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 동결됐지만 막막한 유업계] 남아도는 흰우유에 ‘프리미엄’ ‘기능성’으로 돌파구
[원유 가격 동결됐지만 막막한 유업계] 남아도는 흰우유에 ‘프리미엄’ ‘기능성’으로 돌파구
원유 초과 생산량 최고치 기록… 올해는 원유가격 동결로 일단락 코로나19로 급식 우유 등이 급감하며 우유의 원료가 되는 원유(原乳) 초과 생산량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급여건이 지난해보다 좋아져 생산량이 늘었지만 소비되지 않고 남아도는 잉여유 비율이 증가한 탓이다.
낙농진흥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원유 수급동향에 따르면 올 1~5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5915톤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그러나 원유의 하루 평균 사용량은 5215톤으로 전년 대비 0.2% 증가에 그쳐 결국 잉여량은 700톤으로 같은 기간 16.1%가 늘었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하반기로 갈수록 잉여원유는 줄어들고 있지만 6~7월 역시 전년 대비 잉여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11.8%)으로, 생산자와 수요자 간 수급안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낙농가와 우유업체가 지난 5월부터 줄다리기를 했던 원유 기본가격 인상 논란은 가격 동결로 일단락됐다. 우유업계에 따르면 한국유가공협회와 낙농가는 7월 21일 제8차 원유 기본가격 조정협상위원회를 열고, 올해 가격을 동결하는 내용의 중재안에 합의했다. 낙농가는 2013년 도입한 원유 기본가격 연동제에 따라 지난해 생산비가 오른 만큼 올해 ℓ당 21∼26원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원유 기본가격은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의 10% 내외에서 정한다. 다만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미만이면 2년마다 협상이 이뤄진다. 2018년 우유 생산비가 775원으로 2017년(767원) 대비 1.1% 증가해 지난해엔 협상이 없었다. 이 때문에 낙농가에선 올해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낙농가는 2018년과 2019년 증가한 생산비를 누적한 금액인 ℓ당 23.87원에 ±10%를 적용한 금액인 21~26원을 인상 범위로 보고 협상을 진행했다. 반면 우유업계는 가격 동결 또는 인하를 주장했다.
우유 소비는 수년째 줄어들고 있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학교 급식 우유 공급이 중단됐다. 업계는 이 기간에만 6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가운데 원유 가격 인상은 우유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얼어붙은 유제품 소비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당초 5차로 예정됐던 협상은 시한을 넘겨 8차에 걸쳐 진행되는 진통을 겪었다. 결국 우유업계와 낙농가는 올해 동결하는 대신 내년 8월 1일부터 ℓ당 21원 올리는 중재안을 마련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협의안은 7월 28일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시장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지난해 상위 10개 우유회사의 영업이익률은 2.9%로 떨어졌고, 올 1분기에는 2.5%를 기록했다. 식품회사 평균 영업이익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열 곳 중 네 곳은 적자였고, 흰우유(백색시유) 부문 매출은 열 곳 모두 적자다. 10개사의 적자 규모는 연간 800억원이 넘는다. 올 상반기도 수백억원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급식 의존도가 높은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우유는 급식우유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1위 사업자다. 서울우유는 경쟁사와 달리 사업구조가 단조롭다. 전체 생산량의 70%를 흰우유로 판매하고, 30%는 발효유·치즈·가공유 등 유가공 제품으로 판매한다. 업계 2위인 매일유업이 매출에서 흰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불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우유는 조합원으로 구성된 협동조합 형태라 신사업 진출이 쉽지 않아 흰우유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급식우유 시장에선 절대적인 강자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급식이 중단됐을 땐 매출 급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매일유업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선전하는 모습이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매출액 1조3933억원, 영업이익 8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 14.69% 증가한 수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58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1% 늘어난 204억원을 기록했다.
원유 가격 상승 논란과 급식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일유업이 선전한 저력은 사업 다각화에서 나왔다. 급식우유 시장 점유율은 10%가 채 되지 않지만 분유·발효유·커피·치즈·가공유 등 다양한 제품군을 자랑한다. 프리미엄 제품과 기능성 제품을 꾸준히 출시한 점도 한몫했다. 매일유업은 2017년 국내 업계에선 처음으로 무지방(지방함량 0%) 멸균우유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이후 지방 함량 1% 제품, 2%제품 등 차별화된 우유 라인업을 확보했다. 유당을 제거한 기능성우유인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유기농 우유 브랜드 ‘상하목장’은 해당 시장 점유율 1위를 견고히 지키고 있다.
제품을 다각화하는 한편 아몬드브리즈·치즈·발효유 등 고수익성 제품군도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음료 및 기타부분의 비중은 전체 매출의 47%로 확대됐고, 시장점유율도 탄탄하다. 컵커피의 내수점유율은 48%에 육박하고, 성인 영양식 셀렉스 역시 성인식 시장 개척에 나서는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수익성도 개선됐다. 유업계에 따르면 매일우유는 백색시유(원유·우유)의 낮은 채산성, 신제품 출시 비용부담 등으로 2015년까지 낮은 영업수익성을 보여 왔지만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 2016년 이후 크게 개선됐다.
남양유업과 빙그레는 가공유를 비롯한 커피·외식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바나나맛우유’로 가공유 시장 점유율 1위(31.6%)를 차지하는 빙그레는 가공유와 아이스크림 사업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편의점 씨유(CU)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카테고리(상품군) 내 매출 비중에서 가공유는 73.6%로 흰우유(26.4%)의 약 3배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신생아 수 감소 등으로 흰우유와 분유 같은 전통적인 유제품의 매출 악화는 예견됐던 일”이라며 “올해는 원유 가격이 동결됐지만 내년에는 인상이 불가피해 유업체는 새로운 제품 개발로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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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진흥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원유 수급동향에 따르면 올 1~5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5915톤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그러나 원유의 하루 평균 사용량은 5215톤으로 전년 대비 0.2% 증가에 그쳐 결국 잉여량은 700톤으로 같은 기간 16.1%가 늘었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하반기로 갈수록 잉여원유는 줄어들고 있지만 6~7월 역시 전년 대비 잉여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11.8%)으로, 생산자와 수요자 간 수급안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낙농가와 우유업체가 지난 5월부터 줄다리기를 했던 원유 기본가격 인상 논란은 가격 동결로 일단락됐다. 우유업계에 따르면 한국유가공협회와 낙농가는 7월 21일 제8차 원유 기본가격 조정협상위원회를 열고, 올해 가격을 동결하는 내용의 중재안에 합의했다. 낙농가는 2013년 도입한 원유 기본가격 연동제에 따라 지난해 생산비가 오른 만큼 올해 ℓ당 21∼26원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내년 8월부터 원유 가격 인상 불가피
우유 소비는 수년째 줄어들고 있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학교 급식 우유 공급이 중단됐다. 업계는 이 기간에만 6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가운데 원유 가격 인상은 우유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얼어붙은 유제품 소비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당초 5차로 예정됐던 협상은 시한을 넘겨 8차에 걸쳐 진행되는 진통을 겪었다. 결국 우유업계와 낙농가는 올해 동결하는 대신 내년 8월 1일부터 ℓ당 21원 올리는 중재안을 마련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협의안은 7월 28일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시장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지난해 상위 10개 우유회사의 영업이익률은 2.9%로 떨어졌고, 올 1분기에는 2.5%를 기록했다. 식품회사 평균 영업이익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열 곳 중 네 곳은 적자였고, 흰우유(백색시유) 부문 매출은 열 곳 모두 적자다. 10개사의 적자 규모는 연간 800억원이 넘는다. 올 상반기도 수백억원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급식 의존도가 높은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우유는 급식우유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1위 사업자다. 서울우유는 경쟁사와 달리 사업구조가 단조롭다. 전체 생산량의 70%를 흰우유로 판매하고, 30%는 발효유·치즈·가공유 등 유가공 제품으로 판매한다. 업계 2위인 매일유업이 매출에서 흰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불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우유는 조합원으로 구성된 협동조합 형태라 신사업 진출이 쉽지 않아 흰우유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급식우유 시장에선 절대적인 강자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급식이 중단됐을 땐 매출 급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매일유업, 업계 위기 속 ‘나홀로 성장'
원유 가격 상승 논란과 급식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일유업이 선전한 저력은 사업 다각화에서 나왔다. 급식우유 시장 점유율은 10%가 채 되지 않지만 분유·발효유·커피·치즈·가공유 등 다양한 제품군을 자랑한다. 프리미엄 제품과 기능성 제품을 꾸준히 출시한 점도 한몫했다. 매일유업은 2017년 국내 업계에선 처음으로 무지방(지방함량 0%) 멸균우유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이후 지방 함량 1% 제품, 2%제품 등 차별화된 우유 라인업을 확보했다. 유당을 제거한 기능성우유인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유기농 우유 브랜드 ‘상하목장’은 해당 시장 점유율 1위를 견고히 지키고 있다.
제품을 다각화하는 한편 아몬드브리즈·치즈·발효유 등 고수익성 제품군도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음료 및 기타부분의 비중은 전체 매출의 47%로 확대됐고, 시장점유율도 탄탄하다. 컵커피의 내수점유율은 48%에 육박하고, 성인 영양식 셀렉스 역시 성인식 시장 개척에 나서는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수익성도 개선됐다. 유업계에 따르면 매일우유는 백색시유(원유·우유)의 낮은 채산성, 신제품 출시 비용부담 등으로 2015년까지 낮은 영업수익성을 보여 왔지만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 2016년 이후 크게 개선됐다.
남양유업과 빙그레는 가공유를 비롯한 커피·외식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바나나맛우유’로 가공유 시장 점유율 1위(31.6%)를 차지하는 빙그레는 가공유와 아이스크림 사업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편의점 씨유(CU)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카테고리(상품군) 내 매출 비중에서 가공유는 73.6%로 흰우유(26.4%)의 약 3배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신생아 수 감소 등으로 흰우유와 분유 같은 전통적인 유제품의 매출 악화는 예견됐던 일”이라며 “올해는 원유 가격이 동결됐지만 내년에는 인상이 불가피해 유업체는 새로운 제품 개발로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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