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 기조 유지…내년 상반기까지 ‘박스피’ [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일본은행, 금리변동 허용범위 확대
미국‧유럽도 금리 인상 기조 유지
경제전망-현실 괴리에 증시 부담↑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을 변경했다. 수익률곡선제어정책(YCC) 하에 10년물 금리의 변동 허용 범위를 0%±0.25%에서 0%±0.50%로 확대했다. YCC정책이란 시장금리의 상단을 정책적으로 정해 그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정책 금리는 -0.1%로 동결했고, 2023년 2월까지 예정된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7조3000억엔에서 9조엔으로 확대했다.
2013년에 일본은행은 아베 전 총리 정부와 공동서명을 통해 빠른시간 내에 물가상승률 2%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2016년 1월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고, 2016년 9월에 YCC 제도를 도입했다. 이 합의 덕분에 올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가파른 긴축을 실행할 때도 일본은행은 완화적인 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정책을 바꾼 이유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10월 말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은 2023년 핵심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1.4%에서 1.6%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일본의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7%까지 올라갔고, 핵심 소비자물가 역시 3.6%까지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자 일본은행이 이에 대응할 필요가 생겼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이 전면적인 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랜 시간 디플레를 겪어온 일본 입장에서 물가가 3%까지 올라갔다 하더라도 이게 과도한 인플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근원 물가가 1%대 중반 수준임을 감안하면 수요측 인플레에 대응할 필요도 없다.
구로다 총재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할 거라고 언급했다. 이번 조치가 금리 인상이 아니며, 아직 YCC 폐지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얘기도 했다. 정책 변경이 아니라면 이번 조치의 목적은 기술적 조정일 수밖에 없다. 최근 일본 국채 수익률은 10년물 금리 보다 9년물 금리가 높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건데, 일본은행이 YCC정책을 통해 10년물 국채 금리의 상단을 고정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10년물 국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만큼 10년물 금리의 변동 허용 범위를 확대해 금리역전 현상을 막아야 했고 이게 YCC 정책 변화를 통해 나타났다.
일본은행이 정책을 발표한 후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가 0.25%에서 최고 0.44%까지 급등했다. 달러/엔 환율도 3% 가까이 급락해 132엔까지 내려왔다. 정책 변화에 따른 가장 큰 움직임이 금리, 환율 등 가격변수에서 나타난 것이다.
단기적으로 엔화가 달러당 130엔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지만 추가적으로 강세가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10 월 달러당 150엔을 넘었던 달러/엔 환율이 최근에 132엔까지 급락해 12% 가까이 절상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2023년 1분기에 미국 정책금리 인상이 한두 번 더 남아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빠르게 줄어들긴 힘들 것이다. 당분간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20엔 후반에서 130엔 내외에서 머물 걸로 예상된다.
유럽, 강도 높은 긴축 지속 예상
지금 유로존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긴축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ECB는 2023년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을 6.3%로 전망했다. 지난 9월 전망치 5.5%보다 0.8%p 높다. 선물시장에서 나오는 수치도 내년에 ECB가 정책금리를 0.75~1.0%p 추가 인상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양적 긴축에도 들어간다. 11월말 현재 유럽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8.5조 유로이다. 이중 2.1조 유로의 조기상환을 유도할 계획인데, 지난 11월 2,963억 유로의 자발적 조기상환이 이루어졌고, 12월 말까지 자발적 조기상환 및 만기도래를 통해 4,994억 유로를 상환할 계획이다. 나머지 1조 유로는 2023년으로 넘겼다. 2023년은 추가 금리인상과 양적 긴축, 비우호적인 유로존의 경제 환경으로 인해 유로존 주변국의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유동성이 풍부해 양적 긴축이 문제를 일으킬 정도가 아니지만 경기 진행 여부에 따라 예상외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내년 국내경제 전망치 너무 높다
우리나라는 실물경제 전망과 현실 사이에 괴리를 어떻게 좁힐 건가가 과제다. 11월까지 한국은행을 포함해 주요 7개 국내외기관이 내년 경제전망치를 내놓았다. 국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1.9% 였다. 주요 9개 외국계 투자은행(IB)의 전망치는 이보다 낮아 1.1%로 집계됐다.
이 숫자를 보면서 앞뒤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라고 얘기한다. 국내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로 투입했을 때 올릴 수 있는 성장률이 2%라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내년에 1%대 초반의 성장을 한다면 이게 심각한 경기 침체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잠재성장률이 2%인 상황에서 1% 조금 넘게 성장한다면 이는 경제가 약간 둔화되는 거지 심각한 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망치와 실제치의 차이는 주식시장에 상반된 영향을 준다. 만약 내년 경제전망치가 올해처럼 크게 하향 조정된다면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이다. 올해의 재판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년 성장률이 예상만큼 둔화되는데 그치거나, 이보다 낮더라도 마이너스까지 떨어지지 않는다면 경기 둔화는 주식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다. 지난 9~10월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와중에 시장이 예상하는 성장 전망치가 충분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심할 때에는 내년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예상할 정도였는데, 실제치가 이보다 높다면 문제될 게 없다.
코스피가 박스권의 하단이 어디인지 다시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10월에 기록했던 저점 밑으로 내려가지는 않을 걸로 보이는데 앞으로도 주식시장은 상당 기간 오르락 내리락을 거듭하는 상황을 이어갈 것이다. 최소한 2023년 상반기까지 박스권은 벗어나기 힘든 굴레다. 주가가 크게 움직인 후에는 숨을 고르고 힘을 비축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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