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동차·반도체·배터리 위협할 ‘제2 요소수 폭탄’ 또 있다
특정국 의존률 80% 넘는 수입품목 3900개 달해
마그네슘잉곳·수산화리튬 등 절반이 ‘중국 의존’
“수입국 다변화 절실, 자국 생산 전환 고민해야”
‘제2 요소수 사태’를 일으킬 원자재 수급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소수 대란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해외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들에서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산업 전반에 대한 재점검과 보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국회 산자중기위)이 한국무역협회에서 제출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국내 수입품목 1만2586개 중 3941개 품목이 특정 외국에 의존하는 비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특히 중국에 의존하는 품목이 절반(1850개)에 달했다. 최근 대란을 겪고 있는 요소수의 경우 전체 요소 수입량 중 97%가 중국산이었다. 이처럼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수입 품목은 수출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면 손 쓸 길이 없어진다. 국내에 수급 대란은 물론 국내 산업이 멈출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중국에서 들여오는 품목 중 의존도가 80%를 넘는 것은 마그네슘잉곳(100%), 산화텅스텐(94.7%), 네오디뮴영구자석(86.2%), 수산화리튬(83.5%) 등 1850개였다. 미국(503개)과 일본(438개), 독일(121개)에서 수입 비중이 80%를 넘는 품목도 수백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원자재들이 한국 경제의 주축이 되는 산업 소재라는 점이다. 세계 공급망 재편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국내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이유다.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는 마그네슘잉곳(마그네슘)은 자동차·항공기 부품 경량화에 쓰인다. 즉 마그네슘 수입이 막히면 자동차 등 한국 주요 수출품 생산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산화텅스텐은 반도체·의료기기 제조에 쓰인다.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전자제품 소형화·경량화에 필수 재료다. 수산화리튬은 2차전지 핵심 소재다. 이는 원자재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자동차·반도체·배터리 등의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나 마찬가지다.
이미 중국 의존도가 심한 몇몇 소재는 원자재 공급 불안이 확대될 불안감이 커지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마그네슘은 중국 내 전력 공급난으로 생산량이 떨어지면서 얼마 전 가격이 치솟았다.
15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9월 10일 기준 1t당 4135달러였던 마그네슘 가격은, 2주 만인 같은 달 24일 1t당 8615달러까지 상승했다. 이후 가격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지만, 이달 12일 기준 1t당 4825달러를 기록하며 아직 가격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 웨이퍼에 새겨진 패턴에 따라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텅스텐도 9월 24일 기준 1㎏당 40달러였지만 10월 29일 1㎏당 41.5달러로 상승했다.
“계속된 중국의 공급 방해 신호 왜 몰랐나”
정부는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희토류 등 희소금속 총 35종을 선정해 공급망 관리에 나선 바 있다. 최근에는 수출규제 맞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을 강화했다며 백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요소수와 같은 원자재 분야의 대책 마련에는 소홀했다. 그 결과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자 3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요소수 사태와 관련해서는 늑장 대처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지난달 11일부터 중국의 요소 수출 조치를 파악하는 등 충분히 사전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외교부는 열흘이 지난 지난달 21일 산업부에 상황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요소수 대란 책임을 물어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을 경질했다. 신임 경제수석엔 박원주 전 특허청장을 내정했다. 국제 공급망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자, 통상 기재부나 학계 출신을 앉히는 경제수석 자리에 이례적으로 산업부 출신인 박 수석을 발탁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요소수 대란 전에도) 중국 사드 사태와 일본 수출 규제 등 시그널이 계속 있었는데 정부가 소홀했다”면서 “앞으로 수입국 다변화는 기본이고, 국내 재고 물량 확보나 국내 생산 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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