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하는 사람은 보호받아야 한다.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위탁계약자처럼 기존 노동법 체계 밖에서 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계약서 한 장 없이 일하고, 일방적 계약 해지와 보수 체불에 내몰리면서도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가 나온 배경이다.취지는 이해한다. 아니, 동의한다. 노동시장은 더 이상 정규직 근로자와 사용자라는 전통적 관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계약은 프리랜서지만 출퇴근조차 자유롭지 않은 이들, 외형은 사업자지만 가격 결정권도 계약 교섭력도 없는 이들을 방치해선 안 된다.문제는 선한 의도로 만든 법과 제도가 언제나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노동권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정책 방향은 맞다. 하지만 보호의 대상을 넓히고 장벽을 세우는 데는 비용이 든다. 보호 장벽을 어디까지 쌓을지, 그 비용을 누가 감당할지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없으면 선의의 정책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낸다.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석 달 만에 1.9%에서 2.6%로 뛰었다. 거시 지표만 보면 호황이다. 그러나 골목상권의 현실은 다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백조원을 벌어들였다고 해서 동네 식당, 편의점, 미용실, 학원에 사람이 넘쳐나는 것은 아니다.골목상권의 위기는 숫자로 확인된다.중소벤처기업부가 국세청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5년 폐업 사업자 97만6000개 중 소상공인이 몰린 제조·도매·소매·음식·숙박·서비스 등 6대 업종의 폐업률은 11.08%로 전체 평균 8.64%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소매업 폐업률은 15.40%, 음식업은 15.14%에 달했다. 폐업 사유 중 ‘사업부진’ 비중도 2023년 48.9%에서 2025년 50.4%로 높아졌다.차마 문을 닫지 못하고 빚으로 버티는 이들도 많다. 지난 1분기 자영업자 금융권 대출 잔액은 1100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대출 연체액도 20조원을 훌쩍 넘어 사상 최대였고, 연체율 역시 2%대로 올라 10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노동권 보호의 대상인 프리랜서와 플랫폼 노동자는 분명 ‘을’이다. 그러나 골목상권의 소상공인들 역시 한없이 ‘을’에 가까운 이들이다.이런 이들에게 노동자 보호를 위한 청구서를 들이미는 것은, 턱밑까지 차오른 물 위에서 겨우 숨만 쉬고 있던 영세 소상공인들을 익사 위기로 내모는 일일 수 있다.정치는 선의를 말하기 쉽다. 그러나 정책은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설계다. 노동자와 사업자 사이의 중간지대를 인정할 것인지, 근로자 입증 책임은 어떤 조건에서 적용할 것인지,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법 적용을 유예하거나 재정 지원을 병행할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노동자 보호는 당위다. 그러나 당위만으로 제도를 만들 수는 없다. 보호의 범위, 비용의 주체, 책임의 한계를 함께 설계하지 않은 선한 정책은 실패로 남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