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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장펀드, 첨단 전략산업의 마중물이 되려면 [스페셜리스트 뷰]

국제 이슈

지금 전 세계 산업의 중심추는 인공지능(AI)·반도체·로봇 등 첨단 전략산업 위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들 분야는 단순히 하나의 신산업 섹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향후 국가 경제와 산업 구조의 판도를 통째로 바꿀 ‘게임 체인저’ (Game Changer)역할을 하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요국들은 저마다 사활을 걸고 모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는 모양새다. 미국‧중국‧일본 등은 직접 보조금 지급과 파격적인 재정 지원은 물론 고율의 관세 장벽까지 동원하며 가히 국가적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반도체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앞세워 총 70조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안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고율 관세 부과도 병행하는 중이다. 중국의 경우 ‘중국제조 2025’ 등을 기치로 반도체 분야에만 무려 562조원에 달하는 거대 펀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일본 역시400조원대 초대형 경제대책을 마련하며 맞불을 놓았다. 글로벌 패권국들이 벌이는 이러한 치열한 각축전을 두고 바야흐로 국가 간 ‘투자 전쟁’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첨단 전략산업 육성과 인내자본의 필요성그럼 민간 기업이나 금융회사의 영역인 ‘투자’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첨단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규모 인내자본이 민간 부문을 통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바이오 신약 개발이나 차세대 반도체 원천 기술, 핵심 녹색 기술처럼 인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첨단 기술은 완성돼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보통 10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된다. 단기 수익을 좇아 움직이는 데 익숙한 민간 자본의 속성상 이 기나긴 연구개발(R&D) 마라톤을 끝까지 버텨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특히 첨단산업은 초기에 막대한 설비와 연구 비용이 들지만,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유휴 기간이 매우 길다는 특성이 있다. 만약 이러한 장기 프로젝트를 단기 채무나 조급한 자본에 의존해 조달한다면 기술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돈을 갚아야 하는 만기 불일치 딜레마에 빠져 유망한 기업이 부도를 맞이할 수 있다. 반면 인내자본은 주주들의 단기 이익 극대화 압력을 완화해 줌으로써 기업이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고 미래 원천 기술 확보에만 전념할 수 있는 든든한 방패가 돼준다.첨단 기술 투자는 본질적으로 실패 확률이 매우 높은 고위험 자산이자 자금이 오랜 기간 묶여 있어야 하는 저유동성 자산이다. 일반적인 민간 시장의 자본은 이러한 위험 부담과 불확실성 때문에 스스로 진입하기를 꺼리기 마련이다. 민간 부문에 만연한 단기 성과주의도 큰 걸림돌이다. 자본의 만기가 5년 미만 등으로 짧은 경우, 자금을 굴리는 운용사들은 진짜 세상을 바꿀 모험적인 혁신 기술보다는 3~4년 내에 빠르게 상장(IPO)시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전하고 상업화가 임박한 IPO 직전 기업’에만 돈을 밀어 넣게 된다. 결과적으로 국가의 미래를 바꿀 대담한 도전(Moonshot)은 실종되고, 자산시장의 밸류에이션 거품만 키우는 역효과를 낳는다. 마리아나 마추카토(Mariana Mazzucato) 교수는 첨단 전략산업 육성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인내자본 공급에 있어 국가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한다. 전통적인 주류 경제학에서는 정부의 역할을 민간 시장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시장 실패’를 사후에 보완(Market Fixing)하는 소극적인 수준으로 제한한다. 반면 마추카토 교수는 이러한 관점을 넘어 국가가 혁신을 이끄는 대담한 선수가 되는 ‘기업가적 국가’(Entrepreneurial State)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창한다. 공공이 공급하는 인내자본은 단순히 시장의 틈새를 메우는 방어적 역할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기술 혁신의 방향성을 직접 설정하고 민간이 따라올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형성(Market Shaping)하는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일반적인 민간 자본이 리스크와 불확실성 때문에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는 상황이라면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이 위험을 가장 먼저 짊어지는 ‘첫 번째 위험 감수자’(First-risk taker)로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이처럼 선제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분산(Risk-sharing)해줄 때, 비로소 얼어붙어 있던 민간 자본이 안심하고 자산시장에 진입하여 ‘인내’를 시작할 수 있다는 논리다.국민성장펀드, 인내자본의 마중물 될 수 있을까첨단 전략산업 육성에 인내자본이 필수불가결하고 이를 공급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면, 이제 관건은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성장펀드’가 과연 진정한 마중물 역할을 해낼 수 있느냐이다. 국민성장펀드는 AI·반도체·바이오·2차전지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첨단 전략산업에 5년간 총 150조원의 거대 자금을 공급하는 초대형 정책금융 프로젝트다. 부동산이나 단순 담보 대출에만 쏠려 있던 시중 자금을 혁신 산업으로 유도하겠다는 이른바 ‘생산적 금융’의 대전환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잘 알려진 것처럼 민간 자본은 자발적으로 고위험·저유동성 자산에 투자하기를 꺼린다. 국민성장펀드는 이 장벽을 깨기 위해 정부 공공 기금이 위험을 먼저 부담하여 약 20% 수준의 손실을 후순위로 보강하는 장치를 설계했다. 민간과 개인 투자자의 심리적 부담을 낮추어 민간 자본을 시장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아울러 단순 지분 투자에 그치지 않고 인프라 투자·융자와 초저리 대출을 매칭한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전방의 첨단 기술기업부터 후방의 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까지 생태계 전반을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점도 뚜렷한 장점이다.또한 국민성장펀드가 국내 벤처 생태계의 고질적인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보완하고 스케일업을 위한 대규모 성장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한국은 창업 초기 투자나 상장 이후 투자는 상대적으로 활발한 편이지만, 정작 중간 단계의 스케일업을 위한 대규모 자금 공급은 턱없이 부족했다. 과거의 정책 펀드들도 초기 스타트업의 지분 투자에만 치중해 정작 스케일업 단계에서 자금줄이 마르는 한계를 보였다. 국민성장펀드는 다각화된 자금 공급 경로를 통해 AI 모델 기업이나 딥테크 스타트업,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대규모 자금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그러나 국민성장펀드 자금이 실제 시장에서 진짜 인내하는 자본으로 기능하는 것을 가로막는 구조적 한계점도 존재한다. 우선 중요한 약점으로 ‘5년 만기 시계의 단기성’을 들 수 있다. 바이오 신약 개발이나 차세대 반도체 원천 기술 등 미션 지향적 혁신이 완성되려면 보통 10년 이상의 기간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펀드 만기가 5년으로 묶여 있는 제한적인 구조 탓에, 하위 펀드 운용사(GP)들은 모험적인 장기 R&D 기업보다 3~4년 내에 빠르게 상장시켜 털고 나갈 수 있는 안전한 ‘IPO 직전 기업’ 위주로 자금을 집행하게 될 우려가 크다.정부가 투자 가이드라인을 지정함에 따라 수많은 하위 펀드들이 일제히 특정 섹터로 몰려가는 동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작 기술력을 갖춘 유망 혁신기업의 수는 한정된 ‘딜(Deal) 부족’ 상황에서 과도한 정책 유동성이 밀려들면서, 비상장 기업들의 몸값만 비이성적으로 치솟는 밸류에이션 거품과 가격 왜곡이 유발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새로운 혁신 기업을 발굴하지 못한 채 기존 인맥 중심의 투자 관행을 답습하거나, 무늬만 첨단 기술로 둔갑한 기업을 걸러내지 못하는 리스크도 제기된다. 정부가 아무리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하더라도 운용역들이 정보의 한계 탓에 익숙한 기업이나 겉포장만 그럴싸한 트렌드만 좇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진짜 기술 혁신은 이끌어내지 못하고 국가의 소중한 자본만 낭비하는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지방 기업에 자금의 40%를 지원하기로 한 방침이 ‘지역별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공공 자본이 겪을 수 있는 전형적인 함정인 '관료주의와 거버넌스의 취약성'과 연결된다. 마추카토 교수나 이바시나 교수 등은 정책금융이나 공공기금이 금융·기술적 전문성 대신 정치적 이해관계나 관료적 판단에 좌우될 때 자본의 효율성이 저하된다고 경고한다. 지방의 우수한 기술기업 풀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계적인 배분 방식만 고집한다면, 결국 기술 논리가 아닌 정치적 타협에 의한 자금배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국민성장펀드와 민간 금융회사 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민간과의 공동투자 및 공동대출을 지향하지만, 현장에서 양 주체 간의 정보 비대칭이 엄연히 존재한다. 민간 금융회사가 좋은 딜을 발굴해 공동투자를 요청하더라도 공공 부문에서 이를 검증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반대로 국민성장펀드가 신디케이션론 참여를 민간 은행에 요구하더라도, 민간이 저금리 대출에 소극적일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의 과제와 초장기 펀드의 도입국민성장펀드가 당면한 과제를 극복하고 자생적인 인내자본 생태계를 안착시키는 마중물이 되려면 몇 가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만기 10년 이상의 초장기 펀드를 도입해 만기 구조를 다변화하는 한편, 민간 운용사들이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정교한 인센티브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먼저 ‘첨단산업 워싱’(Washing) 리스크를 차단해야 한다. 무늬만 첨단 기술기업을 걸러내려면, 민간 전문가 중심의 정교한 평가 체계와 '개방형 기술 검증 및 공동 발굴 플랫폼'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학계·국책 연구기관·기술 액셀러레이터 등과 다각적인 협업 네트워크를 가동하여 기존 사모시장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던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체계도 확립해야 한다.지방 기업에 자금의 40%를 배정하기로 한 방침이 ‘지역별 나눠먹기식 정치적 타협’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거버넌스도 혁신해야 한다. 기계적인 할당제 대신 지방의 우수한 핵심 기술 생태계를 연계하고, 철저한 전문성 중심의 심사를 통과한 기업에 자금이 유입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민간 금융기관과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자발적 참여 유인을 높이는 유인 구조의 정교화도 빼놓을 수 없다. 민간이 발굴한 딜의 검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지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공과 민간의 ‘패스트트랙 공동 심사 프로토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하방 위험을 방어할 수 있는 메자닌 투자를 다양하게 허용해 운용사들이 리스크 관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투자 구조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만기 10년 이상의 초장기 펀드가 출시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는 기존 국민성장펀드의 중요한 약점인 ‘시계의 단기성’을 해소하는 바람직한 조치다. 다만 만기가 길어지는 만큼 거시경제 변동성이나 파괴적 기술 변화 등 외부 충격에 노출되는 기간도 늘어나므로, 포트폴리오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확보하는 일이 새로운 과제로 부상한다. 과거처럼 자산을 사서 방치하는 수동적 방식 대신 파괴적 혁신 섹터에 자금을 유연하게 배분하는 능동적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저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만기와 회수 시점을 촘촘히 분산하는 ‘유동성 사다리’(Liquidity Laddering)를 내부에 구축해야 한다. 10년이라는 초장기 시계가 정권의 임기나 관료들의 순환 보직 주기와 어긋남에 따라 단기 성과주의라는 역설에 빠지지 않도록 독립적인 거버넌스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제들을 달성할 때 비로소 국민성장펀드는 한국 미래 산업의 진짜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6.07.13 06:30

8분 소요
트럼프는 "휴전 끝"이라는데, 이란은 "대화는 계속" .. 전쟁 대신 협상 택하나

국제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종료"를 선언하며 강경 메시지를 내놨지만, 정작 미국과 이란은 물밑에서 협상 채널을 유지하며 다음 협상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공개적으로는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도, 실제로는 전면전보다 협상을 통한 출구를 모색하는 '벼랑 끝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11일 악시오스(Axios)와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오만, 파키스탄 등 중재국을 통해 비공식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의 최대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통화하고 중동 정세를 논의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양국 정상급 인사들이 중동 현안을 직접 논의한 첫 사례다.이란도 중재 외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통화했고,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연안국인 오만을 방문해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카타르 중재단 역시 미국과 사전 조율을 거쳐 테헤란을 찾아 협상 재개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양측 모두 공개적으로는 강경 발언을 이어가지만 협상의 문은 닫지 않았다.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종료를 선언하면서도 추가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공격을 중단하고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하겠다는 공개 성명을 발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당국자는 "그런 약속이 없다면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라며 추가 압박 가능성을 시사했다.이란도 맞섰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지금까지 약속을 지켜왔다"며 "MOU 9항을 위반한 것은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MOU의 상호 준수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협상 복귀 의지를 내비쳤다.MOU 9항은 최종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이란은 핵 프로그램의 현 상태를 유지하고, 미국은 새로운 제재나 추가 병력 배치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최근 이란산 원유 제재를 복원하고 추가 제재를 발표하면서 이란은 이를 합의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반대로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을 공격하고 핵시설 복구 움직임을 보인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양측 모두 상대가 먼저 합의를 깼다고 주장하는 셈이다.외교가에서는 최근 긴장 고조 역시 협상을 앞둔 주도권 싸움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다음 주 스위스에서 후속 협상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 서방 외교관도 "양측 모두 결국 MOU 체제로 복귀하길 원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결국 양측의 승부는 전장이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보장과 핵 프로그램, 대이란 제재 완화라는 핵심 쟁점을 둘러싼 치열한 줄다리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6.07.11 12:14

2분 소요
머스크의 초대형 배팅,  "스페이스X 가치, 전 세계 합친 것보다 클 것"

국제 이슈

"스페이스X는 언젠가 지구의 나머지 모든 것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세계 최고 부호 일론 머스크가 또 한 번 파격적인 청사진을 내놨다. 단순히 우주기업을 키우는 수준을 넘어 달에 자급자족 도시를 세우고, 인류를 우주 문명으로 확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월가 역시 스페이스X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머스크가 제시한 목표는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1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배런스(Barron's)에 따르면 머스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목표를 달성한다면 스페이스X의 가치는 지구상의 나머지 모든 것을 합친 것보다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인류가 항성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카르다쇼프(Type II) 문명'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설명했다.머스크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그레그 애벗 주지사와의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앞으로 2~3년 안에 우주비행사를 다시 달에 보내고, 10년 안에는 수만 명을 달 기지로 수송하겠다"며 "궁극적으로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를 달에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영구적으로 이주하거나 휴가를 보내는 곳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머스크는 올해 초에도 화성보다 달을 우선 개발 대상으로 삼겠다는 전략 변화를 발표했다. 그는 "달은 10일마다 발사가 가능하지만 화성은 26개월마다 기회가 온다"며 "달에서 기술과 생존 시스템을 먼저 검증하는 것이 인류 문명을 지키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설명했다.시장도 스페이스X의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지난달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마친 스페이스X를 두고 주요 투자은행들은 잇따라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씨티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 주당 900달러, 기업가치 12조달러를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스타십 개발이 지연될 경우 주가가 7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지만, 성공적으로 상용화되면 6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240달러 수준이다.배런스는 스페이스X의 매출이 올해 390억달러에서 2031년 6300억달러로 급증하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0억달러에서 34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같은 성장을 위해서는 약 1500억달러의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최근에는 우주 사업보다 인공지능(AI) 인프라가 스페이스X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는 스페이스X가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향후 AI 사업이 로켓 발사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를 뛰어넘는 수익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우주 데이터센터 사업은 스타십의 완전한 재사용 기술이 확보된 이후에야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다만 머스크의 장밋빛 전망이 모두 현실이 된 것은 아니다. 그는 과거에도 테슬라의 기업가치가 애플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합친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현재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약 1조8000억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달 도시와 '지구보다 가치 있는 기업'이라는 그의 비전 역시 결국 스타십 개발 성공과 실제 우주 경제의 성장 여부가 현실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2026.07.11 10:59

2분 소요
"4000명 사망, 복구도 못한다" 베네수엘라 발목 잡은 해외 동결 '31톤 금'

국제 이슈

베네수엘라를 덮친 연쇄 강진의 희생자가 4000명을 넘어섰다. 구조 당국은 생존자 수색을 종료했지만, 곳곳에서 여진이 이어지면서 유족들은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가족을 찾고 있다. 여기에 장기간 이어진 경제난과 해외 동결 자산까지 복구의 발목을 잡으면서 국제사회의 지원 없이는 재건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11일 AFP통신에 따르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지난달 24일 발생한 두 차례 강진으로 현재까지 최소 4118명이 숨지고 1만674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공식 구조 작업은 종료됐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중장비 대신 삽과 맨손으로 잔해를 뒤지며 희생자 수습을 이어가고 있다.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이날도 규모 3.0의 여진이 발생해 일부 건물에서 긴급 대피가 이뤄지는 등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수년간 이어진 경제 위기로 재정 여력이 바닥난 베네수엘라는 주택과 도로, 병원, 전력시설 복구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유엔은 최근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약 3억달러 규모의 긴급 국제 지원을 호소했다.베네수엘라 정부는 해외에 묶여 있는 자산을 복구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 잇달아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영국 찰스 3세 국왕에게 서한을 보내 영국 중앙은행(Bank of England)에 보관 중인 베네수엘라 금 약 31톤의 반환을 요청했다. 이 금은 수년간 소유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으로 동결된 상태다. 로드리게스 대통령은 "해외에 묶인 베네수엘라 자산만 사용할 수 있어도 재건과 일자리 창출, 교육시설 복구를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의도 본격화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로드리게스 대통령과 통화하고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3억5000만달러 규모의 IMF 특별인출권(SDR) 준비금을 긴급 복구 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IMF는 해당 준비금이 재난 대응에 신속하게 동원할 수 있는 유동성이라며 접근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2억달러 규모의 재건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다만 전문가들은 복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잦은 여진으로 구조 작업이 반복적으로 중단되고, 도로와 항만, 전력·통신망이 크게 훼손돼 구호물자 수송에도 차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랜 경제난과 국제 제재까지 겹치면서 재난 복구가 단순한 자연재해 대응을 넘어 국가 재건 과제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6.07.11 10:33

2분 소요
"무한 스크롤이 문제였다" 메타·구글, 90억원 배상 판결에 불복 항소

국제 이슈

메타와 구글이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독 책임을 인정한 미국 법원의 첫 배상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무한 스크롤', '자동재생' 등 플랫폼 설계 자체의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수천 건에 달하는 유사 소송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메타는 구글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구글도 별도로 항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앞서 배심원단은 20대 여성 원고 '케일리 G.M.'의 손을 들어주며 메타와 구글에 총 600만달러(약 9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손해배상금 300만달러와 징벌적 손해배상금 300만달러를 각각 인정한 것이다. 이후 두 회사는 재심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의 핵심은 이용자가 게시한 콘텐츠가 아니라 플랫폼의 설계 방식이었다.원고 측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무한 스크롤, 자동재생, 추천 알고리즘, 반복적인 알림 기능 등이 청소년의 이용 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리도록 설계됐고, 결국 중독과 정신 건강 악화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이러한 논리를 받아들여 플랫폼 기능 자체에도 기업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오랫동안 방어 논리로 활용해온 '통신품위법(CDA) 230조'의 적용 범위를 좁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메타와 구글은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해서는 플랫폼 책임을 면제하는 CDA 230조를 근거로 맞섰지만, 법원은 이 사건이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의 제품 설계와 관련된 문제라고 판단해 해당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다.메타는 즉각 반발했다. 메타 대변인은 "청소년의 정신 건강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어서 특정 SNS 하나만의 영향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회사는 청소년 보호를 위한 안전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고 밝혔다. 구글 역시 항소를 통해 법원의 판단을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업계가 더 주목하는 것은 배상액보다 소송의 파급력이다. 이 사건은 미국 법원이 선정한 '벨웨더(Bellwether·선도 재판)'로, 앞으로 이어질 수천 건의 청소년 SNS 중독 소송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틱톡과 스냅은 같은 사건에서 재판에 앞서 원고 측과 합의했고, 메타는 또 다른 청소년 피해 소송도 앞두고 있다.메타를 둘러싼 법적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회사는 최근 뉴멕시코주가 제기한 청소년 보호 소송에서 3억7500만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벌금 판결을 받고 항소를 준비 중이다. 미국 29개 주 법무장관이 제기한 SNS 유해성 소송도 다음 달 본격 심리를 앞두고 있다.여기에 로이터통신은 캘리포니아·콜로라도·켄터키·뉴저지 등 4개 주가 별도 소송에서 메타를 상대로 최대 1조4000억달러 규모의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타는 이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는 과도한 요구"라며 반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항소심이 단순한 손해배상 사건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의 책임 범위를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한 책임은 제한적으로 인정받아 왔지만, 앞으로는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설계된 알고리즘과 서비스 구조까지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 메타와 구글은 물론 틱톡, 스냅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서비스 운영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6.07.1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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