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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망설여도 IT·자동차는 ‘잘’ 갈 것

외국인 망설여도 IT·자동차는 ‘잘’ 갈 것

2009년, 한국 증시는 불안한 가운데 조심스레 호재를 이어왔다. 지난 9월에 FTSE 선진국 지수에 편입했고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생존경쟁에서 승자로 자리를 굳혔다. 외국인의 연이은 순매수도 눈길을 끌었다. 내년 전망을 모두 마치고 사실상 폐장에 들어선 증시가 내년에 어떤 모습으로 새 장을 열지, 그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본다.
▎일러스트:강일구·ilgoo@joongang.co.kr

▎일러스트:강일구·ilgoo@joongang.co.kr


Q. 1월 효과 있을까?

A. 기대하되 많이 바라면 안 돼
1월 효과란 1월의 주가상승률이 다른 달보다 더 높은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 1월에 주가가 오른다는 뜻이다. 새로운 해를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호전되고, 기관들이 경제 전망을 밝게 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한 증권업 종사자는 “1월 첫 5일 동안 주가가 오르면 그해 연말에도 주가가 오르는 ‘5일 법칙’이 이제까지 70~80% 맞았다”고 말했다. 올해가 예외가 아니라면 연말 지수도 상승할 전망이다. 올해 초 5일 동안 코스피 지수가 올랐기 때문.

증권가에는 연말, 연초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는 않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주가가 오르는 산타랠리가 1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달러 강세와 유럽 시장의 불안 등 위험 요소가 있지만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월 효과는 하나의 현상일 뿐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칼럼에서 “내년에는 경기 회복보다 정체가 예상되기 때문에 1월 효과가 나타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또 다른 증권사 임원은 “1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1월 효과를 기다리는 투자자가 배신당하는 일은 없겠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얘기다.


Q. 코스피 지수 2000 넘을까?

A. 주요 증권사 10곳 중 1곳만 ‘넘는다’
올해 예상 외로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면서 내년 코스피 지수 2000을 바라보게 됐다. 일부 비관적인 전망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상승을 점치는 분위기다. 최근 골드먼삭스가 내년 코스피 지수 최고치를 2700으로 제시하면서 낙관적 전망에 힘을 실었다.

국내 주요 증권사의 지수 전망은 좀 다르다.

이코노미스트가 지수 전망을 문의한 10곳 중 1곳, 동양종금증권만이 최고점을 2120이라고 발표했다. 이 외에 교보증권(2000), 솔로몬투자증권(2140), 푸르덴셜투자증권(2200), IBK투자증권(2070) 등이 2000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들의 지수 전망을 종합하면 대체로 지수의 움직임은 1400~1900대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의 흐름에 대해서는 일부는 ‘상저하고’, 일부는 ‘상고하저’라는 서로 반대되는 전망을 내놨다. 현재의 상승 추세가 상반기까지 이어질지, 하반기에 다른 위기 없이 현재의 경기 회복 속도를 유지할지 등이 변수로 작용한 것. 완전히 다른 듯한 이 두 전망이 사실 같은 전망이라는 의견도 있다.

올라도 많이 오르지 않고, 내려도 많이 내리지 않는 박스권 장세가 형성될 거라는 의견이 그것이다. 여러 전문가가 이 의견에 동의했다. 내년 전망에 많이 등장하는 말이 ‘완만한’ ‘크지 않은’ ‘제한적’ 등이라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직 시장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Q. 외국인 ‘바이코리아’ 이어질까?

A. 일방적인 구애는 올해로 끝
국내 주식시장의 32%를 차지하는 외국인. 이 외국인이 올해 3월 이후 지수 상승의 속도를 내게 하는 동력이 됐다. 외국인에게 의존해서는 수급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한국을 사들이는 외국인의 움직임은 올해 사상 최대였다. 3월부터 연이은 순매수를 기록하다 10월부터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순매수 규모는 3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위원은 “2010년에도 일본, 영국, 스페인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작은 한국의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역시 갈림길이다. 매도세로 돌아서지는 않더라도 올해처럼 일방적인 매수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LIG투자증권 지기호 투자전략팀장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 달러 가치가 혼조세를 보인다면 외국인이 주식을 살 가능성이 줄어든다. 또 내년에 우리나라 증시가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면 외국인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데 지난 9월 FTSE에 가입하면서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며 매수세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우호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럽 등 어디에서 생각지 못한 위기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외국인이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Q. 새로운 주도주 등장할까?

A. IT·자동차 여전히 ‘맑음’

외국인이 동력이 됐다면 외국인에게 ‘꺼리’를 제공한 정보기술(IT)주와 자동차주가 원료 역할을 했다. 해외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약진과 삼성전자의 ‘굳히기’ 덕분이다.

이들을 누를 새로운 다크호스는 현재는 없어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황상연 센터장은 “글로벌 지배력이 커진 IT, 부품 소재 업종이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구조조정을 이겨낸 IT와 자동차의 승자 독식 스토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고 대우증권 역시 2010년 유망 업종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는 IT와 자동차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의 삼성전자, 디스플레이의 LG디스플레이 등이 추천 종목에 올랐다.

이 외에 실적 개선을 기대할 만한 업종으로 건설주와 은행주가 꼽혔다. 여러 증권사가 GS건설,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과 KB금융을 추천했다. 건설업종은 유가상승으로 중동 플랜트 수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내년에 은행의 이익 개선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인수합병에 따라 은행업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미디어, 통신 업종에 대한 전망은 긍정, 부정으로 나뉜다. 경기 회복에 따라 실적이 개선될 수 있지만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조선, 해운, 화학 등의 업종은 실적이 개선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Q. 인플레이션 올까?

A. 대체로 ‘걱정 없다’
지난 12월 16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금 가격에 거품이 심하고 폭락할 위험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유례없는 큰 규모로 통화 공급을 늘린 상황에서 금값이 온스당 1100달러를 넘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경기가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오면 각국이 원치 않는 출구전략을 쓰게 되고,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오자 불안감이 더했다. 하지만 국내 경제연구소의 대부분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2010년 경제 전망에서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8%, 국제 원유 가격을 80달러 정도로 예상한다”며 “경기 개선과 국제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 강중구 책임연구원은 “물가의 가장 큰 변수는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인데 원-달러 환율 하락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상쇄할 것”이라며 “경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잠재 국내총생산(GDP)을 달성하지 못한 나라가 많아 수요 압력 역시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폈다. 강 연구원은 “내년에 공공요금 인상, 임금 상승이 나타나겠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일부 개발도상국에 투기 산업이 몰려 자산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Q. 코스닥 시장 되살아날까?

A. 12월 ‘부활’, 신중하게 지켜봐야
코스피 지수는 올해 초 대비 40%가량 올랐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6월 이후 침체장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는 상승했지만 상대적으로 코스피보다 경기 회복의 수혜를 덜 입은 것이다. 또 삼성전자, 현대차, LG화학 같은 대형주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으로 몰렸고, 코스닥은 찬밥 신세였다.

하지만 최근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코스피가 주춤하는 사이 코스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 12월 18일 코스닥 시장이 연속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산타랠리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이 상승한 이유로 “두바이 사태 같은 외부 변수가 터지면서 코스피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중소형주로 관심이 돌아섰다”고 말했다.

연말 한철일지 내년에도 랠리가 지속될지 명확하게 결론짓기는 아직 이르다. 상승세를 보이는 지금은 낙관론이 우세하다. 아이폰 출시, 녹색성장에 대한 관심 고조 등의 테마가 한순간에 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싣는다. 유진투자증권 변준호 스몰캡팀장은 “코스피는 올해 많이 올랐다”며 “2분기까지 코스닥의 상승세가 이어지다 하반기에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틈새시장을 노린 단기간 상승장일 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있다. 따라서 종목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추천한 유망 코스닥 종목으로는 태웅, 이건산업, 동국S&C, 서흥캅셀, 영풍정밀, 대덕전자 등이 있다.

Q. 이머징 마켓 성장 지속될까?

A. 뭐라 해도 중국, 하지만 하반기 전에…

미국의 소비가 개선된 덕분인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때문인지 중국의 경기가 반등하면서 올해 이머징 마켓에 대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내년 초까지 이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별다른 이견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선진국 경기 회복 속도에 따라 내년에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

SK증권 안정균 펀드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미국을 대신하진 못한다”며 “해외 비과세 혜택 유보가 2010년에 끝나기 때문에 현재 해외주식형 펀드에서 이익을 냈다면 하반기 전에 환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안 연구원은 러시아는 올해 많이 올랐지만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해 리스크가 있다면서 자원 부국인 브라질보다 소비 확대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는 중국이 더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또 베트남은 부동산 버블 문제가 있어 위험하며, 오히려 올해 많이 저평가되고 내년에 월드컵 특수가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속한 아프리카 투자를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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