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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세아그룹 후계자 - 선박·항공용 철강제품 생산 늘린다

이태성 세아그룹 후계자 - 선박·항공용 철강제품 생산 늘린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동부 특수강 인수전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0월 23일 오후. 세아그룹 동부 특수강 인수 태스크포스(TF) 팀원들은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특수강 시장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분은 앞섰지만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동부 특수강은 사실상 현대제철에게 넘어갔다. 10월 24일 KDB산업은행은 본입찰 결과 현대제철이 세아홀딩스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비록 3000억 원 이상의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진 현대제철에 밀려 동부 특수강 인수는 실패했지만, 세아그룹은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지난 8월에도 세아그룹 계열사 세아베스틸이 포스코와 포스코 특수강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M&A의 배경엔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36)가 있다. 이 상무는 지난해 3월 작고한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의 네 자녀 중 유일한 아들이다. 세아그룹 측은 “이태성 상무가 세아그룹의 M&A 관련 업무를 이끌고 있다는 항간의 인식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M&A 소식이 들릴 때마다 이 상무에게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건 이상무의 직함 때문. 세아그룹의 M&A는 전략기획본부에서 추진하는데, 이태성 상무가 바로 세아홀딩스 전략기획본부장 겸 세아베스틸 기획본부장이다.

지난 7월 신설한 세아그룹 동부 특수강 인수 TF도 이태성 상무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세아홀딩스와 세아특수강 전략 담당 실무자들이 각종 안건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KDB산업은행 출자 사모투자펀드(PEF)가 동부제철로부터 동부 특수강 지분(100%)을 인수하자 TF가 조직됐으며, 인수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모였다. 이 상무는 전략기획본부장 자격으로 TF에 종종 참석했다.

애초 동부 특수강 M&A를 기획한 미래전략파트 역시 이태성 상무가 만든 조직이다. 이태성 상무가 본부장인 전략기획본부는 전략기획팀과 인사기획팀, 법무팀으로 구성돼 있다. 전략기획팀 산하 미래전략파트는 시장조사·전략수립·사업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이태성 상무는 과거 세아홀딩스 이사로 승진한 직후 직접 미래전략 부서를 조직했다.
 동부특수강 인수 불발 ‘플랜B’로 대응
동부 특수강 인수전은 세아홀딩스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현대제철의 2파전이었다. KDB산업은행에 10월 23일 본입찰 제안서를 낸 곳도 현대제철과 세아 컨소시엄 두 곳뿐이다. 국내 두 번째 대규모기업집단에 속한 현대제철에 비하면 세아그룹은 자금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럼에도 이태성 상무가 동부 특수강 인수에 매달린건 현재의 산업 구조를 지켜내야 세아그룹과 철강 업계 전체가 생존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선 자동차용 철강 시장을 살펴보자. 자동차용 철강은 강판, 특수강·봉강, 선재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차량용 대형 부품에 쓰이는 철인 특수강·봉강은 세아베스틸 등이 만들고, 볼트·너트 등 소형 부품에 쓰이는 철인 선재는 포스코 등이 만든다. 선재를 가공하는 업체가 바로 동부 특수강 등이다. 현재 냉간 압조용 선재 시장 점유율은 세아특수강이 40%, 동부 특수강이 20% 안팎이다. 세아특수강·동부 특수강 등은 가공한 제품을 500여 개 중소기업에 판매한다. 이들 중소기업은 철을 필요한 형태로 가공해 현대모비스·현대위아·현대파워텍 등 자동차 부품사에 넘긴다. 이 조립부품은 다시 완성차 업체로 넘어가고, 현대차 등 자동차 업체가 최종 조립해 판매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상무는 동부특수강을 현대제철이 인수할 경우 세아그룹뿐만 아니라 관련 업체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졌다. 동부특수강을 현대제철이 인수하면 현대차 계열사가 차량용 철강 소재 공급부터 완성품 납품까지 전 과정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500여 개 차량용 철강 부품업체를 비롯해 관련 업체들이 모두 현대차그룹 하청업체로 사실상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금속 파스너(용어설명 참조) 부품을 제조하는 중소 기업들은 지금도 과점인 현대차 조립부품 계열사에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부품 가격을 얼마로 해달라는 가격 결정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동부특수강이 현대제철로 넘어면서) 이들이 쓰는 재료까지 현대차 계열사가 제조하게 된 상황이다. 이제 중소기업 입지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태성 상무는 동부 특수강 인수 실패에 대비해 ‘플랜B’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아특수강 주력 분야는 자동차용 철강이다. 하지만 현대제철이 동부 특수강을 인수하면 장기적으로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자동차용 철강 시장이 재편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때를 대비해 선박·항공 등 다른 산업 분야 에서 사용되는 철강 비중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해외 시장 비중 확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준비한 카드다. 올 초 이탈리아 특수강 강관업체 이녹스텍 인수를 마무리한 이유도 해외 시장 비중을 늘리려는 전략과 관련이 깊다. 이태성 상무와 함께 인수 프로젝트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이 상무가) 미시간대, 칭화대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 공부하고 중국 포스코 차이나, 일본 세아재팬에서 근무해서 글로벌 네트워크와 정보가 풍부하다”며 “덕분에 이녹스텍 인수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 비중 확대도 추진 중이다. 철강은 R&D 투자가 많이 필요한 분야다. 중국 관련 산업이 우리나라를 많이 따라잡았지만 아직 격차가 존재한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R&D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 초 이탈리아 이녹스텍 인수 마무리
한편 이태성 상무는 사내 임직원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현장 근무자와 인재를 중시하던 이운형 전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꼭 빼닮았다. 이태성 상무는 일주일에 두 번은 꼬박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으로 출근해 작업복을 입고 생산시스템을 직접 확인한다. 세아 관계자는 “이태성 상무는 굿 리스너(good listner)”라며 “이운형 전 회장처럼 임직원 기념일·경조사를 챙기는 것은 물론, 험블(humble, 겸손)한 스타일이라 직원들이 격의 없이 터놓고 대화한다”고 말했다. 이태성 상무가 유년시절, 이운형 전 회장은 이 상무 하굣길에 매일 박카스를 사오도록 심부름을 시켜 가사도우미 등에게 직접 박카스를 전달하며 감사를 표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파스너(fastener) : 볼트, 너트 등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거나 다른 부품에 장착할 수 있는 고정용 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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