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타운하우스] ‘출퇴근-중소형-3040세대’가 변화의 키워드
[달라진 타운하우스] ‘출퇴근-중소형-3040세대’가 변화의 키워드

#2. 초등학생 딸을 둔 한모(42)씨는 지난해 말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에 있는 한 타운하우스(105㎡형)로 옮겼다. 미국 파견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 3년 만이다. 도심 생활을 답답해하는 가족의 성화에 못 이겨 이사를 결심했다. 살던 서울 동대문 아파트(104㎡)를 3억7000만원에 전세 놓고 이곳으로 이사했다. 매입 가격은 3억8000만원이다. 한씨는 “고등학생이 되면 치열한 입시경쟁에 시달려야 하는데 어릴 때만이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싶었다”며 “출근 시간이 좀 늘어났지만 다른 기쁨이 커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타운하우스가 ‘중년의 로망’인 전원생활을 편하게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달라졌다. 2000년대 중반까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일반 주택 수요자가 아파트 대신 살 수 있는 집이 됐다. 덩치가 작아지고 가격 부담이 줄어든 덕분이다. 타운하우스는 단독주택 2가구 이상이 나란히 붙어 있는 형태의 주거단지다. 영국에서 등장한 말이다. 귀족들이 사는 교외의 웅장한 주택(Country House)이 있다면 도시 안에 있는 주택(Town House)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정원을 끼고 단독주택 여러 가구가 모여 있는 단지 형태로 달라졌다.
국내에서 타운하우스는 크게 두 가지 형태다. 1~2층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단지이거나 4층 이하 연립주택이 모여 있는 고급 연립주택단지를 말한다. 아파트보다 규모는 작지만 보안시스템이나 커뮤니티 등이 갖춰졌다. 대개 산을 끼고 있고 단지 안에 개인 정원이나 공동 정원, 텃밭 등이 있어 전원생활을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형 평형으로 다시 분양하는 사례 늘어
금융위기 이후 소형 바람이 불면서 문턱도 낮아졌다. 이전까지는 대개 198㎡ 이상 대형이었지만 팔리지 않자 크기가 줄어들었다. 덩치가 작아지면서 값도 싸졌다. 지난해 10월 분양을 시작한 경기도 용인시 동백지구 하우스디 동백 테라스는 전용면적 84㎡형으로 이뤄진 타운하우스다. 2008년 첫 분양을 시작한지 7년 만에 다시 주인을 찾아 나섰다. 분양 당시 198~297㎡으로 이뤄진 대형 단지였지만 대보건설이 허물고 다시 설계했다. 올 4월 분양 예정인 동백코아루 스칸디나하우스도 전용면적 84㎡형으로 이뤄진다. 이 단지도 2008년 남양 휴튼 트리니티라는 이름으로 분양했다. 당시 288~299㎡ 대형으로 설계됐다. 한국토지신탁이 집을 허물고 새 단장한다.
이전에는 60대 이상 노년층이 많이 찾았지만 요즘은 30~40대 중·장년층이 몰린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동 라움빌리지 1차(32가구)는 계약자 10명 중 7명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다. 경기도 가평군 달전리 북한강 동연재 1차(27가구) 계약자의 절반도 같은 또래다. 유학이나 출장 등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젊은 층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외국에서 타운하우스에 살았거나 보고 동경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싸서 엄두를 못 냈다가 가격 부담이 작은 중소형 타운하우스가 늘어나면서 ‘한 번 살아보자’고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호하는 지역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대부분 타운하우스가 교외에 있는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조성됐다. 자동차가 없으면 이동이 어렵고 대형마트나 학교 등을 찾기 어려운 지역이 많았다. 요즘은 서울 출·퇴근이 편한 경기도 용인·수원·파주·남양주시 등에 타운하우스촌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생활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택지지구가 인기다. 성남 판교신도시, 용인 동백지구, 고양 삼송지구, 화성 동탄신도시가 대표적이다. 박대범 태경파트너스 본부장은 “한창 경제활동을 하고 자녀 교육을 시켜야 하는 중년층이 몰리면서 교통·교육·생활편의성이 중요해져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찾는 사람이 늘었지만 아직까지 아파트처럼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때문에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시세차익을 얻기는 쉽지 않지만 억대 웃돈이 붙은 지역도 있다. 판교신도시가 대표적이다. 2010년 6월 분양된 월든힐스는 분양가만큼 몸값이 올랐다. 전용면적 109㎡형 분양가는 7억3000만원이었지만 15억원 선이다. 테라스가 있는 전용면적 180㎡형은 20억원을 훌쩍 넘는다. 분양가는 13억5000만원 선이었다. 삼평동 판교로뎀공인 임좌배 사장은 “판교신도시는 서울 강남권이 20분대라는 입지가 크게 작용해서 값이 오른 특별한 경우”며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매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공동 관리비, 아파트보다 비쌀 수도
-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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