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12) ‘포스트 코로나’ 준비하는 경제 재개의 조건은?] 상시 검사 비중 높여 사회적 거리두기 풀 수도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12) ‘포스트 코로나’ 준비하는 경제 재개의 조건은?] 상시 검사 비중 높여 사회적 거리두기 풀 수도
노벨경제학상 수상한 폴 로머 뉴욕대 교수 주장… 위험 직업군·장소에 검사 집중해 효율성 높여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음하던 세계 각국이 조심스레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마음 한켠에 2차 감염 확산은 없을까 걱정도 든다. 경제 재개 지역의 신규 확진자 수 흐름이 재개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보건의료 선진화’와 ‘경제 재개’가 분리할 수 없는 양대 국정 목표임을 깨닫는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를 비롯해 많은 나라의 기업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분투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강조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Paul Romer) 뉴욕대 교수는 내생적 경제성장 이론으로 유명하다. 로머 교수는 경제성장의 원인이 외부가 아니라 내생적 결과물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R&D를 예로 들며 국가 간 성장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를 기술력의 차이로 설명했다. 경제성장에서 기술을 미지의 외부 요인(외생 변수)로 간주하던 통설을 깨고 R&D 등을 통해 혁신을 불러일으키자는 그의 이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특히 내생적 경제성장 이론은 아이디어를 더 중요한 생산요소로 부각시켰다. 아이디어는 기술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제도적 측면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로머 교수에 따르면 개발도상국들이 시장 개방으로 어느 정도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는 있지만 R&D를 통한 기술 혁신이 없으면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중진국의 늪에 빠지게 된다. 경제에 노동과 자본 증가에 따른 수확체감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내생적으로 결정되는 기술 진보 속도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경제는 지속성장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이론이다. 그에게 코로나19 대처법을 내생적 경제성장 이론으로 설명해줄 수 없겠느냐고 물어보면 그는 이렇게 답할 듯하다. “더 많은 연구개발에 세계가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그 결과를 독점하지 않고 공유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돈을 위해서 혁신가가 되어 큰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람을 끄는 유인으로 돈이 전부는 아닙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인류의 생활을 바꿔 놓은 수많은 중대한 발견이 있었습니다. 애국심도 유인이고 인류애도 유인이지요. 돈 이외 많은 것이 사람들에게 동기가 됩니다. 코로나19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모든 이의 선한 의지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에 동조한 것일까?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한 TV 연설에서 전염병의 유행은 국가 간의, 병사들 간의 전쟁이 아니라며 인류애의 시험대라고 말했다. 그는 불안과 불신이 팽배한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며 신뢰감과 상호이해가 굳건한 사회 구축을 원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정치인과 전문가의 결정에만 전적으로 달려있지 않고 성숙한 시민의식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했다. 위기를 통해 우리는 서로가 기대어 사는 것을 알게 됐다. 함께 연결된 세상의 ‘상호 의존성’의 의미를 되새겨 보니 경제 변수 간의 내생적 관계를 다루는 폴 로머 교수의 경제성장 이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누구도, 어떤 국가도, 어떤 경제도 고립된 섬이 아닌, 서로 연결된 선 위에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으로 미국 암학회가 4월 27일~28일 열렸다. 세계인의 건강을 위한 의료 분야 R&D 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더라도 강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세계적으로 지속된다면, 올해 세계 경제의 역성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세계 공중 보건에는 경제적 건강이 포함된다. 우리는 생계와 감염 저지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시점에서 여러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 주지사가 경제 재개 권한을 가진 상황에서 주마다 사정은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달 연장한다며 6월 1일부터 경제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 했다. 미국의 재개라는 지침을 내놓은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발병 완화 추이별로 개인과 기업, 학교와 병원 같은 공공시설, 체육관, 술집 등에 대한 지침을 담았다. 14일간 독감과 코로나19 같은 증상이 하향 곡선을 보여야 경제 재개가 가능하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의 실적을 보면 검진과 추적 절차가 아직은 만족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경재 재개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명백히 있어야 한다. 조급한 재개는 화를 부를 수 있다. 실제 외출 금지령과 비필수 사업장 폐쇄 명령을 내리고 해제할 권한을 가진 주지사 가운데 일부가 5월 1일 재개하고자 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봉쇄 해제에 반발했었다. 코로나19 억제 조치를 섣불리 완화할 경우 2차 발병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폴 로머 교수는 “보건을 강조하는 정책은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보건과 경제가 함께 가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초기에 코로나19를 감기 수준으로 경시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 감염 사망자 속에서 살아 있는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의 말처럼 “(코로나19 감염자 추세가) 언덕 꼭대기에 왔다”고 믿어도 좋을까. 사망자가 하루 2000~3000명대를 오가는 상황에서 그가 매우 매우 빨리 (경제활동을) 재개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으니 많은 생각이 든다. 하긴 미국 경제가 정상화돼야 세계 경제가 좋아지고 우리 경제 흐름이도 개선된다. 미국으로, 유럽으로 가고 싶어 항구에 대기하고 있는 자동차를 바라본다. 생산라인을 잠시 멈춘 자동차 생산 기업의 심정을 헤아리며 유동성에 허덕이는 자동차 부품 협력사의 애로를 생각해 본다. 인류애는 가슴으로 느끼기도 하지만 이토록 경제적인 동기에서도 발로하는 것일까. 여하튼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관한 연방 지침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경제활동 정상화를 유도하려 한다. 이는 폴 로머 교수의 조언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겠다. 보건 정책과 경제 살리기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는 폴 로머의 주장은 경제학자로서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로머 교수는 내과 의사이자 경제학자인 앨런 가버 하버드대 교무처장과 함께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코로나19 때문에 우리 경제는 죽을 것인가(Will Our Economy Die From Coronavirus?)’란 제목의 공동 칼럼을 통해 나름의 주장을 폈다. 로머 교수는 봉쇄 정책을 고수한다면 경제가 죽을 것이라고 단도직입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의 칼럼의 한 대목을 보자.
“금세기 가장 위협적인 코로나19는 보건위기와 경제위기를 동시에 촉발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긴급 조치긴 하지만 경제를 거의 중단 직전에 처하게 할 수 있다. 몇 달 안에 바이러스 확산을 제한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이 일터로 돌아가 일상생활을 재개하도록 하는 종합적인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R&D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진단 시약과 개인 보호 장비의 대량 생산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혁신에 바탕을 둔 원활한 바이러스 진단은 감염자 식별과 격리 조치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역설한다. 이를 통해 면역력 있는 사람이나 비감염자들은 모두 직장으로 돌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일상적 활동을 재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간호사, 응급 구조원 등 건강관리 종사자들에게 개선된 형태의 개인 보호 장비를 먼저 공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론자(작은 정부)와 정부론자(큰 정부)의 이분법을 싫어하는 로머 교수는 시장경제에서 기업들은 안정적인 수요를 잘 충족하지만 위기를 예상하고 관련 장비를 비축하진 않는다며, 위기 상황에서 정부만이 조정 역할을 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초·중·고 개학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온라인 개학을 실시했다. 유럽과 미국처럼 강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 확진자가 10명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프린스턴 대학이 개최한 웹 세미나에서 폴 로머가 발표한 내용을 보며 그의 주장의 근거를 좀 더 생각해 보자. 그는 코르나19 이후에 경제를 어떻게 재가동하느냐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는 방역전략의 목표로 기초재생산지수(R0, Basic Reproduction Number)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이는 처음 전염병이 전파될 때 병에 걸린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몇 명을 감염시키는가를 추정하는 개념이다. R0가 3이면 1명은 4명에게, 그 4명은 16명에게 전파하는 식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만약 R0가 1이라면 1명의 감염자는 새로운 1명의 2차 감염자를 발생시키고, 동시에 자신은 회복하거나 사망한다. 결과적으로 이 집단에는 총 1명의 감염자만 남고, 감염자의 수는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게 된다. 올해 1월 1일부터 2월 14일까지 5개의 SNS 채널(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래딧, 갭)에 게시된 코로나19 관련 정보의 R0는 평균 3.3으로 분석되기도 했으나 통상 2.5정도로 보고 있다.
방역전략의 목표는 결국 재생산지수를 1 이하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확진자 수는 점차 줄어들고 해결 국면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4월 13일 브리핑에서 R0가 한때 6~7이었으나 지금은 1 이하라고 했다. 폴 로머는 기초재생산지수를 1 이하로 끌어내리는 3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방치, 사회적 거리두기, 검역과 격리다. 방치는 면역이 있는 사람을 많이 만드는 방법이다. 이른바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증가시키려는 전략이다. 이 이론은 한 번 병을 앓고 난 환자는 면역이 생긴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1명이 3명에게 전염을 시킨다고 하자. 그 3명 중 2명이 이미 면역상태라면 1명에게만 전염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 사회의 면역자 비율이 x라고 하면 R= R0(1-x)가 된다. 이로부터 R [1이 될 조건을 구하면 x] 1-1/R0가 된다. R0가 2.5일 때 이 값은 0.6, 즉 전국민의 60%가 감염되어 면역을 얻고 나면 R0의 값은 1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예방주사를 사용하지 않는 한 시행이 어렵다. 어떤 전염병에서 적어도 인구의 어느 비례 이상으로 면역이 생기게 되면 이론상으로한 사람의 감염자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감염자의 평균 숫자(R0)가 1이하로 감소된다.
하지만 치명률이 높다면 문제다. 국민 대다수가 면역이 있는 사람들로 형성되면 감염병이 옮겨갈 사람이 줄어들 수 있다. 면역이 있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방법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가장 유용하나, 코로나19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소아마비가 세계적으로 거의 사라진 것은 어릴 때 처방한 세이빈이라는 백신 때문이다. 지금도 일부 국가에서는 소아마비가 있기는 하지만 널리 퍼지지 않는 것은 집단면역 덕분이다. 그럼에도 인위적으로 병을 많이 퍼뜨려서 면역이 있는 사람을 많이 만들어 내는 방법은 아직은 시행한 적이 없는 기상천외한 방법이다. 영국 공중보건 문건(Public England document) 기사를 보면 12개월 동안에 영국인의 8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라고 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자국민의 70%가 결국 걸리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대로 두면 결국 언젠가는 집단면역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코로나19에 걸려도 80%의 감염자는 감기처럼 가볍게 앓다가 회복되므로 위험성이 없는 젊은층은 감염이 되도록 그대로 두고,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검사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영국은 이 견해를 따라서 보리스 존슨 총리가 초기에 여러 국가에서 시행하는 방법과 전연 다른 집단면역을 고려했다. 사망하지 않고 경과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젊은층은 격리하지 않고 사회활동을 하게 했다. 단지 70세 이상의 사람들과 지병이 있는 사람은 집안에 격리시켜서 사망 위험을 줄이고자 했다. 영국의 대다수 국민은 이 소식을 듣고 나서 젊은 사람들도 걸리면 죽기도 하는데 전 국민을 일부러 병으로 몰아넣는 것이냐며 비판했다. 그러자 보건당국은 집단면역을 하려는 것이 정부의 목표가 아니라고 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스웨덴도 이 방법을 사용하다 화를 자초했다. 이 방법은 이미 감염자를 추적해 격리하고 거리두기 등의 방법으로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되면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위험성이 크다고 하겠다.
더구나 집단면역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한 번 걸렸던 사람이 다시 걸리지 않는 기간, 즉 앓고 나서 획득한 면역이 얼마나 오래가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걸렸던 사람이 다시 걸릴 수 있다면 의미가 없다. 그런데 코로나19의 경우는 걸린 사람이 다시 걸리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면역력이 완전히 생기는지에 대해 확실히 밝혀진 것이 아직 없다. 우리나라 인구는 약 5000만 명이고, 이 중 70%가 감염된다면 3500만 명이 감염된다. 이 중 치명률이 1%라는 점을 고려하면 35만 명이 사망해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니 몸서리가 처진다.
다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는 대부분 국가가 사용하는 방법이다. 평소 3명을 전염시킨다고 할 때 그 3명을 만나기 어렵게 만들면 R0을 1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 감염자를 줄이는 봉쇄정책은 지금까지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법이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이상 바이러스를 근절하기 어렵고, 결국은 면역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될 때까지 전염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물속에서 숨을 아무리 오래 참는다 해도 물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한 근본적 해결책이 안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면 경제는 점차 망가지고 물속에서 오래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검역과 격리를 하는 것이다. 감염 초기에 숫자가 적을 때는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감염자가 산재해 있고 숫자가 어느 정도 이상 증가하면 그들을 모두 찾아내고, 접촉자를 찾아내서 고립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속전속결이 필요한 이유다.
끝으로, 검사와 격리다. 좀 더 이론적으로 살펴 실익과 한계를 알아보자. 확진자 중 p의 비율을 격리해서 전파를 못 시키도록 잡아둘 수 있다면 R=(1-p)R0이 될 것이다. p가 0.6, 좀 여유있게 0.7쯤 된다면 R을 1 미만으로 잡아둘 수 있다.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서 접촉자를 검사하고, 14일 자가격리 등을 이용해서 60~70% 만큼 전파비율을 줄일 수 있다면 방역에 성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이 방법을 쓰고 있고, 지금까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는 사회 분위기상 이를 따라하기도 어려울 환경이라 초기에 이 방법을 사용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결국 봉쇄령이란 과격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이 방법도 전파속도를 늦추는 정책일 뿐이어서 감염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위협은 계속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풀려면 검역과 격리가 충분히 행해질 수 있는 체제가 마련돼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도 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데 만일 재확산이 오면 더 강력한 거리두기를 해야 할 것이다. 싱가포르의 상황이 이를 말해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풀었다 조였다 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될수록 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인데, 싱가포르 상황을 통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싱가포르는 세계가 주목한 ‘방역 모범국’이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싱가포르·대만·홍콩이 신속하고 기민하게 대처해 코로나19의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았다고 호평한 바 있다.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섣부른 개학이 실패로 돌아가면서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3월 23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을 강행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불과 2주일 만에 개학 결정을 철회했다. 개학 후 이틀이 지난 3월 25일 한 유치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싱가포르 정부는 개학 결정을 원점으로 되돌려 다시 재택학습으로 전환했다. 이주노동자 기숙사에서 집단 감염이 속출하고, 감염 경로 추적이 어려운 확진자까지 발생하면서 싱가포르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폴 로머는 상시 검사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푸는 방식으로 경제를 빨리 회복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상시 검사 비중만으로도 R0을 1이하로 억제할 수 있게 되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 없게 되고, 그에 필요한 비용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것보다는 감당할 만하다는 것이다. 그는 일일 검사비율이 7% 정도가 되면 검사 후 격리만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우리 5000만 인구의 7%면 350만 명이라 그의 말이 불가능한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이 숫자는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무작위 검사를 하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실제로는 위험 직업군이나 장소에 집중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금도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고, 신천지 교인이나 콜센터, 요양원과 같은 위험그룹에 집중하는 식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만약 하루 20만 명씩 검사가 가능하다면 다수가 모이는 시설을 중심으로 정기 검사가 가능할 수 있다.
우리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과거와 같은 상황으로 되돌아 갈 수 없을지 모르겠다. 많은 나라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풀기에는 현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 우리는 생활방역과 상시적 검사능력의 획기적 확대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독일에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것은 1월 28일로 유럽 최초였다. 다른 유럽 주요국과 비교하면 선전했다. 독일 정부는 4월 15일 유럽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그동안 강력하게 취했던 비즈니스 폐쇄, 휴교 등의 사회적 봉쇄 정책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2차 대전 이래, 우리 모두가 단합하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시기를 맞은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후 독일은 1일 10만 명씩 진단 테스트를 하고 감염자들의 경로를 철저히 추적했다. 4월 15일 메르켈은 R0 가 1이지만 이게 1.1만 돼도 독일 의료시설은 10월에 포화상태가 된다고 강조했다. 조금씩 소규모로 사회적 봉쇄를 해제하고 2주마다 평가해 다음 조치를 취하겠다는 수석 과학자(Chief-in-Science) 총리로 돌아온 그녀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세계적으로 여전히 코로나19의 어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라 세계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하루 빨리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코로나19 피해가 줄어들기를 바란다. 그 전까지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통화금융정책과 국제금융기구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 등이 지원군 역할을 해야 한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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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내생적 경제성장 이론은 아이디어를 더 중요한 생산요소로 부각시켰다. 아이디어는 기술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제도적 측면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로머 교수에 따르면 개발도상국들이 시장 개방으로 어느 정도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는 있지만 R&D를 통한 기술 혁신이 없으면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중진국의 늪에 빠지게 된다. 경제에 노동과 자본 증가에 따른 수확체감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내생적으로 결정되는 기술 진보 속도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경제는 지속성장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이론이다. 그에게 코로나19 대처법을 내생적 경제성장 이론으로 설명해줄 수 없겠느냐고 물어보면 그는 이렇게 답할 듯하다.
더 나은 세상 만들려는 선한 의지 필요
그의 말에 동조한 것일까?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한 TV 연설에서 전염병의 유행은 국가 간의, 병사들 간의 전쟁이 아니라며 인류애의 시험대라고 말했다. 그는 불안과 불신이 팽배한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며 신뢰감과 상호이해가 굳건한 사회 구축을 원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정치인과 전문가의 결정에만 전적으로 달려있지 않고 성숙한 시민의식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했다. 위기를 통해 우리는 서로가 기대어 사는 것을 알게 됐다. 함께 연결된 세상의 ‘상호 의존성’의 의미를 되새겨 보니 경제 변수 간의 내생적 관계를 다루는 폴 로머 교수의 경제성장 이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누구도, 어떤 국가도, 어떤 경제도 고립된 섬이 아닌, 서로 연결된 선 위에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으로 미국 암학회가 4월 27일~28일 열렸다. 세계인의 건강을 위한 의료 분야 R&D 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더라도 강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세계적으로 지속된다면, 올해 세계 경제의 역성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세계 공중 보건에는 경제적 건강이 포함된다. 우리는 생계와 감염 저지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시점에서 여러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 주지사가 경제 재개 권한을 가진 상황에서 주마다 사정은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달 연장한다며 6월 1일부터 경제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 했다. 미국의 재개라는 지침을 내놓은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발병 완화 추이별로 개인과 기업, 학교와 병원 같은 공공시설, 체육관, 술집 등에 대한 지침을 담았다. 14일간 독감과 코로나19 같은 증상이 하향 곡선을 보여야 경제 재개가 가능하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의 실적을 보면 검진과 추적 절차가 아직은 만족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경재 재개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명백히 있어야 한다. 조급한 재개는 화를 부를 수 있다. 실제 외출 금지령과 비필수 사업장 폐쇄 명령을 내리고 해제할 권한을 가진 주지사 가운데 일부가 5월 1일 재개하고자 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봉쇄 해제에 반발했었다. 코로나19 억제 조치를 섣불리 완화할 경우 2차 발병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폴 로머 교수는 “보건을 강조하는 정책은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보건과 경제가 함께 가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초기에 코로나19를 감기 수준으로 경시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 감염 사망자 속에서 살아 있는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의 말처럼 “(코로나19 감염자 추세가) 언덕 꼭대기에 왔다”고 믿어도 좋을까. 사망자가 하루 2000~3000명대를 오가는 상황에서 그가 매우 매우 빨리 (경제활동을) 재개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으니 많은 생각이 든다. 하긴 미국 경제가 정상화돼야 세계 경제가 좋아지고 우리 경제 흐름이도 개선된다. 미국으로, 유럽으로 가고 싶어 항구에 대기하고 있는 자동차를 바라본다. 생산라인을 잠시 멈춘 자동차 생산 기업의 심정을 헤아리며 유동성에 허덕이는 자동차 부품 협력사의 애로를 생각해 본다.
생계와 생명을 동시에 중시해야 하는 딜레마
“금세기 가장 위협적인 코로나19는 보건위기와 경제위기를 동시에 촉발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긴급 조치긴 하지만 경제를 거의 중단 직전에 처하게 할 수 있다. 몇 달 안에 바이러스 확산을 제한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이 일터로 돌아가 일상생활을 재개하도록 하는 종합적인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R&D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진단 시약과 개인 보호 장비의 대량 생산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혁신에 바탕을 둔 원활한 바이러스 진단은 감염자 식별과 격리 조치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역설한다. 이를 통해 면역력 있는 사람이나 비감염자들은 모두 직장으로 돌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일상적 활동을 재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간호사, 응급 구조원 등 건강관리 종사자들에게 개선된 형태의 개인 보호 장비를 먼저 공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론자(작은 정부)와 정부론자(큰 정부)의 이분법을 싫어하는 로머 교수는 시장경제에서 기업들은 안정적인 수요를 잘 충족하지만 위기를 예상하고 관련 장비를 비축하진 않는다며, 위기 상황에서 정부만이 조정 역할을 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방역전략 목표는 재생산지수 1 이하
방역전략의 목표는 결국 재생산지수를 1 이하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확진자 수는 점차 줄어들고 해결 국면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4월 13일 브리핑에서 R0가 한때 6~7이었으나 지금은 1 이하라고 했다. 폴 로머는 기초재생산지수를 1 이하로 끌어내리는 3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방치, 사회적 거리두기, 검역과 격리다. 방치는 면역이 있는 사람을 많이 만드는 방법이다. 이른바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증가시키려는 전략이다. 이 이론은 한 번 병을 앓고 난 환자는 면역이 생긴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1명이 3명에게 전염을 시킨다고 하자. 그 3명 중 2명이 이미 면역상태라면 1명에게만 전염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 사회의 면역자 비율이 x라고 하면 R= R0(1-x)가 된다. 이로부터 R [1이 될 조건을 구하면 x] 1-1/R0가 된다. R0가 2.5일 때 이 값은 0.6, 즉 전국민의 60%가 감염되어 면역을 얻고 나면 R0의 값은 1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예방주사를 사용하지 않는 한 시행이 어렵다. 어떤 전염병에서 적어도 인구의 어느 비례 이상으로 면역이 생기게 되면 이론상으로한 사람의 감염자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감염자의 평균 숫자(R0)가 1이하로 감소된다.
하지만 치명률이 높다면 문제다. 국민 대다수가 면역이 있는 사람들로 형성되면 감염병이 옮겨갈 사람이 줄어들 수 있다. 면역이 있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방법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가장 유용하나, 코로나19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소아마비가 세계적으로 거의 사라진 것은 어릴 때 처방한 세이빈이라는 백신 때문이다. 지금도 일부 국가에서는 소아마비가 있기는 하지만 널리 퍼지지 않는 것은 집단면역 덕분이다. 그럼에도 인위적으로 병을 많이 퍼뜨려서 면역이 있는 사람을 많이 만들어 내는 방법은 아직은 시행한 적이 없는 기상천외한 방법이다. 영국 공중보건 문건(Public England document) 기사를 보면 12개월 동안에 영국인의 8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라고 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자국민의 70%가 결국 걸리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대로 두면 결국 언젠가는 집단면역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코로나19에 걸려도 80%의 감염자는 감기처럼 가볍게 앓다가 회복되므로 위험성이 없는 젊은층은 감염이 되도록 그대로 두고,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검사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영국은 이 견해를 따라서 보리스 존슨 총리가 초기에 여러 국가에서 시행하는 방법과 전연 다른 집단면역을 고려했다. 사망하지 않고 경과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젊은층은 격리하지 않고 사회활동을 하게 했다. 단지 70세 이상의 사람들과 지병이 있는 사람은 집안에 격리시켜서 사망 위험을 줄이고자 했다. 영국의 대다수 국민은 이 소식을 듣고 나서 젊은 사람들도 걸리면 죽기도 하는데 전 국민을 일부러 병으로 몰아넣는 것이냐며 비판했다. 그러자 보건당국은 집단면역을 하려는 것이 정부의 목표가 아니라고 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스웨덴도 이 방법을 사용하다 화를 자초했다. 이 방법은 이미 감염자를 추적해 격리하고 거리두기 등의 방법으로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되면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위험성이 크다고 하겠다.
더구나 집단면역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한 번 걸렸던 사람이 다시 걸리지 않는 기간, 즉 앓고 나서 획득한 면역이 얼마나 오래가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걸렸던 사람이 다시 걸릴 수 있다면 의미가 없다. 그런데 코로나19의 경우는 걸린 사람이 다시 걸리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면역력이 완전히 생기는지에 대해 확실히 밝혀진 것이 아직 없다. 우리나라 인구는 약 5000만 명이고, 이 중 70%가 감염된다면 3500만 명이 감염된다. 이 중 치명률이 1%라는 점을 고려하면 35만 명이 사망해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니 몸서리가 처진다.
다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는 대부분 국가가 사용하는 방법이다. 평소 3명을 전염시킨다고 할 때 그 3명을 만나기 어렵게 만들면 R0을 1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 감염자를 줄이는 봉쇄정책은 지금까지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법이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이상 바이러스를 근절하기 어렵고, 결국은 면역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될 때까지 전염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물속에서 숨을 아무리 오래 참는다 해도 물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한 근본적 해결책이 안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면 경제는 점차 망가지고 물속에서 오래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검역과 격리를 하는 것이다. 감염 초기에 숫자가 적을 때는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감염자가 산재해 있고 숫자가 어느 정도 이상 증가하면 그들을 모두 찾아내고, 접촉자를 찾아내서 고립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속전속결이 필요한 이유다.
끝으로, 검사와 격리다. 좀 더 이론적으로 살펴 실익과 한계를 알아보자. 확진자 중 p의 비율을 격리해서 전파를 못 시키도록 잡아둘 수 있다면 R=(1-p)R0이 될 것이다. p가 0.6, 좀 여유있게 0.7쯤 된다면 R을 1 미만으로 잡아둘 수 있다.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서 접촉자를 검사하고, 14일 자가격리 등을 이용해서 60~70% 만큼 전파비율을 줄일 수 있다면 방역에 성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이 방법을 쓰고 있고, 지금까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는 사회 분위기상 이를 따라하기도 어려울 환경이라 초기에 이 방법을 사용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결국 봉쇄령이란 과격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이 방법도 전파속도를 늦추는 정책일 뿐이어서 감염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위협은 계속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풀려면 검역과 격리가 충분히 행해질 수 있는 체제가 마련돼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도 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데 만일 재확산이 오면 더 강력한 거리두기를 해야 할 것이다. 싱가포르의 상황이 이를 말해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풀었다 조였다 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될수록 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인데, 싱가포르 상황을 통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싱가포르는 세계가 주목한 ‘방역 모범국’이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싱가포르·대만·홍콩이 신속하고 기민하게 대처해 코로나19의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았다고 호평한 바 있다.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섣부른 개학이 실패로 돌아가면서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3월 23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을 강행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불과 2주일 만에 개학 결정을 철회했다. 개학 후 이틀이 지난 3월 25일 한 유치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싱가포르 정부는 개학 결정을 원점으로 되돌려 다시 재택학습으로 전환했다. 이주노동자 기숙사에서 집단 감염이 속출하고, 감염 경로 추적이 어려운 확진자까지 발생하면서 싱가포르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와 한계
우리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과거와 같은 상황으로 되돌아 갈 수 없을지 모르겠다. 많은 나라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풀기에는 현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 우리는 생활방역과 상시적 검사능력의 획기적 확대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독일에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것은 1월 28일로 유럽 최초였다. 다른 유럽 주요국과 비교하면 선전했다. 독일 정부는 4월 15일 유럽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그동안 강력하게 취했던 비즈니스 폐쇄, 휴교 등의 사회적 봉쇄 정책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2차 대전 이래, 우리 모두가 단합하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시기를 맞은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후 독일은 1일 10만 명씩 진단 테스트를 하고 감염자들의 경로를 철저히 추적했다. 4월 15일 메르켈은 R0 가 1이지만 이게 1.1만 돼도 독일 의료시설은 10월에 포화상태가 된다고 강조했다. 조금씩 소규모로 사회적 봉쇄를 해제하고 2주마다 평가해 다음 조치를 취하겠다는 수석 과학자(Chief-in-Science) 총리로 돌아온 그녀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세계적으로 여전히 코로나19의 어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라 세계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하루 빨리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코로나19 피해가 줄어들기를 바란다. 그 전까지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통화금융정책과 국제금융기구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 등이 지원군 역할을 해야 한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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