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일본 소도시 하늘길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도쿄·오사카·후쿠오카 등 대도시를 넘어 지방 소도시까지 항공 노선이 촘촘히 연결되는 모습이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 ▲짧은 비행시간 ▲재방문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업계에서는 일본 지방 도시가 한국 여행객에 의존한다는 말까지 나온다.문제는 반대 방향이다. 외국인이 한국 지방공항으로 직접 유입돼 지역을 여행하는 구조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한국 관광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에 쏠려 있다. 부산과 제주가 일부 수요를 분산하고 있지만, 일본처럼 지방공항과 소도시 관광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韓이 만든 日 여행 모세혈관일본 지방 하늘길 확대의 주역은 사실상 한국 LCC다.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일본 노선 전체 항공편(13만4615편) 가운데 한국 LCC 비중은 약 65.3%(약 9만5000편)에 달했다. 전체 일본 노선의 3분의 2가량을 국내 LCC가 운항한 셈이다. 한국 LCC가 일본 전역을 촘촘히 연결하는 ‘모세혈관형’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반면 일본 항공사의 한국 노선은 제한적이다. 지난해 기준 일본 국적사의 한국 운항 노선은 5개에 그쳤고, 연결된 국내 도시는 인천·김포·김해 등 3곳에 불과했다. 출발지도 도쿄 하네다·오사카 간사이·나고야 주부 등 대도시권에 집중됐다. 한국 항공사가 일본 지방을 적극적으로 개척한 것과 대비된다.중국 노선과 비교하면 일본 노선의 비대칭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중국 노선은 국적사와 외항사가 각각 55개 노선을 보유해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 중국 외항사는 인천·김포뿐 아니라 김해·제주·청주·대구 등 지방공항에도 취항하고 있다. 다만 인천을 제외하면 수요와 공급의 중심이 제주에 쏠려 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대만 노선도 비교 대상이다. 한국~대만 노선은 한국 국적사가 공급을 주도하고 있지만, 대만 항공사 역시 인천·김해·김포·제주 등 4개 공항에 취항하고 있다. 한국 국적사가 김해·제주·청주·대구 등 지방공항발 대만 노선을 운영하는 구조와 맞물려 일본 노선보다 외항사의 한국 진입은 상대적으로 열려 있는 편이다.LCC 업계 관계자는 “항공 노선은 결국 수요가 있어야 열린다”며 “한국에서는 청주나 부산에서도 일본으로 향하는 수요가 꾸준하고, 일본 소도시를 찾는 여행객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여권 보유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자국 내 여행 선택지가 다양한 만큼 한국 지방까지 직접 찾는 수요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국내 지방의 열악한 인프라도 문제로 지목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 지방 관광은 콘텐츠보다 인프라 문제가 먼저 걸린다”며 “서울과 인천, 김포는 대중교통이 잘 연결돼 있지만 지방으로 내려가면 이동 동선이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내국인도 지방 여행에 불편을 겪는 상황에서 외국인에게는 언어와 교통 장벽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악순환 반복되는 지방 관광한국 지방 관광이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한 콘텐츠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자체마다 ▲지역 축제와 전통시장 ▲해양 관광 ▲미식 여행 ▲역사 유적 등을 앞세워 홍보하고 있지만, 외국인이 실제로 이를 경험하기까지의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대표적인 문제는 정보와 이동의 장벽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5 외래관광객조사 4분기 잠정치’에 따르면 외래관광객이 여행 준비 과정에서 가장 부족하다고 느낀 정보는 ‘교통정보’(16.1%)였다.지방 교통의 취약성은 생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농촌진흥청의 농어촌 생활권 조사에 따르면 농어촌 지역 대중교통 평균 배차 간격은 69.3분에 달했다. 읍 지역은 47.2분, 면 지역은 88.5분으로 더 길었다. 이런 구조에서는 외국인 개별여행객이 공항에서 도심, 도심에서 관광지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다.한국경영학회(KBR)의 ‘2020년 국내 여행 불만족 요인 연구’에서도 ‘교통’은 주요 불만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방의 열악한 교통 인프라는 내국인에게도 불편하며, 외국인에게는 언어·결제·길 찾기 문제와 맞물려 더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국내 지방 관광은 ▲허브공항 중심의 항공 정책 ▲제한적인 운항 여건 ▲수도권 대비 부족한 관광 수용태세가 맞물리며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항공 인프라 문제가 아니라 지역 관광 기반 전반의 구조적 한계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한국은 국제선 수요와 허브 기능을 인천공항 등 거점 공항에 집중하는 구조로, 지방공항 인프라 확충이 상대적으로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지방공항 활성화 시도가 이어졌지만 관광 콘텐츠와 숙박 등 수용태세가 수도권에 비해 부족한 점도 한계로 꼽힌다. 정 교수는 “지자체의 장기 투자 여력이 제한적인 데다 콘텐츠를 기획·운영할 인력이 부족하고, 내수 기반과 외국인 관광객 대응 역량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