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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재자님!”

“안녕하세요, 독재자님!”

세계적인 우파 운동의 간판으로 알려진 헝가리 오르반 총리, 4월 8일 총선에서도 반이민·난민 메시지로 3연임 유력시 돼
헝가리인 대다수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피데스당이 4월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 사진:AP-NEWSIS
지난 3월 6일 헝가리의 고위관리인 야노스 라자르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찍은 동영상을 올리면서 이곳에 ‘백인 기독교인’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글을 달았다. 그는 무슬림 난민이 빈을 망친다고 경고하며 누군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도 그와 비슷하게 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난민이 들어와 살게 되면 우리 수도도 가난하고 더럽고 범죄율이 높은 도시가 될 것이다.”

라자르는 유럽의 난민수용 반대 정책에 앞장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수석 보좌관 겸 비서실장이다. 그는 오는 4월 8일 총선을 약 한 달 앞두고 그런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처럼 이슬람과 난민을 둘러싼 유권자의 두려움을 부추기는 것은 오르반 총리 진영의 전형적인 전략이었다. 그가 이끄는 우파 성향의 집권당 청년민주동맹(피데스당)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그렇게 행동했다. 페이스북이 그 동영상을 삭제했지만 그 이미지는 유럽에서 진행 중인 정치적 투쟁에서 가장 최근의 공격을 의미했다. 그 전투에서 오르반 총리는 극우 진영의 지지를 한몸에 얻었지만 나머지 유럽인은 그를 혐오하게 됐다.

그 싸움은 2015년 시작됐다.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 수십만 명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이주를 시작했을 때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시리아의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이주하려는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선언했지만 오르반 총리는 오히려 헝가리 국경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난민 유입을 철저히 막았다. 그런 조치로 오르반 총리는 유럽 전역에서 비난을 샀다. 베를린 장벽 너머 동독에서 성장한 메르켈 총리는 “난 오랫동안 울타리 뒤에서 살았다”며 “철조망 울타리를 세운다고 해서 난민을 막을 순 없다”고 말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라트비아 리가에서 오르반 총리를 만났을 때 “안녕하세요, 독재자님!”이라는 가시 돋친 인사를 건넸다.

난민은 프랑스와 독일을 최종 목적지로 삼고 그곳으로 가기 위한 경유지로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에 들어가 공원이나 기차역에서 노숙했다. 헝가리인은 처음엔 그들을 동정했다. 그러나 그런 태도가 곧바로 냉담해졌다.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유럽 도시 공격이 빈발하면서 대다수가 무슬림인 난민을 향한 두려움과 분노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와 그가 이끄는 피데스당은 그런 정서의 변화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오르반 총리가 헝가리 국경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난민 유입을 차단하자 시리아 등지에서 탈출한 많은 난민은 서유럽으로 가는 길이 막혔다. / 사진:AP-NEWSIS
지난 3년에 걸쳐 오르반 총리와 피데스당은 난민 문제에 집요하게 초점을 맞추며 EU 회원국들의 난민수용을 의무적으로 할당해야 한다는 메르켈 총리의 노력에 반대되는 정책으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그에 맞서 헝가리 출신의 미국 시민권자인 억만장자 금융가 조지 소로스는 유럽이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소로스는 오르반 총리의 주된 표적 중 하나가 됐다(유대인인 소로스는 자신에 대한 공격이 반유대주의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다페스트에 중앙유럽대학(CEU)을 설립하고 헝가리 시민단체들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면서 우파 성향의 헝가리 정부 눈 밖에 났다. 그들은 소로스가 난민을 지원하는 시민단체들을 돕는 식으로 난민 유입을 방조하면서 헝가리 정치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소로스는 헝가리 정부가 거짓말로 국민을 오도하고 있으며 난민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정부가 증오심으로 국민을 오도해 권력을 유지하는 게 헝가리의 비극이다.”

현재 오르반 총리의 지지도가 빠지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지만 무슬림 난민과 소로스, EU를 향한 그의 세 갈래 공격은 지금까지 효과가 있어 보인다. 정부 비판자 대다수는 오르반 총리의 피데스당이 4월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은 당연하며 단지 얼마나 큰 차이로 이기느냐가 문제일 뿐이라고 말한다. 또 유럽 전역의 다른 극우 진영은 피데스당의 성공을 보며 자신들도 그럴 수 있는 희망적인 조짐이라고 생각한다.

오르반 총리는 소련의 헝가리 점령 말기에 순조롭게 정계에 뛰어들었다. 1989년 헝가리 공산당 지도자 임레 나기(소련이 오래 전 처형했다)를 기리는 행사에서 오르반은 소련군의 헝가리 철수를 촉구했다. 1년 뒤 소련군이 떠나자 오르반은 의회에 진출했다. 거기서 그와 피데스당은 주류파 정치를 향한 신랄한 비판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오르반은 피데스당을 설득해 극우 노선을 채택했다. 헝가리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 시달렸다. 처음엔 몽골, 그 다음엔 오스만, 그 뒤엔 나치, 마지막으로 소련에 침공당하고 점령당했다. 오르반은 그런 역사적 사실 때문에 민족주의에 호소하면 선거에서 쉽게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 체결된 트리아농 조약의 유산을 계속 비판했다. 그 조약으로 헝가리 영토의 75%가 쪼개져 루마니아·체코슬로바키아·유고슬라비아에 흡수됐다. 오르반은 1998년 선거를 앞두고 헝가리인의 그런 불만과 배신감을 교묘하게 부추겼다. 그 결과 당시 35세였던 그는 헝가리 최연소 총리에 올랐다. 4년 뒤 선거에서 패한 그는 2004년 헝가리가 EU에 가입했을 때 다시 야당 지도자가 됐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왼쪽)와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 극우 성향의 배넌은 오르반 총리를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 사진:AP-NEWSIS
헝가리 경제에 큰 타격을 안긴 세계 금융위기 후인 2010년 피데스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오르반은 다시 정권을 잡았다. 총리에 취임한 그의 첫 조치는 트리아농 조약으로 나라를 잃은 헝가리인 자손들에게 투표권과 시민권을 주는 것이었다. 피데스당이 의회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덕분에 오르반 총리는 새 헌법을 채택할 수 있었다. 그에 따라 감사원과 검찰청 책임자 자리에 자기 사람들을 앉히고 헌법재판소도 피데스당 지명자들로 채웠다. 판사의 정년 퇴직을 앞당겨 수백 명을 몰아내고 피데스당에 유리하도록 선거법도 고쳤다.

한편 오르반 총리를 따르는 부유한 사업가들은 경영난에 시달리던 독립 언론사들을 하나씩 사들였다. 지난해까지 헝가리의 18개 지방신문 전부가 친정부 재벌들의 소유로 바뀌었다. 헝가리 언론인으로 ‘오르반: 유럽의 새 독재자(Orban: Europe’s New Strongman)’라는 저서를 펴낸 파울 렌드바이는 “바로 그게 헝가리와 미국의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헝가리엔 뉴욕타임스나 CNN 같은 독립적인 매체가 없다.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는 신문과 TV가 없다. 그들이 전부 없애버렸다.”

사실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만 없어진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는 헝가리의 정부 부패가 동유럽에서 최악이라고 경고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8년의 임기 동안 계속 부패 의혹을 샀다. 경제잡지 포브스 헝가리 판에 따르면 오르반 가족(한때 시골의 단칸방 집에서 살았다)의 순자산 가치는 2830만 달러(약 303억원)에 이르며 그 대부분이 2010년 이래 증가했다.

최근 EU 부패감독청(OLAF)은 헝가리 가로등 설치 사업이 오르반 총리의 사위 이슈트반 티보르가 소유한 회사에 입찰된 것을 두고 의혹을 제기했다. EU 집행위원회에 가로등 계약에 들어간 EU 기금 중 4000만 유로의 회수를 권고한 것이다. 반이민 정책을 고려하면 오르반 총리와 뜻이 맞을 듯한 극우 노선의 요빅당도 그의 사임을 요구하며 ‘국민은 일하고 그들은 훔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오르반 총리(왼쪽)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 두 번째). 메르켈 총리는 헝가리 국경을 봉쇄한 오르반 총리를 비난했다. / 사진:AP-NEWSIS
오르반 총리의 대변인 졸탄 코바치는 헝가리 공무원의 부패 수준은 유럽의 다른 나라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부패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안다. 그걸 자랑으로 삼진 않는다. 우린 부패와 싸워야 한다는 점을 잘 알며 부패를 단속하는 관련 기관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편 오르반 총리의 반이민 발언은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그는 자신을 헝가리의 ‘구원자’로 내세우며 유럽의 기독교인을 무슬림으로부터 보호한다고 주장한다. 헝가리에 입국한 난민에게 법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단체 메네데크의 안드라스 코바츠 대표는 “오르반 총리는 발언할 때마다 난민을 부정적인 용어로 사용한다”며 “지난 몇 년 동안 그 용어는 욕설처럼 변했다”고 말했다.

비판적인 언론인 렌드바이는 오르반 총리에게 난민 위기가 이념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부패에 쏠린 관심을 난민 쪽으로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르반 총리가 재선에 성공한 뒤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난민 문제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5년 초 형편없었던 그의 지지도가 그 이래 완전 반등했다.”

그런 기세는 올해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2월 25일 피데스당은 루마니아와 세르비아 국경 부근의 헝가리 남부 도시 호드메죄바사르헬리에서 중요한 지방 선거에서 복병을 만났다. 선거 전 피데스당은 반이민, 반소로스 메시지가 난민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그 지역에서 잘 먹힐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무소속의 메테르 마르키-자이가 57%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헝가리의 모든 사람에게 충격적이었다. 2014년 선거에선 40%도 안 된 투표율도 기록을 세웠다.

그러자 이제 유권자가 오르반 총리의 메시지에 싫증난 게 아닌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소로스가 설립한 열린사회재단(Open Society Foundation)에서 활동하는 대니얼 매코넨은 선거 결과 발표 다음날 부다페스트 공항에서 도심까지 이어지는 주요 도로변에 나붙었던 반이민 포스터 수십 장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유권자가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두려움보다 경제와 부패를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유럽외교협회(ECFR)의 부다페스트 주재 연구원 수잔나 베그는 “헝가리에선 교육이나 의료에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다”며 “그 대신 정부가 스타디움 건설에 거액을 쏟아붓는 것을 보고 국민이 질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보지 않는 사람도 많다. 헝가리의 보수 성향 신문 마기아르 히르랍에서 국제뉴스를 담당하는 마리안 오리는 피데스당이 호드메죄바사르헬리에서 패한 것은 다른 모든 당이 전례 없이 똘똘 뭉쳐 마르키-자이를 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피데스당은 여전히 40% 이상의 지지를 받는다. 극우 노선의 요빅당이 19%의 지지도로 2위를 달린다. 오리는 “야권은 지도자들의 견해가 제각각이라 결집력이 약하다”며 “그들은 말로만 공동전선을 펼 뿐”이라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의 대변인 코바치도 피데스당이 호드메죄 바사르헬리 지방선거에서 진 것은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늘 그렇듯이 반이민, 반소로스 메시지가 피데스당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그에 따르면 그 메시지는 여전히 헝가리만이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오르반 총리가 난민과 이주자를 ‘독소적인 존재’라고 말할 때 유럽인 다수는 거부감을 표하지만 “실상을 정확히 지적하려면 때로는 그렇게 노골적인 표현을 좀 과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코바치 대변인은 말했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전통 축제에서 오르반 총리(왼쪽)와 폴란드 법과정의당 대표 야로슬라프 카친스키를 ‘극우 독재자’로 조롱하는 인형을 태운 수레가 등장했다. / 사진:AP-NEWSIS
지금 오르반 총리는 유럽 극우파의 간판 얼굴이다. 심지어 미국 극우 진영의 일부도 그를 우파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본다. 지난 3월 9일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프랑스의 한 집회 연설을 앞두고 뉴욕타임스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오르반 총리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현 시점에서 우파 운동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유럽 지도자 중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 인물은 오르반 총리뿐이었다. 그 이래 트럼프 대통령은 오르반 총리를 “강하고 용감한 사람”으로 부른다.

그러나 유럽에선 오르반 총리와 뜻이 맞던 주요 정치 지도자 중 몇몇이 힘을 잃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와 네덜란드 극우정당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둘 다 지난해 선거에서 패했다. 그러나 유럽 전체로 볼 때 극우 이념은 건재한 편이다. 지난 3월 초 이탈리아 총선에선 극우정당 오성운동이 32%의 득표율로 최대 정당으로 떠올랐다. 오스트리아 극우 정당 자유당의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대표는 부총리가 됐다.

헝가리 언론인 오리는 진보적인 유럽인 사이에서 오르반 총리를 칭찬하는 것이 환영 받을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의 지지자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서방에선 오르반 총리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정치적인 올바름’에서 벗어나는 것이겠지만 그에 관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독자는 기자보다 그를 훨씬 더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2014년 오르반 총리는 루마니아의 헝가리인에게 한 연설에서 “헝가리는 민주 국가지만 개인적 자유는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그처럼 ‘자유 제한적 민주주의’를 주장한 이래 다른 독재자들이 오르반 총리를 자신들의 이상적인 인물로 내세웠다. 2011년 폴란드 극우정당 법과정의당의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대표는 “우리가 어떻게 승리할 수 있는지 오르반 총리가 잘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4년 뒤 폴란드에선 실제로 카친스키의 법과정의당이 정권을 잡았다. 오르반 총리와 뜻이 맞는 다른 국가 수반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주석의 임기제한을 폐지해 평생 통치의 길을 열었다) 등이다.

그런 세계 지도자들과 지지자들에겐 오르반 총리가 모범적인 사례다. 포퓰리스트 메시지와 역사적·문화적·정치적 상황, 불타는 권력 의지를 적절히 배합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가 잘 보여줬다는 뜻이다. 그러나 파시즘과 공산주의 둘 다를 겪은 헝가리의 유대인 언론인 렌드바이는 오르반 총리의 이해할 수 없는 언행에서 전형적인 권력의 병폐인 ‘오만’을 떠올린다. 그는 “권력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아직은 피데스당이 유리하지만 실질적인 승리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민주 세력의 점진적인 확대는 오르반 총리와 그의 정권을 약화시킬 것이다.”

- 올랜도 크로크로프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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