며 실제 구동을 위한 코드 이관 작업을 요청한 것이다. 정 대표는 “기존 BM25 검색 알고리즘은 AI 시대의 변화를 잘 보여주지 못했는데, BB25가 AI 시대의 검색이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라면서 “엠텝의 베이스라인은 오픈AI,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 AI 모델의 검색 성능을 평가할 때 비교 기준으로 삼는 공식 지표다. 특정 알고리즘이 베이스라인으로 채택된 것은 해당 분야의 국제 표준 규격으로 인정받는 것과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 대규모 연구팀이나 빅테크 기업이 아닌 1인 개발자가 작성한 코드가 30년간 업계의 단일 기준이었던 BM25와 나란히 글로벌 검색 AI의 새로운 공식 기준으로 등록된 것이다. 그가 30년 동안 풀지 못했던 난제를 해결한 이유를 “인문학 연구를 통해 논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이런 자부심은 개인 기술 블로그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기술적인 담론을 다루는 개인 블로그를 영어로 작성하고 있는데, 매번 현대 철학자의 담론을 인용하고 있다. 코그니카는 개발자 2명과 제품 관리자 1명으로 운영된다. 현재까지 뮤렉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뮤렉스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중고차 매매 단지 시스템에 AI 및 코그니카 데이터베이스를 결합하는 기술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창업 이후 빠르게 매출을 기록했다. 정 대표는 오픈소스 기반의 기술 확산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향후 코그니카 데이터베이스의 축소된 버전을 개발자 생태계에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단기적인 수익 창출보다 다수의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코그니카 DB가 채택되는 것을 성과 지표로 설정했다. 정 대표는 “글로벌 검색 인프라에 BB25 알고리즘이 적용되면, 해당 기술을 특정 기업 도메인에 최적화하기 위한 기술 자문 및 커스터마이징 수요가 자연스럽게 창출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코그니카는 당분간 리서치 성과를 기반으로 한 기술 리더십 확보에 집중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2026.05.01 08:00

5분 소요
'알파고의 아버지' 만난 정의선과 구광모...AI 로봇과 바이오 논의했나?

산업 일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다. 인공지능(AI) 협력이 기대되는 가운데 총수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허사비스 CEO와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허사비스 CEO가 예고한 대로 현대차그룹 경영진과 회동한 것이다. 특히 정 회장과는 로봇과 AI 분야의 협력 강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AI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구글의 AI 조직 딥마인드와 손잡았다.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의 보스턴다이내믹스와 구글 딥마인드는 ‘미래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 가속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경쟁력과 구글 딥마인드의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결합해 차별화된 기술 개발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만큼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졌을 전망이다. 이어 허사비스 CEO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방문해 구 회장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양사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LG AI연구원과 구글 간의 기술 시너지가 기대되는 가운데 AI 바이오 분야에서의 협력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허사비스 CEO는 단백질 구초 예측이 가능한 AI 모델 ‘알파폴드’를 개발하는 등 바이오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2024년에는 이 연구로 노벨화학상까지 받았다. LG AI연구원은 조직병리 이미지를 분석해 유전자 변이를 예측하는 ‘엑사원 패스’라는 AI 바이오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암 에이전틱 AI’ 연구 성과를 공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 이력과 허사비스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현대차는 AI 로봇, LG는 AI 바이오와 관련된 논의가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한편 허사비스 CEO는 “현대 AI 시대의 시작점이 된 역사적인 알파고 대국 이후, 한국은 구글에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 됐다”며 “구글은 그 소중한 유산을 이어받아 바이오 혁신과 기상 예측 분야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한편 AI가 책임감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보호 체계를 구축하는 일에도 파트너로서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이어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와 보스턴다이내믹스, LG전자 등 기업들과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산업적으로도 한국에 있는 매우 우수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이 파트너십은 더욱 확대되고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2026.04.28 17:05

2분 소요
약사 출신의 ‘센터상’ 임윤아 디티앤씨 바이오그룹 사장 “위기는 기회”

CEO

‘임윤아’. 낯설지 않은 이름부터 시선 집중이다. 약사 출신으로 글로벌 제약사 GSK·산도스·애보트·파마노비아·메디라마 등을 거친 이력은 더 화려하다. 영업부터 마케팅, 사업 개발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뒤 마침내 그룹의 핵인 ‘전략기획’의 수장을 맡게 됐다. 임윤아 디티앤씨 바이오그룹 전략기획사장(CSO)은 확실한 ‘센터상’을 무기로 미래 전략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약사 출신 다재다능한 ‘바이오업계의 센터’전략기획을 담당하는 브레인의 사무실이라 무거운 공기가 가득할 것 같았지만 ‘월드스타’ 손흥민의 경기 일정이 담긴 축구 캘린더를 보고 경계심이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이처럼 임 사장은 무거운 직함과는 달리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다. “바이오업계의 소녀시대입니다”라는 낯간지러운 멘트를 어색한 자리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활용한다고 했다. 그는 “이름이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와 같아서 지난 20년간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름 하나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편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좋은 전략”이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약사를 시작으로 임 대표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만만치 않은 열정이 느껴진다. 신약 개발을 제외하곤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다재다능함을 뽐내며 역량을 쌓아왔다. 특히 파마노비아 초대 한국지사장을 역임하는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약 30년의 경험을 쌓았다.그는 “대형 약국에서 약사로 굉장히 좋은 경험을 했고, 고객들과 대인 커뮤니케이션 등을 하면서 영업의 기본을 배울 수 있었다”며 “당시 외국계 제약사로는 유일하게 제네릭(복제약) 마케팅을 펼쳤던 산도스에서 연 매출 7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신장시키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이에 산도스의 첫 베트남 지사 설립 멤버로 뽑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인 파마노비아의 초대 한국지사장으로 영입되면서 조직의 수장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이어 메디라마에서는 신약 개발 전략을 컨설팅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커머셜 오퍼레이션 총괄(COO)을 지냈다. 디티앤씨 바이오그룹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임 사장에게 비임상과 임상을 아우르는 통합 전략을 수립하는 임무를 맡겼다. 바이오그룹의 글로벌 진출을 견인할 적임자로 박채규 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인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기업과 기업 사이의 연결·교감을 중시하는 임 사장은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의 후발주자로서 고객사와 신뢰를 쌓는 것부터 차근차근 수행하고 있다. 당장의 회사 매출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과 관련해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FDA는 잘만 활용하면 되게 도움이 되는 규제 기관이다. 디티앤씨알오가 일종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역할을 자처하면서 고객사에 FDA 컨설팅을 하고 있다. 또 미국의 파트너사인 래디우스 리서치와 연결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래디우스 리서치와 고객사가 직접 계약을 하는 시스템이라 당장은 디티앤씨알오가 돈을 벌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와 과정을 통해 내실을 쌓고 있고, 언젠가는 자력갱생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격변기’ 어려울수록 베팅 필수 그룹 전략기획의 중요한 미션 중 하나는 홍보다. 무엇보다 고객사에 디티앤씨알오의 풀라인업 서비스를 알리는 게 급선무다. 바이오그룹은 ▲CRO를 담당하는 디티앤씨알오 ▲비임상·임상 검체분석 및 임상시험 지원을 수행하는 휴사이언스 ▲임상 및 비임상 인공지능(AI) 솔루션 개발업체 세이프소프트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다. 이를 위해 임 사장은 여전히 전통의 PR(Public Relations)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그는 “초창기 직장 생활을 할 때 PR은 ‘피터지게 알려라’의 줄임말로 통용됐다. 요즘 방식은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려라’로 바뀌었는데 현재 그룹의 기조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최대한 널리 알려야 한다는 전략”이라고 피력했다. 최근 약가 인하 이슈로 CRO의 업황이 좋지 않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임상 3상 면제 현실화 등 글로벌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는 격변기이기도 하다. 바이오텍들이 약가 인하로 인한 매출 감소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부터 줄이면서 CRO 업체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그렇지만 어려운 상황일수록 내실을 다지며 기회를 엿본다는 입장이다. 디티앤씨알오가 지난해 가장 어려운 시기에 3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약동학(PK)·약력학(PD) 센터를 개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 사장은 “고객들이 요청할 때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막상 준비하려면 돈도 시간도 사람도 들어가기 때문에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래도 미래의 기회를 위해 임상시험과 인허가 컨설팅까지 원스톱 통합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진출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계 각국의 파트너사와 전략적 제휴도 맺고 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해 호주·일본·동유럽·태국 등에 파트너사를 두고 있다. 파트너사와의 제휴를 통해 최대한 효과적으로 비즈니스를 펼친다는 입장”이라며 “이후 어느 정도 준비가 됐을 때 지사 설립 등 직접적인 진출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디티앤씨알오는 임 사장의 합류 이후 비임상사업부의 수주 건수가 지난해 약 300건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실적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또 최근 유한양행과 동아에스티에서 신약개발을 총괄했던 한태동 부회장을 영입하는 등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임 사장은 “임상과 비임상 분야의 베테랑 전문가들이 합류하면서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통합 연구 서비스 역량이 강화되는 등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CRO 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중장기적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임 사장은 “초기 임상 수행을 포함해 우리의 성공 포트폴리오를 3년 내 만들어내는 게 전략기획실의 중대한 목표”라며 “능력 자체로 드러나는 ‘주머니 속의 송곳’이 된다는 일념으로 좋아하고 잘했던 전략을 구체화하겠다”며 굳센 의지를 드러냈다.

2026.04.27 07:30

4분 소요
‘K웨이브 확산’과 함께 활발해진 CJ 이재현의 행보

산업 일반

‘K컬처’가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면서 CJ그룹의 행보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신규 매장을 중심으로 친화적인 현장 경영을 펼치면서 ‘작은 성공’과 ‘작은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K컬처가 세계 문화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시점이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재현식 소통과 현장 미팅 경영 “회장님이 아니라 ‘이재현님’으로 소통하러 온 것이니 딱딱하게 부르지 말아달라.”최근 이 회장이 직원들과의 소통에서 추구하는 대화 방식이다. 현장 경영에서뿐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계열사 산하의 식당을 방문할 때도 이런 소통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9일 손자의 손을 잡고 서울 종로구의 몽중헌 광화문점을 찾았다. 장남 이선호 CJ미래기획그룹장 부부와 김희재 여사 그리고 손자 2명과 함께 매장을 방문해 저녁 식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방문이 아니었지만 실제 가족 단위가 많이 오는 신규 매장에서 외식 경쟁력 등을 점검했다는 후문이다. 이 식당은 종로구 안국동에서 지난해 11월 광화문점으로 확장 이전한 곳이다. 새롭게 단장한 매장에 실제 가족 단위의 고객처럼 방문한 이 회장은 “외식 역량이 많이 향상됐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3월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올리페페에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의 딸인 손녀 등과 함께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페페는 지난해 12월 CJ푸드빌이 선보인 새로운 이탈리안 비스트로 브랜드다. 이 회장은 가족들과 새로 오픈한 매장에서 손님처럼 메뉴·구성·서비스 등을 직접 느껴본 뒤 피드백을 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재현님’으로 소통하는 공식적인 현장 경영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규모 현장 미팅인 ‘무닝 유닛’(Moving Unit)을 통해 젊은 임직원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무빙 유닛은 ‘조직을 변화시키고 CJ를 움직이는 작은 단위’라는 의미를 지닌다.무빙 유닛은 각 계열사에서 ‘작은 성공’을 이뤄낸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CJ제일제당·CJ대한통운·CJ ENM 커머스 부문·티빙·CJ프레시웨이·CJ 4D플렉스 등 계열사의 실무 인력 20~30명을 만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각 계열사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낸 핵심 조직을 중심으로 미팅이 이뤄져 전사 단위의 ‘현장 경영’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CJ 관계자는 “소규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형식적인 보고보다 실질적인 성과와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대화가 오가면서 자연스럽고 가벼운 분위기로 진행된다.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라 동기부여가 돼 직원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현장 미팅 경영’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작은 성공이 큰 변화의 물결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회장은 “건강하고 아름답고 스타일리시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며 “큰 성과는 늘 현장의 작은 조직에서 시작된다.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절실함으로 작은 성공을 하나씩 쌓아가며 큰 변화를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글로벌 무대서 ‘K컬처’ 선도 메시지 CJ그룹의 뷰티 부문을 담당하는 올리브영은 오는 5월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올해까지 2개 매장을 미국에서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K뷰티의 최전선에 나서는 올리브영의 경쟁력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3월 이선호 미래기획그룹장과 함께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 타운을 방문했다. 이곳은 외국인 고객 비중이 높아 올리브영이 글로벌 수요를 확인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향후 오픈할 미국의 매장과 매우 유사하다는 특징이 있는 매장이다. 이 회장은 실제로 마스크와 선크림 등을 구매하며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폈다. 올리브영의 미국 매장이 글로벌 성패의 가늠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운영 현황과 고객 편의 요소를 점검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마스크팩 특화 공간 ‘마스크 라이브러리’를 점검하면서 “미국 시장에서도 이처럼 지속가능한 K뷰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크림 제품 진열 공간에서는 “달바 등 올리브영에서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올리브영은 CJ그룹에서 가장 고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계열사다. 지난 2022년 매출 2조7809억원에서 2025년 5조8539억원으로 3년 만에 매출이 2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714억원에서 7328억원으로 급등했다. 이처럼 K뷰티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돼 이 회장이 5월 오픈을 겨냥해 미국의 올리브영 매장을 직접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식품, CJ대한통운이 물류의 선봉장이라면 올리브영은 뷰티의 영토 확장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현 회장의 현장 방문은 글로벌 시장에서 K라이프스타일 경쟁력을 강화하라는 메시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CJ그룹은 국내 경기 위축으로 내수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마침 글로벌 시장은 K컬처의 확장으로 기회의 장이 열렸다. K라이프스타일에 강점을 갖고 있는 CJ로서는 더없이 좋은 성장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이 회장이 예전보다 활발한 현장 경영을 펼치는 등 임직원들과 소통 확대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전방위로 확산하는 K웨이브를 놓치지 말고 현지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야 한다. 현지화와 글로벌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해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리딩 컴퍼니로 도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6.04.27 07:00

4분 소요
팀쿡, 15년 만에 애플 떠나…후임 존 터너스는 누구?

국제 경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5년 만에 애플 수장 자리에서 오는 9월 물러날 예정이다. 애플은 2011년부터 15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팀 쿡이 9월 CEO 자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쿡 CEO는 1998년 애플에 합류해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사망한 2011년 CEO에 취임했다. 애플은 쿡 CEO가 이끄는 동안 시가총액이 3500만 달러에서 4조 달러로 10배 이상 늘어나며 급성장했다. 매출액도 1080억 달러에서 4160억 달러로 4배로 늘었다. 쿡 CEO는 "애플의 CEO로 일하도록 신뢰를 받은 것은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일이었다"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데 대한 소감을 밝혔다. 팀 쿡의 후임 CEO로는 내부 인사인 존 터너스 수석 부사장이 지명됐다. 쿡 CEO는 후임인 터너스에 대해 "엔지니어의 마음과 혁신가의 영혼, 일관성과 영광을 갖춘 마음을 보유했다"며 "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애플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터너스 부사장이 쿡 CEO의 후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왔다. 애플 내에서 '팀 쿡 도플갱어'로 불리며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던 제프 윌리엄스가 지난해 7월 은퇴를 발표하고, 쿡 CEO의 오랜 측근으로 꼽혔던 루카 마에스트리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해 초 물러났기 때문이다. 터너스 부사장은 펜실베이니아대 기계공학 학사 출신으로, 2001년 애플에 합류해 2013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VP)을 지내고 이어 2021년 수석부사장 자리에 오른 하드웨어통이다. 지금까지 아이폰, 아이패드, 맥 컴퓨터, 애플워치, 에어팟 등 애플의 하드웨어 개발을 총괄해왔고, 특히 한동안 침체를 겪었던 맥의 판매를 다시 끌어올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이 그를 차기 CEO로 택한 것은, 앞으로도 애플이 아이폰을 비롯한 하드웨어가 핵심 제품인 회사로 계속 남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6.04.21 15:32

2분 소요
경찰, 방시혁 구속영장 신청…하이브 주가는 '반락'

증권 일반

경찰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을 속여 지분을 팔게 한 의혹을 받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하이브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1일 방 의장에 대해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중순 방 의장에 대한 조사 이후 5개월여만이다. 방 의장은 2019년 하이브 투자자들에게 '주식 상장 계획이 없다'고 속여 특정 사모펀드 측에 지분을 팔게 하고 이후 상장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방 의장이 사모펀드 측과 사전에 맺은 비공개 계약에 따라 상장 후 매각 차익의 30%를 받아 2000억원에 가까운 부당이득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2024년 말 이러한 의혹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작년 6월과 7월 한국거래소와 하이브 등을 압수수색하고 방 의장을 출국 금지한 바 있다. 하이브 주가는 이날 장 초반 상승하다 방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는 소식에 하락중이다. 이날 오전 11시 41분 현재 하이브는 전날보다 2.55% 떨어진 24만8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1.18% 오른 25만8000원으로 시작해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내 약세로 전환했다. 한편 이날 IBK투자증권은 하이브의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며 하이브에 대한 목표주가를 48만원에서 4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유혁 연구원은 "하이브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4.5% 증가한 399억원으로 시장기대치(430억원)를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예상보다 높았던 BTS 컴백 관련 비용과 BTS 세 번째 재계약에 따른 정산율 상승으로 원가율 부담이 있었던 점이 시장기대치 하회의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2분기부터는 이달 9일 시작된 BTS 월드투어 관련 매출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74.0% 급증한 1806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2분기에 코르티스, TXT, &TEAM, TWS, 르세라핌, 아일릿, 보넥도 등 소속 아티스트 대부분의 컴백이 예정된 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2026.04.21 11:46

2분 소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마지막 당부 "통화정책만으론 한계, 구조개혁 필요"

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임기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 국가들이 돈풀기에 나서면서 나타난 인플레이션을 감당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를 맞닥뜨렸다. 비상계엄 사태라는 국가적 충격 속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의한 관세 장벽 현실화와 원화 가치 하락 충격을 관리한 이창용 총재는 국책은행 수장으로 고군분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2022년 4월 취임한 이창용 총재는 4년 임기를 마무리하며 이임사에서 “통화·재정정책만으로는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이루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내외 금리차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조세정책·연금제도·글로벌 지정학적 위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크게 변동하는 시대가 됐다”며 “과거와 같이 외환시장 개입이나 금리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 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아직 중동전쟁이 끝나지 않아 외환·금융시장이 충분히 안정되지 못한 채 자리를 넘기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한국은행이 통화·금융정책을 넘어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총재는 지난 임기 4년을 회상하며 “예상 범위를 넘어 끊임없이 경계를 넘어야 했던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며 두 차례 빅스텝을 포함해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해야 했던 일을 설명했다. 부동산 금융 불안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금융안정이 위협받았고, 이후에도 가계부채 증가와 수도권 집값 상승, 중동전쟁에 따른 환율 급등 등 예상치 못한 충격이 이어진 일도 있었다.그는 이런 상황을 정리하며 “금리정책을 통해 주요국보다 먼저 인플레이션을 2%대 목표 수준으로 되돌린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과 20편이 넘는 구조개혁 보고서를 통해 정책 소통과 자문 기능을 강화했다”고도 했다. “비기축통화국 중앙은행 총재로서 처음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을 맡았고, 20여 년간 상승하던 가계부채 비율을 하락세로 전환시킨 점도 성과”라고 덧붙였다.국민적 기대에 따른 어려움도 함께 언급했다. “경제 구조의 변화와 함께 통화·재정 정책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에도,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 정책 당국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양자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과거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입에 크게 좌우되던 외환 시장에서 이제는 국내 기업·개인·국민연금 등 거주자의 영향도 크게 확대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현실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과거와 같이 외환시장 개입이나 금리 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고 하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이 총재는 임기 중 추진했던 한은의 ‘구조 개혁 시리즈’가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저출생·저성장 문제 또한 통화·재정 정책과 같은 단기 처방보다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노동·교육 분야 등의 구조 개혁을 통해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통화 정책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한 구조 개혁은 현재진행형인 만큼 앞으로도 한은이 교육·주거·균형발전·청년고용·노인빈곤 등 한국 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를 계속 연구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2026.04.20 10:53

3분 소요
“모두가 80점인 시대” 정재승 교수가 말하는 AI 시대 인재 전략

CEO

seojy@edaily.co.kr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신하고 있다. AI를 통해 모두가 평균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기업이 뽑아야 할 인재 전략도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가 정재승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를 만나 기업의 최고경영책임자(CEO)가 AI 시대에 어떤 인재를 뽑고 양성해야 하는지 들었다. 모두가 80점인 시대“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미래는 모든 과정은 AI가 처리하고, 인간은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만 지는 상황입니다.”AI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대중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스스로 학습·추론·판단을 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AGI)이 ‘행위자’가 돼 인간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공포감. 몇 가지 지시 사항만 제시하면 때로는 인간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해 내는 AI를 보면서 이런 불안을 느끼지 않을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뇌기반 인공지능 전문가인 정 교수는 이런 막연한 두려움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비교적 적다고 보고 있다.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수준의 행위자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과 욕구·의식의 작동 메커니즘이 규명돼야 한다. 정복욕이나 지배욕이 발현하는 이유를 알아야 AI에도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과학기술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정 교수가 가장 두려워하는 미래는 따로 있었다. 대부분의 일은 AI가 하고, 인간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실수에 ‘법적인 책임자’ 역할만 맡는 상황이다. “AI가 80점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기업은 75점짜리 노동력을 더는 필요하지 않게 될 겁니다. ‘너 정도는 AI도 할 수 있어’라며 정리하는 것이죠.”물론 사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AI와 확연히 다른 100점에 가까운 결과를 도출하는 극소수만 뽑고 남긴다. 이들은 인공지능이 도출한 결과에 오류가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한 책임만 질 뿐이다.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다양한 AI 도구가 대부분의 일을 해낼 수 있는 시대는, 어떤 면에서는 인간에게 가장 모욕적인 시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인재에게 필요한 것은AI라는 값싸고 효율적인 노동력을 갖춘 기업은 인공지능을 압도하거나 완전히 다른 능력을 갖춘 인간만 선별한다. “결국 인간은 AI보다 '더 나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게 될 겁니다. 개성 있고 인간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해지겠죠.”문제는 인간이 AI보다 나은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창의력이 AI와 구분될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이라고 하지만 “사실 인간도 그다지 창의적인 존재는 아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생각이다. 대부분 반복적인 일상을 살며 안정감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그는 인간이 AI와 차별화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부분을 ‘개인만의 남다른 경험’에서 찾았다. 인생을 살아가며 획득한 ‘경험과 지혜’는 인공지능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자신만의 지식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스토리텔링화하고, 행동과 결과까지 연결해 보여줄 수 있어야 AI와 차별화가 가능할 겁니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한국은 경험할 시간에 공부를 종용하는 나라다. 주어진 조건마다 경험치의 차이도 크다.“비바람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직접 맞아보는 경험도 필요합니다.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니까요. AI가 대부분의 작업을 대신하는 환경에서는 인간의 상상력과 문제 정의 능력이 핵심이 될 겁니다. 과거에는 코딩을 잘하는 사람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만들 것인지 정의하는 사람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정 교수는 AI 시대가 무르익을수록 깊이 있는 인문사회과학적 소양이 요구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과 시대정신을 이해하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인문사회과학의 중요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성공하는 리더AI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대중이 접근가능한 지식과 기술의 격차가 좁아졌다. 개인의 창업 벽도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차별적인 인재들은 독립적인 커리어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는 회사라는 조직이 개인을 온전히 보호해주는 시대가 아닙니다. 결국 자신의 능력으로 경제적 자립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죠. 거의 모든 섹션에서 개성적이고 통제가 어려운 개인의 다변화가 이뤄질 겁니다.”언제든 떠날 수 있는 선택지를 갖게 된 구성원들은 더 이상 조직에 묶이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 뛰어난 핵심 인력을 보상이나 안정성만으로 붙잡기 어려워진다. 기업의 CEO는 ‘조직이 왜 존재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에 대한 설득력을 갖춰야 비로소 이들을 남길 수 있다. CEO가 AI와 차별화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인재를 얻고 기업도 성공시킬 수 있게 된다는 뜻이 된다.정 교수는 CEO의 역할을 회사의 비전으로 정의했다. “조직의 리더는 어디로 갈지 방향을 정하는 사람입니다. CEO가 중요하게 내세우는 목표와 우리 사회의 목표가 일치할 때 빼어난 구성원들은 더욱 최선을 다합니다. 우리는 이런 비전을 가진 리더가 필요합니다."안타깝게도 세상에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리더가 많다. 정 교수가 짧게 답했다.“CEO가 설득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유능한 인재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을 겁니다. 리더를 설득하거나 혹은 나가서 창업하거나.”

2026.04.20 09:12

4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