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미국생산 공식화한 현대차 “국내 생산물량 이관은 없어”
업계 “미국 생산은 ‘바이 아메리카’ 기조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
연간 투자금액은 1조6000억원 수준, 그룹 연간투자금액의 극히 일부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전기차 현지 생산’에 나선다. 바이든 정부의 ‘바이 아메리카’ 정책에 선제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14일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 간 미국에 74억 달러(한화 8조1417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전기차 현지 생산과 함께 생산 설비 확충, 수소차, 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포함된 금액이다. 이를 통해 미래 혁신 기술 투자를 통해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역량을 갖추는 한편, 미국 내 리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모델의 미국 현지 생산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으며, 우선적으로 현대차가 내년 중 첫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현지 시장 상황과 미국의 친환경차 정책 등을 고려한 맞춤 대응이다.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모델의 현지 생산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 내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게 현대차그룹 측의 설명이다.
업계에선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바이 아메리카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취임과 동시에 바이 아메리카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정부 기관이 외국산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경우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의 허가를 받도록 해 연간 6000억 달러(약 661조원)에 달하는 정부 조달을 자국 기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 기관이 가진 44만대의 공용차량도 모두 미국산 전기차로 교체하기로 했다.
또 업계에선 지난 대선 과정에서 '친환경차 산업에서 10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에 따라 전기차나 배터리의 미국 현지 생산을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강력한 정책들이 수립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앞다퉈 미국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대규모 투자에 대해 일각에선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 감소나 투자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현지생산 투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확고한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미국 전기차 신규 수요 창출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의 이관은 없으며 국내 공장은 전기차 핵심 기지로서 역할을 지속하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국내에 핵심 사업장과 연구개발(R&D) 시설이 대부분 위치함에 따라 전체 투자에서 국내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에 공개한 미국 투자액도 연간으로 따지면 1조6000억원 수준으로, 현대차그룹의 연간 투자 금액 20조원에 비하면 절대적이지 않은 수치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현지생산 뿐 아니라 미국 내 수소 생태계 확산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미 연방 에너지부(DOE)와 수소 및 수소연료전지 기술혁신 및 글로벌 저변 확대를 위한 협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수소충전 전문기업과 수소전기트럭 기반의 수소충전 인프라에 대한 실증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항만과 내륙 물류기지 간의 수소전기트럭을 활용한 물류 시범사업을 펼친다.
또한 대형 물류기업과 올 하반기부터 수소전기트럭 상용화 시범사업도 전개할 예정이다. 또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사업 추진에도 나설 계획이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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