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회장, ‘광주참사’ 그룹지배력강화 기회로 이용하나
HDC는 현대산업개발, 정 회장 개인 회사는 HDC 주식 매입
정몽규-HDC-현산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정 회장 수혜
개인 자금 안 쓰고도 지배력 커져
HDC “주주가치 제고 위한 방안…진정성 봐달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그룹 지배력 강화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의 시행사인 HDC현대산업개발(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하면서도 대주주의 역할은 다 하겠다며 경영권 유지의 뜻을 내비쳤고, HDC 관계사들이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며 정 회장 지배력은 더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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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사고에 휘청이는 HDC그룹, 관련주 연일 하락
실제 광주에서 일어난 아파트 붕괴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지난 10일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10일, 2만5800원이던 주가는 열흘 만에(19일 기준) 1만5900원으로 40%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HDC 주가는 1만600원에서 7260원으로 31.5% 내렸다. 17일 HDC의 주가가 1.25% 오르며 반등하는 듯했지만, 이튿날 8% 넘게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HDC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이번 주식 매입은 단순한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HDC는 현대산업개발의 지분 40%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또 정몽규 회장은 HDC의 주식을 33.68% 보유한 최대 주주다. 여기에 정 회장의 개인 회사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HDC의 주식 2.53%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HDC-현대산업개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고려하면 정 회장은 특별한 지분이 없는 상황에서도 현대산업개발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HDC 그룹의 관계사 주식 매입으로 정 회장의 기업 지배력은 더 커지게 됐다. HDC가 보유한 현대산업개발 지분은 41.52%, 엠엔큐투자파트너스의 HDC 보유 지분은 3%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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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그룹, 계열사 주식 매입…효과는 정몽규 회장 지배력 강화
그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선 기업이 배당을 늘리거나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해야 의미가 있는데, HDC그룹의 이번 주식 매입 현황을 보면 꼭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HDC그룹이 단순히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서만 관계사들의 주식을 사들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HDC그룹의 주식 매입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정몽규 회장이라는 해석도 있다. 주가는 연일 하락하는 가운데, 정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지난 13일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정몽규 회장으로부터 46억원을 단기차입했다고 19일 공시했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사실상 정몽규 회장 자금을 빌려 HDC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정 회장이 이 돈을 돌려받을 것임을 고려하면 정 회장이 직접 쓴 돈은 없는 셈이다. 이에 정 회장이 개인 회사를 이용해 그룹 지배력을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HDC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몽규)회장님께서 주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HDC랩스도 자사주 취득 계획을 밝힌 만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 다만 “자사주 소각 등의 계획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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