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의 ‘성배’를 찾아라
백신의 ‘성배’를 찾아라
The Business of the Flu
대만은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지역에서 가깝기 때문에 그 전염병의 위험을 두려워할 만하다. 그래서 최신 백신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쏟아붓는다. 대만 질병통제센터 부책임자 크리스틴 류딩핑이 이끄는 연구팀은 여러 새로운 제조기술을 면밀히 검토 중이며, 연말까지 그 기술 중 세 가지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류는 “제안받은 긴급 생산 방식은 전부 다 신기술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약 60명의 사망자를 낳은 AI의 발생 가능성이 큰 싱가포르 당국도 백신 개발에 나섰다. 지난주 미국 정부가 혁신적인 새 백신 생산 공정용 자금의 대규모 지원을 포함, 70억 달러의 전염병 대비 계획을 발표하면서 백신 개발 연구는 큰 힘을 얻었다.
곤경에 처했던 백신업계도 진작 했어야 할 정비 작업에 드디어 착수했다. 그리고 제조업체들에는 앞으로 더 나은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백신 자금 조달 문제에 정통한 옥스퍼드대 경제학자 앤드루 팔로는 “현재의 전염병 확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지라도, 세계적 독감에 대비할 새 기술 개발에 뛰어들게 해준다면 나름대로 유용한 목적을 달성한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판되는 독감 백신은 50년 전 수립된 제조 기준을 따른다. 이 기준에는 과학적인 추측, 특별히 수정된 달걀이 포함된다. 영국 생명공학회사인 파워메드의 최고 의료책임자 존 비들은 “만약 이 상황이 전쟁이라면 50년된 비행기로 전투에 나가길 바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투자의 큰 수혜자 중 하나는 세포배양 기업들이 될 듯싶다. 이 기업들은 백신을 배양하기 위한 매개물로 달걀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세포들(인간·원숭이 혹은 돼지 신장)을 이용한다. 세포배양으로 생산기간은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되며, 달걀이 오염되거나 부족할 위험성(AI가 전 세계 모든 닭을 직접적으로 위협해 그 위험성이 높아졌다)을 피할 수 있다.
미국이 쓰겠다고 계획하는 70억 달러 중 28억 달러는 세포 배양처럼 달걀이 불필요한 신기술들에 투입될 전망이다. 이 분야의 선도적 특허권 보유기업 중에는 네덜란드의 크루셀, 캐나다의 ID바이오메디컬 코프 같은 신생 생명공학회사뿐 아니라 미국의 카이런, 프랑스의 사노피 파스퇴르 같은 대형 제약회사들도 있다.
미국 생명공학회사 메드임뮨이 이끄는 역유전공학(유전공학의 반대 개념으로, 어떤 유전자의 형질 규명이 목적이다) 분야 회사들도 또 다른 수혜자들이다. 과학자들은 아시아에서 퍼진 종류와 유사한 H5N1의 초기 변종들을 만들기 위해 역유전공학을 이용해 왔다. 독감 변종들은 매우 빠르게 변한다. 그리고 이 기술은 빠르게 변이하는 변종들을 추적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며, 꾸준하고 안전한 백신 공급을 보장한다.
영국 생명공학회사인 아캄비스의 바이러스성 면역학 책임자인 애슐리 버켓이 ‘성배’(聖杯)라고 부르는 백신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성배란 아무리 자주 변이를 일으킨다 해도 모든 독감 변종에 효과적인 백신을 말한다. 버켓은 “이번의 H5N1의 공격은 재빨리 피할지 모르지만 세계 보건 관리들이 주시하는 다음 변종인 H9, H7이 기다린다”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은 이제 해마다 새로운 독감 백신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아캄비스는 M2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다. 이 단백질은 이 변종에서 저 변종으로 변하지 않는 듯하다. 현재의 표준 백신들은 다른 단백질을 목표로 삼는다.
파워메드도 역시 보편적인 백신을 연구 중이다(이 회사는 피부 속으로 금가루를 주입하는 방안을 포함한 백신 관리의 전매 특허 체계로 명성을 얻었다). 5년 전만 해도 파워메드는 고위 보건 관리들, 대규모 제조업자들, 최고 과학자들과 연간 열 번의 회의도 할 수 없었다고 비들은 말했다. “요즘은 회의를 하루에 열 번은 한다.” 현재 백신의 큰 결점 중 하나는 약효가 너무 빨리 사라진다는 점이다. 몇 달마다 다시 만들 필요없는 보편적인 백신은 훨씬 더 지속적인 수입을 보장한다.
AI가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바뀌지 않을지라도, 백신을 개선하려는 이런 국제적인 후원 정책은 백신사업에 급격한 변화를 몰고 오리라 널리 기대된다. 그리고 10년도 안 돼 그렇게 될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인구의 10∼20%가 계절적 독감에 걸린다. 그로 인해 500만 명이 병원에 입원하고, 50만 명이 사망한다.
좀 더 나은 백신이 개발되면 생산성 손실과 의료비용(미국의 경우만 매년 400억 달러쯤으로 추산된다)에서 수십억 달러를 절감하게 된다. 팔로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허둥댐은 20세기 말 주식시장에서 벌어진 소동과 약간 비슷하다. 결국 ‘비합리적인 열광’으로 드러났지만, 그런 비효율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수많은 기술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번 경우에는 약간의 열광이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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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지역에서 가깝기 때문에 그 전염병의 위험을 두려워할 만하다. 그래서 최신 백신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쏟아붓는다. 대만 질병통제센터 부책임자 크리스틴 류딩핑이 이끄는 연구팀은 여러 새로운 제조기술을 면밀히 검토 중이며, 연말까지 그 기술 중 세 가지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류는 “제안받은 긴급 생산 방식은 전부 다 신기술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약 60명의 사망자를 낳은 AI의 발생 가능성이 큰 싱가포르 당국도 백신 개발에 나섰다. 지난주 미국 정부가 혁신적인 새 백신 생산 공정용 자금의 대규모 지원을 포함, 70억 달러의 전염병 대비 계획을 발표하면서 백신 개발 연구는 큰 힘을 얻었다.
곤경에 처했던 백신업계도 진작 했어야 할 정비 작업에 드디어 착수했다. 그리고 제조업체들에는 앞으로 더 나은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백신 자금 조달 문제에 정통한 옥스퍼드대 경제학자 앤드루 팔로는 “현재의 전염병 확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지라도, 세계적 독감에 대비할 새 기술 개발에 뛰어들게 해준다면 나름대로 유용한 목적을 달성한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판되는 독감 백신은 50년 전 수립된 제조 기준을 따른다. 이 기준에는 과학적인 추측, 특별히 수정된 달걀이 포함된다. 영국 생명공학회사인 파워메드의 최고 의료책임자 존 비들은 “만약 이 상황이 전쟁이라면 50년된 비행기로 전투에 나가길 바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투자의 큰 수혜자 중 하나는 세포배양 기업들이 될 듯싶다. 이 기업들은 백신을 배양하기 위한 매개물로 달걀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세포들(인간·원숭이 혹은 돼지 신장)을 이용한다. 세포배양으로 생산기간은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되며, 달걀이 오염되거나 부족할 위험성(AI가 전 세계 모든 닭을 직접적으로 위협해 그 위험성이 높아졌다)을 피할 수 있다.
미국이 쓰겠다고 계획하는 70억 달러 중 28억 달러는 세포 배양처럼 달걀이 불필요한 신기술들에 투입될 전망이다. 이 분야의 선도적 특허권 보유기업 중에는 네덜란드의 크루셀, 캐나다의 ID바이오메디컬 코프 같은 신생 생명공학회사뿐 아니라 미국의 카이런, 프랑스의 사노피 파스퇴르 같은 대형 제약회사들도 있다.
미국 생명공학회사 메드임뮨이 이끄는 역유전공학(유전공학의 반대 개념으로, 어떤 유전자의 형질 규명이 목적이다) 분야 회사들도 또 다른 수혜자들이다. 과학자들은 아시아에서 퍼진 종류와 유사한 H5N1의 초기 변종들을 만들기 위해 역유전공학을 이용해 왔다. 독감 변종들은 매우 빠르게 변한다. 그리고 이 기술은 빠르게 변이하는 변종들을 추적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며, 꾸준하고 안전한 백신 공급을 보장한다.
영국 생명공학회사인 아캄비스의 바이러스성 면역학 책임자인 애슐리 버켓이 ‘성배’(聖杯)라고 부르는 백신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성배란 아무리 자주 변이를 일으킨다 해도 모든 독감 변종에 효과적인 백신을 말한다. 버켓은 “이번의 H5N1의 공격은 재빨리 피할지 모르지만 세계 보건 관리들이 주시하는 다음 변종인 H9, H7이 기다린다”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은 이제 해마다 새로운 독감 백신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아캄비스는 M2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다. 이 단백질은 이 변종에서 저 변종으로 변하지 않는 듯하다. 현재의 표준 백신들은 다른 단백질을 목표로 삼는다.
파워메드도 역시 보편적인 백신을 연구 중이다(이 회사는 피부 속으로 금가루를 주입하는 방안을 포함한 백신 관리의 전매 특허 체계로 명성을 얻었다). 5년 전만 해도 파워메드는 고위 보건 관리들, 대규모 제조업자들, 최고 과학자들과 연간 열 번의 회의도 할 수 없었다고 비들은 말했다. “요즘은 회의를 하루에 열 번은 한다.” 현재 백신의 큰 결점 중 하나는 약효가 너무 빨리 사라진다는 점이다. 몇 달마다 다시 만들 필요없는 보편적인 백신은 훨씬 더 지속적인 수입을 보장한다.
AI가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바뀌지 않을지라도, 백신을 개선하려는 이런 국제적인 후원 정책은 백신사업에 급격한 변화를 몰고 오리라 널리 기대된다. 그리고 10년도 안 돼 그렇게 될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인구의 10∼20%가 계절적 독감에 걸린다. 그로 인해 500만 명이 병원에 입원하고, 50만 명이 사망한다.
좀 더 나은 백신이 개발되면 생산성 손실과 의료비용(미국의 경우만 매년 400억 달러쯤으로 추산된다)에서 수십억 달러를 절감하게 된다. 팔로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허둥댐은 20세기 말 주식시장에서 벌어진 소동과 약간 비슷하다. 결국 ‘비합리적인 열광’으로 드러났지만, 그런 비효율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수많은 기술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번 경우에는 약간의 열광이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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