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 ‘신기술‧혁신’으로 사람 사는 세상‧초연결 고민
혁신 통한 인류 발전 고민, 업종 경계 허물어져
이동수단 이상이 된 모빌리티, 새로운 공간 제시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초연결의 시대’. 사람 사는 세상의 모든 것을 잇는 신기술 경연의 장이 막을 내렸다.
지난 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3’이 나흘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행사 기간 IT, 전자, 빅테크, 자동차, 중공업, 스타트업 등 다양한 기업은 저마다의 기술과 인류의 발전을 위한 고민을 쏟아냈다. 업종의 경계는 허물어졌고 결이 다른 업종의 협업과 융합이 스스럼없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삼일PwC가 최근 발간한 ‘인사이트 플래쉬 : 5대 테마로 살펴본 CES 2023’ 보고서를 보면 이번 행사의 핵심 키워드는 웹3.0과 메타버스‧모빌리티‧디지털 헬스케어‧지속가능성‧인간안보가 꼽혔다.
삼성, 가전을 넘은 ‘초연결’…LG, 연결을 극복한 ‘경험’
삼성전자는 “연결을 통해 모두의 꿈을 현실로 구현할 것”이라며 ‘맞춤형 경험으로 열어가는 초연결 시대’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특히 자사의 스마트홈 애플리케이션 스마트싱스를 강조하고 이 앱을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을 공개했다.
스마트싱스 앱은 삼성전자 제품뿐 아니라 업계 최신 사물인터넷(IoT) 통신 규격인 매터(Matter)를 지원하는 다양한 제품을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갤럭시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매터를 지원하는 제품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스마트싱스 앱에 기기를 추가할 수 있다. 이렇게 연결된 가전제품은 스마트 TV나 세탁기, 냉장고, 조명까지 앱으로 작동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스마트싱스 앱과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을 연동해놓으면 사전에 설정해 놓은 취침‧기상 등 다양한 사용자의 ‘루틴’을 버튼 하나로 실행할 수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4일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진행한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가 약속한 연결 경험의 완성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정재연 삼성전자 디바이스플랫폼센터 부사장도 “삼성 스마트싱스는 이제 단순한 IoT 플랫폼이 아니다”라며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IoT 표준 매터와 HCA를 통해 더 많은 파트너 기기의 생태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LG전자는 연결을 넘어 고객 경험을 강조했다. ‘연결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연결에 대한 부분은 계속 신경 쓰고 있다”면서도 “연결을 가지고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줄 것이냐,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M(TV)은 선이 사라진 연결과 소비자 경험 극대화를 구현했다. 현존 최대 크기인 97인치 올레드 TV에 세계 최초로 4K·120Hz 무선 전송 솔루션을 탑재한 이 제품은 전원을 제외한 모든 선을 없앴다. 무선 전송 기술을 바탕으로 TV와 약 10m 떨어진 곳에서도 4K·120Hz의 고화질 영상과 소리를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무선 전송 기술이 적용됐다.
이 제품은 CES 2023의 공식 파트너인 엔가젯이 선정한 홈시어터 부문(Best Home Theater Tech) 최고상(Best of CES Awards)을 수상했다.
모빌리티, 이동 수단 벗어나 새로운 공간으로
CES 2023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미래형 이동수단 ‘모빌리티’다. 기술 혁신을 통해 우리 생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분야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트럭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배송 수요를 맞출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 실내는 더 이상 이동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회사 BMW는 미래형 중형 세단 BMW i 비전 디(Dee) 콘셉트카를 통해 모빌리티의 미래가 현실과 가상세계를 통합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구현했다.
차량 윈드스크린 전체로 범위를 확대한 ‘어드밴스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통해 운전자는 운행 정보를 보다 자세하고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주행 관련 정보뿐 아니라 통신 내용, 증강현실 프로젝션, 가상 세계로 진입하는 수준까지 설정할 수 있다. 디 모델은 운전자가 음성 대화를 하는 동시에 전조등과 그릴 모양을 여러 형태로 변화시켜 자동차가 일종의 표정을 짓게 하는 것과 같은 효과도 낸다.
올리버 칩세 BMW그룹 회장은 “이런 기술은 자동차 업계의 미래이자 BMW에는 운전의 진정한 즐거움과 가상 경험의 융합을 의미한다”며 “향후 출시할 차세대 모델과 관련해 디지털화 기술이 지닌 큰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뉴 모비스(NEW MOBIS)’ 비전을 공개하며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통합 플랫폼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전문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현대모비스는 미래 목적기반차량(PBV) 콘셉트 모델 ‘엠비전 TO’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소개했다.
엠비전 TO는 목적에 따라 차량의 크기와 형태를 변형할 수 있는 전동화 기반 자율주행 차량이다. 바퀴를 90도까지 꺾을 수 있어 ‘게’처럼 옆으로 움직이는 크랩 주행이나 제로 턴 등 이동의 자유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좁은 도심지에서도 운행할 수 있고 화물 운송 등 사용자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반도체 회사인 퀄컴과 함께 레벨3 자율주행 통합제어기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레벨3는 자동차가 고속도로 같은 특정 조건의 구간에서 운전자의 특별한 개입 없이 시스템이 주행을 담당하는 수준을 말한다. 주행 제어와 주행 중 변수를 시스템이 알아서 감지한다. 양사의 경영자들은 이번 CES에서 만나 이를 위한 전략적 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디지털치료제, 헬스 테크도 관심
건강도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 중 하나다. ‘헬스 테크’, ‘디지털 헬스’로도 정의되는 이번 CES 헬스 기술은 CES 2023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팬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고 헬스케어 수요가 급증하면서 헬스케어 분야의 디지털 전환(DX) 추세가 가속할 전망이다.
헬스 테크는 디지털 치료제, 원격 의료 및 피트니스 테크처럼 현재 활성화된 영역과 온디멘드 네트워크, 정신 건강 관리 등 향후 관심이 커질 영역까지 포함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새로운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격 의료를 통해선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고 피트니스 테크를 이용하면 가정에서도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느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SK바이오팜의 경우 생체 신호를 감지해 뇌전증 발작 등을 예측할 수 있는 웨어러블을 공개했다. 안경 디자인을 적용한 ‘제로 글래스’,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용하는 ‘제로 와이어드’는 뇌파‧심전도 등 복합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제품이다. SK바이오팜은 이 제품을 통해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CES 2023 디지털 헬스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새로운 미래…갈 길 먼 메타버스
가상세계로 일컬어지는 ‘메타버스’는 인류가 주목할 새로운 세계로 CES에서도 주목받았다. CTA 역시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고 했다. 삼일PwC는 보고서를 통해 “CES 2023의 주요 테마 중 글로벌 정부와 기업들이 가장 집중한 미래 산업은 ‘메타버스’”라며 “최종 지향점은 ‘지속가능성’의 확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IT기기와 가전기기 수요 감소가 예상되지만, 글로벌 기업이 메타버스 구현에 필요한 기술혁신과 새로운 플랫폼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 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에 대한 장기적, 적극적 정책 지원은 다소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한 구체적 핵심 기술에 대한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 174개국 32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지난해 참가기업(약2200개) 수보다 50%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1000여개 기업은 CES에 처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사를 보기 위해 방문한 관람객은 11만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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