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탈 러시아', 한국은 기부행렬…러시아 제재 동참하는 기업들
삼성·SK·카카오·펄어비스 등 국내 기업, 우크라이나 피난민 기부 동참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경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우리 정부 등 세계 주요국 정부가 전략 물자 수출을 차단한 가운데 기업들 역시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고 서비스를 차단하며 러시아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다. 러시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고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경제 제재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러시아 위험 차단에 나서고 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일 러시아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노트북 맥북, 데스크톱 맥컴퓨터를 비롯해 제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히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탈러시아에 방아쇠를 당겼다. 애플은 또 러시아 관영언론을 러시아를 제외한 전세계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구글은 러시아에서 모든 광고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구글의 지도 앱 '구글맵'이 우크라이나 현지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능 역시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관련 기능이 군이나 민간인의 움직임을 추측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임시 차단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공유플랫폼 에어비앤비도 제재에 동참하며 러시아와 벨라루스 영업 중단을 밝혔다. 앞서 에어비앤비는 우크라이나 피난민 최대 10만명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인텔은 지난 4일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향한 부품 수출을 중단하고 인텔 재단(Intel Foundation)을 활용해 직원들의 기부 캠페인을 시작하겠다고 전했다. 인텔이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카드(GPU)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이번 조치로 러시아와 벨라루스 IT 공급망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MS 역시 지난 4일 "러시아에서 MS의 모든 신제품 판매와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겠다"면서 "정부 제재 결정에 부응해 러시아 내 많은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보유한 메타는 러시아 국영 언론매체의 계정이 자사 플랫폼에서 광고나 영리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자 러시아 정부는 페이스북 차단으로 맞불을 놨다.
글로벌 선사들은 러시아 입항을 포함한 대러 해운업무를 중단하며 공급망 차단에 나섰다. 세계 1,2위 선사인 MSC와 머스크를 비롯해 일본 ONE, 프랑스 CMA CGM 등 세계 주요 선사들은 러시아로 가는 바닷길을 끊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도 러시아 노선 운항 중단을 검토 중이다.
러시아 생산공장 둔 한국 기업 전전긍긍
글로벌 기업들이 판매 중단과 선적 중단 등 적극적인 대러시아 제재에 나서자 한국 기업들의 제재 동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에 생산공장이 있거나 러시아 판매 비중을 무시할 수 없는 한국 기업들은 직접적인 제재보다 기부 등을 통한 간접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에서 가전과 TV를 생산하고 있고, 주요 가전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러시아 시장 내 점유율은 30%로 1위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5일 삼성전자가 러시아 물품 선적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공급망 차단 등 '지정학적 이유'를 내세웠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성명을 내고 "현재의 복잡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 다음 단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난민 구호를 위해 600만 달러(약 73억원)을 기부한다.
한국의 대 러시아 수출 품목에서 25%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업계는 상황이 더 난처해졌다. 러시아가 중요한 시장한 시장인만큼 서방의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조심스럽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 23만대 규모의 자체 생산시설도 가동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운영은 일시 중단됐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반도체 등 부품 공급 부족에 따른 일시적 가동 중단"이라고 설명했다. 공장 운영 중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에 시장과 비교적 무관한 한국 기업들은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SK, 카카오, 펄어비스는 우크라이나 피난민을 위해 기부금을 지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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