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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금리인상·경기둔화 우려 속 선방 기대 [이종우 증시 맥짚기]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 평균 1.9%…“심각한 침체 아냐”
나스닥보다 덜 오른 코스피…“하락장에서도 덜 내린다”

 
 
[게티이미지뱅크]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졌다. 이전의 0.75%p에서 0.5%p로 인상 폭이 줄었으니까 인상 속도가 늦춰진 게 맞다. 시장이 기대했던 내년 금리 인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는 당연한 결정이다. 11월 FOMC회의 때 연준은 이제 금리 인상 속도보다 금리의 최종점과 유지여부가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한 달 반 만에 이 기조를 수정한다면 미국 중앙은행은 아무 말이나 막하는 하찮은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시장이 금리 인하를 기대했다면 이는 과도한 기대일 뿐이다.  
 
1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 발표와 12월 FOMC회의를 거치면서 시장이 물가와 금리에서 해방됐다. 1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은 7.1%를 기록했지만 시장의 반응이 크지 않았다. 지표 발표 직후 주식시장이 열릴 때만 해도 나스닥 지수가 4% 가까이 올랐지만 이내 상승 폭이 줄어 1% 상승으로 마감했다.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는 반응이 약했다. 7~8월에 물가 상승이 정점을 지났고, 앞으로 물가가 꾸준히 낮아질 거란 사실이 11월 수치에 의해 확인된 만큼 물가가 시장의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게 당연하다. 물가에 대한 관심 저하는 금리의 역할 축소를 가져온다. 올 한해 내내 높은 물가가 금리를 올리는 역할을 해 사람들이 둘을 한데 묶어 생각하기 때문이다.
 
FOMC 회의에서 연준이 여러 경제 지표 전망치를 내놓았다. 성장률 전망이 가장 눈에 띄었다. 내년 미국의 성장 전망치가 1.2%에서 0.5%로 하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연준의 전망치와 지금까지 발표된 월가 투자은행(IB)들이 발표한 전망치 그리고 국제 기관의 전망치를 모두 평균하면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2~0.3% 정도로 집계된다. 이 숫자가 맞다면 시장이 염려하는 심각한 경기 침체가 제대로 된 전망인지 의심해 봐야 한다. 20년간 미국의 평균 성장률 1.5%보다는 낮지만 경제에 문제가 생긴 정도로 낮지는 않기 때문이다.  
 
비슷한 형태가 우리 경제에도 적용된다. 11월까지 한국은행을 포함해 주요 7개 기관이 내년 경제전망치를 내놓았다. 국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1.9%였다. 주요 9개 외국계 투자은행의 전망치는 이보다 낮아 1.1%로 집계됐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2%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로 투입했을 때 올릴 수 있는 성장률이 2%인데, 1% 조금 넘게 성장한다면 이는 경제가 약간 둔화되는 것일 뿐 심각한 침체는 아니다.
 

경기둔화, 증시 영향 크지 않을 듯

올해는 금리 인상과 함께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을 압박했다. 작년 말에 경제 전망을 너무 높게 잡았기 때문이다. 경제 전망을 새로 할 때마다 예상치가 크게 하락했고, 그에 비례해 경기 침체의 공포가 커졌다. 주식시장의 과민한 반응도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내년 경제 전망도 한동안 주가에 영향을 줄 것이다. 형태는 두 가지다. 만약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올해처럼 계속 하향 조정을 겪는다면 경제지표는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올해의 재판이 되기 때문인데,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상당히 큰 상태여서 경기가 좋지 않다는 증거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내년 성장률이 예상만큼 둔화되거나, 이보다 더 낮더라도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내년 주식시장에서 경제는 별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9~10월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와중에 시장이 예상하는 성장률 전망치가 크게 낮아졌다. 심할 때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할 정도였는데, 실제치가 이보다 높게 나온다면 주식시장이 반응할 이유가 없다. 후자의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국내외 경제지표에서 심각한 침체조짐이 나오지 않았다. 위기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가정해 주식시장을 전망하면 안 된다. 이를 기반으로 미래를 판단해 보면 내년에 국내외 경제가 좋지 않겠지만 심각하게 둔화될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경제가 예상대로 움직인다면 내년에 주식시장은 거시경제 변수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것이다. 물가가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성장도 그저 그런 반응밖에 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변수가 발표되어도 투자자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은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거시변수에 의해 생긴 공백은 개별 기업이 메워나갈 것이다.  
 

시장간 주가 차별화 계속

주가 차별화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시장간 차별화가 심해지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가 3만3000대에 머물고 있다. 연초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3만7000과 10%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유럽 주식시장도 비슷하다. 유로스톡스50지수가 3800대 중반에 머물고 있는데, 사상 최고치가 4400이었다. 반면 나스닥은 최고치와 30%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다. 우리 시장은 나스닥과 흐름이 비슷하다. 코스피, 코스닥도 최고치보다 30% 낮은 상태에 머물고 있다.
 
시장 사이에 차이가 벌어진 건 구성 종목과 금리 때문이다. 나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수위를 달리는 종목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테슬라는 160달러, 아마존닷컴은 주가가 90달러를 밀고 내려왔는데, 지금 주가는 지난 3월 기록했던 고점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영향력이 큰 종목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다 보니 지수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상황이 우리 시장에서도 벌어졌다. 최근 주가 하락이 멈췄지만 9월 이전 하락의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고점과 주가 차이가 40%로 벌어졌고, LG에너지솔루션은 11월에 집중적으로 하락했다. 시가총액 1,2위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다 보니 지수도 안정을 찾기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성장주는 타격을 입는다. 이자가 늘고, 돈을 빌리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 영향력이 미국 시장에서는 나스닥에 나타났고, 우리 시장에서는 코스닥에서 주로 나타났다. 코스피 종목도 동일하게 영향을 받지만 코스닥이 입은 타격이 훨씬 크다.  
 
당분간 차별화가 계속될 것이다. 양상은 조금 달라질 텐데, 최근까지 나스닥이 하락한 만큼 우리 시장도 떨어졌다면 앞으로는 나스닥보다 덜 떨어지는 형태가 될 것이다. 2000년 4월에 IT버블이 터지자 우리시장이 크게 하락했다. 좌표로 삼던 나스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해 11월까지 동반 하락이 이어진 후 모양이 달라졌다. 코스피는 460대에서 바닥을 만들고 박스권으로 변한 반면 나스닥은 3000에서 1300까지 추가 하락했다.  
 
금융위기 직후 나스닥 최저치가 1260이었다. 올 초 가장 많이 올랐을 때 1만6200이었으니까 13년동안 13배 오른 셈이 된다. 그 사이 코스피는 3.7배, 다우지수는 5.7배 오르는데 그쳤다. 주가가 많이 올라 많이 떨어지는 거라면 덜 오른 곳은 덜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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