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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 新 ‘녹실(錄室)회의’의 숙제

[양재찬 칼럼] 新 ‘녹실(錄室)회의’의 숙제

한국외대 겸임교수(경제저널리즘 박사)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제이(J)노믹스’의 삼두마차가 처음으로 공식 회동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세종로 부총리 집무실에서 간담회를 했다.

아직 내각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J노믹스를 실질적으로 이끌 3인의 회동은 회의 내용 못지않게 장소와 자리 배치, 옷차림 등 ‘회의 프로토콜’에 이목이 쏠렸다. 새 정부에서 부활한 청와대 정책실장은 장관급이다. 공정위원장도 장관급이다. 게다가 장 실장과 김 위원장은 시민단체에서 재벌개혁 운동을 해온 문재인 정부 개혁의 상징 아닌가.

먼저 회동 장소를 보자. 그동안 경제 고위관계자 회의가 열렸던 청와대 본관 서쪽 별관이 아닌 정부 서울청사 10층 부총리 집무실이다. 과거 정부 청와대 서별관에선 청와대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등이 모여 굵직한 경제현안을 결정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말 여기서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결정한 게 논란이 되면서 법적 근거 없는 밀실회의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자리 배치도 눈길을 끌었다. 상석인 원탁 가운데 의자에 김 부총리가 앉았다. 그 오른쪽에 장 실장, 왼쪽에 김 위원장이 자리했다. 옷차림도 달랐다. 장 실장과 김 위원장은 약속이나 한 듯 짙은 남색 정장에 파란색 넥타이를 맸다. 김 부총리도 남색 정장을 입었지만 넥타이는 하지 않은 차림이었다.

회의 장소가 밀실에서 부총리 집무실로 바뀐 데다 회동 장면과 모두 발언도 공개했다. 딱 보면 김 부총리가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 사령탑이란 점을 느끼게 하는 프로토콜이었다. 장 실장이 모두 발언에서 친절하게 확인했다. “과거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주요 경제정책을 결정했지만, 새 정부에서는 부총리가 경제(정책)의 중심이라는 것을 국민께 알려드리기 위해 부총리 집무실로 왔다”고 말이다.

관가는 ‘경제현안 간담회’라는 이름의 새 정부 경제팀 트로이카 회동을 ‘녹실(錄室)회의 부활’로 해석한다. 녹실회의는 1964년 취임한 장기영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경제부처 장관, 한국은행 총재 등과 함께 경제현안을 놓고 끝장 토론을 벌였던 곳이다. 당시 세종로 경제기획원 3층 부총리 집무실 옆 소회의실 의자와 양탄자가 녹색이라서 그리 불렀다. 일과를 마친 저녁 7시, 현안 관련 장관들이 참석해 결론날 때까지 밤새 토론했다. 녹실회의는 1990년대 후반 청와대 경제수석이 멤버로 추가된 청와대 서별관회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사라졌다. 이를 박근혜 정부 1기 경제팀 수장인 현오석 부총리가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에 부활했으나 이내 유명무실해졌다.

과거 정부 서별관회의는 법적 근거가 없을뿐더러 참석자와 회의 개최 시기를 공개하지 않았다. 의사록과 회의록도 남기지 않아 참석자들이 밀실회의 방식에 기대어 의사결정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을 들었다. 새 정부 경제현안 간담회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현안에 따라 자주 회의를 열고 참석자들의 발언을 정리한 회의록과 속기록을 남겨야 마땅하다. 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은 경제팀이 힘을 합쳐 추진하고, 시장에도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달라진 프로토콜에 걸맞게 회의 내용을 채우는 것은 부총리와 장관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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