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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정 한국실크연구원 본부장

권순정 한국실크연구원 본부장

진주실크는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진주는 청정한 환경과 깨끗한 물, 뚜렷한 사계절로 비단 생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진주는 국내 실크 생산의 80%를 담당하고 있으며 실크 관련 제조업의 80%가 진주에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대부분 농가는 누에를 쳤다. 당시 실크산업은 국내 수출의 주력산업으로 국가경제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산업화가 진행되고 값싼 중국산 원료가 들어오면서 실크산업은 위축되기 시작했다.

실크를 생산하는 주요 선진국들과의 품질 경쟁에서 밀리면서 진주실크도 위기를 맞았다. 한국실크연구원은 2004년 지역혁신연고진흥사업(RIS·Regional Innovation System)을 시작했다.

실크산업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진주를 세계 5대 실크 명산지로 육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현재 권순정(49) 연구본부장이 이끄는 RIS 사업을 기반으로 진주시와 한국실크연구원은 진주실크의 명성을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진주실크 벡스코 회의장 벽지 시공권 본부장이 말하는 진주실크 활성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한복과 직물 중심의 생산에서 다양한 완제품을 생산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첫째다. 둘째는 실크산업을 내수 중심에서 수출시장으로 혁신하는 작업이다.

“진주실크가 100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실크산업이 한복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한복 시장에서 실크의 위치는 극히 왜소한 상태였죠. 한복은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아지면서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 제품에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맞춰 생산구조의 일대 변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크가 패션 소재로 다양하게 개발된 선진국과 달리 한복 원단에만 치중된 실크산업의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혼식이나 파티 등에만 국한된 한복의 예복화 흐름도 한복시장 규모 축소에 악영향을 끼쳤다.

“직물 중심의 생산에서 완제품 생산 구조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기존 기업 간 거래에서 소비자와 거래가 많아지면서 직접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지요. 여성복, 남성복, 넥타이, 스카프 등과 커튼, 벽지와 같은 가정용 직물 인테리어 제품 사업까지 다양한 제품의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진주실크 RIS사업단은 2005년 부산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 회의장 인테리어 사업자로 선정됐다. 누리마루 정상회의장과 벡스코 회의장에 벽지를 시공했으며, 2006년에는 홍콩 인터스토프 박람회에서 진주실크 특별 패션쇼를 개최했다. 이 패션쇼는 진주실크를 세계 시장에 홍보하고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서울 청담동에 진주실크 전문매장을 열어 진주실크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 역량 강화를 도모했다. 권 본부장은 국내 완제품 중심의 진주실크 브랜드 강화는 물론 해외시장 개척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진주실크 RIS사업단은 미국, 유럽, 홍콩, 중국 등 섬유 패션 강국을 방문해 전시회 등에 참가하며 꾸준한 시장조사를 했다. “수출시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트렌드 정보 확보, 기술개발, 브랜드 마케팅 사업 등 3박자를 갖춰야 합니다. 세계시장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하면 그 이후 대응방식은 저절로 도출됩니다.”



실크혁신센터에서 최고 품질 개발 추진올해 2월 진주시청 전시관에서 열린 2010년 진주실크박람회는 큰 성공을 거뒀다. 7일간 진행된 이번 박람회에는 국내외 관람객 30만 명이 방문했다. 작년 진주 유등축제 기간에 열린 방문객 70만 명에 비하면 적지만 실구매층이 많이 방문해 업체 평균 하루 매출이 최소 500만원을 넘어섰다.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한 실적이다.

“세계적 차원의 메가트렌드는 웰빙입니다. 의복의 테마도 이젠 웰빙입니다. 이러한 추세와 맞물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원단을 짜는 실크가 무공해 친환경 섬유로 각광받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권 본부장은 “실크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견해는 이제 옛말”이라고 덧붙였다. 사업구조를 혁신하면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 섬유 소재 시장에서 실크시장의 규모는 아직 1% 정도에 머물고 있다. 양적 생산 방식에서 탈피해 가치를 창출하는 질적 생산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진주실크를 대체할 만한 경쟁 브랜드가 없다. “그 독보적인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선 해외 무대에서 진주실크가 제대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이탈리아 코모, 프랑스 리옹, 일본 교토 등에 이어 세계 5대 생산지로 거듭나야 합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꾸준한 기술개발과 고급화, 차별화 전략입니다. 시장 다변화에 적극 대처하면 진주실크 브랜드의 세계적 경쟁력 구축은 시간 문제입니다.”

2004년 시작한 RIS 사업은 올해로 끝이 나지만 진주실크 활성화 사업은 계속된다. 권 본부장은 “그동안 RIS 사업을 통해 실크산업 분야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구축했다면 이제는 하드웨어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주실크는 지난 1월 진주시 문산읍 삼곡리 일원 13만2809㎡ 부지에 총사업비 225억원을 투자한 실크전문단지 부지 조성 공사를 완료했다.

진주실크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누에고치 모양으로 조성된 실크혁신센터 건립으로 실크의 질을 높이는 연구개발 기반이 조성된 것이다. “인근의 바이오 클러스트, 환경독성연구센터 등과 연계해 진주가 명실상부한 세계 실크산업의 허브 도시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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