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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유산균 종가 덴마크를 놀라게 하다

[Company] 유산균 종가 덴마크를 놀라게 하다

쎌바이오텍 정명준 대표가 서울 서초동에 있는 쎌바이오텍인터내셔날 사무소에서 포즈를 취했다.

덴마크 수도인 코펜하겐의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유산균 제품은 ‘악타비스 락토케어’다. 현재 이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9월 덴마크 유산균 토종 기업인 크리스천한센을 제친 이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59%에 이른다. 이 제품의 인기 비결은 유산균이 장까지 살아서 가도록 하는 이중코팅 기술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주인공은 한국 기업인 쎌바이오텍이다.

쎌바이오텍은 덴마크의 크리스천한센과 다니스코, 일본의 모리나가, 프랑스의 로셀 등과 더불어 세계 5대 유산균 생산업체로 꼽힌다. 국내에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산균 종주국인 덴마크에서는 유명한 기업이다. 쎌바이오텍은 고농축 유익균 전문 기업이다. 유익균은 유산균과 비피더스균처럼 우리 몸에 좋은 역할을 하는 균을 가리키고, 고농축 유익균은 g당 평균 1억 개가 넘는 유산균이 들어 있는 제품을 뜻한다. 고농축 유익균 제품은 가루나 알약 형태로 판매된다. 셀바이오틱 제품은 경쟁사 제품과 유산균 숫자는 별 차이가 없다. 가장 큰 차별점은 유산균의 80%가량이 장까지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일반 유산균은 몸속으로 들어가면 위산 탓에 10% 정도만 살아남는다.

쎌바이오텍은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4세대 코팅기술인 ‘이중코팅’을 개발했다. 단백질과 다당류를 반응시켜 그물처럼 막을 형성해 유산균을 감싸는 기술이다. 위에서 장까지 유산균이 안전하게 도달하도록 만들어 효능을 극대화했다. 쎌바이오텍의 정명준(54) 대표는 “3년간의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이중코팅 기술을 개발해 한국과 일본, 유럽에서 특허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다. 벤처 붐이 일기 전인 1995년 10명의 직원과 쎌바이오텍을 세웠다. 당시 국내 유산균 시장은 100% 수입에 의존하던 시절이었다. 황무지나 다름없던 국내 유산균 시장에 관심을 가진 건 1992년 덴마크 유학시절 때다. 정명준 대표는 연세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생물학과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덴마크왕립공과대학에서 유산균 발효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럽에서 주목 받던 고농축 유익균은 장 기능 개선뿐 아니라 아토피, 여드름, 대장암 예방까지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했다. 정 대표는 거기서 희망을 봤다. 귀국 후 회사를 설립하고 고농축 유익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장까지 사는 유산균 기술 개발회사 출범 후 3년간 매출은 ‘0’원이었다. 기술 말고는 가진 게 거의 없었다. 바이오 사업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성공 사례도 없어 투자할 사람도 드물었다. 매출이 없는 데다 담보마저 없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친인척과 친구 등의 도움을 받아 겨우 버텼다.

그렇게 명맥을 유지하던 사이 기회가 찾아왔다. 1997년 외환위기가 전화위복이 됐다. 외환위기 전 90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2000원까지 오르면서 유산균을 수입해서 쓰던 국내 기업의 부담이 커졌다. 정 사장은 바로 제약회사와 기업 등을 찾아갔다. 이중코팅 기술을 알리고 값도 수입제품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국내 기업이 만든 유산균이라는 이유만으로 꺼리던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외환위기 한파 속에서도 30억원을 벌었다.

외환위기 덕에 고비를 넘겼지만 그 후에도 순탄하진 않았다. 내수시장에 전념하기 위해 공장을 짓고 투자에 나섰지만 납품처인 제약사에서 받은 어음에 문제가 생겨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정 사장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게다가 국내 시장 규모가 200억원대로 작아 큰 성장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유산균을 포함한 해외 건강기능식품산업 시장 규모는 22조원에 이르러 도전할 만했다.

2002년부터 무작정 바이오 기업이 모이는 전문 전시회인 ‘비타푸드’ 등을 찾았다. 이름도 없는 한국 기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유산균 종주국인 덴마크에서 이름을 알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정 대표는 그래도 꾸준히 전시회에 나갔다. 2006년에는 덴마크에 쎌바이오텍유럽을 설립했다. ‘듀오락’(DUOLAC)’이라는 브랜드도 내놨다. 그렇게 몇 년을 꾸준히 공략하자 슬슬 관심을 갖는 기업이 생겼다. 정 대표가 덴마크에서 유산균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20년 넘게 덴마크를 오가며 일을 한 것도 도움이 됐다.

쎌바이오텍의 덴마크 수출 1호는 ‘듀오락 츄어블 7.1’이다. 하루 2회 간편하게 씹어먹는 정제형 제품으로 직장인을 비롯한 바쁜 일상을 보내는 사람에게 유용하다. 유산균 4종, 비피더스균 2종을 함유하고 있다. 합성감미료는 빼고 자일리톨을 넣었다. 덴마크 사람이 선호하는 맛과 향, 형태를 적용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결국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북유럽 건강기능식품 메이저 회사인 덴마크 브로스테사와 제휴하고 건강기능식품뿐 아니라 의약품 원료와 완제품도 수출하기 시작했다.

쎌바이오텍은 현재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유럽을 비롯한 세계 30여 개국에서 올리고 있다. 2009년 158억원, 2010년 18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무역의 날 행사에서 1000만 달러 수출탑상을 받았다. 정 대표는 “한국·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가 정식 발효되면 10%씩 내던 관세가 사라져 매출증가 효과를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EU FTA로 수혜 기대해외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쎌바이오텍은 국내시장도 다시 공략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B2B 방식으로 영업했지만 앞으론 자체 브랜드도 만들어 B2C로 마케팅 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암웨이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했지만 자체 판매망도 넓혀 간다는 계획이다. 직접 운영하는 쇼핑몰 듀오락과 병원·약국 등 현재 600여 개인 납품업체 수도 더욱 늘릴 것이다. 한편 ‘유산균바이오테라피’라는 연구회 활동 지원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의사, 약사, 한의사로 구성된 이 연구회는 500여 곳의 소화기내과 의사가 참여해 학술논문과 임상결과 등을 발표하는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쎌바이오텍은 2007년부터 이 연구회 활동을 돕고 있다.

정 대표는 20여 년 넘게 유산균을 연구하며 쌓은 발효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을 비롯한 신성장동력도 적극 찾고 있다. 우선 유산균에서 추출한 천연 항균물질을 이용한 여드름치료제인 ‘락토페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5년여의 연구개발을 거쳐 지난해 내놓은 락토페드는 유산균을 이용해 여드름의 원인인 애크니균을 제거하는 제품이다. 현재 핀란드와 폴란드에서 판매 중이며 올해 안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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