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과 업황 개선의 영향으로 월급 500만 원이 넘는 고임금 근로자 비중이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고임금 노동자의 증가세 이면에는 주력 산업과 소외 업종 간의 격차를 넘어,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글로벌 빅테크와 의사 집단마저 뛰어넘는 이른바 '초임금격차' 시대가 도래했다는 진단이 나온다.22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과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10월) 전체 임금근로자 2,248만 8,000명 중 최근 3개월 월평균 임금(상여금 포함·세전)이 500만 원 이상인 근로자는 371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16.5%를 차지하는 규모로,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규모와 비중 모두 가장 높다.다만 업종별 양극화는 뚜렷했다. 금융·보험업(38.0%),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35.8%), 정보통신업(34.8%)이 고임금 비중 상위권을 형성했고, 단일 업종 중 규모가 가장 큰 제조업 역시 4명 중 1명꼴(24.0%)로 월 500만 원 이상을 받으며 역대 최고치를 썼다. 반면 고령화로 인해 취업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은 500만 원 이상 비중이 5.4%에 그쳤고, 100만~300만 원 미만의 저임금 근로자가 75% 이상을 차지해 극심한 온도 차를 보였다. 숙박·음식점업은 1.4%로 전 산업 중 최하위였다.시장 전문가들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대기업의 특별급여 확대로 인해 이 같은 임금 격차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실제로 SK하이닉스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에는 노사 합의에 따라 영업이익의 10%를 내년 초 성과급으로 지급하기 위해 떼어둔 약 4조 2,000억 원의 '미지급 비용'이 숨어 있다. 이를 전체 직원 수로 환산하면 1분기에만 직원 1인당 평균 1억 2,000만 원의 보너스가 적립된 셈이다. 증권가에서 추산하는 올해 삼성전자(메모리사업부 기준)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361조 원, 261조 원에 달해, 올해 말 직원 1인당 연간 성과급 추산액은 평균 6억~7억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이는 글로벌 AI 대장주인 미국 엔비디아의 직원 보수 중위값(약 4억 2,000만 원)이나 구글 모회사 알파벳(약 4억 7,000만 원)의 연간 전체 급여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또한, 국내 신흥 초고연봉 집단으로 분류되던 병의원 근무 전문의 평균 임금(2022년 기준 3억 100만 원)도 가볍게 추월하는 수준이다. 양사 반도체 부문 직원 수(약 11만 3,000명)가 전국의 전문의 수(약 11만 4,000명)와 맞먹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의사에 버금가는 거대한 신흥 부유 노동자 계층이 탄생했다는 평가다.이 같은 전례 없는 초고소득의 고착화는 국가 전체의 성과 지표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내수 경기와 물가 관리에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IT 부문의 성과급 지급은 과거에 비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강력한 경고등을 켰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명목임금 상승률(3.4%) 중 IT 부문 성과급의 기여도만 1.3%포인트로, 전체 임금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독식했다. 대기업 중심의 대규모 특별급여가 일부에 집중될 경우, 소비 확대로 이어져 전체 물가의 상방 압력을 유의하게 키운다는 분석이다.반도체발 경기 활황으로 인해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면서, 고금리 직격탄을 맞을 중소기업 근로자,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과의 체감 온도 차는 더욱 극대화될 전망이다. 당국 관계자는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자산 시장 과열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