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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급 줄게, 편하게 일해"… 정규직 보험설계사 왜 뽑을까

핀테크 기반 GA, 기본급에 인센주는 정규직 설계사 잇따라 채용
압박없는 영업환경 조성… 고객 만족도 높여 이익 내는 선순환 노려
고수당 원하는 설계사, 이탈 가능성도

 
 
[사진 토스인슈어런스]
최근 디지털 기반 법인보험대리점(GA)들이 상담 및 분석 매니저(설계사)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매월 안정적인 기본급에 인센티브를 주며 상담 채널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보험업계는 고객에게 상품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가입을 권하는 '푸쉬(PUSH)영업'이 주를 이뤄왔다. 특히 상담파트는 보험영업의 핵심부서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상품 판매까지 연결시킬 수 있다. 하지만 매달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경우 아무래도 수당제 설계사보다 영업 동기가 떨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GA들이 정규직 설계사 채용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맵·토스 등 정규직 채용 '기본급+인센' 보장

지난 3일 보험 핀테크업체 보맵은 GA '보맵파트너'를 출범시키며 '보험요원'(정규직 설계사) 채용에 나섰다. 보험요원 중 상담요원은 상담 업무만을 진행하며 보험상품을 권하지 않는다. 만약 상품 추천을 원하는 고객이 있으면 실행요원팀으로 상담건을 넘기는 식이다.  
 
정규직인 만큼 연 4000만원의 기본급이 제공된다. 이외에 인센티브, 상담 지원비도 지급한다. 보맵 측은 "인센티브는 판매수당 개념이라기보다 가입과 상관없이 상담 후 고객의 설문조사 내용을 토대로 각 요원들의 인사평가가 이뤄지면 연봉 협상에 반영되는 식"이라며 "판매 압박없이 설계사들에게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토스인슈어런스는 지난해부터 보험분석매니저(설계사)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올 상반기 기준 약 130여명의 보험분석매니저를 운영 중이다. 보험분석매니저의 연봉은 4000만원이며 회사가 정한 목표치 달성률에 따라 팀 단위로 인센티브를 받는다.

 
보험 보장 분석 앱 시그널플래너를 운영하는 GA 시그널파이낸셜랩도 세일즈 매니저(설계사·경력직)를 정규직으로 채용 중이다. 채용 매니저는 연봉 4000만원에 활동 수당 및 저축 수당 등을 지급받는다.
 
[사진 보맵]
[사진 시그널파이낸셜랩]
 
내년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하나손해보험의 GA 하나금융파트너도 정규직 설계사 방식을 검토 중이다. 남상우 하나금융파트너 대표는 "새로운 형식의 디지털 플랫폼을 선보이는 만큼 설계사를 잘 선별해서 채용해 훈련시키는 전략을 짜고 있다"며 "정규직형 채용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정규직 설계사를 최초로 도입한 곳은 대형GA인 피플라이프지만 디지털 기반 GA들과 운영방식이 다소 상이하다. 피플라이프는 현재 약 360여명의 정규직 보험상담매니저가 내방형 점포인 '보험클리닉'에서 근무 중이다. 기본적으로 영업형태가 고객과 직접 마주하는 대면이다. 반면 최근 정규직 설계사를 도입한 GA들은 온라인 상담 및 분석을 주로 하는 비대면영업이다.  
 
디지털 기반 GA들이 보험 상담 및 분석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비교적 출범 초기 때 무리한 판매압박이 가져오는 부작용들을 미리 제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수당 스트레스가 심한 보험설계사들은 무리한 보험판매를 진행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불완전판매로 이어진다. 특히 보험업에서는 고객과의 상담 절차, 사후관리 부분에서 고객 불만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당 부담이 없는 정규직 설계사들을 상담, 관리 부분에 집중 투입해 불만율을 낮추겠다는 얘기다.
  
또한 미래의 잠재고객인 젊은층의 경우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이에 무리한 보험가입 권유를 하지 않는 정규직 설계사들을 통해 장기적으로 해당 회사, 나아가 보험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으면 결국 영업성과로 이어질 것이란 믿음이다. 토스인슈어런스 관계자는 "고객 만족에 집중하면 영업 성과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진행된 피플라이프의 정규직 보험설계사 채용설명회.[사진 피플라이프]
 

정규직 채용이 실험인 이유 

정규직 채용은 영업 효율성 때문이기도 하다. 수당을 받는 보험설계사들은 각각의 회사의 보상체계 등을 이유로 이직이 잦다. 하지만 잦은 설계사의 이직은 회사의 보험 영업력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제공해 이직률을 낮추는 것이 오히려 영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또 이들 업체들은 정규직 설계사를 상담업무 등 주로 내근직으로 배치하며 인원수도 단계적으로 확대 중이다. 도입 후 운영 효율성 등을 고려해 채용수를 늘리며 리스크를 낮추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본급이 보장된 정규직 설계사들이 꾸준히 증가하면 그만큼 비용부담이 생길 수 있다. 위촉형 설계사들보다 수당은 적고 기본급만 보장된 형태라 영업 동기부여도 낮다. 운영비용 대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 형태가 오래가기 힘들 수 있다. 토스인슈어런스가 정규직 설계사 채용을 '실험'이라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는 영업능력이 꾸준히 상승하는 정규직 설계사일수록 위촉형으로 이탈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판매압박이 없는 것을 선호한다면 정규직 형태가 맞을 수 있지만 수입 측면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 있어서다.  
 
한 GA업체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설계사들의 능력이 향상되면 고가 보험료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이 과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설계사 영업능력이 향상될수록 고수익이 보장된 회사로 떠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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