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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움직이다 낭패 본다

함부로 움직이다 낭패 본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세계무역센터 테러 당시 불안감에 주식을 판 사람들만 손실을 입었다.

숲 속을 걷다가 갑자기 곰과 마주쳤다면 어떻게 할까? 소리를 지르거나 발길질을 해서 곰과 싸울 것인가? 싸워서 이기거나 적어도 비길 자신이 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정신이라면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섣불리 달아날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좋다. 이 같은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제자리를 유지해야 한다. 펀드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예상과 다른 상황에 닥쳤다고 해서 섣불리 빠져나오기 보다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하다. 연초부터 국내외 증시가 심한 몸살에 걸려 펀드 투자자들의 속이 새까맣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서브프라임발(發) 위기가 확산되면서 막상 진앙지인 미국보다 여타 글로벌 금융시장이 더 크게 요동치고 있다. 특히 작년 10월 이후 자금이 몰렸던 중국 시장이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이자 불안감을 하소연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미국 경기침체에 따른 영향으로부터 세계 경제를 지켜줄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 경제가 오히려 수출둔화 등으로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확산됐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 원자재 가격 폭등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 온갖 악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성격은 다르지만 2001년 9·11테러 못지않은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를 되돌아보면 요즘 같은 조정기일수록 한발 물러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많은 투자자가 주가 조정기에 무언가 행동을 해야 수익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정반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장 차선의 방법은 가만히 있는 것이다. 최선의 방법은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펀드 하락기에 투자 늘려라 사실 주가 하락의 위험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장에서 완전히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위험에 빠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펀드에서 환매한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새로운 상품을 다시 골라 투자해야 하는 위험에다 자칫 예상보다 조정이 빨리 끝나면 잃게 되는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상반기 섣부른 예측에 기대어 움직였다가 많은 투자자가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경험만으로 시장을 판단해 코스피지수가 1400을 넘어서자 적극적으로 주식펀드를 환매했다. 주가가 조정을 보이면 그때 다시 들어가겠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1400을 돌파한 시장은 강한 상승을 지속하며 마침내 2000을 찍었다. 시장의 향방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주가 조정기 펀드 투자자 대처 요령 4가지 - 목돈 투자자는 포트폴리오 조정 기회 삼아라 - 적립식 투자자는 오히려 변동성을 즐겨라 - 신규 투자자는 적립식 분산투자로 대응하라 - 증시 상황만 보고 펀드 환매 시점을 고민하지 마라
한 분석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한 주식펀드의 6년여 동안 누적수익률이 778%였으나 가장 주가상승률이 높았던 10일을 놓치면 557%로 떨어진다. 2000일이 훨씬 넘는 기간 중 단지 10일 투자하지 못한 이유로 무려 221.9%가 사라진 것이다. 만일 상승률이 높았던 30일을 놓치면 수익률은 총 누적수익률의 3분의 1 정도인 266%에 불과하게 된다. 가만히 있으면 올릴 수 있는 수익률이 자칫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간 저조한 성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꼽히는 피터 린치의 펀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13년간의 운용기간에 무려 2700%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막상 그의 고객 중 50%가량은 손실을 기록했다. 수익률이 좋았던 때(비쌀 때) 투자했다가 나쁠 때(쌀 때)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펀드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시장상황에 따라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자칫 후회하기 쉽다. 주가가 떨어질 것 같다고 환매하거나 주가가 오를 것 같다고 주식펀드로 자금을 옮겼다가는 예상과 달리 엇박자가 날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안 좋을 때는 악재만 보이고 주가가 좋을 때는 호재만 보이게 마련이다. 따라서 투자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균형된 시각이다. 2001년 9월 11일 세계 금융의 심장부인 뉴욕시 한복판에 있는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여객기 두 대가 날아와 박히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소식이 타전된 이후 전 세계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고 모든 투자자는 뉴욕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숨죽이며 바라보았다. 하늘을 찌를 듯 위용을 자랑하던 건물이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TV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보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은 극심한 공황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1930년대 이래 최대 공황에 빠져 고통이 오래 계속될 것으로 입을 모았다. 하지만 결국 그 공포는 열흘을 가지 못했다. 주가는 다시 힘차게 상승했고 언제 공황을 걱정했느냐는 듯 정상으로 돌아갔다. 다만 테러에 놀라 당시 주식을 판 사람들만 손실을 입었다. 오히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향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투자자의 상황에 따라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목돈을 특정 유형이나 국가 펀드 등에 투자한 경우다. 단기적인 시장의 움직임보다는 장기적이고 큰 경제의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주가가 마냥 오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듯 마냥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정 불안하다면 자신의 자산이 자산별로, 지역별로 적절하게 나뉘어 있는지를 점검한다. 투자자산이 과도하게 한 쪽으로만 몰려 있다면 이를 일부 줄이고 다른 유형이나 지역 등으로 나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장기투자 할수록 수익률 높아
둘째, 적립식으로 펀드 투자를 하고 있는 경우다. 적립식 펀드는 주가의 움직임이 클수록 투자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변동성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을 때 투자자금을 늘리는 ‘투자의 역발상’이 필요하다. 셋째, 새롭게 목돈을 투자하려는데 언제가 투자하기에 좋은 시점인지 고민하는 경우다. 언제가 주가의 바닥인지는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따라서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보다는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에 목돈을 넣고 일부씩 자금이 펀드에 투자되도록 자동이체시키는 방법을 고려한다. 끝으로 새롭게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려는 경우다. 적립식 펀드 투자는 애초부터 주가를 예측하지 않는 투자방법이다. 설사 적립식 투자를 시작한 이후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주가가 ‘V’자 형태를 그릴 때 적립식 투자는 가장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정을 보이는 요즘 같은 상황이야말로 적립식 투자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펀드 ‘갈아타기’는 언제 하느냐고 묻는 투자자들이 있다. 물론 한 번 투자했다고 해서 반드시 평생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컨디션이 안 좋거나 지친 선수를 중간에 적절하게 잘 교체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펀드 역시 ‘선수 교체’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펀드 교체는 시장 상황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경우에 한다. 첫째는 펀드의 수탁액이 급격하게 감소할 때다. 수탁액이 줄고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자금을 빼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 판매사에 문의해 수탁액 감소 이유를 따져보고 다른 펀드로 옮기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펀드매니저나 운용사 대표가 자주 변경된 경우 역시 펀드 변경을 검토한다. 펀드매니저나 운용사 대표가 변하면 운용전략이나 철학, 운용 구조 등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셋째, 펀드가 1년 이상 저조한 성과에 머물고 있다면 이 역시 교체를 생각할 수 있다. 주식펀드인데 코스피지수보다 1년 이상 낮은 수익률에 머물고 있다면 다른 주식펀드로 옮길 필요가 있다. 이런 수익률 악화는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펀드 투자는 ‘실행’이나 ‘사후 관리’보다는 투자하기 전 ‘계획’이 중요하다. 투자목적을 확실히 하고 목적에 맞는 펀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해야 비로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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