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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직장 내 왕따 갈등 극복] 주눅 들지 말되 주위와 조화를

[후박사의 힐링 상담 | 직장 내 왕따 갈등 극복] 주눅 들지 말되 주위와 조화를

혼자가 아니란 걸 보여주고 전진 위한 한 보 후퇴 전략도
사진:중앙포토
그녀는 최근 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직장에서 조직적인 따돌림, 왕따(집단 따돌림)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따는 입담이 세고 소란스러운, 세 명의 선배들로부터 시작됐다. 셋은 모두 그녀와 같은 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매번 앞뒤 가리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 그녀. 그러다 보니 매번 선배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는데, 그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셋의 담합이 시작된 것이다.

선배들은 그녀가 아주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 별거 아니라며 입을 모아 폄하한다. 어쩌다 그녀가 잘 나가는 상사와 식사를 하면, 일은 못하면서 정치만 한다고 말을 지어내고, 둘 사이가 의심스럽다는 소문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셋의 가해만으로는 부족한지, 주변 사람들에게 그녀에 대한 나쁜 소문을 전하며 왕따 분위기를 확산하고 있다.

얼마 전 왕고참 선배의 퇴직이 있었다. 퇴직 며칠 전 환송을 위한 저녁 모임이 있었는데 웬만한 여직원들은 모두 참여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는 몰랐다. 나중에 그녀만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정말 화가 솟구쳤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나만 따돌리냐고 마구 따지고 싶었다. 다른 선배·후배·동료들이 셋의 눈치를 보면서 그녀를 멀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는 정말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점심시간, 혼자 남는 날이 많아졌다. 대인기피증이 생기는 것 같다. 일하고 싶은 의욕도 없다. 하루에도 여러 번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 출근하는 아침마다 정말 끔찍하다.
 출근하는 아침마다 끔찍한 경험
왕따는 집단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아웃사이더, 4차원, 마이웨이, 투명인간 등으로 불린다. 직장 내 왕따가 심각하다. 최근 설문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왕따 경험을 보고한다. 업무에서 소외·배제되고, 폭언·폭력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누명·소문에 시달린다. 우리는 왕따 사회를 살아간다. 직장 내 왕따는 권한·힘을 통해 은밀히 일어난다. 주위에선 대부분 방관하거나, 오히려 동참한다. 1~2명으로 시작해 가담자가 늘어, 결국 왕따가 된다. 왕따는 당사자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직장인에게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기업에도 비용을 초래한다.

왕따는 ‘다름의 심리학’에서 온다. 우리는 같음을 선호하고, 다름을 배척한다. 약한 사람은 항상 왕따가 되고, 튀는 사람도 자주 왕따가 된다. 못난 사람은 가끔 왕따가 되고, 잘난 사람도 드물게 왕따가 된다. 우리는 같음에 편안하고, 다름을 질투한다. 잘난 척, 착한 척, 예쁜 척하면 왕따가 되기 쉽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이고, 주장을 못해도 왕따가 되기 쉽다. 이기적이고, 배려심이 없고, 욕심이 많으면 왕따가 되기 쉽다. 눈치 없고, 엉뚱하고, 머리가 나빠도 왕따가 되기 쉽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군자(君子)는 화합하면서도 같지 않고, 소인(小人)은 같음에도 화합하지 않는다.’

왕따는 ‘집단주의 문화’에서 온다. 나보다 사회를 우선하고, 자유보다 권위를 중시한다. 일본은 집단주의 극단에 있다. 청소년 왕따인 ‘이지메’로 유명하다. 한국도 집단주의 끝에 위치한다. 개인·자유주의로 향하다, 경제가 나빠지면서 집단·권위주의로 되돌아가고 있다. 한국 기업은 ‘강한 조직 문화’로 세계적으로 성장했다. 다양성보다 획일주의를 선호하고, 자율성보다 상호협력을 중시한다. 독점 자본가인 ‘재벌’로 유명하다. 특히 학연·지연에 따른 연고…파벌주의는 왕따 문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과도한 업무, 지나친 경쟁, 모호한 역할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한몫한다.

왕따는 ‘희생양 현상’에서 온다. 희생양은 잘못을 대신 뒤집어쓴 사람이다. 누군가 희생되어 진짜 죄를 진 대상을 잊게 한다. 부부 갈등으로 아이가 희생양이 되고, 학교 갈등이 왕따로 나타나고, 사회 갈등으로 차별이 성행한다. 집단에서 개인의 욕구는 억압되고, 억압된 공격성은 외부로 투사된다. 두려움과 분노는 공공의 적으로 향하고, 아무런 죄의식 없이 그를 따돌리고 비난한다. 혼란한 사회는 희생양을 원한다. 내가 아니면 누군가 왕따가 되고, 나만 아니면 되니까 누군가를 지목하고, 내가 안 되려고 왕따를 공격한다. 예수님은 세상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죽었다.
 이도저도 아니면 사내외에 알려야
옛날 한 처녀가 임신을 했다. 화난 아버지는 누구 자식인지 다그쳤다. 딸은 절간의 중이라고 거짓 고백했다. 아기를 낳자, 아버지는 중을 찾아가 욕하며 당신 아이니 알아서 키우라 했다. 중은 말없이 들은 후, 아이를 받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중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젖동냥을 했다. 사람들은 중을 비난하고 손가락질했다. 1년이 지났다. 처녀는 죄의식에 시달리다, 아버지께 사실을 털어놨다. 놀란 아버지는 딸을 데리고 중에게 찾아갔다. 엎드려 사죄를 하고, 아기를 데려가겠다고 했다. 중은 말없이 들은 후, 아이를 돌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그녀에게 돌아가자. 그녀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앞뒤 가리고 살자. 나를 먼저 돌아보자. 그동안 성찰 없이 살았다. 그래도 나부터 점검해야 한다. 그렇다고 나에게 책임을 돌리지는 말자. 분위기를 파악하자. 그동안 눈치 없이 살았다. 어디서든 앉을 자리 봐 가면서 앉아야 한다. 상황에 맞추는 것이다. 그렇다고 주눅 들지는 말자. 주위와 조화하자. 그동안 배려 없이 살았다. 누구와도 함께 느끼고, 상대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전체와 조화하는 것이다. 중용에 이런 말이 있다. ‘희노애락, 감정이 모든 상황에 절도 있게 들어맞는 것을 화(和)라 한다.’

둘째, 적극적으로 살자. 당당하게 버티자. 회사를 그만둔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혼자라도 즐겁게 식사하고, 하던 일도 더 열심히 하고, 바깥에서 즐거운 것을 찾자. 왕따 행위는 아무리 사소해도 즉시 항의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내 편으로 만들자. 사연을 호소해야 한다. 나를 이해할 한 명을 만들고, 나를 소문낼 또 한 명도 만들자. 최대한 꾸밈없이 얘기하고, 감정을 섞어서 말하자. 이도저도 아니면 외부에 알리자. 사내 상담이라도 받자. 뾰족한 수가 있을 것이다. 왕따 행위에 대한 단서를 확보하고, 필요하면 기록하고 녹음도 하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셋째, 영민하게 살자. 가면을 쓰자. 그동안 순진하게 살았다. 영악해지자. 늑대사회에서 양이 살아남으려면 늑대가면을 써야 한다. 하지만 본래의 나를 잊지는 말자. 눈에 안 띄게 지내자. 그동안 드러나게 살았다. 민첩해지자. 흔적을 남기자 말자. 모든 소문은 내 입에서 나간다. 말 없이도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 져 주자. 그동안 이기기만 했다. 지는 것도 한 방편이다. 전진을 위한 한 보 후퇴도 필요하다. 도덕경에 이런 말이 있다. ‘약하게 하려면 우선 강하게 하고, 빼앗으려면 우선 베풀어 주고, 망하게 하려면 우선 흥하게 하라. 이것을 작은 지혜(微明)라 한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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