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반공…신세계 주주들 떨게하는 ‘정용진의 입’ [유통가 인사이트]
73만 인플루언서 정용진…'멸공' 게시물 무단삭제에 ‘뿔’
댓글 대부분은 '용진이형' 지지자들…신세계 주주들은 우려 표명
“투자자들과 직원들을 위해 힘 써달라” 오너 책임감 무게
“여기 대한민국에 공산당 좋아할 사람 있나요? 철부지 애도 아니고 대세가 미국으로 기운 것도 아닌데 기업가가 할 말을 어떻게 다하고 삽니까. 중국의 본격 대응을 받아 주주 불안을 야기할 필요가 있나요? 그냥 일기장에 써놓는 것이 좋지 않은지…” (신세계 주주가 멸공 논란이 확산되자 남긴 글)
‘정용진표’ 신세계가 중국과 베트남 사업에 등을 돌리는 것일까. 팔로워 수 73만명. 재계 대표 인플루언서로 통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개인 SNS에 연일 반공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나는 공산주의가 싫다”, “멸공”, “승공통일”, “반공반첩”. 최근 몇일간 정 부회장의 개인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된 단어들이다.
특히 반복적으로 등장한 멸공은 공산주의자를 멸한다는 뜻. 정 부회장이 이 단어에 중국 국가주석인 시진핑 사진을 게재하고 정부의 대중 정책을 비판하면서 신세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브레이크 없는 ‘멸공’ 행보…중국 의존도 미미
정 부회장은 이 사실을 알고 즉각 항의했다. 그동안 멸공 단어가 포함된 게시물이 40여개가 넘고 멸공 관련 다른 사용자 글이 1000여건이나 된 상황에서 왜 특정게시물만 지워진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해당 내용이 기사로까지 언급되자 다음날 인스타그램은 입장문을 내고 문제의 게시물을 복원시켰다.
단순 삭제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 했지만 정 부회장은 되레 ‘멸공’류 게시물을 더 적극적으로 게재하면서 브레이크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공반첩’이라는 간판의 고깃집 방문을 예고하기도 하고, 검찰이 자신의 휴대폰 통신내역을 조회했다면서 ‘통신 자료 제공 내역 확인서’를 올리기도 했다. 통신 자료 관련 게시글에는 “이 나라가 공산주의”, “멸공” 등 정 부회장을 지지하는 3만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다른 게시글 댓글에도 “소신 발언”, “지지한다” 등의 긍정적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일각에선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신세계 주주들은 혹시 정 부회장의 거침없는 발언이 중국과 베트남 관련 사업에 영향을 끼쳐 주가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부에선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면세점,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물론 신세계그룹의 중국 의존도는 다른 기업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이마트의 경우 1997년 중국에 진출했지만 2013년부터 영업 적자가 이어지자 2017년 중국에서 사업을 완전 철수했다. 백화점과 면세점도 중국 내에선 별도의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계열사 중 정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이끄는 사업은 중국과 연관돼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브랜드로 중국에 진출해 있고, 국내 면세사업 역시 중국인 매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한 주주는 “애플과 테슬라도 큰손인 중국 눈치를 보면서 경영하는데 시진핑 기사까지 메인으로 들고 왔다는 건 오너가 공과 사 구분을 못하는 것아니겠냐”며 “신세계가 앞으로도 국내 내수로만 먹고 살자는 말밖에 더 되겠냐. 면세점은 앞으로 장사를 안 할 생각이냐”면서 맹비난을 쏟아냈다.
또 다른 주주도 “지난 10년간 이마트 주가는 하락했고 신세계 주가는 횡보했다”면서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하고 마치 정치권 후보처럼 지지받는 것으로 상황을 즐기면서 관심받는 것보다 신세계그룹에 투자하는 투자자들과 직원들을 위해 힘써달라”고 지적했다.
사업적인 부분을 차치하고라도 주주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부분은 “오너가 SNS에 공개적으로 내는 발언으론 매우 경솔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한 그룹을 이끄는 수장의 SNS는 개인적인 공간으로 규정짓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오너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무게감이 있는 지는 역설할 필요가 없다. 재계 11위, 수십만명의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정 부회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는 '반공'을 강조하지만 정작 그의 발언이 신세계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반신세계'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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