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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경영 공백 불가피

이재현 회장 경영 공백 불가피

지금도 어머니·삼촌·누나가 그룹 경영 뒷받침 … SK식 비상경영 체제론도 나와



CJ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현 CJ 회장에 대해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로 6월 26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내외에서 비자금을 운용해 510억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CJ제일제당의 회삿돈 600여억원을 횡령했으며 일본 도쿄의 부동산을 구입하며 350여억원의 배임을 저지른 혐의다.

25일 검찰 조사를 받은 이 회장은 일부 혐의를 시인했으나 상당부분은 구체적으로 몰랐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의 구속 여부는 7월 1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이와 별도로 CJ 측이 법원에 구속 여부의 합당성을 판단해 달라는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상황은 이재현 회장에게 녹록하지 않다. 대법원이 새로 제정한 양형 기준에 따라 조세포탈 액수가 200억원이 넘으면 징역 5~9년, 횡령과 배임도 300억원 이상일 경우 징역 5~8년으로 기본 형량이 대폭 높아졌다.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대로라면 징역 10년 이상의 무거운 형량을 받을 수 있다. CJ로선 이 회장의 경영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당장 해외 사업에서 적신호가 들어왔다. CJ대한통운과 CJ제일제당이 추진하던 해외 업체 인수·합병이 중단되고 해외 사업 확대와 투자가 지연됐다.

이 회장은 수사와 재판이 끝날 때까지 예전처럼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라 그의 역할을 대신할 인물이 누구일지 관심을 끈다. 우선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이 그룹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은 1990년대 중반까지 식품사업에 집중하던 CJ에서 멀티미티어 사업부를 만들어 CJ E&M이 국내 영화·방송·게임·음악 시장을 장악하는데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경력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국한돼 있고 CJ제일제당 같은 그룹 주력사를 경영한 경험이 없어 그룹 전체를 총괄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이번 사건의 수사 대상에 이 부회장도 올라 있는 점도 변수다.

지주회사 지분이 없고 CJ E&M의 지분도 0.15%에 불과하다는 것 역시 약점이다. 다만 재계의 한 임원은 “전문경영인도 그룹을 경영할 수 있다”며 “보유 지분의 유무나 다과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CJ E&M의 실적 부진도 걸림돌이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줄었다. 특히 올 1분기에는 8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CJ의 대표이사 회장인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재현 회장을 대행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손 회장은 이 회장의 외삼촌인데다 CJ가 삼성에서 분리될 무렵부터 10여년 간 그룹을 경영한 경험이 있다. 폭 넓은 대외 활동으로 정·재계에 인맥이 풍부하다는 사실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회장 역시 손 회장에 여러 모로 의지했다. 다만, 7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다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으며 그룹 경영에서 떠난 지 오래 됐다는 게 걸림돌이다.



어머니 손복남 고문 영향력 변수지금도 막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 회장의 어머니 손복남 고문도 빼놓을 수 없다. 손 고문은 500여억원의 무기명 채권을 이 회장의 두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지분 보유 구조를 현재 형태로 정리한 사람이 이 회장의 어머니”라고 말했다. 실제로 손 고문은 80세의 고령에도 최근까지 서울 남대문 CJ 본사 집무실로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후임자에 관해 내부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며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만 답했다. 이 회장 소환 이후 CJ 측은 연일 대책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과 손 회장, 이관훈 지주회사 대표가 일시적으로 공동으로 경영하는 비상 체제로 간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최태원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SK그룹과 비슷한 형태다. 최태원 회장의 구속 이후 SK그룹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주축의 6인 지도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협의회 산하 6개 위원회에 계열사 최고경영자가 참가하는 방식이다. 한화그룹도 비슷한 모습이다. 수감 후 건강이 악화돼 옥중 경영조차 어려운 김승연 회장을 대신해 비상경영위원회를 만들고 김연배 한화투자증권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비상경영위원회는 주요사업 분야인 금융·제조·서비스로 나눠 주요 계열사의 경영진이 위원장을 맡아 그룹의 중대한 사안을 합의 방식으로 다룬다. 두 그룹 모두 각 계열사가 책임경영을 원칙으로 하되, 예전에 오너 회장이 직접 챙기던 중요한 사안을 경영진으로 구성된 집단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택했다.

CJ의 한 계열사 대표는 “지금도 이 회장의 어머니와 누나·외삼촌 등이 경영에 관여하고 있어 오너 경영이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42.3%의 지분을 가진 지주회사 CJ를 정점으로 수직계열화 된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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