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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d - 가치주·일본 리츠·동남아 펀드 웃었다

Fund - 가치주·일본 리츠·동남아 펀드 웃었다

국내 주식형은 작년처럼 부진 … 추경 예산과 부동산 대책에 따라 돈 흐름 바뀔 수도



봄이 무색하게 추운 날씨처럼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 봄 기운을 찾기가 어렵다. 투자 날씨가 한창 추울 때 몸을 숨겼던 안전자산채권에서 자금이 빠져나올 기색이 없다. 성과로 보나 자금 이동의 모양새로 보나, 올 1분기 펀드 시장은 지난해 4분기의 연장선에 머문 모습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1분기 펀드 수익률은 국내 채권 혼합형과 채권형이 각각 1.55%, 1.53%를 기록해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0.62%)이나 해외 주식형(-0.71%)을 압도했다.

연초에는 올해 자금이 안전자산인 채권에서 빠져 나와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자산시장의 흐름은 달랐다. 바닥까지 내려갔다던 금리가 지하실을 뚫고 더 내려가 채권시장은 채권값 상승으로 유례없는 강세장이 지속됐다. 채권 투자자는 돈을 벌었다.



채권시장 유례없는 강세장이는 세계적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해외에서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 글로벌 투자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대거 옮겨가는 현상)이라는 말이 종종 나올 만큼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4월 2일 미국 다우존스 지수(1만4662.01)와 S&P500 지수(1570.25)가 나란히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받치는 중앙은행의 ‘돈 폭탄’ 효과로 4월 5일 닛케이225 지수가 4년 7개월 만에 장중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이에 비해 4월 5일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는 1927까지 내려앉으며 연중 최저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분기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약 2조5100억원,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850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에 비해 국내 채권 펀드로는 3600억원, 해외 채권 펀드로는 1조4500억원이 유입됐다. 1분기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0.62%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0.39%)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올 1분기는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혀 게걸음을 했지만 일부 개별 종목이 강세를 나타내며 이를 잘 골라낸 국내 주식형 펀드가 양호한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개별 펀드로는 ‘동부바이오헬스케어’가 1분기 수익률 14.86%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KB배당포커스’(12.54%),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10.56%), ‘ING중국내수수혜국내’(10.13%) 등이 수익률 상위에 올라왔다.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종목을 고르는 액티브 펀드가 단순히 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인덱스 펀드를 이긴 것도 눈길을 끈다.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강세를 보이면서 적극적으로 종목을 고를 수 있는 펀드가 유리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북핵 위험과 엔저의 영향으로 국내 주식 펀드의 고전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스피가 1900대 초반까지 내려간 만큼 펀드로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최근 한국의 주식형 펀드는 코스피 1950포인트 이하에서 자금이 들어오고, 2010포인트를 넘으면 환매되는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방망이를 짧게 쥐고 ‘저가 매수, 고가 매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일본의 임대 부동산에 투자하는 일본 리츠(Ritz) 펀드 수익률(39.14%)이 제일 높았다. 그 밖에 1분기 주가가 급등한 특정 국가 또는 특정 업종에 집중 투자한 펀드가 수익이 좋았다. 동남아 주식펀드(12.81%), 일본 주식펀드(18.08%), 해외 헬스케어 업종주식펀드(15.42%) 등이다.

특히 일본 리츠 펀드 수익률이 더 오를지, 아니면 떨어질지를 놓고 논란이 많다. 임대 부동산에 투자하는 일본 리츠 펀드의 올 1분기 수익률이 평균 39%에 이른다. 일본 정부의 돈 풀기에 따른 엔화 약세가 빚은 결과다. 수출 호조를 예상한 일본 기업이 사무실을 확장하는 통에 부동산 임대료가 뛰어 리츠펀드가 고공행진을 한 것이다.

3월 말에는 지나치게 올랐다는 경계감에 조정을 받았다. 일본 리츠지수는 3월 27~4월 3일 1주일 새 10.9% 빠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일본은행(BOJ)이 4월 4일 “매달 7조 엔(약 82조원)씩, 전보다 두 배 돈을 풀겠다”고 발표한 게 또다시 불을 지폈다. 리츠지수는 4월 4, 5일 이틀 동안에만 9.7% 상승했다.

한화자산운용 김선희 펀드매니저는 “국내에서는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고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일본에서는 리츠 펀드가 앞으로도 낙관적일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하반기에 예정된 신규 상업용 부동산 공급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밖에 안 된다는 게 낙관이 번지는 이유다. 지금까지 엔저로 인한 수요 확대가 리츠 상승을 이끌었다면, 하반기에는 공급 부족이란 또 다른 요인이 나타나게 돼 있다는 설명이다.



펀드 투자자 ‘저가 매수 고가 매도’ 반복일본 리츠 펀드만은 못했지만 동남아 주식형 펀드도 뜨거웠다. 1분기 평균 수익률이 12.8%였다. ‘삼성 아세안자 2호’는 20%에 달했다. 베트남(1분기 18.7% 상승)·필리핀(17.8%)·인도네시아(14.5%)·태국(12.2%) 등 거의 모든 주식시장이 1분기에 강세였던 덕이다. 외국 기업이 더 싼 임금을 찾아 중국 공장을 이 지역으로 옮긴 효과다.

이로 인해 전반적인 임금 수준이 오르면서 내수 소비가 늘어 기업 실적이 개선됐다. 삼성자산운용 김성준 선임은 “아세안(ASEAN) 지역에서는 기업 실적에 맞춰 주가가 오르는 사이 기업 이익이 더 늘어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오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리츠나 아세안 펀드와는 달리 금 펀드는 애물단지가 됐다. 국제 금값 하락세로 인해 1분기에 펀드별로 3~4% 손실을 냈다. 안전자산인 금값이 떨어진다는 것은 경기 회복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값이 크게 오르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신한금융투자 김종철 연구위원은 “돈 풀기에 따른 달러 가치 하락과 금 생산 원가를 생각할 때 1트로이온스(31.1g)당 1525달러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올해 안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펀드 시장에선 펀드 시장에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가치주 펀드의 강세가 여전했다. 하지만 수익률 최상위 가치주 펀드 운용사가 ‘투자 바구니’에 담는 대상은 바뀌었다.

“중소형주의 저평가 국면은 해소됐다. 지금은 대형주 저평가 종목, 특히 은행 업종을 밝게 보고 비중을 늘리고 있다.”(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그간 안 좋았던 화학·철강·기계·조선·화학 쪽에서 실적 개선이 있는 곳과 우선주를 담고 있다.”(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전무)

자산 1조원이 넘는 대형 운용사 중에 올 1분기 주식형 펀드 수익률 1~3위를 기록한 곳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8.14%)과 신영자산운용(5.54%), KB자산운용(3.3%)이었다. 1분기 성적이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0.62%)의 5.3~13.1배였다. 세 운용사의 공통점은 가치주 펀드가 맹활약했다는 것이다. ‘한국밸류10년투자’는 1분기에 9.25%, 신‘ 영밸류고배당’은 9.5%, 덩치 작은 가치주를 고르는 ‘KB중 소형주 포커스’는 7.77% 수익을 투자자에게 안겨줬다.



가치주 펀드 경기 민감 대형주 사들여3개 운용사는 종목 바꾸기를 통해 수익률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한국밸류 이채원 부사장은 “2010년 말 130%에 달했던 중소형주 비대형주 프리미엄이 지금은 60%까지 떨어졌다”며 “오히려 과거 14년간 평균치(65%)를 밑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형주와 음식료 관련주의 비중을 조금씩 줄이고 있다”며 “대형주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싼 것을 찾아 사고 있는데 특히 청산가치의 절반에 거래되는 은행 업종에 주목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밸류는 가치주 펀드가 덜 선호한 삼성전자 비중을 지난해 9월 7%에서 올 1월 기준 16%까지 끌어올렸다. 또 KT 비중을 늘리는 대신 솔브레인이나 제이브이엠 등 중소형주는 줄였다. 이 때문에 과거 7%에 머물던 대형주 투자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신영자산운용은 그동안 소외됐던 현대중공업과 OCI머티리얼즈·메가스터디 등의 코스닥 종목, 그리고 전북은행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이 회사 허남권 전무는 “(가격이 떨어져) 가치주 영역에 들어온 일부 경기 민감 대형주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올 2분기 이후 보통주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는 우선주도 주목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KB자산운용은 중소형주 포커스 펀드 자금유입을 제한하는 대신 또 다른 가치주 펀드 ‘KB밸류포커스’를 통해 현대자동차를 지난 연말부터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연비 이슈와 엔저 악재에 시달리는 데도 현대차 매입을 지속한 것이다. 현대차 주가수익비율(PER)이 6배로 시장 평균(9배)에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악재가 현대차를 가치주로 만든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10월 1%에 불과했던 현대차 비중은 올 1월 기준 7%까지 늘었다.

가치주 펀드와 관련 운용사는 1분기 수익률도 좋았고 돈도 몰렸지만 전체 펀드 시장은 그렇지 못했다. 경기 회복을 낙관하지 못한 유동 자금은 수익률이 저조한 주식형 펀드를 외면했다. 이 기간 2조5110억원이나 빠져나갔다. 일본 등을 제외하곤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도 돈이 빠졌다.

그나마 수수료가 저렴하고 안정적인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는 순자산이 1조5461억원 늘었다. 동양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북한 안보 이슈의 지속 여부,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추가경정 예산이나 금리 인하, 부동산 대책 같은 정부 정책의 추진 성과에 따라 2분기 돈의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치투자 가치와 가격의 불일치에 주목한 투자법. 내재가치 밑으로 내려간 주식을 사서 가격이 내재가치에 이르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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