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브라 쓰면 손이 자유롭지요”
숱한 통신기술 중 ‘블루투스(Bluetooth)’만큼 매력적인 이름을 가진 것이 또 있을까? 10세기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일한 바이킹 ‘헤럴드 블루투스’에서 이름을 딴 블루투스는 무선통신기기 간에 근거리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최근에 출시되는 휴대전화에는 이 기능이 기본적으로 탑재된다. 카메라에도, 프린터에도 블루투스 기능이 들어가 있다. 지난 10월 한국시장에 진출한 지엔넷컴(GN Netcom)은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 세계 1위 기업이다. 상품 브랜드인 ‘자브라(Jabra)’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5%가량. 지난해만 2700만 개의 블루투스 헤드셋을 팔았다. 블루투스 헤드셋을 이용하면 휴대전화를 손으로 받지 않고, 10m 이내에서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다. 운전 중에는 물론 사무실이나 보행시에도 주머니 속 휴대전화를 꺼내지 않고 통화할 수 있다. 2005년 말 화제를 불러왔던 ‘문근영 폰’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현재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된 휴대전화는 국내에 550만 대가량 보급됐다. 내년 말이면 2000만 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통신업계의 추정이다. 최병필 지엔넷컴 한국지사장은 “내년에 블루투스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 사용자 중 10% 정도는 블루투스 헤드셋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략 200만 대 정도가 팔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 지사장은 “자브라가 전체 시장의 절반 정도를 장악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에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이 열린 것은 대략 3~4년 전부터다. 이 분야 세계시장 선두주자인 지엔넷컴은 왜 이제서야 한국시장에 들어온 것일까? 최병필 지사장은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블루투스 헤드셋 이용률은 전체 휴대전화 이용자의 1%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50만 대 정도가 판매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지사장은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10%가 블루투스 헤드셋을 이용한다”며 “문화적인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한국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영상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가 늘면서 기존 이어폰 대신 블루투스 헤드셋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동통신 3사가 내년부터 고가의 프리미엄 3G폰에 유선 이어폰 대신 블루투스 헤드셋을 기본 사양으로 제공할 것으로 보여 자브라의 판매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가격. 현재 자브라가 내놓은 제품 중 최저가가 약 4만~5만원대다. 비싼 것은 40만원을 넘는다. 개인 고객도 그렇지만, 이동통신사들이 기본사양으로 블루투스 헤드셋을 고객에게 제공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이에 대해 최병필 지사장은 “내년이면 1만원 후반대의 제품도 선보일 것”이라며 “편리한 사용성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면 유선 이어폰·헤드셋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브라는 현재 대형 인터넷쇼핑몰과 자브라 공식 쇼핑몰(www.jabramall.co.kr), 전자상가, AK면세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향후에는 대형 할인마트, 하이마트, 이동통신 대리점 등으로 유통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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